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3/06/29

이글루스에게 바랍니다.

 비록 일 방문자수가 겨우 200명 왔다갔다하는 초 마이너 블로거이지만 이 블로그는 저에게 너무나 소중한 공간입니다. 10년 동안 쌓인 저만의 DB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글루스가 SK에서 독립한 후 검색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등 이런저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사망사고는 방점을 찍은 거라 할 수 있겠고요. 이글루스를 이용한지 10년째로 그동안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 주신 이글루스 운영진에게는 감사를 드리지만 이대로는 더 이상 정상적인 서비스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백업 시도를 몇번 했으나 결국 자동화 툴로는 실패했습니다. 수작업으로는 2,000개 가까이 되는 글들을 옮기는 것 부터 쉽지 않을테고 글만 옮기면 트랙백과 링크를 복구할 수 없다는 점과 7,000개가 넘는 덧글이 사라진다는 것 때문에 주저하게 되더군요. 이럴거면 그냥 네이버 블로그를 쓸걸...

그래서 이글루스에 바랍니다. 이렇게 불안하게 운영할 바에야 유료화를 검토하시라고. 저 개인적으로도 월 몇만원 선이라면 유료화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습니다. 유료화대신 특별히 바라는 것은 정기적이고 자동화된 백업 정도고요.
아니라면 최소한 이글루스 운영진이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명확한 비젼과 계획 정도는 공지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이도저도 안된다면 수작업 이사를 시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 시도해봤더니 30분에 10개정도의 글을 이동할 수 있더군요. 하루 4시간 정도 한다면 하루에 80개니 한달 안에 이사가 가능하겠죠? 시급 만원으로 단순계산해도 100만원 안쪽이면 충분할 듯.

어쨌건 이 다음 글이 알바 모집글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2013/06/27

심령 살인사건 - 사카구치 안고 / 유페이퍼 : 별점 3점

 

심령 살인사건 - 6점
사카구치 안고/유페이퍼

이북 전문 출판사 페가나 북스의 책. <그림자 없는 범인>에 이어 두번째군요. 계속 관심이 가던 책인데 이번에 폰을 바꾼 기념으로 테스트도 겸해서 구입하여 읽어 보았습니다.

일단 수록된 단편들이 모두 기본 이상은 하는 정통 본격물들이라는 점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솔직히 사카구치 안고의 작품은 <불연속 살인사건>으로 대실망한 터라 별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거든요. 이 작품집에 수록된 후반에 수록된 작가 에세이도 본격물 작가다운 개념으로 충만해 있고요. 이런 작가가 <불연속 살인사건> 따위를 썼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물론 <산신 살인사건> 이라는 망작이 수록되어 있고 번역도 썩 매끄럽다 여겨지지 않으며 작가 에세이도 별다른 가치를 느끼기 힘들어서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긴 합니다. 그래도 2,000원이라는 값어치는 하고도 남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다른 이북들도 쓸데없이 비싸게 만드느니 이렇게 압축된 몇편으로 저렴하게 승부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 대신 읽을거리로 추천드립니다.

아울러 페가나 북스의 건승을 다시 한번 바랍니다.

