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6/07/30

파프리카 - 쓰쓰이 야스타카 / 최경희 : 별점 2점

 

지바 쥰코는 인간의 꿈을 화상처리할 수 있는 PT (Psycho Therapy) 기계 개발의 핵심인물로 일본정신의학연구소의 이사자리에 있는 사이코 테라피스트. 이 PT 기계로 정신병 치료의 획기적 진보가 이루어져 노벨상의 유력한 후보로까지 부상한다. 하지만 그녀는 PT 기계의 개발 단계 시절 개발기기로 은밀한 꿈 치료를 진행했던 꿈탐정 "파프리카"라는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PT기계의 이러한 사용은 불법이기에 파프리카의 활동은 접은지 오래. 하지만 연구소 소장인 시마 소장의 부탁으로 그의 친구인 자동차 회사 중역 노세의 치료를 위해 몇년만에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

이러한 그녀 모르게 연구소의 부소장 간 세이지로와 그의 심복이자 동성애 애인인 연구원 오사나이는 그녀와 PT 기계 개발의 주역인 개발자이자 의학자 도키다, 시마 소장을 축출하여 연구소를 손에 넣을 계획을 꾸민다. 이 계획은 도키다의 조수인 히무로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여 급진전하게 되고 도키다가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던 차세대 장치인 "DC미니"를 훔치는데 성공한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쥰코는 파프리카 활동으로 노세를 치료하고 그의 친구인 경시감 고가와까지 치료를 맡게 되어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는데 꿈 치료 중에 끼어드는 다른 꿈의 존재로  DC미니의 도난과 그 입수자를 눈치채고 하나 남아 있던 DC미니로 반격에 나선다. 그러나 이 DC미니는 단순히 꿈의 관찰이나 개입만 가능했던 PT기계와는 전혀 다른 부작용이 있어서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시공간이 뒤틀리는 무시무시한 전투가 벌어진다...

오래전에 읽었었던 쓰쓰이 야스타카의 SF물(응?)입니다. 구입하고 읽은지는 몇년 되지만 LINK님의 블로그에서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을 콘 사토시 감독이 진행한다는 뉴스를 보고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구입 당시에는 쓰쓰이 야스타카가가 추리작가인줄 알고 샀는데 읽다 보니 전혀 다른 쟝르 문학이라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내용은 위에 요약해 놓긴 했지만 영화 "The Cell"과 상당히 유사하죠? 여자가 주인공으로 꿈 속을 들어가서 실질적으로 꿈의 내용에 개입한다는 것과 꿈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재는 똑같습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 "꿈에서 깬다"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물론 이 책은 90년대 초반에 나왔으니 이쪽이 원작이라 보여지네요. 미국에서 베꼈는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기발한 아이디어 외에도 실질적으로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꿈"의 해석을 진행하는 파프리카의 이야기 역시 실제로 많은 조사를 한 덕분인지 설득력이 넘치고요. 덕분에 연구소의 암투와 정신병을 감염시키는 등의 간 세이지로 일당에 맞서는 파프리카의 활약이 잘 맞물리는 중반부까지는 굉장히 흡입력있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영화보다 한발 더 앞서나가 꿈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까지 나아가서 스케일 자체가 훨씬 커지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처음에는 꿈과 현실을 뒤섞는 수준이었으나 기계의 효과가 극대화대고 주변 인물들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종국에는 현실세계에 마수가 등장하여 사람들을 쳐부수는 만화같은 전개까지 진행되니 맥이 다 빠지더라고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악마의 부하들이 도쿄에서 난동을 부리는 이야기는 설득력을 떠나 피식하게 만드는 수준밖에 안되고요. 연구소 소장자리를 놓고 지옥이 열리기까지 하다니.. 연구소 소장이 얼마나 땡보직이길래...

작가가 생각한 것은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았던 것 같은데 이야기 안에서 파프리카의 꿈탐정 치료부분이나 정신병을 감염시키기 위한 악몽의 투사 같은 부분을 더 끄집어내어 스케일은 좀 줄이더라도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잘 조율하여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참 아쉽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콘 사토시 감독이 영상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뭐 외려 영상화하기에 적합하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 작품에서는 "꿈"의 세계를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감독의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환상과 현실이 조합되는 장면이나 순간적으로 장면이 뒤바뀌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연출이 딱 맞는 것이 바로 "꿈"의 세계이기 때문이겠죠. 영상물에서는 여러가지 꿈의 비쥬얼을 극대화시켜 선사해 주길 기원합니다. 특히 거대한 일본 인형이 공간을 찢고 등장한다는 히무로의 악몽은 묘사가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어처구니 없는 후반부의 괴수 대전쟁으로 가면 안될테고요.

책은 94년에 이런저런 쟝르문학을 꽤 출간해 주었던 영림카디널에서 나왔는데 현재는 절판된 책입니다. 그래도 영화가 잘 되면 국내에 재 출간될지도 모르겠네요. 뭐 구입을 권할 책은 아니지만 관심있으시면 한번 구해보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디자이너의 문화 읽기 - 스티븐 헬러, 마리 피나모어 엮음 / 장미경

디자이너의 문화 읽기
스티븐 헬러, 마리 피나모어 엮음. 장미경 옮김/시지락


유명한 그래픽 디자인 저널인 "AIGA"에 실렸던 다양한 글들을 주제별로 엮은 책입니다.

목차는
  • 디자인의 차용
  • 미디어의 이해
  • 정체성과 도상
  • 예술과 기술
  • 모던과 기타 사조들
  • 디자인 교육
  • 미래의 충격
  • 사실과 인위
  • 사랑, 돈, 권력
  • 공공작업
입니다.

짧은 글들을 위 목차대로, 주제별로 모아놓았는데 전문적인 글을 비롯하여 유명 작가와의 인터뷰, 가벼운 신변잡기 스타일의 글까지 엄선(?)하여 수록되어 있습니다. 좀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전문적인 글들도 있지만 워낙 글들이 짧기에 충분히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400여페이지가 넘는 분량안에서 워낙 다양한 주제들이 등장하기에 디자이너나 디자인에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흥미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겠죠.

디자인쪽으로만 본다면 아무래도 프린트 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자이너들이 많다보니 생각외로 폰트와 타이포, 편집에 관한 글들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앞부분의 C.I 쪽 글들이 훨씬 관심가는 분야이기 때문인지 뒷부분보다 재미있고 마음에 들더군요. 폰트 디자인은 아무래도 영어권 폰트 (헬베티카, 가라몬드, 유니버스 등...) 쪽 이야기만 나오고 그쪽 역사만 나오다 보니 왠지 와 닿지도 않았고 이슈가 되기에도 부족해 보였습니다.

