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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8

한국 슈퍼 로봇 열전 - 페니웨이 : 별점 2.5점

한국 슈퍼 로봇 열전 (초판 한정: 대형 브로마이드 + SD캐릭터 스티커 증정) - 6점
페니웨이 지음, lennono 그림/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괴작 열전 등으로 유명한, 다양하고 해박한 글들로 존경하는 블로거 페니웨이님의 저서입니다. 제목 그대로 한국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해 정리해 놓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블로거의 좋아하는 주제에 대한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들이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야 여기 실린 작품을 거의 다 본 세대이니 만큼 반가운 마음도 더했죠.
디테일도 풍부해서 각종 슈퍼 로봇의 오리지널 디자인(?)의 소개라던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역사를 짚어주는 부분같은 것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러 감독들에 대한 소개도 좋았던 부분이고요.

그러나 한국 슈퍼 로봇 애니메이션의 "역사서" 를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더군요. 제대로 된 역사서로 기능하려면 스토리는 세밀하게 끝까지 실어 주었어야 하고 작품별 슈퍼 로봇의 주요도판과 캐릭터 소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거든요. 최소한 저자가 좋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도판은 소개되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래소년 쿤타>의 경우 주인공 로봇과 불가사리 변신 악당 로봇 모두 소개돠지 않고 한상헌씨의 일러스트로만 처리되었는데 저작권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악당이라도 슈퍼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은 모두 모아놓기는 했는데 정체성이 조금 애매해보이니 차라리 조금 볼륨이 커지더라도 모든 한국 SF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책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그냥 자료로 보기에는 페니웨이님의 의견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도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역사서이자 자료로서의 기능을 저해하거든요. 물론 이 부분은 페니웨이님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단점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이나 <물만두의 추리책방> 같은 블로거 리뷰집과 다른 점은 없어 보입니다.
지금의 모습도 마음에 들기는 하나 앞서 말했듯 전통적인 역사서나 자료집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덧 : <로보트 킹> 항목에서 소개된 한재규 작가의ㅡ입실론 함위 최후에 등장한 로보트 킹 디자인의 로봇은 제 기억에는 이름이 앤젤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다르게 소개되네요? 주인공이 직접 천사 어쩌구하며 이름을 붙인 장면이 기억에 선명한데 좀 의외였습니다.

2012/06/26

이글루스 기네스, 음 올해는 탈락이네요

작년에는 도서관련 블로거로 순위 입성했었는데 올해는 여지없군요. ㅠ.ㅠ

최근 폭스콘 노동자만큼 일하는 등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데 좀 추스린 뒤 다시 달려봐야죠. 내년도에는 재입성 할 수 있도록! 그런데 1년 동안 거의 100여권을 읽었는데 과연 얼마나 더 읽을 수 있을런지....

2012/06/25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 미치오 슈스케 / 김은보 : 별점 2.5점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 6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북폴리오

가사사기 중고매장에서 같이 일하는 가사사기와 히구라시, 그리고 가게에 거주하다시피하는 식객 여중생 미나미로 구성된 3인 트리오가 그들 주위에서 일어나는 잡다한 사건을 해결하는 일상계 연작 미스터리 단편집. 원제 <가사사기의 사계> 대로 4계절로 구성된 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정통 일상계 작품으로 유머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탐정역을 자처하는 가사사기는 실제로는 상상력만 가득한 허풍쟁이고 은밀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진짜 탐정 히구라시가 있다는 설정인데 개인적으로는 꽤 마음에 들었어요. 탐정으로 행세하는 인물은 가짜고 그의 추리도 엉터리라서 결국 진상은 은밀히 활동하는 진짜 탐정이 밝혀낸다는 설정 자체야 <레밍턴 스틸> 등에서부터 무수하게 반복되어 온 것이지만 여전히 웃기고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것 같아요. 또 엉터리 추리와 진상이 각각 증거에서 어떻게 도출되었느냐도 중요한 포인트인데 이 작품에서 가사사기의 추리는 나름 그럴듯해서 제법 설득력이 있다는 것도 괜찮은 점이었고 말이죠.
그 외에도 <터치> 등이 등장하는 중고품 매장에 관련된 깨알같은 디테일들과 톡톡 튀는 대사를 보는 재미가 상당해서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묵직한 범죄소설과 서스펜스 스릴러로 접해왔던 미치오 슈스케라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정 반대였지만 이런 작풍도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네요.

