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일기 -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세미콜론 |
1980년대를 호령했던 인기 만화가 아즈마 히데오의 갑작스러운 탈출 이후 노숙자 생활, 그리고 작가로서의 간단한 개인 이력과 알코올 중독 치료소에서의 생활을 담은 일종의 체험 수기 작품집입니다.
크게 세 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부는 노숙자 생활 이야기, 중반부는 개인 일대기, 마지막은 알코올 중독 치료소에서의 생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노숙자가 되는 초반부터 흡입력을 발휘하며 끝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몰입감의 가장 큰 이유는, 우울한 상황을 개그스럽게 풀어낸 표현 방식 덕분입니다. 힘들고 처절한 이야기를 유머로 승화시키는 솜씨는 아사리 요시토오에 버금갈 정도로 뛰어납니다. 노숙자 생활 중 경찰서에 갔다가 자신을 아는 경찰을 만나는 장면, 술 만드는 방법 소개 등, 생활 속에서 나온 개그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특히 노숙자 생활의 디테일은 압권입니다. 잠자리 해결 방법, 먹거리와 담배 조달, 술과 용돈 마련, 시간 보내는 법 등 꽤 현실적인(?) 정보가 가득해서 전문가 만화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두 번째 노숙자 생활 중 우연히 취직해 가스 배관공으로 일했던 경험 역시, 공사 현장의 세세한 디테일과 다양한 동료들과의 에피소드가 어우러지며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마지막으로, 알코올 중독 치료소에서의 생활은 중증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환각과 몽상의 묘사부터 금단 증상을 거쳐 회복되는 과정, 다양한 동료들을 바라보는 작가만의 시선까지 조화롭게 그려져 웃음과 함께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만화가이자 평론가인 이시카와 슌의 말대로 (in "만화의 시간") 개그 만화를 너무 오래 그려서 머리가 이상해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조금 독특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감각으로 그려낸 체험 잔혹 개그 만화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5점. 두께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에서 약간 감점했지만, 좋은 작품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덧붙이자면, 중간에 소개된 작가의 SF 단편집을 한 번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시간이 나면 북오프라도 뒤져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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