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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범죄수학 - 리스 하스아우트 / 오혜정 : 별점 3점

범죄 수학 - 6점
리스 하스아우트 지음, 오혜정 옮김, 남호영 감수/Gbrain(작은책방)

주인공인 수학천재 라비가 지방검사인 아버지, 시카고 경찰국의 돕슨 과장 등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13편의 단편이 수록된 수학 추리 단편집입니다.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수학을 알기쉽게 소개하는 것이 주목적인 책으로 이렇듯 수학을 알기쉽고 재미나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낸 작품은 그동안 몇편 보아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추리'와 접목시킨 결과물은 <왓슨. 내가 이겼네!>라는 작품이 있기도 했고요. 추리소설 애호가이자 창작자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이러한 책의 핵심은 수학을 추리적인 요소에 잘 녹여내었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일단은 절반정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그랜드캐니언의 흰머리 독수리 가족> 과 <폭설이 내린 오크가의 아침> 두 편은 수학을 이용한 알리바이 깨기 트릭이 절묘하게 구현되어 있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약간만 내용을 보강한다면 추리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 외의 이야기에서도 도박에서의 확률 계산 같은 요소는 괜찮았습니다. 충분히 다른 곳에 써먹음직한 아이디어였어요. 물론 추리적으로 별로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수학과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분명히 있었고 말이죠.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모든 이야기들이 수학적 설명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 물론 수학을 설명하는 내용도 재미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도 재미있고 트릭으로 성립은 하지만 수학적으로 그것을 독자에게 설명하는데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은 추리물 창작을 추구하는 저에게는 한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거든요. 미드 <넘버스>를 보면서 들은 느낌과 약간 비슷해요. <넘버스>는 반대로 '수학'에 대해 너무 설명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고, 이 작품은 너무 설명이 방대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인데 결국 창작자는 이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수학'에 대해 조금만 더 공부하고 연구한다면 정말 좋은 추리물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은 들게 해 주었지만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더욱 고민해야겠습니다. (그 전에 수학부터 제대로 완성해야 할텐데...)

빛나는 아이디어도 있고 재미도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추리애호가보다는 수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 보기에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수학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랜드캐니언의 흰머리 독수리 가족>
희귀종인 흰머리 독수리를 잡아간 범인을 잡기 위해 근처에서 운동하던 두명의 선수가 스쳐지나간 시간과 각자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을 토대로 계산하여 거짓 증언을 밝혀내는 내용으로 추리물에 곧바로 적용해도 괜찮은 수준의 이야기였다 생각합니다. 수학적인 공식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애초에 이 책에 가졌던 기대를 충족시키는 작품이거든요.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도 좋아서 Q.E.D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카지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사장 슬릭이 살해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의 동기가 도박의 확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등장하는 도박은 '100장의 카드 중 55장은 성공 / 45장은 실패' - '참가자는 항상 판돈의 절반을 걸고 카드를 뒤집어 '성공'이 나오면 돈을 따고 '실패'가 나오면 돈을 잃는다' - '모든 카드를 다 뒤집어야 게임이 끝난다' 라는 것이죠. 수학적인 설명을 통해 '성공'이 64장 있어야 승산이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조금 응용하면 카드 배틀물에 써먹음직한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폭설이 내린 오크가의 아침>
폭설이 내린 날, 유력한 보석강도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눈이 내린 시간을 알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제설차가 오전 6시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해서 처음 한시간 동안 4블록을 이동하고 그 다음 한시간 동안에는 2블록밖에는 이동하지 못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미적분을 동원하여 눈이 처음 내리기 시작한 시간을 밝혀냅니다. 알리바이 깨기의 수학적 응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백만점을 주고 싶을 만큼 좋은 아이디어로 보이네요. 좀 어렵긴 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단평 및 2차전 예상

 


10-5 두산 패 ㅠ.ㅠ

패인 :
1. 어설픈 수비 (특히 런다운 플레이 미스)
2. 정재훈 2실점
3. 임태훈 대삽질
4. 최준석 - 이성렬 양대선풍기 가동

단평 :
투타 키플레이어를 임태훈 - 이성렬 선수로 꼽았는데 투 선수의 대삽질 모드로 대패했습니다.
투수진은 8회까지 홍대민갈(?)을 잘 막아주었고 타격 역시 생각보다는 괜찮았죠. 이종욱 선수의 활약은 값졌고 역시나 큰 경기에서는 두목이 해준다라는 믿음을 확인시켜 줬으며 하위타선의 활약도 쏠쏠했어요. 최준석 - 이성렬 선수만 터졌더라도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9회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된 것은 투수진, 특히 임태훈 선수때문이지만 선수를 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몸상태 안좋은건 감독이 밝혔었고 번트 상황에서도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데 안바꿔준 감독 잘못이 크니까요.
아울러 9회에도 정재훈 선수를 올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재훈 선수가 홈런 맞는 순간 솔직히 게임은 끝난 거였어요...

2차전 예상 :
1차전에서의 문제는 두산이 보여준 결정적 수비실책과 중간계투의 붕괴입니다. 롯데와 비교했을때 그래도 나아보였던 상대적 강점이 희석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앞으로의 전망은 어둡네요.

오늘 김선우 선수가 최소 6이닝 2실점 정도로 막아주지 못하면 중간에 나올 투수도 없고 마무리도 부실하기 때문에 두산이 이길 가능성은 솔직히 적습니다. 김선우 선수 어깨가 무겁겠어요.

두산이 이긴다면 6-4. 패한다면 10-4 정도로 완패하리라 예상합니다. 이기면 좋겠지만 이겨봤자 3, 4차전 역시 암울해서 답이 안 나오네요...

덧 :
이용찬 ㄱㅅㄲ. 넌 까야겠다.

2010/09/28

숫자의 척도 - 요리후지 분페이 / 이은정 : 별점 3점

 

숫자의 척도 - 6점
요리후지 분페이 지음, 이은정 옮김/스펙트럼북스

이전에 소개한 적도 있는,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요리후지 분페이가 직접 쓰고 그린 컬럼집입니다.
우리가 평상 시에 생각없이 사용하곤 하는 '숫자'와 '척도'에 대해 한번 되새겨 보게 하는 짤막한 컬럼을 모아놓았으며, 당연하지만 요리후지 분페이의 일러스트가 굉장한 비중으로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퀄리티도 아주 좋고요.

처음에는 <성인 담배 양성강좌>와 같은 코믹하면서도 독특한 일러스트가 내용의 전부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읽어보니 내용 자체도 진지하면서도 한번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들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척도'에 대한 내용들이 와 닿더군요. 여러가지 척도들을 정말 눈에 쏙 들어오는 일러스트들로 알기쉽게 설명하는데 여러모로 재미있었습니다. 또 몸을 척도의 기준으로 하여 여러가지 숫자들을 표현하는 내용 역시 좋았습니다. 방송같은 것을 보다보면 '에베레스트를 몇번 왕복하는 거리' 하는 식으로 설명하는데 사실 딱 이해하기가 좀 어려운 단위잖아요? 이러한 단위를 자신의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과 다양한 실례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해 주니 정말 확실히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울러 기대했던 코믹함은 요리후지 분페이만의 '단위' 를 다루는 부분에서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도 합니다. 물론 단위에 대한 내용은 이전에 읽었었던 <새로운 단위>라는 책과 너무나 유사해서 새롭지는 않다는 단점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일러스트 컬럼집으로 일러스트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었어요. 요리후지 분페이의 팬이라면 한권쯤 소장할만한 책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9/27

프로야구 정규 시즌 종료 - 두산 베어스 결산

 


프로야구 개막~! 10 시즌 두산 베어스 예상
팀순위 : 3위
팀타율 : 2위
팀방어율 : 5위

2010 프로야구 정규 시즌도 드디어 끝났네요. 개인적인 두산 베어스 결산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투수진 :
선발진 :
합작 21승을 거둔 8개구단 최고의 용병 듀오 투수진과 김선우 선수가 토종 우완 투수 No.1급의 성적을 기록하는 등 지난 몇년간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4명 모두 10승이 가능해보이는 (운이 좋다면...) 1~4선발을 구축하기는 하였으나 원투펀치인 히메네스 - 김선우 선수를 제외하고는 기복이 심했으며 5선발로 투입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실패하는 바람에 팀 방어율을 대폭 상승시킨 원인이 되었죠. 특히 이현승 - 홍상삼 선수의 부진이 뼈아팠습니다. B-

불펜진 :
임태훈 선수의 선발 전환 이후에도 정재훈 선수가 중심이 되어 비교적 탄탄히 유지된 편이어서 다행입니다. 고창성 선수가 몇번 뼈아픈 패배를 당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좋았고 이용찬 선수도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확실히 작년보다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마무리 역할을 잘 수행해 주었거든요. B+

결산 :
한마디로 이현승 선수의 부진이 뼈아픈 한해였습니다. 책임을 한명에게만 돌리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지만 이현승 선수가 최소 왈론드 선수 정도의 역할만 해 주었더라도 두산이 2위는 확보할 수 있었을 거에요. 또한 기대했던 신인투수들이 한명도 성장하지 못한 것 등을 포함하면 투수코치진의 능력을 의심하게까지 만듭니다. B


타선 :
주전 - 중심타선 :
주로 3번에 배치되었던 이성렬 선수가 확실히 성장한 것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삼진이 많은 공갈포 느낌이긴 하나 장타력은 눈에 띌 정도니까요. 또 신인 양의지 선수가 비록 수비면에서는 낙제점이지만 공격에서 활약해 준 것 역시 대단했죠. 홈런 등 장타력이 강화된 대신 발야구는 줄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동주 선수의 노쇠화가 눈에 띄고 김동주 선수 이후 차세대 3루수로 자리잡을 선수가 불확실한 한해였다는 것은 아쉽네요. 김동주 선수 이후의 4번타자를 발굴하는데 실패했다는 것도 계속 숙제로 남을 것 같고요. 아울러 고영민 선수의 부진이 너무나 심각한데 개인적으로는 오재원 선수에 비해 딱히 나은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내외야 평균해서 A-

백업진 :
두산의 백업진은 역시나 대단했어요. 막판 이종욱 선수의 부상으로 투입된 정수빈 선수의 활약과 타신 임재철 선수의 소금같은 역할 등 타팀에 가면 주전으로 뛸 만한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기회때마다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내야진 백업 요원들은 오재원 선수가 좋긴 하였으나 장타력 부재로 아쉬움을 주었고 김재호 선수는 정체된 느낌이라 안타깝더군요. 그래도 모든 포지션의 백업진이 기대치 만큼의 모습은 보여준 한해였어요. A

결산 :
국내 최초 토종 타자 5명이 20홈런을 넘기는 대포군단으로의 변신이 성공한 한해였습니다. 그러나 김동주 선수의 노쇠화가 심각해보이는데 대안이 없다는 것, 2루수 고영민 선수의 극심한 부진이 이제는 부진이 아니라 실력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내야의 핵인 2-3루 포지션에 심각한 의문부호를 남기도 했죠. 전체적으로 두산의 강점이었던 수비진도 적시에 에러가 터지는 등 확실히 안 좋아 졌는데 보다 강력한 포지션 경쟁이 재점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타격이야 올 시즌 좋았기에 큰 불만은 없네요. 전체적으로는 A급이라 생각합니다.


