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두산 베어스 관련 글을 씁니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하며 개막을 맞이했는데, 시즌 초반부터 실망스러운 경기력이 이어지며 글을 쓰는 것조차 망설여졌습니다.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팀 성적이 떨어진 것은 명백히 투수진의 부상 이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곽빈 선수, 홍건희 선수, 이병헌 선수 등 작년 필승조의 핵심 선수들이 이탈한 데다, 최지강 선수까지 부진하며 현재 남은 믿을 만한 불펜 자원은 이영하 선수 한 명 뿐입니다.
그러나 저 선수들의 부상 대부분은 작년 이승엽 감독님의 투마카세 기용 탓이 큽니다. 올 시즌도 감독님의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 기용으로 팀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고 있고요. 프로야구도 '명장'이라는게 존재한다는걸 올 시즌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김태형 감독님이었다면 최소 중위권 싸움은 하고 있을 겁니다. 김태형 감독님 시절에는 이겨야 할 경기는 거의 이겼었지요.
사실 KT 루징 시리즈에 이어, 작년에 엄청나게 약했던 주말 삼성전이라 호흡기 떼고 감독 경질이 구체화될거라 예상했는데 의외의 위닝 시리즈를 거두더군요. 삼성이 레전드의 체면을 지켜주려고 일부러 패한건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말이지요. 그래도 이번 위닝 시리즈에서는 그간 보아왔던 어처구니없던 투마카세, 타마카세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기대를 갖게 만드네요. 앞으로도 최소한 아래의 사항들을 지키며 시즌을 운영했으면 합니다.
- 필승조부터 명확히 정리하라. 최지강 선수는 현재 필승조가 아닙니다. 작년에 무리하게 등판하다 부상당한 이후로는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영하 선수 외에는 넓게 보아도 박치국 선수만 현재 필승조입니다.
- 지는 경기에 필승조를 투입하지 마라. 점수 차가 2점이든 1점이든 지고 있으면 이영하, 박치국 선수는 투입하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 베어스가 경기 후반에 상대 필승조 상대로 역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 4점차 이상으로 이기고 있는 경기에도 필승조를 아껴라. 이런 상황에서는 홍민규, 박신지 선수 등 롱 릴리프 자원을 활용하는게 바람직합니다.
- 계투진은 누구든, 롱 릴리프 보직을 명확히 한게 아니라면 멀티이닝으로 기용하지 마라. 최근 홍민규 선수를 굴리기 시작했는데, 투수진에서 또 부상자가 생기면, 그 책임은 오롯이 감독이 져야 할 겁니다.
- 이름값으로 선수 기용하는 일은 삼가하라. 2루수로 기용되며 조금 살아나는 모습이지만, 지금의 강승호 선수가 1군 주전 야수로 계속 출전한다면 2군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의 사기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몸값 높은 주전이라도 공정한 평가를 해야 합니다.
- 2군에서 콜업된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다른 팀들에는 유망한 젊은 야수들이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는데, 왜 우리 팀에는 그런 선수가 없을까요?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초구에 무의미하게 건드려 아웃되면, 페널티를 부여하라. 선수들에게 집중력과 타석 운영, 상대 투수 투구수의 중요성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 스트라이크존 밖 공에 대한 탐욕 스윙으로 아웃될 때 경각심을 주어라. 도저히 못 봐줄 스윙으로 삼진 아웃될 때에는 벌금 등 내부 규율을 강제해서라도 선수단 전체에 메시지를 주기 바랍니다.
- 조수행 선수는 작작 써라. 앞으로는 제발 대주자나 대수비로만 기용하세요. 타석에 김인태 선수, 아니면 최소한 김민석 선수가 들어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수행 선수를 고집하는건 감독의 직무유기입니다.
- 후반 초입에 타마카세좀 그만해라. 김인태 선수를 1, 2점차로 이기고 있다고 6회 쯤에 조수행 선수로 바꾸지 마세요. 우리는 필승조가 약해서 1, 2점차는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조수행 선수가 투입되었다고 1점 더 날 가능성도 별로 없다면, 타선의 강력함을 유지하는게 더 나은 방향입니다. 후반에 얼척없는 대타도 그만 쓰고요.
그러나 이렇게 운영해서 이기는 것 보다는, 솔직한 심정으로는 연패를 거듭해서 꼴찌를 해도 좋으니 코칭 스탭과 선수단의 전면 개편이 일어나서 진득한 리빌딩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비록 남은 시즌이 아직 길고, 상황을 반전시킬 복귀 선수가 없는건 아니지만, 어차피 우승 전력이 아닌데 왜 투수진을 망치고, 탐욕 스윙하는 고액 연봉자들의 스탯타를 보고 있어야 한단 말입니까?
이미 작년에 한 해는 제발 리빌딩하자는 글을 썼는데,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신인들이나 꾸준히 기용하면 좋겠습니다. 대타로만 쓰거나 선발로 내보내도 몇 경기 부진하면 바로 제외시키는 운영 방식으로는 젊은 선수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오명진 선수는 물론, 김민석, 추재현, 여동건, 임종성, 김동준, 류현준 선수 등이 활약하는 베어스를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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