작품별로 상세하게 소개하자면,
<투수 살인사건>
300만엔이라는 거액의 돈을 받은 뒤 이를 연인의 위자료로 지급하려한 유망한 프로야구 투수 오오사카가 살해되고 거액의 돈은 사라진다.
최근에도 찾아보기 힘든 "프로야구 선수 계약"을 둘러싼 살인사건을 다룬 이색작. 그럴듯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하며 독자와의 두뇌게임도 공정하게 펼쳐지는 본격물이라는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인물설정 - 시대를 감안하면 큰 단점이라고 하기도 어렵겠지만 - 에 더하여 사건의 핵심 설정이라 할 수 있는 거액의 위자료가 썩 와닿지 않은 점은 좀 아쉽습니다. 이혼을 위해 노력했다 정도의 설명은 추가되는게 좋았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스카우트 전쟁 역시 별로 치밀하게 그려지지 않는 등 기본적인 설명이 부족해서 독특한 설정을 잘 살리지는 못한 느낌입니다. 핵심 트릭 및 진상 역시 결국 경찰 수사로 밝혀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좀 허무했고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산신 살인사건>
불량하고 게으른 아들을 살해하려고 광신도와 모의하는 아버지의 이야기.
아무리 시대배경을 감안하더라도 별거 없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걸림돌이라 생각하는 아들을 아버지가 살해하려 한다는 동기는 전혀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추리적인 요소 또한 전무하다는 점에서 도무지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아버지의 망상에 대한 묘사는 괜찮았지만 동기, 전개, 결말 모두 건질게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심령 살인사건>
버마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아들의 영혼을 불러내려는 심령회에서 주최자인 고리대금업자가 살해당한다. 심령회의 트릭을 밝혀내기 위해 참석한 마술사 쿠다유의 활약이 시작되는데...
표제작으로 동기가 확실하며 트릭도 깔끔한 본격물.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좋았고요.
또한 탐정역인 마술사 쿠다유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심령술사와 같은 사기꾼들의 정체와 벌이는 묘기(?)의 비밀을 밝혀내는 전문가라는 설정이 본격 추리물에 딱 맞는 탐정역이라 생각되었거든요. 디테일한 세부묘사가 없는게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어요. 개인적으로는 TV에서 유명했던 초능력자 사기꾼 밝혀내는 랜디아저씨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전형적인 일본 추리소설의 콩가루 집안 설정 - 전제군주인 부유한 아버지, 그를 미워하는 장애인 아들과 미녀 자매 - 인데 자녀들은 그래도 사이가 좋고 잘 뭉치고 있다는 것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괜찮았어요. 왠지 모르게 막내딸 캐릭터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아버지가 연극을 벌인 이유는 이해하기 힘들며 (어차피 자신이 지배하는 가족인데 구태여 돈까지 들여가며 숨길 이유는 없을것 같은데 말이죠)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를 범인이 그다지 깊게 생각한지 않은 점은 조금 거슬리지만 그 외에는 나무랄데 없는 수작이라 생각되네요.별점은 3점입니다.

<가면의 비밀>
별채에 화재가 발생한 후 밀실에서 불타죽은 손님의 시체가 발견된다. 유일한 단서는 그날 방문한 맹인 안마사가 엿듣게 된 수수께끼의 협박뿐...
전편에 이어 마술사 쿠다유가 탐정역을 맡는 작품. 밀실 트릭 및 교묘한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추리적으로는 상당히 풍성합니다. 저택의 상황을 잘 이용했다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고요.

그러나 맹인 안마사가 과연 순간적인 트릭을 간파하지 못하고 쉽게 속아넘어갔을지는 솔직히 의문이고 가면의 존재는 불필요하다는 점은 감점 요소입니다.
제가 쓸데없는 묘사가 많은 장편대신 짤막하고 함축적인 단편을 좋아라하기는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장편화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기타 에세이>
저자 사카구치 안고의 추리소설에 대한 두편의 에세이. 그닥 특기할만한 내용은 없으나 트릭의 중요성 및 본격물의 가치에 대해 강하게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카구치 안고라는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2013/06/23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 에드 멕베인 외 / 홍한별 : 별점 3점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 6점
에드 맥베인 외 지음, 린다 랜드리건 엮음, 홍한별 옮김/강

EQMM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과 쌍벽을 이루는 미스터리 잡지인 AHMM (앨프리드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의 50주년 기념선집.

과거 엘리너 설리번이 엮은 동잡지 걸작선은 이미 접해보았는데 이 선집은 서문에서 밝히듯 독자투표가 많이 반영되었기 때문인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만큼 작가진은 정말로 화려합니다. 헨리 슬레서에드워드 D 호크에드 멕베인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빌 프론지니로렌스 블록새러 패러츠키 등의 작품들이 실려있으니까요. 그것도 32편이나! 작품들도 작가들의 유명 시리즈들 중심이라는 것도 반가운 점이었고요. (제가 아는 시리즈는 매튜 스커더와 워쇼스키 시리즈 밖에는 없었습니다만)

그러나 작품들 모두의 수준이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려웠어요. 추리와는 동떨어진 작품도 많았고요. 또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글들이 대체로 딱딱해서 쉽게 읽기 힘들었다는 점도 단점이기는 합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제가 개인적으로 번역했던 에드워드 D 호크의 <긴 추락>이 <내려가는 동안>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실려있는데 제 번역이 더 읽기가 쉬운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워낙에 다양한 작품이 많이 실려있기에 평균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앤솔러지라 할 수 있겠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가격도 볼륨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만큼 관심있으신 분들은 큰 부담 느끼시지 말고 한번쯤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만 꼽아본다면,

