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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0

여태까지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

 출간된 작품을 모두 읽은 것 같아 정리의 의미에서 포스팅합니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제외하면 초기작 점수가 높은 편이네요.

이 중 세편을 꼽으라면 <옥문도>, <악마의 공놀이 노래>, <혼진 살인사건>이겠네요. <팔묘촌>과 <여왕벌>은 절망스러울 정도로 형편없었던 TV 드라마를 먼저 접해서 그 반동으로 점수가 조금 높게 매겨진 것 같거든요.
 
1위 : 별점 4점
<옥문도>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특징적인 설정과 매력에 더하여 본격 추리적인 완성도도 빼어난 작품.

공동 2위 : 별점 3점
<팔묘촌>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적은 모험소설로 유사한 설정의 작품들의 아버지격.
오리지널로의 가치는 높으나 추리물로는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쉽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추리적으로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드라마가 잘 갖춰진 작품.
동기와 전개면에서 만화 김전일 시리즈와 가장 흡사한 느낌을 주는 친숙한 느낌이 좋다.

<여왕벌>
추리적으로는 시시하지만 악의없이 주변을 살육으로 몰고가는 순진한 미녀에 대한 묘사 하나 때문에라도 볼 가치는 충분.

공동 5위 : 별점 2.5점
<이누가미 일족>
너무 전형적이었을 뿐 아니라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묘사가 과했던 작품. 거기에 더해 추리적으로도 별볼일 없다.
한마디로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웠다.

<밤산책>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괴담물로 본다면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

7위 : 별점 2점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동기와 트릭 모두 부실하며 추리적으로도 별볼일없는 평균이하의 태작.

8위 : 별점 1.5점
<삼수탑>
여왕벌의 자가복제에 지나지않는 통속 치정 모험극. 시류와 유행에 영합하려한 전형적인 펄프픽션.


등외
<혼진 살인사건 / 나비부인 살인사건>
이전에 읽어서 등수에는 포함되지 않았음.
하지만 추리적인 측면과 역사적인 가치를 고려한다면 상위권은 충분할 듯 싶다.

2011/12/24

삼수탑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1.5점

삼수탑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어머니의 죽음 후 이모댁에서 딸처럼 귀하게 자란 오토네 앞에 먼 친척이라는 겐지 노인이 무려 100억이라는 유산을 남긴다는 유언이 전해진다. 조건은 다카토라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 그러나 백부의 회갑연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피해자가 정체불명의 정혼자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 뒤 변호사에 의해 유산은 오토네를 포함한 사타케 가문 사람들 모두가 나누는 것으로 결정된 뒤 가문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되고 오토네는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는데...

<하기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이기는 하지만 긴다이치의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오토네와 다카토의 모험담이 오토네 1인칭으로 전개되는 작품.

일단 사타케 가문 사람들이 백억이라는 거액의 돈을 둘러싸고 한명씩 죽어나간다는 꽤나 큰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영문을 모르고 휩쓸리는 전형적인 피해자 오토네 시각으로만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추리적인 요소를 딱히 찾아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크네요. 그나마 추리적인 요소라면 후루사카 시로의 부서진 트렁크와 삼수탑 사진의 존재정도랄까요... 확실하진 않지만 유카리 - 쇼이치의 무고함을 약간이나마 증명해 주는 증거니까요.그러나 이 정도로는 아주아주 부족합니다. 결국 밝혀진 범인의 정체는 황당하기가 그야말로 서울역에 그지없어요. 제가 읽었던 추리소설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어처구니를 상실한 결말이라 생각될 정도로 말이죠.
또 동기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에요. 물론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 뒤에 연쇄살인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어요. 유도 실력에 대한 복선이 살짝 있기는 하나 실로 초인적인 행동력을 보이는 범인의 능력과 결국 연쇄살인 자체가 순전히 운에 기인한 결과라는 진상은 추리 애호가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뭔가 있어보이던 "삼수탑" 의 존재가 기실 별볼일 없었다는 것과 시로가 삼수탑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다면 이미 진작에 관련된 증거는 챙겼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말 부분의 설득력도 낮고요.
차라리 초반의 살인 하나만 범인이 저지르고 유언장 발표 뒤에는 서로서로 죽인 것이다... 마지막 삼수탑에서도 내분과 애정싸움으로 모두 죽은 것이다... 범인은 오코네와 다카토의 관계를 알고 자살한다... 는 식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하긴 이러한 문제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 한 <여왕벌>의 자가복제작에 불과하다는 단점 - 순진하지만 본의아니게 사건을 일으키는 원흉인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미녀 / 악인인지 선인인지 모호한 그녀 주위를 맴도는 남자라는 설정과 전형적 사건 구도 - 에 비교하면 별거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당대의 인기작답게 아주 건질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각 단계별로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도록 만드는 전개는 연재물이라는 작품의 출생성분(?)을 잘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서스펜스와 스릴이 전편에 걸쳐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과연 명불허전이더군요.
또 맹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코네와는 정반대인 신출귀몰, 변장에도 능하고 다양한 신분을 가진 다카토라는 안티 히어로적인 캐릭터가 비교적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어요. 비교적 현대적이고 생동감있는 캐릭터라 이 작품 한편에만 등장하는게 아까울 정도로 말이죠.
아울러 통속적인 점에서는 지금 보아도 정말로 완벽한 작품이라 생각되는 것도 놀랄만한 점입니다. 초반부터 펼쳐지는 찐~한 애정묘사부터 시작해서 사타케 가문 사람들이 모두 호색한 - 호색녀에 문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 등이 그러하거든요. 사실 작품 전개와는 별 관계없는 순전히 재미를 위한 설정이라는 점에서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최근까지 이 작품이 계속해서 영상화된 주요한 이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통속성은 여러모로 참고가 될 것 같아요.

그러나 추리소설이라 부르기는 민망할 뿐 아니라 긴다이치마저도 하는 게 없기에 작가의 팬이시라면 한번 읽어볼만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추천드리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1.5점 입니다. 제가 읽은 긴다이치 시리즈 중에서 최저점인데 이후 작품들은 솔직히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군요.

물만두의 추리 책방 - 홍윤 (물만두)

물만두의 추리 책방 - 6점
홍윤(물만두) 지음/바다출판사

전설의 추리소설 리뷰어 물만두 홍윤님의 1838편의 리뷰 중 200편을 뽑아 실어놓은 리뷰집. 추모의 의미를 담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터넷 상으로 고인의 리뷰는 자주 접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읽은 작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9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제가 리뷰를 올린 작품들은 비교해서 읽어 보았는데 리뷰의 수준이 확실히 차이가 나서 많은 부분 반성도 되었고요.
또 고인은 작품의 좋은 부분을 찾아내어 주목하는 리뷰가 많다는 것과 작품의 역사적인 의미, 전작 출판에 대한 강한 소망 등에서 정말로 애호가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리뷰들 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리뷰가 많다는 것도 특이하게 다가왔습니다. 한창 블로그를 방문하여 리뷰를 접할 때에는 무심히 넘겼던 부분인데 고인의 지병을 알고 나니 이러한 고민도 굉장히 묵직하게 느껴지더군요.

"아픈사람, 호전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선고받은 사람도 희망을 가질 때가 있다. 이것은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다." - 제프리 디버 <곤충소년>
"산다는 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치오 슈스케 <섀도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도 아님을.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죽으면 사실 그저 묻히는 것뿐이다. 산다는건 고행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건 불행은 작아보이게 만들려 애쓰며 극복해 나아가고 행복은 더 크게 만끽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기 때문이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같은 글들인데, 다시 읽어보니 참 여러모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주네요.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한 내일이다."라는 경구가 다시금 떠오르기도 하고요. 추리소설과 장르문학 리뷰어를 자처하는 저에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케 하고 보다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었습니다. 일단 고인이 강추한 작품 중 아직 읽지 못한 것 부터 읽어봐야 겠네요. 
"전설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서든 최고는 아니더라도 내 시대가 끝날 때 나 혼자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사쿠라바 가즈키 <아카쿠치바 전설> 라는 글을 남기셨는데 이미 전설이시고 최고이셨습니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S : 제가 알라딘 블로그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고인과의 접점이 별로 없고 제 알라딘 블로그 방명록에 한줄 글로만 인연이 남았다는 것이 정말로 너무나 아쉬울 뿐입니다. 생전에 댓글으로라도 의견을 나누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경성탐정록에 대한 좋은 리뷰에 제대로 감사드리지도 못한 것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밤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수키 김 <통역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할런 코벤 <단 한번의 시선>
조너선 캐럴 <웃음의 나라>
토머스 해리스 <이니그마>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프레더릭 포사이스 <어벤져>
츠지무라 미즈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모리 히로시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심포 유이치 <화이트아웃>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아이>
J.M 에르 <개를 돌봐줘>
막심 샤탕 <악의 심연>
프레드 바르가스 <4의 비밀>
박미경 <괴상한 해초>
류성희 <나는 사랑을 죽였다>
이은 <수상한 미술관>

2011/12/18

아버지의 백드롭 - 나카지마 라모 / 한희선 : 별점 2.5점

 

아버지의 백 드롭 - 6점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사고뭉치 아빠들의 좌충우돌 소동극으로 훈훈하고 유쾌한 결말로 끝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나카지마 라모의 꽁트 네편을 모아놓은 소품집.

