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4/08/31

R-Point - 공수창 : 별점 2.5점


1972년,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 200명의 부대원 중, 혼자 살아 남은 혼바우 전투의 생존자 최태인 중위(감우성)는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그의 본대 복귀 요청은 철회되고, CID 부대장(기주봉)은 그에게 과실을 덮어주는 댓가로 비밀 수색 명령을 내린다.

작전은 6개월 전 작전 지역명 '로미오 포인트'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8명의 수색대원들로부터 계속적인 구조요청이 오고 있었던 것. 그 흔적 없는 병사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3일 후, 좌표 63도 32분, 53도 27분 _ 로미오 포인트 입구. 어둠이 밀려오는 밀림으로 들어가는 9명의 병사들 뒤로 나뭇잎에 가려졌던 낡은 비문이 드러난다.

不歸! 손에 피 묻은 자, 돌아갈 수 없다!!! 7일간의 작전이 시작되며 점차 소대원들에게 R-포인트의 끔찍한 과거와 그 과거에 얽힌 환상이 닥치기 시작한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별로 호러라는 쟝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포라는 감정을 의사 체험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는 것 부터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그래도 워낙 예고편이 멋졌고, 각종 사이트와 잡지에 올라왔던 설정 시놉만 가지고도 관심이 가던터라 개봉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보게 된 영화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기대치를 충분히 반영해 주듯, 괜찮은 부분이 많습니다. 6개월전 R-포인트에서 사라진 수색대원들과 R-포인트에서 계속되는 무전.... 그리고 여러가지 잔혹한 과거를 지닌 R-포인트와 흉가처럼 변모한 대 저택... 기묘한 현상들과 환상을 목격하는 소대원들....
이런 설정을 바탕으로 한 서스펜스도 만만치 않아서 흡입력 있게 관객을 끌어 당기는 매력도 제법이라고 할 수 있죠. 중반부에 소대원들의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부분 (예고편에도 등장했지만 소대원이 한명 죽어서 현재원 9명이라고 보고하는 최중위에게 본부에서 "너희들은 출발할 때 원래 9명이었어!") 이나 최중위 (감우성)가 밤에 목격하는 프랑스 군의 묘지의 환상, 그리고 전력 공급차 방문한 미군 부대원들과 봉인된 무전실에 얽힌 비밀 등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니까요.
특히 유령의 시선을 구분한 촬영이나 미지의 영역의 존재들을 드러나지 않게 처리하는 부분, 별다르게 잔인한 장면 없이도 긴장감을 충분히 전해주는 연출은 좋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멋진 소재와 설정을 호러라는 장르로 제대로 살려내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별로 무섭지가 않아요! 잔인함이나 무서움이라는 표현을 자제하며 관찰자 입장에서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은 좋긴 했습니다만 너무 평범하게 찍은 느낌이에요. 보다 공포스럽고 전율을 느끼게 할 만한 내용으로, 특히 흉가나 환상같은 것은 조금 더 오버해도 영화가 괜찮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또 유령들의 증오와 소대원들에게 닥치는 공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동기가 약해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손에 피를 묻혀서" 라면 동기가 너무 약하잖아요? 특히 마지막 생존 병력에게 덥치는 유령들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진중사는 갑자기 왜 정신이 나가버렸는지, 여자 유령은 왜 최중위 앞에만 나타나는지 무엇하나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고 영화는 끝나버립니다. 마지막에 무전기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전설의 고향 목소리로 무전을 보내는 장면은 또 왜 나오는지....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 싸구려 신파가 등장한다는 것도 감점 요소에요. 비교적 비중이 컸었던 한 실종된 소대원(카메라를 구해달라던)의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결론적으로, 공포영화라는 쟝르에는 아주 약간, 한 2% 정도 부족했던 작품입니다. 그러나국내 최초의 밀리터리 호러라는 수식어는 아깝지는 않고 충분히 흥행할만한 재미를 전해 주기 때문에, 인터넷 소설 영화나 수준낮은 코미디가 범람하는 한국 영화계에는 충분히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PS : 친구에게 영화 줄거리를 대충 설명해 줬더니 "일단의 부대가 미지의 모처에 들어가서 각자 환상을 보며 자멸한다.... 그거 스피어 아냐?"

2004/08/30

검은 집 - 기시 유스케 / 이선희 : 별점 4점

검은 집 - 8점 기시 유스케 지음/창해

쇼와 생명 보험 교토지사에 근무하는 와카쓰키 신지는 어린 시절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고모다 시게노리라는 보험 가입자가 불만을 토로하며 방문을 요청하고, 고모다의 "검은집"에 방문한 신지는 고모다의 아들 가즈야가 자살한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가즈야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을 느끼는 신지는 보험금 지급을 미룬 뒤 사건을 독자적으로 조사하면서 점점 공포스러운 과거의 여러 사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 점차 위험이 닥치는데.... 

이전부터 읽고 싶었었지만 절판되어 구하지 못했던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이 양장본으로 재간되었습니다. 잽싸게 구입했습니다.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검은집"이라는 흉가를 무대로 한 호러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가즈야의 죽음을 토대로 고모다와 그의 아내 사치코를 조사하며 알게되는 공포스러운 과거와 과거 죽음들의 실체, 그리고 신지와 그 주변인물들에게 닥치는 위협과 죽음을 세련된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더군요.

주인공에게 위기가 찾아오면서부터는 전형적인 스릴러-호러 물의 전개를 답습하지만 스티븐 킹이나 클라이브 바커류의 소설처럼 유령이나 초현상, 괴물 같은 존재가 아니라, 평범하면서 주위에 얼마든지 있는 보통 사람들 중에 "감정이 없는 인간 (싸이코패스)"을 악역으로 설정하여 인간의 광기와 잔인성을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 다른 평범한 호러소설과 구분됩니다.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꺼리낌없이 살인을 반복하는 "싸이코패스"들.....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잔인하게 묘사됩니다. 유령이나 괴물보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잔인함의 극한으로 치닫는 전개가 더 무섭네요.
또 이러한 현실적인 공포를 뒷받침하는 작가의 필력도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중반 이후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작가의 능력에는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어요. 덕분에 서스펜스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유명한 작품들에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또다른 악몽을 예감하며 전율하는 신지의 모습을 그리며 끝맺는 엔딩도 인상적이었고요.

구태여 단점을 찾자면, 신지의 과거에 있었던 형의 죽음과 그에 따르는 괴로움을 묘사하는 부분은 불필요했다고 생각되며, "감정이 없는 인간", 즉 "싸이코패스"라고 현대적으로 정의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아주 약간 지루했습니다.

그래도 워낙 문장이 흡입력있고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쉬지않고 손에 잡으면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생명보험"이라는 사회적 장치를 토대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에 기반한 실질적인 공포와 위험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카드빛으로 인한 신용 불량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살인을 소재로 다룬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사실적인 소재로 극도의 서스펜스를 만들어 내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높이 평가할만하죠. 별점은 4점입니다.

조금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영화화가 되었는데 소설을 거의 각색없이 찍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비쥬얼과 공포를 충분히 전해줄 것 같아 한번 구해볼 생각입니다.

PS : 그래도 신지의 애인 메구미의 말처럼 "인간은 근본적으로 모두 선하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게 훨씬 세상 사는데 도움이 되겠죠?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니까요.^^

2004/08/28

쥐덫 - 애거서 크리스티 / 유명우 : 별점 3점

쥐덫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최근 불붙은 여사님 단편집 구입 러쉬의 마지막 작품. 진작에 읽어보았던 작품이라 구입계획은 없었는데 신촌 숨어있는 책에서 1000원에 발견해서 그냥저냥 소장 겸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전부 9편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사님의 시리즈 캐릭터인 미스 마플과 포와로는 물론 할리 퀸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흡사 종합 선물 세트같은 느낌을 전해주네요.