헨리 슬레서 <사형 집행일>
빛나는 성공을 거든 검사 셸비가 자신이 사형대로 보낸 범인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노인을 만나 벌어지는 반전물. 단편의 명수다운 작품입니다. 깔끔하고 짤막한 분량안에 스릴과 범죄, 동기, 반전까지 모두 들어있거든요. 한마디로 이런 쇼트쇼트물의 교과서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제임스 홀딩 <살인요리법>
은퇴한 요리사가 자신의 전설적 요리인 포타주 프랑수아 프르미에 비법을 노리는 조카부부에게 맞서는 이야기. 짤막한 분량이지만 적절한 전개 및 반전이 잘 짜여진 소품입니다. 무엇보다도 계획을 눈치챈 뒤에 벌이는 반격이 과연 프로요리사! 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기발했어요. 마지막의 한마디, "포타주 드 볼라유 귀스타프 - 쥐약으로 간을 한 스프"라는 것까지 요리사다움을 잃지 않을 정도니까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윌리엄 브리튼 <역사적 오류>
옛 풍습을 지키고자 하는 마을에 억류된 역사학자 노먼에게 닥친 고난 이야기.
폐쇄된 마을에 찾아온 이방인이 겪는 기이한 경험이라는 소재는 널리고 널렸죠. 그러나 보통 <인스머스의 그림자>처럼 마을 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설정인데 이 작품은 마을이 고증에 집착하는 오타쿠스러운 곳이라는 점에서 블랙코미디같은 느낌을 가져다 주는 이색작입니다. 데미 무어가 출연했던 코미디 영화 <난폭한 주말>이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물론 영화는 망작이었지만...)

S.J 로잔 <바디 잉글리쉬>
중국계 미국인들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가 돋보이는 본격물입니다. 한국 막장드라마같은 설정도 꽤 인상적이었어요.

캐럴 케일 <하수구>
궁지에 몰린 남자에 대한 일상계 서스펜스 심리 호러물. 전개가 뻔할뿐더러 미쳐버렸다는 결말은 너무 쉽게 간 듯해서 아쉽지만 뭔가 꽉 막힌, 그야말로 탈출구 없는 심리상태에 대한 묘사가 제대로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2013/06/21

얼굴 - 요코야마 히데오 / 민경욱 : 별점 2.5점

 

얼굴 - 6점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작품들로 인상적이었던 요코야마 히데오의 단편집. 몽타쥬를 그리는 여경 미즈호를 주인공으로 한 5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미즈호가 마음의 상처로 인한 휴직, 그리고 타 부서로의 전출 후 부터 그녀가 다시 몽타쥬를 그리고 싶다는 열정을 품게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연작 단편집이죠.

일단 미즈호에 대한 설정 - 몽타쥬를 그리는 전문직이며 휴직 후 타 부서로의 잦은 이동이 있었다 - 가 특이하더군요. 덕분에 이동하는 부서에 맞는 사건들이 일상계에서 강력사건까지 다채롭게 펼쳐져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고요.
단편 한편한편의 완성도 역시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괜찮은 수준이었습니다. 추리물로도 나쁘지는 않으며 미즈호의 실패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현실적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주인공 미즈호에게는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건 문제네요. 몽타쥬로 범인을 잡은줄 알았는데 범인과 전혀 달라서 보도용으로 범인과 비슷한 몽타쥬를 다시 그릴 것을 지시받아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설정이 특히 그러해요. 범인을 잘못잡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잡은 것이라면 뭐가 문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거든요. 여경이 주인공인 작품마다 반복되는 듯한 여경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판에 박은 듯한 설교조 이야기, 여경들의 고민을 그리는 심리묘사 역시도 지루했고 말이죠.
또 작품이 쓰여진 당시의 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몽타쥬 그리는 것은 분명 전문가의 일인데 경찰 중 차출해서 시킨다는 것도 이해불가였습니다. 미대 출신인 저 조차도 몽타쥬, 캐리커쳐는 못 그리는데 일반 여경이 미술학원을 다녀 몽타쥬를 그린다? 이건 아니죠.....
마지막으로 몇편의 이야기는 비약이 너무 심하고 우연이 많이 개입되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나쁘지는 않은데 아주 좋지도 않은, 그야말로 평범한 수준의 단편집이었어요. 밝고 착실한 여경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고갔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왜 일본 추리물 속 여경들은 뭐 이렇게 고민들이 많고 트라우마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나카마 유키에, 오다기리 죠 주연의 드라마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드라마는 못 봤지만 제가 아는 나카마 유키에는 발랄한 이미지가 강해서 작품 속 미즈호와는 전혀 딴판인 캐릭터라 생각되는데 의외네요. 그리고 주요 남자 배역은 하나도 없는 원작에서 오다기리 죠는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물론 구태여 찾아볼 생각은 없습니다....


