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6/08/06

메두사 - 이노우에 유메히토 / 송영인 : 별점 3점

메두사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송영인 옮김/시공사

공포소설가 후지 요조가 스스로를 시멘트에 파묻은 채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시멘트 더미 안에서 발견된 빈 약병에서 남겨져있던 "메두사를 보았다"라는 글귀는 유서라기에는 의아스러웠다. 
후지 요조의 외동딸 나나코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나'는 후지 요소가 마지막으로 작업하던 소설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 조사를 시작했다. 
연이어 발생하는 이상 현상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조사로 후지 요조가 이시우미라는 촌에서 발생한 기묘한 사건 취재를 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는 이시우미에서 23년전에 발생했던 수수께끼 같은 사건과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연쇄적인 죽음에 주목하게 되는데...

하아.. 정말로 덥네요. 뫼르소처럼 순간적이고도 돌발적인 살의가 일어날 것도 같은 더윕니다. 이런 더위에는 호러 소설이 딱이죠. 예전에 읽었었지만 리뷰를 올린적은 없었던 작품인 "메두사"를 다시 꺼내어 읽어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대박을 쳤던 "링"의 영향을 받은 티가 물씬 납니다. 한 소녀의 원한과 저주로 시작된 죽음이라는 소재, 그리고 극적 반전이 있는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가 비슷하거든요. 과거의 원한이 현재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기본 내용도 뻔하고요.

그러나 단순히 영향만 받았다고 보기에는 특별한 점도 많습니다. 일단 작가가 원래 오카지마 후타리라는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써 냈던 도쿠야마 준이치 - 이노우에 유메히토 컴비 중 한명인 이노우에 유메히토인 덕분에 후지 요조의 미발표 원고를 추적하는 과정은 여러가지 단서가 잘 조합되어 짜임새있게 전개됩니다. 단순히 죽음의 원인을 찾는다는 뻔한 전개가 아니라, 잊혀진 원고를 찾는다는 설정도 새롭게 느껴졌고요.
호러 소설로도 기본 이상입니다. "메두사를 보았다"라는 글귀를 남기고 돌(?)이 되어 죽는 후지 요조의 자살방법이라던가 24년전 초등학교 5학년 같은반이었던 학생들이 모두 죽었다는 등의 디테일한 여러가지 설정들은 독자를 충분히 오싹하게 만들거든요.
소설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살리는 이야기들 (소설 속의 후지 요조의 미발표 소설과 실제 소설이 겹쳐져서 보여지는 독특한 구조), 그리고 시공간이 흔들리는 반전은 색다르면서도 아주 충격적이었는데, 서평을 쓰신 김지운 감독은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느낌이 든다고까지 평하셨더군요.

아쉬운 점은 후지 요조의 숨겨진 원고를 찾는 결정적 계기가 "우연"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과 너무 진보(?) 적인 소설 구조가 반칙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점이겠죠. 발표된지 10년이 지났기에 지금 읽으면 아무래도 조금 낡았다라는 생각도 들게 되고요.

그래도 호러 소설이라는 쟝르에 충실한, 그닥 잔인하지도 않고 사람도 많이 죽지 않지만 공포라는 감정은 잘 전해주는 괜찮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표현 매체의 특성을 잘 살린 소설인 탓에 영상화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작품이라 링보다 저평가될 수 밖에 없지만 공포에 치중하면서도 잔인하지 않은, 어떻게보면 여성적이고 섬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색적인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