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9/08/31

미스터리 채널

 일본은 역시 장르문학 강국답게 미스터리 전문 채널이 있네요. 이름하여 "미스터리채널!!"


자주 방문하는 추리동호회 사이트 "하우미스터리" 게시판에서 보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찾아본 결과는 역시나 왕부럽~ 주간 편성표만 봐도 대단하네요.
미스마플과 포와로 시리즈 등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 셜록 홈즈 시리즈 및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 등 친숙한 시리즈는 물론이고, 국내에는 번역조차 되지 않은 프로스트 시리즈, 달지엘 시리즈 등 다양한 시리즈 물을 비롯해서 에드가 알란 포 극장, 로열드 달 극장과 같은 다양한 단편 미니시리즈 물 등 편성이 너무나 화려해서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국내에도 이런 방송이 들어온다면 참 좋을텐데 아쉽네요. 캐드펠 시리즈나 홈즈 시리즈, 모스경감 시리즈 등은 간혹 국내 케이블에서 방영해 줬던 기억이 나긴 하지만 아무래도 단발성에 그친 느낌이 강한데 좀 지속적으로 방영해 주면 어떨까 싶어요. CSI 와 같은 최신 미드와 같이 병행 방영한다면 나름 장르 드라마 전문 케이블로 특화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즉 저같은 고전 팬을 위한 고전과 미출간 정통 추리 시리즈와 국내에도 팬이 많은 최신 추리 미드들 (CSI는 물론이고 넘버스 등등 많죠) 을 교차 편성해서 다양한 팬을 흡수하면 어떨까요? 장르전문 채널이니 SF나 스릴러 (히어로스, 갤럭티카, 스타트렉, 로스트 등) 까지 아우르면 더욱 좋을테고 말이죠... 하아....

방송 도입이 어렵다면 여기 등장하는 여러 시리즈 원작물이라도 도입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2009/08/28

송진우 Good Bye Legend

 [매거진S] 송진우, Goodbye Legend

한화 이글스의 대투수 송진우 선수의 은퇴에 대한 박동희 기자의 컬럼입니다. 팬이시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굉장히 좋아했던 투수고 국내 프로야구사에 지울 수 없는 대기록을 남긴 투수이기에 은퇴가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올시즌 두산에게 거두었던 구원승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정민철 선수마저 먼저 은퇴했으니 이제 90년대 명 투수들도 현역은 구대성, 이대진 선수 정도밖에는 남아있지 않네요. 그야말로 한 시대가 저무는 느낌입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체력을 완벽하게 회복하셔서 9월에 있을 은퇴경기는 완봉으로 장식하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네요.

하여간 언제 어디서나 응원하겠습니다. 또 꼭 지도자로서도 추구하시는 그대로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파이팅 회장님!!

덧붙이자면, 박동희 기자는 쓰는 기사가 좀 직설적이고 약간 한쪽에 치우치는 경향도 있긴 해서 호오가 많이 갈리기는 하는데, 이런 기사는 정말 잘 쓰는 것 같아서 자주 챙겨봅니다. 과거 명기사는 "천상비애, 해태 투수 고 김상진" 이 있죠. 저하고 이름이 같아서 좋아했던 투순데 (물론 OB의 김상진 선수를 더 좋아했습니다만...) 최루성 칼럼이라는 신경지를 개척하신 듯 이 기사는 볼때마다 눈물이 핑 도네요.

2009/08/26

클레멘타인 성지순례


클레멘타인. 이 영화는 이동준이라는 배우가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가 쫄딱 망한 영화입니다. 어차피 관심은 없던 영화라 전혀 몰랐는데 우연찮게 알게되어 찾아본 네이버 영화평이 장난이 아니네요. 회사에서 웃다가 쓰러질뻔 했습니다.

압권만 몇개 뽑아 올립니다. 여러분들도 무료하거나 지루하시다면 성지순례 한번 하고 오시는게 어떨까요? 어쨌거나 이 평들을 보니 저도 갑자기 이 영화가 보고싶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관람후평점 : 8.93 / 10

미국에 타이타닉이 있다면 한국엔 클레멘타인이 있다.
두번을 보고나서야 반전의 내막을 알아버렸다..소름이 돋네...
사나이는 세번이 아닌 네번 운다. 이유는 클레멘타인을 보고 울기 때문.
"예수는 이영화를 위해 재림한다."
이명박도 이거보면 경제를 살릴것이다.
한국영화사는 클레멘타인 전과 후로 나뉜다.
자살하려다 이영화를 보니 내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던영화...
미국에서 리메이크한다는데.. 제발 원본을 망치지않았으면 이영화는 신의 영화다.
평점 볼 시간 없다. 어서 보아라. 그리고 즐겨라. 인생최고의 영화가 바뀔 것이다.
저는 똥을 싸고, 신은 이영화를 세상에 내렸습니다. 이건 축복입니다.

관람전 평점
보지않고도 10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영화.
보지 않아도 눈물이 먼저 흐르는 영화.
포스터만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우주역사상 가장 비장한 사나이의 대서사시.

네티즌 리뷰
클레멘타인 같은영화 때문에 외화 보호 차원에서 의무적인 외화 상영일 수를 정하는 스크린쿼터를 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클레멘타인2가 나왔을때 극장에는 외화가 전멸할 것입니다.

난 이영화를 보고 내가 인간이 되어가는걸 느낀다.
특히.. 정말 명작 영화에 걸맞은 대사... 아빠 일어나.... 와..... 난 그때 내 몸이 이미 영화와 영혼을 교류하는듯한... 아빠 일어나.... 그 문장은 내가 코미디 프로를 볼때마다 생각나 날 울음바다로 만들곤했다,..
난 아직도 못본이들에 꼭 권하고 싶은 영화는 클레멘 타인이다. 스포일러는 못하겠고 . 물론 스포일러해도 영화 전개성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상관없지만.. 되도록이면 스포일러 보지말고 보길 바란다..

오바마가 이거보고 대통령되기로 마음먹었다죠.

클레멘타인같은 영화는 3번이상봐야한다.. 많이 봐도질리지않으며 사람의 인생의 작은 불씨가될수있을법한 영화임에 틀림없다.클레멘타인 3번이상 보지않은자.. 상종하지말라는 말이있다.

2009/08/24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 윌리엄 윌키 콜린스 외 / 한동훈 : 별점 2점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 4점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하늘연못

하아.... 오랫만에 추리소설 포스팅입니다. 최근 바쁘기도 하고 여유가 없어도 통 책 읽을 시간이 없었네요. 이 책도 읽는데 1주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럼 리뷰를 시작할께요.