<마녀사냥>
J일보의 연이은 특종. 이것은 경찰 내부 정보원 덕분이었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누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가?
조직 내 기밀 유출이라는 묵직한 설정이나 추리적으로는 일상계에 가까운 독특한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여자화장실의 위치라던가 사건과는 관계없어 보였던 여기자 후유미의 정보원 이야기 등을 통해 진상이 무엇인지 추리하게 만드는 본격물이기도 한데 독자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 진상이 놀랍지만 이치에 합당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수준이었다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결별의 봄>
연쇄방화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 경찰 내 상담전화를 맡게 된 미즈호는 방화사건의 표적이 될 것을 걱정하는 시오리의 전화를 받게 된다.
과거 방화로 부모님을 잃은 시오리에게 벌어졌던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
연쇄방화까지 끌어들인 심각하고 무거운 전개지만 실상은 단순한 치정극이라 좀 허무했습니다. 시오리가 왜 전화를 한 것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고요. 중반까지는 흥미진진한데 힘이 좀 달린 느낌인요. 별점은 3점입니다.

<의혹의 데생>
미즈호의 후임으로 몽타쥬를 그리게 된 미우라의 몽타쥬에 대한 이야기. 미우라의 그림 솜씨가 워낙 별로라 이 뛰어난 몽타쥬는 그녀가 그렸을리 없어! 에서 시작되죠.
그러나 시작부터가 사실 미즈호의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괜히 자기처럼 상처받지 말라고 배려하는 척 그려지지만 제가 봤을때에는 쓸데없는 정의감과 오지랍에 불과했거든요. 애초부터 용의자를 지문으로 알아내었다면 작위적인 몽타쥬가 뭐 그리 큰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요.
진짜로 미우라가 그린 그림이 맞고 그녀가 범인과 알고 있던 사이라 잘 그릴 수 있었다는 진상 역시도 우연이 지나쳐 석연치 않았습니다.
이 단편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단점이 도드라진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공범자>
방범훈련 와중에 벌어진 진짜 은행강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미즈호의 얼굴그림 전문가로서의 역량이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지나가던 여성행인의 얼굴 특징을 기억해서 그녀를 추적해가는 과정같은게 아주 괜찮았어요. 그녀의 정체가 베이비시터였다는 디테일도 좋았고요.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진상과 범행 동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현실적이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너무 벌린 느낌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마음의 총구>
강력계로 배속되어 총기를 다루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런데 핵심 설정인 경찰 매니아의 총기탈취 이야기는 다른 작품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오오시마 야스이치의 만화였던 것 같군요. 그래도 설정을 한번 꼬아 놓은 부분이 있기에 그다지 진부하지 않기는 한데 권총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미즈호의 이야기는 지루하고 짜증났습니다. 자신이 쏜 총으로 무고하게 죽은 아이 어쩌구하는 이유도 없고 그냥 겁만 날 뿐이라니 이건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로서 심각한 결격사유가 아닌가 싶더군요. 또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도 좀 뜬금없다 여겨졌고요.
중반 초등학생의 영약한 경찰활용 하나만큼은 꽤 그럴듯하고 의외성있어서 좋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얼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13/06/17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클레이튼 로슨 / 장경현 : 별점 2.5점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6점
클레이튼 로슨 지음, 장경현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컬트 신봉자 세자르 사바트 박사가 완벽한 밀실에서 교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그를 찾아온 사람들 등 유력한 용의자들 모두가 마술사인 상황. 개비건 경감은 사건의 특수성을 알고 마술사 그레이트 멀리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말로만 들었던 클레이튼 로슨의 마술사 멀리니 시리즈 대표작. 출간은 작년에 되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돠었네요.

그런데 솔직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의 첫번째로는 멀리니의 캐릭터가 별로라는 것을 들고 싶네요. 괴도 키드와 같은 후배들의 원조답게 굉장히 개성적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직업만 특이할 뿐 고전 황금기 시대의 다른 명탐정들과 딱히 구분되는게 없는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였거든요. 게다가 스테레오 타입 형태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말많은 천재형이며 그 중에서도 최악인,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쓸데없는 말만 많고 정작 중요한 것은 잘 알려주지 않는 타입 (초기의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타입) 이라 더 화가 나더라고요. 범인이 누군지 알면 증거나 단서를 잡기 전에 행동부터 좀 하란 말이지! 하여간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개비건 경감이 왜 참고있는지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두번째로 트릭도 문제가 많습니다. 분명 괜찮기는 하나 걸작이라는 말을 듣기는 조금 부족한 점이 느껴져요. 가장 큰 문제는 범인이 마술사라는 것에 너무 많이 의지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첫번째 사건에서의 손수건 바꿔치기, 두번째 사건에서의 최면술 같은 것인데 이 정도 능력이면 거의 초능력 수준의, 일반적인 상황과 상식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트릭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어요. 마술에 의지한다는 점 때문에 독자와의 두뇌게임 역시 공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고요. 최면술 같은 것을 사전에 단서라고 공유해 주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어요?