추천을 받아 읽기는 했지만 호러 단편집 <인체모형의 방>과 오컬트 모헙물 <가다라의 돼지>라는 두편의 장르물로 먼저 접했었던 작가라서 이러한 일상계 소품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는데 읽다보니 네편 모두 그닥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르물과 유사하더군요! 작가 특유의 블랙 코미디 성향이 잘 드러나 있는 것도 역시나 싶고 말이죠.

물론 일상계 소품에서 기이한 비현실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솔직히 단점이긴 합니다. 모든게 과장된 만화같으니까요. 예를들어 기본 설정부터가 그래요. 친구의 아버지가 거구의 프로레슬러였다는 것은 아다치 미츠루의 <슬로우 스텝>이 바로 연상되잖아요. 진기한 애완동물을 아들들에게 건네주어 자존심 싸움을 하게 만드는 것은 <도라에몽>의 한 에피소드 같고요.

또 유쾌하기는 하나 기승전결이 쉽게쉽게 이루어지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아버지의 백드롭>에서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어보였던 우시노스케가 별다른 복선도 아니었던 복근의 수비력으로 승리한다던가, 연예인 밧타의 뜬금없는 방송국 신인상 수상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설득력 하나없는 이유로 극적인 드라마가 성립된다는건 생각이 없어보이기까지 했거든요.

뭐 피식하며 즐기라는 취지의 작품이니만큼 생각하면서 읽는게 적절한 것은 아니겠죠. 작가의 창작 의도도 그냥 마음 편하게 즐기자는 것일테고 어른들 동화같은 소품으로는 꽤나 제격이었으니 만족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1/12/12

밀리터리 실패열전 - 홍희범 : 별점 2.5점

밀리터리 실패열전 - 6점
홍희범 지음/멀티매니아호비스트


호비스트에서 출간했던 월간지 플래툰에 연재되었던 컬럼들을 책으로 엮은 것. 작전편에서 시작해서 해상, 항공, 지상, 총기 파트로 크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상세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ㆍ작전편
1. 무능한 대장이 부하를 잡는다-임팔작전
2. 미국의 오판-피그만 침공
3. 구출아닌 구출작전? 마야게즈호 사건
4. 병력은 단순한 소모품? 솜므 대공세
5. 첩보전 최악의 실패: 독일의 대영 첩보전

ㆍ해상편
1. 훈련중의 대형 사고 연속 발생
2. 이라크 미사일, 미군함 피격
3. 이지스의 비극-이란 여객기 오인격추
4. 군과 민간 사이에서 망한 여객선
5. 소련-러시아 원자력 잠수함의 사고연발
6. '위스키 온 더 락', 구형 잠수함도…
7. 미국 원자력 잠수함의 사고 2연타
8. 미 항모 최대의 적은…?
9. 너무 요동치는 미드웨이
10. 결국 못다한 꿈-나치 독일의 항모

ㆍ항공편
1. '막 떨어지는'전투기? 과부제조기 F-104
2. 아군기를 쏘면 안되지…! 항공오사
3. 위대한 꿈, 충돌로 끝장-B70「발키리」
4. 너무 앞선 무인 헬기-DASH(QH-50D)
5.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장 차이-B-17
6. 자국산 전투기 개발의 꿈과 나치 독일
7. 항공기 자폭테러의 원조는 테러도 아니다?
8. 미 해병대, 스키 리프트 격추?
9. 소련 VSTOL기의 우울
10. F-20 '타이거 샤크'의 실패

ㆍ지상편
1. 여러모로 패착: 2차 대전의 일본 전차들
2. 폼만 나면 좋나? 소련의 다포탑 전차
3. 욕심이 지나쳐도… 미국의 MBT70
4. 세계 최대의 '실패한 쥐', 마우스
5. 너무 무거운 경전차, 1호 F형
6. 궁합 맞는 짝이 없다? 17파운드포 탑재작전
7. 뭔가 안 맞는… 연합군의 중전차들

ㆍ총기편
1. 좌충우돌-미국의 경기관총 프로젝트
2. 이래가지고 전차를 어떻게 지켜?M73
3. 또다른 전차용 기관총의 실패: M85
4. 절약이 능사는 아니다-일본 11년식 경기관총
5. 무고장 소총의 꿈… 꿈은 꿈일 뿐? LMR
6. 나치 독일 최후의 발악: 국민돌격병기
7. 사공이 많으면… GEW88
8. '일석이조'의 실패
9. 대영제국의 SA80, 이름값 못하다
10. '곡사총'의 꿈


각 소주제별 제목만 보아도 흥미진진하지요?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에어리어 88>에서 주인공의 기체로 높이 평가했던 (비싼값을 주고 산거야!) 타이거샤크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와 위대한 꿈이었던 초초음속 전폭기 발키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발키리는 영화 <파이어폭스>가 바로 떠오르더군요. 멋진.실루엣의 디자인도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실제 시제품이 존재해서 비행까지 성공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고 말이죠. "소련 VSTOL기의 우울"에서 등장하는 수직이착륙기 이야기도 최근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에서 잠깐 접했던 것이라 반가왔어요.
그 외에도 나치 독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투기 국산화를 꿈꾸었던 아르헨티나의 풀퀴2와 인도의 마루트, 그리고 아랍권의 HA-300 전투기 이야기도 신선했습니다. HA-300은 빌리 메서슈미트 박사의 설계였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크게 느껴지더군요. 이집트가 산유국이었다면 지금 하늘을 날고 있었텐데....

마지막으로 2차대전 당시 일본의 무식한 전차들의 역사도 재미있게 (그리고 어이없게) 읽은 내용입니다. 섬이나 정글 등의 야전이 많았던 전장 특성상 개발이 더뎠다고는 하지만 황당할 뿐이죠. 이 이야기도 <하야미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에 실려있던 중전차 치하 이야기가 떠올라 더 기억에 남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현재는 엔위하키 등의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등 새로운 이야기가 많지 않은 것은 좀 아쉽습니다. 그리고 호비스트 출판 도서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데 뭔가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약간 부족하고 가벼워 보인다는 점과 책의 만듬새와 완성도에 비하면 생각외로 비싼 가격 (13,000원)도 분명한 단점이라 생각되고요.

그래도 소프트한 밀리터리 애호가에게는 제법 괜찮은 즐길거리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이런 류의 책 중에서는 대안을 찾을 수 없는 군계일학적인 측면도 확실히 있는 만큼 지금 절판상태이지만 주위에서 구하실 수 있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1/12/09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 사쿠라이 스스무 / 전선영 : 별점 2점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 4점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전선영 옮김/살림Math

일상 생활 속에서 무심히 지나가는 것들에서 수학적인 요소를 끄집어내어 소개한다는 취지의 교양서. 중고등학교 때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했음직한 것들, 즉 "이걸 배워서 어디다 쓰지?" 라는 질문에 대해 좋은 답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앞부분의 삼각함수, 지수와 로그를 설명하는 부분이 그러합니다. 사람은 감각의 크기가 자극의 로그에 비례한다는 베버 - 페히너의 법칙 같은 새로운 이야기도 꽤 재미있는 편이었고요.
그리고 식상하긴 했지만 컴퓨터 관련 설명에 등장했던 2진법 전환에 대한 새로운 공식이라던가 컴퓨터 작동의 기본원리는 상당히 잘 설명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이 공식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최근 모 작품 때문에 벌였던 삽질을 조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드네요.

그러나 그 뒤의 이야기들은 영 별로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GPS 이야기는 그냥 그랬고 컴퓨터의 2진법관련 이론과 암호에 대한 것도 다른 곳에서 많이 접했던 것이니까요. 황금비는 뭐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나마 황금비 이야기에 같이 소개되는 일본 특유의 백은비에 대한 이야기 정도는 괜찮았지만 이어지는 단위, 움직임과 미적분 항목도 그냥저냥이었고 맨 마지막의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이라는 주제는 초등학생을 상대로 숫자의 기원을 설명해주는 동화에 불과해서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이쪽 분야의 다른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이 크겠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책입니다. 재미와 지적 호기심 양쪽 측면에서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제가 나이가 들은 탓도 있을텐데 아무래도 중고등학생에게 맞는 책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1/12/05

Q.E.D - 38 / 39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 2점

 Q.E.D - 36 / 3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씩


'
Q.E.D 큐이디 38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허몽
영화제작자 쿠세 살인사건에 언제나 그렇듯 우연찮게 발을 들여놓게 된 토마와 가나 커플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

추리적으로는 그닥인 작품입니다. 영사기를 이용한 트릭이 사용됩니다만 작중에서 언급되는대로 돈한푼 투자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신선하지도 않을 뿐더러 현실적인 부분에서 효용성이 크게 의심되기 때문이에요. 영사기를 이용하여 영상을 창문에 투영하는 것, 그리고 조명에 의한 일종의 거울현상을 이용한다는 것 모두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도 않았고요. 세세한 부분에서 설명을 좀 더 해 주었더라면 (창문에 시트지를 발라놓았다던가 하는 식으로) 좋았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토마가 용의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각자 처한 현실에서 동기를 추리해내어 범인을 알아낸다는 착상은 괜찮았고 망한 영화에 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심리묘사가 그럴듯 하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17
일본 수학인 "화산"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가상 역사 수학물입니다. 18세기 초 일본 에도의 아이사라는 소녀가 일본에서 가우스, 갈루아보다 먼저 대수에 대한 이론을 알아내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핵심 내용으로 토마가 현재 시점에서 아이사가 남긴 사당의 수수께끼를 풀어낸다는 전개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진실은 결국 밝혀지지 않고 "알아내었을지도 모른다"로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있죠.