일단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골든에이지" 가 과연 어떤 시기인지 정의를 먼저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는 단편 중심의 추리소설의 시대인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여명기를 지나 1913년 벤틀리가 "트렌트 마지막 사건" 을 발표하여 성공을 거둔 이후 이든 필포츠의"빨간머리 레드메인즈". 메이슨의 "독화살의 집", 버클리의 "독초콜릿 사건" 등 장편 추리소설 명작들이 속속 발표되고 곧바로 크리스티, 반다인, 엘러리 퀸, 딕슨 카, 크로포츠 등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들이 데뷰를 하기 시작한 시기, 즉 1차대전 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사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거장들의 데뷰가 이어지고 본격 추리소설 걸작들이 쏟아져 나왔기에 "황금시대 (골든에이지)" 라고 하는 것이죠.

때문에 1차대전 이전의 소설만 담고있는 이 책의 "골든에이지"라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책 소갯글을 보면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기를 연 대표작가 다섯 작가의 소설을 담은 책" 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소갯글에 이어지는 바로 다음 문장인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사이 개척기에 활동한..." 이라고 설명되는 것이 더욱 적당한, "개척기 (여명기) 미스터리 중편선" 이 더 합당한 표현입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못된 제목이라면 과장광고를 넘어서서 거의 사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제대로 목차나 내용을 살펴보지 않은 제가 죽일놈이긴 하지만요...

그래서인지 사실 책 내용은 기대와는 많이 달라서 실망이 컸습니다. 이 "골든에이지"라는 시기에 나온 작품들을 제가 워낙 좋아라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흥미진진한 본격추리물을 기대했는데 이 책에 실린 중편들은 실제 추리물로 보기에는 힘든, 추리물 성향을 띈 드라마들로 단지 오래되었다라는 가치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5편의 작품들 중 한작품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 을 다룬 것이 아닌 일종의 "창작극"이나 "자작극" 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몰입하기도 어렵고 지루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럴바에야 셜록 홈즈의 라이벌이나 번역해 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그나마 아노 탐정 중단편이 하나 실려있긴 하지만 많이 부족해요.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요.

물론 역사적인 의미는 크고 책 자체의 번역이나 장정, 디자인도 훌륭한 편이라 과장된 제목으로 현혹만 시키지 않았더라도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물론 그랬더라면 절대 구입하지 않았겠지만요. 별점은 2점입니다. (솔직히 1점 주려다 책 자체의 가치를 생각해서 참습니다.)

3층 살인사건 / 프랭크 보스퍼 :
런던 블룸즈베리의 한 하숙집을 무대로 하여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 그대로 하숙집 3층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하숙집을 무대로 하여 몇몇 인물들만 등장하여 주로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연극적인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배우 출신인 탓이 크겠죠.

그러나... 제목과 뭔가 있어보이는 설정과는 달리 추리소설로 보기는 애매했습니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확립되지도 않았고 특히나 퍼즐 미스터리는 등장하지도 않았던 때에 쓰여진 작품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추리물로 정의하기는 확실히 무리였어요. 가장 중요한 목격자의 증언이 범인의 변장을 통해 유도된 것이라던가 하는 간단한 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유치한 수준의 트릭이며, 경찰의 수사 역시 너무 대충이고 전개도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등 범죄와 관련된 부분에서의 설득력이 약했거든요. 더군다나 극중에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추리소설이나 장르문학에 대한 홀대(?)가 묻어나는 것 역시 조금은 불쾌한 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추리소설 초창기의 추리물의 성격을 띈 소설이다.. 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것 같네요. 영국 하숙집과 거주민들의 생생한 묘사, 블랙코미디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 재기발랄하면서도 요란한 대사들은 재미있었지만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뻔하기도 하고요.

애시당초 이 작품 하나밖에 작품이 없는 작가를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기를 연 대표작가" 라고 선전하는 출판사 행태가 더욱 문제겠죠.

데드 얼라이브 / 윌리엄 윌키 콜린스
영국인 변호사가 미국의 외딴 농장에 휴양차 체류하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하네요. 피해자가 사실은 살아있었다... 라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법정 장면에서의 증거를 둘러싼 공방과 감형을 위한 거래로 거짓된 자백이 속출하는 등 드라마는 흥미롭지만 아쉽게도 역시나 추리물은 아닙니다. 사건이 결국 범인(?)의 자백으로 해결된다던가 - 아니 애시당초 사건 자체가 없었지만 - 주요 증인을 찾아 나서는 것도 신문 광고를 통한 제보에 의지한다던가 등으로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추리라는 발상은 찾아보기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그냥 초창기의 법정 드라마 정도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적 가치 이외의 재미를 찾아보기도 힘들고 말이죠.

안개속에서 /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
초면인 사람들도 친구가 되는 영국의 한 클럽에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전개인데, 등장인물들의 "증언 (목격담 / 경험담)" 으로 사건이 이어지는 것이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미국인이 간밤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한 경험담을 이야기하자 그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러시아 공주를 자칭하는 여자도둑과의 인연을 다른 회원이 이야기하고, 살인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귀족의 변호사가 살인사건의 다른 진상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낸다는 이야기로 증언과 증언이 꼬리를 물면서 이어집니다. 결국 이 모든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사건에 관심을 보인 클럽회원 준남작이 하원에서의 연설을 하지 못하도록 한 작전이었다는 것과 그에 따르는 약간의 반전이 밝혀지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앞선 두작품에 비하면 확실히 추리라는 과정이 묘사된, 때문에 그나마 "추리소설" 로 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두번째 다이아몬드 사건 이야기는 내용에 별반 필요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추리의 과정은 있지만 결국 경찰 수사를 통해 그 진상이 밝혀지는 뻔한 추리라는 점에서는 감점 요소가 있지만 쓰여진 시대를 생각하면 너무 박하게 굴 필요는 없겠죠?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입니다. 그런데 엘러리 퀸의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에 선정된 작품이라고도 하는데 무슨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이유를 통 모르겠네요. 그만큼 가치있는 작품은 아닌듯 싶은데...