세번째로 멀리니가 이야기하듯 증거가 너무 없다는 것도 문제인데다가 이렇게 완벽하게 살인계획을 짤 거라면 단순한 밀실 살인이 아니라 범인으로 옭아맬 희생양도 당연히 필요했을텐데 그냥 불가능 범죄를 연출했을 뿐이라는 설정도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범인 입장에서는 들인 공에 비하면 별로 얻은게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죠. 애초에 왜 밀실을 만들었나 싶기도 하고요. <너버스 브레이크다운>의 안도가 이야기하듯, 가장 완벽한 밀실 살인은 자살이어야 한다는, 그게 살인으로 밝혀지면 범인에게 무슨 이득이 있냐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마지막으로 경찰력의 무능함을 극대화시킨 것도 옥의 티라 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5만달러나 되는 큰 돈이라는 유력한 동기를 간과하고 멀리니에게만 기댄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죠. 이 부분에 주목해서 경찰의 수사가 이루어졌더라면 범인을 잡아낼 수도 있었을겁니다.

물론 고전 황금기 시대 이름을 날린 작품다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마술의 미스디렉션을 살인의 기법과 연결시키는 발상 하나만큼은 높이 쳐주고 싶고 초반의 타로가 사라지는 간단한 마술 트릭이라던가 첫번째 사건에서의 바꿔치기 트릭 하나만큼은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과연 추리소설사에 이름을 남길만 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딕슨 카의 밀실 추리 이론 등 다양한 작품과 이론에 대한 소개 역시 볼거리고요.

그러나 저의 컸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더 컸다 생각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번역 출간 자체는 반갑지만 저같은 고전 본격물 애호가가 아니시라면 권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한 작품이었어요. 멀리니의 장광설만 좀 줄이고 두번째 사건에서의 최면술 트릭 하나만 보완했더라면 훨씬 쫗았을텐데 안타깝네요. 멀리니가 등장하는 단편집이 소개되기를 기대해봅니다.

2013/06/11

꽃 아래 봄에 죽기를 - 기타모리 고 / 박정임 : 별점 3점

 

꽃 아래 봄에 죽기를 - 6점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산겐자야역 상점가 좁은 골목에 위치한 바 "가나리야". 주인인 구도가 주방장을 겸해 운영하는 작은 바로 도수별 4단계로 나뉘어진 필스너 생맥주와 맛있는 요리가 강점인 곳. 이 곳을 찾아온 손님들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구도가 듣고 자신의 추리를 들려주는 안락의자 탐정물 형식의 단편집.

그러나 뻔한 트릭풀이물은 아니고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전개가 아주 인상적인 작품집이었습니다. 묘사력과 서정적인 전개가 좋아서 읽는 재미와 함께 애잔한 여운을 남겨주기 때문입니다. 일상계 성격이 강한 내용도 매력적이고요.
덧붙이자면 맛있는 요리가 각 단편마다 디테일하게 삽입되는 것도 좋더군요. 뛰어난 묘사력으로 입에 군침이 돌게 만드는 것은 물론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 생각되네요. 몇몇 요리는 재현해보거나 찾아가서 먹고싶을 정도였어요. 책의 모양새와 장정도 아주 좋았고요.

문제는 "실제 사건, 진상과는 떨어져있는 추리를 들려줄 수도 있다"는 단점이 눈에 좀 띈다는 점. 이러한 안락의자 탐정물의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몇몇 작품에서는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추리는 추리에 불과할 뿐이거든요.

