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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7

하숙인 - 마리 벨록 로운즈 / 박선경 : 별점 1점

하숙인 - 2점 마리 벨록 로운즈 지음, 박선경 옮김/현인

오랜 집사-하녀 생활 끝에 하숙 사업을 시작한 번팅 부부는 극심한 경제난에 처하나 때마침 하숙인 슬루스가 입주하여 한숨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번팅 부인은 하숙인 슬루스가 연쇄살인마 "복수자"일 것이라는 강한 의심에 사로잡히는데...


히치콕 감독 영화의 원작소설. 히치콕 감독 영화는 본적이 없지만 리메이크작은 감상했었기에 호기심에 읽게된 작품.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최악이었어요. 아무리 두꺼워도 재미만 있다면야 쉽게 읽히는 법인데 다 읽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릴만큼 지루할 뿐 아니라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작품이거든요. 한마디로 시간낭비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하숙인이 연쇄살인마인것 같다. 어떻하지?"라는 화두를 초반에 던져놓고는 끝날때까지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고요. 
물론 의심이 갑자기 시작되는 것은 아니고 슬루스의 은밀한 밤의 외출을 눈치챈 하숙집 여주인 엘렌이 엿보기, 엿듣기 등을 통해 없어진 가방과 잠겨진 서랍과 같은 단서를 얻기는 합니다. 번팅 역시 우연히 슬루스 옷의 핏자국과 고무창 구두의 비밀을 눈치채기는 하고요. 그러나 뭐 하나 속시원하게 밝혀지는건 없어요. 조조가 여백사의 가족을 몰살시킨 이유가 여백사가 돼지를 잡아 대접하려는 것을 오해한 것에서 비롯되었듯, 이 모든 것은 오해일 수도 있기에 독자에게 뭔가 서서히 진상을 알려주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하숙집 부부의 방관이 시종일관 끝까지 이어질 뿐입니다. 전개도 감질날 정도로 느리고요. 단지 시대의 문제일까요?
게다가 300여 페이지를 넘는 작품의 결말이 하숙인이 진짜 범인이었다는 것, 그나마도 추리나 수사가 아니라 일종의 자백으로 끝난다는건 황당하기만 합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싫어하는 은둔형 외톨이 하숙인이 갑작스럽게 나들이를 가자고 요청하는 마지막 상황이 설득력이 없어서 더더욱 그러하죠. 즉, 그냥 연쇄살인이 있고, 하숙집에 손님이 들고, 몇가지 단서로 그가 범인임이 밝혀진다는 기본적인 전개조차 망각한 반전도 없고 설득력도 없는 억지스러운 결말에 불과합니다. 특별한 반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나 이래서야 300페이지나 될 필요는 없죠.

또한 빅토리아 시대를 웅변하는 듯한 엘렌 중심의 심리묘사도 쓸데없이 장황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조울증 증세가 있는 꽉 막힌 중년부인의 심리묘사 그 자체인데 솔직히 읽으면서 짜증만 나더라고요. 아무런 긴장감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쓰잘데 없는 묘사들로 신사와 숙녀에 대한 낡아빠진 사고방식이 가득한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런 불필요한 묘사를 걷어내고 압축하는게 더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잭 더 리퍼 사건"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설명되는데 런던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도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1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한세기 전 고전을 접했다는 가치 외에는 건질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혹 관심이 있으시더라도 멀리하시는게 여러모로 유용하실것 같군요. 히치콕 감독의 영화는 살짝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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