버클 핸드백 /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나선계단의 비밀"로 유명한 서스펜스 소설의 대모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작품입니다. 시리즈 캐릭터이기도 한 간호사 "힐더 애덤스" 시리즈의 한편으로 국내에는 처음 번역된 시리즈 같네요. 작가의 간호사 경험이 그대로 반영된듯한 디테일한 묘사와 별명에 걸맞는 서스펜스, 스릴의 묘사가 일품인 작품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이야기 전개가 치밀하고 결말도 합당해서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너무 급작스럽게 사건이 해결된다던가, 주요 등장인물의 고백(?)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던가 하는 점에서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줄 만 하죠. 무엇보다도 소설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이 좋았으니까 말이죠. 이 책의 베스트 중단편으로 꼽고 싶네요.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 /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
"독화살의 집"에 등장했던 명탐정 아노 탐정의 중단편입니다. 상당히 좋아하는 캐릭터라 기대가 큰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본격물스러운 맛이 없었거든요. 이유는 가장 중요했던 추리의 과정인 여주인공이 우연히 본 범인의 얼굴을 어디서 보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심리적인 부분에 기대고 있어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심리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심리적인 부분에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아노 탐정의 캐릭터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등 실망스러운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초반부 마약을 발견하는 과정과 추리가 여러 단계로 발전하는 부분, 그리고 범인의 이상한(?) 행동과 장물을 숨겨놓는 곳에 대한 아이디어 정도는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조금 함량 미달이었달까요. 다른 중단편들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09/08/21

고고70 (GoGo 70) - 최호 : 별점 3점

 


지난 주말에 DVD로 감상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줄거리가 정말 간단합니다. 기지촌 출신의 록크 (^^) 그룹 "데블스" 가 서울에 진출해서 운좋게 성공하지만 결국 여러가지 이유로 밴드를 접는 이야기를 2시간 가까운 상영시간 동안 그리고 있는 영화로, 암담했던 70년대를 디테일하게 드러내는 시대영화이자 당시 롹 키드들의 청춘을 그린 청춘영화이자 영화 내내 흥겨운 롹 음악이 난무하는 음악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청춘들의 음악 활동을 다룬 영화는 실존 밴드를 다룬 "도어스"라던가, 가상의 밴드를 다룬 "댓씽유두", "코미트먼트"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이 영화 역시 다른 영화들 못지 않은 좋은 청춘 음악 영화였습니다. 특히 암담한 독재 시절의 시대상을 반영하며 그야말로 "저항" 으로서의 롹 음악을 재미나게 그렸다는 점이 마음에 들더군요. 뭐 대단한 저항은 아니고 살짝쿵 발악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뭐 그게 더 현실적이었을 테니 흠잡을건 아니고요^^

멤버간의 불화, 결말부분의 전경대와의 대치 상황같은 지나칠정도로 상투적이면서 지나칠정도로 작위적인 부분은 약간 눈에 거슬리지만 전체적으로 뭐 하나 빠지는 부분없이 디테일하고 - 특히 곰표밀가루 에서 대폭소^^ - 재미도 있으면서도 음악도 신나고 흥겨운 롹큰롤들이라 보는 내내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조승우씨 노래 정말 잘하더군요.

어떻게 보면 생각한 그대로 뻔한 영화이지만 청춘 음악영화로서 충분히 합격점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PS : 그나저나, 신민아씨는 왜 나왔을까요? 영화 전체적으로 정말이지 불필요한 캐릭터인데 말이죠. 단지 눈요기?

2009/08/18

▶◀ 謹弔

 김대중 전 대통령님. 안타깝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난세는 난세인 것 같습니다...

에이트리 J100


제가 에이트리라는 전자사전 - 멀티미디어 기기 전문 회사에 근무하는 것은 아마 제 블로그 단골분들이시라면 잘 아시겠죠. 이 제품은 어제 출시한 따끈따끈한 우리회사의 신제품입니다.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중국식 표현으로는 MP4 Player로 여태까지 우리 회사에서 나온 제품 중 가장 괜찮은 제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뽑힌 기기이기도 하죠.

환율이 1000원 가까이 유지만 해 줬더라도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명기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러모로 정말 아쉽습니다. 그래도 경쟁제품과 비교해 보더라도 퍼포먼스, 반응속도, 음질 모두 뛰어난 제품이므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 있었으면 하네요.

에이트리 파이팅입니다!

** 아울러 제품 및 회사관련 문의와 요청은 비밀글이라도 답하지 않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2009/08/17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 에도가와 란포 / 김은희 : 별점 3.5점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 6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두드림

1권 다음에 3권이 먼저 나온 뒤 나온 2권입니다. 순서조차 엽기적이군요.... 1권과 3권을 이미 읽고 소장하고 있기에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집입니다. 제가 이런 추리 단편을 워낙 좋아라하기도 하고 말이죠.

어쨌건 제목그대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이자 변격물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선집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미 접한 작품도 많고 "본격물" 로 보기에는 어려운 작품들도 제법 많아서 1 - 3 권을 읽고 느꼈던 것보다는 조금 못합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죠. 전체적인 평점은 3점입니다.

최고 베스트는 "음울한 짐승" 이긴 한데, 너무 잘 알려진 작품이라 조금 식상하다면 "그는 누구인가"를 꼽고 싶네요. "악귀"도 괜찮았고요.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호반정 사건 :
거울장치로 남을 엿보는 취미가 있는 주인공인 나는 묵고있던 여관 목욕탕에 몰래 숨겨놓은 장치를 통해 한 여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여관에서 친구가 된 코우노와 함께 사건의 조사에 착수한 나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여관 잔치에 불려나왔던 기생 쵸키치가 실종되고 정체불명의 손님들이 커다란 트렁크를 든 채 서둘러 도망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경찰까지 수사에 나서지만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작가의 변격적인 취향이 잘 반영된 "거울장치"라는 설정은 인상적이지만 본격물에는 미치지 못한 조금은 애매한 작품입니다. 본격물로 기능하기 위한 트릭은 그런대로 합격점이긴 하며 쵸키치의 실종이라던가 군불지기 산조우의 존재 등을 통해 이야기도 나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는 있지만 "거울장치"라는 소도구 자체가 우연을 토대로 한다는 점과 정체불명의 손님들과 거액의 돈이라는 설정 역시 지나칠정도로 작위적이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이야기는 중편 길이에 가까우나 알맹이가 없는 작품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악귀 :
추리소설가 토노무라 쇼우이치는 고향에서 우연히 친구인 오야 코우기치가 연루된 사건에 휘말린다. 오야의 정혼자 츠루코가 참혹하게 훼손된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 마침 오야는 파혼을 주장하며 유키꼬라는 아가씨와 사귀고 있었기에 완벽하게 범인으로 몰린다. 결국 토노무라는 친구의 누명을 벗어주기 위해 나서는데...
작가 스스로도 책 뒤의 해설에서 이야기하듯 결정적 트릭을 홈즈 단편 중 하나인 "브루스파팅턴 잠수함 설계도의 모험"에서 차용한 작품으로 정통 본격물입니다. 비록 중요 트릭이 모방이라 하더라도 다른 트릭들, 즉 1인 2역 트릭 같은 것들이 중요 트릭과 함께 작품과 잘 결합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말이 조금은 쌩뚱맞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한 작품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지붕 속 산책자 :
백수 코우다는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와 친분을 맺은 뒤 "범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새로 이사한 하숙집 천장으로 통하는 통로를 우연히 발견한 그는 다른 하숙생들을 염탐하는 취미에 빠져들다가 싫어하는 하숙생 엔도우를 완벽하게 살해할 수 있는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대표작 중 하나로 과거 동서 추리문고의 "음울한 짐승"을 통해 먼저 접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변격물적인 성향에 더해 범행이 먼저 이루어지는 약간은 도서추리적인 전개, 그리고 사건을 밝혀내는 아케치 코고로의 추리쇼가 돋보이며, 특히나 범행을 행하는 과정까지의 서스펜스가 정말 장난이 아니라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죠.
코우다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심리묘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과 범행의 유력한 증거가 결국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본격물로 보기는 힘들겠지만 에도가와 란포라는 작가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3점.