허나 단점은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회귀천 정사>가 연상되는 좋은 단편집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꽃아래 봄에 죽기를>
가타오카 소교라는 이름의 하이쿠 동호인이 병사한 뒤 주민등록이 없는 무적자라는 것이 밝혀진다. 같은 동호회 회원이었던 나나오는 그가 고향을 버린 이유를 조사하고 유골을 보리사에 묻을 계획으로 조후로 향한다.
요리바 "가나리야"와 탐정역인 마스터 구도가 첫등장하는 표제작.
일단 소교가 왜 고향을 버려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실제 조후에서 있었던 대화제와 연결하여 가상역사소설처럼 꾸민 솜씨가 탁월합니다. 여성 장애인 살인사건과 소교가 마지막 남긴 습작노트에서의 '벚꽃이 피었다"를 연결시켜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본격추리물로의 재미 역시 충실하고요. "하이쿠 동호인"들이 등장하는 작품답게 멋드러진 하이쿠들이 적절하게 삽입되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마음에 든 부분입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와 심포 유이치의 장점만을 섞은 묘한 매력이 넘치는 작품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가족사진>
지하철 역 시민 기증 서가의 추리소설들에서 발견된 흑백 가족사진에 대한 진상을 풀어가는 이야기.
정말로 가볍고도 가벼운 일상계 작품. 구도가 제시한 수수께끼를 가나리야의 단골손님들이 각자 자신의 추리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역발상 안락의자 탐정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극중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노다의 역할이 굉장히 작으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 거처>
사진작가 쓰마키는 <마지막 거처>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자신의 작품전 포스터 도난사건으로 고민하다가 구도에게 상담을 요청하며 어떻게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게 된다.
역시나 전형적인 일상계. 그러나 포스터 도난에 대한 진상이 그렇게까지 설득력있지 않다는 점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구도의 추리는 역시나 볼만하지만 그닥 새롭거나 의외성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래도 등장하는 요리인 "가지 겨자 절임"이 꽤 임팩트있게 사용된 것은 마음에 들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살인자의 빨간 손>
젊은 여성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현장 주변에서는 빨간 손의 악마가 초등학생을 노린다는 괴담까지 퍼진다. 괴담과 사건을 조합하여 단골손님들 사이에서 추리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1편의 주인공 나나오와 단골손님들이 등장하는 작품.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사구치 히즈루의 과거사를 비롯해서 경찰 모모세 겐지의 존재까지 추리에 가담시키는 복잡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작품부터 실제 진상을 속 시원하게 밝혀주지 않는다는 단점이 시작될 뿐더러 실제 빨간 손이 어떤 것이었을지에 대해 추리하는 마지막 부분은 범위를 극단적으로 좁힌 것으로 보이기에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어요. 그렇게 따지자면 오토바이나 자전거 배달원은 모두 마찬가지였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일곱 접시는 너무 많다>
회전 초밥가게에서 참치만 일곱 접시를 먹은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수수께끼 풀이를 던지는 단골 히가시야마의 이야기.
기이한 일상을 소재로 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회전 초밥가게 메뉴 리스트를 이용한 독특한 암호트릭이 등장하는 등 신선한 요소가 많았던 작품.
그러나 진상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도 않으며 모든 것은 추론에 불과해서 좀 맥이 빠집니다. 구도의 말대로 쓸데없는 이야기에서 시작된 말장난에 불과한 작품으로 보이거든요. 그리고 추리가 어찌 되었건 참치를 일곱 접시나 먹는 것 만으로도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는 특이한 행동인데 그러한 행동을 보이면서까지 불륜을 저지르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말도 안돼죠.
수수께끼를 위한 수수께끼에 불과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이 작품집의 워스트로 꼽겠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물고기의 교제>
첫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나나오가 다시 등장하여 가타오카 소교에 얽힌 과거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는 내용입니다. 중간에 나나오에게 프로포즈를 한 다카쓰카의 폭행사건 증인찾기가 끼어들고 있어서 내용적으로는 풍성한 작품이죠.
그러나 역시나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모든 것은 추론에 불과하다는 단점은 전작과 동일합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어요. 소교가 장님행세를 했다는 핵심 트릭에 대한 진위가 밝혀지지 않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기누에가 자살한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는게 아쉽습니다. 여운을 남기는 맛은 좋지만 보다 친절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묘사도 좋고 상상력도 뛰어나며 등장하는 하이쿠도 아름다우나 추리적으로는 부족하다 느껴지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2013/06/08

제한 보상 - 새러 패러츠키 / 황은희 : 별점 2점

 

제한 보상 - 4점
새러 패러츠키 지음, 황은희 옮김/검은숲

시카고의 사립탐정 V.I 워쇼스키는 시카고 최대 은행의 실세 존 세이어에게서 사라진 아들의 여자친구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수사를 시작한 워쇼스키는 존 세이어의 아들 피터 세이어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의 죽음과 애니타의 실종이 연관이 있다는 직감을 받는다. 그러나 악당 포주인 얼 스마이슨이 사건 수사를 포기하라며 그녀를 납치하여 폭행하는데...

여탐정 V.I 워쇼스키 시리즈 첫 작품으로 이전에 읽었던 <제트파일>의 정식 완역본입니다. 국내 최대의 추리동호회 "하우미스터리"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죠. 이 자리를 빌어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일까요? 단점이 눈에 더 많이 뜨이더군요.

