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3/06/08

제한 보상 - 새러 패러츠키 / 황은희 : 별점 2점

제한 보상 - 4점
새러 패러츠키 지음, 황은희 옮김/검은숲

시카고의 사립탐정 V.I 워쇼스키는 시카고 최대 은행의 실세 존 세이어에게서 사라진 아들의 여자친구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수사를 시작한 워쇼스키는 존 세이어의 아들 피터 세이어의 시체를 발견했고, 피터의 죽음과 애니타의 실종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악당 포주 얼 스마이슨이 사건 수사를 포기하라며 그녀를 납치하여 폭행하는데...

여탐정 V.I 워쇼스키 시리즈 첫 작품으로 이전에 읽었던 "제트파일"의 정식 완역본입니다. 국내 최대의 추리동호회 "하우미스터리"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죠. 이 자리를 빌어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일까요? 단점이 눈에 더 많이 뜨였습니다. 우선, 제일 눈에 거슬리는 것은 주인공인 V.I 워쇼스키입니다. 지금 읽어보니 너무 비현실적인 탓입니다.  코델리아 그레이와 함께 "명탐정 코난"의 하이바라 아이 이름의 유래가 될 정도로 추리소설사에 이름을 남긴 여탐정으로 보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예전 리뷰에서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썼었는데 아니더라고요... 미모에 액션, 거기에 언변까지 출중한 캐릭터라는 것부터가 그러합니다. 정식 번역본으로 디테일하게 묘사된 그녀의 행동들 모두 너무 멋부린 티가 많이 납니다. 차를 몰면서 바르토크의 음악을 듣고, 술과 음식도 취향이 확실해서 정크푸드 따위는 먹지도 않고, 패션과 자기관리에도 충실하고, 그러면서도 남자 악당 두세 명 정도는 쉽게 제압한다는데 이게 말이 될 리가 없지요. 잘 생긴데다가 매너도 좋고, 취미는 색소폰과 바이크인 재벌 2세가 가난한 여성을 좋아한다는 판타지와 다름이 없습니다. 여성들이 꿈꾸는 만화적 세계관의 하드보일드 탐정이라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어색하고 이상했습니다. 차라리 "원 포 더 머니"처럼 현실적이고 웃기기라도 했다면 괜찮았겠지만... 워쇼스키는 유감스럽게도 진지하기까지 합니다.

내용도 문제가 많습니다. 얼 스마이슨을 시켜 워쇼스키가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만든다는 부분부터 의아했어요. 피터 세이어는 집으로 쳐들어가서 죽이고, 존 세이어는 길거리에서 총질해서 죽이는 악당들이 고작 여자 탐정 한 명을 죽이지도 않고 두들겨 패는 정도로 끝낸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총 들고 쳐들어온 남자 3명을 워쇼스키가 제압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져서 영 별로였어요. 이럴 거였다면 처음에는 왜 잡혀가서 두들겨 맞은 걸까요?

추리적으로도 별 볼일 없습니다. 워쇼스키가 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무의미한 수사일 뿐입니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은 애니타 맥그로의 증언, 그리고 쳐들어온 마스터즈의 잘난척하는 자백에 의존하는 탓입니다. 워쇼스키조차 마스터즈를 옭아맬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는데, 직접 쳐들어와서 필요도 없는 말을 주절주절 떠들다니! 그야말로 전형적인 헐리우드 싸구려 영화 스타일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운에 의지하는 작위적인 장치도 많은데, 그나마의 추리를 뒷받침하는 증거인 피터가 숨겨놓았던 보험금 수령증을 찾아내는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애니타 맥그로를 찾아내는 게 너무 오래 걸리는 것도 이야기를 길게 끌기 위한 작가의 욕심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고요. 한마디로 쉽게 쉽게 간 부분이 많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식 완역본이 소개된 것은 반가운 일이며, 워쇼스키와 주변 인물들을 꼼꼼하게 그려내는 묘사는 제법 볼만합니다.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 – 성장 과정, 배경,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야구팀, 좋아하는 음악 등 – 도 돋보였고요.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전형적인 헐리우드 스릴러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이벤트로 받은 도서에 이렇게까지 혹평을 하니 죄송스럽습니다만, 흔해빠진 펄프픽션에 불과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