그는 누구인가 :
유우키 소장의 아들 히로카즈가 도둑에게 저격당해 불구가 된다. 그러나 범인이 남긴 불가사의한 발자국 등 알 수 없는 여러 정황증거 때문에 사건이 미궁에 빠진다. 결국 추리광인 히로카즈 스스로 탐정역을 소화하려 하고, 유우키 가문의 손님인 아카이씨 역시 사건 해결에 나서는데...
범인이 하늘로 꺼지는 발자국이라는 불가능 범죄의 설정을 가진 본격물입니다. 지도까지 도입한 치밀한 구성, 잘 짜여진 캐릭터 구도와 완벽한 동기 등 본격물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죠. 덕분에 상당한 길이의 중편이지만 작품 내내 계속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아 지루하지 않게 읽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케치 코고로가 등장한다는 것 역시 팬으로서는 반가운 일이었고요.
저자 스스로는 자신의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아 별로 화제가 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지만 후대의 팬으로서는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쁨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달과 장갑 :
카츠히코는 고리대금업자 마타노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뒤 자신의 애인이기도 한 마타노의 아내 아케미와 공모하여 사건을 은폐할 결심을 한다...
장치를 이용한 일종의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하는 도서 추리물입니다. 작가 후기에서 "황제의 코담배갑" 같은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멀리서 바라본다"라는 알리바이 트릭을 언급하는데 사실 그 정도는 아니죠. 완전 오버에요... 이 작품은 트릭 자체는 별게 없고 오히려 이를 밝혀내기 위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서스펜스가 더욱 돋보이는 스릴러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입니다.
아케치 코고로의 이름이 잠깐 언급되는 것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호리코시 수사1과장 귀하 :
도쿄 경시청의 호리코시 수사1과장은 5년전 관내에서 벌어진 미궁의 천만엔 도난사건에 대한 편지를 받는다...
서간문 형식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1인 2역 트릭을 다루고 있습니다. 트릭과 설정은 뻔해서 역시나 본격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전개과정이 뻔한 아이디어를 덮을 수 있을 만큼 흡입력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모처럼 결말까지 깔끔할 뿐 아니라 훔친 돈의 은닉에 대한 몇가지 아이디어 등도 재미있었기에 별점은 3점. 무난하고 평이했습니다.

음울한 짐승 :
추리작가인 나는 실업가 오야마다 로쿠로의 부인인 오야마다 시즈코라는 여성과 우연히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나에게 오에 슌데이라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추리작가에 대해 문의하고, 나는 오에 슌데이가 과거의 연인이었다가 스토커로 돌변한 히라타 이치로라는 그녀의 고백을 듣게 된다. 히라타 이치로의 스토킹과 편지의 강도가 세지던 와중에 결국 오야마다 로쿠로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나왔다! 이 작품도 동서추리문고를 통해 소개된 대표작이기도 한 변격물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스스로 작중의 오에 슌데이, 즉 히라타 이치로라는 인물에 자기 자신을 투사하여 작품을 써 나갔기 때문에, 란포의 여러 작품들이 오에 슌데이의 작품으로 인용되는 등 작가와 왠지 일체화된 느낌이 강한 작품이기도 해서 대표작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비록 읽어본 작품이기는 하지만 번역이 다른 탓에 굉장히 신선한 기분을 느끼면서 새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스토킹이나 가학증 등 변격물적인 성향도 잘 드러나 있지만 본격물로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여러가지의 트릭 - 특히 오야마다 로쿠로 살인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볼거리입니다 - 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약간 여운을 남기는 애매한 결말까지도 인상적이라 에도가와 란포 작품 중에서도 탑 클래스에 들만한 좋은 작품이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2009/08/14

필독 본격 추리 30선

 출처는 간만의 "미스터리베스트" 입니다. 원문은 여기서 보세요. 추리소설 연구가라는 "山前譲" 씨가 선정한 리스트라고 하며, 원래는 아유카와 데츠야의 "유리의 집"에 수록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하네요. 2차대전 전부터 소화 30년대까지 쓰여진 일본 본격 추리소설 중에서 선정한 것인데,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올렸던 글인데 뭔가의 실수로 지워져서 다시 업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올립니다.


현재 스코어 저는 읽은 작품이 달랑 6개네요. 공부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번역된 작품은 다 읽은겁니다...

* 2014년 2월 28일 수정. 9개로 늘었네요. 역시나 번역된 것은 다 읽은 것입니다.


殺人鬼 / 浜尾四郎 / 創元推理文庫 日本探偵小説全集 5 : 제목은 강렬한데 뭘까요...?

船富家の惨劇 / 蒼井雄 / 創元推理文庫 日本探偵小説全集 12 : 역시나 강렬한 제목.

本陣殺人事件 / 横溝正史 / 角川文庫, 創元推理文庫 日本探偵小説全集9 : 요코미조 세이시의 "혼진 살인사건"

高木家の惨劇 / 角田喜久雄 / 創元推理文庫 日本探偵小説全集3 : 예전에는 참극이라는 제목 참 많이 쓰였군요...

蝶々殺人事件 / 横溝正史 / 角川文庫 : 요코미조 세이시의 "나비부인 살인사건".  국내에는 동서판 "혼진 살인사건"에 같이 수록되어 있죠. 솔직히 좀 지루한 작품이었습니다만...

奇跡のボレロ / 角田喜久雄 / 春陽文庫 (未) : 흠... 내용이 궁금해지는 제목입니다.

不連続殺人事件 / 坂口安吾 / ちくま文庫 坂口安吾全集11、角川文庫, 創元推理文庫 日本探偵小説全集10 : 사카구치 안고의 "불연속 살인사건". 저는 영 별로였는데 평론가들은 무지 좋아하네요.

刺青殺人事件 / 高木彬光 / 光文社文庫, 角川文庫 : 다카키 아키미쓰의 "문신 살인사건". 좋은 작품이죠.

古墳殺人事件 / 島田一男 / 徳間文庫 (未) : 고분이라.. 역사추리일까요?

源氏物語殺人事件 / 岡田鯱彦 / 国書刊行会 "薫大将と匂の宮" (未) : 제목이 그럴듯 하네요. 역시나 역사추리물?

人形はなぜ殺される / 高木彬光 / 光文社文庫, 角川文庫 : 다카키 아키미쓰의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上を見るな / 島田一男 / 光文社文庫 (未) : 전혀 짐작도 안가는 제목입니다. ㅎㅎ

黒いトランク / 鮎川哲也 / 角川文庫 : 아유카와 데츠야의 "검은 트렁크". 국내에도 나온다, 나온다하지만 아직 안나온 작품이죠. 꼭 읽어보고 싶은데...

