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6/01/31

너무나도 착한 이글루....

나의 이글루는 얼마나 착할까?


9% Evil, 91% Good


한번 해 봤는데 어라??? 완전 천사표 이글루라는 결과가...

저 자신과는 꽤 동떨어진 결과인듯 한데,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요.

외려 저 9%의 사악함이 어디서 돌출되었는지 궁금해 지는데요?^^

테스트는 여기에서.

2006/01/30

박치기 (2004) - 이즈츠 카즈유키 : 별점 2.5점


1968년 교토의 히가시고와 조선고 학생들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 수학여행에서의 대 난투를 계기로 코우스케는 선생님의 명령때문에 조선고에 친선축구시합을 제안하러 가게 된다. 그곳에서 코우스케는 조선고의 짱 안성의 여동생 경자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경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카자키라는 선술집 아들로부터 금지곡 '임진강'을 배우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코우스케. 코우스케가 서서히 조선인 학생들과 친분을 쌓아나가는 동안 조선고와 대립하는 일본인 학생들의 연합이 그들에 대한 습격을 준비하는데.....

1968년이라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격동적인 시기를 무대로 하여 재일 조선인들을 스토리라인의 전면에 부각시킨 점이 무척이나 특이한 영화.

하지만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싸움을 주요 모티브로 재일 한국인에 대한 묘사한 것이나 이야기의 힘은 "GO"보다 떨어지고, 음악을 주요 모티브로 과거의 청춘을 묘사한 이야기는 "청춘 덴데게데게데게" 보다 음악적 효과와 활용이 낮다고 생각되었거든요.
사실 적대하는 두 그룹과 그 사이에 속한 젊은 청춘남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쎄고 쎘죠. 설정과 배경이 되는 시대가 독특할 뿐 내용면에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한걸음도 진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인공 패거리 중의 한명이 죽어서 사건이 급 진전 되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마찬가지로 뻔하디 뻔한 전개였고요. 최종 클라이막스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이 친구의 죽음이 등장하고, 이후 민족간의 갭과 마지막의 큰 싸움, 그리고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전개로 이어지는데 솔직히 너무 뻔했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 처럼 친구가 그냥 도망간다고 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보는 내내 영화의 메인 테마가 무엇인지 자꾸 헛갈렸어요. 젊은 청춘들의 한때를 그린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한때의 주요 포커스가 싸움인지, 음악인지, 방황인지 확실히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요컨데 이 영화에서는 음악과 사랑으로 평화를 이루려는 주인공 코우스케와 경자의 이야기, 그리고 조선에 돌아가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조선인 학교의 짱 리안성과 그와의 사이에서 아기를 가지게 된 모모코의 이야기, 그리고 두 학교의 주먹 전쟁이라는 3개의 큰 축으로 이야기가 돌아가고 있는데 전개와 편집에서 내용이 잘 정리되지 않거든요. 주인공이 누구인지 중심축조차 흔들리고 있는 정도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좀더 이야기의 중심축을 잘 살려나가는 것이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상큼한 여주인공과 효과적인 음악의 활용, 앞서 말했듯 특이한 시대 배경을 잘 살린 여러 설정으로 평균적인 재미는 선사하는 작품이긴 합니다. 당시의 전공투 상황이라던가 히피 문화, 그리고 조선인 학교의 디테일들과 (일본인 배우들의 한국말 연기는 최악이었지만요) 여러 노래들 등 향수를 자극할 만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죠.
또한 마지막에 주인공이 라디오 방송국에서 "임진강"을 포크송으로 부르며 겹쳐지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는 하이라이트 장면은 (뻔하다고는 했지만) 한번 볼 가치가 있습니다. 노래도 좋지만 상황을 다 정리하는 여러 장면들의 편집이 꽤 괜찮은 편이니까요.
덧붙여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시각 또한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여기 나오는 각종 한국인의 수난사는 지금 한국에서도 잊혀진 것이 대부분이기에 더욱 그러하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2006/01/28

[Y]의 비극 - 앤솔로지 : 별점 2.5점


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을 테마로 4명의 추리작가에게 의뢰한 중편을 모아 출간한 앤솔러지.
작가의 구성이 꽤나 화려한 것이 먼저 눈에 띕니다. 첫 작품 "어떤 Y의 비극"은 아리스가와 아리스, 두번째 작품인 "다이잉 메시지 Y", 이 작품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지명도는 있는 듯한 (건축탐정 사쿠라이 쿄스케 시리즈가 대표작인 듯 하군요) 시노다 마유미, 세번째 작품 "Y의 비극 - Y가 늘어나다"는 니카이도 레이토, 마지막 네번째 작품은 "이콜 Y의 비극"으로 노리츠키 린타로의 작품입니다. 각 100여페이지 분량의 중편들이죠.
일본 여행에서 구입한 책중 하나인데 우연히 헌책방을 지나다가 발견해서 작가의 면면이 꽤 믿음직하고 제목과 기획 의도도 마음에 들어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수록작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Y"라는 글자가 포함된 다이잉 메시지 해독이 중요 트릭이라는 것, 그리고 엘러리 퀸의 원저 느낌을 많이 가져 오려고 노력한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니카이도 레이토의 쓰레기를 제외하면 다 얼추 읽을만하며 정통 퍼즐 미스터리로서 "트릭"을 푼다는 재미도 제법 있는 편이었어요.
또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히무라-아리스 컴비, 니카이도 레이토의 작품에 등장하는 명탐정 죠우카 박사와 예술연구 그룹 "뮤즈"의 멤버들, 노리츠키 린타로의 노리츠키 경시와 아들 노리츠키 린타로 컴비 등 유명 캐릭터와 다양한 작가들의 새로운 작풍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나름 괜찮은 수확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결론적으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고전걸작으로 명망높은 "Y의 비극"이기에 후배작가들이 존경을 표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욕심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작품의 수준은 아쉽게도 부족기 때문입니다. "이콜 Y의 비극"을 제외한다면 딱히 평가할 부분도 많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니카이도 레이토의 작품이 용서가 불가능한 수준이라 점수를 너무 많이 깎아먹기도 하고요.
올해 들어 두번째 읽은 책인데 솔직히 약간은 실망스러웠어요. 뭐 원서를 직접 읽어 보았다는데 의미를 둘까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어떤 Y의 비극 - 아리스가와 아리스
인디 록 밴드 "유메노 도구라 마구로"의 기타리스트가 자신의 기타에 맞아 살해당한다. 그가 남긴 것은 벽에 피로 쓴 "Y"라는 글자. 히무라와 아리스 컴비가 다이잉 메시지의 해독에 도전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으로 원저의 느낌을 잘 살린 여러 설정 (기타에 의한 죽음이라던가)과 꽤 잘 짜여진 구성은 마음에 들며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긴 했습니다.
허나 결정적 부분에서 일본인만이 이해가능한 요소가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드네요. 그 부분 때문에 트릭 자체를 수긍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결론내리자면 그냥 평균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