폰트의 예를 들었지만 전반적인 글들의 내용이 전부 미국쪽에 치중된 것과 다양한 도판이 수록되지 못하여 글 안의 이미지들이 잘 전달되지 않는 점, 그리고 90년대 중후반에 출간된 탓에 현재의 데스크탑에서 이루어지는 디자인 환경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단점도 있지만 외려 당시에 컴퓨터의 진화에 따라 달라지는 디자인 환경을 고민하여 적었던 글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측면도 있었던 것은 의외의 수확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일반인들도 쉽게 디자인 작품을 원하는 디자이너 스타일로 만들 수 있게 해 준다는 가상의 "디자이너 프로그램"에 대한 짧은 글은 정말 굿 아이디어! 라고 생각되거든요. 물론 디자이너에게는 재앙이겠지만...

하여간 두꺼워도 재미있고 유익한 독서였다 생각합니다. 특히 저에게는 맨 앞의 "디자인의 차용"과 "정체성과 도상" 부분이 가장 유익했던 것 같네요. 전문가나 디자인에 평균이상의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나 눈길을 줄만한 책이라 이런 책이 국내에 출간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지만 계속 독자들이 구입해 줘야 비슷한 서적들이 꾸준히 출간될 수 있겠죠? 출판사의 건투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06/07/28

스트라이크 살인 (Strike Three You're Dead) - 리차드 로젠 / 김갑수 : 별점 3점

역사학위를 가지고 있어서 "교수"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프로비덴스 쥬엘즈 소속 메이저리거 중견수 허베이 브리스버그는 30이 넘은 나이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신생 약체팀으로 트레이드되었지만 오히려 생애 첫 3할 타율을 노리고 분투한다. 쥬엘즈도 모처럼 동부지구에서 중위권 성적을 올리고 있는 중. 그러나 허베이의 원정 룸메이트이자 팀의 중간계투 투수인 루디 파스가 선수 휴게실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팀 내부의 화합이 완전히 붕괴되어 팀의 성적은 추락을 거듭하게 된다.

허베이는 루디와의 우정, 애인인 미키 스레이빈과의 묘한 관계 때문에 사건의 진상을 개인적으로 쫓게 되며 그 와중에 갱의 끄나풀인 로니 마테오라는 인물에게 협박받고 신문 기자에게 무심코 한 발언으로 팀에서도 미움받는 존재로 전락한다. 그러나 팀의 마지막 경기가 열리기 전날, 허베이는 중대한 사실을 깨닫고 결국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는데...

이글루를 통해 알게된 지인이신 석원님에게 선물받은 귀중한 책입니다. 그동안 구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랬죠. 원제를 보고 "삼구삼진 살인사건"이 제목으로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내용에 제목의 대사가 등장하더군요.^^

줄거리 요약처럼 메이저리그를 무대로 한 추리소설이라 야구도 좋아하고 추리물도 좋아하는 저같은 독자에게 꼭 맞는 맞춤형 책입니다. 또 단순히 야구장을 무대로하여 선수가 주인공인 설정만이 아니라 야구 경기의 한 요소가 중요한 동기로 설정되어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대단한 트릭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고 여러개의 복선이 겹쳐져있기 때문에 추리적으로도 산뜻한 느낌을 주고요.
그 외에도 주인공의 소속팀인 프로비덴스 쥬엘즈는 가공의 팀이지만 양키즈, 레드삭스, 메츠 등 실제 팀과의 경기 과정도 그리고 있는데 디테일이나 여러 묘사에서 저자가 정말 야구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괜찮았어요.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 팬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쥬엘즈 팀 메이트들이 대부분 "바보"로 묘사되는 부분은 너무 일반론적인 시각이 아니었나 싶고 (사실일 가능성도 높지만) 조금은 지나쳐 보이는 통속성,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마지막 보비 와그너의 "1안타" 완봉승과 결정적 아웃을 허베이가 처리한다는 이야기같은 헐리우드식 통속성이 작품 전체에 진하게 녹아들어 있는 부분은 좀 거슬리더군요.
무엇보다도 루디가 행한 것과 같은 중간계투로서 선발의 승을 날려먹는 행위는 야구 매니아라면 국내에서도 누구나 체크하는 사항이기에 이야기안에서는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요런 부분에서 독자에게 서비스하는 측면에서라도 쥬엘즈의 시즌 기록표를 부록처럼 실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그리고 번역도 조금 아쉬운데 일어 중역본인 티가 확연합니다. 예를 들면 리그의 상위-하위팀을 나누는 A, B 클래스라는 용어의 사용 같은 것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일어 중역이라도 상관 없다는 쪽이지만 이 책은 번역된 결과 자체가 많이 아니에요. 문체도 거슬리지만 야구 관련 고유 명사들의 일어식 오기가 눈에 많이 뜨이더군요.

그래도 FA 계약과 선수의 심리상태를 이용한 교묘한 사기극이라는 아이디어는 높이 사고 싶고 워낙 재미있어서 후딱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와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최근의 경향인 탐정을 색다르게 꾸며서 어필하려는 것들 보다는 이런 다양한 소재와 설정을 이용한 작품이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다시한번 책을 증여해 주신 석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6/07/27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짧은 평가

 1. Q.E.D Vol 24 :

언제나처럼 두개의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독자를 즐겁게 해 줍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작은 오해를 풀어내는 작은 사건으로 제가 좋아하는 주제죠. 대단한 트릭은 없지만 아주 약간의 암호(?) 트릭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내용 보다도 "타이거 & 드래곤" 같은 만담가(?)가 등장하는 전개가 독특해서 재미있더군요. 두번째 에피소드는 1인칭 시점의 범죄물로 심리를 이용한 트릭입니다. 평이한 수준이지만 기본 재미는 전해 주는 에피소드.

2. 곤충 감식관 파브르 Vol 1 :
C.S.I 영향인가요? 이제 이런 작품도 나오네요. 제목 그대로 경찰 감식관이 주인공, 이 주인공이 곤충을 엄~청 좋아하는 전문가라는 설정이죠. 하지만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고 너무 감동과 사랑이 넘쳐나는 이야기들이라 거북하더군요. 추리물다운 에피소드도 별로 없고 순전히 법의학적인 단서에 의존하고 있어서 너무 교과서적으로 그리지 않았나 싶더군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작품인데 저는 다음권은 살 생각이 없습니다...

3. 범죄교섭인 Vol 1 ~ 5 :
음... 범죄교섭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인데 초반의 짤막짤막한 에피소드 전개는 그런대로 볼 만 합니다. 그런데 4~5권의 장편 에피소드는 완전 꽝입니다. 그다지 범죄 교섭에 관한 내용도 나오지 않고요. 한마디로, 교섭인 만화지만 "용오"에는 훠얼씬 미치지 못하는 작품.

