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묘촌 요코미조 세이시 |
팔묘촌은 에이로쿠 9년, 멸망한 가문의 젊은 무사 8명이 삼천냥의 황금을 가지고 숨어 지내다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참살된 전설이 있는 마을. 그러나 황금은 결국 발견되지 않고 여러명에게 저주가 내린 듯 죽음이 닥치자 마을 사람들은 8명의 무사를 공양하고 그들을 마을의 신으로 삼는다.
그로부터 300여년 뒤, 나 데라다 타츠야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양부에게 얹혀 지내다 전쟁 후 양부의 집마저 불타 혼자 살아가고 있는 중 라디오에서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회사 과장에 의해 내가 팔묘촌이라는 마을 최고 갑부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팔묘촌으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 다지미 요조는 일찌기 내가 태어난 직후 어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때문에 발광하여 마을사람 20여명을 살해하고 행방불명된 과거가 있는 인물이었다.
팔묘촌으로 출발하기 직전 처음 만난 외할아버지가 독살당한 것을 시작으로 처음 만난 의붓 형, 그리고 의붓형의 장례식에서 마을 스님마저 독설당하고 이 모든것이 아버지의 업보를 뒤집어 쓴 내가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나의 편인줄 알았던 마을 두번째가는 유지의 며느리인 미야코도 서서히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마을 사람들의 폭동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비밀 통로를 통해 도망친 후 유일한 힘이 되어 주었던 의붓 누나인 하루요마저 살해당한것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노리코와 함께 정체모를 인물인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모든것을 의지한채 지하 동굴에 숨어 있게 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집요한 추적이 이어지고 노리코와 나는 동굴 깊숙한 곳으로 계속 쫓겨 결국 막다른 곳에 이르게 되는데...
간만에 읽은 추리소설인 것 같네요. 블로그의 정체성에 좀 더 충실해져야 하나.... 하여간 지인이자 은인이신 decca님의 도움으로 전에 TV 드라마로 먼저 보았던 긴다이치 코스케 등장 추리물의 대표작 "팔묘촌"을 드디어 책으로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일 큰 특징이라면 에도가와 란뽀의 "고도의 마인 (외딴섬 악마)" 처럼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의 수기 형태로 기술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유행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건 주인공 타츠야의 시점으로 모든 전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나 추리는 마지막 추리극 형태의 설명 부분을 제외하고는 크게 보여지지가 않으며 외려 타츠야에게 닥치는 공포스러운 사건들과 상황들을 변격물 형태로 잘 포장하여 보여주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도의 마인" 처럼 트릭도 많고 추리적인 장치도 잘 짜여진 편이지만 아무래도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변격물의 성격을 띈 모험소설로 보입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 본다면 이야기의 큰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과 보물찾기 중에서 연쇄살인 쪽은 꽤 잘 짜여진 트릭을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8명의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미신에서 비롯된 무차별 살인을 보여주는 설정이 꽤 그럴싸하거든요. 가장된 동기 아래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살인 와중에 꼭 죽여야 하는 인물을 죽여야 하는 전개는 크리스티 여사님의 "ABC 살인사건"과도 굉장히 흡사하고요. 그러나 범행 자체가 완전범죄에 가까웠다는 점은 좋았지만 범인이 최초에 대신 죄를 뒤집어 쓸 희생양을 잘못 골랐다는 것 때문에 사건의 결정적 해결이 범인의 자백에 의존한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희생양이 버젓이 살아있던 중반까지는 참 좋았는데 말이죠... 뭐 이러한 점은 완전범죄 트릭물의 가장 큰 맹점이기도 하고 다른 고전 정통 트릭물에서도 많이 눈에 뜨이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탐정역인 긴다이치의 활약이 굉장히 적어서 최소한의 추리쇼는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마지막의 해결 장면,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의 캐릭터가 많이 약해져버리더군요. 막판에 긴다이치가 사건이 다 끝난 다음에, 범인도 결정적 단서가 남겨져 있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범인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마무리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허무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물찾기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뭔가 근사한 트릭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결국은 치밀한 탐색과 우연에 의한 발견이라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앞부분에 미완성된 지도와 수수께끼같은 싯구, 지명 등 괜찮은 암호트릭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니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숨겨진 보물은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은 사족에 가까운 내용인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무려 60여년전에 발표되었다는 시대를 뛰어넘는, 최소한 드라마 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소설이여서 무척이나 재미있고 만족스러웠던 독서였습니다. 위의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하더라도 이야기의 진행과 소설적 구성이 참으로 완벽해서 흡입력도 굉장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저는 손에 잡고 거의 2~3시간만에 다 읽어버렸을 정도였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니 무려 세번의 영화, 여섯번의 드라마 (띠지에서 인용)로 영상화 되긴 했지만 이 소설을 영상화하는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아무래도 긴다이치의 비중이 너무나 작기 때문인것 같네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너무나 미미해서 탐정 캐릭터물의 팬이라면 2%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김전일의 팬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원전격의 내용으로 김전일 시리즈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건 말이죠) 그 외에도 많은 곳에서 패러디된 회중전등을 머리띠와 가슴에 둘러맨 싸이코 연쇄살인마의 원전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국내에 이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옥문도"와 "팔묘촌", 그리고 동서에서 나온 "혼징 살인사건"까지 세권이 정식 출간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출간되길 희망합니다.