그러나...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일상계 작품에서 대단한 트릭이 등장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작가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웠거든요. 모든 이야기가 결론에 단서를 끼워맞춘 느낌이에요. 또 두편의 이야기는 가사사기의 추리가 더 진상에 가까워 보였다는 것도 문제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사건에서는 협박 증거물인 사진이라는 진상보다는 인물관계로 추리해낸 유언장이라는 존재가 더 설득력이 있어보였고 세번째 사건에서도 고양이와 메기를 연결시킨 가사사기의 추리가 훨씬 그럴듯 했어요.(물론 세번째 사건은 옆집 아저씨를 본 건 히구라시밖에 없으니 공정성 면에서도 문제가 있고 말이죠) 이래서야 허풍과 진상의 갭에서 주는 유머라는 포인트를 제대로 살리기는 힘들죠.
나머지 두편도 추리적으로는 그닥입니다. 두번째 사건은 가사사기의 여장 남자라는 추리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무려 2년 동안 그걸 숨긴다는게 말이나 돼나. 덕분에 진상은 그냥저냥 넘어가는 정도로 끝난 것 같아요. 네번째 이야기는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는 내용이라 구태여 언급할 것도 없고요.

젊은 청춘들의 유쾌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트렌디한 작품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하지만 정통 추리물 애호가나 미치오 슈스케 전작의 팬분들께는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으니 참고하세요.

2012/06/18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 미쓰다 신조 / 김은모 : 별점 3점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미스터리 편집자 미쓰다 신조가 공포소설 투고를 의뢰받게 된 뒤 창작활동을 위해 우연히 발견한 폐가에 가까운 서양식 저택에 기거하게 되면서 소설과 현실이 뒤섞이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는 내용의 작품.

도조 겐야 시리즈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미쓰다 신조의 장편 데뷰작으로 도조 겐야 시리즈는 한권밖에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본격물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호감을 느꼈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정통 호러 소설" 이더군요.

비록 호러물은 취향은 아니었으나 일정 주기를 기점으로 참혹한 사건이 반복되는 흉가라는 아이디어는 괜찮았고 뭔가 스물스물하면서 섬찟하게 만드는 전개는 좋았습니다. 괴물이 나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상황" 자체가 섬찟하다는 점에서 더더욱 말이죠.
또한 전개 내내 현실이 굉장히 깊게 개입하여 논픽션 느낌을 주는 메타 소설 계열의 작품이라는 특징이 이러한 섬찟한 상황을 그리는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흉가가 실제 있는 것 같이 느껴지거든요. 요새 말로는 페이크 다큐 스타일인거죠. 주인공이 작가 미쓰다 신조라던가, 작품 발표 시기에 진짜 그가 편집자로 일하며 발표했던 여러 서적들이 소개된다던가, 지명들이 실존한다던가 하는 부분이 그러합니다. 실제 존재하는 수많은 유명한 추리, 호러 작품들이 소개된다는 것도 장르소설 애호가로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는데 특히 방대한 장르문학에 대한 지식을 독자들에게 광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작품에 연결시켜 녹여낸다는 부분들이 아주 좋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미쓰다 신조가 <세계 미스터리 투어 13>의 도쿄편 관련 사진 촬영을 위해 아사쿠사 일대를 배회하면서 에도가와 란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들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작가 미쓰다 신조와 그가 이사온 저택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작품 <모두 꺼리는 집>과 뒤섞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도 볼만했는데 이러한 전개는 <메두사>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액자소설은 많이 있긴 하나 이렇게 실제 현실과 작품이 하나로 귀결되는 작품은 흔한 것은 아니죠.

