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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9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마이클 더다 / 김용언 : 별점 2.5점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6점
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을유문화사

퓰리처 상을 받은 평론가 마이클 더다가 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창조자 코난 도일에 대한 일종의 헌사. 본인이 얼마나 셜록 홈즈와 코난 도일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에세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더다가 어린 시절 <바스커빌가의 개>를 처음으로 접했던 것으로 시작하는데 어린 시절 "계림문고"로 처음 홈즈의 단편 시리즈들을 접했던 제 기억과 묘하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공감이 많이 가더라고요. 홈즈의 단편 하나하나를 작은 소책자 형태로 낸 시리즈였는데 정말이지 아껴가면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납니다. 남자아이들이 모험, 공포, 추리물에 열광하는 것은 세계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겠죠.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잃어버린 세계>로 대표되는 챌린저 교수 시리즈를 높이 평가한다던가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을 고이 보관하고 있다는 등 저와 취향이 비슷한 것도 아주 반가왔어요. 저보다 나이는 많지만 만나면 바로 친구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한 개인적 경험담과 함께 여러가지 도일의 작품과 다른 장르물을 소개하는데 이러한 소개글도 최고 수준입니다. 오랫동안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서평을 담당했고 퓰리처상도 받은 전문 리뷰어이기 때문이겠지만 서평으로 밥먹고 사려면 이정도는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독서 리뷰 중심의 블로거로서 많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이 책의 리뷰는 이 모양이니...)

여튼 이 책에서 추천하는 여러가지 작품들은 방법만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매력적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소갯글 멘트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여러분들이 부럽다"라는 말까지 등장하니 말 다했죠. 방대한 소개 작품 중 읽고 싶은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북극성 호의 선장>, <249호 경매 품목>
나폴레옹 시대 군인의 회고담이라는 <준장 제라르의 위업>과 <제라르의 모험>
1922년에 도일이 잡다한 단편을 모아 출간했다는 총 6권짜리 <코난 도일 작품선>
그리고 가장 궁금한 것은 <코르스코의 비극>. "그들은 기독교를 포기할 수 있을까, 없을까? 그리고 갑자기, 답을 찾기도 전에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나고 결정의 순간이 다가온다"... 이건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결말을 찾아봐야겠어요.

도일이 높이 평가했다는 다른 작품들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죠. 도일에게 세계 최고의 단편이었다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스의 <모래 언덕 위의 별장>
열정적으로 추천했다는 러디야드 키플링의 <연대의 북 치는 소년들>, <왕이 되려한 사나이>
최고의 유령 이야기라고 극찬했다는 에드워드 불워-리턴의 <귀신 들린 집과 유령들>

이외에도 로드 던세이니의 <조켄스 시리즈>도 멋드러지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약간 우려되는 것은 소개 작품 중 <아서 코난 도일, 미스터리 걸작선>에 실려있는 <사라진 특별열차>와 <시계를 많이 가진 남자>는 읽어보았는데 소개글만큼 뛰어나거나 멋지다고 생각되지는 않은 점이죠. 역시나 좀 입에 발린 소개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뭐 세상사는게 다 그렇죠.

아울러 코난 도일의 글솜씨가 참 좋았다고 소개하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확실히 시대를 초월한 거장에게는 남다른 점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번역본으로 접하면 그렇게 알기는 좀 쉽지 않은데 그래도 도일의 문체와 스타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이해가 잘 된것 같아요.

그러나 개인적인 에세이로 가득차있기 때문에 특정 주제는 재미도 없고 별다른 흥미도 자아내지 못한다는 단점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더다가 "베이커 가 특공대"에 초대된 뒤 거기에 가입하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해주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그가 특공대에 가입하면서 '랭데일 파이크'라는 호칭을 받은 뒤 랭데일 파이크에 대한 디테일한 가공의 약력을 창작하는 것은 좀 지나쳤어요. 솔직히 그닥 관심도 없는 인물인데다가 약력 자체가 너무 픽션과 현실을 오가고 억지스러운 인용도 많을 뿐더러 당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즉 셜로키언이 아니라면 딱히 즐길거리가 없는 글이었거든요.
또 부제가 셜록 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이라 약간은 작법서에 가까운 정보가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내용은 거의 그렇지 않다는 것도 역시나 단점이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홈즈와 도일의 팬이거나 장르문학 애호가라면 즐길거리가 많은 에세이집임에는 분명하지만 너무 개인적인 성향으로 흐른 점 때문에 널리 추천하기는 애매합니다. 단점도 명확하고요. 코난 도일의 작법에 대해 보다 철저히 분석하고, 셜록 홈즈 작품들의 스타일도 철저히 분석하고 여러가지 소개되지 않는 국내 미발표 작품들 중심으로 이야기되었더라면 별점 5점도 줄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2013/11/28

14년 베어스 전망 및 바램

멘붕이 왔었지만 정신을 추스리고 정리해봅니다.
14년 두산 베어스 예상 엔트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투수진 (11)
선발 : 니퍼트, 외국인, 노경은, 유희관, 이용찬 (몸상태 확인 필요)
중간 : 오현택, 홍상삼, 정재훈, 변진수
마무리 : 윤명준
예비군 : 이재우

야수 (15)
포수 : 양의지, 최재훈 (-> 전반기 윤도경, 김응민 등)
내야수 : 오재일 (1), 오재원 (2), 김재호 (유), 이원석 (3)
백업 : 허경민, 최주환
외야수 : 김현수, 민병헌, 정수빈
백업 : 장기영, 박건우
지명 : 홍성흔
기타 : 외국인
로 1군 엔트리를 끼워 맞추는 상황입니다.

명단만 보면 명확하죠. 앞으로의 지향점은 젊고 수비가 강하고 저렴한 팀이라는 것을. 이것은 베어스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어느정도 성적을 유지하면서 버티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2차 드래프트에서도 노장들이 대거 팀을 옮기게 되었겠죠. 개인적으로는 2차 드래프트는 어느정도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벌어진 스토브리그의 무브도 위의 관점에서 보면 해석이 가능하기는 합니다. 김선우 선수의 경우는 현실적인 내년도 기대치는 5선발 후보군 또는 불펜 전력인데 나이도 많고 몸값 또한 기대치에 어울리지 않은거죠. 윤석민 선수는 3루수로는 수비가 불가하다는 현장의 판단과 함께 지속적인 부상의 우려, 그리고 지명타자나 1루수 백업으로는 외국인이나 2군에 있는 거포 후보군을 활용하여 대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었을테고요.

그러나 감독 교체와 함께 윤석민 선수의 트레이드의 대상이 나이많은 외야수 장기영 선수라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장기영 선수의 포텐이나 기대치는 현실적으로 보았을때 max 정수빈 선수 정도? 군필의 거포 포텐을 갖춘 내야수 자원 (수비가 안되더라도)과 1:1로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트레이드거든요. 최소한 즉전감 왼손 불펜 투수라도 받아왔더라면 모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무브에요. 이럴거면 임재철 선수를 풀지나 말 것이지...
그리고 감독 교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김진욱 감독의 운영을 100% 찬성하지는 않지만 노경은, 홍상삼 선수를 사람 만든 공이라던가 불펜투수의 혹사 없이 어느정도 성적을 내었다는 점에서는 지지하는 쪽이거든요. 올해 한국 시리즈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섣부른 경질이었다 생각합니다.
또 위의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2군에서 올릴만한 선수가 거의 없습니다. 투수로는 김강률, 성영훈, 김수완, 허준혁, 장민익 선수등이 거론되고 야수는 김재환, 오장훈, 김강, 국해성, 오현근 선수 등이 언급될 수는 있지만 솔직히 현재 시점에서 많이 부족한 선수들이죠. 과거 화수분 두산의 명성에 어울리는 주전에 맞먹는 백업, 또는 신데렐라같은 2군 출신 스타의 탄생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시즌을 끌고나가는데 문제가 많을텐데 1년밖에 안된 말도 잘 안통하는 외국인 2군 감독이 과연 팀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많이 우려되네요.

