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현대문학 |
과거 술집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도시락집에서 착실하게 일하며 딸과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는 야스코에게 잊고 싶은 과거인 전남편 도미가시가 나타난다. 폭력을 휘두르는 그에 맞서 우발적으로 도미가시를 살해한 야스코 모녀는 당황해하지만 마침 옆집에 사는 고교 수학교사 이시가미가 그들을 돕기위해 나선다...
국내에 번역된지는 꽤 됐지만, 또 평이 무지무지하게 좋았던 작품이지만 워낙에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싫어하는 탓에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 난 감상이라면, 일단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더군요. 평이 너무 좋았기에 기대가 컸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만 따진다면 트릭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정통 작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보다 의외이기도 했는데 소설적 장치 트릭 (일종의 서술트릭?) 중에서도 일급 수준이라 평하고 싶네요. 하지만 시체의 진위를 가리는 장면을 대충 넘어간 것 하나는 좀 아쉬웠습니다. 단지 얼굴과 지문의 유무만 가지고 시체가 특정된 측면이 강했거든요.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았을가 싶은데 말이죠. 또한 이시가미가 당일의 알리바이를 철벽으로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차피 우연에 의해 사건에 뛰어드는 유가와를 배제한다면 그것이 더욱 설득력있는 상황일텐데 지나치게 앞서간 것 같아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사건을 벌여 나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거든요. 뭐 그래도 트릭은 상당한 수준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탐정역인 물리학 조교수인 천재 유가와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강렬하며, 유가와와 범인인 이시가미의 두뇌 싸움 역시 상당히 볼 만 하게 전개됩니다. 좀 작위적이고 만화적이기도 하지만 좋은 트릭과 강렬한 탐정 - 범인의 대결구도가 잘 결합하여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키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는 여인이라도 그 여인을 위해서 전혀 관계없는 살인사건을 떠안고 또 다른 살인까지 벌인다는 설정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현실성도 떨어졌고요. 이 점은 이시가미라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나 설명이 그만큼 부족했었기 때문에 그만큼 효과적으로 설명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고독한 수학천재가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를 위해 범죄에 뛰어든다.. 라는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QED"의 토마만큼의 캐릭터성도 보여주지 못한 평면적 인물에 그치고 말았을 뿐입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제가 싫어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대 단점, 말랑말랑한 러브 라인이 지나치게 묘사되어 아쉽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상물에 더욱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영상물이라면 비쥬얼로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작품의 설득력을 보다 높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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