허나 단점도 있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흉가 자체의 존재를 그려내는 것에 성공했는데도 불구하고 대체 왜 흉가가 되었는지는 결국 밝히지 않고 끝낸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7에 얽힌 주기는 무엇이며 혼자 살아남은 소년은 어떻게 되었으며... 등등 궁금한 떡밥도 하나도 회수되지 않고 말이죠. 뭔가 귀신에 씌인것 같은데 그냥 그뿐이라는 결말은 "알고보니 꿈이었다"와 별다를게 없지 않나 싶었습니다. 마지막의 대 활극(?) 묘사는 긴장감이 넘치기는 하나 앞선 흉가 그 자체에 관련된 오싹함과는 거리가 있고 좀 통속적인 작품이 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그래도 복잡한 구성임에도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는, 그리고 장르 자체의 속성에 충실한 좋은 작품입니다. 데뷰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에요. 별점은 3점. 될성부른 나무는 역시나 떡잎부터 다른 법이죠.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재미도 특출나니 호러 소설을 좋아한다면 괜찮은 선택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계절도 이제 슬슬 여름이니까요!

그나저나... 작중에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말이라며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가 있어도 소설로 쓰지 않는 한 평가할 수 없다."라는 글귀가 등장하는데 정말 와닿네요. 깊이 반성하고 하루에 10분이라도 내 글을 쓰는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2012/06/16

바람피우고 싶은 뇌 - 야마모토 다이스케 / 박지현 : 별점 2.5점

바람피우고 싶은 뇌 - 6점
야마모토 다이스케 지음, 박지현 옮김/예담

세계적인 행동유전학의 대가라는 야마모토 다이스케의 저서. 복잡 미묘한 남녀의 차이점과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재미난 이슈들을 의학적 실험 결과와 다양한 자료들로 설명해주는 과학 에세이집.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나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주제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짧으며 글 자체도 저자의 자상함이 묻어나는 듯한 쉽고 따뜻한 내용들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깊이는 별로 없지만 가벼운 기분전환에 좋았달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왔던 것들을 조금 소개해보자면,

"바람기" :
바람기 많은 동물들의 비교 연구를 통해 성적쾌락을 크게 느끼면 상대방에 대한 유대감과 애착이 강해져 단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 연구 결과 소개. 바소프레신 수용체 양을 늘리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거 참... 먹고싶다!

여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이른바 최음제가 있는가?
연구 결과 성페로몬 - 여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물질은 젖먹이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의 체취였다고 합니다. 이건 진화과정에서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네요. '주변에 젖먹이를 안고 있는 여성이 있을 때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잘 자랄 확률이 높아진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더라도 다른 여성이 대신 젖을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데 정말 설득력있는 이야기더군요.

승리하기 위해서는?
PT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동물의 세계에서 빨간색은 승리의 색. 같은 실력이라면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팀이 승률이 높으니 PT에서도 빨간색 옷을 입자는 이야기. 그런데 오늘 PT가 있고 제가 입은 옷은 검은색... 나는 아마 안될거야.

도박 중독에 대하여 :
이전 게임에서 손해를 본 사람은 다음 게임에서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소개해줍니다. 즉 손해를 보면 볼 수록 도박을 더 하게 된다는거죠. 크게 잃었을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 도박 중독을 막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합니다.

남자가 가슴이 큰 여성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
원래 가슴이 큰 여성을 좋아하는 것은 진화생태학상 당연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가슴과 엉덩이가 크고 허리가 잘록한 여성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많다는 다산의 원리라죠. 과연 그러한지 외부 교류없는 페루의 소수민족 마젠카족을 통해 조사를 해 보았더니.... 가장 인기있는 스타일은 통통한 체형이었고 두번째 조건은 허리가 잘록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하네요. 다산의 원리에 따른 것 보다는 역시 여러 문화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죠.