물론 앞서 말했듯 팀의 목표가 우승이 아니라 어느정도 성적을 유지하면서 버티자라는 것이면 크게 기대할 필요도 없죠. 내년에는 중위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할겁니다. 하지만 하위권으로 처진다면,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조직이기에 진두지휘한 프런트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게 팬들에 대한 올바른 자세겠죠.

베어스 팬으로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엄청난 활약과 함께 성영훈, 이현승 선수의 부활과 김강률, 장민익, 허준혁, 김수완 선수의 진화, 김강, 김재환, 오장훈 선수가 포텐을 터트려 다시한번 베어스의 위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차라리 하위권으로 확 쳐져서 프런트 꼴을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큽니다.
만약 두 시나리오 중 한쪽으로 잘 흘러간다면, 내년 시즌은 잘되거나 잘안되거나 결과는 해피엔딩이겠네요. 쩝....

2013/11/26

KBO 공식팜 두산베어스

다 집어치워라 이것들아

저물어 가는 여름 - 아카이 미히로 / 박진세 : 별점 2.5점

 

저물어 가는 여름 - 6점
아카이 미히로 지음, 박진세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아카이 미히로의 유괴 미스터리 소설. 1955년생인 아카이 미히로는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이 작품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인 닛폰방송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하였다. 마흔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그때의 경험을 살려 쓴 본 작품으로 시라누이 교스케의 <매치메이크>와 공동으로 49회 에도가와 란포상(2003)을 수상했다.

20년 전 일어났던 유괴 사건 범인의 딸이 20년 후 유명 신문사 기자로 합격이 내정된다. 이 사실을 폭로한 경쟁사 주간지의 기사를 계기로 신문사는 20년 전 유괴 사건의 재조사를 개시한다. 몇 년 전 사고 때문에 신문사의 한직에서 시간을 보내던 전직 기자 가지가 회사의 명령으로 범인의 주변, 피해자, 당시의 담당 형사와 병원관계자를 거듭 취재한 끝에 봉인되어 있던 진실을 밝혀낸다. <알라딘 책소개 인용>

<하기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 49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작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단지 알라딘의 피니스 아프리카에의 편집장 인터뷰를 보고 읽게 된 작품입니다. 좌천당한 기자 가지 히데카즈가 히로코의 입사를 위해 20년전 유괴사건을 현재 시점에서 다시 뒤쫓아 숨겨진 진상을 파헤친다는 내용이 핵심이죠.
읽다보니 유괴 사건이 소재일 뿐 아니라 바로 직전에 읽었던 <킹의 몸값>, 그리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천국과 지옥>이 중요하게 언급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무슨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여튼 유괴라는 범죄가 얼마나 부모와 주변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저도 한 아이의 아빠로서 데즈카 부부가 20년 동안 인형을 아이 대신하여 키워온 모습은 정말 짠했어요. 이런 점에서 확실히 여성 작가가 썼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다른 유괴관련 작품들은 범죄자나 피해자 (부모) 대상의 범죄에 관련된 심리묘사가 주를 이루는데 이렇게 애틋한 묘사가 디테일하게 펼치는 작품은 본 적이 없거든요.
허나 감정에만 호소하는 내용은 아니고 실제 유괴사건에 대한 박진감있는 묘사도 볼거리입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킹의 몸값>의 핵심 주제인 '누구를 유괴했는지 보다는 누구에게 돈을 요구하는지가 중요하다'가 그럴싸하게 변주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실제 유괴사건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몸값 전달 방식이 상당히 기발하게 펼쳐지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5천만엔 중 천만엔을 만엔짜리 지폐로 사람 많은 거리에 뿌린 뒤 혼잡을 이용하여 나머지 돈을 가지고 도망친다니! 어디서 본듯한 전개이고 운에 의지한 측면이 강하기는 하나 그럴싸한 아이디어라 생각되네요.
반전 역시 충격적이라 마지막까지 읽는 사람을 몰입시키는 맛이 있고요.

그러나 단점도 아주 명확합니다. 추리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점이죠. 먼저 핵심인 가지의 추적부터가 그러해요. 경찰도 아닌 기자 신분이지만 사건 당시 취재기자의 한명이어서 현장과 관계가 깊었기에 당시 사건을 지휘했던 이노우에의 비망록을 손에 넣는 등 너무 쉽게 전개되거든요. 20년 뒤에 일개 기자가 진상을 밝혀낼 정도라면 당시 경찰이 무능했다는 이야기밖에는 안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당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던 츠쿠모의 지인을 만나 주식에 대한 정보를 듣고 호리에에 대해 촛점을 맞추게 되는 것인데 가지가 편집자료실을 이용하여 사건 관계자 이름을 먼저 검색해볼 생각을 했다면 발품을 파는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저 같으면 비망록을 손에 넣은 시점에서 모든 관계자 이름을 검색해봤을 거에요. 이 부분은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더군요.
반전도 충격적이기는 하나 거기에 다다르는 과정에 대한 설득력이 낮아서 문제에요. 가지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호리에의 웃음을 본 것만으로 사건의 진상을 깨닫게 된다는 것은 억지스러우며 무토 국장 아내의 키라던가 미키마우스 티셔츠에 대한 언급이 전무한 것은 공정하지 못했으니까요. 차라리 호리에에게서 약간의 설명을 듣는다는 식으로 전개했더라면 충격은 덜했을 수 있지만 더 설득력있는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니면 호리에를 진범으로 하여 이야기를 끝내던가요. 이 반전은 달리 보면 해피엔딩을 위한 사족일 뿐이거든요. 또 에필로그에 잘나가게 된 히로코를 묘사하며 마무리되는 것 역시 사족으로 차라리 진정한 피해자가 된 슌지에 대해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히로코는 결국 살인자의 아이는 아니지만 범죄자의 딸은 맞는데 이 조사의 결과로 뭐가 달라지는건지는 좀 아리송하더군요. 거액의 빚을 지고 전전긍긍하다가 협박범이 된 뒤 나중에는 부주의한 행동으로 인하여 애인과 함께 골로 간 멍청한 인간이 아버지라는건데 단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 뿐 인간말종인것은 마찬가지 아닌가요?
매력적인 캐릭터의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조금은 아쉬운 점으로 아마추어 수준 이상의 바둑 고수이자 순간 기억능력을 갖춘 도자이 신문사의 사장 스기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무리봐도 끝판왕 포스가 철철 넘치는 캐릭터인데 하는 일이라고는 여대생에게 회사 입사를 권유하는 것 밖에 없으니 좀 격에 맞지 않는다 생각되었어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읽는 재미는 있고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작품이지만 추리적으로는 부실한점이 많아서 감점합니다. 란포상을 탄 작품들 대부분이 추리보다는 묘사에 더 치중하는 느낌인데 이 작품 역시 전례를 벗어나지 않네요.

