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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0

대답은 필요없어 - 미야베 미유키 / 한희선 : 별점 3.5점

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 잡지 "판타스틱"에서 읽었던 단편이 별로였으며 같은 여성작가인 기리노 나쓰오의 단편집 "암보스 문도스" 역시나 그냥저냥이었기에 그닥 기대하고 구입한 책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책이 상당히 물건이더군요! 단편들의 수준도 높지만 추리적으로도 깔끔한, 정통파적인 맛이 느껴지는 수작 단편집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고요. 미야베 미유키의 해피엔딩은 익숙치 않았는데 의외로 아주 좋았어요.
바로 직전에 읽은 "백기도연대"와 정 반대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같이 사무실을 차려서 일할 만큼 서로의 영역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이긴 하지만 제 취향은 아무래도 저는 쿄고쿠 보다는 미야베 미유키 쪽이라 생각이 드네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개인적인 베스트는 추리적인 요소가 잘 살아있는 "배신하지 마" 인데 다른 작품들도 다 재미있었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 대답은 필요없습니다.^^ 미야베 월드 입문작으로 추천합니다.
작품별 간략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대답은 필요없어>
일종의 은행사기를 다룬 단편으로 의외성은 없지만 사건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되는 "비밀번호"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분의 맹점을 팍!하고 찔러주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기 등 현대 신용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재를 이야깃거리로 구성하는 작가의 전공이 다시한번 느껴졌습니다.

<말없이 있어줘>
난데없는 교통사고가 완전범죄와 연결되는 단편. 일본 추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의 수사극"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결말의 의외성이 독특했습니다. 너무 의외성을 강조한 점, 그리고 우연에 의지한 전개가 보이는 점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나는 운이 없어>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일종의 사기극을 다룬 소품. 그런데 작품의 설정이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너무 극단적인 복수극인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장난이지만 너무 심한 사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결말부의 약간의 반전 역시 별로였고요. 주인공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 외에는 다 별로였기에 이 단편집의 워스트로 선정합니다.

<들리세요>
어머니와 할머니의 불화끝에 이사를 오게 된 초등학생이 우연찮게 도청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노인의 외로움과 의심 등을 잔잔하지만 나름 충격적으로 담아낸 소품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서정적이면서도 주제를 잘 전달하는 능력이 잘 드러나는 수작이었습니다.

<배신하지 마>
빚더미에 올라 앉은 신세대 여성의 추락사를 수사하는 내용으로 가장 정통 추리물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중요한 단서를 포착하는 부분이 너무 "감"과 "우연"에 의지하는 것은 단점이나 여성의 심리를 잘 아는 여성작가답게 심리를 파고드는 점은 괜찮았어요. 씁쓸한 결말의 조화도 마음에 들었고요.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
최고급 디스코텍 둘시네아에 관한 메모를 남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고학생 속기 아르바이트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설정이 일상적이면서도 재미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잔잔하나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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