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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2

알렉산드로스의 음모 - 폴 C 도허티 / 한기찬 : 별점 2점

의사 텔라몬은 과거 미에자의 숲에서 알렉산드로스와 동문수학했던 사이지만 전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의사로 살아가는 인물. 이집트에서의 살인사건으로 마케도니아로 돌아온 그는 알렉산드로스의 어머니 올림피아스에게 협박받은 뒤 헬레스폰토스에서 전군을 소집하여 페르시아로 출정을 앞둔 알렉산드로스를 돕기 위해 떠난다. 한편 다리우스왕과 그리스인인 로도스의 멤논은 알렉산드로스를 저지하기 위한 갖가지 계략을 짜내고 그 계략의 중심에는 알렉산드로스 진영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첩자 나이팟이 있었다.

텔라몬이 알렉산드로스와 합류한 직후 길안내를 맡기로 했던 일당들이 살해당하고 그들이 작성한 지도마저 상자안에서 불타버린 재로 발견되며 아테네 여신을 모시는 여사제마저 의문의 죽음을 맞는 등 알 수 없는 죽음이 꼬리를 물지만 알렉산드로스는 출진을 감행하는데...


폴 C 도허티라는 작가의 역사 추리소설. 조사해 보니 이 작품 이외에도 "누가 파라오를 죽였는가"라는 역사 추리물이 출판되었는데 이 작품도 그렇고 제가 처음 접하는 것을 보니 두권 모두 그다지 인기를 끈 것 같지는 않군요. 우리나라에서 역사 추리물이 별 인기가 없는 탓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단점이 확실히 눈에 들어오기에 이해는 갑니다.

물론 장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역사 추리물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알렉산드로스의 페르시아 원정 직전의 병영 분위기와 주변 정세, 실존 인물들이기도 한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묘사와 디테일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데 그 묘사의 수준이 생생해서 실제 눈으로 보고 쓴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당시로서는 무적의 전법을 보여주던 알렉산드로스 군대의 여러 묘사와 실존인물들인 다양한 인물들 묘사는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또 이러한 알렉산드로스 관련 "역사물"을 "역사 추리물"로 바꾸기 위해 가공인물인 텔라몬이라는 의사이자 뛰어난 관찰력을 지닌 인물을 탐정역으로 내세워 밀실 살인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고 입구를 보초가 지키고 있는 천막) 과 순간 소실 (나무로 된 상자안의 지도가 재로 변하지만 상자는 그을리지 않은),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파이까지 등장시켜서 추리적으로도 꽤 풍성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리적 부분에서의 단점이 너무 확연합니다. 일단 텔라몬의 관찰력에 의한 결과가 독자들에게 공평하게 전달되지는 않아서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살인 사건도 여러번 일어나지만 "살인자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살인 행위"의 트릭을 밝히는 것 보다 우선되는 내용도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많이 떨어트립니다. 사건에 비하면 트릭도 허술하고요.
무엇보다도 진범, 즉 스파이 나이팟의 정체가 명쾌한 설명 없이 순전히 자백에 의존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게 치명적이네요. 나름 추리물이라서 나이팟에 대한 단서를 앞부분에서 던져주긴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 대해 박식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단서라서 반칙이라는 생각만 듭니다.

결론내리자면 어설프게 추리적 요소를 도입하다 외려 실패한 역사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역사 추리물의 거장 엘리스 피터스의 작품들보다는 스케일이 커서 화려한 맛은 있고, 작가의 자료 수집 등의 노력이 느껴질 정도의 알렉산드로스 군단의 생생한 묘사는 꼭 한번 볼만한 가치가 있으며 당시 알렉산드로스와 페르시아쪽 인물들과 분위기를 이해하는데에는 많은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제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덧붙이자면 비슷한 그리스 시대를 무대로 한 "탐정 아리스토텔레스"와 비교할 수 있을텐데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고 모험물에 가깝지만 내용 전개 등에서 추리물적인 가치가 더 높은 "탐정 아리스토텔레스" 쪽이 제 취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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