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 외 서스펜스 심리 멜로 <하얀 환영>과 일종의 타임슬립 로맨스인 <레볼루션>이 실려있는 데즈카 오사무 만화전집 문고본입니다. 우연찮게 구해서 읽게 되었네요. 표제작이자 중편 이상 길이인 <철의 선율>은 근래 <풀어헤드 코코>의 작가 요네하라 히데유키가 장편인 <다이몬즈>로 리메이크한 작품이기도 하죠.
사실 별 기대를 한 것은 아닌데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표지만 보면 무슨 초인물 같은데 의외로 하드하고 진지한 복수극이라는 의외성과 함께 복수를 위해 강철의수를 조종하는 능력을 익히지만 이 의수가 타쿠야의 무의식 깊은 곳의 지시까지 받아들여 걷잡을 수 없는 살육을 펼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무척 좋았거든요. 게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를 증오한다고 절규하는 타쿠야와 그를 둘러싼 에디, 경찰들의 뒤로 의수가 기어오는 마지막 정말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조금 설정을 더 보여주고 이야기의 밀도가 깊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 특히 에디의 개심은 이해가 잘 되지 않음 - 은 있지만 이 정도면 지금도 먹힐만한 멋진 복수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어지는 두편의 단편 중 첫번째인 <하얀 환영>은 조난 사건에 휩쓸린 여주인공이 연인 노리오의 마지막 순간을 망막속에 새긴채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로 블랙잭의 한 에피소드, 즉 연쇄살인사건 피해자의 각막을 이식받은 소녀의 이야기와 설정이 유사합니다. 각막 속에 뭔가 새겨진다는 측면에서 말이죠. 그러나 우직한 분위기와 결말까지 깔끔했던 블랙잭에 비하면 초반부의 심리 서스펜스 분위기에서 순애물로의 전환이 너무 급작스러운 등 전개면에서 어설프고 너무 뻔한 느낌이 드는 등 많이 부족하긴 합니다. 그래도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엔딩 정도는 괜찮았어요. 이 정도라면 평작 수준에서 살짝 아래 정도랄까요?
마지막 작품 <레볼루션>도 소품입니다. 중상을 입은 아내 야스에가 정신이 들자 자신은 홋타 미치코라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로 일종의 영혼 타임슬립물입니다. 그려진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전공투시대를 암시케하는 몇몇 설정이 눈에 띄고 그 중에서도 암울한 미래관이 눈에 띄이기는 하나 딱히 새롭거나 인상적이라고 하기는 좀 힘드네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몇몇 장면은 독특하긴 했지만 주인공이 그 고생을 하고도 아기의 이름을 테츠지라고 짓는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 점은 이해조차 되지 않는 등 허술한 점도 눈에 많이 거슬리는 편이라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어요.
이렇듯 평범한 소품들이 감점대상이기는 하나 핵심 중편 <철의 선율>이 시대를 넘어 지금도 재미와 충격을 가져다 주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근래 개작(리메이크)된 것이 이해가 되더군요. 개작된 작품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증오의 감정으로 현실을 초월한다'가 갈수록 희석되어 뻔한 이능력 배틀물이 되어버린 탓에 읽다가 포기하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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