4. 사신탐정과 우울온천 :
사신의 일본어 발음과 비슷한 이름을 가져 사신탐정이라 불리우는 시시가마가 주인공인 단편 옴니버스 작품입니다. 추리물적인 요소는 엔간히 갖추고는 있지만 트릭은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두개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는데 첫번째 에피소드는 그냥 저냥, 그러나 두번째 에피소드는 추리물보다는 호러에 가까운 수준이라 전체적으로 추리 만화를 원한다면 좋은 초이스는 아니라 보여집니다. 뭐 만화 그 자체로는 재미있는 편이긴 합니다.

총평 :
추리만화가 많이 나오고 있기는 한데 요새는 영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네요. 구관이 명관이라고 보던거나 계속 보는게 낫겠습니다. 코난이나 빨리 나와주삼

2006/07/24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 - 오일우 / 오수현 : 별점 3.5점

 괜찮은 추리소설들을 많이 내 놓았던 출판사 모음사에서 출간되었던 오래된 단편선. 동호회나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책이기는 하지만 구하기가 힘든 책 중 하나였는데 용산역 지하 서점에서 우연히 구하게 되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표제작은 예전에 정태원선생님이 편집한 다른 앤솔러지에서 이미 읽은 것이지만 이외의 2작품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은 제가 처음 읽은 작품들이라 더욱 그러했죠.


책은 국내 번역가 2명이 읽은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7페이지 정도의 짧은" "재미있는" "한 작가당 한편씩" "다양한 내용으로" 라는 기준으로 선정한 앤솔로지입니다. 아시모프의 "미스테리 환상여행", 그리고 퀸의 "미니 미스테리"와 유사한 기획인데 이 두 앤솔로지와 비교해 볼 때 수록된 작품의 수도 적지만 작품의 질이나 쟝르의 풍부함, 이색적 측면에서 외려 이 국내 편저 앤솔로지가 저는 더 나은 것 같군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무엇보다도 편저자들 말대로 다른 앤솔로지나 단편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가들을 제외한 것입니다. 작가들이 얼마나 다양하냐 하면 심지어 "작자미상"인 단편도 있으니까요. 그동안 엄청나게 발매된 이런저런 앤솔로지들은 편저자들이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중복 선정되는 작품들이 많아서 불만스러웠었죠. 예를 들자면 크리스티 여사님의 "야앵장"은 한 10가지 버젼은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앤솔로지에도 물론 퀸과 크리스티 여사님의 작품은 포함되어 있지만 퀸의 단편은 편저자들의 의도에 충실하기 그지없는 작품이고 여사님 작품은 도저히 뺄 수가 없어서 한편 넣었다는 편저자들 이야기가 이해가 되는 작가이니 만큼 용서할 수 있습니다. (단 그 작품이 "이중단서"라는 것은 좀 이해 불능이지만... 편저자들이 포와로 팬이었나?)
또 워낙 한편 한편의 내용이 짧아서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며 수록 작품의 쟝르도 광범위하여 정통 추리물을 비롯하여 유머스러운 작품이나 스릴러, 약간 호러 취향까지 다양한 쟝르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38편이라는 많은 작품이 실려있는 탓에 개개의 요약은 불가능하지만 개인적인 추천작만 소개한다면 일단 표제작. 저자의 "...을 읽은 사나이" 라는 시리즈 중 한편으로 알고 있는데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위에 나온 다른 앤솔로지에도 수록된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죠. 딕슨 카 매니아인 한 청년이 유산을 노리고 완벽한 밀실살인을 계획하여 실행에 옮기지만 마지막에 실패하는 내용으로 뭔가 유머러스 하면서도 홀딱깨는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선량한 사기극의 일종인 페렌츠 모나르라는 작가의 "최선책", W.하이덴펠트의 작품으로 전쟁을 소재로 한 회고담으로 시작되지만 나중에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암호(?) 트릭이 등장하며 끝나는 "달빛". 제임스 굴드 커즌스의 사기극과 반전을 다룬 "목사의 오명", 역시 멋진 사기극의 일종이자 유머스러운 결말을 지닌 찰스 G 노리스가 쓴 "존 로시터의 아내" 를 꼽고 싶네요. 이외에도 조르주 심농의 "석장의 렘브란트" 역시 괜찮지만 다른 곳에도 실려 있는 작품이니 패스합니다. 적고 보니 제가 가벼운 사기극 취향인것 같기도 하군요.

물론 너무 짧은 길이 안에서 반전을 노리다 보니 좀 뻔한 것도 있고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반전도 있어서 식상한 작품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수준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며 번역도 깔끔한 수준이고 읽기 편한 책이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저같은 추리 단편 매니아라면 어떤 분이든 좋아하실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저작권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많은 책으로 보이기에 이제와서 다시 출간되는 것을 바라기는 좀 힘들것으로 보이지만 다행히 전 구했으니...푸훗!

덧붙이자면, 출판년도를 보니 1992년 책인데 당시 가격이 4000원이라는 것도 놀랍습니다. 당시 책이나 좀 많이 사둘걸....

2006/07/21

고양이는 알고 있다 - 니키 에츠코 : 별점 2.5점

고양이는 알고 있다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시공사

식물학도인 유타로와 피아노를 전공하는 그의 여동생 에쓰코는 생활이 어렵던 차에 싼 가격에 입주할 수 있는 병원 2층 입원실의 방 한칸에 이주하게 된다. 그런데 그들이 이사하자마자 의사의 장모와 입원 환자 한명이 실종되고 곧바로 장모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남다른 추리력을 지닌 남매는 사건에 뛰어들어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지만 유력한 단서를 쥐고 있던 병원 간호사마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녀는 죽기전에 "고양이가..."라는 말을 남기는데...

참 간만에 읽은 추리 소설입니다. 이 작가 장편은 국내 초역이죠. 이 작품은 "에도가와 란포상"의 3번째 수상 작품 (소설로는 첫 수상)으로, 전에 소개한 적이 있었던 "에도가와 란보상 수상작가 걸작선"이라는 앤솔로지에 실려있던 작가의 단편 2편이 꽤 괜찮았었고 특히나 "빨간 고양이"라는 작품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기대가 컸었습니다. 예전부터 계속 읽고 싶던 차에 큰맘먹고 여름 맞이용으로 알라딘에서 지른 책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읽고나니 괜찮지만은 않네요. 두꺼운 편임에도 쉽게쉽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재미는 충분히 전해주고 장점도 많은 책이긴 해서 그냥 평가 절하하기에는 난감하긴 하지만요.