그런데 분명 재미는 있고 특히나 앞부분의 수학 (화산) 문제도 퍼즐을 푸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정작 핵심 내용은 이해가 100% 되지는 않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뭐 이 부분은 제가 수학에 젬병인 탓이 크겠지만요.

굉장히 수학 쪽에 많이 치우쳐져 있는 이야기라 평가하기가 좀 난감한데, 별점은 3점 주겠습니다.가상역사물, 수학학습물, 추리물 어느쪽으로 보아도 뭐 평균이상은 되는 수준이라 생각됩니다.현학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하고요.

Q.E.D 큐이디 39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어번힐즈 6호실 사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낡고 별볼일 없는 맨션 어번힐즈의 관리인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경찰은 사인을 자살이라고 단정짓죠. 이후 관리인의 손녀와 친구인 가나가 토마를 끌어들여 진상을 밝혀내려 한다는 내용의 작품인데 애시당초 시체가 발견된 6호실이 밀실도 아니고 맨션안을 돌아다닌 것은 토치키밖에 없는 정황조건은 범인을 너무 뻔하게 만듭니다.그런데 예상가능한 전개를 뒤집어서 희한한 일상계로 탈바꿈 시킨 작가의 능력은 확실히 돋보이네요. 동기의 의외성, 진상의 의외성이 확실히 존재하는 기발함이 좋습니다.

단, 왜 주위에 더 싼 집을 물어볼때 6호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는지와 구태여 6호실을 통해 시체를 끌어올려 자살로 위장할 필요가 있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건 문제죠. 왠만한 경우는 자살이 아니라 시체만 발견되어도 집값은 떨어질텐데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좀 더 설득력있게 단서를 붙여 조금 더 내용을 보강했더라면 정말 괜찮은 일상계 미스터리 수작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조금 아쉽네요.

그랜드 투어
NASA에서 보이저호를 개발했던 핵심멤버 중 한명인 이오 교수가 은퇴기념 파티를 열고 제자였던 토마와 로키 일행을 초대한 뒤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 굉장히 묵직한 내용에 보이저호 발사에 필요했던 "그랜드 투어"와 "스윙바이 항법"이 전개의 핵심으로 등장하는 Q.E.D 특유의 학습 + 본격 추리물입니다.
35년전 이오 교수 아내의 죽음을 파헤치는 것이 핵심인 추리적인 부분은 당시 인물들의 증언에만 의존하는 안락의자 탐정물 스타일로 제법 설득력있게 묘사됩니다. 추리라기 보다는 비약이 심해 보이는 단점은 있지만 큰 흠을 잡을 수준은 아니에요.

그러나 문제는 드라마 입니다. 교수 아내의 불륜은 가정을 돌보지 않은 교수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일테고 교수의 자살소동과 복수를 다루는 전개도 말이 안되거든요. 이러한 쇼를 벌이는 이유 자체가 설명되지 않으니까요. 구태여 토마 일행을 불러모은 이유도 합리적이지 못하고요. "자살"을 증명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토마 일행이 없더라도 친구들과 목격자 증언만으로 충분히 자살로 성립될 수 있었을 거에요.

이런 부분을 감점해서 별점은 2점입니다. 시작에 비하면 마무리가 확실히 약했던 에피소드인데 후속작에서는 좀더 힘을 내어 주었으면 합니다.

2011/12/03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 한국인이 즐겨먹는 거리음식의 역사 - 윤덕노 : 별점 2점

 


제목과 책 소개만 보면 우리나라의 분식이나 거리음식들에 대한 역사적 고찰 및 소개를 하는 책으로 생각되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빵, 과자는 물론 해산물과 주식까지 망라하는 포괄적인 음식 컬럼이었습니다.

물론 주제가 많고 방대한 것은 단점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제에 명백하게 "한국인이 즐겨먹는 거리음식의 역사"라고 떡하니 적어놓고 정작 책 내용에 땅콩버터, 오징어먹물이나 빠에야, 리조또, 꾸스꾸스, 타타르 스테이크 등을 소개한 것은 명백하게 독자를 기만한것이 아닌가 싶고 각 주제별로 다루는 내용도 딱히 깊이가 없고 단지 유래만 다루거나 몇가지 재미있는 일화만 곁들여 소개하기에 좀 얄팍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팥빵이나 카스텔라, 단무지, 오뎅처럼 간단하게 인터넷을 뒤져도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구태여 소개하는 것도 페이지 낭비라 생각되고요.
이럴바에야 그냥 우리나라 거리음식에만 촛점을 맞추고 그 음식과 관련된 사회적인 분위기와 현상까지 포괄적으로 묶어서 깊이있게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돈가스의 탄생>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워낙에 방대하고 저자의 아시아쪽 자료 조사 하나만큼은 확실하기에 생각과는 다르게 건질만한 자료도 다수 있기는 합니다. 붕어빵의 원조가 1909년 도쿄 아사부의 나니와가 제과점의 도미빵 (다이야끼)가 원조라는 것이나 도미빵의 꼬리에 팥을 넣는 것이 좋은지 아닌것이 좋은지 논쟁이 벌어져 1953년 요미우리 신문에서 지상중계까지 했다는 일화 (결론은 꼬리에는 팥을 넣지 말자는 쪽이었다고 합니다. 손가락으로 집어먹기에 좋도록, 또 입가심하기에 좋도록) 이라던가 소보로빵과 메론빵이 사실 같은 것으로 메론빵은 1932년 일본특허청에 실용신안이 등록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는 것.
엿을 소개하면서 조선에 엿장수가 굉장히 많았었고 기록에도 정조 21년 황해도 황주에서 신착실이라는 사람이 술에 취해 엿장수 박형대의 엿을 빼앗아 먹고 엿장수가 엿값으로 두 푼을 달라고 하자 엿장수를 땅에 밀어 넘어트렸는데 하필이면 지게의 뽀족한 부분으로 넘어지면서 항문에 지게가 꽂혀 죽은 살인사건이 남아 있다는 것.
문어는 중국 북쪽지방에서는 잘 먹지 않았는데 임진왜란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선에 파병온 이여송을 접대하기 위해 정성껏 문어국을 내어 놓았다가 명나라 장수들이 먹지 않아서 낭패를 본 뒤, 선조에게 명나라 장수가 "계두"를 바쳐서 선조도 당황했었다는 고사 (계두는 계수나무속에서 자라는 벌레로 한나라 역사서인 한서 남월전을 보면 남월의 왕이 중국에 공물을 바치면서 비취 40쌍, 공작새 두쌍을 보낼때 계두는 한그릇만 바칠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등이 그러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음식에 대한 잡학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하군요. 저는 제목과 책 소개에서 좀 더 깊이있는 자료를 접하리라 기대가 컸고 제 기준으로 이러한 책에 반드시 소개되어야 하는 거리음식 - 닭꼬치 / 번데기 / 튀김 - 도 빠져있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좀 힘드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2011/12/02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 맥스 브룩스 / 장성주 : 별점 3점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 6점
맥스 브룩스 지음, 장성주 옮김/황금가지

가상의 존재인 좀비에 대해 상세한 설정을 부여한 뒤 좀비가 창궐하였을 때의 대처법을 설명하는 독특한 책.
따지고보면 대체역사 소설과 비슷한 장르물이긴 합니다만 "교본"이라는 형태로 구성하여 현실감을 높이고 독자로 하여금 디테일한 설정에 빠져들게끔하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아이디어의 승리에요. 또 어렸을 때 좋아했었던 일본 괴수, 애니메이션 대백과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터무니없는 설정을 진짜처럼 포장해서 풀어나가는 점 때문이죠.

실려있는 내용도 꽤 디테일해서 좀비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해서 무기와 전투기술, 방어요령, 피난요령, 공격요령, 좀비 천지에서 살아남기에 이어 기록에 남은 좀비 공격 사례라는 가상역사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모든 내용이 가짜라는 것은 알아도 읽고나면 뿌듯해질 정도로 그럴 듯 합니다. 거의 전 지구를 포괄하는 가상역사도 흥미진진하고요.

또 그동안 좀비물의 상식을 깨는 이론도 돋보이는 부분이었어요. 예를 들면 쇼핑몰이 좀비 방어에는 최악의 장소라던가, 버스 역시 탈출수단으로는 젬병이라는 것 등등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좀비 영화나 만화의 설정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것들인데 워낙에 합리적으로 설명되기에 무릎을 칠 만 하더군요.

책을 읽고나니 혹시 모르니 필수 상비품인 "배척 (빠루)"는 바로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셰티"도 한자루 챙겨놔야겠고 말이죠. "월아산"을 어떻게 구해놓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창의 안정성과 일본도의 살상력 겸비)

하지만 내용 대부분을 글로 떼우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점을 주기에는 부족합니다. 좀 더 치밀한 도판과 자료사진으로 도감형태를 갖추었어야죠. 이 정도로는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는 가이드로는 부족해요... 그 밖에 농사짓는 법이라던가 피난처를 짓는 방법도 조금 더 자세하게 소개되었어야 합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슬쩍 짚고 넘어가는 수준이라 정작 위급한 상황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이런 소재로 이만큼이나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고 취미와 실용 (?)을 만족시키는 보기드문 작품으로 장르물 애호가라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좀비물 팬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이어지는 시리즈로 <북두신권 세상에서 살아남기> 라던가 <연쇄살인극에서 살아남기> 등으로 시리즈가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연쇄살인극에서 살아남기>는 직접 써 봐야 겠어요!

