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윈도 -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북하우스 |
-아래 줄거리 및 감상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립탐정 필립 말로우는 머독부인이라는 괴상한 노부인에게서 집나간 며느리가 훔쳐간 머독 집안의 보물 - 브랴셔 더블린 금화- 을 되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금화를 장물이라 생각해 연락해온 화폐상 모닝스타를 조사하던 중, 얼빠진 초보 탐정 필립스의 협조 제의를 받고 아파트로 찾아가게 되나 그곳에서 필립스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시체 발견 시의 정황 때문에 경찰에게도 심문 받는 등 궁지에 몰린 말로우가 모닝스타의 시체까지 발견한 뒤, 머독부인은 사건을 끝내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갱 두목에게서 조사를 요청 받은 머독 부인의 며느리 린다와 친분이 있던 갱 두목 부인의 정부 바니에르와 사건이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고, 우연히 방문한 머독 부인의 비서 멀 데이비스 덕분에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간만에 읽은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소설. "안녕 내사랑" 읽은 이후 처음이네요. 얼마전에 번역 출간된 북하우스의 시리즈입니다. 출간 자체가 반가운 탓에 기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은 전형적인 하드보일드의 공식을 따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복선을 깔고 있는 의뢰, 의뢰를 조사하던 중 점점 커지는 사건, 의외의 등장인물들이 얽혀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점 등이 그러합니다.
이런 공식은 대부분의 하드보일드가 따르기에 자칫 잘못하면 진부하거나 식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오리지널리티가 숨쉬는 거장 레이몬드 챈들러의 작품인 덕에 범작 이상의 재미와 흥분을 전해 줍니다. 또 의외로 말로우 답지 않은 의외의 기사도 정신이 등장하는 후반부, 팜므파탈이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점 등 다른 작품과 구별되는 차별화 포인트도 분명하고요. 오히려 머독 부인이라는 노부인이 팜므파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도 독특했어요.
중간중간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사건 전개, 특히 바니에르의 친구 치기공사 티거와 "브랴셔 더블린"을 연결시키는 핵심적인 트릭은 약간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역할 분담 및 전개가 무난하며, 챈들러 특유의 문체가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권선징악이랄까... 악인이 어떤식으로든 처벌받는 그간의 하드보일드 공식과는 다르게 조금 흐지부지 끝나는 결말은 아쉽습니다. 말로우의 표현대로 그 싸이코 할망구에게 "양손에 야구 방망이 두개씩 든 양키스 팀의 외야수" 정도는 끌고가서 맛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 개인적으로는 외야수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입니다. 그래봤자 3명인데, 최소한 구단 전체 선수는 동원해야...)
여튼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5점. 흥미진진하고 몰입하여 재미있게 읽었지만 챈들러 작품치고는 범작이라 생각됩니다. 유별나게 재미있거나 특기할 만한 점은 없거든요. 다만 그다지 사람이 많이 죽지는 않고 사건의 전개도 깔끔하며 나름대로 여성에 대한 미덕(?) 이 살아있는 편이니 여성분들의 입문서로 최적의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뒷부분 해설을 보니 흑백시절 2편이나 영화가 제작되었더군요. "빅 슬립"은 영화로 보았는데 이 영화들도 한번쯤은 보고 싶어집니다.
PS : 번역은 무난하지만 북커버와 제목은 조금 불만이네요. "하이 윈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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