전체 결산 :
기대에 미치지 못한 투수진, 약간은 아쉬웠던 타선으로 요약된 한해입니다. 시즌 막판의 컨디션 체크용 경기를 제외하고는 5할대 중후반의 승률로도 3위밖에 하지 못한 것은 분명 재수가 없었던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경기를 몇번 놓친 것이 너무 컸어요. 김선우 선수를 구원한 히메네스 선수가 역전 홈런을 허용했던 경기라던가 고창성 선수가 홈런을 허용하여 패배한 SK전, 1회초에 6점을 먼저 뽑았지만 선발 홍상삼 선수의 난조로 패배한 롯데전 등이 기억나네요.

어쨌건 전체적인 팀 능력치는 B+급으로 확실한 강점이 느껴지지 않는, 준수하지만 임팩트없는 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리 타선이 좋다고 해도 이 정도면 딱히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니까요. 뭔가 평범하고 준수한 것 보다는 하나의 강점이 빛나는 팀이 되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몇년전의 수비 - 발야구처럼요. 공격력은 A+++인 롯데, 투수진이 A+급인 삼성, 전체적인 팀의 완성도가 A급인 SK와 비교한다면 딱히 강점을 찾을 수 없기에 험난한 포스트시즌이 예상되는데 솔직히 큰 기대가 되지는 않는군요. 그래도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올인V4 허슬~두!

덧 :
레전드라 불리울 수 있는 선수인 양준혁 선수마저 은퇴하였습니다. 제가 정말로 야구를 즐겼던 90년대가 정말로 저물어간다는 느낌이에요. 이제 새천년의 젊은 스타들이 활약을 이어가긴 하겠지만 아쉬움을 지우기에는 좀 모자랍니다. 최고일때 삼성맨으로 떠나는 것이 양준혁 선수다운 모습이지만 몇년 더 활약해 주어도 괜찮았을텐데... 그래도 앞으로 양준혁 선수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0/09/26

도박 눈 - 미야베 미유키 외 / 정태원 : 별점 3점

도박 눈 - 6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태동출판사

카파 노블스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9명의 작가들이 '50'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써내려간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 앤솔로지입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을 장식한 따끈따끈한 신간이죠.

이렇게 다른 작가들이 하나의 키워드로 뭉친 앤솔로지는 이전에 <Y의 비극>등을 통해 접해본 적이 몇번 있습니다. 그래서 9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어려운, 드림팀이라 부를만한 저명한 작가들이나 어떻게 보면 출판사 기획 도서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대반, 우려반이었는데 생각보다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통 추리 단편이 아니라 작가들이 쓰고 싶은 장르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추리 뿐 아니라 괴담이나 일반적인 드라마까지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거든요.

그러나 '50'이라는 키워드를 작품에 잘 녹여낸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은 좀 아쉽더군요. 아야쓰지 유키토와 미치오 슈스케 작품만이 '50'을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사용했을 뿐 다른 작품들은 그냥저냥 있으나 없으나 한 설정에 불과하니까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창작한다는게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이왕 쓴다면 좀 더 작품에 잘 녹이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50번째 임무를 수행하면 자유의 몸이 되는 조직의 킬러' 라던가 하는게 떠오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반올림해서 3점. 베스트 작품으로는 재미의 <도박눈>, 추리의 <여름의 빛> 두 작품을 꼽겠습니다.

<절단> - 아야쓰지 유키토
화자가 작가 아야쓰지 유키토라는 것도 특이하지만 생각외로 심리 스릴러 크리처물이라 무척 의외였습니다. '칼질 50번으로 *****의 사체를 50조각 내었다'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범인은 이미 잡힌 상황, 단지 '왜 51조각이 아니고 50조각인지?' 에 대한 의문만을 탐구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명성다운 작품이었달까요. *****의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않고 이게 현실인지 정상적인 세계인지도 알 수 없는 비현실성 속에서도 느껴지는 서늘함이 일품이었습니다. '50'이라는 키워드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마음에 들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눈과 금혼식> -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 아리스' 시리즈로 임상 법의학자 히무라 히데오와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등장하는 단편으로 '50'이라는 키워드는 노부부의 행복한 금혼식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본격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트릭이 너무나 변변찮고 추리라고 할만한 요소가 거의 없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다도코로 유지의 당일 행적만 경찰이 조사했더라도 금방 해결되었을 사건이라 왜 히무라 히데오가 등장하는지조차 알 수 없거든요. '50' 역시 억지로 끼워맞춘 설정에 불과합니다. 금혼식이 아니라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어도 무방하니까요.
한마디로 이 앤솔로지의 워스트. 별점은 1.5점입니다.

<50층에서 기다려라> - 오사와 아리마사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가 등장하는 단편으로 일종의 도시괴담을 이용한 범죄 사기극을 그리고 있죠. 내용은 약간 뻔하지 않나 싶긴 했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풀어나간 것 같습니다.
딱 한가지 단점이라면 제목 그대로 '50층'을 뜻하는 키워드 '50'이 어거지로 쓰인 것이겠죠. 호텔 50층을 임대하는 비용으로 충분히 사람을 고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차라리 키워드를 쓰지 않았더라면 더 괜찮았을 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영국 세필드> - 시마다 소지
작가의 명탐정 캐릭터인 미타라이가 등장하는 작품이기는 한데 추리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뇌성마비 장애인를 그린 진지한 인간 승리 드라마거든요. 이외의 다른 작품들도 추리물은 아니더라도 장르문학에 속하는 작품들이니 이 작품 하나만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장애인의 인간 승리라는 드라마는 식상하기 이를데 없는 소재이고, '스포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케케묵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역도'라는 소재를 끌어들인 것은 독특했고 나름 재미도 있었어요 . 키워드 '50' 역시 약간 억지스럽더라도 적절히 사용되었다 생각되고요.
추리적인 요소를 기대했기에 실망하기는 했지만 억지로 추리소설로 끌고나가느니 이렇게 깔끔하게 끝내는 것도 괜찮게 느껴지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오래된 우물> - 다나카 요시키
의외의 작가의 의외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장르소설 작가이기는 하나 대작만 주로 써온 작가이기에 단편을 접하는 것 부터가 신선했어요.
작품은 19세기 후반의 영국을 무대로 한 '기묘한 맛'류의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내용인데 한국 작품 <생인손>을 연상시키는 설정도 좋지만 마지막의 애매한 결말도 묘한 서늘함이 정말 최고네요. 뭔가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작중 화자를 통해 설명될 정도로 키워드 '50'을 억지로 사용한 것은 단점이지만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크게 티가 나지 않는 것도 괜찮았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여름의 빛> - 미치오 슈스케
요새 미치오 슈스케 작품을 많이 읽게 되네요. 초등학생이 마을 들개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밝혀낸다는 점에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연상케 합니다.
하지만 보다 밝은 분위기에 복잡하지 않은 깔끔한 전개가 돋보이며, 초등학생은 알지 못하는 카메라 용어가 결국 사건을 해결하게 만들어 준다는 트릭이 적절하게 작품에 녹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왜 미치오 슈스케가 요새 잘 나가는지 알게 해 주는 단편이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도박눈> -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로 정통 괴담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간장도매상 오미야에 찾아온 괴이한 요괴 '도박눈'을 퇴치하는 이야기인데 에도시대 정취가 한껏 느껴지면서도 요괴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끌어가는 초반부 이후 마을 신사의 고마이누를 통해 퇴치방법을 알게 되고, 퇴치를 위해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으며 마지막 결말로 달려가는 전개가 너무나 흥미진진했거든요. 이런 류 이야기의 교과서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4점. 이 앤솔로지의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하늘이 보낸 고양이> - 모리무라 세이이치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최근작은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분위기는 고전적인데 중간중간에 인터넷같은 소재가 등장하는게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해 주더군요.
그러나 간만의 작품인데 실망이 컸습니다. 속옷도둑 - 노숙자 - 갓 상경한 청년이 살해된 여성과 얽히는 과정이 모두 우연에 불과할 뿐 아니라 추리의 과정 없이 경찰의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는 것에 불과한 등 별로 건질게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원래 트릭에 강한 작가는 아니긴 하나 정도가 너무 심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미래의 꽃> - 요코야마 히데오
<종신검시관> 시리즈 단편으로 병원에 입원한 구라이시 검시관이 협조 요청차 찾아온 경찰이 전해준 자료와 사진만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는 작품입니다.
단서와 제공도 공정하지만 내용도 그럴듯하고 설득력이 있는 등 괜찮은 편이었어요. '50'이라는 키워드의 사용이 억지스럽다는 단점은 있지만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도 평균 수준은 되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9/24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 앰브로스 비어스 / 정진영 : 별점 3.5점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 8점
앰브로스 비어스 지음, 정진영 옮김/생각의나무

애드거 앨런 포를 잇는 미국 장르-환상-고딕-호러 문학의 귀재이자 기인인 앰브로스 비어스의 대표 단편선입니다. 최고의 문학 형식은 단편이라는 포의 말을 따르듯 짤막한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의 유명세야 익히 알고 있었고 작품도 많이 들어왔기에 너무 늦게 읽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크게 전쟁소설 -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말 탄 자, 허공에 있었다> - 에서부터 전형적인 괴담 - <막힌 창>, <표범의 눈>, <이방인> 등 -, 일상계 호러 - <인간과 뱀>, <덩굴> 등 -과 크리처 물 - <요물> - 등 너무나 다양한 작품이 실려 있기 때문에 장르를 하나로 특정하기는 좀 힘들지만 대체로 환상 호러 소설이라고 보는게 적합하겠죠.