2013/11/25

킹의 몸값 - 에드 맥베인 / 홍지로 : 별점 3.5점

 

킹의 몸값 - 8점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구두 회사의 중역 더글러스 킹의 집 거실에서 비밀 중역 회의가 한창이다. 중역들은 더글러스 킹을 포섭하여 회사를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더글러스 킹에게는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다. 나름대로 회사를 차지하기 위해 아무도 몰래 준비한 계획은 성공을 눈앞에 두는 듯하지만 뜻하지 않은 변수가 나타난다. 아이가 유괴된 것이다.
하지만 남의 아이다. 남의 아이의 목숨을 위해서 자신이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온 부를 허물어뜨리고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인가, 아이의 목숨을 외면하고 부를 유지할 것인가. 어릴 적 가난의 상처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는 출세지향주의자가 된 그이지만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87분서 형사들이 유괴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일단 몸값을 주어야 아이의 목숨을 보장받는다. 선택은 오로지 더글러스 킹의 몫이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난 후 비슷한 유괴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으며 몇 년 뒤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에 의해 [천국과 지옥]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인터넷 서점 제공 책 소개 인용>


에드 멕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장편.

유괴 소재 작품은 그동안 몇권 읽어보았습니다. 유괴 자체가 작전인 정통파 추리물을 비롯하여 피해자 시점, 유괴범 시점, 용의자 시점으로 그린 작품 등 종류도 다양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그간 읽었던 작품과 설정에서 확실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내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를 위한 몸값' 이라는 것이죠.
물론 그 아이가 생판 남이 아니고 킹이라는 인물은 그만한 재력이 있기에 몸값을 턱하니 지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괴사건은 몸값을 지불하면 그동안 이루어왔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극한 상황에 처한 시점에 벌어지고 작중의 킹은 성공을 위해 걸림돌은 남김없이 쳐내버리는 인물로 묘사되기에 그는 몸값을 내지 못한겠다고 결정합니다. 그러자 그의 아내, 수사하는 형사 (스티브 카렐라) 등 주변 인물이 그에게 살인자와 같다는 맹비난을 퍼붓고 심지어 운전기사는 간절히 애걸하며 무릎을 꿇기까지하는 과정이 설득력 넘치게, 숨쉴틈없이 이어지며 그 와중에도 킹과 회사가 관련된 위기 상황까지도 깨알같이 전개되어 돈을 낼 수도 없고 안낼 수도 없는 개미지옥 딜레마에 빠지게되죠.
이러한 과정이 정말이지 처절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읽는 내내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 정도였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그를 뒷받침하는 박진감넘치는 전개는 역시나 거장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킹과 다른 한축으로 전개되는 유괴범인 사이, 에디, 캐시 트리오의 이야기도 나름 괜찮게 구현된 편으로 재미를 더합니다. 리더이자 사악한 사이, 똘마니 에디, 박애주의자 캐시 (?)로 이루어진 트리오는 전형적이고 진부하기는 하나 캐시가 사이를 견제하고 사이는 캐시를 강하게 억누르지만 에디가 완충제역할을 하는 식으로 절묘하게 조화되며 나름 긴장감을 가져오거든요. 캐시 캐릭터를 초반부터 잘 그린 덕에 사건이 해결되는 상황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지기도 했고요. 또 유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에디의 라디오 관련 지식을 이용하여 여러가지 작전을 벌인다는 점, 특히 마지막 몸값 확보 작전에 써먹는 아이디어는 제법 그럴싸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허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그것은 의외로 이 작품이 87분서 시리즈라는 것입니다. 실상 형사들은 하는게 하나도 없거든요. 감식과의 활약이 일부 그려지는 정도고 오히려 메인 캐릭터라 할 수 있는 스티브 카렐라는 앞서 이야기했듯 몸값을 내지 않기로 결심한 것에 대해 맹비난을 퍼붓는 등 본인의 위치를 망각한 주제넘은 행동만 일삼을 뿐입니다. 킹도 분명 피해자인데 수사관이 하라는 수사는 하지 않고 누구를 비난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이건 징계감이 아닌가요? 게다가 몸값을 전달하는 차량에 동승까지 하는데 결말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킹이 언제나처럼 '직접 나서서' 유괴범을 때려잡는다는 것이니 끝까지 하는게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 작품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말만 많고 활약은 없는 떠벌이 찌질이에 불과해요. 이렇게 억지스럽게 87분서원들의 이야기를 늘려 시리즈의 하나로 만들바에야 차라리 하나의 다른 작품이 되는게 낫지 싶습니다. 아이디어가 아까와요.
또 결말도 좀 별로였어요. 사이의 총질에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킹이 그를 때려잡는다는 결말은 지나칠 정도의 작위적인 해피엔딩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에디와 캐시가 탈출을 위한 차를 어디서 구했는지, 사이가 돈을 받은 뒤 돌아올 것에 대한 확신은 어디 있었는지, 애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도 허술하게 느껴졌고요. 개인적으로는 비열한 배신자 피터 캐머런을 킹이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알려주는 후일담이 없는 것도 좀 섭섭했습니다. 이런 녀석을 짓밟아버리는 묘사는 안일한 해피엔딩이라도 충분히 참아줄 수 있었는데...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단점이 명확하다고 평하긴 했으나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87분서의 활약을 없애고 (이게 마이너스 1점) 심리묘사 중심으로 마지막을 깔끔하게 처리했더라면 별점 5점은 줄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쉽네요. 그래도 장점이 워낙 탁월하고 읽는 재미도 확실하기에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제가 쓴대로 단점을 최소화하여 킹의 입장 중심으로 보다 현실적으로 전개했다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천국과 지옥>을 구해봐야겠군요.

2013/11/23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식탁 - 와타나베 레이코 / 박유미 : 별점 2.5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식탁 - 6점와타나베 레이코 지음, 박유미 옮김/시그마북스
제목만 봤을때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먹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루메, 요리 관련 서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저자가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다 빈치의 일생에 대해 알려주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에 가깝습니다.

책의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다 빈치가 남긴 수첩의 기록들을 통해 당시의 생활과 다 빈치에 대해 재구성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분명 시도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생각되거든요. 실제로 책 자체도 그러한 컨셉에 충실하게 구성됩니다. 예를 들면 다 빈치의 수첩 내용을 어떻게든 "스파게티"라는 단어를 뽑아내고 스파게티, 파스타의 역사와 함께 설명하는 식이죠. 평범한 수첩 및 장서 목록, 해부 수첩까지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아무래도 다 빈치의 수첩만으로는 뽑아낼 거리가 적었던 탓인지 뒷부분은 당대의 유명 화가 폰토르모의 일기와 미켈란젤로에 대한 자료, 실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연회 관련 자료 설명이 이어진 뒤 부록으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장서로 알려진 <살레르모 학파의 양생훈>, <아름다운 생활과 건강>이 실려있고요.

그런데 앞부분 다 빈치의 수첩과 생애에 대한 부분은 디테일하게 구성하고 설명한다기 보다는 저자의 생각이 많이 개입되어 있고 실제 본 이야기와는 별 상관없는 개인적인 내용까지 등장하는 등 약간은 신변잡기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노트를 보고 몇가지 단서, 키워드를 뽑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덧붙이는 과정에서 작가의 상상력과 경험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죠.덕분에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전문적인 자료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왠지 영 신뢰가 안 가더라고요. 원저가 된 수첩글들부터가 일상 생활속 단상을 끄적인 것들인 탓도 크겠죠. 또 앞서 말했듯 "식탁"이라는 주제 때문에 중요하지도 않은 키워드를 억지로 도출한 것도 별로였고요.