2. "다이잉 메시지 Y' - 시노다 마유미
나는 고등학교 동창이 인터넷 채팅으로 사귄 "EMI"라는 아이의 죽음을 목격했었다. 그녀는 "Y가 죽였다"라는 글귀를 남기고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고 결국 자살한 것으로 처리 되었다. 그리고 2년후, 나는 우연히 신문에서 그 죽음의 장소였던 학교 건물이 철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그곳을 찾아볼 결심을 하는데....
시노다 마유미라는 여성 작가의 60여페이지 정도의, 단편보다는 약간 길고 중편보다는 약간 짧은 길이의 작품.
굉장히 여성적이라는 느낌의 작품으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구성도 좋았지만 작품 내용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연극에 대한 설정이 치밀하고 괜찮았습니다. 마지막에 진상이 밝혀지며 드러나는 반전도 좋았고요. 
추리적으로 그다지 특기할 것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3. "Y의 비극 - Y가 늘어나다" - 니카이도 레이토
예술 연구 그룹 "뮤즈"의 멤버들은 어느날 핵공격에 대비한 안전시설인 핵 셸터의 안에 갇히고 부장인 마리오가 닫힌 밀실에서 "Y"라는 글자 하나만 남긴채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완벽한 밀실에서의 사건 해결에 명탐정 죠우카 박사가 도전한다!
이름은 몇번 들어본 작가인 니카이도 레이토의 작품. 
작품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정말이지 너무하더군요. 이른바 "메타 미스터리"라는 이름하에 주인공들이 독자에게 말을 거는 독특한 전개를 보여준다는 식인데 이러한 구성에 너무 기댄 탓인지 다른 것들은 모두 수준 이하입니다. 트릭도 황당무계할 뿐더러 다이잉 메시지의 의미조차 반은 장난으로 여겨질 정도의 치졸한 작품으로 모든 면에서 그다지 논할 것이 없는 쓰레기였어요. 별점은 1점입니다.

4. "이콜 Y의 비극" - 노리츠키 린타로
세타가야의 맨션에서 아다치 아카네라는 여성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 중에 메모지에 볼펜으로 쓴 "=Y"라는 기호의 흔적이 발견되며 유력한 용의자로 피해자 언니의 남편과 그 불륜상대가 지목되지만 그들의 알리바이는 확실한 상태. 사건이 답보상태에 머무르게 되자 사건을 맡은 노리츠키 경시는 자신의 아들 린타로에게 사건의 해결을 요청한다.
신본격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노리츠키 린타로의 작품. 그의 유명한 시리즈 캐릭터 노리츠키 린타로가 등장하는 본격물입니다. 
일단 "다이잉 메시지"의 의미가 확실하고 그 내용을 작품속에서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구성함으로써 본격 퍼즐 트릭물로서 충분히 제 값을 하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일본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살아있는 트릭이긴 하지만 상당히 설득력있는 편이라 꽤 수긍할만 했어요. 앞부분에 등장하는 전혀 상관없었던 짤막한 에피소드가 본편에서 중요한 장치가 되는 구성도 좋았고요.
그러나 다른 부분들, 예를 들자면 범인의 동기라던가 하는 부분에서 빈약함이 많이 느껴지는 것은 분명 약점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앤솔로지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네요.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시간만 허락된다면 번역의 욕심도 조금 나긴 하는데 너무 일본적인 트릭일 수도 있어서 약간 고민 되긴 하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2006/01/27

Comical Mystery Tour - 점과 선

너무 포스트가 뜸한 것 같아 아래 소개한 "Comical Mystery Tour - 이시이 히사이치"의 한편을 잠깐 번역해 보았습니다. 마츠모토 세이쵸의 그 유명한 "점과 선"의 패러디입니다. 번역은 대충대충이라 엉망이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마찬가지로 이미지 퀄리티도 낮습니다. 시간땜시...

하여간 개그가 거의 이런 식의 원작을 읽은 사람은 피식할 수 있는 그런 개그인데 저는 꽤 마음에 들더군요. 시간나는대로 재미있던 것만 찬찬히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6/01/23

Comical Mystery Tour - 이시이 히사이치 : 별점 2.5점

회사를 옮긴 탓에 여유를 만들기가 아직은 쉽지 않군요... 오랫만에 포스팅 합니다. 그동안 조회수가 2자리로 떨어졌....ㅠ.ㅠ

이 작품은 일본 4컷 만화의 귀재라는 이시이 히사이치의 추리 패러디 4컷 만화 단편집입니다. "이웃의 야마다 군"이라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이름 정도는 접해보셨으리라 생각되네요.

부제가 "붉은머리 연맹" 이듯 셜록 홈즈를 주 패러디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표지의 저 인물이 홈즈와 왓슨, 왓슨의 부인 메어리입니다) 인용된 명작으로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비롯해서 "프렌치 최후의 사건",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야유카와 데츠야의 "검은 트렁크", 텐도 아리타의 "대유괴", 엘러리 퀸의 "도중의 집", 심농의 "황색개", 스티븐 킹의 "미저리",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 에도가와 란포의 "인간 의자"와 "괴인 20면상", 콜린 덱스터의 "우드스톡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 맥클린의 "여왕폐하 율리시즈 호", 마츠모토 세이쵸의 "점과 선"....등등등 거의 100여편에 달하는 셜록홈즈 시리즈와 기타 명작에 대한 개그 패러디로 가득합니다.
다른 작품에서 접해보았었던 작가 자신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3류 추리소설가 다부치 선생 시리즈도 실려 있어서 더욱 즐거웠고요. 개그의 수준은 폭소를 터트리는 것 보다는 은근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특유의 4컷 개그로 저는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소우겐(創元)추리문고 시리즈에 당당히 추리 작품으로 이름을 올린 것에 걸맞게 작가의 추리문학에 대한 많은 관심과 독서량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시이 히사이치만의 펜선으로 잘 살려낸 유명한 탐정 및 기타 캐릭터들 역시 볼거리라 할 수 있고요.

