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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실종일기 - 아즈마 히데오 / 오주원 : 별점 3.5점

 

실종 일기 - 8점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세미콜론

1980년대를 호령했던 인기 만화가 아즈마 히데오의 갑작스러운 탈출 뒤의 노숙자 생활, 그리고 그의 작가로서의 간단한 개인 이력과 알콜중독 치료소에서의 생활이 실려있는 일종의 체험수기 작품집입니다.

크게 3개의 단락, 초반부의 노숙자 생활 이야기와 중반부의 개인 일대기, 마지막의 알콜중독 치료소에서의 생활로 이루어져 있는데 노숙자가 되는 초반부부터 흡입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며 끝까지 달려줍니다. 손에서 떼기 힘들정도로 말이죠.
이러한 흡입력의 이유로는 일단 굉장히 우울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그스럽게 그려낸 탓이 가장 큽니다. 힘들고 처절한 이야기를 개그스럽게 표현하는 솜씨는 아사리 요시토오에 버금간다 느껴질 정도로 기똥차거든요. 노숙자 생활 중 경찰서에 가게 되었는데 그를 아는 경찰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라던가 술을 만드는 방법 등등 디테일과 생활이 밀착된 개그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현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서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게다가 노숙자 생활의 디테일 역시 압권이에요. 전문가 만화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말이죠. 기본적인 잠자리 문제에서부터 먹거리, 담배조달, 술조달, 용돈조달, 시간 떼우기 방법 등등 꽤나 유용해 보이는 (?) 정보가 가득하거든요. 두번째 노숙자 생활에서 우연찮게 취직하여 가스 배관공으로 일하던 당시의 이야기도 공사에 대한 깨알같은 디테일들이 잘 살아있음은 물론이며 노숙자 생활때와는 다르게 다양한 동료들과의 에피소드가 많이 펼쳐져서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마지막 알콜 중독소에서의 치료 생활도 중증 알콜 중독으로 겪는 환각과 몽상의 묘사에서 시작해서 치료소 입원 후 금단증상을 거쳐 회복되는 과정과 다양한 알콜중독 동료들을 바라보는 작가만의 시각이 잘 어우려지면서 재미와 함께 여운을 남겨주고 있고요.

만화가이자 평론가인 이시카와 슌의 말대로 (in <만화의 시간>) 개그만화를 너무 오래 그려서 머리가 이상해진 것인지는, 아니면 원래 좀 이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상상력으로 그려낸 체험잔혹개그만화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5점. 두께에 비하면 비싸다 생각하여 약간 감점하긴 했지만 좋은 작품이에요.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중간에 소개되는 작가의 SF 단편집을 구해보고 싶어졌는데 시간나면 북 오프나 뒤져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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