그런데 정말 기괴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이 발휘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100여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어요. 뭔가 마약에 취한 듯한 정경과 분위기 묘사들도 일품이었고 말이죠. 또 귀족적이고 근대에 가까운 스타일과 묘사가 많은 고딕 호러의 느낌보다는 '미국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척시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체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마크 트웨인이 호러소설을 썼다고 여겨질 정도였어요.
마지막의 서늘한 반전으로 섬뜩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은 것은 현대의 '기묘한 맛' 류의 선구자로 생각되기도 했고요.

상세하게 이야기하기에는 실린 작품들이 너무 많고 모두가 빼어난 맛이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너무 몽환적이고 서술이 복잡한 작품들보다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펼쳐지는 공포와 함께 나름의 반전이 있는 작품들이 좋더군요. <개기름>, <시체를 지키는 사람>, <인간과 뱀>, <덩굴>, <요물>, <말 탄 자, 허공에 있었다> 등이 그러했습니다.
특히 <시체를 지키는 사람>은 시체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는 내기의 황당하고 충격적인 결말이 인상적인데 나름 제 식으로 변주해서 풀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어요. 크리처물 <요물>은 현대 유사 컨텐츠의 원형을 제공한 듯한 발상이 좋았고요. 투명 괴물이라니!

한마디로 장르문학, 특히 호러 팬이라면 당연히 봐야 할 작품집이 아닐까 싶네요. 책도 아주 이쁘게 나와서 마음에 들고요. 제가 호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만 단지 제 취향의 문제일 뿐입니다.

2010/09/23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 미치오 슈스케 / 이영미 : 별점 3점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 6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소에키다 렌 - 가에데 남매는 계부인 무쓰오를 증오한다. 이웃에 사는 다쓰야 - 게이스케 형제 역시 새어머니 사토에에게 반항하던 상황. 그러던 중 우연히 무쓰오가 살해되고 렌은 어쩔 수 없이 사체를 유기한다. 하지만 유기하는 장면을 다쓰야 형제에게 목격당한 뒤 다쓰야와 동창생인 가에데에게 협박장이 날아오고 렌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들 것을 결심하는데...


<섀도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접해보았던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 소설. 제목이 굉장히 멋진데, 원제는 간단하게 <龍神の雨> 더군요. 원제보다 번역 제목이 내용을 더 잘 드러내면서도 멋드러진건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작품은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기보다는, 범죄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정교한 트릭보다는 첫 사건인 무쓰오 살해사건이 벌어진 다음 사체의 유기, 그리고 범행 현장이 목격되어 협박장이 날아오는 전개가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계속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는 점에서요.
추리적으로도 무쓰오 살해사건에 대한 여러가지 트릭과 사체 유기 과정에서의 디테일은 상당한 수준이고 계속해서 던져지는 여러가지 단서들이 나중에 실제 사건의 진상으로 밝혀지는  구조가 잘 짜여져 있어서 추리 애호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다쓰야 형제 어머니가 사고사한 것에 대한 나름의 추론 역시 다른 하나의 작은 소품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고요.
'결손가정' 같은 가정내 문제를 작품 내에 심도깊게 도입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독한 태풍이 찾아오고 비가 내리는 축축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드러내는 묘사 역시 좋았고요. <경관혐오>를 읽을 때와 비슷한 뜨겁고 끈끈한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약간의 단점이 있는데, 단점이 <섀도우>와 조금은 비슷해서 약간 아쉬웠습니다. 특히 '진범'이 너무 뜬금없다는 단점이 큽니다. 계속해서 관련된 단서와 복선을 이야기 안에 짜 넣었다고는 해도, 독자가 바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어요. 이래서야 반전을 위한 장치일 뿐 공정한 전개로는 보기는 힘들지요. 괜히 남매와 형제를 엮기 보다는 진범의 정체를 보다 정교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또한 렌 남매와 다쓰오 형제를 엮기 위한 무리한 설정을 비롯해서 마지막에서야 소에키다 무쓰오라는 남자의 진심을 렌이 이해한다던가,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서 전철치한의 정체를 듣게 된다던가 하는 식의 작위성 역시 <섀도우>에서 느꼈던 단점과 동일했습니다.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부분들입니다. 전체적으로 태풍 - 비와 연결해서 상황을 묘사하는 것도 정도가 지나쳐서 작위적이라 느껴졌고요. (특히 후지공주 - 야마타노오로치 까지 엮은건 지나쳤어요)

앞서 이야기한 추리적인 단점과 작위성 때문에 약간 감점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이야기의 스릴과 서스펜스는 대단하고 끝까지 읽게하는 힘 하나는 확실합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도 분명하고요. 소설보다는 영화에 더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가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2010/09/22

시튼 탐정 동물기 - 야나기 코지 / 박현미 : 별점 2.5점

 

시튼 탐정 동물기 - 6점
야나기 코지 지음, 박현미 옮김/루비박스

유명 동물학자 겸 소설가 시튼을 주인공으로 한 본격 추리 단편집입니다.
시튼이 주인공이고 작중 모든 사건들이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이 일단 독특합니다. 하지만 주인공과 약간의 설정을 제외하고는 고전 본격 단편 부흥기 분위기와 스타일을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셜록 홈즈 파스티쉬 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말이죠.
또 단지 기발한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고 작가가 연구를 많이 한 듯 시튼이라는 캐릭터와 당대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워낙 본격 단편 시대의 작품들을 좋아하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아이디어와 형식에 비하자면 작품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동물들을 이용한 트릭들은 본격물에 어울릴 정도로 잘 구현되었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트릭이 딱히 뛰어나지도 않고 억지스러운 것이 많았기 때문이죠. 전반적으로 시튼, 동물이라는 설정에 너무 얽매인게 아닌가 싶네요.

작품별로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카람포의 악마>는 시튼의 동물기에서도 유명한 '늑대왕 로보'가 관련된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으로서는 괜찮았어요. 하지만 트릭이 좀 어설펐습니다. 시체를 늑대왕 로보가 죽인 것으로 위장한다는 내용인데 발자국을 조작했다는 작위성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그다지 큰 조작은 불필요했을테고 시튼의 사건 참여는 순전히 우연이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 듯 싶었습니다.

<실버스팟>은 까마귀라는 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에 우연이 너무 많이 개입하고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좀 힘드네요. <랜턴관 도난사건> 처럼 애시당초 새를 이용한 도둑질이었다면 모를까. 그리고 두번째 범행에서도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등 추리적으로 단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숲 속의 다람쥐>는 이야기의 현실성 측면에서는 가장 괜찮았어요. 가장 현실적인 범죄였기도 했고요. 그러나 다람쥐가 별로 중요한 요소도 아니었을 뿐더러 비약이 심했어요. 역시나 '우연'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도 약점이겠죠.

<외양간 밀실과 메기 조>는 두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일상계로는 괜찮은 소품이었습니다. 뛰어난 트릭이 등장하거나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는 것은 아닌데 개척시대를 무대로 한다면 이 정도가 딱 맞는 수준이 아닐까 싶은 그런 작품이었어요.

<로열 아날로스탄 실종사건>도 좋았습니다. 시튼이 실제로 맡았음직한 고양이 실종사건이라는 현실적인 테마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유쾌하며 길고양이의 습성을 이야기에 잘 녹이고 있어서 설득력이 강했거든요. 로열 아날로스탄이 품평회에서 상을 탔다는 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은 좀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베스트로 꼽고 싶습니다.

<세 명의 비서관>은 루즈벨트라는 실존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스컹크에 대한 애정넘치는 서술 등 동물이 이야기에 잘 녹아있다는 것도 괜찮았고 말이죠. 하지만 과연 이야기에서처럼 잘 됐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너무 운에 의지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차라리 스컹크 분무액을 서류에 묻혀 놓는게 현실적이었을것 같아요.

<곰의 왕 잭>은 강력사건이 등장하는데 좀 상식외의 전개라 당황스러웠어요. 곰이 바위를 밀었다는게 트릭으로 설득력이 있었을지는 둘째치고라도 곰이 왼손잡이라서 바위를 밀 수 없었다던가 하는게 무슨 증거가 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등으로 밀 수도 있잖아요?

이렇듯 추리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아서 좀 낮은 연령층, 특히 시튼의 동물기를 읽은 독자라면 너무나 좋아할 이야기지만 저에게는 좀 그냥저냥한 평작이었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09/21

얼어붙은 섬 - 곤도 후미에 / 권영주 : 별점 3점

얼어붙은 섬 - 6점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시작

찻집 호쿠사이야를 운영하는 아야메와 나쓰코는 찻집의 단골손님 토끼군과 나쓰코의 애인이기도 한 무쓰군 등과 함께 직원여행을 떠난다. 일행은 이런저런 인물들이 추가된 총 8명. 세토 내해의 무인도 별장에 도착한 다음날, 아야메의 정부이기도 한 도리코의 아내 나나코가 밀실 안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이후 그들은 연쇄살인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된다.