猫は知っていた / 仁木悦子 / 講談社文庫, 大衆文学館 : 니키 에쓰코의 "고양이는 알고 있다". 귀여운 작품이죠. 걸작인지는 아리송하지만.

屍の記録 / 鷲尾三郎 / 春陽堂書店 : 법의학 추리물인가 싶은 제목이군요.

点と線 / 松本清張 / 新潮文庫 :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

招かれざる客 / 笹沢左保 / 角川文庫 : 사사자와 사호도 항상 들어가네요. 국내에 번역이 좀 되었으면 하는 작가 중 한명인데, 이 작품은 데뷰작이기도 한 "초대받지 않은 손님" 입니다.

二人で殺人を / 佐野洋 / 角川文庫 : 사노 요도 친숙한 작가죠. 저도 "금색의 상장"이라는 작품을 읽어봤습니다. 이 작품은 잘 모르겠지만...

りら荘事件 / 鮎川哲也 / 講談社文庫, 角川文庫 ("りら荘殺人事件") : 아유카와 데쓰야의 "리라장 사건"

人喰い / 笹沢左保 / 徳間文庫, 双葉文庫 : 또 사사자와 사호.

風花島殺人事件 / 下村明 / 桃源社 : 모르는 작가네요.

危険な童話 土屋隆夫 / 角川文庫, 光文社文庫 : 쓰치야 다카오. "호메로스 살인사건"은 좋은 작품이었죠. 이 작품은 불가능범죄 이야기인 듯 한데 기대되는군요.

枯れ草の根 / 陳舜臣 / 講談社文庫 : "얼룩화필"로 국내에 소개된 진순신의 작품입니다.

変人島風物誌 / 多岐川恭 / 桃源社 (未)

黒いリボン / 仁木悦子 / 角川文庫 (リバイバル) : 니키 에쓰코 여사. 무슨 작품일지 궁금하네요.

弓の部屋 / 陳舜臣 / 角川文庫 (未) : 진순신도 유명 작가이긴 하군요.

時間の習俗 / 松本清張 / 新潮文庫 : 마츠모토 세이초의 "시간의 습속". "점과 선"의 후속작이죠.

陽気な容疑者たち / 天藤真 / 創元推理文庫, 角川文庫 : "대유괴"의 텐도 신. 이 작품도 제목부터 유머스러운게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影の告発 / 土屋隆夫 / 光文社文庫, 角川文庫, 講談社文庫, 双葉文庫

孤独なアスファルト / 藤村正太 / 講談社文庫

2009/08/13

미식견문록 - 요네하라 마리 : 별점 3점

미식견문록 - 6점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마음산책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의 수필집입니다. 홍보가 마음에 들어 구입해 보았습니다. 구입하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여러모로 꽤 유명한 작가인듯 싶네요.

내용은 제목 그대로 "미식"에 대한 "견문록". 즉 음식에 대한 디테일한 소개와 레시피, 그리고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 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신변잡기적인 글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다른 미식관련 문헌과 차이점이긴 하지만 큰 중심이 음식과 관련된 일화 소개라는 것은 똑같다고 할 수 있겠죠.

목차별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제1악장 Russian Rhapsody" 는 주로 러시아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극악의 구소련제 통조림 이야기라던가, "할바"라는 궁극의 누가 설탕 과자 이야기가 재미있더군요.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통조림 이야기는 정말 새로왔습니다. 얼마나 맛이 없었으면 농담의 소재로까지 쓰였을까 싶고, 왠지 먹어보고 싶어절 정도였으니까요. 흡사 악평이 가득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것과 같은 것이랄까요?
"할바"라는 설탕 과자 이야기 역시 어렸을때 단 한번 맛본 천상의 맛을 찾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방팔방 찾아다니며 다양한 레시피를 수집하는 모습이 정말이지 대단하다 싶었고요.
그 외의 이야기들도 대부분 저자의 프라하-러시아 생활 경험담이 대부분이긴 한데 다 재미있었습니다. 워낙 새로운 이야기들이었으니까 당연하겠죠.

"제2악장 Andante Mangiabile" 는 소설이나 동화, 전설같은 친숙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었고 주목할만한 이야기는 "인도 핫케이크!". 저 역시 어렸을때 읽었던 동화 "꼬마 깜둥이 삼보" 에 등장하는 핫케이크에 대한 고찰(?)입니다.
이 동화의 요지는 삼보를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들이 나무 밑에서 서로의 꼬리를 물고 전력질주하며 뱅뱅돌다가 녹아내려 버터가 된 것을 삼보의 엄마가 핫케이크를 만들어 준다는 것인데 저자는 바로 이 핫케이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치밀한 조사를 벌여 원래 이 동화의 배경은 "인도" 였다는 것. 때문에 버터와 핫케이크는 저자의 의도와 번역이 결합된, 일종의 잘못된 정보이고 원래대로라면 "기이"가 잔뜩 들어간 "난" 이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짝짝짝. 이 정도라면 약간 허무하기도 하지만 집요하면서도 끈기있는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외에도 모모타로의 기장경단이나 너구리 죽, 과자집 등 친숙하지만 잘 모르는 음식 이야기가 가득한 부분이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네요. 너구리 죽은 그 맛이 정말 궁금합니다.

"제3악장 Largo"는 저자의 신변잡기적인 글이 실려있는 부분입니다.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부분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굉장히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동시통역할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리가초프 - 고르파초프 - 옐친 순으로 신기하고 새로운 음식을 잘 먹었는데 신기하고 새로운 음식을 잘 먹을 수록 확실히 "개혁파"에 가까왔다... 라는 이야기라던가, 앵글로색슨족, 그러니까 미국과 영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은 것은 "맛없는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세계 어느곳에 가도 불평없이 싸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등 기발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 외로는 자신이 먹었던, 혹은 접했던 음식들에 대한 다양한 일화들이 실려 있는데 먹성 좋았던 미식가 삼촌이 유언삼아 남긴 마지막 한마디가 인상적이더군요. "역 도시락은 팔각 도시락으로 해라..." ^^;; 정말이지 대단한 집안이에요...

