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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0

범죄의 재구성 - 최동훈 : 별점 4점


사기 전과로 출소한지 한 달, 최창혁(박신양)은 흥미로운 사기 사건을 계획한다. 그것은 바로 '꾼'들이라면 한번쯤 꿈꾸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은행 사기극. 다섯 명의 최고 '꾼'이 한 팀을 이뤘다. 완벽한 시놉시스 개발자 최창혁(박신양)을 비롯, 사기꾼들의 대부 '김선생'(백윤식), 최고의 떠벌이 '얼매'(이문식), 타고난 여자킬러 '제비', 환상적인 위조기술자 '휘발유'.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 결국 난공불락 '한국은행' 50억원 사기인출은 성공하지만 결과는 사라지고 없다! 모두 뿔뿔히 흩어지고, 돈은 사라졌다. 분명 헛점이 없었던 완벽한 계획. 무엇이 문제였던 것인가? 수수께끼의 여인의 제보전화로 들통난 사기극 때문에 최창혁은 도주중에 사망하고 '얼매'가 현장에서 체포되며, 도망을 다니던 '휘발유'는 불법 도박장에서 잡힌다. '제비' 또한 빈털터리인 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 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아직 행방이 묘연한 '김선생'의 또 다른 사기극?

최창혁의 형인 소설가 최창호에게 이 사건을 알려준 후 김선생의 동거녀였던 사기꾼 서인경 (염정아)는 최창혁의 보험금을 노리고 최창호에게 접근하며 김선생 또한 돈을 찾기 위해, 사건의 흑막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동원하는데… 결국 김선생은 모든 수수께끼의 근원은 최창호에게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건의 배경은 4년전 사기사건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는 것을 알아낸다... 

국내에서 그간 보기 힘들었던 정통 범죄 사기극 영화. 제목처럼 사건이 발생한 후 목격자들과 범인들, 사건 당사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과거의 범행을 재 구성해 나가는, 과거의 범행과 현재의 사건이 겹쳐지며 하나로 귀결되는 구조의 플롯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료조사도 충실하여 각종 은어는 물론 얼매의 은행 인출 사기, 제비의 혼인 빙자 사기 등의 사기 수법도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고요. 보면서 느낀건데, 알면서도 사기 당할 만 하더라고요. 정말 대단하다는….^^
거기에 더해 이 영화의 핵심인 최창혁과 김선생의 머리 싸움을 그린 각본이 정말 탄탄합니다. 홍보처럼 “한국 은행 50억 인출 사기”는 단지 수단 중 하나일 뿐이고 (사실 그 사기 내용은 상당히 조잡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영화는 최창혁과 김선생의 내내 치열한 머리 싸움을 그리고 있는데, 관객에게도 공정하게 진행될 뿐 아니라 복선도 치밀하며 반전도 상당한 편이라 여타 사기 영화에 뒤지지 않는 완벽한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연기도 일품인데 그 중에서도 백윤식 선생의 연기가 정말 대단하더군요. “지구를 지켜라”를 아직 못 봐서 그 명성 전해 듣기만 했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었어요.박신양의 능글능글한 사기꾼 연기와 염정아의 한국형 팜므파탈 (구로동 샤론스톤) 연기도 좋고요. 그 밖의 모든 출연진의 연기가 탄탄한 것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간 뜸했던 천호진씨의 형사 연기와 임하룡 선생님의 깜짝 출연이 좋았습니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나오는 최창혁의 사소한 사기는 큰 게임의 승자로서 너무 쪼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고, 김선생의 최후도 보여준 카리스마에 비해서는 너무 시시한 것 같아 약간 불만스럽더군요. 영화 전체적으로 몇가지 의문점이 좀 생기기는 하고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우리나라에 흔해빠진 조폭 범죄물이 아닌 정통 사기극으로 이 정도 수준의 영화가 나왔다는 것이 우리나라 영화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흐뭇하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이하, 영화를 보고 궁금점… 아직 못 보신 분은 보지 마시길!

1.최창혁이 승용차에 자신 대신으로 태운 시체는 대체 어디서 난 시체일까요?
2.최창혁이 형 최창호로 성형수술을 하는 설정인데 그렇게 빨리 수술을 하고 아물 수 있을까요?
3.제비가 돈을 혼자 갖고 튈 줄 어떻게 알고 그 여자에게 전화 연락을 했을까요?
4.서인경은 왜 최창혁을 도와줄까요? 사랑 때문에?
5.그럼 마지막에 최창혁이 다시 성형수술을 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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