PS : 좀비가 왜 이렇게 사랑받는 몬스터가 됐을까요? 제가 어릴 적에는 3대 몬스터 -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 에 끼지도 못하는, 미이라보다 못한 마이너 몬스터었는데 말이죠. (대관절 프랑켄슈타인이 저기 왜 끼어 있는지는 미스터리지만) 80년대 이후 피로 전염되는 AIDS라는 병에 대한 경각심 때문인가? 어쨌건 80년대 이후 기존의 귀족적인 스타일에 더하여 핸섬한 게이 혹은 엄친아로 진화한 흡혈귀에 비한다면야 몬스터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뚝심 하나만큼은 높이 사고 싶긴 합니다.

2011/11/27

계간 미스터리 2011.가을 - 청어람M&B 편집부 엮음 : 별점 3점

 

계간 미스터리 2011.가을 - 6점
청어람M&B 편집부 엮음/청어람M&B

국내 최고의 추리소설 커뮤니티 "하우미"에서 진행한 이벤트로 당첨된 도서입니다. 먼저 이벤트를 주최한 황금펜클럽 편집부와 하우미 담당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인사드립니다.

계간 미스터리는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 전문 잡지이며 제목 그대로 계간지인데 이번호 특집은 김내성 선생님에 대한 새로운 연구자료들과 선생님의 미발표 논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다시, 김내성" 이라는 제목의 자료입니다. 이 자료 하나만으로도 이번 계간 미스터리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높았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단편들과 연재작이 실려있는데 한 작품씩 차례대로 소개해보자면,

제일석간 - 김내성
거금 2천원의 분실사건에 얽힌 유쾌한 연애물. <연문기담>과 유사한 일상계 로맨틱코미디 추리물로 볼 수 있습니다. 단서가 너무 명확하고 우연이 많이 개입된다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범인(?)의 행동에 대한 이유, 동기가 확실해서 깔끔하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변격물이 유명했던 김내성이라는 작가의 새로운 면을 느낄 수 있었던 수작입니다. 귀여운 악녀 이미지의 미망인 전혜봉 여사 캐릭터도 인상적이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킬힐 (Kill Heel) - 정석화
시체와 함께 발견된 여인과 그녀를 취조하는 형사, 두명의 대화와 심리묘사로만 전개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설정은 평범하나 사소해 보이는 단서를 통해 의표를 찌르는 맛이 잘 살아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위적인 알리바이 트릭, 경찰 수사로 비교적 손쉽게 드러난 범인들의 관계, 반전이기는 하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아버린 진짜 동기 등 자잘한 부분에서 정교함이 약간 아쉬웠어요. 진짜 동기가 밝혀진 뒤가 특히 그러한데 <디아볼릭> 등 수십년 된 작품과 유사했기 때문이죠.
또 오타가 굉장히 많은데 거슬리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우리 동네 살인마 - 정명섭
동네에서 벌어진 한 일가족의 집단 음독사건을 수사하는 청년백수의 모험담.
추리소설가를 꿈꾸는 추리애호가이자 청년백수인 탐정 캐릭터와 더불어 시종일관 유쾌한 전개가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국내에도 이런 작품이 존재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즐거운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이번 계간 미스터리의 베스트 단편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딱 한가지, 진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게 단점인데 작품 길이를 늘리더라도 이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게 좋았을 것 같네요.

막다른 골목 - 김이제
한적한 시골마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 있다... 라는 설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작품.
문제는 설정은 그럴듯한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겠죠. 한국적 이차원 판타지랄까요? 나름 의미를 부여하자면 여러가지 있겠지만 장르문학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네요. 재미도 그닥이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The Whisper of blood - 미지의 속삭임 (2부)
1부를 읽지 않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세계 지능체와 엮여 고생길에 접어드는 주인공을 그린 sf입니다.
독특한 이세계 지능체 캐릭터는 괜찮았는데 세계관이 이런 류 작품치고는 많이 뻔한 편이었어요. <기생수>를 비롯한 근미래 SF에서는 많이 보아온 설정이었거든요.
그러나 아직 완결된 것도 아니고 일부만 읽었기에 속단하기는 이를 것 같습니다. 별점은 완독할 때까지 유보합니다.

위험한 호기심 - 홍성호
펜션에서 발견된 두구의 시체. 살인사건 수사가 시작되고 형사 준영은 펜션에서 사라진 충전기에 주목하는데...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당선작입니다. 전개와 결말이 이치에 맞고 몇가지 단서를 통해 추리를 거쳐 수사해나가는 과정이 괜찮은 범죄-수사 스릴러물로 첫 작품이라는 것이 놀랍네요.
하지만 아쉬웠던 점도 있습니다. 일단 지나친 성적 묘사가 거슬렸어요. 뭐 이거야 사건이 성적인 관계에 기반한 만큼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 외에도 우연이 많다는 점 (의도하지 않은 알리바이의 작위성 등), 주인공 형사 캐릭터가 그야말로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점은 감점요소겠죠.
그래도 데뷰작이기도 하고 아이디어와 전개는 좋았던 만큼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정태원 추모글
한국 추리문단에 큰 공헌을 하신 고 정태원 선생님에 대한 추모글입니다. 소개된 선생님의 저작만 해도 정말 엄청나서 다시금 고개가 숙여집니다. 평이나 별점을 남길 글은 아니죠.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알리바바의 주문 - 도로시 세이어즈
피터경의 부고기사에서부터 시작되는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피터 웜지경 시리즈 단편인데 <검은별>과 너무나 판박이였습니다. 설정부터 전개가 똑같아요.
덕분에 추리물이 아니라 모험물로 보일 뿐더러 추리적인 요소가 거의 없고 아동취향의 수준낮은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작가의 명성과 시리즈의 후광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작품으로 차라리 <검은별>을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그 외 노원 선생님의 장편 연재작은 연재물이라 이번권만 읽어서는 이해가 힘들어서 뭐라 평가하기 어렵네요. 스케일이 큰 작품인데 디테일이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을것 같더군요. 추후 단행본이 나오면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별점은 그때까지 유보합니다.

이러한 단편들을 포함한 총 별점은 3점입니다.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 전문지답게 미발표 외국 단편이 한두편 정도 더 소개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약간은 들긴 하나 앞부분 김내성 선생님의 다양한 글들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기에 큰 흠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한국 추리문학을 사랑하시는 몇안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뒷부분 신간소개에 경성탐정록이 없더군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음호에는 소개되었으면 좋겠네요. 책 소개뿐만이 아니라 작가로서 참여하게 된다면 더욱 좋겠고요. 어쨌건 한국 추리문학의 건투를 진심으로 빕니다.

2011/11/23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하야미 라센진 / 진정숙 : 별점 4점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8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진정숙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1~2차대전 당시를 주무대로하여 가공의 국가와 병기를 선보이는 <마차마전기>가 150여 페이지 분량이 실려있는 것을 필두로 암즈매거진 연재 카툰칼럼 , TRPG 리플레이 만화, 기타 칼럼과 일러스트로 구성된 작품집.

<마차마 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잡상노트>, 문효섭의 <강철의 대지>와 굉장히 유사한 가공의 밀리터리 역사만화입니다. 실제로 있었음직한 병기 - 두프르카프루 왕국의 왕립 장갑 코끼리 부대, 장갑취사차, 남미 소국의 늪지 장악을 위한 장갑갤리선, 아프리카 바오밥부대의 펄스제트 전투기 플라밍고, 이라크전에 참전한 장갑3륜차 등 - 와 그 일화들을 그럴듯하게, 그것도 인간미넘치는 유머러스함으로 그려낸 점에서 그러하죠.
하지만 앞선 두 작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그림도 인물과 무기들 묘사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오타쿠다운 디테일과 고증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1, 2차대전 지식은 관련된 서적 몇권 읽어본 것이 전부인 저같은 풋내기 매니아에게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수준임에는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의 제도왕국 - 서방공화제 설정의 이야기보다는 실제의 2차대전 등을 무대로 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습니다만 모든 이야기들이 평균이상은 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TRPG 리플레이 만화는 게임의 소개라는 취지에도 적합하지만 만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소개" 만화의 왕도를 잘 걷고 있는 작품들이라 만족스러웠어요. <아스테로이드 퀘스트>라던가 <바바리안 킹>같은건 게임 자체에도 꽤 흥미가 갔습니다. 재미있겠더라고요. 이런류의 스토리텔링 창작 게임들은 창작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말이죠.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림 좀 그리는 오타쿠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궁극으로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게임도 즐기고 돈까지 번다니 이 만화가 한없이 부러워지기도 하는데 정말 좋아하면서, 즐겨서 그렸구나 싶은 생각이 읽는 내내 드는 즐거웠어요. 아... 저도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사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부럽네요.