제4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수상한 곤도 후미에의 데뷰작입니다. 줄거리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정통 클로즈드 써클 미스터리물이죠. 이러한 설정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태의연하고 작위적이라는 단점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주 진부하고 뻔한 작품은 아니더군요. 여성작가다운 섬세한 심리묘사도 그러하지만 화자가 사건의 핵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약간 서술트릭적인 장치가 녹아있다는 것이 가장 독특한 부분이었습니다. 딱히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현실적이라 좋았어요. 어중이떠중이들 모인 여행객들 중에 명탐정이 한명 있다는건 말이 안돼잖아요?
또한 클로즈드 써클 미스터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트릭이 상당히 괜찮은 편이기도 해서 벌어지는 총 3건의 살인사건 모두가 맥락에 잘 맞습니다. 첫번째 밀실살인은 상당히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트릭이고 두번째, 세번째 사건의 트릭도 이치에 합당하거든요. 상황에 맞는 현실성도 돋보이고요. 당연하지만 단서 제공도 굉장히 공정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일행이 섬에 갇히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쿠씨의 독단적이고 즉흥적인 행동과 알 수 없는 날씨 때문이었다는 것, 이후에 벌어진 살인 역시 우발적이고 운에 의지한 측면이 많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국 사건의 동기가 애매하다는 것에서는 아쉬움을 많이 남깁니다. 읽고나서 왜 죽인걸까하는 의문이 먼저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앞서 이야기한 트릭 역시 결국 정상적인 경찰 수사가 이루어졌더라면 곧 밝혀졌을 트릭이었다 생각되기도 하고요.
만약이지만 첫번째 나나코 살인사건 발생 후 일행이 당황하지 않고 경찰을 불렀더라면? 제 생각이지만 구부러진 열쇠라는 단서와 더불어 모두의 알리바이, 동기 등을 조합해서 아마 곧바로 범인이 밝혀졌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범인이 이런 무인도까지 와서 구태여 사건을 벌인 의미 자체가 없죠. 차라리 사건사고 많은 도시에서 사고로 위장하는게 훨씬 손쉽고 좋았을거에요.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물의 작위성을 뛰어넘기는 조금은 역부족이었다 생각되네요.

물론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고 다른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물과는 다르게 트릭에 매몰되지 않고 이야기를 이치에 합당하게 전개하는 솜씨는 데뷰작이라는 것을 잊게 만들지만 애시당초의 낡은 설정을 뛰어넘을만한 무언가를 얻기는 조금 어려웠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확실히 탁월한 부분이 있었던만큼 작가의 다음 작품도 읽어봐야겠습니다.

2010/09/20

붉은 오른손 -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 정태원 : 별점 3점

붉은 오른손 - 6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지음, 정태원 옮김/해문출판사
-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 있습니다! -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커뮤니티 하우미에서 주도하고 있는 독서클럽 <고등고등열매>에서 두번째로 읽어야 할 작품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는 <허무에의 제물> 이었죠.) 평도 좋지만 에드워드 D 호크의 너무나 멋드러진 서문, "만일 당신이 지금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의 <붉은 오른손>을 처음 첩하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부터 당신이 겪을 경험에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그런데 실제 작품은 솔직히 기대와는 좀 많이 다르더군요.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는데 약간은 반전 스릴러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스릴러적인 성향은 화자 해리 리들의 수기형태로 작품이 진행되는 탓이 큽니다. 해리 리들이 처한 위기상황에 독자가 쉽게 감정이입하게 만들기에 서스펜스와 스릴러스러운 기분을 느끼는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거든요. 이른바 '코르크스쿠류'라고 묘사되는 범인의 초인간적인 범죄행각에 대한 묘사는 호러적인 분위기까지 풍기고요. 또한 반전 스릴러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나중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진상은 상당히 놀라우며 이러한 결말을 위한 복선이 잘 짜여져 있기도 합니다. 메모 하나하나, 중간중간의 대화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을 정도로 말이죠.

이러한 반전 스릴러적인 분위기는 지금 읽기에는 약간 낡아보이긴 하나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죠. 그러나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로 보기에는 범행이 우발적이며 우연에 의지하는 점이 많다는 것은 확실히 단점입니다. 애시당초 마을에서의 폭주부터가 무리한 설정이었으며 (경찰이 엄연히 존재하는 작은 마을이었음에도!) 이후 세인트에이메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그 시체가 사실은 다른 사람, 즉 '두 손가락 피트'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 '두 손가락 피트'가 우연찮게 눈 색깔이 검은 색이었다는 점, 범인이 해리 리들 앞에서 우니스테어를 살해했는데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점 등 세세한 부분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시체가 한구 더 필요했다는 것도 이해가 쉽게 되지 않았고요.
게다가 해리 리들이 사실은 범인이 아닐까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묘사는 작위적인게 티가 많이 났습니다. 한두번 살짝 맛만 보여주는 정도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까지 끌고가면 그냥봐도 아니다 싶었거든요.
그리고 아무래도 전개와 묘사 등 모든 부분에서 낡은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는 없지만 감점 요소겠죠.

분명 시작부터 마지막 반전, 진상까지 잘 짜여진 작품이고 적당한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나 '퍼즐 미스터리'라고 부르기에는 무리라 생각되네요. 여러 존경할만한 작가들과 평론가, 애호가 선배분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지만 그 정도의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내공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해문출판사와 정태원씨의 고전 추리소설을 발굴해준 노력에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단, 최근 본 책들 중에서도 돋보일 정도로 디자인이 후진데 다음에는 책의 디자인도 신경을 좀 써 준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2010/09/18

차폰 잔폰 짬뽕 - 주영하 : 별점 2.5점

 

차폰 잔폰 짬뽕 - 6점
주영하 지음/사계절출판사

제목만 보고 중국 - 일본 - 한국의 음식문화의 유사성과 사례를 설명하는 책으로 알았는데 생각과는 전혀 다른 책이었습니다. 음식문화와 일종의 역사의식을 결합시켜 써 나간 독특한 컬럼을 모아놓은 책이었거든요.
예를 들자면 짬뽕과 차폰, 잔폰의 연관관계를 설명하다가 결론은 한국사회의 배타적인 정책을 지적하며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다문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결론내리는 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다양한 문제제기가 더욱 많아서 약간 실망스럽더군요.

그래도 다양한 음식문화를 저자의 실제 체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글 자체도 쉽게 읽히는 편이라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
특히 일본 아마미 군도의 사탕수수 농법에 대한 역사와 현재를 다룬 이야기인 <음식의 식민지> 편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쓰마번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가혹한 수탈을 당하다가 결국 사탕수수 농장 자체는 황폐화되고 자급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져 버렸다는 결말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거든요.
그 외 고추가루를 사용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 증류주의 역사와 종류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요.

단순히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앞으로의 식문화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최근의 <맛의 달인>과 비슷한 시각의 책이 아닌가 싶네요. 기대와는 다른 점이 있어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음식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2010/09/16

성녀의 구제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별점 2.5점

 

성녀의 구제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 이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마시바 요시타카가 자택에서 사망한 시체로 발견된다. 사인은 아비산 중독. 경찰은 타살로 판단하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그의 아내 아야네는 사망 시각 전후에 홋카이도에 있었다는 철벽의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 여자의 직감으로 아야네의 범행을 확신한 우쓰미는 유가와에게 트릭의 해결을 요청하고 사건에 흥미를 느낀 유가와는 직접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탐정 갈릴레오>시리즈의 최신작입니다. 작년말에 출간되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이 작품은 장편이기는 하나 <용의자 X의 헌신>보다는 <탐정 갈릴레오>와 <예지몽> 이라는 단편집 성격이 더욱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왜냐하면 별다른 복잡한 전개나 구성 없이 '트릭' 하나를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나 초반부터 용의자는 아야네가 거의 유일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더더욱 트릭에 집중될 수 밖에 없어요.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어떻게 범행했나?' 에 촛점이 맞춰지니까요.
'갈릴레오'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순수하게 '트릭'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구조가 단점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단편 수준의 이야기를 억지로 장편화하면서 단편으로서 지닐 수 있었던 장점은 퇴색하고 단점이 두드러지기만 한 것 같아 아쉽네요.

일단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유가와도 지적한 '비현실적인 트릭' 입니다. 단편으로서는 충분히 성립하고 독자도 수긍하고 넘어갈만한 괜찮은 트릭이죠. 그러나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지는 장편에는 걸맞지 않는 트릭이라 생각되요. 1년동안 한집에 사는 남편이 정수기 물을 마시지 않도록 감시하는게 과연 가능할까요? 솔직히 제 생각에는 불가능합니다. 1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에요. 집이 굉장히 넓다는 묘사도 나오고 아내도 직장을 다니는 사람인데 남편이 혼자 있을 때가 없었다니 이건 너무 설득력이 떨어지죠. 치밀한 트릭이 필요했을 당위성도 납득하기는 좀 어려웠고요.
그리고 이렇게 아야네를 범인으로 특정하여 전개할 것이라면 차라리 도서 추리물의 성격을 취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단편을 장편으로 늘린 듯한 전개도 단점입니다. 단편에서는 유가와가 곧바로 배제해버리는 가설들의 수사와 재현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구사나기와 우쓰미의 수사도 계속된 탐문과 진술의 반복일 뿐 이야기의 전개와는 별 관련이 없거든요. 사건의 핵심 중 하나인 마시바의 전 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는 것 역시 길게 늘여쓰기 위한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 시리즈의 장점인 고전 미스터리 황금기 시대의 미덕, 즉 천재라 불리우는 물리학자 유가와와의 두뇌게임을 독자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맛은 여전하고 디테일한 부분 - 샴페인 잔 / 주전자의 지문 등 - 에서 보여주는 추리적인 요소도 탁월하니까요. 전작들에서 보지 못했던 구사나기의 말랑말랑한 심리묘사도 독특했고요.

그러나 아무래도 단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군요. 장편이었던 <용의자 X의 헌신>도 역시 트릭이라던가 동기 측면에서 비현실적인 요소는 있었지만 최소한 유가와의 라이벌의 등장과 불꽃튀는 두뇌게임에 대한 묘사, 그리고 시리즈 팬으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유가와의 학창시절 묘사 등이 잘 어우러져 장편으로서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것에 비하면 이 작품은 알맹이가 너무 없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09/15

크로스 게임 1~17 - 아다치 미츠루 : 별점 2점

 

크로스 게임 17 - 4점
아다치 미츠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최근에 완결된 아다치 미츠루의 신작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 한마디로 매너리즘에 빠진 평균이하의 작품이더군요. 일단 전작의 인기요소들만 뽑아서 작품을 만들고 억지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 느낌이 강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죽은 소꼽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갑자원에 간다' - <터치>
'주인공 소녀는 남자 못지않은 운동능력을 지녔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메인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주인공의 조력자로만 남는다' - <카츠>
'학교의 음모?로 홀대받던 야구 동호인을 모아 팀으로 만들고 갑자원까지 진출한다' - <H2>

등등이 있겠습니다. 그외의 등장인물 역시 전작들의 캐릭터와 거의 동일하고 말이죠.