그래도 실제 사료를 근거로 다 빈치에 대해서 조금 색다른 시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해준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며 기대했던 당대 음식은 <폰토르모의 일기>와 <르네상스 시대의 요리> 단락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 연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좋았어요. 부록 역시 독특하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들었고요. 정말이지 다른 책에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것들이잖아요. 그 외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의 관계라던가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요리가 무엇인지? 에 대한 이야기 등도 재미있었습니다. 솔직히 다 빈치에 올인한 전반부보다는 후반부가 훨씬 마음에 들었는데 차라리 <르네상스의 식탁>이라고 제목을 바꾸고 이런 형식으로 책을 꾸몄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중세의 뒷골목 풍경>같은 전문적인 미시사 서적으로 가던가, 아니면 요네하라 마리의 가벼운 에세이같은 식으로 쓰여졌더라면 차라리 좋았을텐데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라 추천하기는 조금 난감합니다. 독특한 점은 분명히 있고 후반부, 그리고 부록의 가치는 있는데 혹 이런 류의 책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3/11/22

2차 드래프트 결과

베어스의 김동주

발표되었네요. 언론에서는 베어스가 최대 피해자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2년전에 비하면 그렇게 출혈이 크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서 다행입니다.

김상현 선수는 베어스에서도 선발과 계투로 항상 제몫을 해준 선수지만 구위하락으로 이번 한국 시리즈에서는 엔트리에조차 들지 못한 선수입니다. 부상이 있다고 들었는데 회복하면 이전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이를 감안하면 그 기대치는 신인 투수의 성장에 대한 기대치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혜천 선수는 설명할 필요도 없죠. 좌완투수 하나 없는 베어스 엔트리를 만든 핵심인물로 그나마 있던 구속마저 사라진 지금 경쟁력이 당쵀 있는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전혀, 1%도 아쉽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기쁘고 반갑네요.
서동환 선수는 기대치는 분명 있는 선수이나 베어스에서 결국 키우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 시즌 몇경기 보니 구속도 줄었던데 역시나 반등할 수는 있지만 그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을 뿐더러 터진다 하더라도 김성배 선수의 경우처럼 어차피 우리 팀에서는 안될 팔자려니 생각하는게 속 편할 것 같아요.
정혁진 선수는 하드웨어 좋은 좌완이라지만 본적도 없고 이번에 데려온 허준혁 선수와 비슷한 수준의 선수로 보이기에 그냥 1:1로 바꾼 셈 치는게 속 편할 테고요. 어차피 키큰 좌완의 대표격인 장민익 선수도 복귀하니깐....
어쨌거나 이 네명은 올시즌에 주전도 아니었고 해서 빠져나갔다고 하더라도 전력에는 차질이 없는 선수들임에는 분명합니다. 내년에 주전이 될 가능성도 낮고요.

딱 한명, 타신 임재철 선수만 유일하게 아깝고 상대팀 즉전감이라 생각되는데 베어스가 올 시즌 끝나고 은퇴를 요청했다는 설도 있으니 선수에게는 잘된 일 같습니다. 76년생으로 나이가 많고 타격지표도 하락세로 오랜 기간 활약을 보이기는 힘들겠지만 강견의 우타 외야수로서 LG에서는 1~2년간은 충분한 역할을 보일 수 있겠죠. LG가셔도 잘 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타신 말고는 딱히 아쉽거나 큰 출혈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안 긁어본 로또를 약간은 검증된 2군 선수와 바꾼 정도인데 긁어보지도 못하고 다 뺐기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유망주를 대거 빼앗긴 SK와 삼성의 타격이 훨씬 크지 않을까요?

물론 두번 연속 최대 한계치인 5명의 선수를 빼앗기는 등 제도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추후 드래프트에서는 반드시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 드래프트에서는 최소한 입단 3년차 신인은 보호되는 등의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2013/11/21

베어스의 김동주

저는 원년부터 베어스팬이고 근 십수년동안 베어스의 상징인 야구선수 김동주의 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40인 명단에 김동주 선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팬덤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더군요. 간략하게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김동주 선수는 베어스의 레전드이자 KBO 역사상 최고의 우타자 중 한명입니다. 최고의 3루수라는 것도 거의 확실하고요.
그러나 과거일 뿐 현 시점에서는 타격, 수비 모두 하락세가 확연한 76년생 노장선수죠. 올 시즌 초 캠프에서 준비도 확실히 했다는 기사 등으로 반등을 예상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혹자는 풀타임 출장했으면 나아졌을거라고는 하는데 몇경기 지켜본바로는 아쉽지만 롯데의 장성호 선수와 비슷한 정도의 스탯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두산의 주전 3루수를 꿰찬 이원석 선수는 3할에 두자릿수 홈런이라는 확실한 실적을 보여줬죠. 프로는 실력입니다. 이름 떼고 지난 3년간 성적으로 비교한다면 누가 감독이라도 이원석 선수를 주전으로 쓸 것입니다. 3루수 백업으로도 두산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젊은 야수진, 윤석민 선수라던가 최주환 선수 등이 버티고 있습니다. 백업은 주전이 확실한 동안 신예들이 차세대 주전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자리가 되어야지 노장 선수의 자리 보존용으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타격은 둘째치고라도 주루와 수비 모두 확고한 우위가 없다면 더욱 젊은 선수를 써야죠.
지명타자로는? 욕은 많이 먹고 있지만 홍성흔 선수의 올시즌 활약은 준수했을 뿐 아니라 지난 몇년간 KBO 최고레벨의 타자였죠. 이 역시 이름을 떼고 본다면 비교할 가치도 없어요. 다시 이야기하지만 프로는 성적입니다. 물론 홍성흔 선수도 나이를 먹고있고 전반적으로 하향세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76년생 지명타자의 백업으로 76년생 타자를 준비할 수는 없죠. 최소한 김동주 선수가 2군에서라도 엄청난 성적을 보여줬더라면 모를까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김재환, 국해성, 오장훈, 김강 선수를 시험해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팬덤에서는 팀 케미스트리 이야기도 나오는데 김동주 선수가 다른 팀에서 뛴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영향따위는 없다고 봅니다. 그가 2군에 오래 머무는 동안에도 베어스는 여전히 강팀이었고요. 오히려 김동주 선수가 3루수 주전으로 나오거나 지명타자로 나오면 이원석, 홍성흔 선수를 비롯한 현재 주전들의 반감이 더 클거에요. 실력이 아닌 이름으로 야구를 하는건 돈을 받고 뛰는 프로의 자세가 아니죠. 그들의 성적이 부진하여 대신 출장한다 하더라도 앞서 말한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하는 시점이고요. 이원석, 오재원 선수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고 홍성흔 선수도 늙고 있습니다. 시간은 많지 않아요.

결론내리자면 지금 시점에서 베어스는 젊고 강한 팀이고 리빌딩과 좋은 성적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잘 실현하고 있는 이상적인 팀입니다. 현재 상황은 이전의 염전베어스 당시처럼 돈이 없어서 레전드를 못잡고 푸대접하는게 아니죠. 프로로서 성적과 제대로 된 팀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김동주 선수가 40인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덧붙여, 만약 소문대로 코칭 스태프 및 구단과의 관계가 틀어져 제대로 된 출장도 못하고 심지어 2군에서도 경기에 나갈 수 없다면, 더더욱 김동주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서 보란듯이 재기하는 모습을 기원하는게 진정한 팬이 아닐까요?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된다면 아쉽지만 응원할 것입니다.

