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8/02/28

사신 치바 - 이사카 고타로 / 김소영 : 별점 2.5점

사신 치바 - 6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워낙 이 바닥에서 호평이 자자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으로 그동안 손이 선뜻 가지 않다가 외근 나갔을때 마침 읽을거리가 필요해져서 근처 서점에서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전부 6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길이도 부담없고 쑥쑥 읽히는 맛도 괜찮았으며 말랑말랑하면서도 신선한 감수성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신이 음악을 좋아한다던가, 1주일의 조사기간을 두고 대상자의 죽음에 대한 가부를 결정한다는 등의 설정이 재미있더군요.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한 음침한 여성을 사신 치바가 조사하는 첫번째 이야기 "치바는 정확하다"는 고객 불만 접수 센터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계속 걸려오는 이상한 전화에 대한 정체가 밝혀지는 것이 이야기의 키 포인트인데 앞뒤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구성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설정과 내용이 완성도가 높은 것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하고요. 단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것이 약간 걸리긴 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치바와 후지타 형님"은 후지타라는 야쿠자를 조사하는 치바의 이야기인데 그다지 큰 반전은 없지만 이른바 "형님물"로의 이야기 전개가 충실하게 녹아들어가 있어서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세번째 이야기 "산장 살인사건"은 부제에서부터 "탐정 소설"을 강조하고 있어서 기대가 컸지만 사신들이 여러명 얽히는 등 사신 설정이 추리소설로의 몰입을 방해해서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트릭도 그닥일뿐더러 치바의 추리 역시 작품에 크게 녹아들지 못했고요. 단지 첫번째 희생자의 죽음에 대한 설명 정도만 인상적이었습니다. 뭐 그정도만 건져도 충분하겠지만 말이죠.

네번째 이야기 "연애 상담사 치바"는 한 청년의 로맨스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기에 다른 작품들과 약간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어차피 사신이 얽힌 로맨스이기에 해피엔딩일 수 없고 결국 비극적인 범죄물(?)로 끝나는 것이 독특하다면 독특하달까요. 크게 와닿지는 않은 소품인데 중간에 등장하는 "임의의 전화번호로 주소를 알아내는 방법" 은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단 역시나처럼 치바의 추리가 전혀 작품속에 녹아들지 못한 것은 단점으로 보입니다.

다섯번째 이야기 "살인 용의자와 동행하다"는 부제 그대로 일종의 로드무비 같습니다. 오이라세 계류라는 곳의 묘사가 워낙 좋아서 저도 가보고 싶어지더군요. 또한 치바의 추리가 작품 내에서 결정적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추리가 중요한 요소로 쓰인 것은 아니라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마지막 이야기인 "치바 VS 노파"는 전 단편을 마무리하는 성격이 강한 작품입니다. 때문에 어떤 대단한 사건이 등장한다기 보다는 사신을 꿰뚫어 보는 노파와 치바와의 과거에서부터의 관계가 중요하게 부각됩니다. 또 항상 이 세계에 머물러 있을때 비만 계속 온 치바 앞에 처음으로 맑은 하늘이 보여진 편이기도 하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마무리적인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필로그로는 충분한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재미는 있지만 정교하거나 꽉 짜여진 느낌은 덜하고 "추리"적 요소를 기대한 저에게는 뭔가 부족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제 취향과는 거리가 좀 있다는 거죠. 일본 추리작가 협회 단편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이쪽 바닥의 세계가 정말이지 넓고 깊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네요. 솔직히 쉽고 편하고 부담없고 복잡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화장실에서 읽거나 출퇴근 시간에 읽는 것이 딱 맞는 작품집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작가의 장편을 보면 좀 다를것 같긴 한데, 장편을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2008/02/21

나선 계단의 앨리스 - 가노 도모코 / 장세연 : 별점 3점

 

나선계단의 앨리스 - 6점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손안의책(사철나무)