물론 이게 나쁜건 아닙니다. 전작의 인기요소를 분석해서 새로운 작품으로 승화시킨다는게 다른 작가들에게 없는 일도 아니죠. 또 야구 시합의 긴장감은 굉장히 잘 살아있어서 충분히 몰입할만한 재미는 가져다 주고 있기도 하고요. 마지막 대결이 상대편 초고교급 4번타자라던가, 갑자원 결승도 아닌 지구대회 결승에서 150km를 넘는 강속구 투수들이 대결을 펼친다던가하는 작위적인 묘사는 여전하지만 이건 뭐 야구만화의 한계일 수 밖에 없으니깐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뻔한 야구만화 이외의 재미, 즉 특유의 개그라던가 인물들과의 묘한 갈등, 여운이 남는 묘사 등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감성적인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래된 팬으로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라이벌 캐릭터의 비중도 애매하고 억지스러운 설정이 많은 점도 감점 요소고 말이죠.
이 작품을 처음 접한 독자들은 좋아하고 반길 수 있어도 과거 <터치> 시절부터 팬이었던 저에게는 진부하기 그지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냥 '야구만화'라고 한다면 그런대로 볼 만 하지만 '아다치 미츠루 만화'로는 영 아니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원로작가(?)가 부활할 수 있을지, 차기작을 유심히 지켜봐야겠지만 유사한 케이스의 다른 작가들을 본다면 크게 기대가 되지 않네요.

2010/09/14

프라모코시로 (プラモ狂四郎) 1~11 : 별점 1.5점

 

초딩시절 다이나믹 코믹스로 접했던 작품을 이제서야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프라모델의 데이터가 시뮬레이션 게임에 정직하게 반영된다는 설정이 유명한 작품으로 프라모델을 강하게(?)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디테일업이나 개조 방법이 작례처럼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아동 모델러들에게는 어필할 점이 많습니다. 지옹그에 돔의 다리를 달아 퍼펙트 지옹그를 만든다던가, 무장 일부를 금속이나 다른 소재로 대체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또한 유명 프로모델러였던 오다 (스트림베이스) 등의 모델러가 실물로 직접 등장한다던가, 실제로 프라모델화 된 '퍼펙트 건담'이 처음 등장한다던가 하는 장치들도 아동 모델러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만한 요소였을겁니다. '마개조'라는 말도 이 작품에서 처음 나왔다죠.
또한 생각외로 건담 이외의 프라모델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채로왔습니다. 초반의 자붕글과 다그람, 중반의 단바인, 고그, 엘가임 등 선라이즈 계열 로봇들은 한번 이상씩은 등장해 주더군요.

그러나 그 외의 부분은 솔직히 너무 유치합니다. 전형적인 80년대 근성 열혈 소년만화의 기본 룰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죠. 계속된 라이벌들의 등장... 계속된 주인공의 업그레이드... 그냥 프라모델에 관한 부분만 충실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필요도 없는 클리셰 역시 잔뜩 들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라모델 만드는데 왜 합숙이나 특훈이 필요한 걸까요?
시뮬레이션도 특정 개조 포인트나 스케일 차이, 디오라마 환경에만 집중할 뿐 가장 기본적인 총기의 발포 원리 등의 설명은 전혀 없고 모델별 차이도 없어서 현실적인 맛도 없죠.

무엇보다도 가면 갈수록 무리수 설정이 너무 많아져서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대표적인게 아래의 '트리플제타' 같은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건 뭐... 킹기도라도 아니고...

하여간 다시 보려니 보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많네요. 아동 취향의 분위기도 영 적응하기 어려웠고요. 추억은 추억으로만 두는게 더 좋다는 말이 새삼 다시 떠오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10/09/13

쏘우 1 (Saw 1) - 제임스 왕 (2004) : 별점 2.5점

 


호러물은 취향이 아니라 보지 않았으나 추리소설 좋아한다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한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게되어 반쯤은 의무감으로 감상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작품에는 좀 미안하지만 기대에 비하자면 그다지 잘 짜여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작품 전개의 핵심인 '게임' 이 별로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직쏘의 다른 희생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어 보일 정도로 메인 게임은 허술했어요. 살인마 직쏘만이 '게임'이라고 주장할 뿐 단서 하나만 주어진 채 다음단계,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일방적인 흐름에 불과하니까요.
또한 전직 경찰 탭의 존재 및 그의 활동에 대한 정보를 직쏘가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므로 계획 전반에 걸쳐 운과 우연이 많이 좌우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도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부분이죠.

게다가 특정한 사람들을 특정 공간에 집어넣고 누가 살아남는지를 본다는 설정도 유사한 다른 작품에 비해 더 뛰어나다고 느낄만한 부분이 별로 없는 것도 역시나 감점 요소입니다. 차라리 '가두는 존재' 자체는 미상의 절대자로 하고 '게임'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극한추리 콜로세움><페르마의 밀실>, <라이어 게임> 등 처럼요. 이러한 작품들은 '게임'에 관객이나 독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운 측면이 많았거든요. <큐브>도 게임은 아니지만 나름 빠져나가는 합당한 공식은 있었죠. 물론 이 경우 '게임'의 완성도에 따라 작품의 수준은 크게 차이날 수 밖에 없고 자칫 게임에 매몰되어 이야기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약점은 있습니다만....

그러나 제가 이 작품의 기본 설정과 반전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 재미를 가장 크게 깎아먹었기에 이러한 비판은 정당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발표 당시 시점에서 전혀 모르고 보았다면 무릎을 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반전의 아이디어는 정말 대단했고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이만큼의 긴장감을 뽑아내었다는 점도 칭찬받아 마땅하니까요. 6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감상한 것이 안타깝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9.7 ~ 9.12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홍상삼 - 임태훈 선수의 부활
2. 김성배 선수 호투
3. 백업요원을 중심으로 한 타선 회복세

나빴던 점 :
1. 김선우 선수 최악의 부진
2. 왈론드 선수 부진
3. 롯데에게 약한 모습 재현

기타 감상 :
준플레이오프 준비모드의 한주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해가며 4경기를 치뤘으며 주간 성적은 2승 2패. 김성배 선수가 깜짝 선발 호투를 펼친 SK전과 홍상삼 선수가 무실점 호투한 일요일 롯데전에서의 승리는 좋았습니다만 왈론드 - 김선우 선수가 부진하며 두 경기를 내줬죠.

일단 투수진부터 평가하자면, 홍상삼 선수가 140Km이상의 직구를 낮게 제구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임태훈 선수 역시 최고의 컨디션으로 3연속 삼진을 잡는 등 젊은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주 반가왔습니다. 하지만 왈론드 - 김선우 선수의 부진과 이재학 - 유희관 선수의 투구는 물음표를 남겼습니다. 고창성 선수도 썩 좋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타선은 확실한 회복세를 보여서 다행이었어요. 돌아온 타신 임재철 선수를 축으로 정수빈 - 오재원 선수 등 1.5군급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데 이러한 백업요원의 뎁스가 두산 야수진의 가장 큰 경쟁력이겠죠. 유재웅 선수의 홈런도 좋았습니다.

이번 주 히어로로 투수는 롯데 킬러로서의 모습을 되찾은 홍상삼 선수를, 타자로는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타신 임재철 선수를 꼽겠습니다.

이번 주 예상 :
이번 주는 기아 - 넥센과의 각 2연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라도 히메네스 - 왈론드 - 김선우 - 홍상삼 선수가 등판하지 않을까 싶은데 김성배 선수같은 깜짝 선발 투입도 가능할 것 같네요.
어차피 승-패가 큰 의미가 없는 잔여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므로 지더라도 의미를 둘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이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이제는 확실한 가을잔치 모드! 착실히 준플레이오프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올인V4 허슬~두!

덧 :
안쌤 안경현 선수가 은퇴한다고 합니다. 헤어질 때 모양새는 안 좋았지만 전체 프로야구 대승적인 차원에서라도 두산에서 은퇴경기를 치뤄주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SK구단과 잘 협의해야 하고 안쌤 본인의 의견도 중요하겠지만 두산 유니폼을 입은 안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2010/09/10

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쓰오 / 권일영 : 별점 4점

얼굴에 흩날리는 비 - 8점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비채

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쓰오

무라노 미로는 어느날 낯선 남자들의 습격과도 같은 방문을 받는다. 그들은 미로의 친구인 르포라이터 작가 우사가와 요코의 행방을 쫓는 조직의 하청업자이자 요코의 애인 나루세와 조직원 기미지마였다. 요코는 1억엔이라는 조직의 거금을 가지고 사라진 상태였다. 미로는 요코의 마지막 전화상대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주일안에 그녀의 행방을 찾아 돈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협박을 받았다. 
어쩔 수 없이 나루세와 같이 요오꼬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 미로는 요코의 사무실과 집, 자주 찾던 점술가까지 조사해 나갔고, 그러던 중에 자신을 협박하고 감시하기 위해 동행하는 나루세에게 호감을 느껴 그에게 자신의 상처받은 과거의 치유를 원하게 되었다.
결국 미로는 요코의 마지막 작품을 통해 사건의 진상과 이 사건의 연관성을 눈치채게 되며 최후의 순간에 진범을 알아내는데....

6년전에 읽었던 작품입니다. 제 39회 에도가와 란포상 최우수 수상작이기도 한 작품이죠. 당시에는 절판된 책을 어렵게 구해서 읽었는데 새로운 번역의 완역본으로 다시 출간되다니 미스터리 애호가로서 굉장히 기쁘네요. 푸대접받던 친구가 금의환향한 느낌이거든요.