D의 복합 - 마쓰모토 세이초 / 김경남 : 별점 2점

 

D의 복합 - 4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모비딕
<하기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명작가 이세에게 월간지 "구사마쿠라"의 편집차장 하마나카라가 찾아와 고액의 원고료로 연재물을 의뢰한다. 기획은 '전설을 찾아가는 벽지 여행'이라는 민속학 테마를 가진 여행기. 돈과 독특한 주제에 끌린 이세는 첫 연재를 성공리에 마치게 된다.
그러나 이후 미마코라는 팬이 찾아와 여행기에 실린 장소에 대해 "35"라는 수수께끼와 같은 말을 남기고 살해당하며, 이세는 하마나카와 함께 첫 연재 당시 취재여행에서 휘말린 시체 발견 사건과 엮인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편소설. 이럭저럭 리뷰를 올린 세이초 작품도 열편이 넘었네요.

우선 무명작가가 최고의 원고료로 이름도 모르는 잡지의 연재를 맡게된다라는 설정만 놓고 보면 이 작가가 누명을 쓰고 사건에 휘말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뻔해보였어요. 그러나 예상을 깨고 잡지도 제대로 된 잡지였고 연재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전개로 이어져 조금 놀랐습니다. 의외의 요소가 신선하게 다가왔달까요.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결국 연재는 무언가에 이용된 것이었고 제대로 완결되지 못해서 작가가 스스로 사건에 뛰어들어 진상을 파헤치려 한다는 뻔한 내용으로 흘러가더군요.

이렇게 되면 작가의 연재물에 관련된 진상이 무엇인지가 이야기의 핵심이자 재미의 축이죠. 또 다른 한가지 축인 사건의 흑막은 작가의 입을 빌어 하마나카가 뭔가 꾸미고 있다는 것이 초반에 드러나기까요. 허나! 아쉽게도 실제 사건의 진상은 솔직히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유는 명확해요. 한마디로 억지스럽기 때문이죠. 과거 아버지의 억울함을 복수하기 위한 행동치고는 전혀 와닿지도 않았고요.
먼저 억지스러운 점, 35라는 숫자에 맞춰 여행지를 정하고 그것을 이용해 협박한다는 것 부터가 말이 안돼요. 그냥 읽으면 민속학이라는 주제에 따라 닥치는대로 돌아다니면서 조사하던 와중에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라는 단순한 글일 뿐인데 이 글을 가지고 나라바야시가 자신을 협박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작중에서도 보통 인물이 아닌 서번트 미마코만 알아낼 정도의 어려운 정보로 비록 나라바야시가 전 뱃사람이란 설정이 있긴 하지만 이건 완전히 무리죠. 바다도 아니고 육지인데 누가 경도와 위도를 찾아볼까요? 당장 저만해도 제가 살고 있는 곳의 경도와 위도도 모르는 판국에...
또 설령 협박 사실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공소시효도 지나고 증거도 없는 사건때문에 두건의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도 억지 중의 억지였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다 오해로 비롯된거다. 미안하다 정도로 사과하고 하마나카에게 돈 몇푼 쥐어주고 끝냈을 거에요.

그리고 복수극으로도 완벽하게 수준 미달입니다. 대체 하마나카라는 친구는 왜 이렇게 힘들고 복잡한 공작을 꾸민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돼요. 협박을 할거면 증거를 모은 뒤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암호보다 어려운 연재물로 은근하게 접근할 당위성 자체가 없잖아요. 어차피 죽일것이었다면 정체를 숨기고 일하다가 같이 식사도 하는 등 많이 친해졌으니 때를 봐서 죽이는게 나을테고요. 나라바야시가 미마코를 죽이지 않고 위에 이야기한데로 당당하게 처신했더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지도 궁금합니다.
이외에도 사회파적인 특성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평이한 내용, 작위적으로 얽히고 운이 많이 개입된 인간관계와 전개도 실망스러웠어요. 깊은 민속학적 소양을 보여주는 연재물과 여행지에 대한 설명도 그럴듯하기는 했으나 현학적 측면 이외의 작품에 미치는 영향이나 재미도 전무해서 지루했고요.

물론 건질게 없진 않습니다. 실제 당시 잡지에 연재된 연재물답게 다음 단계, 다음 단계로 넘어가며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으로 무명 작가에게 찾아온 수상한 의뢰에서 시작되어 그 의뢰에 따라 작성한 글에 대한 수수께끼,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와중에 벌어지는 살인사건 등 착실하게 궁금증과 재미를 쌓아나가는 솜씨 하나만큼은 정말로 일품이었습니다. 확실히 독자를 몰입시키는 능력만큼은 세이초라는 이름에 값하는 작품이에요.
아울러 35에 관련된 지명을 쭉 늘어놓고 각 지역의 풍광을 소개하는 여정 미스터리같은 묘사도 좋았어요. 작가가 실제 장소를 전부 답사하는 모습이 머리에 떠오를 정도로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세이초의 깊은 민속학 소양과 더불어 여정 미스터리라 해도 좋을만큼의 풍광묘사는 분명 인상적이지만 뭔가 핀트가 맞지 않고 방대한 분량이 낭비된 느낌이 강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태까지 읽은 '세이초 월드'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별로였어요.

2013/11/20

빈둥빈둥 환타스틱 유럽여행기 - 환타 (김환타) : 별점 2.5점

 

빈둥빈둥 환타스틱 유럽여행기 - 6점
환타(김환타)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이글루스 블로거이신 김환타님이 블로그에 연재했던 유럽 여행툰 단행본.

블로그 연재당시 꼼꼼히 챙겨보았는데 출판된 책으로 보니 또 다른 맛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만화로 그려진 관광여행기라는 점에서 <낢 부럽지 않은 네팔 여행기>와 여러모로 비교되는데 정보와 재미 측면에서는 <낢..> 쪽이 더 좋지만 그림과 일상성 측면에서는 이 작품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부연설명드리자면, 정보 전달 측면이 떨어지는 이유는 <낢...> 쪽은 네팔 트레킹 여행에 대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되는지 적당히 알 수 있게 해 주지만 이 책은 유럽 여행에 대해 딱히 알려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죠. 배낭이 캐리어보다 낫다, 이런 준비물을 챙겨라, 집시를 조심해라 등등의 내용은 이 책이 아니라 인터넷에 검색어 한줄만 입력해도 나오는 정보들이잖아요? 재미 역시 마찬가지라서 빵 터지는 그런 맛은 부족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작가의 젊은 미혼여성 마인드를 따라잡기 힘든 탓도 크겠지만...
그러나 확실히 그림은 훨씬 마음에 들 뿐더러 그야말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일상성은 마음에 들었어요. 네팔 트래킹 여행보다는 유럽 배낭여행이 더 친숙한 덕이겠죠.

결론적으로 점수는 2.5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이 소재인 일상툰으로 추천드립니다.
그런데 정가 17,000원이라는 가격은 심히 부담스럽긴 하네요. 아무리 풀컬러라도 그렇지...

2013/11/19

한국의 CSI - 표창원, 유제설 : 별점 3점

 

한국의 CSI - 6점
표창원.유제설 지음/북라이프

미드 CSI로 잘 알려진 과학수사 기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 목차는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CSI를 탄생시킨 과학수사 실패 사례 1
Part1. 현장 감식, 모든 수사의 출발점
Part2. 지문, 감춰진 범죄자의 흔적
◆CSI를 탄생시킨 과학수사 실패 사례 2
Part3. DNA, 살인자의 또 다른 얼굴
Part4. 혈흔 형태 분석, 범죄 상황의 생생한 증언
Part5. 미세 증거, 범인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증거
◆CSI를 탄생시킨 과학수사 실패 사례 3
Part6. 검시, 사체가 말하는 진실
◆CSI를 탄생시킨 과학수사 실패 사례 4
Part7. 화재 감식, 화염으로도 감출 수 없는 범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각 항목별로 실제 사례를 등장시켜 이해를 돕는다는 점으로 예를 들자면 혈흔에 대한 설명에는 실제 "도망자"로 유명한 샘 셰퍼드 사건을 등장시키는 식입니다. 사건에 얽힌 후일담도 상세하게 실려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샘 의사가 킬러라는 닉네임으로 프로레슬러 생활을 했는지는 몰랐네요.