아침식사를 꼭 먹어야 하는지? :
실험결과 아침식사를 먹은 그룹은 민첩성, 행복감, 마음의 평온이 좋아지며 카페인 (커피)는 주의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즉 아침식사를 먹고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면 새로운 정보에 민감해지고 모든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뿐 아니라 기억력 도 좋아지며 안정된 기분으로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하네요. 역시 최고의 조합 아침 & 커피!
그리고 단기기억력은 아침식사의 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군요. 기억력이 최고가 되는 식단은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4대 1일때이며 여기에 채소를 곁들이면 성적은 더욱 향상된다고 하니 수험생 부모님들은 꼭 기억해 두어야 겠어요.

2012/06/13

변호 측 증인 - 고이즈미 기미코 / 권영주 : 별점 3점

변호 측 증인 - 6점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검은숲

고아에 스트립댄서 출신인 나미코는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 야시마 스기히코와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얼마 뒤에 그녀의 시아버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사형 선고 앞에서 모든 것을 포기한 남편 스기히코에게 아내 나미코는 사건의 진상을 깨우쳤다고 공언한 뒤 옛 동료가 소개한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데 이 작품이 데뷰작이자 대표작이라고 합니다. 잠깐 조사해봤더니 첫 남편이 "이쿠시마 지로" 였다는 것, 만취하여 사고사로 죽었다는 것 등 작가의 일대기도 흥미롭더군요.

250여페이지라는 짤막한 길이도 적당하고 읽는 맛도 잘 살아있는 소품으로 특징이라면 스타일이 "고전적"이라는 것이겠죠. 발표가 1960년대이기는 하나 작품의 스타일은 그보다 더 이전의, 고전 본격물 황금기 시대를 연상케 하거든요.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괴퍅한 노인의 죽음과 난봉꾼 아들의 환영받지 못한 결혼의 조합이라는 전통적인 설정부터가 수많은 작품에서 익히 보아왔던 것이죠. 거기에 더해 감옥안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은 <처형 6일전>이나 <환상의 여인>이 떠오르며 나미코의 시점과 심리묘사를 중심으로 한 전개는 코넬 울리치의 향기가 짙게 묻어납니다.
묘사의 디테일 역시 만만치가 않아요. 벽난로, 바 스툴, 프랑스식 창문, 테라스옆 골담초 덤불... 묘사만으로도 영국 시골마을 별장이 떠오를 정도거든요. 한마디로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꾸면 고전 황금기 시대 작품이라고 해도 속아넘어갈 정도로 완벽한 고전 스타일이었습니다.
이러한 고전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본격 추리물이 아니라 주인공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반전을 그린 서술 트릭의 원조격 작품이라는 것도 좋았어요. "반드시 속는다!"라는 말 하나만큼은 적절하다 생각될만큼 트릭의 완성도도 높고요.

그러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둘러싼 수많은 절찬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쓰여진 시대를 감안한다면' 걸작이라는 평가인 듯 싶고 저 역시 동의하는 바이지만 현재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거든요.
반전만 해도 뭔가 한방 모아서 터트리기는 하는데 그 폭발력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는 편이에요. 충격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심심한 면이 없잖아 있을 뿐더러 기대했던 법정 장면에서의 드라마가 약했기 때문이에요. 완성도는 높지만 지금 읽기에는 딱히 대단한 트릭이 사용된 것도 아닌데다가 작중 변호사의 입을 통해 밝혀지듯이 경찰의 부실한 수사도 사건을 키우는데 한몫 했다는 점에서는 딱히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고요.

그래도 후대에 평가받을 만한 점은 분명 있다고 생각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꼭 시대를 초월할 필요는 없죠. 그 나름대로 즐길거리만 있으면 되니까요. 책도 이쁘게 잘 나온 편이라 마음에 드네요. 추리소설 입문자분들에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2/06/11

JComi Viewer - 별점 3.5점

 


아카마츠 켄의 절판된 만화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한 뒤 광고수익을 노린다는 획기적 발상으로 탄생한 서비스. 드디어 안드로이드용이 배포되었습니다. 바로 설치하여 확인해보니 말 그대로 지금은 쉽게 구하기도 힘든 작품들이 업로드되어 있더군요. 그러나 사용성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기본 서비스 컨셉부터가 당장은 매니아를 노린 듯 한데 매니아 대상이라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죠.