어쨌건 수필집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후딱 읽을 수 있었고 재미도 있어서 만족스러운 도서였습니다. 저자의 시각이나 해석이 독특한 것 역시 마음에 들었고요. 한국어판의 지저분해 보이고 내용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 삽화, 디자인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별점 3점은 충분하죠.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실 책을 찾으신다면 추천합니다. 저자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2009/08/12

기세이혼센 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 별점 1점

 기세이혼센 (紀勢本線) 신구(新宮)역 근처에서 한 여성의 피살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21세의 하라구치 유키. 치명상은 가슴을 날카로운 흉기로 참혹하게 찔린 것이었으며 이마에 X자로 상흔이 남아있었던 상태. 사건 해결을 위해 신구 경찰서에 설치된 수사본부에 도쿄 경시청 수사 1 과 소속의 토츠가와(十津川)경감과 가메이(龜井)형사가 찾아오고 이 사건이 도쿄 세타가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도쿄에서의 피해자도 영어이니셜이 Y. H에다가 21세, 거기에 칼에 찔리고 이마에 자 형태의 상흔이 남아 있는 것이 동일했던 것. 반신반의하던 경찰앞에 구시모토 역에서 동일한 조건의 여성 피살체가 발견되며 사건은 점차 커져만 가는데....

여정 미스터리의 대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입니다. "침대특급살인사건""히다다까야마에서 사라진 여인""일본살인여행" 에 이어 네번째로 읽게된 작품이네요.

이 작품도 역시나 일종의 여정 미스터리로서 간사이 쪽 열차 노선인 기세이혼센 (紀勢本線) 의 여러 역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잠깐 조사해봤더니 굉장히 긴 철도더군요.

그러나 내용은 굉장히 보잘것 없고 밀도가 떨어지는 졸작이었습니다. 복잡하기만 할 뿐 알맹이도 없고 추리적으로도 눈여겨볼만한 요소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총 7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결국 범인마저 토츠가와 경감에게 사살되는 등 니시무라 교타로 작품치고는 나름 피바다 계열로 사건 자체는 풍성합니다. 그러나 등장하는 사건들이 "연쇄살인"의 살인범과 그 "연쇄살인"을 추종해서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살인범과 그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살인범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살인범.. 이라는 식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뜬금없게 등장함니다.
물론 이러한 부가적인 연계 사건을 내용과 잘 합쳐서 전개했더라면 추리적으로도 꽤 흥미로운 전개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연계 사건들은 왜 등장하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겉도는 느낌이 강해서 사건들이 단지 극적인 전개를 위해서만, 그리고 이야기를 벌이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나마의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역할마저도 중반 정도 되면 모두 해결되어 이야기에서 아예 퇴장해 버리기에 결국 독자로서 이 연계 사건의 존재 가치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네요.

그렇다면 중심 사건인 연쇄살인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로운가? 라는 것도 역시 아니올시다 입니다. 일단 21세의 영문 이니셜이 Y.H이며 눈 밑에 점이 있는 직장여성을 노리는 연쇄살인이라는 설정 자체는 뭐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수사의 포커스는 누가 봐도 어떻게 해당 인물을 범인이 골라낼 수 있었을까? 라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경찰들, 특히 나름 명탐정이라는 토츠가와 경감 조차도 이 점을 착안하지 못하고 거의 막판에 가서야 추리하여 결국 범인을 특정하는데 성공합니다. 그 전에는 그냥 탐문, 탐문, 탐문밖에는 없습니다... 
또 이러한 착안점에서 범인을 특정한 다음에는 추리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전개는 너무 쉽게 간거 아닌가 하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고요. 범인의 정체와 동기도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아빠진 진부한 설정이었어요.
한마디로 경찰이 조금만 더 머리를 써서 조사했더라면 진작에 해결되었을 사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추리의 영역이 아니라 기본적인 "초동수사"의 문제지요. 이 정도면 직무유기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게다가 너무 우연과 감에 의지하는 전개가 많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결국 범인의 최종 목표지점을 특정하는 것도 - "가까운 기세이혼센(紀勢本線) 중 K로 시작되는 곳" - 그냥 토츠가와는 "감"으로 "난키 시라하마"라 짐작하고 그곳에서 결국 범인을 잡게 됩니다. "K"로 시작되는 곳이라는 단서도 토츠가와의 "감" 앞에는 무력할 뿐이죠. 뒷부분에 "난키(南紀)라고 해도 좋을 고장이름을 기난(紀南)이라고 했다"는 식으로 빠져가나기는 하는데 이건 솔직히 반칙이죠. "서울의 옛 이름이 한성이었기 때문에 서울도 H로 시작하는 도시다!"라고 주장하는거하고 똑같잖아요...

마지막으로 항상 이야기하지만 "여정 미스터리"라는 소재에 어거지로 엮어볼려고 "기세이혼센" 과 "난키" 지방을 중심으로 다루는 설정 자체도 문제가 많아요. "삼단벽" 같은 해당 지방의 명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건과는 별 상관없는, 단지 특이한 지방의 특이한 풍광일 뿐 실제로 사건은 이게 도쿄나 오사카라도 아무런 상관없거든요. 이래서야 "부산 살인사건"이라고 하고 해운대만 잠깐 나와준다던가, "제주도 살인사건"이라고 한 뒤 용두암만 잠깐 나와주는거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죠. 아무래도 작가의 여정 미스터리라는 쟝르에 대한 집착이 외려 화를 부른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관광가이드도 아니고... 시라하마 지방에서 돈이라도 받았나?

어떻게 된게 이 작가 작품은 읽으면 읽을 수록 재미가 없어지네요. 앞으로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다는 "천사의 상흔"이나 일본 미스터리 문학상을 수상한 "종착역 살인사건" 정도의 작품이 아니면 찾아읽을 일은 없을것 같습니다. 별점은 1점. 그만큼이나 최근 읽은 작품 중 최악이었습니다. 엔간한 졸작은 수작으로 보일만큼 추리와 설정, 내용 모두 별로였어요.

2009/08/10

김씨표류기 (2009) - 이해준 : 별점 2.5점

 


주인공 김씨는 한강 다리에서의 자살시도 후 자신이 한강의 밤섬에 표류한 것을 알게됩니다. 이래저래 막장인 인생, 섬에게 살아보기로 결심한 그에게 어느날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이 도착합니다...

주말에 감상한 영화입니다. 평이 워낙 좋아서 기대했는데 마침내 보게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이유는 한강에 표류한다는 아이디어도 마음에 들었고 "루저"들의 인생사를 유쾌하게 다룬 듯한 분위기도 땡겼을 뿐 아니라 이른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제가 무척 좋아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솔직히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만 하더군요. 정말 지루하고 재미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장면은 "출발 비디오 여행" 등에서 요약해서 보여준 장면이 거의 다일 정도였으니까요.

