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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1

내이름은 콘래드 (This Immortal) - 로저 젤라즈니 / 곽영미 최지원

 


지구가 핵전쟁으로 거의 멸망하고 타이탄과 화성 등지에 이주해 있던 이주인들이 외계인 베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연명하여 지구도 베가인들과 테일러에 있는 부재자 정부를 통해 타격받지 않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배되는 시기.


지구 정부의 예술 유적 문서 보존국의 국장 콘래드 노미코스는 코르트 미슈티고라는 중요한 지위의 베가인의 지구 관광을 가이드할 것을 명령받고 래드폴이라는 저항 단체의 수장 도스 산토스와 경호원 하산 등 수상쩍은 인물들과 이집트와 그리스 등을 경유하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콘래드 노미코스는 수백년을 살아온 인물로 일찌기 래드폴을 결성하여 지구정부와 베가인들에 대항했었고 그 이외에도 수많은 전설을 남긴 인물. 그는 이 여행에 뭔가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미슈티고의 경호를 강화하지만 수많은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게 되는데...

젤라즈니 선생의 첫 장편입니다. 좋아하는 작가라는 이야기를 몇번 한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읽었다고 하니까 좀 늦은 감도 있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어쨌건 완독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다른 장편이었던 "신들의 사회"는 동양권, 그 중에서도 주로 인도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과 비교한다면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 중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소재 측면에서 유사함을 가져다 줍니다. 아무래도 배경이 그리스인 탓이 크겠지만 예를 들자면 주인공인 콘래드의 설정 -불노불사의 인물인것 같다는 것과 타고난 괴력과 체력, 그리고 독특한 외모- 은 그리스 신화의 한 영웅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고, 콘래드가 외계인 관광 가이드(?)를 하며 펼치는 괴물, 식인종들과 벌이는 모험 역시 헤라클레스의 모험과 굉장히 유사하죠. 심지어 식인종 우두머리의 이름은 "프로쿠루스테스" (침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죽였던 신화속 악당) 이기까지 하니까요.

하지만 신들의 사회는 신들 그 자체의 이야기가 중심인데 비해 이 작품은 "인간" 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겠죠. 개인의 능력이나 파워, 그리고 불노불사의 존재라는 것은 물론이고 한 개인이 범 우주적인 거대한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것 자체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자기 자신이 시도한 노력이 지금 와서는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전개인데 달리 생각해 본다면 "초인 로크"와 가장 비슷할 것 같네요. 히지리 유키가 이 작품에서 뭔가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개인적으로는 콘래드가 자신의 신성이나 영웅성을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 남은 이후에 장편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굉장히 특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스케일 자체는 작아졌지만 오히려 더 현실감있게 와 닿는 설득력있는 전개가 된 것 같거든요. 외계인에 대항해 싸우는 슈퍼 히어로물보다는 전 이쪽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뭐 중간중간에 불필요한 액션 장면이 너무 길고 특히 "흑수"라는 존재와의 마지막 사투는 너무 우연에 의지하는, 뜬금없는 감이 있지만 읽는 재미는 확실한, 젤라즈니 선생의 필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뒷부분에 같이 수록된 "프로스트와 베타" 역시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SF적으로 풀어낸 걸작이죠. 물론 저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수록된 버젼으로 이미 읽긴 했지만 이 책에는 번역가가 관련된 정보를 잘 제공해 주고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 같네요. 하여간 아직 젤라즈니 선생의 글을 접하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내 이름은 콘래드
로저 젤라즈니 지음, 곽영미.최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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