번역도 아주 좋아서 오역없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 없으며 (번역가 진정숙씨에게는 고료를 2~3배를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빼곡한 글들을 번역한 정성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손글씨를 한글화한 수준도 높기에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중간중간 페이지 낭비스러운 짤막한 일러스트 등이 잉여스럽기에 약간 감점했지만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잡상노트>가 이렇게 번역된다면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추천드리기에는 좀 난감하기는 합니다. 밀리터리나 TRPG 쪽에 관심이 별로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책이거든요.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있다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2011/11/20

클라인의 항아리 - 오카지마 후타리 / 김선영 : 별점 2.5점

클라인의 항아리 - 6점 오카지마 후타리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청년백수 우에스기에게 찾아온 기회. 그것은 한 잡지에 응모한 게임북 시나리오 <브레인 신드롬>이 입실론이라는 회사의 새로운 가상현실 게임기 K-2에 채택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 반뒤, 우에스기는 K-2 시운전 모니터 요원으로 참가하게 된다.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현실적인 K-2의 세계에 도취된 우에스기와 같은 모니터 아르바이트생 리사. 그러나 K-2 내부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목소리에 뒤이어 리사가 실종되고 우에스기는 리사의 친구 나나미와 함께 K-2와 입실론의 정체를 밝히기위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일본의 컴비작가 오카지마 후타리의 마지막 발표작품. 이런저런 리스트에 포함되는, 대표작 중 한편이기도 하죠. 국내에는 어째서인지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컴퓨터의 덫> 과 컴비 해산 이후 컴비 중 한명인 이노우에 유메히토가 발표한 작품인 <메두사> 이렇게 딱 두편만 소개된 낯선 작가입니다. 그러나 추리애호가로서 명성만큼은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작품의 출간은 무척 반가왔어요.

일단 1989년이라는 발표 시기를 감안한다면 "가상현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설정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구미에서의 사이버펑크 유행 이후라 아주 참신하다고 하기는 어렵고 지금 읽기에는 낡아빠진 소재이나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서간 듯한 Klein-2 (K-2)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은 꽤 그럴싸하거든요. 1테라 메모리로 완벽한 가상현실을 구현한다는 시스템이라서 설득력이 많이 약한, 꿈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 외의 설정과 묘사는 괜찮았습니다. 하긴 스티븐 킹이 말했듯 무엇이 로켓에게 움직일 힘을 주느냐 하는 것은 과학잡지가 따질 문제일테니깐...
그리고 이 기계에 얽혀있는 음모를 밝혀낸다는 모험담 그 자체로는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라는 점도 확실합니다. 정통추리물은 아니지만 리사의 실종, 나나미의 등장에서부터 전개되는 과정이 긴박해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 때문이죠. 마지막의 현실과 비현실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모호한 결말은 웬지 <메두사>를 연상케 만드는데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측면에서 아주 효과적이었고요.

그러나 단점 역시 확실해요. 설정부터 이야기하자면 K-2에 대한 설정 이외에는 부실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CIA가 언급될 정도의 거대 시스템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겠죠. 게다가 게임소설 한권 써본 청년 백수가 달랑 며칠 조사해서 진상을 꿰뚫는다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았고요.
"가상현실" 을 이용한 중간부분의 트릭, 즉 현실을 속이고 건너뛰게 만든다는 것이 너무 쉽게 드러나는 점은 비슷한 류의 가상현실 SF를 많이 본 탓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꽤나 중요한 떡밥으로 사용된 (하도 많이 등장해서 "클리셰" 라고도 할 수 있는) 모모세 노부오의 경고가 단지 경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당황스러운 점이었습니다. 메가존23의 이브처럼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않더라도 뭔가 도움은 줄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 외에도 이 기계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결국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이노우에의 엔딩이 실질적인 클리어가 아니라는 것 (여기서 이노우에가 더 큰 의문을 가지고 행동을 벌이게 되니깐) 등 세세한 디테일도 아쉬움이 좀 남습니다.

그래도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추리적으로는 별게 없고 가상현실을 이용한 이야기가 워낙 많이 있기에 신선함은 떨어지나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서는 충분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왠지 영화나 만화 쪽에 더 잘 어울렸을 것 같긴 하네요.

마지막으로 컴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99%의 유괴>가 번역되기를 기대해봅니다.

2011/11/17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 쓰쓰이 야스타카 / 김은모 : 별점 2점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 4점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검은숲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여 주세요>

8살때 친구 때문에 허리를 다쳐 하반신 불구가 되고 더이상 성장하지 못한 시게키는 어렸을 적 살던 로트레크 저택에 친구와 함께 방문한다. 그들이 아름다운 아가씨들, 멋진 그림과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은 곧이어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으로 악몽으로 돌변하게 되는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잘 알려진 천재 중의 천재라는 (그러나 개인적으로 솔직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쓰쓰이 야스타카의 몇 안되는 본격 추리물. 명성은 익히 들어왔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리스트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고 예전에 이런 글을 남겼을 정도로요.

작품은 확실히 명성에 값하긴 합니다. 쭉쭉 읽히는 재미는 확실해서 한번에 읽을 수 있었어요. 무려 3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져서 지루할 틈도 없을 뿐더러 호흡과 길이가 적당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도 출판사 비밀 홈페이지에서 밝혔듯 나름 공정하면서도 디테일한 여러 장치들이 공들여 짜여져 있기에 본격물로서의 가치가 아주! 높은 편입니다. 약도를 비롯한 디테일들을 되짚어 보면 정말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에요. 예쁜 만든 책의 만듬새도 좋고 곳곳에 삽입된 로트렉 작품 컬러 화보 등의 디테일도 마음에 들고요.

하지만... 아쉽습니다. 국내 출간이 너무 늦었어요. 인칭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전형적인 서술트릭 작품인데 정확하게 트릭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초반의 도입부부터 "아, 이렇게 독자를 속이려고 하는구나"라는게 티가 팍 났거든요. 이 모든게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살육에 이르는 병><통곡>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 등 후대의 서술트릭물에 너무 많이 길들여진 탓입니다.
또 이러한 서술 트릭의 걸작들에 비교하면 진범을 숨기려는 노력이 너무 작위적이라 거슬리기까지 했어요. 분명히 한명이 더 있는데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묘사의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공정한 느낌이 전혀 들지가 않더라고요.

국내에서는 친숙하지 않은 일본 이름을 이용한 전개도 불만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름을 이용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십각관의 살인>처럼 결정적 트릭으로 써먹었더라면 모르겠지만 하마구치 - 시게키 - 구도라는 등장인물의 호칭이 성인지 이름인지를 불명확하게 흐린 점은 서술트릭을 위한 꼼수일 뿐이잖아요.

최소한 다른 트릭이나 장치가 한개 정도 더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사건 자체의 수수께끼나 트릭은 없고 결국 경찰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추리적으로 본다면 서술트릭 이외에는 점수를 줄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도 감점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트릭만 놓고보면 시대를 앞서간 좋은 작품이기는 하고 나름 정교한 부분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20년, 아니 10년만 먼저 출간되었더라도 꽤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울 뿐이네요.

여러 서술트릭 작품을 많이 읽지 않으신 독자분들께는 추천하지만 그렇지않은 추리애호가분들에게는 좀 심심한 작품일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그러고보면 아이디어에 의존하는 작품의 아이디어가 퇴색하는 순간 작품 자체가 빛을 잃는다는 예술사 고유 명제를 증명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11/11/15

서스피션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3점

 


<더 크레이터>를 읽고 좌절했지만 이게 끝이 아닐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읽은 데즈카 오사무의 또 다른 단편집. 원서를 구하게 되어 읽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이 작품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주로 심리 서스펜스 - 호러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심리묘사가 상당히 탁월해서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거든요.

특히 <서스피션>이라는 표제로 연재되었다는 세 작품이 발군입니다.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첫번째 작품인 <파리채>는 로봇을 이용한 살인계획과 뒤이은 반전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헨리 슬레서의 단편 <헬로 자스민>이 연상되는 작품인데 비교적 짧은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범행에 대한 깊은 고뇌를 묵직하게 그리는 것에 더하여 비교적 현실적인 반전이 인상적인 그럴 듯한 SF 범죄 스릴러였습니다.
<벼랑의 두남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쫓아 인적없는 깊은 산속에 도착한 뒤 벌어지는 치밀한 심리 서스펜스물로 심리묘사가 정말 최고에요. 일종의 갇힌 공간이고 인적이 없다는 점에서 폐쇄형 스릴러물 느낌도 강한데 후쿠모토 노부유키 등의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을 선사하거든요. 결말이 너무 뜬금없다는 것은 좀 아쉽긴한데 차라리 조금 더 끌어서 주인공 채무자가 외려 살인죄를 뒤집어 쓰게 된다는 에필로그라던가 시점을 바꿔 의외의 진상을 드러낸다는 식으로 그려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작품인 'p4의 사각>은 바이러스 SF물입니다. 그런데 홀로 갇히게되는 실험체(?)의 비애라는 흔한 설정도 그닥이지만 반전이 너무 작위적이라 셋 중 가장 처지는 작품이었어요. 심리묘사가 더 들어갔어야 할텐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데즈카 오사무보다는 디테일과 현실감이라는 측면에서 압도적인 호시노 유키노부에게 더 잘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한데 이 작품만 놓고보면 그냥저냥 평범한 수준입니다.