남-녀 커플의 시한부 설정 하드보일드 스릴러로 6년전에 읽었을 때도 언급했었지만, 상당히 흔한 설정이기는 합니다. 헐리우드 영화에는 널리고 널린 소재죠. (헐리우드 작품으로는 영화 D.O.A를 강추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보통 남자쪽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나루세보다는 무라노 미로를 주인공으로 하여 보다 여성적인 시각으로 전개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시각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로 돋보이게 만든다는 것, 아울러 말랑말랑한 러브라인없이 하드보일드다운 묵직하고 건조한 전개 등의 요소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됩니다.
하드보일드 추리물 자체로만 보아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 역시 매력적인 부분이에요. 탐정의 딸이기는 하나 평범한 백수에 불과한 미로의 수사와 추리 과정은 충분히 현실적이라 설득력이 높고, 곳곳에 장치된 복선과 단서들을 통해서 복잡한 사건의 구조를 잘 풀어나가며 마지막의 반전으로 이끄는 과정이 데뷰작으로 보기 힘들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거든요. 이러한 단서들이 무라노 미로의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들 - 장신구나 의상, 욕실에서의 흔적 등 - 이라는 것도 작품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완역이라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6년전 작품과는 완전 다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훨씬 길기도 하지만 추리소설 역사를 통틀어도 가장 멋진 제목에 어울리는, 깊이있는 묘사를 즐길 수 있을뿐 아니라 6년전에 읽었을 때 조금 어색했던 미로에 대한 설정과 오버스러웠던 독일 신나치 그룹이 얽힌 사건 역시 완역본으로 읽으니 비어있던 퍼즐이 채워지듯 딱 들어맞아서 그러한 생각을 잊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가장 아쉬웠던 마지막 단 한번의 목격으로 진범을 알아낸다는 억지스러웠던 전개 역시 완역본에서는 충분히 설명되고 있더군요.

물론 범인이 어차피 해외도피를 꿈꾸고 있었는데 구태여 살인을 저지를 필요가 있었는지?라는 의문과 1억엔이라는 돈이 여러가지 일을 벌이기에 그닥 매력적인 금액이 아니라는 약점은 있긴 합니다. 그래도 데뷰작 답지 않은 완성도의 작품으로 기리노 나쓰오 작품 중에서도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갖춘 수작이라 생각되네요. 
주인공 이름이 6년전에는 무라노 미오였는데 무라노 미로로 바뀐 점, 사라진 돈이 6년전의 4,500만엔에서 1억엔으로 인상되어 있는 등의 세세한 수정사항을 더듬어보는 것도 절판본을 읽어본 독자만의 보너스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정식 완역본이 너무 늦게 소개된 것이 아쉽기만 한데,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이었던 무라노 미로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물의 다른 작품들도 이제부터라도 정식으로 소개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0/09/09

데스 노트 1~12 - 오바 츠쿠미 / 오바타 다케시 : 별점 3.5점

 

데스 노트 Death Note 12 - 6점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대원씨아이(만화)

'이름을 쓰면 죽는 노트'라는 참신한 설정, 그리고 키라 야가미 라이토와 세계 최고의 탐정 L의 불꽃튀는 두뇌대결로 일세를 풍미한 작품이죠. L의 죽음 이후 만화는 보지 않았던 차에 최근 이런저런 만화를 뒤적이다가 끝까지 보게 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L의 죽음 이후 보지 않은게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 최종보스 N과의 두뇌게임도 별볼일 없었고 확실히 재미와 긴장감 모두 떨어졌거든요.
무엇보다도 마지막 창고에서의 한판 승부에서 아무런 반전의 카드없이 최종결전에 임한 라이토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진짜 노트 한두장 정도만 숨겨놓았더라도 완벽했을 것을 왜 구태여 노트의 진위여부에만 목숨을 걸었는지 당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사신까지 없애버렸던 라이토의 치밀함은 대관절 어디에 갔단 말입니까?! L과의 승부에서는 '시계 속 장치'같은 참신한 최후의 수단이 있었는데 그러한 변수하나 없던 마지막 승부는 그만큼 시시하고 재미가 없었어요.
또한 L의 캐릭터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비정상적이고 기이한, 거의 에스퍼로 그려진 N이라는 캐릭터도 호감이 가지 않는 등 모든 면에서 단점이 더욱 두드러져서 아쉽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결말도 썩 개운치는 않네요. 패배한 뒤 땅바닥에서 뒹굴며 루크에게 사정하는 라이토의 모습은 작가의 의도였다 하더라도 작품을 지켜본, 그리고 라이토에게 호감을 가졌던 팬으로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이렇게 패배할 거라면 차라리 L의 최후의 승부수와 함께 패배하던 영화 쪽 결말이 더 좋았던 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도 '데스노트, '사신' 등' 일견 유치해보일 수 있는 아이디어에서 여러가지 제한조건과 다양한 변수를 통해 진지하고 그럴듯한 두뇌배틀 스릴러로 완성한 스토리 및 작화와 전개는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조금 더 압축해서 L과의 승부로 끝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L과의 승부까지는 5점, 그 이후는 2.5점으로 전체 평균 3.5점 되겠습니다.

2010/09/08

이현세 폴리스 6부 : 형사수첩 - 이현세 : 별점 2.5점

 오혜성은 유능한 경찰이나 서울에서의 사고로 당분간 휴식을 명령받는다. 마침 그에게 고향에서 일어난 사고를 다룬 신문기사를 보낸 인물이 있었던 차 오혜성은 고향 원주를 방문하고 자신에게 보내진 사고들이 연쇄 살인 사건임을 깨닫는다.


이현세의 폴리스 시리즈 6부입니다. 오래전에 구입은 했지만 TV드라화가 되었었던 1부 이후로는 별 관심없어 버려두었던 차에 형이 6부는 제대로 된 사회파 냄새가 물씬 난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 분위기 자체는 확실히 생각보다는 괜찮은 사회파 수사물이더군요. '원주 지역 유지들의 연쇄 살인사건 - 살인 사건의 동기인 유언장 파악 - 유언장을 통한 유력한 용의자 체포 - 살인범 체포 / 살인범 자살 - 유력한 용의자가 사건의 동기가 된 과거의 사건 증언 - 모든 진상 파악 후 주범 체포'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경찰수사'의 틀 안에서 제대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원주와 서울간의 공조수사라던가 여러가지 법의학적인 설명이 곁들여지는 등 실제 경찰 수사를 보는 듯한 디테일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이야기 전개가 썩 매끄럽지는 않고 중간중간 결정적 단서를 잡아내는 방법이 '불법가택침입'이라는 결정적 약점과 함께 몇건의 살인사건은 범인의 계획에 불필요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범인의 실수가 눈에 많이 띈다는 점에서 완벽한 추리물로 보기는 좀 어렵긴합니다. 예를 들자면 범인이 자신을 숨기는데 가장 기본적인 성조차 바꾸지 않는다던가, 그냥 복수를 하면 될 것을 괜히 복잡하게 사건을 만든다던가 하는 것이 있겠죠.
또한 범인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유언장' 인데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 국내 현실상 '유언장'이 이렇게 강력하게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뭔가 외국의 다른 컨텐츠를 많이 참고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좀 생기더군요.

그래도 이 정도라면 '폴리스'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을 정도의 사회파 수사물이라 생각되네요. 폴리스 시리즈에서 보기드문 해피엔딩도 좋았고요. <블루엔젤>시리즈 보다는 떨어지긴 하지만 90년대 이현세 공장 시절에 양산된 시리즈 작품치고는 볼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단점을 고치고 좀 더 깔끔한 전개를 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09/07

연기로 그린 초상 - 빌 벨린저 / 최내현 : 별점 2.5점

 

연기로 그린 초상 - 6점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대니 에이프릴은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작은 채권대행 수금업체를 인수한다. 그리고 그 업체의 고객카드를 정리하던 도중 자신이 젊었을때 스쳐지나갔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남은 한 여인의 사진과 관련 기사를 발견하고, 그 사진과 기사만을 토대로 그녀를 찾아내기 위한 혼자만의 수사에 들어간다.

빌 밸린저 (빌 S 밸린저)의 장편입니다. 이미 이전에 <사라진 시간><이와 손톱>를 읽었기에 이 작품으로 국내 출간된 작가의 작품은 완독하게 되었네요. 이 작품은 한마디로 크래시 알모니스키라는 여자가 미모와 두뇌를 이용하여 주변의 남자들을 도약대로 삼아 성공해가는 과정이 핵심인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팜므파탈물입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뻔한 작품이라 실망이 컸습니다. 별다른 복선이나 반전이 하나 없어서 결말까지 쉽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였거든요. 게다가 크래시의 계획이 그다지 치밀하다고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남자 사냥에 성공한다던가, 피해자들이 피해를 본 이후 단순한 피해자로 전락한다는 것은 범죄 스릴러로서의 가치도 낮을 뿐 아니라 수긍하기도 어려운 점이었죠. 주인공 대니 에이프릴은 대단한 능력없이도 시간과 노력으로 결국 그녀를 찾아내잖아요? 이런 식으로 피해자 남자들이 멍청한 바보라는게 팜프파탈물의 맹점이기는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했어요. 

물론 이 작품은 1950년 작품으로 이 작품이 모든 팜므파탈물의 원조일 수도 있기에 적절한 비판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빌 밸린저 특유의 주인공과 시간대가 다른 이야기의 교차가 반복되다가 '현재'에서 만난 뒤 극적 결말에 이르는 독특한 전개와 더불어 주인공 대니 에이프릴이 약간의 단서만 가지고 크래시 - 캐서린 - 캐런 - 캔디스 을 추적해 나가는 수사과정의 디테일은 충분히 합리적이라 뻔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요. 마지막 사건에서의 의도하지 않은 완전범죄가 성립되는 장면 같은 것도 아주 좋았어요.

