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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5

시노비 (忍: Shinobi, 2005) - 시모야마 텐

코가와 이가 닌자 가문은 400여년의 세월동안 대립한 앙숙 가문. 전국시대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자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닌자 가문의 기술과 힘을 두려워 한 끝에 두 가문의 대립을 이용하여 그들을 섬멸할 계략을 세우고 두 가문의 결투를 지시한다.

하지만 코가의 후계자 겐노스케와 이가의 후계자 오보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이 결투의 이유를 알 수 없던 겐노스케는 쇼군을 만나기 위해 떠나지만 뒤를 쫓는 이가 닌자들과 사투를 벌이게 되고 결국 겐노스케와 오보로 둘만 살아남아 최후의 대결을 벌이는데...

작년에 개봉해서 일본에서도 짭짤한 히트를 기록한 닌자 액션영화입니다. 원작은 소설이라지만 보지는 못했고 대신에 만화 버젼인 "바실리스크 - 코우가 인법첩"은 예전에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알맹이야 뻔한 이야기이지만 인법의 대결이 잘 묘사되어 있고 인법 대결에서도 "한번 들통난 인법은 무용지물" 이라는 요소가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겐노스케의 인법이 사상 최강의 인법이라는 것, 그러나 별볼일 없어 보이는 오보로의 인법이 겐노스케의 인법을 파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었거든요. 영화도 만화의 기본 설정 및 도입 부분은 각색은 약간 있었지만 충실히 따라가고 있기에 초반에는 그런대로 만화에 충실하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결과적으로는 초반 도입부 이후부터 각색이 엄청나게 심해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실제 두 조직의 항쟁에 참여하는 닌자의 수가 반으로 줄어 10:10의 승부가 5:5의 승부가 되어 버린 것과 각 닌자들의 독특한 인술들도 영화에 적합하게끔 변형시킨 것입니다. 영화라는 매체의 특수성과 아무래도 상영시간에 맞추어 내용을 삭감한 측면이 많겠지만 만화의 설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었던 "인법과 인법의 대결"이라는 요소가 대폭 줄어들고 초반 대결에서 이미 2명씩 죽어버려 바로 3:3, 그리고 바로 2:2 구도로 전개되는 과정이 너무 짧아 극의 긴장감이 확 떨어져서 외려 마이너스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닌자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기본 이야기를 닌자들의 운명이라는 주제로 바꾸어 전개시킨 영화의 스토리는 명백히 실패작이라 생각됩니다. 극적인 긴장감도 거의 없고 마지막 오보로가 장군에게 읍소하는 장면은 설득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뻔하면서도 허무맹랑한 결말이 되어버렸거든요. 두명의 인법도 만화와는 전혀 다르게 묘사한 것 역시 이야기를 많이 흐리고 있고요.

그 외에도 몇가지 지적하자면 원작에서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실질적인 악역인 "야쿠시지 텐젠" 이라는 캐릭터를 닌자, 즉 시노비의 운명과 괘를 같이하는 인물로 변형시키고 비중도 대폭 줄여버린 것도 명백한 실수라 생각되며 배우들이나 연기도 미흡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청순하면서도 순진한, 아무것도 모르지만 지니고 있는 막대한 능력과 신분때문에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오보로" 역을 소화하기에는 나카마 유키에라는 배우는 전혀 어울리지 않더군요.

이런 점을 놓고 본다면 만화를 재미있게 감상한 저로서는 썩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각색이 많고 스토리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영화만의 스토리로도 개연성은 충분히 잘 살리고 있긴 하며. 몇몇 인술 액션 장면은 공들여 만든 티가 팍팍 날 정도로 비쥬얼이 괜찮은 것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야샤마루의 채찍(?) 액션과 주인공 겐노스케의 사이보그 009같은 가속 액션은 굉장히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영화만 놓고 본다면 그냥저냥 볼만한 수준이랄까요? 추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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