이외에는 블랙잭과 유사한 캐릭터가 프로 곤충채집가로 등장하는 <인섹터> 시리즈와 풍자, 블랙코미디, 시사성 짙은 무난한 작품들이 이어지다가 정통 호러 서스펜스 스릴러 <요리하는 여자>로 마무리됩니다.
이 마지막 <요리하는 여자>도 앞선 <서스피션> 시리즈 못지않은 물건으로 노인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노인 실종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뻔한 이야기이긴 하나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디테일하게 잘 살아있고 반전을 잘 숨겨서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전개되기에 무척 만족스럽게 독서를 마치게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화룡정점이랄까요. 극화를 섞어 디테일을 강조한 그림도 상당히 잘 어울렸고 말이죠.

이곳 저곳에 실린 단편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작품들의 편차가 좀 있다는 점, 그리고 호흡조절에 약간은 문제가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전체적으로 별점 3점은 충분해 보입니다. 최소한 <서스피션> 시리즈 3작품과 마지막에 실린 <요리하는 여자> 는 장르물 애호가분들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2011/11/08

더 크레이터 2 / 3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1점 / 1.5점

The Crater 더 크레이터 2 - 2점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The Crater 더 크레이터 3 - 4점 데즈카 오사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권을 읽고 실망한 나머지 더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관성으로 결국 읽게된 2, 3권입니다.
그런데 1권과 동일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더군요.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아이디어, 설정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이야기의 장르적 속성이나 전개 방식에도 많은 의문점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수준 이하라고 생각되었어요.

각 권마다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자면, 2권은 쌈장 고딩 오쿠친을 주인공으로 한 3편의 이야기 <오쿠친의 기괴한 체험>, <운이 좋은 계절>, <오쿠친과 위대한 괴도>로 시작하는데 도라에몽의 청소년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유령과의 이상한 거래나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 미래에서 온 또다른 나라는 설정과 과학적인 근거나 배경설명 없이 밑도 끝도 없는 대소동이 일어난다는 전개가 유사하거든요. 그러나 도라에몽처럼 작정하고 아동 - 개그물로 나간 것도 아니고, 나름 진지한 복선을 깔고 있으면서 결밀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이도저도 아닌 듯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차라리 작정하고 즐겁게 달려주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토모에의 가면>은 초-중반은 진지한 괴담류의 호러물인데 마지막 결말은 개그에 불과한 당황스러운 작품으로 디씨에서 봄직한 썰렁 호러개그 수준의 졸작입니다. 좋은 점을 찾는다게 힘들 정도로요.
<3명의 침략자>는 데즈카 오사무가 중요한 배역으로 등장하여 스스로의 희생으로 분위기를 호러스럽게 만들기는 하나, 이후의 결말이 개그스러울 뿐 아니라 독자의 상상의 범주 안에 머무르기에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나름의 반전이 있다는 점 하나는 괜찮았기에 <토모에의 가면>보다 살짝 좋은 정도랄까요? 어차피 별 차이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긴 합니다.

3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팔각형의 저택>은 두명의 내가 있다는 전형적인 패러렐 월드물인데 설득력없는 전개에 더하여 급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은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생각하기가 귀찮아서 대충 마무리한 느낌마저 들어요.
<브룬넨의 수수께끼>는 지금 읽기에는 낡아빠진 뻔하디 뻔한 판타지 멜로 + 크리처물인데 미지의 미녀와 그녀의 애인, 우연히 사건에 휩쓸린 주인공과 그들을 위협하는 미녀와 관계있는 크리쳐라는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지...
<추락기>는 독특한 반전 블랙코미디 장르물이기는 하나 역시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된 소재와 설정, 전개였습니다. 더 웃겨줬더라면 점수를 줄 만 했는데 조금 아쉽긴 하네요.
상당히 묵직한 정통 SF <크레이터의 남자>도 발상과 전개, 주제의식은 좋았으나 지금 읽기에는 핵전쟁의 공포가 만연했던 냉전시대의 흔해빠진 SF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물론 2권에서의 <두개의 드라마>는 어이없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결말의 반전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건 나름 명쾌한 맛이 좋았습니다. 3권의 <풍혈(風穴)>은 설정이 황당하고 전개도 설득력이 없기는 하나 결말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은 심리 호러물이었고요. 복잡한 인간군상이 폐쇄된 비행기 안에서 대형 독거미로 갈등을 일으킨다는 <졈보>도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는 확실한 편이라 읽을만 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량에 비해 좋은 점수를 줄만한 부분은 많이 빈약한 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요.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솔직히 그린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 느낌이에요.
별점은 2권은 1점이고 그나마 읽을만 한 작품이 더 많은 3권은 1.5점입니다. 역사적이고 자료적인 가치 이외의 다른 장점을 찾기는 어려웠고 가격도 많이 비싼 편이니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작가의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1/11/05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 아서 코난 도일 외 / 정태원 : 별점 3점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 - 6점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태원 옮김/비채

제목 그대로 빅토리아 시대 셜록 홈즈의 인기로 촉발된 20세기 초반까지의 단편 추리소설과 시리즈 탐정물 전성기에 발표되었던 작품들을 엄선하여 싣고있는 단편 앤솔러지입니다. 고 정태원 선생님의 유작이기도 해서 고전 단편 본격 추리물의 애호가로서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책으로 출간과 동시에 구입하였으나 여러모로 사정이 있어 완독에 시간이 좀 많이 걸렸네요.

일단 690여페이지, 모두 10명의 작가 - 30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방대함은 독자를 압도할만 합니다. 번역도 훌륭하고 각종 주석도 공들여 삽입되었으며 당시 삽화도 충실하게 수록되는 등 책의 만듬새도 무척 뛰어나고요. 심지어는 서표용 끈이 검은색, 빨간색 두개가 달려있는 부분에서는 역시 추리 애호가가 만든 책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더군요. (이러한 앤솔로지 형태 단편집에서는 처음부터 차분히 읽기 보다는 여러 작품을 동시에 읽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려있는 작품들이 지금 읽기에는 지나치게 낡았다는 어쩔 수 없는 단점이 존재하며 기대보다는 국내 초역된 작품이 적다는 것은 감점요소겠죠. 기존에 소개되었던 작품들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번역 덕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기는 했지만 감점은 감점이에요... 아울러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오스틴 프리먼의 또다른 필명 클리포드 애시다운의 작품이나 어네스트 윌리엄 호넝의 '괴도 래플스' 시리즈가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것은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방대하다는 수식어가 적합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실려있기에 눈에 띄는 작품도 아래와 같이 제법 됩니다.

캐서린 루이자 퍼키스의 여탐정 러브데이 브룩 시리즈 중 한편인 <문간의 검은 가방>.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가방과 그 속의 메모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결합되어 합리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여류작가다운 꼼꼼함이 이러한 전개과정에서 빛나기도 하고요. 조금 작위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 정도면 충분히 홈즈의 라이벌로 평가받을만 하죠.

아서 모리슨의 마틴 휴이트 시리즈인 <포갯 살인사건>, <딕슨 어뢰 사건>.
<포갯 살인사건>은 작품 서두에 언급되는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특징이라는 주제를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굉장히 낡은 설정과 캐릭터이고 추리도 별게 없는데도 덕분에 꽤 재미있었어요.
<딕슨 어뢰 사건>. 사무실에서 없어진 어뢰설계도에 대한 이야기. 이 당시 작품들에 왜 이렇게 비밀무기 설계도 이야기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그러한 설계도 도난 사건 장르물(?)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작품입니다. 설계도를 살짝 빼돌리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범인을 옭아매기 위한 마틴 휴이트의 활약이 대단해서 이야기의 끝까지 긴장감을 갖게 만드는 전개 역시 일품이거든요.

재크 푸트렐의 생각하는 기계 밴 듀슨 시리즈인 <녹색눈의 괴물>은 국내 출간된 단편집 <13호 독방의 문제>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이라 반가왔는데 내용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럴듯한 일상계로 지금 읽어도 낡지 않은, 영원히 한결같을 여성심리를 이야기 속에 녹여낸 독특한 작품이거든요.
딱 한가지, 밴 듀슨 교수 캐릭터도 잘 살아있지만 그닥 뛰어난 풍모를 보이지 않는 것 하나는 좀 아쉽네요. 여자에 대해 잘 모를 교수 캐릭터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브레트 하트의 <사라진 시가상자>는 패러디물인 햄록 존스가 등장하는 작품린데 한마디로 최고입니다. 셜록 홈즈 패러디로는 그야말로 일급으로 이른바 셜록 홈즈식 귀납법 추리의 오류와 문제를 너무나 진지하게 풀어나가면서도 어떤 점이 개그의 포인트인지를 잘 짚고 있기 때문이에요. 추리물로도 패러디로도 개그로도 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수작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추리애호가들은 닥치고 읽어야하는 작품!

시대를 초월하기 힘든 부분은 있기에 감점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만 저와 같은 고전 정통 추리소설 애호가분들에게는 정말로 좋은 선물과 같은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이 작품들 이외의 작품들도 일독할 가치는 분명 있고 말이죠. 고전 정통 추리소설 애호가가 아니시더라도 최소한 <사라진 시가상자>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고 정태원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리뷰를 마칩니다.

2011/11/01

CMB 박물관 사건목록 15 / 16 / 1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에서 1.5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5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6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7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오랫만에 그동안 읽지 못했던 후속권을 몰아 읽어습니다. 세권이나 더 나왔다니!