제일 먼저 실려있는 표제작이자 크리스티 여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쥐덫"은 추리소설의 전형적 소재인 눈으로 폐쇄된 하숙집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신혼부부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저택을 하숙집으로 개조하여 영업하던 중 런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이 하숙집으로 숨어 들어왔다는 첩보와 함께 형사가 찾아오게 된다. 이후 눈으로 고립되고 전화마저 끊긴 하숙집에서 투숙객 중 한명인 보일 부인이 살해당하며 이 사건은 과거에 있었던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세마리의 눈먼 쥐" 라는 동요를 소재로 세명이 살해 당할 것이라는 암시와 함께 누가 범인인줄 모르는 긴장감과 더불어 폐쇄적인 상황을 잘 이용하는 작품입니다. 영국에서는 연극으로 50년이 넘게 공연되고 있는데 연극에 정말 잘 어울리는 소재라 생각되네요.
이전에 이미 읽어서 범인이 누구인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재미는 덜 했습니다만 폐쇄된 곳에서 벌어지는, 동요와 연관되는 연쇄 살인극이라는 상황의 원본이자 모범 답안으로서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두번째 작품 "이상한 사건"은 미스 마플양이 나오는 일종의 암호 추리물인데 "거액을 투자하여 종이 한장분량으로 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명제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 명제와 트릭은 당대에는 기발하고 신선했을 것 같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다는 문제가 큽니다. 후대 작가들의 수없는 인용으로 신선함이 떨어지니까요. 그래도 마플양의 캐릭터는 아주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세번째 작품 "줄자 살인사건"은 마플양의 범인을 잡기 위한 실제적인 활약이 펼쳐지는 특이한 이야기로, 트릭이나 동기 등이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제목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던,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인 어처구니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제목만 빼면 별점은 2.5점. 원제가 조금 궁금합니다.

네번째 작품 "모범 하녀"는 살인 사건이 아닌 도난 사건을 소재로 하여 두 자매의 집에 새롭게 들어온 모범 하녀의 이야기인데, 트릭 자체는 "사람바꾸기"라는 평범한 것으로 추리적으로 그닥 신선하지는 않지만 워낙 설정이 기발하고 이야기도 척척 들어 맞아서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다섯번째 작품 "관리인 노파"는 마플양을 찾아온 헤이독 의사가 마플양의 원기 회복을 위해 과거에 있었던 루이즈 랙스턴 부인의 사고를 수수께끼로 전해 주고 그것을 마플양이 전형적인 안락의자형 방식으로 (즉 생각만으로)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그냥 저냥 평범한 수준이더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여섯번째 작품 "4층 아파트"는 포와로가 등장합니다. 아랫층에 사는 젊은이들이 우연히 발견한 살인사건을 해결해 주는 이야기로 "어두운 방 안에서라도 항상 같은곳에 있는 것이 있다"라는 당연한 사실로 진상을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사건의 해결방법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추리적인 재미 부분에서 점수를 주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일곱번째 작품 "조니 웨이벌리의 모험"은 웨이벌리 가문에 발생한 유괴사건을 의뢰받은 포와로가 의외의 진상을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회색 뇌세포"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작품으로 탄탄한 구성과 더불어 추리적으로도 색다른 재미를 전해 줍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방법이 너무 미흡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 건 조금 아쉽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여덟번째 작품 "24마리의 검은 티티새"는 우연히 찾아간 식당에서 매주 같은 요일에 항상 같은 음식만 주문하는 괴짜 손님을 포와로가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괴짜 손님이 시체로 발견되자 포와로는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 죽음의 진상과 범인을 밝혀내는데 성공한다는 내용으로 우연히 주목한 사소한 사실에서 진상을 밝혀내는 구조가 완벽하고 동기 및 시간의 흐름도 깔끔한 수작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아홉번째 작품 "연애 탐정"은 마지막 작품답게 이색적으로 세터드웨이트 씨와 할리퀸이 등장하네요. 이야기는 할리 퀸 스럽지 않게 할리 퀸이 너무 정보를 많이 뿌려주는 감이 있고 내용도 조금 빈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로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주는 두명의 공범자라는 소재는 너무 뻔했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다양하고도 멋진 작품들이 실려 있고 탐정 캐릭터들도 여럿 등장하며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좋은 단편집입니다. 개인적 베스트는 "모범하녀" 와 "24마리의 검은 티티새" 이지만 다른 작품들도 거의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이거든요. 추리 소설의 팬이시라면, 거기에 크리스티 여사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아울러 여기 실린 포와로 단편은 전부 케이블 TV의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극장"에서 극화되어 방영되었기 때문에 드라마 까지 구해 본다면 금상첨화일것 같습니다.

이로써 제가 소장한 총 13편의 크리스티 여사 단편집은 "화요일 클럽의 살인", "검찰측의 증인", "명탐정 파커 파인", "쥐덫", "포와로 수사집", "부부탐정", "수수께끼의 할리 퀸",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패배한 개", "리가타 미스터리", "헤라클레스의 모험" 입니다. 혹 다른 단편집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PS :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베스트라면 역시 "화요일 클럽의 살인" 이 아닐까 싶네요^^

2004/08/27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했습니다.

누적 포인트가 쌓여 있길래 구입했습니다.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과 요코야마 히데오의 "사라진 이틀" 두권입니다.

두권 중 그간 읽고 싶어 헌책방과 각종 싸이트를 이잡듯 뒤져도 못 구했던 "검은집" 양장본은 기대가 되네요.

읽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2004/08/26

부부탐정 - 애거서 크리스티 : 별점 2.5점

부부탐정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기원 옮김/해문출판사

토미와 터펜스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 토미와 터펜스 부부 시리즈는 부부탐정이라는 설정과 부부가 함께 하는 모험이라는 이야기 구조로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걸작 시리즈죠.

장편 "비밀결사"에서 등장하여 결혼에 이른 부부 토미와 터펜스. 그들은 토미 숙부의 유산으로 넉넉하게 살아가지만 이전의 모험적인 삶을 그리워 하며 지루한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던 중 정부의 카터라는 인물로부터 데어도어 블런트라는 탐정의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수수께끼의 "16"이라는 숫자에 주목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이 펼쳐지는 내용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마 연재때문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 봅니다) 모두 23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후편으로 나뉘어진 작품도 많고 부부가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게 된 경위가 나오는 첫번째 작품은 제외한다면 총 1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약간의 트릭이 가미된 유머스러운 추리 모험 활극으로 토미와 터펜스라는 부부의 유머와 재치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집입니다. 무엇보다 여러 명탐정을 각 편마다 인용하며 나름의 경의를 표한 크리스티 여사에게 감탄했습니다. 현재는 잊혀진 탐정들도 있고 아직 접해보지 못한 탐정들도 있지만 이런 인용으로 보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네요.

때문에 별점은 2.5점. 추리적으로 굉장한 논리나 사건은 없지만 읽는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한만큼, 부부탐정 팬 분들에게는 강추드립니다.

작품별로 상세하게 소개하자면
첫번째 작품 "차라도 한잔" 은 파리를 날리는 사무소의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터펜스의 사기극(?)으로 부부의 익살과 접수 소년의 재치 등 유쾌함이 넘치는 소품입니다. 하지만 추리적 가치는 빵점이네요... 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두번째 작품 "분홍색 진주 사건"은 첫번째 사건에서 만족한 의뢰인이 소개한 의뢰인이 자신의 집에서 사라진 값비싼 진주를 찾아 줄 것을 요청하는 이야기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경찰에 알리지 못하고 은밀한 조사를 의뢰받는데 손다이크 박사를 흉내내는 토미가 단순한 사실에서 진상을 꿰뚫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런데 등장하는 수수께끼가 모두 풀린 것 같지는 않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세번째 작품 "이상한 불청객 사건"은 첫머리에 등장하는 블런트라는 원래 인물이 연루된 국제적인 범죄조직에 납치된 토미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나는 이야기로 첫부분에 등장하는 담배갑과 연관된 재치가 상당히 돋보이지만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토미가 인용하는 불독 드러먼드라는 캐릭터는 조금 궁금하더군요.