장점부터 나열해 본다면 제일 먼저 들고 싶은 것이, 굉장히 읽기가 편한 책입니다. 추리 소설이고 3명이나 죽어나가는 끔찍한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작품의 분위기가 굉장히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거든요. 동화작가이기도 한 작가의 이력 때문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참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리소설 재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인공 컴비가 괜찮습니다. 유타로 - 에쓰코 남매로 이루어진 일종의 커플 탐정으로 유타로에게 탐정역이 집중되어 있지만 특유의 기동력(?)과 관찰력,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데 일조하는 에쓰코 역시 귀엽더라고요. 굉장히 독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격묘사나 설정이 치밀해서 충분히 시리즈 캐릭터로 지속될만한 매력은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생각됩니다. (책 뒤 해설을 보니 시리즈 캐릭터로 단편선이 있다는데 이 단편선도 상당히 궁금해지더군요)
추리적 요소도 화려하여 1950년대 발표된 추리소설답게 당시 전성기였던 영국 미스터리, 그 중에서도 크리스티 여사의 영향을 짙게 받은 듯한 정통 퍼즐 미스터리로서 살인사건 3건에 미수 1건, 작은 절도 사건까지 내용에 등장하며 인간 소실 - 밀실 살인 - 알리바이 깨기 - 다이잉 메시지 해독 - 사체 은닉 등 다양한 트릭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제일 큰 단점은 "트릭이 후지다!" 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겠네요. 위에 나온 인간 소실 트릭은 범행 장소 조사를 통해 곧바로 밝혀지는 허무한 수준이었고 밀실 살인과 다이잉 메시지 해독, 사체 은닉은 지나치게 트릭에 의존하여 설득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리바이 깨기 트릭은 괜찮긴 한데 지금 읽기에는 좀 낡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제일 중요한 다이잉 메시지와 그에 따르는 복합적인 트릭은 뭔가 문제가 있어보이는, 운에 의지하는 트릭이라 생각되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코브라 독" 이라니.... 비약이 너무 심하잖아요?
그리고 구성도 어설퍼요. 아마츄어가 쓴 첫 장편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이런 류의 작품은 등장인물 중 한사람이 범인일게 뻔하므로 교묘한 구성이 반드시 필요한데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의심스러워 보이도록 하는 장치를 도입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지루한 면이 느껴졌으며 작가 스스로 밝혔듯이 범인을 어떻게 보면 즉흥적(?)으로 써내려간 탓에 범인의 정체를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범행 동기도 덧붙인 느낌이 강한,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굉장히 애매한 이유로 보였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명망있는 추리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고 작가적 명성이 높은 작가라 기대치가 높았는데 역시 작가의 첫 장편인 티가 확 난다고나 할까요.
전후 일본 추리 소설의 대중화에 공헌하기도 한 히트작이고 여러 일본 추리관련 추천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작품이지지만 확실히 시대가 많이 변한 느낌입니다. 고즈넉하고 다정다감한, 왠지 느릿느릿한 정서는 포근하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크게 와 닿는 것이 없더군요. 아무래도 역사적 의미가 더 큰 책으로 완독했다는데에 만족해야 할 것 같네요.

아울러 책을 읽고나니 감상과는 별개로 우리나라도 이런 추리 문학상이 많아졌으면 하는 부러움이 생깁니다. "김래성 추리 문학상"이 있었지만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고 "미스코리아 살인사건" 같은 희대의 쓰레기가 상을 받아서 상의 권위가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물론 다른 작품들은 괜찮았지만.

PS : 그래도 시공사에서 나온 책으로 책의 장정이나 여러 해설들이 상당히 좋아서 책 자체는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일본의 크리스티라 불리운다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분위기는 크리스티가 아닌 크레이그 라이스의 "스위트 홈 살인사건"과 유사한 분위기라 생각되어 아동용 추리 소설이 더 맞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 뒤 해설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많이 썼더라고요. 이런 다양한 책들이 해설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많이 출판되면 좋겠습니다.

2006/07/19

삼국지10에 빠져버렸습니다


왠 늦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생각없이 연휴때 잡았다가 헤어나질 못하고 있네요...

삼국지 시리즈는 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인터페이스도 쉽고 게임을 참 재미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장수 게임의 면모를 잘 보여준달까요?

어쨌건 현재 제가 플레이하고 있는 것은 서량태수 마등! 삼국지 책을 읽었을때부터 좋아한 멋진 사나이라 주저없이 선택해서 현재까지 20시간은 넘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쪽 동네도 굉장히 암울하네요. 마등 본인도 그렇지만 부하들도 지력쪽이 너무 떨어져서 작전같은것을 쓰기가 까다로울 뿐더러 성들도 거리가 꽤 되는 편이라 세력 확장이 쉽지도 않고, 바로 옆에 동탁이 버티고 있어서 나가지도 못하다가 나가볼까 하니 조조가 중원을 장악한 형국이라 어쩔줄 모르고 있습니다. 마초 하나 믿고 버티고 있는데 두고 봐야 겠습니다. 정 안되면 원소로 한번 해 보려고요.

그래도 너무너무 재미있네요. 역사 시뮬레이션이라기 보다는 육성게임에 가까운 것 같은데 어쨌건 대 만족입니다. 인공지능이 너무 떨어져서 전투가 재미 없다는 고수분들도 많은데 저는 아직 충분히 즐길만 하더군요. 위에 쓴 대로 별다른 계략을 쓸만한 장수가 없어서 더욱 그렇긴 하지만요.

"신장의 야망" 시리즈도 꼭 해 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혹 하신 분들이 있을까봐 공개 질문 드립니다. 네이버 등을 아무리 찾아봐도 제가 원하는 답이 없어서^^

Q : 특정한 위치에서만 생산하거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병사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보병을 중보병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싶을때 경험치가 쌓은 보병은 내가 통치하는 곳에 있고 중보병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곳은 다른 성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제일 좋을까요? 태수 임명해서 그 군대를 보내면 태수는 암것도 안해서 그 성에서 높은 레벨 병사들이 퍼져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통치를 바꿔서 그 도시로 가서 업그레이드 하자니 현재 머무는 도시가 공격받을까봐 불안하고....