물론 너무 개그의 소재로만 변형되어 쓰임으로 인해 실제 작품의 팬에게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약점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이 작품의 홈즈와 왓슨은 정말이지... "바보"로 등장해서 웃기기 때문에 저도 보면서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했거든요. 거기에 항상 느끼는 문제인데 작가의 손글씨는 읽기가 어려워서 짜증나는 면도 있었고요.

그래도 160여페이지라는 얇고 예쁜 문고본에 내용도 충실한 편이니 이 정도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시리즈물로 2부도 있는데 2부도 빨리 구해보고 싶네요.

2006/01/18

2006년 목표!

회사를 옮겨 포스팅 하기가 쉽지많은 않을 것 같네요. 집에 좀 일찍(?) 온 김에 2006년 목표를 늦었지만 한번 세워 봅니다.

1.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성공! (직장인으로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무척 소중한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서...)

2. 전공분야 책을 한달에 한권 이상 읽자.

3. 인간 관계(?) 에 있어서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

4. 설이 지나면 정말로 금연 (!)

5. 재테크를 보다 확실히....

6. 운동은 못하더라도 몸을 더 이상 망치지는 말자.

정도 입니다. 결혼이라는 당면 과제도 있지만 개인적인 작은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한 해가 되어야 겠죠.

그럼 올해도 목표 달성을 위해 화이팅 입니다.

2006/01/17

취직!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는 거겠죠? 4년여 이래저래 고생한 회사를 그만두고 뭘 할까 고민하던 중 좋은 제의가 있어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한 두달 놀았는데 돌이켜보면 별로 한게 없어서 조금은 아쉽네요. 그나마 장기간의 일본 여행과 마음 먹었던 추리 단편 번역 하나를 끝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 입사하는 회사의 이름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습니다만 이글루스에 관계된 분들이 몇분 계시니 만큼 그분들을 직접 뵙게 될 생각에 마음이 설레이기도 하네요.

저번에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쨌건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라 할 지라도 저에게 큰 힘이 되었거든요. 어떻게든 보답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야죠.

감사합니다!

2006/01/16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 우치다 야스오 원작 :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


프리랜서 라이터 아사미 미츠히코를 탐정으로 내세운, "여정 미스터리"라는 분야에서 유명한 우치다 야스오의 여러 작품들을 만화화하여 출판한 기획물. 현재 1권에서 11권까지 나와 있으며, 아사미 미츠히코 만이 아닌 다른 명탐정들, 이른바 우치다 야스오의 3대 명탐정이라는 시나노의 콜롬보 다케무라 이와오, 경시청의 오카베 경부 등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만화 시리즈화해서 출간하는 기획의 시도는 높이 살 만 하고,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인 탓에 만화로라도 번역된 것 역시 고마와 해야 할 일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작품의 수준만 본다면 오히려 돈이 아까운 것도 많다는 것입니다. 계속 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것 참 고민되네요.

이유로는, 일단 권마다 다른 작가들을 쓰고 있는데 기획한 곳이 순정만화 전문지인지 대체로 작화가 순정체입니다. 순정체라는게 문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수준 자체가 낮은 작품이 많아요. 솔직히 작품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요.
또 우치다 야스오 소설은 한권밖에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추리" 보다는 이색적인 풍광에 왠지 더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만화 시리즈도 역시나 추리적인 요소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권 분량으로 페이지수가 제한된 탓에 축약이 너무 심한 것도 문제에요.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품이 있을 정도니까요.

결론적으로, 만화화 자체에는 실패한 듯한 느낌입니다. 내용도 좀 낡고 고리타분한 것이 많아 21세기에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구식이 아닌가 싶은 작품이 많은 것도 감점 요인이고요.
만화 쪽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탄탄한 작가 혼자서 전체를 맡아 작업했더라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쉽네요. 원작 작품 선정에서부터 만화적인 구성 모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을 볼 때, 좋은 기획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편집자를 구하지 못한 티도 많이 나서 더더욱 아쉽습니다.

저같은 매니아라면 구입하셔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3만원이 넘는 재앙이 되리라 생각되니 빌려서 보시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네요. 그나마 볼만한 책은 4권 "밀실 살인 사건",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9권 "시인의 망령", 10권 "여섯개의 숫자" 정도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정도?
권별 상세 리뷰는 아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1권 바람의 레퀴엠 - 책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관계로... 추후 추가하겠습니다.

2권 북쪽에서 온 남자 : 그림 히다카 료
가수 지망생 쇼코의 신변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 두 사건을 연결하는 "북쪽에서 온 남자" 란 과연 누구인가?
아오모리현 시모키타 반도를 부대로 무녀의 예언을 등장시켜 이색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작품.. 이지만 결정적인 추리 부분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왜 두명을 죽였는지에 대한 당위성 자체가 없고 예언과 우연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고 있으며 만화로 구성된 전개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별볼일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3권 장미의 살인 : 그림 토바 쇼코
여고생 유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먼 친척 동생 오가타 사토시가 의심받게 되자 아사미 미츠히코가 직접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여정보다는 "다카라즈카"라는 극단을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입니다. 이외에도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등 예능계를 무대로 했다는 점에서는 다른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느낌과 재미를 전해 주더군요. 추리 부분에서도 맥락이나 단서를 하나씩 쫓아나가는 전개도 좋았고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결말이 너무 시시해서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4권 밀실 살인 사건 : 그림 에구치 유
우에노 역사 재개발을 둘러싸고 상인회의 갈등이 팽배해 있던 중 개발 회사의 중역인 와다 후미오의 살인 용의로 궁지에 몰려 있던 테라야마 코지 마저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자살 전 테라야마의 사건 의뢰 편지를 받은 아사미 미츠히코가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우에노 역이라는 꽤 친숙한 소재를 등장시킨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그다지 기발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추리와 동기, 전개가 납득할 만 하고 결말까지 확실한 작품이었습니다.