하아.. 백만년만의 추리소설 포스팅인것 같습니다. 최근 바쁘기도 하고 해서 영 짬이 나질 않았네요. 이제 다시 달려봐야죠^^

이 책은 일본 미스테리의 한 줄기라 할 수 있는 "일상계 미스테리"물 입니다. 즉 어떤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풀이를 다루고 있는 단편집이죠. 요네자와 호노부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이나 와카타케 마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유사한 류의 작품집으로 제가 최근 무척 마음에 들어하고 있는 스타일입니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생활과 곧바로 맞닿아 있는 설정이 외려 보다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설정이겠죠. 옆집 남자가 연쇄살인마라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옆집 남자가 외계인이라는 얘기하고 비슷한 수준의 비현실적인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일상계 미스테리의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사건의 스케일이 작다는 것이겠죠. 때문에 읽어나가면서 두근두근하거나 흥미를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가 많이 없긴 한데 최근 읽은 일상계 작품들은 형식의 독특함이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재기발랄한 문체와 캐릭터들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로 지루함을 극복하고 읽는 재미를 가져다 주더군요. 이 작품 역시 독특한 캐릭터인 이치무라 아리사로 승부하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인 전직 샐러리맨 사립탐정 니키 역시 중년의 나이와 전직이 대기업 사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기는 마찬가지죠. 사실 이렇게 평범한 사립탐정의 설정이 보다 현실적인것 같긴 한데 이러한 현실적 설정이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그동안 추리소설을 통해 구축된 사립탐정의 이미지가 얼마나 작위적인가를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서론이 길었는데 어쨌건 무척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단편집으로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차로는 "나선계단의 앨리스", "뒤창의 앨리스", "안뜰의 앨리스", "지하실의 앨리스", "꼭대기층의 앨리스", "아이 방의 앨리스", "앨리스가 없는 방" 순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리즈물의 첫 단편집답게 캐릭터들의 설정과 만남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상계답게 큰 사건은 역시 하나도 없으며 죽은 남편의 비밀 열쇠를 찾아 달라는 의뢰나 자신의 바람기를 의심하는 남편의 의혹을 씻어달라는 의뢰 등 굉장히 소박하고 실제 사립탐정에게 의뢰할 만한 사건들로 이야기가 이루어집니다. 심지어는 "개찾기"와 "애보기" 의뢰까지 있으니 정말이지 현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사건은 소박하지만 의외로 깊은 의미가 있는 사건들이나 반전이 있는 사건들이라 정통 추리의 맥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 역시 가장 큰 장점으로 보입니다.

단 "지하실의 앨리스"편은 조금 반전이 약하고 사건의 개연성이 좀 모자라 보였으며, "앨리스가 없는 방"은 아리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부연 설명 정도로 보여서 타 에피소드에 비하면 조금 처진다는 생각은 드네요. 아울러 아리사라는 캐릭터의 작위성, 미모의 재벌 딸이라는 설정은 좀 작위적으로 느껴졌고 너무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연관시켜 전개해나가는 부분은 오버스럽긴 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소박하고 귀여우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매력은 좀체 벗어나기 힘들더군요. 추리소설 입문자, 특히 청소년들에게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잔잔하면서도 재미를 가져다 주는 좋은 단편집이라 생각합니다. 후속작이 기대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08/02/14

Go! Go! FC 오렌지 - 노다 타츠키 : 별점 4점

 

GO! GO! FC 오렌지 13 - 8점
나우다 타츠키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일전에 포스팅 한 적 있는 "피스전기만물상" 작가 노다 타츠키의 정통(?) 축구 만화입니다. 예전 간행 도중에 읽다가 완독을 실패했는데 최근에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전형적인 축구만화의 전개라 할 수 있는 축구 천재인 (무려! 스페인 최고 클럽팀의 스카웃 대상이었다는 17세) 주인공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은 "2부리그" 를 소재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영세한 지방의 축구클럽이라 1부리그 승격이 실패할 경우 팀은 해체될 위기라는 설정이 그럴듯 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 일본에 있을때 스포츠 뉴스에서 1부리그 승격화 2부리그 추락이 결정된 팀과 도시의 분위기를 전해주는 영상을 봤었는데 정말 그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던 기억이 있어서 더더욱 와 닿았던 것도 있고요.

또한 한 시즌을 끌고나가는 기나긴 리그전의 긴장감이 잘 표현되어 있다는 것도 큰 재미요소입니다. 예를 들면 팀의 에이스 스트라이커인 주인공 무사시의 대표팀 차출로 인한 공백, 팀의 에이스 플레이메이커 코지로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 얇은 선수층 때문에 겪는 여러가지 문제점 등 시즌을 치루면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큰 재미를 가져다 주거든요.

물론 여고생 구단주라는 설정에서부터 시작해서 과장된 슛과 패스, 돌파 동작은 물론 천재라는 인간들의 초능력(?) 까지 보여지는 부분이라던가 처절한 팀의 상황같은 부분에서 만화적 상상력이 많이 가미되어있긴 합니다만 2부리그를 다룬 유일무이한 축구만화라는 점에서라도 스포츠 만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꼭 한번 볼만한 만화가 아닌가 싶네요. 길이도 13권으로 적당한 편이고요.