네번째 작품 "킹을 조심할것 & 신문지 옷을 입은 신사"는 초반에 토미와 터펜스가 이야기하는 신문지의 인쇄오류와 가장 무도회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연관시켜 진상을 추리하는 내용으로 변장 트릭이 등장합니다. 조금 흔한 트릭이긴 하지만 재치와 유머가 넘쳐 꽤 재미있습니다. 전형적인 크리스티 여사의 트릭과 전개방식이지만 캐릭터를 달리 함으로써 또 다른 재미를 만드는 이야기 구성력이 돋보였어요.

다섯번째 작품 "부인 실종 사건"은 유명한 탐험가에게서 실종된 약혼녀를 찾아달라고 의뢰받은 뒤 그녀가 사라진 마을에 찾아가 악덕 의사의 소굴에 잠입하여 진상을 밝혀내는 부부의 활약이 그려집니다. 서두에 토미의 셜록 홈즈 흉내가 굉장히 인상적이며 웃깁니다. 또한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복선으로 인용하는 막판 반전이 꽤 재미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여섯번째 작품 "장님 놀이"는 제목 그대로 장님 탐정 (맥스 캐러도스가 아니라 콜튼이라는 모르는 탐정이더군요)을 흉내내기 시작한 토미가 안대를 착용하고 다니다가 세번째 작품의 조직에게 다시 위협받는데 요리 주문할때의 숨겨진 암호문으로 살아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긴박감이 좀 떨어지고 토미의 안대에 대한 비밀이 말 한마디로 끝나는 구조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범작입니다.

일곱번째 작품 "안개속의 남자"에서는 토미가 브라운 신부를 흉내내네요. 하지만 이야기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크리스티 여사의 전형적 구조로 진행됩니다. 안개에 묻혀 통행이 뜸한, 입구에서는 경찰이 서 있었던 밀실과 같은 집에서 한 여배우가 살해당한 후 진범을 잡는 내용으로 트릭이나 범인은 후대 작품에서 비슷하게 써먹은 것이 많아 신선하진 않았지만 이 작품이 발표된 연대를 볼 때는 분명 여사님이 시대를 앞서 가신 것이죠. 여사님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네요.

여덟번째 작품 "위조지폐범을 찾아라"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입니다. 범인역도 신선했고 모험소설적인 분위기도 잘 살아있어서 꽤 재미있었습니다.

아홉번째 작품 "서닝데일의 수수께끼"에서는 "구석의 노인"까지 등장합니다! 구석의 노인 흉내를 내던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신문을 읽으며 미궁에 빠진 서닝데일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안락의자형 탐정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구석의 노인의 이야기 진행방식까지 유사하게 차용한 재치가 돋보이며 추리적으로도 상당히 완성도 있는 작품입니다.

열번째 작품 "죽음이 숨어있는 집"에서는 꽤 재미있게 읽었던 "독화살의 집"의 아노 탐정이 인용되네요. "독화살의 집" 탐정의 인용작품 답게 저택에서 독살당한 가족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로 구성과 마무리까지 깔끔한 수작입니다만 모처럼 찾아온 미인 의뢰인이 독살당해 죽는다는 설정은 조금 마음에 안 들더군요....

열한번째 작품 "철벽의 알리바이"는 동시에 두곳에 존재한 한 여인의 알리바이를 파헤치는 트릭인데 알리바이 깨기의 명수 프렌치 경감이 인용됩니다. 하지만 트릭 자체는 실망스러운 범작이었어요.

열두번째 작품 "목사의 딸 & 레드하우스"는 암호해독 트릭입니다. 부유한 아버지의 백모로부터 돈은 없이 저택만 상속받은 목사의 딸이 집을 팔라는 끊임없는 권유와 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으로 괴로워 하다가 토미와 터펜스에게 조사를 의뢰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미 이 부분부터 눈치빠른 독자들은 "저택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라고 느끼실 것 같은데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갑니다.^^ 일종의 보물찾기로 꽤 괜찮은 암호문 (간단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잘 만든 암호문입니다)이 재미있습니다.

열세번째 작품 "대사의 구두"는 설정이 상당히 기발합니다. 자신의 구두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가진 사람과 가방이 바뀌었던 미국 대사가 가방이 바뀌었다고 하며 되찾아간 사람이 사실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토미와 터펜스 부부를 찾아오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거든요.
가방안에 들어있던 것은 대사의 구두 뿐이었기 때문에 토미와 터펜스는 구두 안에 무언가 다른것이 숨겨져 밀수 되었으리라 짐작하고 범인을 밝혀내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포튠이라는 탐정이 인용되는데 아직 작품을 읽지 못해서 아쉽더군요. 트릭은 대단치 않지만 워낙 설정이 독특하고 모험소설적인 부분이 많아서 빠져드는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작품 "16호 였던 남자"는 작품집 초반에 등장했던 수수께끼의 "16"이라는 숫자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러시아 스파이로 경찰이 체포를 노리는 수수께끼의 16호를 잡기 위한 마지막 모험이 벌어지는 내용으로 첩보물 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트릭도 제법 괜찮았습니다.

2004/08/24

명탐정 파커 파인 - 애거서 크리스티 / 유명우 : 별점 2점

명탐정 파커 파인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최근 구입한 여사님 단편집 중 4번째.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포와로나 마플양이 아닌 "파커 파인"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집으로, 파커 파인은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파커 파인과 상의 하십시오"라는 광고로 손님을 모으는 사람이죠. 지금 용어로는 "카운셀러"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 자칭 '마음의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무슨 사기꾼 같기도 합니다.^^ 하여간 이 작품집은 파커 파인이 등장하는 총 12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초반 6편 ("중년부인", "불만에 찬 군인", "절망에 빠진 부인", "불만에 빠진 남편", "도시 사무원", "부유한 부인")은 파커 파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는, 카운셀링(?)에 충실한 이야기들입니다.

첫번째 작품 "중년 부인"과 4번째 작품 "불만에 빠진 남편"은 파커 파인이 자신의 부하(?)들인 잘생긴 지골로 클로드 루트렐과 요부 마들렌 드 사라를 이용하여 질투 치정극을 해결하며 2번째 작품 "불만에 찬 군인"은 전속 작가(?) 올리버 부인의 각본으로 비슷한 의뢰를 해 온 두 남녀를 연결시켜 주는 내용, 3번째 작품 "절망에 빠진 부인"은 우연찮게 훔치게 된 다이아몬드 반지를 남모르게 돌려주려는 부인을 도와주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범죄를 밝혀낸다는 추리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고 5번째 작품 "도시 사무원"은 평범한 일상을 지루해 하던 사무원에게 첩보소설적인 활약을 하게 해 준다는 내용, 6번째 작품 "부유한 부인"은 부유한 부인의 공허함을 소박한 행복으로 채워준다는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준다는 말답게 추리적인 요소는 좀 약하네요. 하지만 이런 저런 인간 드라마를 읽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특히 유머가 넘치는 전개나 의외의 사건들은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추리물은 아니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하는 재미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반 6편은 본격 추리 단편들입니다. 파커 파인이 여행중에 사건을 전부 만나게 된다는 점과 연쇄살인 같은 큰 범죄는 등장하지 않는것이 특이하네요.