2006/07/15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 (전 18권) - 키타자키 타쿠 : 별점 2점

스피드 걸이라는 만화로 조금 알려진 키타자키 타쿠의 정통(?) 추리 만화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추리만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자면, 추리만화는 그동안 많이 있었고, 특히 추리강국 일본에서야 데즈카 오사무가 초기부터 쟝르물을 시도했을 정도로 그 저변이 깊고 넓지만 요새와 같이 하나의 "쟝르"로서 정의되고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온 것은 아무래도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 (소년탐정 김전일)" 대박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이후에 나온 이른바 "시리즈" 작품만 해도 한두개가 아니며 그 중에서도 "긴다이치 하지메" 처럼 누구누구의 후손이 활약한다는 이야기만 해도 제가 본 것만 두세개는 넘죠. 하지만 이러한 시리즈는 유행에 편승했을 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캐릭터나 추리적인 분위기만 유사하게 잡았을 뿐 추리물의 기본이 되는 "트릭"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긴다이치 소년이 추리만화 쟝르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다른 작품들이 유행에 편승할 뿐 인기 등에 있어서 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쟝르가 활성화 되는데 공헌한 것은 "명탐정 코난"입니다. 조금 낮은 연령 취향의 설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정교한 트릭을 선보이며 정통 추리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며 긴다이치 소년과 추리만화의 양대산맥을 이루게되죠. 긴다이치와 코난의 성공과 "학원 추리물"이라는 쟝르물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으로 이후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정해진 시리즈물로서의 공식을 잘 따라 트릭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쟝르로 인정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의 작품들로 준척급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작품은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나 "탐정학원 Q", "Q.E.D" 등이 있겠네요.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지금 소개할 이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도 이러한 "추리물"이라는 추리 쟝르물의 공식과 "시리즈물"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일단 시리즈를 끌고가는 탐정 캐릭터의 독특함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3인조 아이돌 그룹 "TriColore"의 멤버인 시라세 아키라거든요. 여자라는 점과 아이돌이라는 신분이 타 추리물 탐정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죠. 또 주인공의 라이벌로 "괴도 리스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 역시 공식에 충실한 부분으로 김전일의 괴도신사나 코난의 괴도 키드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시리즈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작품 전체를 꽤뚫는 악역인, 김전일의 요이치나 코난의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에 대응하는 연쇄살인마 "산타클로스"의 존재마저도 공식대로고 말이죠.
또한 옴니버스 시리즈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TriColore"가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큰 기둥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서 단편물로서만이 아니라 긴 호흡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 역시 공식대로입니다.
그 외에도 고교생인 아키라의 학교 생활이나 청춘물 같은 사랑 이야기, 협력자 격인 경찰, 여러 다양한 친구들 등 친숙한 설정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요.

그러나 이러한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고 다 좋은 추리만화가 되는 것은 아니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러한 공식보다는 "트릭"이 추리만화라는 쟝르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이 만화는 유감스럽게도! 정통 추리물에 걸맞는 멋진 트릭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동기나 배경 설명 등은 꽤 그럴싸하지만 본격적인 트릭 부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맥이 빠질 정도로 어이가 없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과학적 트릭, 공간이동 트릭, 밀실 살인 트릭 등 거의 모든 추리적 트릭이 등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트릭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간단한 사건들의 소박한 트릭이 더욱 와 닿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작가가 굉장한 트릭을 구상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장면이 눈에 선하긴 한데 원체 트릭들이 한심한지라....

또 트릭이 별볼일 없는 데 비해 이야기가 너무 장황한 것은 작가 스스로도 그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일텐데 외려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시라세 아키라의 아버지가 고고학자라는 설정 이라던가 다른 멤버인 리나, 카나코의 가족 이야기들은 군더더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시라세 아키라가 학교에서는 정체(?)를 숨기고 히유가 아키라라는 본명으로 안경하나 끼고 다니면서 정체를 숨긴다는 슈퍼맨같은 변장 설정 역시 사족에 불과하고요. 그 외에도 후반부로 가면 그림쪽은 확실히 좋아지긴 하지만 전작에 비해 뭔가 무뎌진 듯한 뎃셍 등 그림에서의 문제도 눈에 많이 띄는 것, 노출이나 므흣(?)한 장면들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추리할 때에는 찬물을 머리에 끼얹고 추리하는 아이돌 시라세 아키라라는 존재만으로도 인기 시리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긴 했습니다. 추리물을 제외한 부분은 여러 인물들의 애정 관계나 인물 설정, 그리고 아이돌에 관한 여러 디테일 등으로 비록 뻔하지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주요 멤버인 카나코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는 것으로 하여 그룹의 멤버 체인지를 한다던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이 바뀐다던가 하는 디테일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러한 재미때문에 18여권에 이르는 꽤 긴 시리즈로 연재된 것 같지만 위에서 설명한 추리만화로서 가지고 있는 결정적 약점, 즉 트릭이 후지다!는 것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인기가 없는 것을 떠나 다른 어디서도 관련 글을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마이너 만화이지만 추리 매니아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얼마전 완결편까지 전권 구입에 성공한 기념으로 리뷰를 남깁니다. 차라리 절판된다면 책의 가치가 본의 아니게 올라갈지도 모르겠군요. 

시노비 (忍: Shinobi, 2005) - 시모야마 텐

코가와 이가 닌자 가문은 400여년의 세월동안 대립한 앙숙 가문. 전국시대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자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닌자 가문의 기술과 힘을 두려워 한 끝에 두 가문의 대립을 이용하여 그들을 섬멸할 계략을 세우고 두 가문의 결투를 지시한다.

하지만 코가의 후계자 겐노스케와 이가의 후계자 오보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이 결투의 이유를 알 수 없던 겐노스케는 쇼군을 만나기 위해 떠나지만 뒤를 쫓는 이가 닌자들과 사투를 벌이게 되고 결국 겐노스케와 오보로 둘만 살아남아 최후의 대결을 벌이는데...

작년에 개봉해서 일본에서도 짭짤한 히트를 기록한 닌자 액션영화입니다. 원작은 소설이라지만 보지는 못했고 대신에 만화 버젼인 "바실리스크 - 코우가 인법첩"은 예전에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알맹이야 뻔한 이야기이지만 인법의 대결이 잘 묘사되어 있고 인법 대결에서도 "한번 들통난 인법은 무용지물" 이라는 요소가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겐노스케의 인법이 사상 최강의 인법이라는 것, 그러나 별볼일 없어 보이는 오보로의 인법이 겐노스케의 인법을 파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었거든요. 영화도 만화의 기본 설정 및 도입 부분은 각색은 약간 있었지만 충실히 따라가고 있기에 초반에는 그런대로 만화에 충실하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결과적으로는 초반 도입부 이후부터 각색이 엄청나게 심해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실제 두 조직의 항쟁에 참여하는 닌자의 수가 반으로 줄어 10:10의 승부가 5:5의 승부가 되어 버린 것과 각 닌자들의 독특한 인술들도 영화에 적합하게끔 변형시킨 것입니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수성과 아무래도 상영시간에 맞추어 내용을 삭감한 측면이 많겠지만 만화의 설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었던 "인법과 인법의 대결"이라는 요소가 대폭 줄어들고 초반 대결에서 이미 2명씩 죽어버려 바로 3:3, 그리고 바로 2:2 구도로 전개되는 과정이 너무 짧아 극의 긴장감이 확 떨어져서 외려 마이너스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닌자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기본 이야기를 닌자들의 운명이라는 주제로 바꾸어 전개시킨 영화의 스토리는 명백히 실패작이라 생각됩니다. 극적인 긴장감도 거의 없고 마지막 오보로가 장군에게 읍소하는 장면은 설득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뻔하면서도 허무맹랑한 결말이 되어버렸거든요. 두명의 인법도 만화와는 전혀 다르게 묘사한 것 역시 이야기를 많이 흐리고 있고요.

