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 제작될 정도로 인기있는 웹 소설의 웹툰화 작품입니다. 기본 설정은 뻔한 회귀물+복수극이지만, 주인공 직업이 '판사'라는 특이한 차별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법정 배경 작품 중에서 검사나 변호사가 아니라 판사가 주인공인건 처음 접해 보네요. 그 덕분에 법정물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한영이 회귀 후, 과거 판결 결과와 사건 진상을 기억하고 있어서 올바른 판결을 내리면서 승승장구한다는 전개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지는데, 이게 꽤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선희는 전 연인 박혁준에게 스토킹당하다가 사망했는데 마침 박혁준이 보험금 수령자이기도 해서 유력한 용의자로 부상하지요. 하지만 이한영은 박혁준과 불륜 관계였던 피해자의 사촌 김가영이 진범이라는걸 여러가지 주변 증거를 통해 밝혀냅니다. 살인 미수 누명을 쓴 서민훈 사건은, 서민훈의 땅을 차지하기 위한 유성그룹의 음모라는걸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 등으로 증명하고요. 이처럼 추리물에 가까운 구성과 연출이 돋보이는 사건들이 제법 많아서 단순한 법정극 이상의 재미를 줍니다. 이한영의 판결은 대기업 회장이나 강신진 판사같은 빌런에게 무려 '사형선고'를 내릴 정도로 '사이다' 판결이라서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고요.
아울러 판사가 재판을 통해 얼마나 판결에 개입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부분은, 최근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는 ‘접대 판사’ 문제와 맞물려 있어서 더 흥미로왔습니다.
이한영의 복수 서사도 나쁘지 않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강신진과 장태진을 무너뜨리기 위한 치밀한 계획과 박철우 검사, 로펌 에스로펌 소속의 유세희, 기자 송나연 등 각각의 역할이 분명한 조력자들의 도움이 잘 그려진 덕분입니다.
하지만 복수가 구체화되어 갈 수록 긴장감과 개연성은 퇴색되어 버립니다. 대부분 사건들이 녹화나 녹취 파일 한두 개나 주요 인물의 배신으로 쉽게, 뻔하게 증명되는 탓이 큽니다. 압도적인 권력을 가진 인물들이 이런 증거와 증언 한, 두개에 무너진다는건 현실적이지도 않고요. 또한 강신진과 장태진 같은 인물들이 직접 범죄에 가담하고, 치명적인 증거를 남긴다는 전개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애초에 검사, 경찰도 아닌 판사가 드러난 증거 외의 것에 간섭한다는 설정부터가 말도 안되지요.
이한영이 에스로펌의 후계 구도에 간섭하고, 장유린 판사와 손을 잡는 등의 불필요한 서사도 거슬렸습니다. 에스로펌을 몰락시키겠다는 의도와 후계 구도에 간섭해서 유세희를 밀어주는 행동은 아무리 봐도 앞 뒤가 안 맞더라고요.
만화적인 과장도 지나칩니다. 법정 장면은 과장되고 고증이 부족하며, 석정호나 박철우 검사의 전투력 묘사는 어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등장인물들도 두서없습니다. 강력한 빌런이자 라이벌로 보였던 김윤혁은 일관되게 찌질함만 보여주다가 별다른 활약없이 퇴장해 버리고, 에스로펌의 유선철은 조력자로 나설 듯 하다가 갑자기 흑화하는데 결말도 허무하기 그지 없습니다. 러브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한영과 유세희, 송나영, 윤슬혜 간 관계는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김진아 검사는 뜬금없이 박철우와 엮이는 식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깊이 생각하고 이야기를 전개하지 못한 티가 많이 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초반부의 구성력과 법정 내외의 갈등 구조,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성과 논리 전개가 약화되면서 아쉬움을 남깁니다. 앞부분에 여러 가지 사건을 배치해서 흥미를 자아내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흥미를 잃게 만드는 흔한 법정 드라마와 비슷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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