그런데... 결과적으로 추리적으로는 건질게 단 한편도 없다는 놀라운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각 권당 4편씩 이야기가 들어가서 내용은 풍성한데 오로지 신라의 캐릭터와 다양한 박물학적 지식과 유물들에만 의지하고 있을 뿐이거든요. 가뭄에 콩나듯 있는 비교적 괜찮은 설정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에피소드들도 작가가 전개면에서 실패하거나 무리하게 박물학적인 설정을 녹여내려다 실패한 것만 눈에 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고요.

좋아하는 작품이고 시리즈인데 난감합니다. 이래서야 왜 <Q.E.D>하고 구분해서 전개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결론적으로 15, 16권은 별점 2점, 17권은 별점 1.5점입니다. 추리물로 접근하는게 무리라면 설정을 잘 살려 <갤러리 페이크> 처럼 박물학적인 지식 쪽에 보다 촛점을 맞추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이래서야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돈만 아까운 결과물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그나마... 괜찮았던 에피소드를 꼽아보자면

15권
<낚시>는 신라가 학교 친구들과 낚시를 갔다가 우연찮게 마약밀매 사건을 목격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 추리적으로는 억지가 심하고 어차피 경찰 수사로 밝혀졌으리라 생각되는 점이 많아 별로 건질건 없지만 나름 코믹한 전개가 인상적이라 꼽아봅니다. 신라가 사건해결을 위해 '경이의 방으로 안내'할 때 억지를 부리지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타협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퀼트 한조각을 가지고 옛 친구의 마지막 메시지를 풀어낸다는 <퀼트>도 괜찮았어요. 솔직히 과정의 설득력은 거의 없어서 추리물로 보기도 힘들고 잘 짜여졌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마지막 장면 하나만큼은 멋있었거든요. 신라가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16권
<나스카의 지상화>는 고의성 없는 상황을 이용하는 트릭은 괜찮았어요. 동기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해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감점요소지만 (과연 말 한마디로 살의를 느낄 수 있었을까요?) 추리적으로는 그런대로 점수를 줄 만 합니다.
<레야크>에서 볼만한 것은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을 전개에 결합하여 별볼일 없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입니다. 물론 사건 자체가 뻔해서 별다른 추리의 과정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요.

17권
17권은 정말로 4편의 단편 모두가 함량미달이라 꼽기가 힘듭니다만 아주아주 평범한 일상계물로 시골 노인의 장난으로 인한 신라와 타츠키 일행의 재난을 다룬 <카쿠레자토>가 그나마 괜찮지 않았나 싶어요. 그 외의 단편들은 단순한 오해와 억지에 불과한 내용들이라 다 별로였습니다.

2011/10/31

철의 선율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3점


여동생과 절친의 결혼식 뒤 우연히 목격한 살인사건의 증인이 된 주인공 타쿠야. 그러나 그 살인사건은 친구 에디가 속한 마피아 조직 아르바니 가문의 청부였다. 결국 타쿠야는 에디에 의해 양팔을 잃고 버려지나 초능력을 이용하여 강철의 의수를 조종하는 방법을 손에 넣은 뒤 복수를 시작한다.

표제작 외 서스펜스 심리 멜로 <하얀 환영>과 일종의 타임슬립 로맨스인 <레볼루션>이 실려있는 데즈카 오사무 만화전집 문고본입니다. 우연찮게 구해서 읽게 되었네요. 표제작이자 중편 이상 길이인 <철의 선율>은 근래 <풀어헤드 코코>의 작가 요네하라 히데유키가 장편인 <다이몬즈>로 리메이크한 작품이기도 하죠.

사실 별 기대를 한 것은 아닌데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표지만 보면 무슨 초인물 같은데 의외로 하드하고 진지한 복수극이라는 의외성과 함께 복수를 위해 강철의수를 조종하는 능력을 익히지만 이 의수가 타쿠야의 무의식 깊은 곳의 지시까지 받아들여 걷잡을 수 없는 살육을 펼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무척 좋았거든요. 게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를 증오한다고 절규하는 타쿠야와 그를 둘러싼 에디, 경찰들의 뒤로 의수가 기어오는 마지막 정말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조금 설정을 더 보여주고 이야기의 밀도가 깊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 특히 에디의 개심은 이해가 잘 되지 않음 - 은 있지만 이 정도면 지금도 먹힐만한 멋진 복수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어지는 두편의 단편 중 첫번째인 <하얀 환영>은 조난 사건에 휩쓸린 여주인공이 연인 노리오의 마지막 순간을 망막속에 새긴채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로 블랙잭의 한 에피소드, 즉 연쇄살인사건 피해자의 각막을 이식받은 소녀의 이야기와 설정이 유사합니다. 각막 속에 뭔가 새겨진다는 측면에서 말이죠. 그러나 우직한 분위기와 결말까지 깔끔했던 블랙잭에 비하면 초반부의 심리 서스펜스 분위기에서 순애물로의 전환이 너무 급작스러운 등 전개면에서 어설프고 너무 뻔한 느낌이 드는 등 많이 부족하긴 합니다. 그래도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엔딩 정도는 괜찮았어요. 이 정도라면 평작 수준에서 살짝 아래 정도랄까요?

마지막 작품 <레볼루션>도 소품입니다. 중상을 입은 아내 야스에가 정신이 들자 자신은 홋타 미치코라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로 일종의 영혼 타임슬립물입니다. 그려진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전공투시대를 암시케하는 몇몇 설정이 눈에 띄고 그 중에서도 암울한 미래관이 눈에 띄이기는 하나 딱히 새롭거나 인상적이라고 하기는 좀 힘드네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몇몇 장면은 독특하긴 했지만 주인공이 그 고생을 하고도 아기의 이름을 테츠지라고 짓는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 점은 이해조차 되지 않는 등 허술한 점도 눈에 많이 거슬리는 편이라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어요.

이렇듯 평범한 소품들이 감점대상이기는 하나 핵심 중편 <철의 선율>이 시대를 넘어 지금도 재미와 충격을 가져다 주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근래 개작(리메이크)된 것이 이해가 되더군요. 개작된 작품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증오의 감정으로 현실을 초월한다'가 갈수록 희석되어 뻔한 이능력 배틀물이 되어버린 탓에 읽다가 포기하기는 했지만...

2011/10/27

피의 굴레 - 한동진 : 어쨌건 나에게는 별점 5점!

 

피의 굴레 - 10점
한동진 지음/북홀릭(bookholic)

그간 격조했었습니다. 뜻밖의 집안 공사관계로 외지를 떠도느라 블로그에 통 신경을 쓰지 못했네요. 그간 안녕하셨죠? 이번에 리뷰를 올릴 소설은 바로 <경성탐정록> 후속작이자 두번째 이야기인 <피의 굴레>입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들은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제가 원안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죠. 그러나 형과 자주 이야기하며 작업했었던 전편과는 달리 제가 올해 첫 아가의 출생과 이직 등 개인사가 복잡해져서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해 원안이라고 소개되는 것이 창피하기도 합니다. 전부 네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제 비중은 많이 줄었어요.

어쨌건 작품 소개를 해 보자면, 제일 첫 작품 <외과의>는 범인의 일기 형태로 전개되는 독특한 1인칭 도서추리물입니다. 형이 부산에서 병원을 하시는 작은 고모부의 경험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작품인데 도서 추리물답게 범인 시점에서 하나씩 단서가 밝혀지며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는 묘사가 잘 드러나 있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꽤나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진상을 증명해낸다는 점도 좋았고요. 범인의 1인칭 시점 심리묘사와 마지막 과학적인 논리를 통한 증명이라는 점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심리실험>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두번째 작품 <안개낀 거리>는 이전에 <무가>라는 제목으로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문학에 소개되었던 작품입니다. 미두시장의 거물 신타로 살해사건을 풀어나가는 설홍주의 모습이 당대 조선의 사회상과 잘 맞물려 있는데 무엇보다도 분위기와 전개에서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역사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향취를 짙게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사실 제 오리지널 시놉은 정통추리물 형태였는데 형이 피해자 설정만 따와서 재창조해낸 작품이기도 합니다. 셜록 홈즈보다 필립 말로우 스타일이죠. 주인공 이름이 '마노우' 였다면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세번째 작품은 표제작이기도 한 <피의 굴레>. 원래 제가 생각한 트릭 아이디어를 토대로 나름 복잡한 장편으로 일부 완성하였지만 학산출판사 담당 편집장의 의견으로 지금의 형태로 개작이 되었습니다. 원래의 장편 느낌도 좋았기에 살짝 아쉽기는 합니다만 지금의 모습도 마음에 들어요.
특히 트릭면에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작품의 캐릭터와 시대적 설정과도 잘 어울린다 자부합니다. 전개도 읽는 재미가 느껴지는 빠른 템포인데 연극이나 여배우, 사진관 등 허투루 보일 수도 있지만 당대 조선의 상황과 잘 어울리면서도 이야기와 교묘하게 연결되는 다양한 장치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요. 한국 추리문학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잘 짜여진 정통 역사추리물이라 감히 주장해 봅니다.

