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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30

파프리카 - 쓰쓰이 야스타카 / 최경희 : 별점 2점

 

지바 쥰코는 인간의 꿈을 화상처리할 수 있는 PT (Psycho Therapy) 기계 개발의 핵심인물로 일본정신의학연구소의 이사자리에 있는 사이코 테라피스트. 이 PT 기계로 정신병 치료의 획기적 진보가 이루어져 노벨상의 유력한 후보로까지 부상한다. 하지만 그녀는 PT 기계의 개발 단계 시절 개발기기로 은밀한 꿈 치료를 진행했던 꿈탐정 "파프리카"라는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PT기계의 이러한 사용은 불법이기에 파프리카의 활동은 접은지 오래. 하지만 연구소 소장인 시마 소장의 부탁으로 그의 친구인 자동차 회사 중역 노세의 치료를 위해 몇년만에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

이러한 그녀 모르게 연구소의 부소장 간 세이지로와 그의 심복이자 동성애 애인인 연구원 오사나이는 그녀와 PT 기계 개발의 주역인 개발자이자 의학자 도키다, 시마 소장을 축출하여 연구소를 손에 넣을 계획을 꾸민다. 이 계획은 도키다의 조수인 히무로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여 급진전하게 되고 도키다가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던 차세대 장치인 "DC미니"를 훔치는데 성공한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쥰코는 파프리카 활동으로 노세를 치료하고 그의 친구인 경시감 고가와까지 치료를 맡게 되어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는데 꿈 치료 중에 끼어드는 다른 꿈의 존재로  DC미니의 도난과 그 입수자를 눈치채고 하나 남아 있던 DC미니로 반격에 나선다. 그러나 이 DC미니는 단순히 꿈의 관찰이나 개입만 가능했던 PT기계와는 전혀 다른 부작용이 있어서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시공간이 뒤틀리는 무시무시한 전투가 벌어진다...

오래전에 읽었었던 쓰쓰이 야스타카의 SF물(응?)입니다. 구입하고 읽은지는 몇년 되지만 LINK님의 블로그에서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을 콘 사토시 감독이 진행한다는 뉴스를 보고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구입 당시에는 쓰쓰이 야스타카가가 추리작가인줄 알고 샀는데 읽다 보니 전혀 다른 쟝르 문학이라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내용은 위에 요약해 놓긴 했지만 영화 "The Cell"과 상당히 유사하죠? 여자가 주인공으로 꿈 속을 들어가서 실질적으로 꿈의 내용에 개입한다는 것과 꿈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재는 똑같습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 "꿈에서 깬다"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물론 이 책은 90년대 초반에 나왔으니 이쪽이 원작이라 보여지네요. 미국에서 베꼈는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기발한 아이디어 외에도 실질적으로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꿈"의 해석을 진행하는 파프리카의 이야기 역시 실제로 많은 조사를 한 덕분인지 설득력이 넘치고요. 덕분에 연구소의 암투와 정신병을 감염시키는 등의 간 세이지로 일당에 맞서는 파프리카의 활약이 잘 맞물리는 중반부까지는 굉장히 흡입력있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영화보다 한발 더 앞서나가 꿈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까지 나아가서 스케일 자체가 훨씬 커지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처음에는 꿈과 현실을 뒤섞는 수준이었으나 기계의 효과가 극대화대고 주변 인물들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종국에는 현실세계에 마수가 등장하여 사람들을 쳐부수는 만화같은 전개까지 진행되니 맥이 다 빠지더라고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악마의 부하들이 도쿄에서 난동을 부리는 이야기는 설득력을 떠나 피식하게 만드는 수준밖에 안되고요. 연구소 소장자리를 놓고 지옥이 열리기까지 하다니.. 연구소 소장이 얼마나 땡보직이길래...

작가가 생각한 것은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았던 것 같은데 이야기 안에서 파프리카의 꿈탐정 치료부분이나 정신병을 감염시키기 위한 악몽의 투사 같은 부분을 더 끄집어내어 스케일은 좀 줄이더라도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잘 조율하여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참 아쉽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콘 사토시 감독이 영상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뭐 외려 영상화하기에 적합하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 작품에서는 "꿈"의 세계를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감독의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환상과 현실이 조합되는 장면이나 순간적으로 장면이 뒤바뀌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연출이 딱 맞는 것이 바로 "꿈"의 세계이기 때문이겠죠. 영상물에서는 여러가지 꿈의 비쥬얼을 극대화시켜 선사해 주길 기원합니다. 특히 거대한 일본 인형이 공간을 찢고 등장한다는 히무로의 악몽은 묘사가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어처구니 없는 후반부의 괴수 대전쟁으로 가면 안될테고요.

책은 94년에 이런저런 쟝르문학을 꽤 출간해 주었던 영림카디널에서 나왔는데 현재는 절판된 책입니다. 그래도 영화가 잘 되면 국내에 재 출간될지도 모르겠네요. 뭐 구입을 권할 책은 아니지만 관심있으시면 한번 구해보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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