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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1

왕의 남자 (2005) - 이준익 : 별점 4점


광대 장생은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동료 공길을 보다 못해 남사당패를 탈출하여 한양으로 올라온다. 한양에서 놀이패 몇을 만나 왕을 희롱하는 내용의 놀이판을 벌여 대 성공을 거두지만 왕을 능멸했다는 죄목으로 의금부에 압송된다. 하지만 장생은 이 놀이로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대담하게 도전하여 연산 앞에서의 놀이판을 벌여 왕을 웃기게 되고 연산 역시 광대들이 마음에 들은 나머지 그들을 궁에 기거케 하며 수시로 놀이판을 벌이도록 명한다.
하지만 광대들이 여러가지 성격으로 주문받은 놀이를 벌일 때 마다 왕은 정적과 원수를 없애는 데 그 놀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과 양반들과 똑같이 왕 마저도 공길을 농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장생은 궁을 떠날 결심을 굳히는데...

"황산벌" 이준익 감독의 최신작입니다. 사실 감독보다는 감우성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기에 선택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아주 좋더군요. 쓸데없는 특수효과나 별볼일 없는 배우들의 홍보, 마케팅에 기대지 않고 탄탄한 시나리오, 좋은 배우들의 연기,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Visual, 이 모든것들과 잘 조화된 이병우씨의 음악 등의 요소로 제작된 Well-made 시대극이었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도 좋은 각본, 설득력있고 이해할 수 있는 Story가 얼마나 관객에게 어필 할 수 있는지 잘 알려주는 그런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영화의 기본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이 영화로 이준기라는 배우가 뜬 모양인데 배우들의 연기는 누구 하나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정진영이 옛날 이대근처럼(?) 보다 광기어린 카리스마를 보여주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작품 속 나약해 보이는 연산의 연기도 나름 괜찮아 보이기도 하네요.
마지막 장면, 공길과 장생이 외줄에서 높이 치솟으며 정지하는 화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같으면 360도 패닝하면서 슬로우로 찍으며 몰려오는 군사와 연산의 표정까지 담아주며 정지시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영화처럼 깔끔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욱 여운을 남겨주는 것 같군요.

하지만 연산에 대한 내용에서 남색에 관한 묘사까지 삽입한 것은 각색이 지나쳤다 생각됩니다. 상고시대 이야기라면야 각색의 범위가 넓고 자유롭겠지만 "실록"이라는 엄연한 공식 문서 자료까지 남아있는 조선시대의 왕의 이야기를 너무 함부로 손댄 것이 아닌가 싶거든요. 게다가 공길과 연산의 관계를 구태여 그런 관계로 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하는 점에서 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물론 영화속 공길의 매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분명 설득력이 있고, 이런 묘사 때문에 의외의 인기를 더 끌고 있으며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그냥 장생과 공길의 관계처럼 정신적인 부분에만 기댄 관계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꼭 육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교감이 이루어지는건 아니잖아요. 제가 이런 부분에 좀 거부감을 느끼는 보수적 마인드의 소유자라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뭐 어쨌건 마지막 장면까지 정말 눈을 떼지 못하고 재미있게 감상한 영화입니다. "황산벌"의 감독이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영화적으로 상당히 완성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영화가 히트를 친다니 아무 관계는 없지만 저까지도 괜히 기분이 좋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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