마지막 작품은 비교적 소품 느낌의 <날개없는 추락>. 제가 쓴 시놉을 형이 마음에 들어해서 거의 그대로 쓰여진 흔치않은 작품이죠. 정교한 트릭없는, 추리애호가가 보면 뻔한 사건이지만 단서를 통해 진범을 추리하는 과정에 더 비중을 둔 작품으로 추리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경쾌한 단편입니다. 마지막에는 잘 알고 계시는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까지 나오는 등 여러모로 풍성하고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5점! 제가 5점을 주면 막장일까요? 하지만 그만큼 누구한테 소개해도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이라 자신합니다. 최근 부흥하는 듯한 국내 창작 추리소설계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1/10/21

일본의 탐정소설 - 이토 히데오 / 유재진 외 : 별점 3점

 

일본의 탐정소설 - 6점
이토 히데오 지음, 유재진 외 옮김/문

메이지 시대 구로이와 루이코로 대표되는 다양한 번안소설들과 실화소설, 다이쇼 시대 영화 지고마의 인기로부터 촉발된 모험, 탐정활극의 유행, 그리고 잡지 <신청년>을 중심으로한 창작단편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쇼와 전기의 에도가와 란포와 오구리 무시타로의 번안, 창작 소설까지 추리강국 일본 추리소설 초기 역사를 시대별 대표작가와 대표작을 통해 설명해주는 책.

저와 같은 일본 추리소설 애호가와 다이쇼 - 쇼와 시대 자료가 필요한 창작자에게는 냉큼 구입해야 할 책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보편적인 추리소설 애호가에게 선뜻 권하기는 어렵네요. 책의 핵심인 각 시대별 대표작의 줄거리 요약이 영 한심한 수준이라 읽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실존했다는 탈옥의 명수를 소재로 한 <실화소설 탈옥수 후지쿠라>, 타이완에 있는 광산에서의 조사 등이 펼쳐지는 <광산의 마왕>, 메이지 시대를 풍미한 모험소설작가 오시카와 슌로의 <전기소설 은산왕>, 마에다 쇼잔의 <뒤쫓는 그림자>,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요시카와 에이지의 <에도 삼국지> 등 흥미로와 보이는 작품이 다수 소개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원작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일 수는 있지만 좀 더 보기좋고 읽기 쉽게 각색했더라면 자료적 가치에 재미까지 더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기만 합니다.

덧붙이자면 전체적으로 추리소설이 아닌 '탐정소설', 즉 정교한 트릭보다는 모험담에 가까운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조금은 유감스러운 점이었어요.

그래도 자료적 가치가 크다는 것은 분명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단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것으로서 일본추리소설의 굉장한 애호가, 아니면 근대를 무대로 한 창작물을 준비하는 분이 아니시라면 권해드리기 어렵다는 점 유념하여주세요.

2011/10/18

경성탐정록 2- 피의 굴레

표지이미지 공개! 전권보다 훨씬 마음에 듭니다.

지금 인쇄 중이라니 다음주 안에는 만나보실 수 있을 듯!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1/10/16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 김희상 : 별점 1.5점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4점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갤리온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 김희상 : 별점 4점

1권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에 읽게된 후속작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1권에 비하면 여러모로 많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전편만한 속편은 과연 나오기가 힘들어요...

이유는 단 한가지, 작가가 어설프게 '문학'의 탈을 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논픽션을 기대했는데 저자 스스로 피해자와 가해자, 범행 당시 분위기를 상상해가면서 하나의 소설을 만들었더군요.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균형을 잡는데 실패한 탓에 아예 소설도 아니고 논픽션도 아닌 어중간하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습니다. 소설 부분에서 주요 전개는 모조리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로 이루어지는데 정도가 너무 심하고 천편일률적이라 짜증이 날 정도였고요. 게다가 저자인 변호사는 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뭘 어쩌려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제목에서 기대하는 요소는 전무하다시피 하니까요. 이래서야 <뺑끼통> 같은 한물간 범죄실화소설과 별다를게 없죠.

또 등장하는 사건들도 1권에 비하면 픽션을 능가하는 현실이 있다는 충격을 전해주기에는 좀 부족했습니다. 잔혹하며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성범죄나 폭력사건이 많은 것도 결국은 의외성없는 선악구도로 흘러갈 뿐이었고요. 1권에서 밑천을 거의 드러낸 탓일까요?

그래도 15편이나 되는 이야기가 실려있는 만큼 몇몇 이야기는 전편 못지않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성폭행범으로 신고해서 죄없이 옥살이를 하고 인생마저 파멸당한 남자의 이야기 <아이들>은 아동 성폭행과 그 증언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자신의 집을 마약제조공장으로 빌려주었다가 체포된 노인의 이야기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체포 당시 칼을 휴대하여 '흉기를 소지한 계획적 살의'가 의심되기에 중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으나 이가 하나도 없어서 먹을 것을 잘게 써는 용도였다는 법정쇼 장면은 인상적이었어요. 25만 유로라는 거금과 마약에 얽힌 암투를 다루는 <열쇠>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영화 <펄프픽션>을 연상케 할 정도로 코믹한 전개가 굉장했습니다. 인간말종 남편 살인사건인 <심판>은 흉기와 가해자 체포 당시의 사진에서 의외의 진상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전해 주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위와같은 1/4 정도의 분량만 괜찮았으니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1점의 인기에 기댄 기획된 후속작 느낌이 크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2011/10/12

실종일기 - 아즈마 히데오 / 오주원 : 별점 3.5점

 

실종 일기 - 8점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세미콜론

1980년대를 호령했던 인기 만화가 아즈마 히데오의 갑작스러운 탈출 뒤의 노숙자 생활, 그리고 그의 작가로서의 간단한 개인 이력과 알콜중독 치료소에서의 생활이 실려있는 일종의 체험수기 작품집입니다.

크게 3개의 단락, 초반부의 노숙자 생활 이야기와 중반부의 개인 일대기, 마지막의 알콜중독 치료소에서의 생활로 이루어져 있는데 노숙자가 되는 초반부부터 흡입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끝까지 달려줍니다. 손에서 떼기 힘들정도로 말이죠.
이러한 흡입력의 이유로는 일단 굉장히 우울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그스럽게 그려낸 탓이 가장 큽니다. 힘들고 처절한 이야기를 개그스럽게 표현하는 솜씨는 아사리 요시토오에 버금간다 느껴질 정도로 기똥차거든요. 노숙자 생활 중 경찰서에 가게 되었는데 그를 아는 경찰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라던가 술을 만드는 방법 등등 디테일과 생활이 밀착된 개그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현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서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게다가 노숙자 생활의 디테일 역시 압권이에요. 전문가 만화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말이죠. 기본적인 잠자리 문제에서부터 먹거리, 담배조달, 술조달, 용돈조달, 시간 떼우기 방법 등등 꽤나 유용해 보이는 (?) 정보가 가득하거든요. 두번째 노숙자 생활에서 우연찮게 취직하여 가스 배관공으로 일하던 당시의 이야기도 공사에 대한 깨알같은 디테일들이 잘 살아있음은 물론이며 노숙자 생활때와는 다르게 다양한 동료들과의 에피소드가 많이 펼쳐져서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마지막 알콜 중독소에서의 치료 생활도 중증 알콜 중독으로 겪는 환각과 몽상의 묘사에서 시작해서 치료소 입원 후 금단증상을 거쳐 회복되는 과정과 다양한 알콜중독 동료들을 바라보는 작가만의 시각이 잘 어우려지면서 재미와 함께 여운을 남겨주고 있고요.

만화가이자 평론가인 이시카와 슌의 말대로 (in <만화의 시간>) 개그만화를 너무 오래 그려서 머리가 이상해진 것인지는, 아니면 원래 좀 이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상상력으로 그려낸 체험잔혹개그만화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5점. 두께에 비하면 비싸다 생각하여 약간 감점하긴 했지만 좋은 작품이에요.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중간에 소개되는 작가의 SF 단편집을 구해보고 싶어졌는데 시간나면 북 오프나 뒤져봐야겠군요.

2011/10/09

4페이지 미스터리 - 아오이 우에타카 / 현정수 : 별점 1.5점

 

4페이지 미스터리 - 4점
아오이 우에타카 지음, 현정수 옮김/포레

엘러리 퀸의 미니 미스터리나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와 같은 초단편 장르문학은 기존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전 작품을 단 4 페이지로 완결한다는 아이디어로 초단편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색 단편집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렇게 성공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호시 신이치, 아토다 다카시의 쇼트쇼트 작품은 짧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었는데 여기 실린 작품들은 4페이지라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 길이와 상관없이 수준이하의 작품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형식의 특성상 대부분의 작품들이 지나칠 정도로 반전에 의지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시점의 변화, 우연이 겹치는 급작스러운 상황, 어처구니 없는 오해 등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져서 설득력도 없고 별다른 묘사없이 화자의 심리묘사나 대화로 이루어지는 전개 탓에 뒤로 가면 갈수록 지루해지더군요. 트릭도 그닥 눈여겨 볼게 없었고요.

물론 워낙 실려있는 작품이 많기에 건질만한 것도 있기는 합니다. 변장 알리바이 트릭을 다이잉메시지를 통해 파헤치는 정통 도서트릭물 <최후의 메시지>, 나름 서술트릭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록 온>, 실종된 아버지와 신원불명의 시체를 연결시키는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등은 기획의도와 잘 맞아 떨어지는 수작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60편 중에 이 정도라니 비율로 따지면 너무 낮네요.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나 이런 작품 100개를 읽느니 완성도높은 400페이지짜리 작품 한편을 읽는게 더 낫지 싶어요. 전체적인 별점은 1.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 출간 이벤트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4페이지 미스터리를 공모했는데 그쪽이 더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