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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3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식탁 - 와타나베 레이코 / 박유미 : 별점 2.5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식탁 - 6점와타나베 레이코 지음, 박유미 옮김/시그마북스

제목만 봤을때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먹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루메, 요리 관련 서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저자가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다 빈치의 일생에 대해 알려주는 일종의 미시사 서적이었습니다.

다 빈치가 남긴 수첩의 기록들을 통해 당시의 생활과 다 빈치에 대해 재구성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괜찮았습니다. 책 내용도 그에 충실합니다. 예를 들면 다 빈치의 수첩 내용에서 "스파게티"라는 단어를 뽑아낸 뒤, 스파게티, 파스타의 역사와 함께 설명하는 식이죠. 평범한 수첩 및 장서 목록, 해부 수첩까지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다 빈치의 수첩만으로는 뽑아낼 거리가 적었던 탓인지, 뒷부분은 당대의 유명 화가 폰토르모의 일기와 미켈란젤로에 대한 자료, 실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연회 관련 자료 설명이 이어집니다. 부록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장서로 알려진 <살레르모 학파의 양생훈>, <아름다운 생활과 건강>이 실려있고요.

그런데 앞부분 다 빈치의 수첩과 생애에 대한 부분은 저자의 생각이 많이 개입되어 있고 실제 본 이야기와는 별 상관없는 개인적인 내용까지 등장해서 신변잡기스러운 느낌을 전해줍니다. 노트를 보고 몇가지 단서, 키워드를 뽑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덧붙이는 과정에서 작가의 상상력과 경험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죠.
덕분에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전문적인 자료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왠지 영 신뢰가 안 가더라고요. 원저가 된 수첩글들부터가 일상 생활속 단상을 끄적인 것들인 탓도 크겠죠. 또 앞서 말했듯 "식탁"이라는 주제 때문에 중요하지도 않은 키워드를 억지로 도출한 것도 별로였고요.

그래도 실제 사료를 근거로 다 빈치에 대해서 조금 색다른 시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해준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기대했던 당대 음식은 <폰토르모의 일기>와 <르네상스 시대의 요리> 단락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되고요. 특히 당시 연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좋았어요. 부록 역시 독특하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다른 책에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것들이었거든요. 
그 외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미켈란젤로와 다 빈치의 관계라던가 "최후의 만찬"에 등장하는 요리가 무엇인지? 에 대한 이야기 등도 재미있었습니다. 솔직히 다 빈치에 올인한 전반부보다는 후반부가 훨씬 마음에 들었는데 차라리 <르네상스의 식탁>이라고 제목을 바꾸고 이런 형식으로 책을 꾸몄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중세의 뒷골목 풍경>같은 전문적인 미시사 서적으로 가던가, 아니면 요네하라 마리의 가벼운 에세이같은 식으로 쓰여졌더라면 차라리 좋았을텐데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라 추천하기는 조금 난감합니다. 독특한 점은 분명히 있고 후반부, 그리고 부록의 가치는 있는데 혹 이런 류의 책에 관심있으시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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