그로부터 300여년 뒤, 나 데라다 타츠야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양부에게 얹혀 지내다 전쟁 후 양부의 집마저 불타 혼자 살아가고 있는 중 라디오에서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회사 과장에 의해 내가 팔묘촌이라는 마을 최고 갑부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팔묘촌으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 다지미 요조는 일찌기 내가 태어난 직후 어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때문에 발광하여 마을사람 20여명을 살해하고 행방불명된 과거가 있는 인물이었다.
팔묘촌으로 출발하기 직전 처음 만난 외할아버지가 독살당한 것을 시작으로 처음 만난 의붓 형, 그리고 의붓형의 장례식에서 마을 스님마저 독설당하고 이 모든것이 아버지의 업보를 뒤집어 쓴 내가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나의 편인줄 알았던 마을 두번째가는 유지의 며느리인 미야코도 서서히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마을 사람들의 폭동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비밀 통로를 통해 도망친 후 유일한 힘이 되어 주었던 의붓 누나인 하루요마저 살해당한것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노리코와 함께 정체모를 인물인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모든것을 의지한채 지하 동굴에 숨어 있게 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집요한 추적이 이어지고 노리코와 나는 동굴 깊숙한 곳으로 계속 쫓겨 결국 막다른 곳에 이르게 되는데...
간만에 읽은 추리소설인 것 같네요. 블로그의 정체성에 좀 더 충실해져야 하나.... 하여간 지인이자 은인이신 decca님의 도움으로 전에 TV 드라마로 먼저 보았던 긴다이치 코스케 등장 추리물의 대표작 "팔묘촌"을 드디어 책으로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일 큰 특징이라면 에도가와 란뽀의 "고도의 마인 (외딴섬 악마)" 처럼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의 수기 형태로 기술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유행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건 주인공 타츠야의 시점으로 모든 전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나 추리는 마지막 추리극 형태의 설명 부분을 제외하고는 크게 보여지지가 않으며 외려 타츠야에게 닥치는 공포스러운 사건들과 상황들을 변격물 형태로 잘 포장하여 보여주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도의 마인" 처럼 트릭도 많고 추리적인 장치도 잘 짜여진 편이지만 아무래도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변격물의 성격을 띈 모험소설로 보입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 본다면 이야기의 큰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과 보물찾기 중에서 연쇄살인 쪽은 꽤 잘 짜여진 트릭을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8명의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미신에서 비롯된 무차별 살인을 보여주는 설정이 꽤 그럴싸하거든요. 가장된 동기 아래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살인 와중에 꼭 죽여야 하는 인물을 죽여야 하는 전개는 크리스티 여사님의 "ABC 살인사건"과도 굉장히 흡사하고요. 그러나 범행 자체가 완전범죄에 가까웠다는 점은 좋았지만 범인이 최초에 대신 죄를 뒤집어 쓸 희생양을 잘못 골랐다는 것 때문에 사건의 결정적 해결이 범인의 자백에 의존한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희생양이 버젓이 살아있던 중반까지는 참 좋았는데 말이죠... 뭐 이러한 점은 완전범죄 트릭물의 가장 큰 맹점이기도 하고 다른 고전 정통 트릭물에서도 많이 눈에 뜨이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탐정역인 긴다이치의 활약이 굉장히 적어서 최소한의 추리쇼는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마지막의 해결 장면,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의 캐릭터가 많이 약해져버리더군요. 막판에 긴다이치가 사건이 다 끝난 다음에, 범인도 결정적 단서가 남겨져 있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범인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마무리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허무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물찾기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뭔가 근사한 트릭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결국은 치밀한 탐색과 우연에 의한 발견이라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앞부분에 미완성된 지도와 수수께끼같은 싯구, 지명 등 괜찮은 암호트릭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니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숨겨진 보물은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은 사족에 가까운 내용인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무려 60여년전에 발표되었다는 시대를 뛰어넘는, 최소한 드라마 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소설이여서 무척이나 재미있고 만족스러웠던 독서였습니다. 위의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하더라도 이야기의 진행과 소설적 구성이 참으로 완벽해서 흡입력도 굉장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저는 손에 잡고 거의 2~3시간만에 다 읽어버렸을 정도였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니 무려 세번의 영화, 여섯번의 드라마 (띠지에서 인용)로 영상화 되긴 했지만 이 소설을 영상화하는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아무래도 긴다이치의 비중이 너무나 작기 때문인것 같네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너무나 미미해서 탐정 캐릭터물의 팬이라면 2%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김전일의 팬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원전격의 내용으로 김전일 시리즈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건 말이죠) 그 외에도 많은 곳에서 패러디된 회중전등을 머리띠와 가슴에 둘러맨 싸이코 연쇄살인마의 원전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국내에 이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옥문도"와 "팔묘촌", 그리고 동서에서 나온 "혼징 살인사건"까지 세권이 정식 출간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출간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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