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6/07/24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 - 오일우 / 오수현 : 별점 3.5점

 괜찮은 추리소설들을 많이 내 놓았던 출판사 모음사에서 출간되었던 오래된 단편선. 동호회나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책이기는 하지만 구하기가 힘든 책 중 하나였는데 용산역 지하 서점에서 우연히 구하게 되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표제작은 예전에 정태원선생님이 편집한 다른 앤솔러지에서 이미 읽은 것이지만 이외의 2작품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은 제가 처음 읽은 작품들이라 더욱 그러했죠.


책은 국내 번역가 2명이 읽은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7페이지 정도의 짧은" "재미있는" "한 작가당 한편씩" "다양한 내용으로" 라는 기준으로 선정한 앤솔로지입니다. 아시모프의 "미스테리 환상여행", 그리고 퀸의 "미니 미스테리"와 유사한 기획인데 이 두 앤솔로지와 비교해 볼 때 수록된 작품의 수도 적지만 작품의 질이나 쟝르의 풍부함, 이색적 측면에서 외려 이 국내 편저 앤솔로지가 저는 더 나은 것 같군요.

가장 큰 장점이라면 무엇보다도 편저자들 말대로 다른 앤솔로지나 단편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가들을 제외한 것입니다. 작가들이 얼마나 다양하냐 하면 심지어 "작자미상"인 단편도 있으니까요. 그동안 엄청나게 발매된 이런저런 앤솔로지들은 편저자들이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중복 선정되는 작품들이 많아서 불만스러웠었죠. 예를 들자면 크리스티 여사님의 "야앵장"은 한 10가지 버젼은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앤솔로지에도 물론 퀸과 크리스티 여사님의 작품은 포함되어 있지만 퀸의 단편은 편저자들의 의도에 충실하기 그지없는 작품이고 여사님 작품은 도저히 뺄 수가 없어서 한편 넣었다는 편저자들 이야기가 이해가 되는 작가이니 만큼 용서할 수 있습니다. (단 그 작품이 "이중단서"라는 것은 좀 이해 불능이지만... 편저자들이 포와로 팬이었나?)
또 워낙 한편 한편의 내용이 짧아서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며 수록 작품의 쟝르도 광범위하여 정통 추리물을 비롯하여 유머스러운 작품이나 스릴러, 약간 호러 취향까지 다양한 쟝르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38편이라는 많은 작품이 실려있는 탓에 개개의 요약은 불가능하지만 개인적인 추천작만 소개한다면 일단 표제작. 저자의 "...을 읽은 사나이" 라는 시리즈 중 한편으로 알고 있는데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위에 나온 다른 앤솔로지에도 수록된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죠. 딕슨 카 매니아인 한 청년이 유산을 노리고 완벽한 밀실살인을 계획하여 실행에 옮기지만 마지막에 실패하는 내용으로 뭔가 유머러스 하면서도 홀딱깨는 반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선량한 사기극의 일종인 페렌츠 모나르라는 작가의 "최선책", W.하이덴펠트의 작품으로 전쟁을 소재로 한 회고담으로 시작되지만 나중에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암호(?) 트릭이 등장하며 끝나는 "달빛". 제임스 굴드 커즌스의 사기극과 반전을 다룬 "목사의 오명", 역시 멋진 사기극의 일종이자 유머스러운 결말을 지닌 찰스 G 노리스가 쓴 "존 로시터의 아내" 를 꼽고 싶네요. 이외에도 조르주 심농의 "석장의 렘브란트" 역시 괜찮지만 다른 곳에도 실려 있는 작품이니 패스합니다. 적고 보니 제가 가벼운 사기극 취향인것 같기도 하군요.

물론 너무 짧은 길이 안에서 반전을 노리다 보니 좀 뻔한 것도 있고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반전도 있어서 식상한 작품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수준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며 번역도 깔끔한 수준이고 읽기 편한 책이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저같은 추리 단편 매니아라면 어떤 분이든 좋아하실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저작권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많은 책으로 보이기에 이제와서 다시 출간되는 것을 바라기는 좀 힘들것으로 보이지만 다행히 전 구했으니...푸훗!

덧붙이자면, 출판년도를 보니 1992년 책인데 당시 가격이 4000원이라는 것도 놀랍습니다. 당시 책이나 좀 많이 사둘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