일단 제일 눈에 거슬리는 것은 주인공인 V.I 워쇼스키입니다. 예전 리뷰에서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썼었는데 지금 읽어보니 너무 비현실적이더군요. 코델리아 그레이와 함께 <명탐정 코난>의 하이바라 아이 이름의 유래가 될 정도로 추리소설사에 이름을 남긴 여탐정으로 보기에는 믿기 힘들정도로 말이죠.
미모 + 액션 + 말빨까지 조합된 캐릭터라는 것부터가 그러해요. 정식 번역본으로 디테일하게 묘사된 하는 행동들도 너무 멋부린 티가 많이 나서 별로였고요. 차를 몰면서 바르토크의 음악을 듣고, 술과 음식도 취향이 확실해서 정크푸드따위는 먹지도 않으며 패션과 자기관리에도 충실한, 그러면서도 남자 악당 두세명 정도는 쉽게 제압한다는 설정인데 이게 말이 되나요? 엄청 잘생기고 매너좋은, 취미는 색소폰과 바이크인 재벌 2세가 가난한 여성을 좋아한다는 판타지와 다름없죠. 그야말로 여성들이 꿈꾸는 만화적 세계관의 하드보일드 탐정이라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어색하고 이상했습니다.
<원 포 더 머니> 처럼 현실적이고 웃기기라도 했으면 좀 말이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워쇼스키는 유감스럽게도 진지하기까지 합니다.

또 줄거리도 문제가 많아요. 얼 스마이슨을 시켜 워쇼스키가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만든다는 부분부터 의아했습니다. 피터 세이어는 집으로 쳐들어가서 죽이고 존 세이어는 길거리에서 총질해서 죽이는 악당들이 여자 탐정 한명을 죽이지도 않고 두들겨 패는 정도로 끝낸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마지막에 총들고 쳐들어온 남자 3명을 워쇼스키가 제압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져서 별로였고요. 이럴 거면 처음에는 왜 잡혀가서 두들겨 맞은건지? 페이크였나?

추리적으로 별볼일 없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워쇼스키가 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무의미한 수사일 뿐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은 애니타 맥그로의 증언과 쳐들어온 마스터즈의 잘난척하는 자백에 의존하니까요. 워쇼스키조차 마스터즈를 옭아맬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는데 쳐들어와서 필요도 없는 말을 주절주절 떠들다니! 그야말로 전형적인 헐리우드 싸구려 영화 스타일 그 자체에요.
그 외에도 운에 의지하는 작위적인 장치도 많은데 그나마의 추리를 뒷받침하는 증거인 피터가 숨겨놓았던 보험금 수령증을 찾아내는 과정이 대표적이겠죠. 애니타 맥그로를 찾아내는게 너무 오래 걸렸다는 것도 이야기를 길게 끌기 위한 작가의 욕심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고요. 한마디로 쉽게쉽게 간 부분이 많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식 완역본이 소개된 것은 반가운 일이며 워쇼스키와 주변 인물들을 꼼꼼하게 그려내는 묘사는 제법 볼만하기는 합니다.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 - 성장과정, 배경,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야구팀, 좋아하는 음악 등...- 도 돋보이고요.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이벤트로 받은 도서에 이렇게까지 혹평을 하니 죄송스럽습니다만 펄프픽션 이상의 가치를 느끼기는 어려웠어요.

2013/06/07

BAR 레몬하트 1 - 후루야 미쓰토시 : 별점 1.5점

 

BAR 레몬하트 1 - 4점
후루야 미쓰토시 지음, 에이케이 편집부 옮김/에이케이(AK)

인터넷 상에서의 유명세가 상당해서 너무나 보고싶었던 작품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바텐더>와 <심야식당>을 적절히 섞어놓은 듯 한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술에 대해 박식한 바텐더가 운영하는, 어떠한 술도 마실 수 있는 환상의 Bar "레몬하트"를 무대로 손님들의 드라마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앞서 예를 든 두 작품과 유사하나 이 작품은 "술"에 대한 정보 전달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굉장히 약하고 이야기도 재미있는 것들이 별로 없습니다. 술들에 대해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하나하나 링크해서 보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점은 <에키벤>과 유사하기는 합니다. 뭔가 있어보이지만 실상 내용은 도시락 소개밖에는 없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이 작품도 실상은 술 이야기 밖에는 없거든요. 그러나 <에키벤>은 디테일한 그림이 덧붙여져서 소장 가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작품은 작화마저도 너무나 허술해서 점수를 줄 부분이 정말 없네요.

별점은 1.5점. 술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는 권해드릴만 하지만 재미만 놓고보면 이도저도 아닌 어중띤 작품인 듯 싶기에 다음권을 더 읽어볼 일은 없을 것 같군요.