7번째 작품 "원하는 것 모두를 얻으셨나요?"는 남편의 수상한 편지를 보고 불안에 떠는 미모의 부인에게 닥친 보석 도난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내용으로 트릭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맛이 잘 살아 있거든요.
8번째 작품 "바그다드의 성문"은 살인사건으로 버스안에서 외상이 없이 죽은 군인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범작입니다. 크게 와 닿지는 않더군요.
9번째 작품 "시라즈의 저택"은 시라즈라는 페르시아의 오지에 은둔한 영국 명문 출신의 괴짜 귀족 아가씨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중반부에 트릭을 눈치챌 수는 있었지만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일종의 바꿔치기 트릭인데 파커 파인이 진상을 알아낸 이유 등이 합리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10번째 작품 "값비싼 진주"는 페트라를 여행하던 동행인들 중 미국의 부호의 딸 캐롤이 값비싼 진주를 잃어버리게 되는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역시 범작입니다. 트릭이나 구성이 그닥 좋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11번째 작품 "나일강의 죽음"은 소재나 이야기가 모두 크리스티 여사 스타일 그대로인 작품입니다. 거의 폐쇄된 밀실이라 할 수 있는 나일강 위 배의 선실에서 남편에게 서서히 독살당하고 있다고 믿는 그레일 부인이 독살된 시체로 발견된 뒤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죠. 초반부의 설정과 스토리 전개는 흥미진진하지만 결말은 용두사미로 끝나서 안타깝습니다. 솔직히 이 작품은 트릭적으로 수긍할 수 없었어요.
마지막 작품 "델피의 신탁"은 그리스에서 유괴당한 아들때문에 괴로워 하는 부인을 도와주는 이야기로 가벼운 소품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적합한 꽤 그럴듯한 엔딩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점은 없네요.

전체적으로 유머가 넘치고 인간미가 뛰어난 주인공이 등장해서 그런지 읽기에 편하고 그런대로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통 추리 팬으로서는 실망도 컸습니다. 파커 파인도 매력적이고 독특할 뿐더러 시대를 앞서간 감각 같은것도 느껴지지만 추리사적으로만 이야기한다면 명탐정 리스트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었으며 (여러모로 탐정보다는 카운셀러나 해결사에 가깝기도 하고요) 추리적인 완성도도 별로였으니까요. 그나마 7편과 9편 정도만 추리적으로 건질만 했습니다.
그래도 내용이 굉장히 부드럽고 쉬운 만큼 추리 초심자, 그 중에서도 여성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04/08/23

어쩌다 찾은 필독 추리소설 리스트...

추리소설 초심자를 위한 필독 작품 리스트 by 화요추리클럽 in 싸이월드

개인적으로는 이런 리스트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워낙 사람들마다 취향들이 다르니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 리스트는 초심자를 위해서 리스트를 선정하셨다고 하는 원 저자분의 노고가 엿보이는 리스트라 돋보입니다.

추리사적으로 인상적인 작품들과 정통파-하드보일드-첩보물 등 쟝르를 골고루 섞은 노력과 꽤 최근까지 올라오는 연대 등 여러모로 알찬 리스트인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일본 작품이 좀 적다는 것이 불만이긴 하지만...

그래서 저만의 리스트를 몇개 적어 보았습니다.

크리스티 - 포와로 수사집 / 화요일 클럽의 살인 (걸작 단편집 2권 추려보았습니다. 단편이고 유명 탐정이 등장하니 초심자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케멜먼 - 9마일은 너무 멀다 (역시 단편집을....^^)

엘러리 퀸 - 엘러리 퀸의 모험 / 새로운 모험 / Y의 비극 (역시 엘러리 퀸의 걸작 중단편집과 그 유명한 Y의 비극, 빼놓을 수 없겠죠)

도일 - 홈즈 시리즈 전집 (단편집을 더욱 추천합니다)

르블랑 - 뤼뺑 시리즈 (역시 단편집을 더욱 추천합니다)

엘린 - 특별요리

해미트 - 말타의 매

챈들러 - 기나긴 이별

에도가와 란포 - 고도의 마인 (외딴섬 악마)

마츠모토 세이쵸 - 점과 선

피터 러브시 - 가짜 경감 듀

마지막으로... 딕슨 카의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써 놓고 보니 단편집 투성이네요. 그래도 크게 살인사건이나 엽기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골랐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에도가와 란포는 가부가 좀 갈릴 것 같긴 하네요.

이것도 투표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패배한 개 - 애거서 크리스티 / 강호걸 : 별점 2.5점

크리스티 여사 단편집 몰아보기 3번째 입니다. 표제작인 "패배한 개"는 100여페이지에 달하는 중편, 나머지 7편은 20~30 페이지 내외의 비교적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집입니다.
패배한 개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해문출판사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서도 소개했지만 첫 작품이자 표제작인 "패배한 개"는 원래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 실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편집상 이 쪽으로 넘어와서 출간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작품만 다른 7편에 비교해 이야기가 더욱 길고 헤이스팅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내용은 저택의 자신의 방에서 살해당한 애스트웰 경의 살인사건을 포와로가 의뢰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이미 조카인 찰스 레버슨이 체포되어 여러가지 불리한 증거로 인해 거의 범인으로 확정된 상태이지만 애스트웰 부인은 여성의 직감을 내세워 비서인 오웬 트레퍼시스씨를 범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후 포와로가 저택에 머물며 애스트웰 경의 주위 사람들의 행적과 동기를 면밀히 조사하여 진범을 찾아내게 된다는 이야기죠.
분량이 제법 되는 중편이지만 트릭이 별로인데다가 이야기도 그닥 매끄럽지 못하며 포와로가 사건을 해결하는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는 등의 단점이 커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일종의 "함정수사"를 통해서 범인을 잡아내는 포와로의 비겁한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딱 한가지, 범인의 심리상태를 "패배한 개"에 비유하여 전개하는 방식 하나만큼은 괜찮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두번째 작품 "플리머스 급행열차"는 급행열차 안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대 부호의 딸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트릭도 괜찮고 이야기도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퍼즐 미스테리 단편이랄까요? 편집자 주석으로 달려있는 "독자에의 도전"도 괜찮았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세번째 작품 "승전 무도회 사건"은 가장 무도회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젊은 귀족 크론쇼 경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가장 무도회의 의상이 가장 중요한 트릭인데 시각적으로 그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포와로 특유의 "회색의 뇌세포"를 활용하는 추리 방식과 마지막의 연극적인 사건 해결 방식은 볼 만 합니다. 적당한 수준의 작품이었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네번째 작품 "마켓 베이징의 수수께끼"는 밀실에서 자살한 듯 발견된 시체를 놓고 벌어지는 굉장히 짤막한 작품입니다. 트릭이 굉장히 단순해서 독자의 맹점을 찌르는 맛은 있지만 작중 검시관이나 기타 관련자들까지 그 사실을 간과한다는 전개는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너무 쉽게 간 느낌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다섯번째 작품 "르미서리어 가문의 상속"은 전통있는 르미서리어 가문의 전설, 즉 "장자는 항상 불행하게 죽어 상속받지 못한다"라는 전설이 실제로 현대에도 이어져서 르미서리어 가문의 장자에게 비극적인 죽음이 닥치고 현재 상속자의 큰아들에게게도 위험한 사고가 닥치는 것을 해결하는 내용. 범인의 행동이나 동기가 마지막의 큰 반전으로 이르는 내용이 참 멋집니다. 역시 거장다워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여섯번째 작품 "콘월의 수수께끼"는 자신이 독살당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펜젤리 부인이 포와로에게 사건을 의뢰하며 귀가후 바로 독살당하게 되자 포와로가 자책하며 사건에 뛰어드는 내용입니다. 일종의 치정극 스타일로 범인을 옭아매는 포와로의 모습이 독특했던 작품입니다. 무난했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일곱번째 작품 "클럽의 킹"은 이국의 왕자와 곧 결혼하게 되는 배우 세인트클레어 양에게 닥친 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브릿지"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 중간 부분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아서 다른 작품들 만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습니다. 문화적 차이이기는 하지만... 별점은 2점입니다.

