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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1

나선 계단의 앨리스 - 가노 도모코 / 장세연 : 별점 3점

나선계단의 앨리스 - 6점
가노 도모코 지음, 장세연 옮김/손안의책(사철나무)

하아.. 백만년만의 추리소설 포스팅인것 같습니다. 최근 바쁘기도 하고 해서 영 짬이 나질 않았네요. 이제 다시 달려봐야죠^^

이 책은 일본 미스테리의 한 줄기라 할 수 있는 "일상계 미스테리"물 입니다. 즉 어떤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풀이를 다루고 있는 단편집이죠. 요네자와 호노부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이나 와카타케 마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유사합니다.
이건 제가 최근 마음에 들어하는 스타일입니다. 사소하지만 생활과 곧바로 맞닿아 있는 설정이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덕분입니다. 옆집 남자가 연쇄살인마라는 이야기는, 옆집 남자가 외계인이라는 얘기하고 비슷한 수준의 비현실적인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일상계 미스테리의 가장 큰 약점은 사건의 스케일이 작다는 겁니다. 때문에 읽어나가면서 두근두근하거나 흥미를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가 많이 없는데, 최근 읽은 일상계 작품들은 형식의 독특함이나(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재기발랄한 문체와 캐릭터들(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로 재미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 작품도 독특한 캐릭터인 이치무라 아리사로 승부한다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주인공인 전직 샐러리맨 사립탐정 니키 역시 중년의 나이, 전직 대기업 사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독특하기는 마찬가지고요. 이런 현실적이고 평범한 사립탐정이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는건, 그동안 추리소설을 통해 구축된 사립탐정의 이미지가 얼마나 작위적인가를 다시한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어쨌건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단편집으로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선계단의 앨리스", "뒤창의 앨리스", "안뜰의 앨리스", "지하실의 앨리스", "꼭대기층의 앨리스", "아이 방의 앨리스", "앨리스가 없는 방" 순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리즈물의 첫 단편집답게 캐릭터들의 설정과 만남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일상계답게 큰 사건은 하나도 없고, 죽은 남편의 비밀 열쇠를 찾아 달라는 의뢰나 자신의 바람기를 의심하는 남편의 의혹을 씻어달라는 의뢰 등 굉장히 소박하고 실제 사립탐정에게 의뢰할 만한 사건들로 이야기가 이루어집니다. 심지어는 "개찾기"와 "애보기" 의뢰까지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러나 소박하더라도 의외로 깊은 의미가 있는 사건들, 반전이 있는 사건들이라 정통 추리의 맥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단 "지하실의 앨리스"편은 조금 반전이 약하고 사건의 개연성이 모자랐으며, "앨리스가 없는 방"은 아리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부연 설명 정도로 보여서 타 에피소드에 비하면 처집니다. 아울러 아리사라는 캐릭터의 작위성, 미모의 재벌 딸이라는 설정과 더불어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연관시켜 전개해나가는 부분은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소박하고 귀여우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매력은 큽니다. 추리소설 입문자, 특히 청소년들에게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잔잔하면서도 재미를 가져다 주는 좋은 단편집이라 생각합니다. 후속작이 기대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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