5권 백화점 연쇄 살인 사건 : 그림 시토 료코
하카타의 백화점 경쟁 관계를 둘러 싼 기업간의 전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우연히 사적 발굴현장에 참석한 아사미 미츠히코는 백골이 된 사체를 발견하고 사체의 정체가 밝혀진 후 자신의 옛 연인과 친구가 사건에 관련된 사실을 알게된 형이 직접 아사미 미츠히코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일단 그림, 만화적인 수준에서 제일 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컷의 배열이나 전개가 도대체 알아먹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라 화가 날 정도더군요. 추리와 단서 등도 맥락에 맞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일단 내용 이해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수준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6권 나비부인의 눈물 : 그림 타마이 마키코
나가사키에서 악덕 카스테라 업자 야마오카 쇼지가 살해되고 전통 카스테라 업자 마츠나미가 용의자로 몰린다. 마츠나미의 딸인 하루카는 추리작가 우치다의 소개로 아사미 미츠히코를 알게 되고 그를 초청하게 된다. 이후 저명 유명인사가 2명이나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으로 발전하는데...
나가사키를 무대로 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로 우치다 선생이라는 추리작가가 등장하는 것이 재미나네요. 그림도 꽤 마음에 들고 만화적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구성이라 읽기에는 편했습니다. 단지 "공원 나비부인 동상에 걸어놓은 펜던트"같이 정통파 미스테리 비스무리하게 거창하게 벌려놓은, 그것도 여러명이 죽어나가는 사건의 무게에 비해서 추리의 전개가 얄팍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 그림 츠키시마 츠구미
시오리는 살해당한 아버지가 최후로 남긴 단서인 "트럼프의 책"이라는 단어를 두고 고민하던 중 탐정이라는 아사미 미츠히코라는 인물을 알게 된다. 그가 사건 해결을 위해 도와주면서 동분 서주 하던 중 아버지의 부하직원도 살해당하는 등 사건은 계속 커져만 가는데...
쿠슈 야나가와를 주로 하여 펼쳐지는 진정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쿠슈 야나가와"라는 지역 자체가 이야기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구조로 진정한 여정 미스테리라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은 여정이라는 것이 사실 이색적 풍광을 보여주는 것 이외의 추리적 의미는 거의 없었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해독 트릭이 주 트릭인데 괜찮은 수준이었고 무엇보다도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이라 높이 살 만 합니다. 만화로서도 그림은 그다지 잘 그린 건 아니지만 만화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솜씨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고요.

8권 침묵의 돌 : 그림 히다카 료
신주쿠와 쿠라시키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을 연결하는 단서는 무엇인가? 명수사관 오카베 경위의 추리로 사건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경시청의 천재 오카베 경위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히카리라는 여대생이라 전개 방식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주더군요. 두개의 살인사건이 벌어진 당위성 자체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주인공 히카리의 전문 지식을 이용한 결정적 단서 제공 같은 재미가 살아 있어서 결정적인 추리와 동기 부분에 비록 문제는 약간 있지만 저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뒤에 실린 단편 "잠자는 불꽃"도 치정극으로 보이는 전개속에 은근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 좋았고요.

9권 시인의 망령 : 그림 사토미 유
사쿠타로라는 작가의 시와 똑같이 구현된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오카베 경위가 사건을 맡은 후 스가이 쿠니오라는 은퇴한 전직 형사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용의자에게 접근하던 중 스가이마저 살해당하게 되는데...
역시 오카베 경위 시리즈로 "시를 따라한 연쇄 살인"이라는 착상이 일단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림도 괜찮은 편이었고 스토리 전개를 만화적으로 잘 구현해 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ABC 살인사건" 과 유사한 전개로 참신함보다는 의외성에 기대는 느낌이 강했으며 동기와 과정 역시지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한마디로 어렵고 복잡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는, 나름대로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습니다. 뒤에 단편 "거울 속의 여인" 이 실려있는데 이 단편도 추천작입니다.

10권 여섯개의 숫자 : 그림 츠키시마 츠쿠미
동경 타마호반에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그가 남긴 것은 6개의 숫자가 적힌 종이 쪽지 뿐. 오카베 경위는 피해자의 딸 치아키에게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한 "침없는 벌"이라는 의문의 단서를 접한다. 한편 치아키와 은퇴를 앞둔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의 컴비가 오카베 경위의 적극적 지원으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간다...
오카베 경위 시리즈이긴 한데 실제 탐정역은 치아키라는 소녀라 이색적이더군요. 치아키와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이라는 컴비가 꽤 재미난 설정이라 좋았습니다. 여섯개의 숫자와 "침없는 벌"이라는 단서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의 묘사 역시 합리적인, 이치에 맞는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요.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영상화도 두번이나 된 인기 작품으로 여기서 결성된 (?) 이 컴비 주연의 단편 시리즈도 있다고 하는데 그 작품들도 기대되더군요. 어쨌거나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11권 여신의 저주 : 그림 나가오 후미코
귀신 모미지 전설의 마을 토가쿠시에서 전설을 모방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수사를 지휘하는 다케무라 경위는 사건의 그림자에 숨겨진 비참한 사연을 밝혀내게 된다.
나가노현 경찰 본부 수사1과 경위 다케무라 이와오 (시나노의 콜롬보)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와 비슷한 전통 무속과 살인 사건의 조합이라는 전개라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추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21세기에 읽기에는 너무나 고리타분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전통 신앙에 많은 것을 기대는 설정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용 역시 그냥 뻔한 복수극일 뿐이었습니다. 새로운 탐정을 만나는 재미 이외에 특기할 만한 점은 없는 작품이네요.

2006/01/14

러시아 홍차의 비밀 - 아리스가와 아리스 : 별점 2점

ロシア紅茶の謎 (講談社文庫) (文庫) - 4점
아리스가와 아리스/講談社

범죄 심리학 조교수로 실제 사건에서의 활약으로 "임상 범죄 학자"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천재 히무라 히데오와 추리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컴비 시리즈 단편집. 아리스가와 아리스 (저자)의 첫번째 단편집이기도 합니다. 그의 "국명 시리즈"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책에는 전부 6개의 단편과 작가 해설 등이 담겨있습니다.
일본 여행 가서 구입한 책으로 장편이 아니라 단편집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중간에 번역한번 해 볼까 하고 삽질하느라 걸린 시간도 있어서 이래저래 거진 한달이 걸렸네요.... 2006년 들어서는 처음으로 완독한 책인 것 같습니다. (만화책은 수도없이 읽었지만서도)
문제라면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죠.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고도 불리운다는 신본격 작가라기에 굉장히 기대했는데 작품 대부분이 "트릭을 위한" 이야기들이라 트릭에 매몰된 듯한 느낌이 강했거든요. 또한 트릭치고는 만들기 쉬운 암호 미스테리가 많았던 것도 불만스러웠고요. 무엇보다도 표제작이며 작가 스스로 마음에 든다는 이른바 국명 시리즈인 "러시아 홍차의 비밀"이 제일 어처구니 없고 수준이하라는 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또한 탐정역의 히무라 히데오의 캐릭터가 너무 정형화 되어 있는 것 역시 재미 부분에서 감점 요인입니다.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에는 단편이라는 특성상 쉽지 않은 부분이 많았겠지만 잘난척 하는 천재라는 고전적 스테레오 타입 그대로의 인물이라 새로운 면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도 신본격답게 문제-해결이 명확하고 이야기 하나하나가 깔끔하게 매듭지어지는 것은 좋았습니다. 용의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고 단서에 대한 범위를 좁혀줌으로써 이해를 돕는 추리만화 타입의 전개도 쉽게쉽게 읽는데 큰 도움을 줬고요.