그 외에도 몇가지 지적하자면 원작에서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실질적인 악역인 "야쿠시지 텐젠" 이라는 캐릭터를 닌자, 즉 시노비의 운명과 괘를 같이하는 인물로 변형시키고 비중도 대폭 줄여버린 것도 명백한 실수라 생각되며 배우들이나 연기도 미흡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청순하면서도 순진한, 아무것도 모르지만 지니고 있는 막대한 능력과 신분때문에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오보로" 역을 소화하기에는 나카마 유키에라는 배우는 전혀 어울리지 않더군요.

이런 점을 놓고 본다면 만화를 재미있게 감상한 저로서는 썩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각색이 많고 스토리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영화만의 스토리로도 개연성은 충분히 잘 살리고 있긴 하며. 몇몇 인술 액션 장면은 공들여 만든 티가 팍팍 날 정도로 비쥬얼이 괜찮은 것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야샤마루의 채찍(?) 액션과 주인공 겐노스케의 사이보그 009같은 가속 액션은 굉장히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영화만 놓고 본다면 그냥저냥 볼만한 수준이랄까요? 추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2006/07/12

C.S.I 시즌 5 episode 24, 25 생매장

C.S.I 도 시즌 1 당시에는 한편도 빼놓지 않고 다 봤지만 어느새 좀 시들해 져 버려 안본지가 꽤 되었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직접 감독한 에피소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얼마전의 C.S.I Day도 인상적이었기에 구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TV 시리즈임에도 Special 버젼 답게 두편이 연결되어 있어서 100여분 정도 되는 긴 호흡의 작품입니다. 내용은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납치된 닉을 구하기 위한 시간제한이 있는 C.S.I 대원들의 사투...라는 비교적 간단한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지만 생매장된 닉을 웹캠으로 실황중계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극의 긴박감을 엄청나게 높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생매장에서 끝나지 않는 여러가지 설정들, 예를 들면 범인이 만든 생매장 관의 장치들 (불이 꺼져야 환풍기가 돌아간다는 등)의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고 또한 시간제한이 있으면서도 시간대 별로 위험도가 가중되는 관의 상황 (1단계 : 공기부족 >> 2단계 : 관에 금이 가고 흙이 들어오기 시작 >> 3단계 : 개미 습격) 도 표현이 일품이라 드라마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켜 주고 있습니다.

C.S.I에 걸맞게 과학과 법의학적인 측면에서도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수준의 전개를 보여주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닉이 묻혀있는 장소를 찾는 단서가 되는 "불개미"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그리섬 반장이 놀고만 있는줄 알았는데 역시 고수는 다르달까요? 하지만 불개미 이외에는 뾰족한 단서다운 단서가 없어서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솔직히 범인의 복수 방법에 대한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왜 C.S.I 요원을 노리는 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배경이 완벽히 드러나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감사합니다"님의 덧글이 있어서 조금 보충한다면, 제가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그리섬 반장의 요원들이 타겟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치 않았던 부분이었습니다. 불특정 C.S.I 요원을 노린 범죄라고 하기에는 너무 치밀하기에 이왕이면 해당 요원이 누구인지 좀 드러나는 전개가 낫지 않았을까 싶었던 부분이죠) 덧붙이자면 C.S.I 요원들의 활약도 미미한 편인데, 액션이 화려해야 할 필요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감독이 타란티노이기에 약간은 기대했었거든요. 그리섬 반장마저도 오로지 생중계화면에서 단서를 잡을 뿐이었고 다른 대원들도 너무 머리(?)만 쓰려고 하는 탓인지 발로 뛰는 모습은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라 한두명 정도는 좀 몸으로 때우는 것이 스페셜 에피소드에 걸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묻혀있는 장소가 초반에 특정 가능한 복선아닌 복선이 있기에 실제로 범인의 딸이 그 장소를 알고 있는 것 처럼 마지막 장면을 처리하였으면 더 여운이 남지 않았을까요? 뭐 제 생각일 뿐이지만.

그래도 흥미와 재미, 몰입감 측면에서는 명불허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에피소드였다 생각합니다. 지금 들은 생각인데 여름 휴가용으로 아껴 놓을 걸 그랬네요...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여름 휴가에는 못 본 과거 시즌을 다시 처음부터 돌려봐야겠습니다.

PS : 생매장된 폐쇄적 상황과 권총이라는 조합은 우리나라 영화 "주홍글씨"의 마지막 부분을 연상케 했습니다. 어느 작품이 먼저 발표되었는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하겠지만 폐쇄적 상황에서의 심리적 긴장감을 표현하는 것 하나만은 "주홍글씨"가 훨씬 성공한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2006/07/09

퀴즈 [QUIZ] (2000)

영어강사인 다카노 마이는 어느날 한통의 메일을 받는다.

제목: 퀴즈입니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
힌트: 이미 없어졌습니다.


그 순간 그녀가 떠올린 것은 초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 쇼가 아직도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학교나 친구들에게도 연락해보지만 아들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고 그 후 또 한 통의, 정체불명의 메일이 도착한다.

‘아들을 데리고 있다. 경찰에게는 알려선 안 된다.
퀴즈: 경찰에게 알리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
힌트: 도레미파솔라…시(시는 일본어로 죽음) 죽음?!!!


다카노 마이는 경찰에 신고하고 경시청의 유괴 전담반인 SIT의 키리코 카오루가 사건 수사 지휘본부에 투입된다. 수사 지휘자인 오자와 형사과장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도 범인의 감시카메라를 피해 다카노가에 잠입에 성공한 형사 시라스나와의 협력 수사로 범인의 퀴즈를 하나씩 해독해 나가며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데...


2000년에 방영되었던 일본 드라마 "퀴즈"입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극의 흡입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네요. 이틀만에 다 볼 정도로 재미있는 드라마였습니다.

