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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6

작업의 정석 (2005) - 오기환 : 별점 2.5점


잘나가는 건축 설계사 민준(송일국)과 펀드매니저 지원(손예진)은 수많은 남녀를 꼬셨던 이른바 작업계의 대표선수.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는 서로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한다. 일단은 보통 남녀에게 하는 방법으로 슬쩍 서로를 떠보지만 이들에게 평범한 작업버전은 통할리 없고 서로 고수임을 눈치챈 민준과 지원의 작업을 위한 두뇌싸움은 슬슬 달아오르기 시작하는데....

작년 연말에 봤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포스팅이 늦어졌네요. 연말 대작 광풍속에 그다지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진 못한 영화이지만 나름대로는 흥행에서 선전한 작업의 정석, 사실 저의 초이스는 아니고 여자친구님이 송일국의 팬이라 보게 된 영화입니다. 지금은 극장에서 내린 듯 한데 나름 개인 DB 구축의 명분으로 (사실은 쓸 글이 없어서이지만) 몇자 적어봅니다.

일단 영화는 웃기기도 하고 재미도 있더군요. 한국 코미디 영화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초반 웃김 >> 중반 이후 눈물바다"의 전개를 따르지 않고 우직하게 밀고나가 나름 쿨하게 끝나는 결말까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기에 송일국과 손예진의 캐릭터도 스테레오 타입이기는 하지만 배우들의 캐스팅이 좋은 편이며, 조연들과 카메오들도 충분한 웃음을 전해 주고 그외 몇몇 장면의 재기발랄한 연출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과연 한국 영화인지 싶더군요. 일단 두 남녀가 속한 세계의 사는 방식 자체가 달라 정서적으로 전혀 와 닿지 않았거든요. 이런 부분은 "누구나 비밀은 있다"와 같지만 그나마 "누구나..."는 영국 영화가 원작인지라 그렇다쳐도, 이 영화에서는 과연 뭘 믿고 이런 설정을 해 놓았는지 궁금하네요. 또한 송일국과 아버지 노주현과의 관계나 손예진 친구 현영과 노주현과의 관계 등은 아직 국내 정서상으로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불만인데, 이 영화에서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작업"이라 할 만한 것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초중반의 손예진과 송일국의 작업이 등장하긴 하지만 손예진과 송일국이 서로 작업을 걸기위해 줄다리기를 하면서 부터는 "돈질"로 영화가 뒤바뀌어 버려요. 즉 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것은 작업 = 돈질인데 그나마도 이해 가능한 차원이 아닌 위에서 말한 정서적으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돈질이라 말문이 막힐 지경입니다. 드라마 등을 통해 재벌 2세가 수없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자와 한번 자기위한, 이렇게 불쾌한 돈질은 처음 보네요. (물론 이 영화가 드라마 따위보다는 더 리얼하게 묘사했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영화 자체는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보고나서 계속 뭔가 불유쾌한 감정이 앙금처럼 떠도네요. "월급 300만원 이하면 결혼하기 힘들다""나이 30 넘어 차 한대 없으면 여자 사귈 생각은 포기해라" 류의 글을 읽고 드는 그러한 감정과 유사합니다... 차라리 "광식이 동생 광태"의 플레이보이 (를 빙자한 양아치들)의 행동이 더 공감이 가는 것은 왜일까요? 쿨함도 좋고 럭셔리함도 좋지만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 격언을 영화 관계자들이 좀 깨우쳐 주었으면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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