마지막 작품 "잠수함의 설계도"는 다른 앤솔로지에서 이미 읽었던 작품으로 수상의 저택에서 도난당한 잠수함 설계도를 찾아내기 위한 이야기인데 일종의 심리적 맹점을 노리고 쓴 듯 합니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비슷하다고 할까요? 정통 퍼즐 미스테리이긴 하지만 약간 변화구인것 같네요. 재미있긴 했지만 조금, 어떻게 보면 시시할 수 있는 이야기라 아쉬웠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인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별점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정통 퍼즐 미스테리의 애호가들이라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임에는 분명합니다. 첫번째 작품 이외에는 전부 헤이스팅스가 등장하는 것도 좋았고 정통파의 명제-"가장 수상한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를 충실히 따르는 이야기 전개 고전적인 전개도 마음에 들었고요. 다만, 이 명제를 너무 충실히 따라서 오히려 약점이 되는 점이 조금 안타깝기는 했습니다만... 뭐 쓰여진 시기를 감안해야겠죠.

읽고나서 생각해 보니 이야기가 거의 전부 케이블 TV에서 방영된 "크리스티 추리 극장"에 나왔던 이야기들이라 저는 더욱 즐겁게 읽었습니다. 녹화해 놓은 테이프를 다시 한번 찾아 봐야겠네요.

2004/08/22

탐정 레이디 X 시리즈 - 레이디 X 거울속의 나 - Aki morino : 별점 2.5점

레이디 X 거울속의 나 - 6점
모리노 아키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잊혀진 추리만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순정 전문 레이블 이슈 코믹스에서 발간된 "레이디 X - 거울속의 나" 입니다. 저자는 그림-모리노 아키, 원작 - 칸바야시 도시히코 입니다.

칸바야시라는 원작자는 대학생 추리작가로 "칸바야시 & 키리카"라는 시리즈가 유명한 듯 하군요. 이 작품 역시 모리노 아키에 의해 만화화 되어 있습니다. 무려 19권이나 나온 상당한 인기작인 모양인데 이상하게 국내에는 이 "Lady X"만 출간되어 있네요.
이 작품은 레이디 X - 네가미 에리라는 사립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2가지의 단편을 하나로 엮은 옴니버스 단편집 형태를 띈 작품집입니다. 네가미 에리는 Negami Eli라는 이름자체가 에나그램, 이름바꾸기에 의해 Enigma Lie (수수께끼, 거짓말)이라고 해석되는, 과거가 알려지지 않은 존재로 백장미 문신을 한 미모의 여탐정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밀레이디냐!) 나름의 배경이나 복선이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해서 일단 패스....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거울속의 나"는 가부키계를 무대로 가부키계의 명문 아카시 가문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야에몽의 첩의 아들 츠키야와 야예몽의 아내 치에코가 차례로 살해되고 이것을 네가미 에리가 해결하는 이야기로 일본 전통 가부키 춤인 "쿄가노코 무스메도죠지" 자체를 트릭으로 이용하고 고풍스러운 전통 가옥의 모기향과 밤에 빛나는 수수께끼의 백사(白蛇)의 존재가 중요 트릭으로 작용하는 등 일본적인 문화와 설정을 전체적인 수수께끼에 포함시켜 진행시키는 것이 꼭 "혼징 살인사건" 같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범인의 정체가 좀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이라 아쉬움이 남네요. 트릭은 고민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좀 아귀가 안 맞는다랄까요?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두번째 작품 "A의 장렬"은 첫번째 작품과 비슷하게 일본 전통 문화의 하나인 코토 (거문고 비스무레한 현악기)의 명문 오쿠타류 자이젠 파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이젠 가의 종가(당주) 레이지의 의뢰로 17년전에 벌어진 선대 종가 이이즈카 아키코의 의문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은 네가미 에리는 오히려 레이지의 자살과 레이지의 형제인 유키히토, 야스토모 씨의 연쇄 살인 사건에 직면하고 이 사건을 명쾌하게 밝혀내게 됩니다.

이 작품 역시 자이젠가에 전해내려오는 코토 아카츠키의 전설 (코토를 빼앗은 자가 연주하면 죽음을 당하게 된다...) 과 코토 연주 방식 등을 트릭에 잘 조화시켜 구성한 작품으로 저는 오히려 첫 작품 "거울속의 나" 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완성도랄까... 하여간 범인이나 사건의 동기 등이 전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름의 복선이나 반전도 깔려 있어서 괜찮았거든요.

모리노 아키의 전형적인 순정만화 스타일의 그림은 왠지 추리 만화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의외로 사건의 디테일이나 구성면에서 괜찮은 수준을 보여주며 칸바야시씨의 원작 역시 일본문화를 주요 소재로 다루어 독특한 분위기를 전해주면서 작품을 상당히 괜찮은 수작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좌 : 주요 트릭 중 하나인 카부키 "쿄가노코 무스메 도죠지 / 우 : 코토 연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조금은 아동 취향인 김전일이나 코난같은 시리즈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색다른 작품입니다. 만화 자체의 문법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또 일본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만큼 친숙하지 않으므로, 소설보다는 그림으로 설명이 어느정도 되는 만화가 훨씬 적합하다고 보여지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꼭 시리즈로 나올 것 처럼 출간된지 어언 4년째네요. 다음 시리즈가 나오리라 기대는 하지 않지만 앞서 이야기한 "칸바야시 & 키리카" 시리즈나 좀 나와 주었으면 합니다.

2004/08/21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 애거서 크리스티 / 황해선 : 별점 3점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해문출판사

네, 바로 이어서 또다른 단편집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을 읽었습니다. 사실 아주 오래전에 읽기는 했지만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어차피 단편집은 좋아하니 소장용으로 구입해도 괜찮다 싶어 구입하게 되었네요.

첫번째 단편이자 표제작인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은 크리스티 여사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춰서 쓴 듯한 경쾌하고 유쾌한 단편입니다. 한 외국 왕자의 스캔들을 해결하기 위해 왕자가 도둑맞은 보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포와로가 도둑이 초대받았다는 영국 시골의 킹스 레이시 저택에 찾아가 레이시 가문 사람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사건 자체가 살인사건이 아니라 소박하기도 하고, 아무도 죽지 않으며 악당만 손해보는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스토리 구조로 이루어져 추리소설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포와로의 캐릭터도 잘 살아있어서 아주 유쾌하고요. 특히 아이들과 벌이는 두뇌게임(?)이 재미있습니다.
"완전범죄"형 사건이 아니라서 트릭이랄게 별로 없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별다른 사건과 트릭 없이 복잡한 복선들과 대화들만을 가지고 하나의 수준높은 단편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크리스티 여사의 거장으로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두번째 단편 "스페인 궤짝의 비밀"은 밀실에서의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정통파 퍼즐 미스터리 본격 추리물입니다.
리치 대령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 예정이다가 급한 일로 스코틀랜드로 가게되어 불참하게 된 클레이턴씨가 다음날 리치 대령의 집 거실에 놓여있는 스페인 궤짝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클레이턴 부인의 도움을 요청받은 포와로가 "회색의 뇌세포"를 이용하여 사건을 명쾌하게 풀어낸다는 내용이죠.
살인사건의 트릭 자체도 괜찮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레몬양의 캐릭터가 아주 잘 표현되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어요. 사건의 해결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 라는 것 정도가 유일한 약점이랄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세번째 단편 "꿈"은 매일 특정시각에 자살하는 꿈을 꾸는 백만장자의 상담을 받은 포와로가 실제로 그 시간에 백만장자가 자살하게 되자 참고인으로 불려언 뒤, 그야말로 앉은 자리에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으로 포와로의 추리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죠.. 트릭 자체야 신선할게 없지만 독자와의 두뇌게임이 비교적 공정한 편이고 사건의 해결도 깔끔한 우수한 단편입니다. 역시나 별점은 3점.