내용들 모두 흥미로우나 개인적으로는 과학수사 실패사례를 소개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총 4개의 사건이 등장하는데 상세하게 소개하자면,
첫번째는 존배넷 램지 사건.
<서프라이즈>에서도 방송되었던 미국의 아동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영구 미제사건이기도 하죠. 결국 진범이 비스무레한 인물도 드러나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부모가 누명을 벗었다는 것은 다행입니다만 초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려주는 사건입니다.

두번째는 오제이 심슨 사건.
워낙 유명한 사건이라 설명은 생략합니다만 변호인측의 전략과 주장이 상당히 짜임새있어서 놀랐습니다. 덧붙이자면 오제이 심슨이 범인인 줄 알았는데 그의 전처 아들이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세번째는 김성재 사건.
유명한 사건이죠. 외국도서와는 다르게 국내 유명 사건이 소개되는 점은 확실히 좋네요. 워낙에 널리 알려진 사건이지만 이 책에서는 변호인단의 논박과 증거들에 대한 변론이 디테일하게 소개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저도 여태까지는 고 김성재의 애인이 유력한 용의자라고 생각했는데 변호인단 의견도 확실히 타당성이 있더군요. 그나저나 유력한 증거인 동물 마취제 성분의 독극물이 왜 크게 인정받지 못했는지는 조금 궁금합니다.

마지막은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
워낙에 유명한 영구미제사건이죠. 아직 여러모로 의견이 분분한 사건으로 제 개인적인 평을 담을 필요는 없지만 확실히 변호인 주장에 더 무게가 실리기는 합니다. 그러나 경찰 말대로 아내의 불륜이 사실이었다면 남편에게 가장 확실한 동기가 있었다는 것도 부인하기는 어렵고요. 변호인이 밝힌 용의자인 치정남은 살인을 저지를 하등의 이유가 없잖아요? 돈 때문에 협박한 거라면 남편한테 밝혀버리는게 맞지...
여튼 이 사건 이후 여러모로 발전한 경찰과 국과수의 노력으로 만삭아내 살인사건 같은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겠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관련 서적은 여러권 읽어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손꼽을만한, 딱딱할 수 있는 과학수사 이론을 흥미로운 실제 사례와 결합하여 소개하는 이상적인 구성을 갖춘 책이라 생각됩니다. 한국화된 사례들도 마음에 좋았고요. 이론보다는 조금 재미에 치우친 편이긴 한데 도판과 자료를 조금만 더 보강한다면 이쪽 분야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살인은 증거를 남긴다>와 겨루어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2013/11/18

종착역 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 이연승 : 별점 2.5점

종착역 살인사건 - 6점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레드박스

도호쿠 아오모리 출신의 미야모토는 7년만에 고교 동창생들과 함께 귀향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편지와 함께 기차표를 발송한다. 7명의 멤버는 모두 우에노 역에 모이기로 하나 공무원이 된 야스다만이 오지 않아 6명의 멤버만 고향으로 떠난다. 그러나 그 직후 야스다는 역 화장실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1주간 출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격조했네요. 간만에 리뷰를 올립니다. <귀동냥>에 이어 국내 최고의 추리문학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운좋게 읽게 된 작품입니다. 리뷰 전에 자리를 빌어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줄거리 소개대로 7년만에 모인 고교 동창생들이 하나씩 살해당한다는 연쇄살인물로 그간 서너편의 작품으로 접했던 니시무라 교타로의 도쓰가와 (토츠가와) 경부 - 가메이 형사 시리즈입니다.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죠. 그나저나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인 니시무라 교타로가 드디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제가 읽었던 국내 소개된 몇몇 작품들은 모두 정식 계약된 번역본이 아니었나 보네요.

어쨌거나 작품의 장점으로는 여섯명이나 살해당하는 거창한 사건이 그야말로 숨쉴틈없이 벌어지기 때문에 흡입력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재미 하나만큼은 제가 읽었던 작가 작품 중에서 최고로 치고 싶네요. 덕분에 트릭도 상당히 풍성한 편이라는 것도 장점이겠죠. 특히 작가의 주특기인 기차 시간표를 이용한 트릭이 상당히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심리를 이용한 원격 살인트릭과 밀실 살인 트릭도 등장할 정도니까요.
아울러 "여정 미스터리"의 거장다운 풍모를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은 좀 의외인데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 중 한곳이 도호쿠 지방의 아오모리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묘사나 설명은 별로 등장하지 않지만 도호쿠 출신으로 도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심리묘사를 역이용하여 향수를 자아낸다는 점에서 넓은 범위의 여정 미스터리로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외지인이 느끼는 우에노 역에 대한 심도깊은 묘사가 대표적인 예겠죠. 귀향에 대한 애잔함을 살인사건과 교차하여 보여주는 묘사도 괜찮았고 말이죠.

그러나 단점 역시 명확합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게 범행 동기에 대한 설득력이 낮다는 것이죠. 범행을 저지르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 너무나 부족해요. 7년동안 참고 지내다가 편지 한통으로 촉발된 것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살의니까요. 살의를 불러 일으켰다는 편지 내용 역시도 솔직히 별달리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편지 한통 받았다고 여섯명이나 살해하다니 이건 싸이코패스의 정도를 넘어선 중증 정신병자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어요.

또 우연과 작위적인 전개도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메이의 동창인 고교교사 모리시타에 관련된 에피소드로 그가 나쁜 마음으로 건드린 옛 제자 마쓰키 노리코를 다시 찾아나선 발단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데 거기에 더해 노리코가 현재 마치다의 연인으로 알리바이 공작을 완성하기 위해 모리시타를 이용하여 가메이를 속여 기차 시간을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은 솔직히 어이가 없을 정도였어요. 토츠가와 - 가메이가 그때 그 트릭을 눈치채고 실험을 한다는 타이밍과 그 실험을 가메이가 진행한 것은 순전히 우연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나마도 일반인인 도쓰가와 경부의 아내가 눈치챌 정도로 허술한 시간표 트릭이라 경찰이 속아 넘어간 것 부터가 운이 좋았던 것 뿐이잖아요?

뭐 작위적인 전개야 이런 류의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어쩔 수 없는 점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결국 트릭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네요... 애써 어렵게, 연인까지 동원해가며 알리바이를 만들지만 이어지는 범행은 '내가 범인이다'라는 것을 알리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야스다를 살해하고 가와시마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자살한 것 처럼 위장했을때 살인을 일단 중지했어야죠. 아니면 하시구치 마유미의 자살로 위장한 살인까지만 벌이던가요. 결국 트릭을 풀 필요도 없이 마지막 미야모토 살해에서 마치다는 범인으로 확정되어 버리는데 이럴거면 뭐하러 어렵게 트릭따위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다 같이 탄 기차에 불이라도 지르고 도망가던가.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단점이 명확해서 감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초중반부의 긴장감만 잘 살렸더라면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중반 이후 범인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여러모로 아쉽네요.
그래도 니시무라 교타로라는 작가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13/11/08

자물쇠가 잠긴 방 - 기시 유스케 / 김은모 : 별점 2점

자물쇠가 잠긴 방 - 4점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북홀릭(bookholic)

<유리망치>와 <도깨비불의 집>이라는 두권의 책으로 접했던 기시 유스케의 에노모토 - 준코 컴비 단편집. 이전 단편집 <도깨비불의 집>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읽게되었습니다.
자물쇠 전문가 에노모토 시리즈답게 밀실트릭을 다룬 본격 퍼즐 미스터리 4편이 실려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서 있는 남자
자물쇠가 잠긴 방
비뚤어진 상자
밀실 극장
읽고나서 바로 생각난 것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유가와 시리즈입니다. 두 시리즈 모두 과학을 근거로한 불가능 범죄를 다룬 정통 퍼즐 미스터리로 영상화 되었을 뿐 아니라 탐정역인 유가와 - 에노모토 모두 시니컬하면서도 자신만의 전문영역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거든요. 대표 장편으로 <용의자 X의 헌신>과 <유리망치>가 존재하는 것도 동일하고요.