하여간 간만에 몰입해서 끝까지 한번에 훝어본 만화였습니다. 국내에서는 별 인기 없었던 것 같지만 저는 무척 재미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셨을지 궁금하네요^^

2008/02/09

뮤지컬 맘마미아 감상

 이번 설에 가족들과 함께 보게된 뮤지컬입니다. 개인적으로 30여년 살아오면서 "전용극장"에서 본 "최초의" 뮤지컬 되겠습니다. 스토리는 그리스를 무대로 하여 결혼을 앞둔 소피라는 아가씨가 자신의 아버지로 짐작되는 3명 (해리, 샘, 빌)을 결혼식에 초대한 뒤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는데 각본도 무척 재미있고 ABBA의 노래가 잘 어울리는 흥겨운 작품이라, 더구나 개인적으로  ABBA를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도나역이 옛날 가수 "이재영" 씨였는데 노래 정말 잘 하더군요^^


하지만 아쉬운 점이었다면 일단 실제 노래와 극중 상황이 잘 어우러지는 선곡이 아무래도 전문 뮤지컬보다는 약간 뒤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작품 자체와 잘 어울리는 선곡은 "Money Money"와 "Knowing Me, Knowing You" 정도였고 최대의 히트곡인 "Dancing Queen"이나 "Honey Honey" 등은 약간 쌩뚱맞게 삽입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주역 중 한명인 "쏘피" 역 배우가 그다지 호감가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웠고요. 이 점은 캐릭터 특성 상 좀 어린 목소리를 강조한 느낌이었는데 ABBA의 노래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아주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ABBA 노래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는 강추입니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히트곡 많은 가수를 중심으로 비슷한 시도를 해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예를 들면 조용필씨나 나훈아씨 같은 사람을 가지고 말이죠. 아니면 비틀즈나 엘비스의 히트곡을 가지고 뮤지컬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고요. 그런데 Queen의 히트곡을 가지고 만든 뮤지컬은 평이 별루인걸로 봐서 노래만 좋아서 되는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쨌건 간만의 포스팅이네요. 이 작품 감상을 계기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까 생각도 드는데 뮤지컬을 한편이라도 더 본 다음 고려해 봐야겠습니다.^^

2008/02/02

마왕퇴의 귀부인 - 웨난 / 이익희 : 별점 2.5점

 

마왕퇴의 귀부인 1 - 6점
웨난 지음, 이익희 옮김/일빛

"부활하는 군단"이라는 책을 읽고 호감을 가지게 된 이후 구입하게 된 웨난의 저서로 이 책 역시 "부활하는 군단"과 같이 유적 발굴과 유물, 역사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유적은 제목 그대로 "마왕퇴"입니다. 군사적 목적으로 방공호를 파다가 발굴하게 된 이 유적은 서한시대의 대후 이창 가족의 무덤으로 1호묘, 2호묘, 3호묘가 존재하는데, 가장 먼저 발굴한 1호묘의 여자 시신, 즉 이창의 부인의 시신이 거의 살아있는 상태와 같이 발굴된 것이 가장 놀라운 발견이었고, 이에 관련되어 다양한 과학적, 고고학적 고찰을 통해 밝혀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도굴당하지 않고 발굴된 것으로 부장품 역시 화려하고 다양하게 발견되어 또다른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단과 다양한 그림들인데 지금 보아도 그 수준이 탁월하여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사실 "대후"라는 계층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왕후장상"의 "후" 였다는 것, 그리고 "후" 의 수준, 즉 연인원 300만명을 동원하는 수준의 거대한 묘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과 화려한 그들의 생활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당시 발굴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다큐멘터리 처럼 자세하게 펼쳐져서 흡사 현장에 있는것과 같은 생동감을 전해 줍니다. 도굴꾼이 참여한 첫 발굴팀이 흙을 파 내려가면서의 자세한 과정, 그리고 발굴 이후에 벌어진 문화적 / 사회적 분위기를 나타내는 이야기들을 자세하면서도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굴과는 관련없는 발굴 당시의 중국 정부의 힘겨루기와 같은 정치적인 이야기가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되는 점은 불만스러웠습니다. 이러한 정치적인 이야기들은 "부활하는 군단"에서도 물론 나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도가 좀 심하더군요. 1~2권 분량에서 1/3은 차지하는 듯 했습니다. 주은래 대 강청+4인방이라는 정치적인 대결 양상이 발굴에 영향을 끼치는 이야기는 재미있기는 했지만 결국 모택동과 주은래를 향한 용비어천가일 뿐이라는 것이라 그다지 깊이도 없는 지겨운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완독 후 결론내리자면 "부활하는 군단" 만큼의 재미는 가져다 주지 못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도 불만이지만 무엇보다도 "병마용갱" 만큼의 화려하고 압도적인 충격을 가져다 주는 발굴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판단되었거든요. 이천백여년전의 여자 시신이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굴되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겠지만 병마용갱이 저에게는 더욱 크고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더 오래됐잖아요?^^ 이제 "지하궁전" 관련된 책이나 구입해서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