마지막 작품 "그린쇼의 아방궁"은 마플양이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입니다. 부유한 노부인 그린쇼 양의 의문의 살인사건을 현장 한번 방문하지 않고 관련자들의 증언과 진술만으로 진상을 짚어내는 마플양 특유의 모습이 잘 그려진 작품이죠. 다만 트릭면으로는 "꿈"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꿈" 바로 뒤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린쇼 양의 의미없어 보이는 말들과 마플양의 사소한 주변 사건들이 결국 진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역시 명불허전이에요. 역시 별점은 3점입니다.

결론 내리자면 전체 평균 별점은 3점. 포와로와 마플양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좋은 단편집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예전에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정말 십년이상 된 듯 하고 그래서인지 트릭이나 내용이 모두 신선하게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해문측의 편집인지, 아니면 전집에서 원래 그렇게 편집을 했는지 전부 6편의 작품이 실려있는 단편집이 4편만 실려있는 것으로 편집되어 있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쁘네요. 모처럼 크리스티 여사가 요리에 비유하며 소개글까지 써 놓았는데 2편이나 빠지다니... "패배한 개"는 이번에 단편집을 구입했지만 24마리의 검은 티티새때문에 "쥐덫"을 또 살 생각은 없으니 이빨을 맞추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2004/08/20

헤라클레스의 모험 - 애거서 크리스티 / 황해선 : 별점 2점

헤라클레스의 모험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해문출판사

알라딘 할인행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동안 구입을 미루어 두었던 해문의 빨간책 아가사 시리즈 중 읽지 않았던 단편집을 전부 구입했습니다. 제일 먼저 읽은 것은 에르큘 포와로의 "헤라클레스의 모험" 입니다. 에르큘이라는 이름과 헤라클레스를 연결시켜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의 12가지 모험을 재구성하여 이루어진 작품집이죠.

  1. 네메아의 사자
  2. 레르네의 히드라
  3. 아르카디아의 사슴
  4.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5.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
  6. 스팀팔로스의 새
  7. 크레타섬의 황소
  8. 디오메데스의 말
  9. 히폴리테의 띠
  10. 게리온의 무리들
  11. 헤스페리스의 사과
  12. 케르베루스를 잡아라

라는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의 모험의 제목을 그대로 딴 12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포와로가 12가지의 사건 (모험?)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이 중 비교적 괜찮았던 작품은 탈옥한 흉악한 죄수가 숨어든 고립된 호텔에서의 범죄를 다룬 4편 "에리만토스의 멧돼지"와 유전되는 광인의 피를 괴로워하는 젊은 청년과 그의 아버지의 비극을 다룬 7편 "크레타섬의 황소", 도난당한 루벤스의 그림과 실종된 여학생의 연관성을 다룬 9편 "히폴리테의 띠" 입니다. 트릭이나 설정, 전개가 무난한 편이고 추리적인 재미, 이야기의 전개도 깔끔하거든요.
강아지 도난 사건을 다룬 1편 "네메아의 사자"와 소문의 무서움을 다룬 2편 "레르네의 히드라", 한눈에 반한 금발머리 하녀를 찾아달라는 정비공의 의뢰를 다룬 3편 "아르카디아의 사슴", 저질 신문의 스캔들 폭로때문에 두려워 하는 정치가의 이야기인 5편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 한 부자가 잃어버린 골동품 황금잔을 찾는 11편 "헤스페리스의 사과"는 소품 느낌이 강한 범작들이었어요. 비교하자면 다른 가벼운 소품 단편집이었던 "리스터데일 미스테리"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간단한 사기극을 보여주는 6편 "스팀팔로스의 새"와 8편 "디오메데스의 말"은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며, 사이비 교주와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10편 "게리온의 무리들"과 포와로의 예전의 사랑! 백작부인이 깜짝 출연하는 마약범죄물 12편 "케르베루스를 잡아라"는 그야말로 최악의 작품들이었습니다.
특히 10편 "게리온의 무리들"은 신화와 최대한 비스무레하게 설정하려는 캐릭터들은 좋았지만 사이비 종교 교주의 살인 트릭이 여사님답지 않은 대충대충 느낌이 강해서 12편 중에서도 가장 형편없는, 수준 이하의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제가 읽은 여사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사님의 욕심이 과했던 걸까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신화에 끼워 맞추려는 억지성이 짙고 기대만큼의 재미와 트릭, 추리적 흥분을 가져다 주는 작품은 부족한 기대이하의 단편집입니다.

2004/08/17

하이 윈도 - the High Window : 레이먼드 챈들러 / 박현주 : 별점 2.5점

하이 윈도 - 6점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북하우스

-아래 줄거리 및 감상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립탐정 필립 말로우는 머독부인이라는 괴상한 노부인에게서 집나간 며느리가 훔쳐간 머독 집안의 보물 - 브랴셔 더블린 금화- 을 되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금화를 장물이라 생각해 연락해온 화폐상 모닝스타를 조사하던 중, 얼빠진 초보 탐정 필립스의 협조 제의를 받고 아파트로 찾아가게 되나 그곳에서 필립스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시체 발견 시의 정황 때문에 경찰에게도 심문 받는 등 궁지에 몰린 말로우가 모닝스타의 시체까지 발견한 뒤, 머독부인은 사건을 끝내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갱 두목에게서 조사를 요청 받은 머독 부인의 며느리 린다와 친분이 있던 갱 두목 부인의 정부 바니에르와 사건이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고, 우연히 방문한 머독 부인의 비서 멀 데이비스 덕분에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간만에 읽은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소설. "안녕 내사랑" 읽은 이후 처음이네요. 얼마전에 번역 출간된 북하우스의 시리즈입니다. 출간 자체가 반가운 탓에 기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의 공식을 따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복선을 깔고 있는 의뢰, 의뢰를 조사하던 중 점점 커지는 사건, 의외의 등장인물들이 얽혀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점 등이 그러합니다.
이런 공식은 대부분의 하드보일드가 따르기에 자칫 잘못하면 진부하거나 식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오리지널리티가 숨쉬는 거장 레이몬드 챈들러의 작품인 덕에 범작 이상의 재미와 흥분을 전해 줍니다. 또 의외로 말로우 답지 않은 의외의 기사도 정신이 등장하는 후반부, 팜므파탈이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점 등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차별화 포인트도 분명하고요. 오히려 머독 부인이라는 노부인이 팜므파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도 독특했어요.
중간중간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사건 전개, 특히 바니에르의 친구 치기공사 티거와 "브랴셔 더블린"을 연결시키는 핵심적인 트릭은 약간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역할 분담 및 전개가 무난하며, 챈들러 특유의 문체가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권선징악이랄까... 악인이 어떤식으로든 처벌받는 그간의 하드보일드 공식과는 다르게 조금 흐지부지 끝나는 결말은 아쉽습니다. 말로우의 표현대로 그 싸이코 할망구에게 "양손에 야구 방망이 두개씩 든 양키스 팀의 외야수" 정도는 끌고가서 맛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 개인적으로는 외야수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입니다. 그래봤자 3명인데, 최소한 구단 전체 선수는 동원해야...)

여튼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5점. 흥미진진하고 몰입하여 재미있게 읽었지만 챈들러 작품치고는 범작이라 생각됩니다. 유별나게 재미있거나 특기할 만한 점은 없거든요. 다만 그다지 사람이 많이 죽지는 않고 사건의 전개도 깔끔하며 나름대로 여성에 대한 미덕(?) 이 살아있는 편이니 여성분들의 입문서로 최적의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뒷부분 해설을 보니 흑백시절 2편이나 영화가 제작되었더군요. "빅 슬립"은 영화로 보았는데 이 영화들도 한번쯤은 보고 싶어집니다.