그러나 확실히 히가시노 게이고 쪽이 좀 더 대중적이긴 합니다. 에노모토 시리즈는 트릭에 너무 집중한 탓에 읽는 재미는 좀 떨어지고 범인들도 동기가 너무 확실해서 단지 밀실트릭을 썼을뿐 경찰이 수사로 체포하지 못했다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니까요. 완벽한 알리바이 트릭을 단지 수상하다는 느낌만으로 파헤치던 선배 형사들의 근성은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네요.
또한 대중적인 인기를 위함이었는지 개그욕심이 과한데 외려 작품과 잘 맞지 않더군요. 준코야 그렇다쳐도 에노모토까지 희화화 시킨 것은 실수였다고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전체 평균으로 2점. 쉽게쉽게 읽히고 보기드문 밀실 집중 본격물이라는 것은 반갑지만 트릭 외의 부분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두편은 트릭마저 별로라... 팬이시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추천해드릴 작품은 아닙니다.


<서 있는 남자>
장례업체 사장의 의문의 자살사건을 다룬 작품. 밀실 트릭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던 일종의 "막"과 시체강직을 이용한 트릭의 아이디어는 돋보입니다. 

허나 너무 복잡하고 장치의존도도 높아 과연 생각대로 잘 됐을까는 의문이에요. 글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트릭이기도 하고요. 만화나 영상물이 더 좋았을 것 같더군요.
아울러 마지막 장면처럼 범인을 옭아매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막에 남은 dna는 그렇게 유력한 증거로 보이지 않으며 끝까지 사장이 직접 쓴 유서가 맞다, 자살이 맞다라고 주장하면 결국 명확한 증거가 없기에 유죄 처리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자물쇠가 잠긴 방>
섬턴 돌리기라는 전문적인 털이범의 수법이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러한 등장인물의 직업을 이용하여 보다 완벽한 알리바이 트릭을 꾸민 범인의 천재적 작전이 빛을 발하는 작품.
갈릴레오 시리즈라고 해도 믿을만큼 과학적인 트릭이 등장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범인이 과학교사인 탓도 있지만 정전기와 기압차를 이용한 밀실트릭이라니 정말 환상적이에요. 그것도 실제 구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간단한 조작으로 가능한 것이고 말이죠.

그러나 너무나 동기가 확실한데 경찰이 그냥 자살처리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또 앞선 트릭들에 비해 자물쇠를 잠그기 위한 종이테이프 트릭은 잘 와닿지 않았어요. 이 부분은 핵심 증거를 위해 추가적인 장치로 들어갔을 수는 있는데 과연 증거능력이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나중에 만든거다!" 라고 범인이 우기면 해명할 방도가 있던 것인지....

때문에 약간 감점하여 별점은 3점. 그래도 표제작답게 이 단편집의 베스트 작품이기는 합니다.

<비뚤어진 상자>
건축업자 탓으로 신혼집이 망가지자 예비신랑이 살의를 품는다는 설정의 작품. 동기인 부실건축물을 트릭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괜찮고 조금은 이색적인 도서추리물의 형태를 띄고 범인에게 감정입하게 만드는 전개와 묘사는 그럴싸합니다.

그러나 트릭이 너무 작위적입니다. 핵심 설정인 망가진 집이라는 무대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거든요. 게다가 공으로 두들겨도 흔적이 남는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요? 또 범인이 고교야구 감독이고 집안에서 테니스공이 발견되었고 외부와 연결된 적당한 크기의 구멍이 있다라면 트릭도 별로 어렵지 않고 말이죠.

트릭 중심의 작품에서 트릭이 별로이니 점수를 주기도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밀실 극장>
전편에 등장했던 살인사건의 배경이 되었던 연극단이 등장하여 황당한 연극과 함께 벌어진 살인사건을 보여줍니다.

분위기는 흥미롭고 웃기기까지 하지만 트릭은 별볼일없고 사건도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라 정교함이 떨어지는 등 본격물로 보기는 어려운 작품입니다. 캐릭터들의 개그가 만개하는, 그냥 쉬어가는 느낌의 블랙 코미디였달까요? 단 문제는 별로 웃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시 유스케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작품으로 별점은 1점입니다.

2013/11/07

백인천 프로젝트 - 정재승 외 : 별점 2.5점

 

백인천 프로젝트 - 6점
정재승 외 지음/사이언스북스

KAIST의 정재승 교수가 "왜 4할타자가 사라졌는가?"라는 화두아래 SNS로 모집한 40여명의 인력과 함께 국내의 유일무이한 4할타자 백인천 선수의 이름을 빌어 연구한 프로젝트의 결과물.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연구한 프로젝트의 진행과정, 통계를 이용한 내용 분석, 그리고 왜 4할타자가 사라졌는지에 대한 야구전문가들의 인터뷰로 말이죠.

그런데 4할타자가 사라졌는지에 대한 연구 자체는 별게 없습니다. 스티븐 제이굴드가 미국 프로야구의 통계를 분석하여 "야구의 수준이 향상되어 4할타자가 사라졌다"라고 주장한 분산의 감소가설과 동일하기 때문이에요. 즉
1. 리그의 평균 타율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4할타자가 살자니 것은 타자의 수준 하락이나 투수의 수준 상승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
2. 야구라는 생태계는 시간이 갈수록 최고와 최저 사이의 폭이 줄어들며 안정화 된다는 것 (이것이 진화생물학자가 야구를 연구한 이유죠)
을 국내 프로야구 데이터를 분석하여 동일한 결론을 내린 것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40여명이 모여 데이터를 정리한 작업 이외의 집단 지성이 필요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에요. 그리고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은 전혀 다른 직업 여러 사람이 모여 어떻게 연구를 했는지 등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딱히 책으로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되고요.

하지만 다른 부분들은 괜찮았어요. 통계에 대해 정리하여 모든 통계가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는 것 등은 재미있었고 야구 통계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 요새는 널리 알려진 OPS라던가 WHIP 등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각 수치들의 오류를 설명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요 선수들과 야구 관계자들이 4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가 아주 볼만합니다. 두산 팬으로서 김현수 선수와 홍성흔 선수가 포함되어 있는 것도 반가왔고요. 뭐 홍성흔 선수가 4할은 커녕 앞으로 3할이나 칠 수 있을지는 조금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쨌거나 인터뷰에서도 모든 선수들이 4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이야기하더군요. 현대 야구는 경기수, 타석이 많아 힘들다는 굉장히 현실적 이유때문에요. 허나 개인적으로는 메이저리그 전문기자인 김형준 기자가 4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를 더 잘 설명해 주었다고 봅니다. 4할을 목표로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으나 현대 야구는 안타보다는 홈런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에 결국 선수들이 장타에 집중하여 타율이 하락한다는 것이죠. 김현수 선수가 데뷰 때와는 달리 장타를 의식하면서 평균 타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을 지켜본 팬의 입장으로서 참으로 타당한 설명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 외에도 샤다리빠의 만화가 적절히 삽입되어 즐거움을 주는 등 깨알같은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야구팬이시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긴한데 집단지성에 대한 이야기인지, 통계에 대한 이야기인지, 4할에 대한 야구이론 분석인지 잘 모를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라 감점합니다. 가격도 상당히 쎈 편이라 추천드리기는 좀 애매하네요.

