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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8

월간 판타스틱 창간호

 

Fantastique 판타스틱 2007.5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페이퍼하우스(월간지)

우연찮게 기획을 담당하시는 분과 알게 되어 무상으로 받게된 창간호입니다. 선물해 주신 모 기자님께는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잡지도 괜찮은 판형과 두께에 국내 최초의 쟝르문학 전문 월간지를 표방한 제목과 카피 그대로 관련 소설과 만화, 그 외의 각종 기획기사들로 꽉 채워져 있어서 팬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 한 완성도를 보여줘서 기뻤습니다.

하지만 잡지로서의 내용은 사실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네요. 이유는 제가 일단 추리쪽 쟝르만 선호하는데 반해서 잡지의 쟝르적 특성은 다른 쟝르에 촛점이 많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죠. 소설만 해도 총 7편의 작품 중 추리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미야베 미유키 작품 뿐이었거든요. 그리고 일견 많고 풍족해 보이는 기획기사들도 대부분 두페이지정도로 끝나는 알맹이 없는 기사들이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더군요.

개별적으로 좀더 자세히 훝어본다면, 

소설은 복거일의 "역사 속의 나그네", 듀나의 "너네 아빠 어딨니?", 김창규의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미야베 미유키의 "유월은 이름뿐인 달", 폴 윌슨의 "다이디타운-거짓말", 이윤하의 "이팅 하트", 그리고 루이스 캐럴의 "실비와 브루노"가 실려 있습니다. 이 중 이미 다른 곳에 연재하다가 중단된 뒤 연재를 재개하였다는 복거일의 가상 역사 SF라 할 수 있는 "역사 속의 나그네"가 꽤 재미있었고, 폴 윌슨의 정통 하드보일드 SF라 할 수 있는 "다이디타운-거짓말"은 이 잡지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름 기대가 컸던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 "유월은 이름뿐인 달"은 유일한 정통 추리물이긴 하지만 트릭이 빈약해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그 외의 작품들은 솔직히 언급할 정도의 재미 조차 없었습니다. 특히 듀나의 "너네 아빠 어딨니?" 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작품이어서 개인적인 Worst로 꼽습니다. 제가 무식하다면 할 수 없겠지만 제 취향도 전혀 아니었을 뿐더러 읽고나서 불쾌해지기까지 하는 기묘한 작품이었기 때문에요. 뭔가 있어보일려고는 했지만 결국 좀비물의 안좋은 부분만 확대 해석했다는 느낌만 들었거든요.

만화는 유시진과 김태권의 만화가 실려 있는데 두 편 다 뭐 그냥저냥한 수준이었습니다. 유시진은 특유의 "뭔가 있어 보이는" 환타지, 김태권은 창작기계 비스무레한 SF 작품이었는데 두 편 모두 그림과 내용이 제 스타일은 아니었다는 느낌이라 차라리 김진태씨가 참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김진태님의 코믹 추리물을 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획기사는 많은 것이 실려있는데 앞서 이야기한대로 제목 만큼의 깊이에 미치지 못하는 얄팍한 분량으로 그다지 건질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영화인 17명의 꿈의 프로젝트"라는 야심찬 대표 기획도 단지 영화화하고 싶은 작품과 그 이유만 짤막하게 나열할 뿐 작품에 대해 실제로 전해주는 정보가 거의 전무해서 참여한 영화인들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반쪽짜리 기획기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최소한 해당 작품의 정보와 판권 문제, 그리고 영화화된 적이 있는 작품이라면 과거 영화에 대한 소개 등 보다 자세한 조사가 바탕이 되었더라면 아주아주 좋은 기사가 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와 기시 유스케의 무척 괜찮은 인터뷰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역시나 분량이 너무 짧았다는 것은 아쉽지만 참 의미있고 좋은 기사였다 생각되네요.

전체적으로 평은 좀 안 좋게 썼지만 그동안 척박했던 국내 쟝르 문학계의 시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기에 계속~ 쭈욱~ 잘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추리쪽 비중도 차차 높아지길 바라고요. 이런 잡지가 많이 팔리고 시장과 독자가 확대된다면 제가 바라는 미스테리 전문 잡지도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되겠죠.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자 합니다.

PS : 다음호에서 경성탐정록이나 실어주면 차~암 좋을텐데요^^ 연재 의향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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