PS : 번역은 무난하지만 북커버와 제목은 조금 불만이네요. "하이 윈도"라.....

2004/08/15

LA 컨피덴셜 - 제임스 엘로이 / 한영성 : 별점 4점

L.A. 컨피덴셜 2 - 8점 제임스 엘로이 지음, 한영성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블랙 다알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 된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

2차 대전의 전쟁영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비겁자로 혼자만 살아남은 비밀을 가지고있는 에드 엑슬리, 마약범들과의 총격전때 약물에 취한채로 민간인을 사살했던 과거를 숨기고 있는 “쓰레기통” 잭 빈센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폭력성향에 이끌리는 버드 화이트, 이 세명의 경관을 주인공으로 하여 “나이트 아울” 사건이라는 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잔혹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1950년에서 1958년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1950년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유치장에서의 있었던 폭력 사건인 “유혈의 크리스마스” 사건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동료들을 팔아넘긴 에드 엑슬리, 친구와 파트너와의 의리로 증언을 거부한 버드 화이트, 거래를 통해 실속을 챙기는 잭 빈센즈는 서로 밀접하게 얽히게 됩니다. 이후 에드 엑슬리가 조사하던 “나이트 아울” 사건, 에드 엑슬리가 조사하던 창녀 연쇄 살인사건, 잭 빈센즈가 조사하던 불법 포르노 제조 사건 3가지의 사건이 주요 용의자와 관련 인물들의 조합을 통해 서로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세명은 힘을 합쳐 사건의 배후에 있던 피어스 파쳇, 그리고 진정한 배후의 “거물”을 알아차리게 된다는 내용인데 방대하고 복잡한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등장인물도 많고, 죽는 사람도 많고, 이름도 제각각일 뿐더러 벌어지는 사건도 워낙 많아서 제대로 읽는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니까요.

하지만 역시나 하드보일드의 대가인 제임스 엘로이다워요. 이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결국 하나로 엮어서 큰 줄기로 훝어 내리는 재미와 흥분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복잡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거의 모든 묘사들은 다 복선이나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지고 등장인물 한명 한명 모두가 사건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거든요. 각종 기사와 보고서, 캘린더, 편지 등을 소설에 잘 융합시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제임스 엘로이다운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묘사도 여전하고 왠지 모를 작가의 경찰 조직에 대한 혐오감 역시 잘 나타나 있습니다. 50년대의 LA 시민들이 대체 어떻게 경찰을 믿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인간 쓰레기에 가까운 경찰들에 대한 묘사는 명불허전!
범죄와 범죄자, 경찰들에 대한 하드보일드로서, 특히 후반부에 독자들도 이미 전부 알고 있는 정보들을 토대로 진정한 배후를 유추해내는 추리적인 부분까지 뛰어난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4점. 영화를 몇 년전에 꽤 재미있게 본 이후 계속 읽고 싶다가 겨우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는데 영화를 본 직후에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흐릿하지만 상당히 각색이 많이 되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군요. 특히 세 주인공의 과거와 비밀 부분에 대한 묘사는 소설에서 상당히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는데 그러한 부분은 전부 삭제되어 있고 복잡한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 거의 빠져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소설은 그러한 부분에서 지나칠 정도로 자세한 묘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도 굉장히 뛰어난 편이지만….소설과 비교해 보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다시 한번 구해봐야 겠네요.

2004/08/08

5000 Hit!

저의 인기없는 블로그도 어느덧 5000 Hit를 기록했네요.

이미 방문자수가 몇만을 헤아리는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는 미약하지만^^

이제 10,000 Hit를 향해서!

누구나 비밀은 있다 - 장현수

 


재즈바의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셋째 미영은 자유연애주의자이다. 자신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물망초 남자, 상일이 있지만 순진한 남자는 끌리지 않는다. 어느 날, 재즈바에 손님으로 온 수현을 보고 그 준수한 외모와 깔끔한 매너에 반하게 된다. 이 남자, 딱 내 타입이다! 제대로 걸렸다!

사랑? 섹스? 궁금한 건 뭐든지 책에서 배우는 학구파 대학원생 둘째 선영. 스물 일곱, 아직 처녀다. 사랑은 벼락처럼 도둑처럼 갑자기 찾아 온다고 믿는 선영은 어느 날, 집으로 인사하러 온 동생의 애인 수현을 보는 순간, 벼락을 맞은 듯한 전율을 느낀다. 이 남자, 동생의 애인이지만 갖고 싶다!

결혼 전보다 오히려 섹스 횟수는 줄었고 남편은 가족하고는 동침하는 것이 아니라니 첫째 진영에게 사랑은 과거형일 뿐. 그런 진영에게 동생의 애인인 수현이 '귀여움'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진영도 자신에게 전해지는 이 남자의 시선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이 남자, 속 마음이 궁금하다!

진영, 선영, 미영 세 자매가 동시에 사랑하게 된 수현. 도대체 수현의 어떤 매력이 세 자매를 사로잡은 것일까? 세 자매와 한 남자의 아찔한 애정행각. 그 은밀한 비밀이 조심스럽게 밝혀진다


간만에 극장가서 본 영화입니다. 익히 알려진 정보대로 이병헌을 중심으로 세 자매의 은밀한 이야기가 뒤섞이는 코미디 성격이 강한 로맨틱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계속 불쾌함이 느껴졌습니다. 화랑을 경영하며 오픈카를 타고다니며 패션감각이 뛰어난 바람둥이 이병헌과 재즈바 사장의 딸들로 넓은 2층집에서 살며 온갖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세 자매들의 설정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뭐.. 제가 그렇게 살지 못해서 더 위화감을 느꼈을지는 모르지만요 ㅜ.ㅜ

이야기도 세 자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엮은 형식인데, 첫번째 이야기인 미영의 이야기와 두번째 이야기 선영의 이야기까지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세번째 이야기인 진영의 이야기는 전체 내용과 별로 잘 어울리지도 않고, 사족으로만 느껴져서 아쉽더군요. 추상미는 못 보던 사이에 굉장히 나이 들어 보여서 안타깝기도 하고요...

전체적으로 이병헌의 플레이보이 전략과 감칠맛 나는 대사들, 세 자매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에서 절묘하게 편집한 이야기 구조 등은 상당히 재미있었고 촬영과 음악 등에서 완성도도 괜찮은 수준이지만 비현실적인 설정과 내용으로 공감할 수 없었던 영화입니다. 사실 주인공 이름들과 배우들만 빼면 대체 이 영화가 한국 영화인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영국영화 리메이크라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 리메이크할때는 각색을 안하나요? 그리고, 이병헌이 과연 이 영화에 적역이었을까요?

그래도 두번째 이야기 선영의 이야기만은 괜찮습니다. 최지우가 귀엽게 나오기도 하지만 이야기도 가장 재미있고 몰입할 수 있었거든요. 편집도 가장 맛깔나게 잘 되어 있어서 추천합니다. 그나마 세 여배우가 좀 더 벗어주기만 했어도 돈이 좀 덜 아까왔을텐데......

간만에 서점에서 새책을 샀습니다.

인디언 탐정물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인 토니 힐러만의 "고스트 웨이"를 오늘 삼성동 코엑스몰의 반디앤루니스에서 샀습니다. 새책을 사도 인터넷 서점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라 서점에서 책을 산 것이 정말 오랫만인것 같아 새롭더라고요^^

역시 여름에는 추리소설이죠^^ 재미있게 읽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대충 훝어보니 이전에 읽었던 "카치나의 춤"이나 "시간의 도둑"보다 먼저 발표된 것 같은데 출판사가 달라서 확인이 안되는군요. 어쨌거나 민음사에서 추리소설이 간행된 것은 어찌되었건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PS : 헌책방에서 제임스 엘로이의 "LA컨피덴셜"도 구입했습니다. 두권에 2000원!