일단 스트리밍이 아니라 컨텐츠를 다운로드를 받아야만 볼 수 있다는 시스템부터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다운로드와 설치가 너무 무겁고 느릴 뿐더러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최근 서비스라 보기 어려웠어요.
게다가 뷰어는 정말이지 최악입니다! 뷰어의 기본기능인 북마크 기능조차 없거든요. 물론 기능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화면 확대 비율을 고정하거나 가로보기 모드에서 한페이지만 볼 수 있도록 하는 옵션은 필수라 생각되는데 이게 안되니까 보기가 너무 불편했습니다. iOS용은 이미 지원하는 기능으로 보이는데 안드로이드용도 다음 버젼에는 꼭 좀 업데이트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폰보다는 태블릿에 최적화된 서비스같아요.

그래도 <사립탐정 레이몬드> 같은 잊혀진 만화를 공짜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별점은 3.5점입니다. (이 만화는 다 읽고 리뷰를 올리겠습니다) 오래된 절판 도서 애독자로서 이런 서비스가 좀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이 정도면 뷰어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죠. 최소한 한번 열 때마다 광고 클릭 한번정도는 해 줄 생각입니다.

2012/06/10

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점

 

혼진 살인사건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혼진 살인사건>은 이미 예전에 동서 추리문고를 통해 읽었었던 작품입니다. 시공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세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된 작품은 중편인 <혼진 살인사건>과 단편 분량의 소품 <왜 도르레 우물은 삐걱거리나>, 중단편 길이인 <흑묘정 사건> 입니다.

수록작의 전체 평균 별점은 2점.  표제작 외 다른 두 작품이 점수를 좀 깎아먹었는데 이 책에 실린 단편들보다는 예전 동서 추리문고의 <나비부인 살인사건>이 더 좋았습니다. 이 쪽은 별점 3점은 충분했던 것 같은데...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 에 추가하자면 <혼진 살인사건> 만이라면 공동 2위이고 이 책 전체적으로 따지면 7위네요. 긴다이치 시리즈 팬 분들께는 추천드리지만 그냥 추리 애호가분들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다는 점 참고하세요.

<혼진 살인사건>
이 작품은 기념할만한 긴다이치 시리즈 첫 작품입니다. 첫 작품임에도 긴다이치 시리즈의 전형적 특징 -시골마을 지역유지 가문에 얽힌 원한관계와 오싹한 살인사건, 그것을 해결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 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밀실 살인사건이 펼쳐지며 공들인 트릭이 등장하는 본격 추리소설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것도 다른 시리즈와 유사하고요.
그러나 공정함에 있어 큰 문제가 있긴 합니다. 작품 속 공개된 정보만 가지고 트릭을 독자가 풀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래도 기념비적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역사적 의미는 확실할 뿐 아니라 지금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전해줍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왜 도르레 우물은 삐걱거리나>
전형적인 긴다이치 시리즈스러운 소품. 긴다이치는 아주 잠깐 언급될 뿐 화자는 혼이덴 가문의 병약한 막내딸 쓰루요로 그녀의 1인칭 시점 서간문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추리적으로는 스기 죽음의 진상과 에마를 숨긴 이유를 쓰루요에게 숨긴 것이 전혀 설명되지 않은 탓이 가장 큽니다. 게다가 오노가문의 쇼지가 죄를 뒤집어쓰고 자수 했다는 결말부는 어이 가 없어질 정도였어요. 강도, 퍽치기 전과가 있는 인간이 약간의 호의때문에 살인죄까지 뒤집어써 준다는게 말이나 되나요? 협박을 하면 했지....
편지로 진행되는 전개 역시도 몇몇 단락을 제외하면 그냥 소설이라해도 될 정도로 편지 특성을 살리지 못했고요.

