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1/12/24

물만두의 추리 책방 - 홍윤 (물만두)

물만두의 추리 책방 - 6점
홍윤(물만두) 지음/바다출판사

전설의 추리소설 리뷰어 물만두 홍윤님의 1838편의 리뷰 중 200편을 뽑아 실어놓은 리뷰집. 추모의 의미를 담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터넷 상으로 고인의 리뷰는 자주 접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읽은 작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9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제가 리뷰를 올린 작품들은 비교해서 읽어 보았는데 리뷰의 수준이 확실히 차이가 나서 많은 부분 반성도 되었고요.
또 고인은 작품의 좋은 부분을 찾아내어 주목하는 리뷰가 많다는 것과 작품의 역사적인 의미, 전작 출판에 대한 강한 소망 등에서 정말로 애호가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리뷰들 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리뷰가 많다는 것도 특이하게 다가왔습니다. 한창 블로그를 방문하여 리뷰를 접할 때에는 무심히 넘겼던 부분인데 고인의 지병을 알고 나니 이러한 고민도 굉장히 묵직하게 느껴지더군요.

"아픈사람, 호전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선고받은 사람도 희망을 가질 때가 있다. 이것은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다." - 제프리 디버 <곤충소년>
"산다는 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치오 슈스케 <섀도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도 아님을.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죽으면 사실 그저 묻히는 것뿐이다. 산다는건 고행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건 불행은 작아보이게 만들려 애쓰며 극복해 나아가고 행복은 더 크게 만끽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기 때문이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같은 글들인데, 다시 읽어보니 참 여러모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주네요.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한 내일이다."라는 경구가 다시금 떠오르기도 하고요. 추리소설과 장르문학 리뷰어를 자처하는 저에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케 하고 보다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었습니다. 일단 고인이 강추한 작품 중 아직 읽지 못한 것 부터 읽어봐야 겠네요. 
"전설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서든 최고는 아니더라도 내 시대가 끝날 때 나 혼자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사쿠라바 가즈키 <아카쿠치바 전설> 라는 글을 남기셨는데 이미 전설이시고 최고이셨습니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S : 제가 알라딘 블로그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고인과의 접점이 별로 없고 제 알라딘 블로그 방명록에 한줄 글로만 인연이 남았다는 것이 정말로 너무나 아쉬울 뿐입니다. 생전에 댓글으로라도 의견을 나누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경성탐정록에 대한 좋은 리뷰에 제대로 감사드리지도 못한 것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수키 김 <통역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할런 코벤 <단 한번의 시선>
조너선 캐럴 <웃음의 나라>
토머스 해리스 <이니그마>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프레더릭 포사이스 <어벤져>
츠지무라 미즈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모리 히로시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심포 유이치 <화이트아웃>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아이>
J.M 에르 <개를 돌봐줘>
막심 샤탕 <악의 심연>
프레드 바르가스 <4의 비밀>
박미경 <괴상한 해초>
류성희 <나는 사랑을 죽였다>
이은 <수상한 미술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