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가 잠긴 방 -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북홀릭(bookholic) |
"유리망치"와 "도깨비불의 집"이라는 두 권의 책으로 접했던 기시 유스케의 에노모토 - 준코 컴비 단편집. 이전 단편집 "도깨비불의 집"은 다소 실망스러웠지요.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다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자물쇠 전문가 에노모토 시리즈답게, 밀실 트릭을 다룬 본격 퍼즐 미스터리 4편이 실려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서 있는 남자
- 자물쇠가 잠긴 방
- 비뚤어진 상자
- 밀실 극장
읽고 나서 바로 생각난 것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유가와 시리즈입니다. 두 시리즈 모두 과학을 근거로 한 불가능 범죄를 다룬 정통 퍼즐 미스터리로 영상화 되었을 뿐 아니라 탐정역인 유가와 - 에노모토 모두 시니컬하면서도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거든요. 대표 장편으로 수작인 "용의자 X의 헌신"과 "유리망치"가 존재하는 점도 동일하고요.
그러나 확실히 히가시노 게이고 쪽이 좀 더 대중적이긴 합니다. 에노모토 시리즈는 트릭에 너무 집중한 탓에 읽는 재미는 떨어지거든요. 범인들의 동기도 너무 확실한 탓에, 밀실 트릭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경찰이 수사로 체포하지 못한다는건 직무유기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고요. 완벽한 알리바이 트릭을 단지 수상하다는 느낌만으로 파헤치던 선배 형사들의 근성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요.
또, 대중적인 인기를 위함이었는지 개그 욕심이 과한데 작품과 잘 맞지 않더군요. 준코야 그렇다 쳐도 에노모토까지 희화화시킨 것은 실수였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전체 평균으로 2점. 쉽게 쉽게 읽히고 보기 드문 밀실 집중 본격물이라는 것은 반갑지만 트릭 외의 부분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두 편은 트릭마저 별로라... 팬이시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추천해드릴 작품은 아닙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서 있는 남자"
장례업체 사장의 의문의 자살 사건을 다룬 작품.
밀실 트릭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었던 일종의 "막"과 시체 강직을 이용한 트릭의 아이디어는 돋보입니다.
허나 너무 복잡하고 장치 의존도가 높아서, 과연 생각대로 잘 됐을까는 의문입니다. 글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트릭이라서 만화나 영상물이 더 잘 어울렸을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울러 마지막 장면처럼 범인을 옭아매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았다는 단점도 큽니다. 막에 남은 DNA는 그렇게 유력한 증거로 보이지 않으며, 끝까지 사장이 직접 쓴 유서가 맞다, 자살이 맞다라고 주장하면 결국 명확한 증거가 없기에 유죄 처리하기는 어려웠을 테니까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자물쇠가 잠긴 방"
'섬턴 돌리기'라는 전문적인 털이범의 수법이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러한 등장인물의 직업을 이용하여 보다 완벽한 알리바이 트릭을 꾸민 범인의 천재적 작전이 빛을 발하는 작품.
갈릴레오 시리즈라고 해도 믿을 만큼 과학적인 트릭이 등장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범인이 과학교사인 덕분인데, 정전기와 기압차를 이용한 밀실 트릭은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실제 구현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간단한 조작으로 가능하다는 장점도 크고요.
그러나 너무나 동기가 확실한데 경찰이 그냥 자살 처리했다는건 설득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또 앞선 트릭들에 비해 자물쇠를 잠그기 위한 종이 테이프 트릭은 잘 와닿지 않았어요. 이 부분은 핵심 증거를 위해 추가적인 장치로 들어갔을 수는 있는데, 과연 증거 능력이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나중에 만든 거다!"라고 범인이 우기면 해명할 방도가 있던 것인지...
때문에 약간 감점하여 별점은 3점. 그래도 표제작답게 이 단편집의 베스트 작품이기는 합니다.
"비뚤어진 상자"
건축업자 탓으로 신혼집이 망가지자, 예비신랑이 살의를 품는다는 내용입니다. 동기인 부실 건축물을 트릭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괜찮고, 조금은 이색적인 도서 추리물의 형태를 띄고 범인에게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전개와 묘사도 그럴싸합니다.
그러나 트릭이 너무 작위적입니다. 핵심 설정인 망가진 집이라는 무대가 지나치게 극단적이라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거든요. 게다가 공으로 두들겨도 흔적이 남는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요? 범인이 고교야구 감독이고, 집안에서 테니스공이 발견되었고, 외부와 연결된 적당한 크기의 구멍이 있다라는게 다 드러나버리면 트릭도 풀어내기가 별로 어렵지 않고요.
트릭 중심의 작품에서 트릭이 별로이니 점수를 주기도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밀실 극장"
전편에 등장했던 살인 사건의 배경이 되었던 연극단이 등장합니다. 황당한 연극과 함께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내용이지요.
분위기는 흥미롭고 웃기기까지 하지만 트릭은 별볼일 없고 사건도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라 정교함이 떨어지는 등 본격물로 보기는 어려운 작품입니다. 캐릭터들의 개그가 만개하는, 그냥 쉬어가는 느낌의 블랙 코미디였달까요? 단 문제는 별로 웃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기시 유스케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졸작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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