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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4

명탐정 파커 파인 - 애거서 크리스티 / 유명우 : 별점 2점

명탐정 파커 파인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최근 구입한 여사님 단편집 중 4번째.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포와로나 마플양이 아닌 "파커 파인"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집으로, 파커 파인은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그렇지 않으면 파커 파인과 상의 하십시오"라는 광고로 손님을 모으는 사람이죠. 지금 용어로는 "카운셀러"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 자칭 '마음의 질병을 치료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무슨 사기꾼 같기도 합니다.^^ 하여간 이 작품집은 파커 파인이 등장하는 총 12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초반 6편 ("중년부인", "불만에 찬 군인", "절망에 빠진 부인", "불만에 빠진 남편", "도시 사무원", "부유한 부인")은 파커 파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는, 카운셀링(?)에 충실한 이야기들입니다.

첫번째 작품 "중년 부인"과 4번째 작품 "불만에 빠진 남편"은 파커 파인이 자신의 부하(?)들인 잘생긴 지골로 클로드 루트렐과 요부 마들렌 드 사라를 이용하여 질투 치정극을 해결하며 2번째 작품 "불만에 찬 군인"은 전속 작가(?) 올리버 부인의 각본으로 비슷한 의뢰를 해 온 두 남녀를 연결시켜 주는 내용, 3번째 작품 "절망에 빠진 부인"은 우연찮게 훔치게 된 다이아몬드 반지를 남모르게 돌려주려는 부인을 도와주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범죄를 밝혀낸다는 추리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고 5번째 작품 "도시 사무원"은 평범한 일상을 지루해 하던 사무원에게 첩보소설적인 활약을 하게 해 준다는 내용, 6번째 작품 "부유한 부인"은 부유한 부인의 공허함을 소박한 행복으로 채워준다는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준다는 말답게 추리적인 요소는 좀 약하네요. 하지만 이런 저런 인간 드라마를 읽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특히 유머가 넘치는 전개나 의외의 사건들은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추리물은 아니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하는 재미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후반 6편은 본격 추리 단편들입니다. 파커 파인이 여행중에 사건을 전부 만나게 된다는 점과 연쇄살인 같은 큰 범죄는 등장하지 않는것이 특이하네요.

7번째 작품 "원하는 것 모두를 얻으셨나요?"는 남편의 수상한 편지를 보고 불안에 떠는 미모의 부인에게 닥친 보석 도난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는 내용으로 트릭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맛이 잘 살아 있거든요.
8번째 작품 "바그다드의 성문"은 살인사건으로 버스안에서 외상이 없이 죽은 군인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범작입니다. 크게 와 닿지는 않더군요.
9번째 작품 "시라즈의 저택"은 시라즈라는 페르시아의 오지에 은둔한 영국 명문 출신의 괴짜 귀족 아가씨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중반부에 트릭을 눈치챌 수는 있었지만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일종의 바꿔치기 트릭인데 파커 파인이 진상을 알아낸 이유 등이 합리적이라 마음에 듭니다.
10번째 작품 "값비싼 진주"는 페트라를 여행하던 동행인들 중 미국의 부호의 딸 캐롤이 값비싼 진주를 잃어버리게 되는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역시 범작입니다. 트릭이나 구성이 그닥 좋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11번째 작품 "나일강의 죽음"은 소재나 이야기가 모두 크리스티 여사 스타일 그대로인 작품입니다. 거의 폐쇄된 밀실이라 할 수 있는 나일강 위 배의 선실에서 남편에게 서서히 독살당하고 있다고 믿는 그레일 부인이 독살된 시체로 발견된 뒤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죠. 초반부의 설정과 스토리 전개는 흥미진진하지만 결말은 용두사미로 끝나서 안타깝습니다. 솔직히 이 작품은 트릭적으로 수긍할 수 없었어요.
마지막 작품 "델피의 신탁"은 그리스에서 유괴당한 아들때문에 괴로워 하는 부인을 도와주는 이야기로 가벼운 소품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적합한 꽤 그럴듯한 엔딩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점은 없네요.

전체적으로 유머가 넘치고 인간미가 뛰어난 주인공이 등장해서 그런지 읽기에 편하고 그런대로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통 추리 팬으로서는 실망도 컸습니다. 파커 파인도 매력적이고 독특할 뿐더러 시대를 앞서간 감각 같은것도 느껴지지만 추리사적으로만 이야기한다면 명탐정 리스트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었으며 (여러모로 탐정보다는 카운셀러나 해결사에 가깝기도 하고요) 추리적인 완성도도 별로였으니까요. 그나마 7편과 9편 정도만 추리적으로 건질만 했습니다.
그래도 내용이 굉장히 부드럽고 쉬운 만큼 추리 초심자, 그 중에서도 여성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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