결론내리자면 그냥저냥한 평작이랄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트릭 자체는 제법 괜찮은 것이 많고 뛰어난 작품도 분명 있으며, 위에 말한 단점은 장편을 보면 많이 상쇄될 것도 같으니 다음번에는 장편에 한번 도전해 봐야 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한 3개월은 걸리겠지만....

개인적인 베스트는 "동물원의 암호"와 "팔각형의 함정" 입니다.

작품별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동물원의 암호 :
동물원 원숭이 우리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사육사. 그는 죽기 직전 암호로 된 쪽지를 남긴다. 그 암호는 퍼즐광이었던 피해자가 공들여 만든 것으로 암호를 해독하면 범인을 알 수 있으리라는 판단 하에 주인공 컴비는 동물 이름으로 구성된 암호 해독에 도전하는데...
"동물 이름으로 구성된 암호" 자체가 무척 괜찮습니다. 기발하면서도 수긍이 가는 그런 암호거든요. 일본 거주자가 아니면 풀기 힘들다는 약점은 있지만 말이죠. 내용 전개도 명쾌하고 논리적이라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 중 하나였습니다.

2. 지붕 밑의 산보자 :
하숙집 주인이 살해되는데 경찰 조사로 발견한 그의 일기에서 그가 하숙집 지붕을 밤에 돌아다니는 변태적인 취미가 있었다는 사실과 하숙인들 중 인근 연쇄 강간마로 짐작되는 인물이 있다는 것도 밝혀진다. 그런데 하숙인들을 암호화된 이니셜로 표기하고 있어서 정체를 모르는 상태. 연쇄 강간마이자 하숙집 주인 살인 사건의 범인인 그 하숙인을 찾기 위해 두 컴비가 나선다.
역시 암호 트릭입니다. 이 작품은 암호 자체는 무척 간단한 편이라 정교한 맛은 좀 없더군요. 그래도 에도가와 란포의 동명 단편을 응용한 센스와 마지막의 살짝 등장하는 반전은 무척 좋았다 생각됩니다.

3. 붉은 도처 (稻妻) :
한 여인이 투신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히무라 히데오의 제자인 학생이 목격자로 나서 그 여자가 방에서 밀려 떨어졌다는 것을 증언한다. 그러나 그 여자의 방은 완벽한 밀실 상태.
밀실 트릭물입니다. 그러나 트릭의 정교함은 떨어지는 편이고 작품에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너무 적어서 이상할 정도였어요.

4, 룬의 가르침 :
외국인 기자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요청받아 찾아간 히무라 히데오. 그는 피해자가 손에 쥐고 죽은 "룬 문자판" 4개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주력한다.
이 책의 단편들 중에서 전개가 가장 이색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히무라 히데오의 방에 놀러간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책상위에 놓여진 룬 문자판을 보게 되자 히무라 히데오가 그것에 관련된 사건을 들려주는 셜록 홈즈물 스타일의 전개로 이루어지거든요. 트릭은 역시나 일본 독자들만이 풀 수 있는 암호인데 평이하기도 하지만 좀 억지성이 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룬 문자"라는 요소가 왜 들어갔나 싶게 쌩뚱맞아서 의아했는데 책 뒤의 작가 후기를 보니 "고대문자"에 관련된 트릭 추리물을 써 달라는 의뢰의 결과물이더군요. 뭐 그냥저냥한 수준의 작품입니다. 

5. 러시아 홍차의 비밀 :
인기 작사가 독살 살인 사건에 참여한 컴비. 아무도 그의 찻잔에 독을 주입할 기회가 없었던 상황에서 사건의 해결에 도전한다.
표제작이자 국명 시리즈라는 작품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책에서 이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트릭도 억지에다가 범인이 왜 그런 트릭을 썼는지에 대한 타당성 자체가 불분명 합니다. "아무도 죽일 수 없는 상황" 이라고 해서 자기 자신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거든요. 어차피 제일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는데.... 본격물의 정도를 벗어나 너무 트릭에만 집착한 씁쓸한 결과물로 보입니다.

6. 팔각형의 함정 :
아리스가와 아리스 원안의 추리극을 상연하는 연극 예행 연습에 초대된 두 컴비는 실제로 살인 사건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런게 실제로 있군요! 만화에서만 보던 "추리극" 공연과 관객이 함께 하는 범인 맞추기 이벤트라는 연극을 위해 아리스가와 아리스(작가)가 실제로 원안을 제공했던 연극 각본의 소설화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품도 본격물에 걸맞는 깔끔하고 완벽한 구성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트릭도 아주 약간을 제외한다면 수긍할 만 했고 범인이 왜 그렇게 트릭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합당하며 범인을 알게 되는 단서 역시 이치에 맞거든요. 일종의 문제편 격인 서술 뒤에 "독자에게의 도전장" 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연극으로 본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아요.

2006/01/11

왕의 남자 (2005) - 이준익 : 별점 4점


광대 장생은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동료 공길을 보다 못해 남사당패를 탈출하여 한양으로 올라온다. 한양에서 놀이패 몇을 만나 왕을 희롱하는 내용의 놀이판을 벌여 대 성공을 거두지만 왕을 능멸했다는 죄목으로 의금부에 압송된다. 하지만 장생은 이 놀이로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대담하게 도전하여 연산 앞에서의 놀이판을 벌여 왕을 웃기게 되고 연산 역시 광대들이 마음에 들은 나머지 그들을 궁에 기거케 하며 수시로 놀이판을 벌이도록 명한다.
하지만 광대들이 여러가지 성격으로 주문받은 놀이를 벌일 때 마다 왕은 정적과 원수를 없애는 데 그 놀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과 양반들과 똑같이 왕 마저도 공길을 농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장생은 궁을 떠날 결심을 굳히는데...