이유는 영화에 별다른 "드라마"가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는 것에 기인합니다. 예를 들자면, 김씨가 한강 밤섬에 표류합니다. 그리고 몇개월 그곳에서 살게되죠. 하지만 "밤섬"이라는 이유로 인하여 별다른 위기나 생명을 건 모험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관객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김씨에게 닥쳐올 위험이라면 오염된 한강물로 인한 질병 문제 정도랄까요? 먹을것 때문에 고생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 이후에는 밤섬과 그 생태계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으로 바로 등장해 버립니다.
그리고 정려원씨가 연기한 히키코모리 캐릭터는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인 모습이 밤섬 표류민 김씨보다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히키코모리로 외부와 소통하지 않고 단지 싸이에 빠져 산다는 설정은 뻔하기 그지 없더군요. 방구석에 처박힌 원인인듯한 얼굴의 흉터도 거의 드러나지 않아서 더더욱 몰입하기가 어려고 말이죠. 충분히 젊고 예쁜 정려원씨가 이런 캐릭터로 나오니 정말 적응 불능이었어요. 물론 정려원씨 연기는 괜찮긴 했습니다만.... 비쥬얼이 너무 안 맞았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정재영의 김씨는 이미지는 그럴듯했지만 불쌍하고 무능한 바보 식탐 캐릭터라는 설정이 왠지 자꾸 정준하씨가 연상되기에 역시나 최적의 캐스팅이라 보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차라리 정말 나이가 많은 뚱뚱하거나 못생긴 노처녀로 캐스팅해서 (그리고 와우에 빠져 산다면^^) 두 캐릭터 모두 확고한 루저 및 사회부적응자의 비쥬얼로 묘사시키는 것이 둘 사이의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보다 설득력있게 보여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장면장면의 디테일과 구도, 재기발랄한 상상력은 초-중반까지는 무척이나 빛나는 영화임에는 분명하고 특히나 김씨에게 "밤섬에서 농사를 짓게 하는" 황당하지만 기발한 상황극으로 지루함을 헤쳐나가려고 하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가장 큰 이유인 "짜장면을 먹고싶다"는 이른바 김씨의 "희망"이 위기가 닥쳐오기도 전에 해결되어 버림으로서 영화의 맥이 탁 풀려버립니다. 사실 김씨가 짜장면을 먹는데 성공한 이후에는 영화가 왜 진행되는지 모를 정도로 사족에 가까운 내용이라 생각되네요.
차라리 이후의 유치한, 그리고 너무 공식대로인 폭우 끝의 구조(?) 와 같은 상황보다는 김씨가 짜장면을 먹은 뒤 "그릇 갖고가" 와 같은 문자를 쓰고 그릇을 회수하려고 여자가 찾아가는 결말 정도가 어땠을까 싶어요. 어차피 김씨는 희망을 이루고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 힘을 가지게 되었으며 여자 역시 김씨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기 자신을 외부와 소통하게끔 하는데 성공하고 있으니만큼 또다른 극적인 계기는 불필요할 것 같거든요. 앞서말한 뚱뚱한 여자라면 오리배를 타기 위해 살이 빠진다는 유머스러운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고요^^
 
어쨌건 결론적으로 평이한 작품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실험정신과 연출은 분명 좋았지만 어느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영화가 된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면 더더욱 동화답게 ("아멜리에" 나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처럼) 갔어야죠. 제발 막판에 감동이나 극적인 효과를 전해주려는 강박관념 좀 버리고 수수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 주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짜파게티"는 정말 PPL의 궁극과 같은 형태로 등장하는데 영화가 흥행에 별로 성공하지 못해서 아쉽겠더군요. 영화야 어찌되었건간에 저도 "짜파게티"가 먹고 싶을 정도였어요. 왠지 거대한 CF로 영화를 만들었다가, CF가 끝난 이후 영화가 사족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싶은 의심마저 드는군요.

2009/08/09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2009) - 스티븐 소머즈

 


G.I. Joe: Valor Vs. Venom (2004)


요사이 가장 Hot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영화겠죠? 공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와이프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보고난 감상은 한마디로 "시원시원" 하다는거. 인터넷 평을 뒤져보니 각본이 후지다, 특수촬영이 별로다, 주인공이 별로다 뭐 그런 말이 많긴 하고, 실제로 그런 면이 많기도 하지만 실제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 내내 쉴새없이 액션이 빵빵 터지다 보니 후지다, 별로다 하는 생각 자체를 할 틈이 없이 상영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리더군요. 정말 시원시원하게 2시간동안 줄곧 달려줍니다.

아울러 한국배우 "이병헌" 씨가 굉장히 비중있는 역할로 나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말만 많고 결과물이 신통찮은 전지현 - 장동건 - 하정우 씨 등등 보다 별로 소리소문없이 진출해서 확실한 결과물로 보여주는 플레이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가 확실해서 최소한 몇년은 갈 수 있는 그럴듯한 선택이라 생각되거든요. 보여주는 간지와 말투에 비한다면 캐릭터의 실력이 하찮아서 마지막에 그냥 발려버리기는 하지만 2편에서는 좀 더 멋진 무언가를 보여주리라 생각될 정도의 비중과 모습이라 2편도 기대가 되네요. 이병헌씨 외의 친숙한 배우들 (특히 데니스퀘이드와 "이모텝" 아저씨) 도 반가웠고 말이죠.

결론은 별점 3점의 킬링타임용 추천작입니다. 어차피 G.I Joe 애들한테서 뭔가 내면연기를 바란것도 아니고, 이 영화가 진지한 주제를 다뤄서 무슨 상을 탈 것도 아닌데 너무 고민고민하면서 볼 필요도 없잖아요? 그냥 즐기고 시간 잘 보내고 오면 딱 좋은, 여름에 딱 좋은 그야말로 킬링타임에 최적화된 영화라서 저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극장도 시원했고요^^

아무 생각없이 헐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한편 즐기는데에는 괜찮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2009/08/08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 어니스트 볼크먼, 석기용 : 별점 3점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 6점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석기용 옮김/이마고
이 책은 전쟁에서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전쟁에서 혁신을 가져온 다양한 무기들은 결국 과학과 결합된 산물이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고대 전쟁에서의 "전차"의 등장, 청동의 등장, 철기의 등장, 기병의 등장, 공성무기들의 등장 등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로마를 끝으로 중세로 넘어가서 유명한 아쟁쿠르 전투에서의 영국의 장궁에서부터 철갑기사와 석궁, 그리스화약과 석유, 인쇄술 등을 다룬 뒤, 르네상스시대의 대포, 제국주의 시대의 해상 무역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 그리고 산업혁명과 나폴레옹 이후의 무기의 변화,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거치면서 등장하는 핵무기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과학기술과 무기의 결합, 베트남전의 무기들과 이후의 컴퓨터, 다양한 국가들의 무기 개발 시도를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마지막 장은 전쟁에 사용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킬것을 알면서도 협조하는 과학자들의 양심을 묻는 부분입니다. 과거의 사례들 - 예를 들어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일본 관동군 731 부대라던가 나치의 생체실험 등 - 과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과학이 자연을 더 깊게 들여다 볼 수록 그것을 파괴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과학이 국가가 하나가 된 이상.." 이라는 결론으로 끝맺습니다. 암울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겠죠. 지금처럼 과학기술을 국가가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시기에 특정한 기술이 군사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는다는것은 불가능할테니까요. 앞으로 과학자들이 애국심과 인간으로서의 양심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 나갈지는 지켜볼 수 밖에요.