2013/06/04

왕도둑 호첸플로츠 1 -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 김경연 : 별점 4점

 

왕도둑 호첸플로츠 1 - 8점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요제프 트립 그림, 김경연 옮김/비룡소

카스페를과 제펠은 할머니에게 돌리면 노래가 나오는 커피콩 가는 기계를 선물하는데 왕도둑 호첸플로츠가 훔쳐가버리고 만다. 호첸플로츠를 잡기 위해 카스페를과 제펠은 작전을 짜지면 오히려 호첸플로츠에게 반격당해 사로잡히게 되고 카스페를은 악당 마법사 츠바켈만에게 하인으로 팔려가 버리는데....

딸아이를 위한 동화 시리즈 제 2탄. 호첸플로츠가 훔쳐간 할머니의 커피콩 가는 기계를 되찾기 위한 카스페를과 제펠의 모험물로 역시나 제가 예전에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작품입니다. 그런데 읽고나니 우선 든 생각은 여자아이에게는 잘 안 맞겠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시절 읽었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지금 읽어보니 단순히 애들 장난이 아니라 나름 "목숨을 건" 모험이 펼쳐지기 때문이거든요. 특히나 중반 이후 악당 마법사 츠바켈만은 사람 목숨을 가지고노는 정말이지 심한 악당이더라고요.

그래도 고전 명작의 향취는 영원한 법!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초반부에 카를과 제펠이 서로 "변장"을 하기 위해서 모자를 바꿔 쓴다는 복선이 이야기 끝에서 제대로 활용되어 위기를 넘긴다는 꼼꼼한 전개는 물론 요정으로 부터 얻은 반지를 이용한 유쾌한 결말, 츠바켈만이 하인을 필요로 하는 이유 (감자 껍질 벗기는 마법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아직 성공하지 못해서) 등 코믹한 즐길거리가 아주 많으니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죠.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에서 인상적이었던 프란츠 요제프 트립의 일러스트도 굉장히 뛰어나고요.
츠바켈만의 감자요리나 소세지, 자두 과자와 같은 디테일한 먹거리들의 묘사도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에 나오는 요리들만 모아서 책한권 만들어보고 싶어지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지금 읽어도 빼어난 재미를 갖춘 명작 동화라 생각됩니다.
여자아이들보다는 남자아이들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작품이긴 하지만, 루아야. 아빠는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너도 조금 더 나이들어서 꼭 읽어봐!

2013/06/01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 미하엘 엔데 / 선우미정 : 별점 3점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 6점
미하엘 엔데 지음, 프란츠 요제프 트립 그림, 선우미정 옮김/길벗어린이

왕과 주민 3명으로 이루어진 작고 작은 섬나라 룸버란트에 흑인 아이가 한명 착오로 배달된다. 뭐요 아주머니 밑에서 아이는 "짐 크노프" 라는 이름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기관사 루카스의 절친한 친구가 되어 기관사를 꿈꾸게 된다. 그러나 루카스가 섬나라의 작은 땅덩어리 탓에 짐을 위해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섬을 떠날 결심을 하자 짐은 루카스와 함께 떠난다.

제가 어렸을 적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미카엘 엔데의 <짐 크노프> 시리즈 제 1작. 아직은 어리지만 딸아이에게 언젠가 꼭 권해주고 싶어서 다시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상황 설정과 묘사들. 천하장사에 침으로 재주를 넘게 만드는 루카스를 비롯한 등장인물들과 너무나도 좁지만 재미있고 따뜻한 인물들이 살고있는 섬나라 룸버란트, 중국을 모티브로 한 대국 만달라와 그곳의 다양한 문화, 그리고 모험을 떠난 짐과 루카스 앞에 연이어 나타나는 거꾸로 거인이나 용의 나라 쿰버란트, 여러 용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들은 지금 읽어도 여전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호첸플로츠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프란츠 요제프 트립의 그림 역시 지금 보아도 너무나 멋졌고요. (참고로 국내 출간 판본 중에서 프란츠 요제프 트립의 그림이 아니라 다시 그린 그림으로 출간된 판본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책의 기둥뿌리를 흔드는 행동이라 생각되요. 짐 크노프와 프란츠의 그림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란 말이죠!)

그러나 솔직히 어렸을 적 읽었을 때 만큼은 와닿은 것은 아닙니다. 모든 면에서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전개라던가 설득력없는 상황이 연이어 펼쳐지는 등 완성도 면에서 문제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건 제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이 크겠죠. 동화에서 설득력있는 전개나 과학을 바랄 필요도 없을테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꿈과 희망, 모험이 가득한 동화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그나저나 딸아이가 이 책을 이해하려면 최소한 초등학생은 되어야 할텐데 너무 일찍 산 것 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