"황산벌" 이준익 감독의 최신작입니다. 사실 감독보다는 감우성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기에 선택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아주 좋더군요. 쓸데없는 특수효과나 별볼일 없는 배우들의 홍보, 마케팅에 기대지 않고 탄탄한 시나리오, 좋은 배우들의 연기,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Visual, 이 모든것들과 잘 조화된 이병우씨의 음악 등의 요소로 제작된 Well-made 시대극이었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도 좋은 각본, 설득력있고 이해할 수 있는 Story가 얼마나 관객에게 어필 할 수 있는지 잘 알려주는 그런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영화의 기본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이 영화로 이준기라는 배우가 뜬 모양인데 배우들의 연기는 누구 하나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정진영이 옛날 이대근처럼(?) 보다 광기어린 카리스마를 보여주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작품 속 나약해 보이는 연산의 연기도 나름 괜찮아 보이기도 하네요.
마지막 장면, 공길과 장생이 외줄에서 높이 치솟으며 정지하는 화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같으면 360도 패닝하면서 슬로우로 찍으며 몰려오는 군사와 연산의 표정까지 담아주며 정지시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영화처럼 깔끔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욱 여운을 남겨주는 것 같군요.

하지만 연산에 대한 내용에서 남색에 관한 묘사까지 삽입한 것은 각색이 지나쳤다 생각됩니다. 상고시대 이야기라면야 각색의 범위가 넓고 자유롭겠지만 "실록"이라는 엄연한 공식 문서 자료까지 남아있는 조선시대의 왕의 이야기를 너무 함부로 손댄 것이 아닌가 싶거든요. 게다가 공길과 연산의 관계를 구태여 그런 관계로 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하는 점에서 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물론 영화속 공길의 매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분명 설득력이 있고, 이런 묘사 때문에 의외의 인기를 더 끌고 있으며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그냥 장생과 공길의 관계처럼 정신적인 부분에만 기댄 관계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꼭 육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교감이 이루어지는건 아니잖아요. 제가 이런 부분에 좀 거부감을 느끼는 보수적 마인드의 소유자라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뭐 어쨌건 마지막 장면까지 정말 눈을 떼지 못하고 재미있게 감상한 영화입니다. "황산벌"의 감독이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영화적으로 상당히 완성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영화가 히트를 친다니 아무 관계는 없지만 저까지도 괜히 기분이 좋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06/01/08

감기 조심하세요.

지난주 화요일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하루만 버티면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다가 한주가 다 갔네요.

몸 여기저기가 심하게 아픈건 아니지만 코도 막히고 목도 칼칼하니 감기 한번 간만에 제대로 걸렸다 싶습니다. 이거 참 집에서 노는데 감기는 또 왜 걸리는 건지...

나이도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니 버티지말고 다음주에는 병원을 꼭 가봐야겠네요. 역시 자연치유는 20대의 특권인가 봅니다.

그럼 여러분들도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2006/01/06

작업의 정석 (2005) - 오기환 : 별점 2.5점


잘나가는 건축 설계사 민준(송일국)과 펀드매니저 지원(손예진)은 수많은 남녀를 꼬셨던 이른바 작업계의 대표선수.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는 서로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일단은 보통 남녀에게 하는 방법으로 슬쩍 서로를 떠보지만 이들에게 평범한 작업버전은 통할리 없고 서로 고수임을 눈치챈 민준과 지원의 작업을 위한 두뇌싸움은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하는데....

작년 연말에 봤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포스팅이 늦어졌네요. 연말 대작 광풍속에 그다지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진 못한 영화이지만 나름대로는 흥행에서 선전한 작업의 정석, 사실 저의 초이스는 아니고 여자친구님이 송일국의 팬이라 보게 된 영화입니다. 지금은 극장에서 내린 듯 한데 나름 개인 DB 구축의 명분으로 (사실은 쓸 글이 없어서이지만) 몇자 적어봅니다.

일단 영화는 웃기기도 하고 재미도 있더군요. 한국 코미디 영화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초반 웃김 >> 중반 이후 눈물바다"의 전개를 따르지 않고 우직하게 밀고나가 나름 쿨하게 끝나는 결말까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기에 송일국과 손예진의 캐릭터도 스테레오 타입이기는 하지만 배우들의 캐스팅이 좋은 편이며, 조연들과 카메오들도 충분한 웃음을 전해 주고 그외 몇몇 장면의 재기발랄한 연출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과연 한국 영화인지 싶더군요. 일단 두 남녀가 속한 세계의 사는 방식 자체가 달라 정서적으로 전혀 와 닿지 않았거든요. 이런 부분은 "누구나 비밀은 있다"와 같지만 그나마 "누구나..."는 영국 영화가 원작인지라 그렇다쳐도, 이 영화에서는 과연 뭘 믿고 이런 설정을 해 놓았는지 궁금하네요. 또한 송일국과 아버지 노주현과의 관계나 손예진 친구 현영과 노주현과의 관계 등은 아직 국내 정서상으로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불만인데, 이 영화에서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작업"이라 할 만한 것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초중반의 손예진과 송일국의 작업이 등장하긴 하지만 손예진과 송일국이 서로 작업을 걸기위해 줄다리기를 하면서 부터는 "돈질"로 영화가 뒤바뀌어 버려요. 즉 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것은 작업 = 돈질인데 그나마도 이해 가능한 차원이 아닌 위에서 말한 정서적으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돈질이라 말문이 막힐 지경입니다. 드라마 등을 통해 재벌 2세가 수없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자와 한번 자기위한, 이렇게 불쾌한 돈질은 처음 보네요. (물론 이 영화가 드라마 따위보다는 더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보고나서 계속 뭔가 불유쾌한 감정이 앙금처럼 떠도네요. "월급 300만원 이하면 결혼하기 힘들다""나이 30 넘어 차 한대 없으면 여자 사귈 생각은 포기해라" 류의 글을 읽고 드는 그러한 감정과 유사합니다... 차라리 "광식이 동생 광태"의 플레이보이 (를 빙자한 양아치들)의 행동이 더 공감이 가는 것은 왜일까요? 쿨함도 좋고 럭셔리함도 좋지만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격언을 영화 관계자들이 좀 깨우쳐 주었으면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후루하타 닌자부로(古畑任三郞) 1,2기 및 스페셜