그래도 확실히 지금 읽기에는 단점이 더욱 도드라지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작가의 국내 소개된 작품 중에서도 가장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플루토 1~8 - 데즈카 오사무 / 우라사와 나오키 : 별점 3점

플루토 Pluto 8 - 6점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서울문화사(만화)
데즈카 오사무의 <지상 최강의 로보트>를 원전으로 하여 우라사와 나오키가 SF 추리 스릴러로 새롭게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완결된지는 꽤 되었는데 마지막권 구입이 늦어 이제서야 완독하게 되었네요. 워낙에 제가 원작의 팬이기도 해서 관심이 가던 기획이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랄까요? 아톰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신 세계 제일의 로봇 수사관 게지히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사회파 수사물스러운 분위기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사의 과정도 합리적이며 게지히트 본인에게 있었던 과거의 아픈 경험이 현재의 사건들과 겹쳐지며 벌어지는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로봇의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 흑막의 정체가 밝혀지는 반전 역시 원작팬도 납득할만한 최고의 반전이었다 생각되고요.

그러나 원전인 <지상 최강의 로보트> 줄거리를 축으로 한 플루토와 로보트들간의 격투, 그리고 이러한 음모의 이유가 밝혀지는 아톰이 주인공인 후반부는 좀 별로였습니다. 로봇들간의 격투는 SF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의 성격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특색있는 로봇들의 액션이 핵심인 원작에 비해 너무 심심한 액션이 아니었나 싶었고 후반부에 밝혀지는 이러한 음모의 이유도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보라’가 거의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데 구태여 플루토에게 먼저 복수를 시킨 이유라던가 갑작스러운 플루토의 변심(?) 등이 별로 설득력있게 표현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보다 단순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불필요하고 복잡하게 꼬아놓고 애매하게 넘어가는 부분들도 약간 거슬렸고요. 그리고 '이라크전'을 풍자하는 듯한 설정은 너무 노골적이라서 작품에 잘 녹아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SF 하드보일드 스릴러로 본다면 게지히트가 주인공인 부분은 최상급의 재미를 선사해주는 것은 확실합니다. 제가 이 작품을 '추리물'로 분류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또한 작중에 등장하는 '거액을 받고 불가능한 수술을 실현하는 일본인 무허가 천재 외과의사'를 비롯해서 텐마박사, 오챠노미즈박사, 반 슌사쿠 등 많은 데즈카 오사무 캐릭터를 만나는 즐거움도 큽니다.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로보트의 감정이라는 어려운 테마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도 좋았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9/06

2010.8.31 ~ 9.5 한주간 두산베어스 단상

 


좋았던 점 :
1. 없음

나빴던 점 :
1. 외국인 투수 부진
2. 임태훈 선수 중간계투 투입
3. 중간계투 필승조의 지속적인 투입
4. SK에게 약한 모습 재현

기타 감상 :
화요일 하루를 쉬고 5연전이 예정되었으나 비로 한경기가 취소되어 4경기만 치룬 한주였습니다. 3위가 확정된 상황이라 아무런 긴장감도 느끼지 못하고 그냥 무덤덤하게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좋았던 점을 느끼기 어려웠던 한주였어요.

일단 SK와의 시합은 너무나 무기력하게 두경기를 모두 내 주었습니다. 그간 잘 공략했던 카도쿠라 선수에게 꽁꽁 묶였고 왠지 SK에게는 강하다는 이미지의 왈론드 선수 역시 난타당하며 패했네요.
그래도 기아전에서 간만에 보여준 타선 응집력과 백만년만에 본 것 같은 끝내기 홈런 등으로 연승을 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별로 좋은 경기내용은 아니었죠.

그리고 임태훈 선수가 포스트시즌을 대비하여 다시 중간계투로 돌아와 투입되는 것은 별로 반기고 싶지는 않네요. 아시안게임도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면 모르지만 그래도 최근 선발에 적응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시 중간계투로 돌아가는게 적절한 선택인지는 의문이거든요. 지금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왈론드 선수보다는 임태훈 선수 쪽이 3선발에 더 어울려 보이기도 하고요. 현장의 판단이 더 정확하겠지만 임태훈 선수가 좀 안돼기도 했습니다. 임태훈 선수도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적응도 아직 부족한 듯 또 홈런으로 실점을 허용하기도 했고요.
아울러 중요하지 않은 경기에서의 필승조가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는데 컨디션 조절 차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아껴주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동주 선수의 부진이 너무 오래가서 걱정이네요. 가끔 안타를 쳐 주기는 하나 기대했던 모습이 전혀 아니에요. 빠른 컨디션 회복이 이루어졌으면 하며 포스트시즌 대비용으로 가끔은 이두환 선수같은 젊은 선수를 지명타자로 기용해 보는게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이번 주 히어로로 투수는 지난주 유일한 선발승으로 13승째를 거둔 김선우 선수를, 타자로는 회복세가 뚜렷한 김현수 선수를 꼽겠습니다.

이번 주 예상 :
4경기가 있는데 화-수에 SK와 넥센을, 토-일에 롯데를 만납니다. 화-수 경기는 신인 선수와 그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 중심으로 테스트 차원에서 진행한 뒤 주말 롯데와의 2연전은 포스트시즌 대비를 위해서라도 총력으로 맞서는 것이 좋겠죠. 그동안 롯데에게 너무 약했기에 반전의 계기도 삼아야 할 테고 말이죠.

그래서 토-일 경기는 히메네스 - 김선우 원투펀치의 출격이 예상되는데 과연 어떤 경기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화-수 경기도 신인 선수들을 보는 재미를 마음껏 느끼고 싶기에 이번주는 지난주에 비하면 훨씬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확실한 가을잔치 모드! 착실히 준플레이오프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올인V4 허슬~두!

2010/09/05

요리의 길을 묻다, 로산진 - 박영봉 / 신한균 : 별점 3점

 

요리의 길을 묻다, 로산진 - 6점
박영봉 지음, 신한균 감수/진명출판사

아마도 우리에게는 <맛의 달인>의 우미하라 (가이바라)의 모델로 더욱 잘 알려진 일본 미식과 도예의 거장 로산진에 대한 일종의 평전입니다. 전반부에는 현대의 일본 요리를 거의 정립하다시피한 요리인으로서의 료산진과 그의 요리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으며 후반부는 평전 형태로 출생에서부터 사망까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죠.

그런데 <맛의 달인>의 우미하라는 로산진 그 자체더군요. 유아독존같은 성격의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요리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미각, '요리'와 '예술'에 대한 마음가짐 등이 모두 이 책에 나오는 로산진이었어요. 게다가 우미하라의 '미식클럽' 역시 로산진이 최초로 연 요리요정 '미식 구락부'에서 이름을 따오고 실제 구성은 전설의 요리요정 '호시가오카샤료'를 따 온 것이었고 말이죠.
그 외에도 세세한 에피소드들 - 예를 들자면 프랑스 오리고기 집에서 소스없이 고기만 달라고 하고 개인 양념을 쳐서 먹는다는 등 - 역시 <맛의 달인>에서 몇개 읽은 기억이 납니다. 한마디로 <맛의 달인>은 '로산진'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작품이더라고요.

때문에 <맛의 달인>을 좋아하신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임에는 분명하며, 예술인으로서의 로산진의 모습도 풍부하게 담겨있기 때문에 그 외의 즐길거리 역시 많습니다. 로산진 특유의 도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같은 것도 자료적 가치가 높고요. 개인적으로는 로산진이 조선의 자기를 좋아해서 조선에 방문했다던가 (1928) 찰리 채플린을 만났다는 등 (1932) 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책의 성격에 걸맞게 도판도 굉장히 충실한 것도 만족스럽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9/04

무한도전 WM7 무척 불편하고 불쾌했다

 


<무한도전>의 애청자이고 과거 WWE도 열심히 챙겨보았던 프로레슬링 애호가이기도 해서 관심이 가던 기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전 방영되었던 훈련과정에서 보여지는 어설픔, 안전불감증은 계속 눈에 거슬리던 차에 오늘 경기에서의 모습은 정말 불편하고 불쾌했어요.

갈비뼈에 금이갔다는 손스타씨나 허리 통증이 있는 정준하씨는 그래도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어느정도 처치도 받았다고 칩시다. 그러나 문외한인 제가 보아도 정형돈씨는 정상이 아니듯 계속 토하고 있는데 의료진이 돌보는 모습 없이 경기를 강행시킨다? 정형돈씨의 의지가 아무리 강했더라도 마지막 경기는 무조건 취소하고 정형돈씨는 병원으로 보냈어야 합니다. 현장에 의료진이 있었다면 더더욱 말이죠.
이후 싸이의 연예인 노래 가사에 맞춘 교차편집으로 감동 자아내려는 시도는 정말 역겨웠어요. 이 장면에서 '감동적이었다'라는 시청자들도 많긴 합니다. 그러나 정형돈씨 아내나 친지, 친구가 봐도 이 방송이 감동적이었을까요? 아마 내 가족이 그러고 있으면 분명 말렸을거에요.

물론 시합은 모두 정상적으로 끝났으며 정형돈씨도 별다른 이야기는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합니다. 그러나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죠. 만약 의료진이 정말로 없었다던가, 있었다 하더라도 정형돈씨에 대한 체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채, 아니면 치료와 더불어 레슬링 불가 진단이 있었음에도 시합이 강행된 것이라면 김태호 PD는 PD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겁니다. 왠만한 징계는 시원치 않을 정도의 위험한, 제가 보기에는 '살인미수'에 가까운 행위였어요.
또한 세계 최고, 최대의 프로레슬링 단체 WWE에서도 시합 중 사고로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한데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WWE에서조차 위험하다고 금지되었었던 기술을 태연히 쓰는 장면 모두 제작진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뭐 애시당초 기획 자체가 무리였죠. 1년을 수련했다고는 하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1주일에 4시간정도 할애했다고 해도 200여시간, 그들이 주장하는 "평균이하"의 예능인들이 위험한 프로레슬링을 수련하기에 턱도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사실 이들이 완벽한 프로레슬링을 할 필요도 없었죠. 예능과 프로레슬링의 적절한 조화를 지향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그나마도 전문가에게서 제대로 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죠. 손스타씨가 열심히 하긴 했지만 전문성 측면에서는 UFC 진출한다고 하면서 연예계 최강 주먹이라는 김창렬한테 교습받는거하고 뭐가 다릅니까? 결국 기본기는 없이 매니아가 좋아하는 화려하지만 위험한 기술만 가득찬 살인행위가 되 버렸어요.