어쨌건 완독 후의 감상이라면 일단은 재미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특정 과학자들이 전쟁에 협력하는 모습을 비중있게 그린 나머지 그 과학자들의 업적을 조금 간과하는건 조금 거슬렸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라부와지에겠죠. 이 책만 읽으면 프랑스 화약 개선 등의 작업을 진행한 화학자로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화학식의 도입, 질량 보존의 법칙 발견 ...등 프랑스 화약 개선따위는 먼지에 지나지 않을 정도의 많은 업적을 남긴 과학자였지요. 그리고 핵폭탄 관련 글의 분량도 과했습니다.
그래도 주석만 40여페이지가 될 정도의 치밀한 자료를 바탕으로하여 저널리스트 출신의 저자가 실시간으로 전쟁을 보도하는 듯한 현장감 있는 묘사로 글을 써내려갔기에 단순한 역사서를 뛰어넘는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덧붙이자면, 루이 14세가 파랑색과 흰색이 조합된 멋진 군복을 원했기 때문에 직조술과 근대적인 천공 카드 시스템의 효시가 태동했다라는 이야기같은 각 무기들과 전쟁 이면에 맞추어진 다양한 일화들과 프랑스의 대포가 처음으로 빛나는 승리를 거둔 전투인 몬테산조반니 요새 함락작전같은 몰랐던 전쟁 소사 (小史) 들의 설명 역시 흥미진진했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는 제일 진지했던 독서인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두께가 만만치않아 휴대하면서 읽기에 좀 무리가 따르기는 했지만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책이었기에 추천합니다.

2009/08/05

극락도 살인사건 (2007) - 김한민 : 별점 2점

 


작지만 평화로운 섬 극락도에서 섬 주민 모두가 사라지는 괴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은 마을이 우수 낙도로 선정되어 포상받은 직후 마을 잔치날 벌어진 화투판 살인사건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영화를 본건 2년전인데, 리뷰를 작성하고 비공개로 돌려놓고 잊어먹고 있다가 이제서야 올립니다.^^ (앗싸 하나 건졌다~)

일단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에 크리스티 여사님의 "열개의 인디언 인형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둥 하며 정통 추리물인 것 처럼 포장하여 선전했던 영화죠. 

그러나 아니니다를까 뚜껑을 열어보니 정통 추리물과는 약 10만광년 정도 떨어진 작품이었습니다. 차라리 블랙 코미디 성향이 짙은 호러물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죠. 마을 주민들이 죽어나가는 연쇄살인의 동기, 범인의 정체 모두 "약물"에 의한 환각 때문이었다는 설정 때문에 추리의 여지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범행이 다 우발적인 것이었다는데 추리할게 있을리가 없잖아요. 또 어차피 제정신들이 아닌 상황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살인사건이라면 마을 주민들이 하나씩 좀비가 되면서 벌어지는 호러물하고 다를게 없겠죠.

다만 마을 주민들을 중독시킨 "약물" 의 정체와 극락도에 반입된 이유가 반전으로 등장해서 약간 추리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는 하는데, 문제는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해일이 연기하는 "제우성"이라는 캐릭터의 설정과 묘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가득차 있기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지가 사건을 저질러 놓고 그 수수께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처럼 묘사해놓으니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물론 마을 주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으며 전체적으로 짜임새나 얼개는 잘 갖추어 놓은 잘 만든 영화이긴 합니다. 더운 여름 보기에는 서늘한 감이 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추리 애호가로서 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에 별점은 2점밖에는 못 주겠습니다.

그나저나 왜 우리나라에서는 추리물이라고 하면서 호러를 찍을까요? 추리물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단서나 전개는 전무하고 불필요할 정도로 피와 깜짝쇼가 난무하니 저같은 추리물을 기대하고 본 관객은 김이 샐 수 밖에 없잖아요. 중요하지도 않은 귀신은 왜 이리도 자주 등장해서 사람 김을 빼 놓는건지 원....

2009/08/04

행복의 건축 - 알랭 드 보통 / 정영목 : 별점 3점

 

행복의 건축 - 6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이레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의 건축에 대한 책입니다.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전문적이고, 건축 전문 서적이라고 하기에는 개인적 상념이 많이 담겨 있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책이겠죠.

저자가 건축가는 아니지만 건축에 대한 역사와 건축물 자체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풍성할 뿐더러, 본인 스스로도 많은 여행을 통해 다양한 유명, 혹은 무명 건축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놓은 것을 바탕으로하여 미려한 문장력으로 맛깔나게 개인의 건축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목차는

1. 행복을 위한 건축
2. 어떤 스타일로 지을 것인가?
3. 말하는 건축
4. 집,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
5. 건물의 미덕
6. 들의 미래


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파트별로 이해를 돕게 해 주는 다양한 예시와 도판의 사용이 적절해서 읽기도 쉽고 재미를 더해줍니다. 이것 역시 저자의 방대한 지식, 그리고 뇌내 DB 덕분이겠죠.

개인적으로 특히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거장으로 칭송받는 르 코르뷔지에의 현실감 없던 이상적 건축물에 대한 다양한 비판(?), 그리고 그 예시였습니다. 너무나 모던하게 설계하여 주인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외려 비가 새는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빌라 사부와" 이야기, 노동자들을 위해 극도의 단순함과 심플함으로 프뤼게 공장 주택 단지를 설계하였지만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똑같은 삭막한 환경에서 일했기에 이 주택단지에 그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일화, 그리고 이상으로만 가득찼던 파리를 위한 "부아쟁" 계획 같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는데, 저야 거장의 좋은 면만 바라보다가 이런 일화를 접하니 재미도 있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자가 르 코르뷔지에의 안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밖의 다른 이야기들도 전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요.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이 확실히 허언은 아닌것 같아요. 이만큼 지식과 상념을 맛깔나게 섞어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이지 부러운 재능이죠. 저도 추리 이야기를 잘 하고는 싶은데 이상하게 완성된 글은 제 생각과는 다르게 많이 흘러가거든요...

하지만 다 읽고 나서도 저는 제목이 의미하는 "행복의 건축"이 무엇인지는 솔직히 책을 읽고나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아름다움과 본인의 철학과 주변과의 어울림과 다양한 상징이 제대로 사용된 그러한 집에서 산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상자같은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있는 제 입장에서는 꿈같은 일이기때문에 조금 화도 나고요. 앞으로 나이 들어 은퇴할 때가 되면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면서도 검소하고 소박한, 하지만 저의 꿈이 담긴 전원 주택을 하나 짓고 싶기도 한데 그때쯤은 이 책이 제대로 참고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별점은 3점.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