최근 보고 있는 일본 드라마들 속에서 눈에 띄는 추리 드라마라 소개합니다. 10년도 넘은 시리즈라 아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요.
경시청 수사 1과 경부보 후루하타 닌자부로가 주인공으로 형사 콜롬보식의 도서식 추리물 옴니버스 시리즈입니다. 도서 추리물답게 범인이 사건을 저지르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후루하타 닌자부로가 범인의 계획을 하나씩 밝혀내어 사건을 해결하는 식인데 마지막에는 "시청자에 대한 도전" 같은 장면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정통파 추리 시리즈물은 보통 추리 매니아 등 특정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이 시리즈는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자만심 넘치고 안하무인에 범인을 괴롭히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비롯해서, 부하 이마이즈미의 코믹한 설정과 연기 등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넘쳐나고, 내용상의 트릭도 상당히 이해하기 쉽고 전개가 논리적이라 추리물을 많이 접하지 않은 일반 시청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점입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만 형태면에서는 "제시카의 추리극장" 같다고나 할까요? 쉬운 추리물의 교과서적인 작품 그 자체에요.
그 외에도 작품 전체를 통해 "완전범죄는 없다!" 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해 주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아울러 정통파 퍼즐 미스터리 추리물로 트릭자체가 꽤 괜찮은 작품도 많이 있는 편이에요.

또한 게스트 (주로 범인역)으로 유명 스타들이 등장해 주는 것도 상당히 이색적인 재미를 안겨다 줍니다. 워낙 오래된 시리즈이고 젊은 스타의 비중이 적어 제가 아는 배우는 나카모리 아키나와 스즈키 호나미, 기무라 타쿠야, 그리고 범인은 아닌 중요 참고인 역이었던 마츠 다카코 정도지만 일본 영상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많은 친숙한 얼굴을 찾을 수도 있겠더군요.

다만 마지막에 범인에게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고 범행을 인정케 하는 결론 부분에서 드러나는 증거가 빈약한 편이 많은 것이 약간 약점이긴 합니다. 실질적인 눈에 드러나는 증거보다는 후루하타 닌자부로의 "말빨"로 범인을 옭아매는 편이 좀 많거든요.

그래도 다른걸 다 떠나서라도 타무라 마사카즈가 연기하는 후루하타 닌자부로라는 멋진 캐릭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리즈였습니다. 아울러 전체적으로 대사가 꽤 쉬운 편이라 일본어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더욱 좋더군요. 저는 1, 2기와 1,2기 스페셜만 구해 볼 수 있었는데 3기는 물론 인기 탓에 번외편 같은 작품도 존재한다고 하네요. 빨리 3기와 다른 시리즈도 어떻게든 구해 보고 싶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제가 본 1, 2기와 스페셜 내용의 간단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는 토끼님의 블로그 입니다.

후루하타 닌자부로 1기(1994.04.13 ~ 06.29)
01. 죽은 자로부터의 메시지(나카모리 아키나) : 인기 순정만화가의 애인?살인사건
02. 움직이는 시체(사카이 마사아키) : 가부키 배우의 경비원 살인사건
03. 웃는 시체(코테가와 유코): 정신과 의사의 애인 살인사건
04. 살인 팩스(쇼호쿠테 츠루베): 추리소설작가의 부인 살인사건
05. 더럽혀진 장기말(반도 야소스케): 일본장기기사의 살인사건
06. 피아노 레슨(키노미 나나): 피아니스트의 살인사건
07. 살인 리허설(코바야시 넨지): 시대극 배우의 촬영소사장 살인사건
08. 살인특급(카가 다케시): 치과의사의 흥신소사장 살인사건
09. 살인공개방송(이시쿠로 켄): 초능력자가 일으킨 살인사건
10. 모순투성이의 시체(코사카이 카즈키): 대의원 비서의 살인사건
11. 잘있어요, DJ(모모이 카오리): 인기 DJ의 살인사건
12. 마지막 인사(스가와라 분타): 손녀를 잃은 형사의 복수 살인



후루하타 닌자부로 스페셜1(1995.04.12)
웃는 캥거루(진나이 다카노리/미즈노 마키): 수학자의 파트너 살인사건



후루하타 닌자부로 2기(1996.01.10 ~ 03.13)
01. 너무 많이 말한 남자(아카시야 산마): 변호사의 정부 살인사건 上, 下
02. 웃지 않는 여자(사와구치 야스코): 기숙사 여사감의 동료 살인사건
03. 게임의 달인(쿠사가리 마사오): 주치의의 추리소설작가 부부살인사건
04. 파랑인가, 빨강인가(키무라 타쿠야): 대학조교의 유원지폭파미수사건
05. 위선의 보수(가토 하루코): 인기각본가의 여동생 살인사건
06. Vs 퀴즈왕(카라사와 토시아키): 퀴즈왕의 방송스탭 살인사건
07. 動機鑑定(사와무라 토쥬로): 골동품 가게 주인의 살인사건
08. 마술사의 선택(야마시로 신고): 마술사의 젊은 조수 살인사건(마츠 다카코도 나와요)
09. 실수한 남자(카자마 모리오): 잡지 편집장의 호텔 도어맨 살인사건
10. 뉴욕에서의 사건(스즈키 호나미): 남편을 살해하고 무죄판명된 여자의 이야기



후루하타 닌자부로 스페셜 2(1996.03.27)
잠깐의 이별(야마구치 토모코): 전위 화예가의 가주(이에모토) 살인사건


2005년 내 이글루 결산

1. 포스트 : 221개

15
stat_graph
14
stat_graph
13
stat_graph
15
stat_graph
18
stat_graph
22
stat_graph
27
stat_graph
24
stat_graph
20
stat_graph
14
stat_graph
28
stat_graph
11
stat_graph
1월2월3월4월5월6월7월8월9월10월11월12월

2. 덧글 : 903개

52
stat_graph
41
stat_graph
67
stat_graph
78
stat_graph
91
stat_graph
91
stat_graph
84
stat_graph
92
stat_graph
90
stat_graph
52
stat_graph
109
stat_graph
56
stat_graph
1월2월3월4월5월6월7월8월9월10월11월12월

3. 관련글 : 35개

2
stat_graph
0
stat_graph
3
stat_graph
3
stat_graph
0
stat_graph
5
stat_graph
4
stat_graph
8
stat_graph
5
stat_graph
3
stat_graph
2
stat_graph
0
stat_graph
1월2월3월4월5월6월7월8월9월10월11월12월

4. 내이글루 기네스

음.. 연말연시에 부산에 가 있느라고 이런 기능이 있는지조차 몰랐네요. 이제서야 깨닫고 늦었지만 저도 한번 해 봅니다. 제 블로그는 관련글이 굉장히 적다는 것이 다른 분들 블로그와 좀 다른 점인듯 한데요? (너무 마이너한건가...) 하여간 재미있네요.  rumic71님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6/01/03

타이거 & 드래곤

야쿠자 조직 유성회의 조원 야마자키는 보스의 채무 400만엔을 받아내기 위해 만담가 돈베이를 찾아갔다가 만담의 매력에 푹 빠져 만담가가 되기를 결심한다. 보스는 야쿠자에서 발을 빼는 것은 허락하지만 채무는 해결하고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하여 어쩔 수 없이 만담 수업료를 내고 그 수업료로 보스의 빚을 해결하게 하는 방식으로 돈베이의 제자가 된 야마자키는 "고토라"라는 이름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그는 낮에는 만담가, 밤에는 야쿠자라는 생활을 하며 엄청나게 소질 없지만 하나씩 만담을 자신의 것으로 해 나간다.