2013/11/05

미소 짓는 사람 - 누쿠이 도쿠로 / 김은모 : 별점 2.5점

미소 짓는 사람 - 6점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엘릭시르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대형 은행에 근무하는 엘리트 회사원 니토 도시미. 자상하고 냉철하며 업무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젊은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런 니토가 아내와 딸을 살해했다. 단지 '책을 놓을 공간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주변 사람들은 입을 모아 '니토는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와 정반대로 냉혹한 면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한편 니토의 옛 회사 동료, 학창 시절 동급생 등이 수상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알라딘 책 소개 인용)

<통곡>의 작가 누쿠이 도쿠로의 최근작.
목적이 아무리 사소해도 그것을 이루는 가장 짧은 방법이 살인이라면 주저없이 실행하는 소시오패스를 등장시키고, 그가 이렇게 성장하게 된 이유를 파헤치는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손을 떼기 어려울 정도의 몰입감 하나만큼은 최고입니다. 단순한 가족 살인사건이 직장 동료, 과거 대학시절 친구, 어린 시절 이웃에게 벌어졌던 사건으로 확장되어 나가면서 어둠의 근원을 찾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르포르타쥬 형식답게 작가가 인터뷰를 진행하며 수집한 증언 및 자신의 의견을 섞어 전개된다는 점도 독특했는데 작품과 아주 잘 어울렸고요.

그러나 하나의 작품으로의 완성도는 평가하기 애매하네요. 이유는 결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탓입니다. '니토를 여러 증언을 통해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라는 필터를 거친 허상일 뿐이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채 이해한 척 하며 살고 있다. 이해하지 못하면 바로 불안해 지니까. 그 눈속임을 들어내는 것이 니토이다.'' 라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그것을 했는지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편리한 스토리를 원한다는 결말인데 솔직히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결말이라면, 최소한 사람들이 원하는 편리한 스토리로 끝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소설은 밝혀진게 없이 끝나버리니 이게 뭔가 싶더군요. 
또 상당한 분량으로 소시오패스의 근원을 우직하게 탐구해 나가다가, 결론은 전혀 관계없는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것이라니 너무 뜬금 없기도 했고요.
르포르타주 작가에게 이러한 깨달음을 주는 니토의 옛 동창 쇼코의 행동 역시 그 이유와 방법 모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초등학교 시절 계부를 살해했건 말건 어차피 공소시효는 지난 일이고 그러한 사건에 대해 거짓으로 증언하는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을 뿐더러 번거롭기까지 하거든요. 구태여 대역을 사용하여 거짓 상황극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트라우마의 존재를 대역을 통해 알린 뒤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폭로하는 번거로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작가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한 작위적인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아울러 니토 캐릭터 형성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르는' 이 초등학교 시절 동창생 쇼코의 일화도 <백야행>과 비슷한, 현실감없는 소설 느낌의 뻔한 내용이었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와도 궤를 달리하는 니토 캐릭터도 아쉽습니다. 엘리트 은행원이 알고보니 소시오패스였다는 의외성은 돋보이지만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구현하지는 못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후배의 불만을 해결해 준 것은 자신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고 순수히 남을 위한 행동인데 전혀 소시오패스답지 않았습니다. 살인이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벌이면서까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서재, 1년 빠른 진급, 게임기라는 동기는 소설에서도 이야기되듯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동기들이기에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그가 명석한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해요. 살인의 리스크를 짋어지면서까지 벌일 가치가 있는 일이었나? 라는 질문의 답은 결국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가 소시오패스다'라는 것으로는 부족하죠.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뜬금없는 열린 결말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생각되며 개인적으로는 비현실적인 캐릭터 묘사도 감점 요인이었습니다. 그래도 내용은 서늘하고 읽는 재미도 뛰어난만큼 독특한 무언가를 찾으시는 분들께서는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13/11/04

고운초 이야기 - 요시나가 나오 / 송수영 : 별점 2.5점

 

고운초 이야기 - 6점
요시나가 나오 지음, 송수영 옮김/문학동네

어딘가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된, 고운초라는 소도시에서 카페겸 도자기 가게 "고쿠라야"를 운영하는 소우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 옴니버스 시리즈. 총 5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고운초의 소우 할머니
구와바라, 구와바라
0과 1사이
나쁜 남자
싸리를 흔드는 비

오지랍넓고 성격 좋은 동네 할머니가 등장하는 일상계 작품으로 장점이라면 섬세하고 디테일한, 그야말로 전형적인 일본 여성작가의 작품이라고 여겨지는 묘사입니다. 특히나 주인공인 할머니의 심리묘사가 놀라울 정도였어요. 작가의 데뷰작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전개에서 어색하거나 무리하게 짜내지 않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힐링계스러운 서정적인 느낌도 좋았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추리소설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점이죠. 떡하니 '할머니 탐정의 사건일지' 라고 제목에 표시되어 있지만 내용은 솔직히 사건일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각 편마다 상세히 이야기한다면,
<고운초의 소우 할머니>는 할머니가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 가정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알아낸다는 내용인데 진상을 알게되는 방법은 "엿듣기"가 전부라 추리라고 부를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단순한 소거법으로도 결론은 뻔했고요. 그나마 수록된 5편의 작품 중 사건면에서 가장 추리소설다운 느낌을 전해 주기는 합니다만...
<구와바라, 구와바라>는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한바탕 풀어놓은 끝에 다다른 결론이 고작해야 가출한 할머니의 옛 친구는 고향집에 가 있더라... 라는게 전부였고요.
<0과 1사이>는 원조교제로 의심되는 관계를 지속하는 할머니의 PC 과외선생 이야기로 역시나 진상은 "엿보기"로 알아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나쁜 남자>는 개인적으로 하라 히데노리의 만화 <청공>과 설정이 유사해서 시선을 잡아끌기는 했습니다만 하는 일이라고는 용의자가 만난 여성을 찾기 위해 동네의 아프간하운드부터 찾는다는 것 뿐입니다. 덧붙이자면 용의자가 왜 비밀을 숨겼는지가 그닥 설득력있게 설명되지 않는 등 전개도 아쉬웠어요. 대성공한 수십년 뒤 어려웠을 때 빌렸던 돈을 이자는 둘째치고라도 물가인상을 하나도 반영안한채 값겠다고 하는 뻔뻔함이 차라리 인상적이었달까요.
마지막 이야기 <싸리를 흔드는 비>는 마약과 관련된 나름 큰 스케일의 사건이지만 아니나다를까 소우 할머니가 하는 일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약간의 반전도 진부할 따름이었어요.

이렇듯 모든 작품에 "추리"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우 할머니 역시 행동력은 있지만 딱히 활약은 없고 그렇다고 안락의자 스타일의 추리를 보여주지도 않기에 탐정이라고 부르기 어정쩡한 캐릭터였고요. 미스 마플이나 제시카 정도를 기대한 제가 잘못이었을까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제 취향과는 맞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캐릭터와 배경묘사에서 독특함은 분명한 만큼 이런 류의 따뜻한 일상계 힐링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