한마디로 쓰루요의 쓸데없는 오해가 내용의 대부분인 작품으로 일종의 순간이동 알리바이 트릭은 괜찮았지만 그 외의 내용이 너무나 부실하기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흑묘정사건>
추리소설가 Y가 긴다이치 코스케와 밀실 살인, 1인 2역, 얼굴없는 시체라는 전통적 추리소설 트릭에 대한 견해를 나눈 뒤 얼굴없는 시체에 관련된 사건을 실제로 긴다이치가 해결하고 알려준다는 작품.

얼굴없는 시체 트릭이 사용된 작품인데 전형적인 피해자 가해자를 바꿔치기 트릭에서 한발자국정도 더 나아간, 나름 고심한 트릭이 펼쳐집니다. 특히 장지문과 다다미에 묻은 혈흔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뜬금없이 오노 지요코라는 여인이 등장해서 딱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사라진다던가, 그냥 봐도 수상한 변장과 뒤이은 밀회쇼를 그냥 성격 문제였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기는 부분은 심하게 거슬렸습니다. 트릭 자체도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았더군요. 아유코와 시게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너무 뻔해보였어요.
그 외에도 닛초가 공범이 되는 동기와 이유가 밝혀지지 않는 것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개그스러운 만담과 과거사가 잠깐이나마 펼쳐져 팬으로서는 즐길거리가 있고 본격 추리 소설로의 맛도 괜찮게 살아 있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2/06/09

너무 친한 친구들 - 넬레 노이하우스 / 김진아 : 별점 1.5점

 

너무 친한 친구들 - 4점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북로드

환경운동가로 지방도로의 건설 때문에 수많은 적을 만든 고교교사 파울리가 시체로 발견된다. 보덴슈타인 반장의 지시로 수사를 진행하던 피아 형사는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한 동물원장 산더와 미청년 루카스의 구애를 받게되는데...

하아... 그간 격조했습니다. 거의 1주만이네요.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블로그가 방치상태가 되어 갑니다... 주말이라도 부지런히 글을 올려야겠어요. 블로깅 목적으로 이번에 읽은 책은 요새 대세라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두번째 작품.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형이 구입했길래 별 고민없이 덩달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독일 가정주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읽어보니 여러모로 일반적인 추리소설하고는 차별화되는 몇가지 특징이 있더군요.
첫번째로는 최근의 인기작임에도 고전적인 정통 추리 수사물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피해자에 대한 설정을 들 수 있겠죠. 환경운동가로서의 활동으로 얻은 적도 많은데다가 전처와의 재산 문제로 싸우고 있고 옛 친구의 숨기고 싶은 과거도 알고있으며 가르치던 학생 한명과는 졸업 문제로 격하게 싸운 등 가는 곳마다 적을 만든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게다가 5만유로라는 거액의 현금소지까지 밝혀지고 알고보니 의외의 자산가에다가 여러 보험도 얽혀 있는 등 여태까지 살아있던 것이 의아할 정도로 완벽한 피해자의 모습을 갖춘, 최근 추리소설에서는 보기드문 모범적인 피해자였어요.
일본 고전 추리소설에서 봄직한 콩가루 집안에 대한 묘사는 또 어떻구요! 집나온 아들들은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고 거의 모든 커플들이 불륜을 저지르며 심지어는 자기 아들의 여자 친구 하고 놀아나는 아버지까지 등장하는 등 심지어는 일본 소설을 능가하는 모습마저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용의가 짙은 인물을 순차적으로 등장시키고 부수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것에 따라 용의자가 계속 이동하는 등의 수사과정도 역시나 고전적이었고 말이죠.