한편 돈베이의 둘째 아들 류지는 천재 만담가였지만 여러 이유로 파문당하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드래곤 소다"라는 샵을 오픈하여 일하지만 너무나 뒤떨어지는 디자인 감각으로 가게는 파리만 날린다. 사실 이 가게를 열기위해 돈베이가 고토라의 조직에게서 돈을 빌렸던 것. 점차 만담과 스승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고토라는 류지가 만담을 다시 시작하도록 하기 위해 설득하려 하는데...

시간이 요새 많이 남아서 일본어 공부한다는 핑계와 함께 일본 드라마를 제법 많이 보았습니다. 그중 방영한지는 꽤 된 것 같지만 이 드라마가 최근 본 드라마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서 소개합니다. "타이거 & 드래곤". 제목의 의미는 주인공 야마자키 토라지 (고토라)의 "타이거"와 또 다른 주인공인 류지의 "드래곤"을 합쳐 지은 제목이죠.

드라마는 옴니버스물로 고토라가 새로운 만담을 배우게 되면서 실제로 그 만담과 유사한 에피소드가 그의 주위에 벌어지지만 결말은 당장 보여주지 않고, 고토라가 마지막 만담장("요세"라고 하더군요) 에서 실제로 그 에피소드를 자기 식 (야쿠자 식?)으로 적절하게 각색하여 만담으로 들려주며 모든 이야기가 정리되는 방법으로 전개되는데 만담의 세계 자체를 드라마 내용에 절묘하게 조합시켜 보여주는 것에는 정말 감탄하게 됩니다. 또한 만담 부분에서 에도시대를 왔다 갔다 한다던가 등장인물들이 만담의 주인공 역들을 소화하는 등 여러가지 재미난 장치들로 만담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이요, 재미를 더해주는데에도 한 몫 단단히 해 주고 있고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판소리나 창 등을 통해 실제 이야기와 고전을 짬뽕하여 각색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꽤나 어려울 것 같은 방법이지만 정말이지 기발한 센스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쿠도 칸구로라는 각본가의 작품인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본 것이 없지만 한번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개가 참 마음에 드네요. 전체적으로 우직하게 흘러가며 웃기는 부분은 확실히 웃겨주고 울릴 때는 확실히 울려주는 것도 좋고요. 딱 분위기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물론 일본 드라마를 볼때마다 약점으로 생각되는 단점을 전부 지니고 있긴 합니다. 인물의 캐릭터 성을 과도할 정도로 부각시켜 이야기의 현실성을 엄청나게 떨어트리고 짜증을 유발하며, 이야기의 전개가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않아서 흡사 만화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솔직히 류지의 형인 돈키치 같은 인물은 등장할 때마다 미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단점이 없을 수는 없겠죠. 개인적으로는 수박 겉핥기 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 만담의 세계를 접했다는 것이 제일 좋았던 것 같네요. 주인공인 고토라라는 캐릭터도 정말 마음에 들었고 "에르메스땅" 이토 미사키의 코믹한 모습 역시 즐거움이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그다지 길지도 않으니 한번쯤 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럼 여러분도 "타이가 타이가 지렛타이가~!!!"

토요 와이드 극장 - 긴다이치 코스케 VS 아케치 코고로

경찰 차관이 밀실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며 이어 그와 유착관계에 있던 악덕 상인, 그리고 경찰 차관의 내연녀 등이 차례로 살해된다. 경찰 차관 사건의 의뢰를 받은 아케치 코고로와 우연찮게 사건에 끼어들게 된 긴다이치 코스케가 서로 힘을 합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되는데...!

아케치 코고로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두 일본 명탐정의 합동 추리 수사극이라는 설정부터 재미나지만 거기에 캐릭터성을 유지시키면서 무대를 현재로 옮겨 더욱 더 흥미를 유발한 작품.
아케치 코고로는 심리학 전문가인 조교수로,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립탐정으로 등장하는데 캐릭터성은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편이라 의외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약간 재수없는 부유한 천재 아케치와 후줄근하고 별볼일없는 외관의 킨다이치라는 설정은 똑같거든요. (제가 아는 아케치 코고로는 첫 등장에서는 상당히 후줄근한 모습이었는데 "소년탐정단" 등을 거치며 어느새 댄디한 신사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결 장면에서도 김전일과 유사한 것이, 아케치의 추리는 결국 빗나가고 긴다이치가 사건의 진상에 접근한다는 구성이 정말 똑같습니다. 에도가와 란포가 본다면 기가 막히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배우들이 상당히 어울리는 편이고 세세한 부분도 나름대로 신경쓴 디테일은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설정에 비해 추리적인 구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제가 [명탐정 추리대결! 불꽃의 불가능 밀실 살인 트릭] 이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트릭은 등장하지도 않고 추리 대결은 벌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등장하는 트릭 비스무레 한 것은 다이잉 메시지 하나 정도 밖에 없고 그 이외에는 그냥 몸으로 때우는 활약뿐이거든요.
게다가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허무해서 황당할 지경입니다. 예상가능한 범위안에 있는 악역 캐릭터의 설정도 마음에 들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속편을 의식한 듯한 결말도 불만스럽네요. 악역과 스쳐지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완전히 "모든 것이 F가 된다" 입니다.

이런 드라마는 기획과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할텐데 이렇게 막 나갈 바에야 원작을 아예 현대로 각색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각본이 형편없어서 아쉽네요. 두 탐정의 팬이라면 현대에 부활시킨 모습이 꽤 어울리는 편이라 한번 봄직도 하지만 그 외의 추리 매니아라면 신경 꺼도 될만한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제목과 설정이 아깝군요.

PS : 나가세 토모야의 긴다이치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편이라 정말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