하여간 이래저래 찜찜하고 불편하고 불쾌한 예능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평균이하 예능인들의 "도전"을 주제로 삼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도전"은 "도전" 그 자체로 멋지고 훌륭하지 꼭 어떤 결과를 빚어내야 하는건 아닙니다. 두경기나마 멋지게 진행했다면 관객과 시청자 모두 납득할 수 있었던, 충분히 성공한 도전이었다 생각되기에 마지막 경기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네요.

모쪼록 애청자로서 앞으로도 마음편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안전관련 대책과 정형돈씨 출전 관련해서는 김태호 PD의 납득할만한 해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있어야 합니다.

2010/09/03

백야행 1~3 - 히가시노 게이고 / 정태원 : 별점 3점

백야행 3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태동출판사

이 작품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명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한편입니다. TV드라마 영화에 이어 소설도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역주행 한 셈이네요.

그런데 소설을 읽고 놀란 것은 드라마와 너무나 다르고 오히려 망작이라 생각했던 영화가 차라리 더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유키호 - 료지의 관계가 마지막까지 전혀 드러나지 않고 러브라인 자체가 특별하게 그려지지 않다는 점, 료지는 노예와 다름없는 냉혹한 살인자 이미지였고 유키호도 팜므파탈, 악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 료지 1인칭에 가까웠던 드라마에 비해 시종일관 제 3자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조한 묘사 모두가 그러했어요. 공소시효가 부각되지 않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인지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범죄 스릴러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잘 결합했던 드라마와 비교한다면 소설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에 불과했으니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원래 작품 안에 러브라인의 구축과 묘사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 좀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이러한 말랑말랑함을 이전에는 싫어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외려 너무 걷어낸 느낌도 드네요. 마지막에 좀 임팩트있게 감정을 한번 터트릴 것 같았는데 말이죠.

물론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소설로 놓고 본다면 나쁜 작품은 아닙니다. 좋은 작품이죠. 신용카드 사기나 송금사기, 게임 위조 등의 전문적인 분야가 섬세한 디테일로 펼쳐지기 때문에 각각의 에피소드만 가지고도 하나의 괜찮은 범죄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거든요. 드라마에서도 등장한 나미에의 송금사기 사건같은 경우는 그 자체로도 완성도가 높으니까요. 단 이러한 사기나 범죄가 이야기의 중심과 상관없는 겉도는 이야기였다는 것은 문제이긴 합니다만...
또한 80년대 일본 분위기를 가득 담고있다는 것도 저같은 80년대 키드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더라고요. PC초창기의 모습이라던가 '인베이더', '마리오'의 붐 같은 것들은 묘한 향수를 자아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TV 드라마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많아 별점은 3점입니다. 흡사 <쇼생크 탈출> 영화를 본 뒤 원작인 스티븐 킹의 <사계>를 읽고 든 느낌이에요. 반쯤은 속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을 전부 파악할 수 있던 것은 좋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먼저 감상했다면 원작은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2010/09/02

아이리버 스토리 2G 사용기 (2) - 단점 분석 및 총평

사용기 (1)

아이리버 스토리를 잠깐 사용하다가 말았는데 다시 장기임대(?)의 기회가 생겨서 요새 써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전에 사용했을 때 보다도 더욱 더 단점만 눈에 걸리네요. 그 와중에 한 블로거 님이 남긴 소개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댓글이 삭제된 것을 알았습니다. 너무 간단하게, 무성의하게 적어서 삭제된 것 같기에 죄송스러운 마음에 보다 자세하게 단점을 소개하고자 글을 남깁니다.

1. 어두운 화면 :
E-Ink의 한계겠지만 조금만 어두워도 화면을 읽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사용기(1) 참고하세요.

2. 직사광선 아래에서 화면전환 어려움 :
이건 정말 황당했는데 '밝은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직사광선 아래에서는 화면 전환 시 디스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점을 보입니다. 밖에 있을 때 햇빛이 강하면 기계를 뒤집어서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고 다시 뒤집어서 봐야 할 정도로 말이죠. 황당하죠?
* 유사 사례 링크

3. PDF 문서의 가독성 문제 :
사실 이북 관련한 디바이스를 가지게 된 뒤 가장 먼저 한 것이 자주 읽지는 않지만 자료로 두고 싶은 책들을 개인적으로 스캔하여 보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파일의 경우 스캔 문서의 폰트 표현이 너무나 뒤떨어집니다. 네이버에서 유료로 구입한 논문 자료들 역시 폰트의 오글거림이 심했고요. 눈이 더 나빠질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PC나 다른 디바이스에서는 깔끔하게 읽히는 것으로 보아 이건 근본적으로 E-Ink라는 솔루션의 한계겠죠.

4. 만화 뷰어로서의 가치 떨어짐 :
앞서 이야기한대로 개인 자료를 스캔하여 사용하는데 만화 역시 마찬가지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화의 경우도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앞서 말한 화면의 명도 자체가 어둡다는 E-Ink 고유의 특성 때문이죠. 그래도 직접 스캔한 책의 경우는 그나마 낫습니다. 불법 스캔되어 돌아다니는 책들은 스캔 품질이 워낙 좋지 않아서 더더욱 가독성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화면에 자동으로 꽉 맞춰서 표현해 줄 뿐 확대하거나 가로로 돌리는 기능이 없어서 작은 글씨의 경우 제대로 읽기도 힘들어요. 만화의 경우는 이미지라서 로딩이 더욱 오래 걸리는 것도 짜증났고요.

5. 조작의 불편함 :
느린 로딩과 검색의 어려움 등으로 실제 책을 읽듯이 조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필수적인 북마크 등록 버튼조차 핫키로 구현되어 있지 않은 것도 황당한데 스토리의 경우 하단 키보드가 정말로 불필요하고 좌우 이동키의 위치도 애매합니다. 차라리 기본 핫키만 압축해서 하단에 배열하고 좌우 이동은 화면 옆 부분을 잡고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간공학적으로 더 맞는 설계라 생각되네요.

6. 그외 :
rar 파일을 읽을 수 없다는 점, 지원 해상도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굉장히 불편한 부분이었습니다. 지원 해상도 부분은 최근 추세에도 걸맞지 않아 보이더군요. CPU나 메모리 문제일테니 개선의 여지도 없겠지만.

결론 및 총평 :
사용자의 사용 의도에 따라 효용이 명확히 갈릴 제품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가벼운 무게와 긴 배터리 라이프타임, 그리고 20만원 초반대의 가격은 그 자체가 굉장한 경쟁력을 지니는 것이기도 하죠.

그러나 저와 같이 개인적인 용도의 PDF 파일 등을 많이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잘 맞지 않는 기기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미지가 많은 문서나 만화 뷰어로도 별로 적합하지가 않고요. 이 기기는 TXT나 epub 파일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효용성을 지닐 수 있는 기기일 뿐이었습니다.

4인치 크기의 액정 디바이스가 대부분인 시기에는 6인치라는 화면 크기만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7인치 이상의 "탭" 시리즈들이 40~50만원대의 가격대로 출시되는 하반기에도 과연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익스펜더블 (2010) - 실베스타 스탤론 : 별점 3점

 


용병팀을 이끄는 바니 로스는 한 섬나라의 독재자를 암살해달라는 정부 요원의 의뢰를 받고 조사차 섬에 잠입한다. 그러나 정체가 발각되어 탈출하는 와중에 접선책이었던 독재자의 딸을 두고 떠나게 되고, 결국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다시 섬으로 향한다.

액션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기다려왔던 바로 그 영화! "람보와 코만도가 싸우면 누가이겨?" "이소룡과 성룡이 싸우면 누가 이겨?" 같은 이야기을 하며 80~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저같은 남자들을 위한, 80~90년대 향취가 듬뿍나는 마초액션영화입니다. 우연찮게 상영 마지막날에 회사동료들과 관람했죠.

이 영화는 한마디로 80년대 스타일 그 자체인 무뇌액션 영화입니다. 때문에 줄거리도 별거 없을 뿐 아니라 왜 산전수전공중전우주전 다 거친 바니 로스가 한 여자 때문에 목숨을 거는지, 왜 폭탄은 눈높이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하는지, 왜 악당들은 구태여 주인공들앞에 일렬로 달려오다가 총에 맞아 죽어주는지, 왜 배신자 거너를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따뜻하게 한 팀으로 받아주는지 같은 이유는 물어서도 안되고 물을 필요도 없죠. 단지 액션! 액션만 즐기면 됩니다.

다행히도 영화는 기대에 걸맞게 액션 하나만큼은 굉장히 자극적이고 짜릿한 경험을 선사해줍니다. 80~90년대 영화처럼 묵직한 맛이 잘 살아있어요. 한 등빨 하는 형님들답게 정말 무게감과 파워 하나는 최고였습니다. 주인공팀의 스탤론 - 제이슨 스탠덤 - 이연걸 - 랜디 커투어 - 미키 루크 조합도 화려하지만 악당팀의 에릭 로버츠 - 돌프 룬드그렌 - 스티븐 오스틴 - 게리 다니엘즈 조합도 밀리지 않는 묵직함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실사판 <북두의 권>에서 켄시로 역을 소화했던 게리 다니엘스의 등장도 반가왔지만 특히 스톤 콜드 스티븐 오스틴이 최종 보스로 등장해서 랜디 커투어와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딱 하나 마음에 들지 않은건 바니 로스가 한눈엔 반해서 목숨을 거는 장군의 딸이 일본 숙녀물 AV에 나옴직한 여자라 전혀 감흥이 없었다는 것 뿐이었어요.

그래도 다른 모든건 생각대로, 기대대로였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복잡한 머리를 싹 비우게 해주기에 여러모로 힘들고 지쳐있는 저와 제 회사 동료들에게 딱이었습니다. 확실히 액션영화는 이런 맛에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