그러나 그냥 고전적이기만 했더라면 이만큼의 인기는 얻을 수 없었겠죠? 형이 "추리를 가장한 로맨스소설이다"라는 평을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장르문학에 비하면 확실히 로맨스 소설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도 미남미녀가 많고 (잘생긴 정육점 주인이라던가...) 주인공인 피아 형사를 향해 구애하는 인물도 중후한 중년과 잘생긴 애송이라는 조합으로 두명이나 등장하는 등 여성 독자를 끌어들일만한 요소가 많아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단 진범의 정체와 결말에 큰 문제더군요. 너무 뜬금 없기도 하거니와 정교함이나 치밀함과는 담을 쌓은 범죄로 단지 운이 좋았던 것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트릭같은 요소는 전무합니다.
그렇다고 수사과정이 치밀하느냐면 그것도 영 아니올씨다에요. 첫 범행때에는 목격자도 있고 두번째 범행에서는 여러가지 증거를 남겼음에도 용의선상에조차 오르지 않는것은 솔직히 경찰의 무능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용의자들 혈액 검사만 했어도 충분했을 것을...
또 최초 파울리 살해는 그렇다치더라도 반더베르크를 살해하려한 동기는 도저히 알 수도 없었고 독자의 혼돈을 노리고 뿌린 떡밥 (예를 들어 파울리의 전처와 현 여자친구의 수상쩍은 밀회라던가) 도 제대로 회수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내는 등 완성도면에서 현격한 결격사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산더와 루카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보덴슈타인의 심리묘사는 대놓고 노리고 쓴 티가 물씬 나서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독자에게 얘하고 얘가 수상해!라고 강요한다는 점에서 공정함이라는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요소를 무시해버린 것이라 도저히 좋게 봐줄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로맨스 소설 느낌에서 더 나아가 시시콜콜한 심리묘사가 너무 많은 것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주인공이 잘생긴 미중년 동물원 원장에게 끌리는 감정을 주체못하는 피아 형사라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고보니 보덴슈타인 반장의 캐릭터도 일과 가정 모두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앞서 말한 독특함과 그에 따른 장점, 즉 고전 느낌의 로맨스 분위기 확실한 여성스러운 묘사는 분명히 괜찮았습니다. 각 요소들은 전통적이나 그것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는 것은 괜찮은 시도이긴하죠. 헐리우드 스릴러스러워지는 최근 유럽 장르소설과의 차별화 포인트도 확실하고요.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때문에 저에게는 앞서 말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평균이하의 수사물 느낌 드라마였을 뿐입니다. 제 별점은 1.5점 입니다. 왜 인기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다음 작품을 읽어야 할 지 심히 고민됩니다...

2012/06/03

자동차 폭탄의 역사 - 마이크 데이비스 / 서정민 : 별점 3점

 

자동차 폭탄의 역사 - 6점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서정민 옮김/전략과문화

1920년 마리오 부다의 폭탄 마차에서 시작된 차량폭탄테러의 역사를 기록한 논픽션. 일단은 역사 관련 도서라 할 수 있겠죠?

요약이나 정리가 어려울 정도로 정말 방대한 역사가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왜 테러가 일어나는지"에 집중하여 테러의 흑막이 누구인지 당시 정치적 시대적 상황과 결합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IRA나 바스크, 헤즈불라, PLO 등 전통의 친숙한 이름 뿐 아니라 미국 CIA, 파키스탄 정보부, 모스크바의 정책.... 정말 많은 단체가 시대와 정책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려져서 정말 흥미로왔거든요.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스리랑카의 분리 독립운동단체인 타밀엘람호랑이의 자살 특공대 블랙타이거에 대한 내용, 코카인 업계의 대부로 부시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항해 테러를 일으킨 에스코바와 인도대상자들의 테러들, 1990년대 마피아가 벌인 이탈리아 문화재에 대한 테러, 그리고 현재의 바그다드의 지옥과 같은 상황으로 대표되는 "연성 목표물" 테러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다른 굵직한 차량테러도 거의 모두 다루고 있고 관련된 상세한 데이터도 모두 실려있습니다. 단,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와 911에 대한 비중이 굉장히 작은 것은 좀 의아하긴 한데 다른 관련서적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되네요.

내용이 이상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좀 들고 최종 교정의 문제인지 오타가 제법 있다는 것이 약간 아쉽습니다만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이러한 논픽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필독서라 할 수 있겠죠. 뭐 다른 대안도 없고 말이죠.

그나저나 차량 폭탄에 자살 공격이 더해지면 사실상 완전 저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무섭던데 우리나라도 북한과의 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목표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 차량 폭탄 테러가 효율적으로 벌어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