일단 유괴범이 "퀴즈"를 보내고 경찰과 두뇌게임을 펼친다는 전개는 비스무레한 작품이 많이 있어왔기 때문에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은 소재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는 퀴즈 자체, 즉 일종의 퍼즐 트릭을 시청자가 몰입하면서 볼 수 있는 수준의 문제들로 선별하여 꽤 재미있게, 그리고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다른 복잡한 심리 스릴러 극과 다른 느낌과 함께 상당한 몰입감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스토리도 단순한 유괴극으로 끝나지 않고 2중, 3중으로 교묘하게 포장하며 이러한 요소를 디테일하게 설명하기 위한 복선 역시 많이 가져가고 있어서 극의 긴박감이 잘 살아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범인이 6억엔을 요구하여 도주하는 장면은 정말 머리를 많이 썼구나 싶을 정도로 잘 짜여진 트릭으로 생각하며 이 도주극에서 주인공 키리코 카오루의 또다른 함정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거기에 결말부분의 반전이 유명하던데 저에게도 놀라운 반전이었습니다! 솔직히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요. 물론 이 반전 역시 쌩뚱맞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고 반전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드라마 전체적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는 것 역시 각본진의 노고가 느껴질 정도로 잘 짜여져 있다고 할 수 있고요.

또한 제작진이 "케이조쿠"의 제작진 그대로라고 하는데 케이조쿠에서 인상깊었던 몽환적인 화면이나 순간순간의 교묘한 이미지 편집, 절묘한 음악과 화면의 조화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여러 장면들, 그리고 드라마의 미술적 감각은 지금 보아도 전혀 유치하지가 않더군요. 뭐 너무 이미지 과잉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지만 비쥬얼 적으로는 만족할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 드라마에서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인 배우들의 오버가 이 작품에서는 심하지 않아서 더욱 좋았습니다. 주인공 키리코 카오루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설정은 분명 만화적인 것이고 심리가 극도로 불안하여 환영을 보는 전개는 불필요하다 생각하지만 자이젠 나오미라는 배우는 그 만화적인 설정을 커버해 줄 정도의 연기력은 충분히 보여주었고 무엇보다도 남자 주인공격인 시라스나가 굉장히 현실적인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마음에 드네요. 또한 트릭의 개그형사 야베역의 배우가 맡은 오자와 형사반장의 연기 역시 그간의 이미지를 완전히 깨 주는 멋진 연기와 설정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실감 있는 연기와 더불어 심각한 극의 전개가 설정과 오버가 가득한 그간 일본 드라마의 편견을 많이 불식시켜 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외의 조연도 친숙한 얼굴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만화적인 설정, 즉 키리코 카오루라는 캐릭터의 설정은 솔직히 너무나 불필요한 설정이었기에 아쉬움이 남으며 다카노가를 비롯한 주변 가족들의 일상 및 심리상태 묘사도 좀 오버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11부작인데 요런 부분을 줄였으면 한 6부작 정도로 충분히 끝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진범을 사주한 인물에 대한 설득력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에, 또 이 인물로 인해 반전의 충격이 많이 희석되는 것, 그리고 좀 억지에 가까운 해피엔등은 각본진이 좀 몸을 사린 것 같았습니다. 또 지나치게 공포-충격요법을 전달하기 위해 군더더기 -클로즈업만 되면 눈알을 굴리는 연기를 하는 등- 가 좀 많았던 것도 불만스러웠고요. 아무래도 디테일에서 좀 작위적인 연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괴당한 다카노 쇼 역의 아역배우의 연기는 솔직히 독서낭독회 수준이라서.... (뭐 7살짜리 아역한테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잘못이겠지만요)

뭔가 후속편을 부르는 듯한 여운도 살짝 남기는데 후속편이 없는 것으로 보면 드라마의 인기는 별로였나 보네요. 그래도 몰입력 하나는 대단한, 그리고 여름에 보면 더더욱 좋을 것 같은 서늘한 맛을 잘 전해주는 재미있는 드라마였습니다. 비록 방영한지는 6년이 지났지만 지금 보아도 전혀 유치한 느낌을 주지 않는 내용과 비쥬얼로 포장되어 있으니 휴가철에 하루이틀 몰아서 보면 딱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제가인 "Toy Soldier"도 마티카의 원곡을 번안해서 부르는데 극의 내용(?) 이나 이미지와 잘 부합하고 있고 오랫만에 들으니 더욱 반가왔습니다. 

2006/07/05

시효경찰 (2005)


소부 경찰서 시효과에 근무하는 주인공 키리야마 슈이치로, 그는 취미가 없다는 것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고 시효과에 있는 시효 만료 사건들을 수사하는 것을 취미로 삼기로 결심한다 는 내용의 일본의 금요 나이트 드라마 "시효경찰"입니다. 오다기리 죠와 아소 구미코 주연의 작품으로 총 9화의 짧은 양이라 쉽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에피소드별로 짧게 줄거리를 요약한다면

1편은 키리야마 슈이치로가 시효 만료 사건을 취미로 삼기로 결심하고 처음으로 다루는 사건인 "요리학교 이사장 살인사건"으로 현재 가정 요리의 카리스마라 불리우는 요리 연구가가 용의자인 사건입니다. 출산한 아이의 성장에 대한 괜찮은 트릭이 등장하죠.

2편은 올림픽 대표를 노리던 미녀 자매의 언니를 살해하고 당시 코치가 자살한 사건. 결정적 증거가 밝혀지는 상황이 꽤 드라마틱 합니다.

3편은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던 한 회사의 핵심 사원의 전철 추락 사망 사건. 심리 트릭이 돋보였습니다.

4편은 범죄 드라마의 서스펜스의 여제라 불리우던 여배우의 절벽 추락 사망 사건.

5편은 15년전 남성다움을 앞세워 초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록 가수 혼고 타케시가 "왕게임" 도중 키스를 하다가 사망한 "죽음의 키스 사건". 트릭이 너무 억지스러워서 실망스러웠지만 반전이 있는 설정은 효과적이더군요.

6편은 남편을 죽이고 도망쳐 시효가 얼마 안 남은 "성형수술 살인범"을 잡는 이야기. 트릭은 전무하지만 개그캐릭터 쥬몬지 하야테의 순정(?)을 앞세운 드라마가 강한 에피소드였습니다.

7편은 "헤이세이 3억엔 사건"

8편은 대학에 합격한 직후에 한 여고생이 살해당한 사건. 별다른 트릭이 있다기 보다는 개그가 난무하던 에피소드였습니다.

9편은 최종화로 천재 작곡가 살인사건을 다룬 에피소드.

