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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3

타이거 & 드래곤

야쿠자 조직 유성회의 조원 야마자키는 보스의 채무 400만엔을 받아내기 위해 만담가 돈베이를 찾아갔다가 만담의 매력에 푹 빠져 만담가가 되기를 결심한다. 보스는 야쿠자에서 발을 빼는 것은 허락하지만 채무는 해결하고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하여 어쩔 수 없이 만담 수업료를 내고 그 수업료로 보스의 빚을 해결하게 하는 방식으로 돈베이의 제자가 된 야마자키는 "고토라"라는 이름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그는 낮에는 만담가, 밤에는 야쿠자라는 생활을 하며 엄청나게 소질 없지만 하나씩 만담을 자신의 것으로 해 나간다.

한편 돈베이의 둘째 아들 류지는 천재 만담가였지만 여러 이유로 파문당하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드래곤 소다"라는 샵을 오픈하여 일하지만 너무나 뒤떨어지는 디자인 감각으로 가게는 파리만 날린다. 사실 이 가게를 열기위해 돈베이가 고토라의 조직에게서 돈을 빌렸던 것. 점차 만담과 스승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고토라는 류지가 만담을 다시 시작하도록 하기 위해 설득하려 하는데...

시간이 요새 많이 남아서 일본어 공부한다는 핑계와 함께 일본 드라마를 제법 많이 보았습니다. 그중 방영한지는 꽤 된 것 같지만 이 드라마가 최근 본 드라마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서 소개합니다. "타이거 & 드래곤". 제목의 의미는 주인공 야마자키 토라지 (고토라)의 "타이거"와 또 다른 주인공인 류지의 "드래곤"을 합쳐 지은 제목이죠.

드라마는 옴니버스물로 고토라가 새로운 만담을 배우게 되면서 실제로 그 만담과 유사한 에피소드가 그의 주위에 벌어지지만 결말은 당장 보여주지 않고, 고토라가 마지막 만담장("요세"라고 하더군요) 에서 실제로 그 에피소드를 자기 식 (야쿠자 식?)으로 적절하게 각색하여 만담으로 들려주며 모든 이야기가 정리되는 방법으로 전개되는데 만담의 세계 자체를 드라마 내용에 절묘하게 조합시켜 보여주는 것에는 정말 감탄하게 됩니다. 또한 만담 부분에서 에도시대를 왔다 갔다 한다던가 등장인물들이 만담의 주인공 역들을 소화하는 등 여러가지 재미난 장치들로 만담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이요, 재미를 더해주는데에도 한 몫 단단히 해 주고 있고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판소리나 창 등을 통해 실제 이야기와 고전을 짬뽕하여 각색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꽤나 어려울 것 같은 방법이지만 정말이지 기발한 센스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쿠도 칸구로라는 각본가의 작품인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본 것이 없지만 한번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개가 참 마음에 드네요. 전체적으로 우직하게 흘러가며 웃기는 부분은 확실히 웃겨주고 울릴 때는 확실히 울려주는 것도 좋고요. 딱 분위기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물론 일본 드라마를 볼때마다 약점으로 생각되는 단점을 전부 지니고 있긴 합니다. 인물의 캐릭터 성을 과도할 정도로 부각시켜 이야기의 현실성을 엄청나게 떨어트리고 짜증을 유발하며, 이야기의 전개가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않아서 흡사 만화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솔직히 류지의 형인 돈키치 같은 인물은 등장할 때마다 미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단점이 없을 수는 없겠죠. 개인적으로는 수박 겉핥기 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 만담의 세계를 접했다는 것이 제일 좋았던 것 같네요. 주인공인 고토라라는 캐릭터도 정말 마음에 들었고 "에르메스땅" 이토 미사키의 코믹한 모습 역시 즐거움이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그다지 길지도 않으니 한번쯤 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럼 여러분도 "타이가 타이가 지렛타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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