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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4

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쓰오 : 별점 3.5점

顔に降りかかる雨 (文庫) - 8점
기리노 나쓰오/講談社

무라노 미오는 어느날 낯선 남자들의 습격을 받는다. 그들은 4,500만엔이라는 조직의 거금을 가지고 사라진 미오의 친구 우사가와 요오꼬의 행방을 쫓는 조직의 하청업자이자 요오꼬의 애인인 나루세와 조직원들이었다. 미오는 요오꼬의 마지막 전화상대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주일 시한으로 나루세와 같이 요오꼬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요오꼬의 사무실과 집, 자주 찾던 점술가까지 조사하는 미오는 요오꼬의 숨겨졌던 진실을 점차 밝혀낸다. 그러는 와중에 자기를 협박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나루세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며 그에게 자신의 상처받은 과거의 치유를 원하게 된다.
결국 미오는 르포라이터인 요오꼬의 마지막 작품에서 요오꼬가 독일에서 목격한 신나찌 그룹 살인사건과 실종 사건의 연관성을 눈치채고 최후의 순간에 진범을 알아내게 되는데...

제 39회 에도가와 란포상 최우수 수상작. 
독특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제목부터 인상적인 작품으로, 여성 작가다운 섬세한 심리 표현과 디테일한 묘사가 일품이었습니다. 시간 제한 내 특정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 - 남성 컴비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 스릴러는 상당히 많은 편이죠. 그러나 이 작품은 앞서 말씀드린 표현과 묘사들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캐릭터도 독특합니다. 가정 불화 끝에 남편이 자살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미오는 어쩐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남자주인공 나루세가 상당히 괜찮아서 충분히 커버가 되네요. 약간 안티 히어로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것이 전형적인 일본 소설 주인공과 비슷하긴 한데 확실히 뭔가 특출난 맛이 있거든요.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독일 신나찌 그룹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을 엮는 과정은 억지스럽고, 요오꼬의 과거를 추적해서 밝혀내는 사생활들은 사건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오히려 너무 오버해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몇몇 캐릭터의 설정 및 등장에 있어서도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며,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부분의 전개가 정말로! 별로여서 아쉽습니다. 기껏 추적 잘 하다가 단 한번의 목격으로 모든 사건을 마무리 짓다니… (물론 이 목격의 전 단계에서 추적에 의해 얻은 단서가 실마리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요)

이런 점을 본다면 이야기 자체가 정통 추리물보다는 스릴러 영화에 가까워 보입니다. 기본 캐릭터도 괜찮고 이야기 중간 중간의 스릴과 흡입력은 상당한데 추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2% 부족하달까요. 보다 추리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으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뭐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하고 디테일한 여러 묘사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란포상 최근 수상작들 중 “테러리스트의 파라솔”에는 대 실망했고 “희고 긴 복도”도 트릭이 불만스러웠는데 간만에 괜찮은 작품을 읽을 수 있었네요. 그래서 별점은 3.5점입니다. 일본 여성 작가 중 미야베 미유키와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 같은데, 최근작인 “아웃”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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