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갤리온 |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 김희상 : 별점 4점
1권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에 후속작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1권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했습니다. 전편만 한 속편이 나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가장 큰 문제는 작가가 어설프게 '문학'의 탈을 쓰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논픽션을 기대했는데, 저자는 피해자와 가해자, 범행 당시 분위기를 상상해 하나의 소설처럼 구성했습니다. 나쁜 방식은 아니지만 균형을 잡는 데 실패하면서 소설도, 논픽션도 아닌 애매한 형태가 되어버렸어요.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에 의존한 전개가 지나치게 많아 천편일률적이고, 저자인 변호사의 역할도 거의 없어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목에서 기대할 법한 요소는 거의 없었죠. 이래서는 "뺑끼통"같은 한물간 범죄 실화 소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또한, 등장하는 사건들도 1권에 비하면 충격적이지 못합니다. 성범죄나 폭력 사건이 많기는 하지만, 선악 구도가 뚜렷해 예상 가능한 전개로 흘러가 버렸습니다. 1권에서 보여줬던 '픽션을 능가하는 현실'이라는 충격을 주기엔 부족했어요. 어쩌면 1권에서 이미 밑천을 다 드러내버린 탓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15편의 이야기 중 아래의 몇몇은 전편 못지않았습니다.
"아이들"
어린아이들의 잘못된 증언으로 인해 성폭행범으로 몰려 인생이 망가진 남자의 이야기. 아동 성범죄 관련 증언의 신뢰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자신의 집을 마약 제조 공장으로 빌려주었던 노인이 체포되었는데, 흉기 소지 혐의로 중형을 받을 위기에 빠집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칼을 휴대한 이유는 이가 하나도 없어서 음식을 잘게 썰기 위함이었습니다. 진상이 드러나는 법정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열쇠"
25만 유로라는 거금과 마약을 둘러싼 암투를 다루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코믹합니다. 영화 "펄프픽션"을 연상시킬 정도로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심판"
인간 말종 남편 살인 사건에서 흉기와 가해자 체포 당시의 사진을 통해 의외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으로 한 편의 추리소설을 방불케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전체 분량의 1/4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기획된 후속작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권의 성공에 기대 제작된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했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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