2004/08/06

삼대관의 괴사사건 (三大官의 怪死事件)


"삼대관의 괴사사건"

SF 전문 사이트 HardPlanet에 실린 1935년 과학조선 연재작 입니다.

"과학소설"이라는 장르로 되어 있지만 내용은 모국의 삼대 외교관 (공사, 총영사, 국장)의 의문의 죽음을 다룬 추리 소설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나름대로 자살을 가장한 타살, 밀실 살인 등 정통 추리물에 가까운 분위기가 잘 살아 있습니다.

워낙 예전 작품이다 보니 그 트릭에는 쉽게 수긍할 수 없고, 트릭 자체도 현실성은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독특한 문체와 고풍스러워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때문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무려 70여년 전에 이런 작품이 국내에 발표되었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저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어서 조금 아쉽네요.

워낙 짧은 글이기 때문에 쉬어가는 기분으로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소개해드립니다.

2004/08/03

하늘에서 본 지구 - 얀 아르튀스-베르트낭

세계적인 항공 사진 작가 Yann Arthus-Bertrand가 150여개 국 상공에서 인류의 문명과 지구의 자연,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교섭하고 소통해온 역사를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포착, 기록한 항공사진 야외 전시회.

회사가 코엑스 근처라 우연찮게 보게 되었는데 정말 한번 볼 만 합니다. 정말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은 오묘하더군요.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우리나라 사진 2장만 빼고는 말이죠.
공짜이니 가까우시거나 기회 되시는 분들은 꼭 한번 들려보세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일시 : 2004년 7월 27일 ~ 2004년 9월 27일
장소 : 서울 코엑스 야외 전시장 (동측 광장)

타이거! 타이거! - 알프레드 베스터 / 최용준 : 별점 2.5점

타이거! 타이거! - 6점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최용준 옮김/시공사

이 책은 SF 매니아인 형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그간 어려운 책들로 머리가 지친터라 쉽게 쉽게 한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있던 참에 꽤 재미있다고 해서 주저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존트라 불리는 텔레포트가 일반화되어 혼란한 25세기, 무기력한 삼류 인생인 걸리버 포일은 난파된 우주선에서 자신을 버리고 간 '보가호'에게 복수하기 위해 분노하며 복수에 모든 것을 바친다. 우여곡절끝에 얼굴에 "방랑자"라는 문신까지 새겨진 후 지구에 복귀한 포일은 자기가 난파되었던 우주선에 실려있는 금괴를 탈취하여 "포마일"이라는 거부로 변신하여 "보가호"의 승무원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원래 자신의 배에 실려있었던 엄청난 폭발물과 포일의 "우주 존트"의 비밀이 얽히며 사건은 점차 우주적인 범위까지 확대된다.....

우선은 재미있게 읽은 것은 분명합니다. 기본이 된 주인공 걸리버 포일의 "복수" 이야기가 드라마 자체로서 굉장히 멋질 뿐더러, "존트"라는 순간이동의 개념을 구체화 시킨 것이나 인체개조, 우주 방랑자, 행성 연합간의 전쟁 등 수많은 매력적인 (그러나 다분히 만화적인!) 설정들은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특히 이 소설의 핵심인 "존트"라는 설정이 굉장히 재미있고 기발합니다. 일종의 순간이동으로 이 시대의 사람들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설정, 방법은 이동하려는 장소의 정확한 위치와 좌표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뇌의 전두엽을 절개하면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아직 우주적 범위로의 존트는 성공된 적이 없다는 점 등 디테일과 설정면에서 가히 최고 수준입니다.

작가 알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는 이전에 이미 읽어 보았었지만 이 책도 유사한 "광기"를 다루는 점에서는 비슷한데 그만큼 광기에 대한 독특한 묘사는 대단하며, 후반부의 포일의 초월의 경지를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묘사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번역한 번역도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선전하는 것 처럼 "몽테크리스토 백작"류의 복수담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더군요. 뭐 중반부까지는 상당히 비슷한 수준으로 전개되지만 후반부에서부터 포일의 "우주 존트"가 구체화 되며 범 우주적인 초월적 경지까지 이야기가 확대되어 버립니다. 이러한 초월적 경지보다는 단순한 복수극으로 끝나는게 더 제 취향에 어울렸을것 같은데 아쉽더군요. 항상 SF는 너무 어렵게 끝나서 문제랄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조금 어려운 후반부 덕에 약간 감점하지만 작가의 이력이 말해주듯 영화적, 만화적 상상력이 대단하여 읽는 재미는 충분히 전해주는 것은 분명한 만큼, 장르문학 애호가 분들께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PS : 예전에 만화가 고유성씨 께서 이 작품을 만화화 하다가 여러 사정에 의해 중간에 중단하셨다고 하더군요. 만화 쪽이 더 어울렸을 내용임에는 분명하지만 고유성씨도 후반부의 초월적(?) 부분 묘사에 부담을 느끼시고 그만 두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간혹 듭니다.

2004/08/02

미래로 간 사나이 (불사판매 주식회사) - 고유성

열화와 같은 (정말?) 몇몇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집에 소장하고 있던 예전 "고유성 SF 걸작선 2집" CD를 꺼내어 불사판매 주식회사 만화 버젼의 소개를 할 까 합니다. 드림테크라는 정체모를 기업에서 제작한 것인데 386시대에 맞춘 물건이라 화질이 영 안좋습니다.... 그래도 참고 봐주실 분들은 아래를 확인하시거나, 안 보인다면 링크를 눌러 주세요!

착실한 조선소 용접공 유탄, 그는 기능 올림픽에서 상도 탄 유능한 청년으로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외출한 어느 일요일, 교통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정신을 차리니 그가 있는 곳은 100년 후의 미래! 불사 판매 주식회사의 김득배 사장의 농간에 의해 육체마저 바뀌게 된 그는 김득배 사장의 불사 의식중에 끼어든 정체불명의 유령과 마주치게 됩니다.


불사 판매 주식회사와 결별하고 그는 혼자 살아갈 결심을 굳히지만 그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결국 직업을 찾다가 새로 얻은 육체의 강건함을 믿고 "사냥꾼" 이라는 직업을 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무기를 써 본 경험도 없는 그는 예전 방위시절에 익혔던 "총검술"을 택하여 첫 사냥에 나섭니다.

그의 첫 사냥의 상대는 잔인하기로 유명한 아수라 가문의 후계자. 그는 그와의 사투끝에 승리합니다.

고유성씨의 개그센스(?)에 주목!

이후 사냥에서 모은 돈으로 대학 박사과정까지 마친 그는 불사 판매 주식회사의 음모에 걸려들어 위기에 처하며 그를 죽이기 위해서 고용된 사냥꾼 시절의 파트너 "삼돌이"와 마주치게 됩니다.

등장인물도 한명도 빠짐없이 등장하며 스토리 전개방식도 원작과 거의 같지만 고유성씨 특유의 각색과 유머감각으로 상당히 멋드러지게 되살아 난 괜찮은 작품입니다. 화질만 더 좋았다면 금상첨화 였을 텐데 말이죠.

다만... 엔딩은 원작과 약간 다릅니다. 이 작품에서는 유탄이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미래에서 익힌 지식으로 성공하게 되지만 삼돌이가 다시 등장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대본소용 시절의 고유성 씨 작품이라 잡지 연재작에 비해 작화 퀄리티는 조금 떨어지지만 고유성 씨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좋은 각색 작품입니다. 역시 한국 SF는 고유성씨가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