뭐 이렇게 짧게 요약해 놓고 본다면 분명히 추리 드라마이기는 한데 15년이나 지나 시효가 만료된 사건들을 다루고 있기에 굉장한 트릭 같은 것이 펼쳐지지는 않습니다. 굉장한 트릭이 있었다 할 지라도 15년이 지났기에 단서가 될 만한 것이 거의 남아있지 못할테니.... 그래서인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결정적 요소도 어떻게 보면 다른 각도에서 쳐다본 맹점을 잘 파헤치는 것이라 물리적인 트릭 보다는 사건의 전개와 동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으며 결론 자체를 범인의 증언에 100% 의존하고 있기에 정통 추리물 보다는 드라마에 충실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결정적 단서가 한개 정도는 등장함으로서 추리 매니아의 욕구를 어느정도는 충족시켜 주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오바스러운 연기가 많아서 몰입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주인공 탐정역인 키리야마 슈이치로 정도만 제대로 묘사되고 있지 거의 대부분의 주변 캐릭터들이 개그만을 노린 듯 과장되게 표현되고 있어서 짜증나더군요. 일본 드라마의 단점이라 생각했던 요소인데 만화 원작이 분명하다 생각될 정도로 이 드라마에서는 정도가 너무 과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나라 드라마들의 현실감 있는 연기가 훨씬 낫다고 생각되더군요. 이 작품은 그야말로 "레인보우 로망스" 수준의 연기와 설정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거든요. 

나름대로는 설정이나 전개, 내용면에서 "춤추는 대수사선"을 많이 참고한 듯 한데 재미면에서는 많이 미치지 못하는 드라마였습니다. 또한 정통 추리물의 팬이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솔직히 추리적으로는 제 기대에 미치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쉽게쉽게 스쳐지나가면서 보기에는 좋다고나 할까... 그 이상은 절대 아닌 작품이었습니다.

그래도 홈페이지는 꽤 잘 만든 편이니 한번 둘러 보세요. 보시고 관심이 생기신다면 가볍게 한번 즐겨 보실만 할 것 같네요. 

2006/07/04

살인무도회 (Clue / 1985) - 조나단 린


폭풍우가 몰아치는 뉴 잉글랜드 지방의 외딴 저택에 화이트 부인, 스칼렛 부인, 피코크 부인, 그린 씨, 머스타드 대령, 플럼 교수 라는 가명을 가진 6명의 남녀가 "바디씨"라는 인물에게서 초대를 받고 모이게 된다. 집사 워즈워스의 접대로 모임을 갖게된 자리에서 그들 각각이 남에게 드러나면 곤란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워즈워스에 의해 공표되고 워즈워스가 바디씨의 범행에 종지부를 찍기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나 바디씨는 그들에게 6가지 다른 종류의 흉기를 선물하며 워즈워스를 죽이면 서로 비밀이 들통나지 않고 무사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전등을 끄는데 외려 바디씨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어 연쇄살인이 시작된다.


"살인무도회"라는 국내 TV 방영 제목으로 더욱 유명한 보드게임 원작의 영화입니다. 보드게임 원작 영화로는 처음 나온 것이라고 하네요.

처음에는 간단한 줄거리만 보고 정통 추리물이 아닌가 싶어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는 "외딴 저택에 고립된 일단의 남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이라는 정통 추리적인 요소를 마음껏 패러디하고 비틀어 꼬는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각본에 "블루스 브라더스"로 주가를 높이고 있던 존 랜디스가 참여했기에 슬랩스틱적이면서도 캐릭터를 잘 살리는 코미디가 넘쳐나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경찰이 갑자기 저택에 찾아왔을 때 시체를 숨기기 위해 광란의 파티를 가장하는 장면 등은 확실히 웃겼습니다!

그러나 기대이하로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전무합니다.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6명의 인물들이 모두 동기와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전개에서 충분히 트릭을 집어넣을 만 하지만 영화는 끝까지 코미디 영화임을 고수하며 트릭이 개입될 여지를 거의 만들지 않네요. 인물과 인물이 교차되며 서로의 과거를 살짝 드러내는 등 약간의 디테일이 가해지만 충분히 추리적인 요소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을텐데 퍽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추리적 요소가 적은 대신에 보드게임이 원작인 영화답게 관객에게 능동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멀티엔딩" 효과가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원작에 충실하다고나 할까요? 영화에서는 총 3개의 엔딩을 보여주는데 엔딩이 3개나 될 정도로 추리적인 얼개는 허술하며 비약이 심하지만 하나의 엔딩이 나온 이후"이런 결말은 어떨까요?" "하지만 진상은 이렇습니다" 라는 자막과 함께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방식은 확실히 시대를 앞서가는 감이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추리물이 아니라 실망스럽긴 했지만 재미만 따진다면 제법 웃으면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류의 캐릭터 코미디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상당히 중요한데 악역으로 낯익은 워즈워스역의 팀 커리와 성격파 배우 크리스토퍼 로이드 등의 연기가 상당히 반갑기도 했고요.

이런 류의 유사작품으로는 더욱 유명한 "5인의 탐정가"가 있을텐데 패러디의 향연일 뿐이었던 "5인의 탐정가" 보다는 그래도 추리물로서나 코미디로서나 한수위의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원작 보드게임을 한번 해 봐야 겠습니다.

보드게임에 관한 정보는 여기에서! 

2006/07/03

볼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 마이클 무어


워크샵이다 뭐다해서 한주동안 정신이 없었네요. 간만에 포스팅 신고합니다. 이제 다시 열심히 블로깅을...^^

이번에 본 영화는 좀 오래 된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 입니다. 부시 까는 것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의 출세작(?)으로 컬럼바인 고교에서 있었던 총기난사 사건을 소재로 하여 미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심층적인 해부를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보고나서 느낀 생각은 마이클 무어라는 친구가 대단한 친구라는 것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로 대단한 촬영기법도 없고 내용도 인터뷰가 대부분인 평이한 전개이지만 편집과 음악의 조화가 기가 막혀서 왠만한 극영화 수준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중간에 삽입되었던 애니메이션 역시 최고수준이었고요.

"왜 미국은 총기사고가 많을까" 에서 시작한 의문에서 호전적이고 피해망상적인 미국인들의 심리를 드러내고 꼴통 부시와 시청률에만 혈안이 된 미디어 관계자들을 조롱하며 미국 총기 협회 회장인 과거의 명배우 찰턴 헤스턴의 독선적인 아집을 끌어내며 자신의 의도를 일관되게 관객에게 전해 주더군요. 또한 실제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 부분에서 K마트에서의 탄알 판매를 중단시키는데에 성공하는 장면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중간중간 요지가 약간 흔들리고 너무 이야기를 벌리는 감도 없잖아 있지만 워낙 재미와 수준이 높아서 자신들의 독단에 사로잡힌 미국인들에게 충분한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영화의 요약은

1. 부시는 바보
2. 미국인도 바보
3. 찰턴 헤스턴은 병신


정도라 할 수 있겠죠? 우리나라도 이런 친구가 하나 나타나서 한나라당에 대해 비슷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무지 재미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