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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김씨표류기 (2009) - 이해준 : 별점 2.5점

 


주인공 김씨는 한강 다리에서의 자살시도 후 자신이 한강의 밤섬에 표류한 것을 알게됩니다. 이래저래 막장인 인생, 섬에게 살아보기로 결심한 그에게 어느날 익명의 쪽지가 담긴 와인병이 도착합니다...

주말에 감상한 영화입니다. 평이 워낙 좋아서 기대했는데 마침내 보게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이유는 한강에 표류한다는 아이디어도 마음에 들었고 "루저"들의 인생사를 유쾌하게 다룬 듯한 분위기도 땡겼을 뿐 아니라 이른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제가 무척 좋아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솔직히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만 하더군요. 정말 지루하고 재미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장면은 "출발 비디오 여행" 등에서 요약해서 보여준 장면이 거의 다일 정도였으니까요.

이유는 영화에 별다른 "드라마"가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는 것에 기인합니다. 예를 들자면, 김씨가 한강 밤섬에 표류합니다. 그리고 몇개월 그곳에서 살게되죠. 하지만 "밤섬"이라는 이유로 인하여 별다른 위기나 생명을 건 모험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관객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김씨에게 닥쳐올 위험이라면 오염된 한강물로 인한 질병 문제 정도랄까요? 먹을것 때문에 고생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 이후에는 밤섬과 그 생태계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으로 바로 등장해 버립니다.
그리고 정려원씨가 연기한 히키코모리 캐릭터는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인 모습이 밤섬 표류민 김씨보다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히키코모리로 외부와 소통하지 않고 단지 싸이에 빠져 산다는 설정은 뻔하기 그지 없더군요. 방구석에 처박힌 원인인듯한 얼굴의 흉터도 거의 드러나지 않아서 더더욱 몰입하기가 어려고 말이죠. 충분히 젊고 예쁜 정려원씨가 이런 캐릭터로 나오니 정말 적응 불능이었어요. 물론 정려원씨 연기는 괜찮긴 했습니다만.... 비쥬얼이 너무 안 맞았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정재영의 김씨는 이미지는 그럴듯했지만 불쌍하고 무능한 바보 식탐 캐릭터라는 설정이 왠지 자꾸 정준하씨가 연상되기에 역시나 최적의 캐스팅이라 보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차라리 정말 나이가 많은 뚱뚱하거나 못생긴 노처녀로 캐스팅해서 (그리고 와우에 빠져 산다면^^) 두 캐릭터 모두 확고한 루저 및 사회부적응자의 비쥬얼로 묘사시키는 것이 둘 사이의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보다 설득력있게 보여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장면장면의 디테일과 구도, 재기발랄한 상상력은 초-중반까지는 무척이나 빛나는 영화임에는 분명하고 특히나 김씨에게 "밤섬에서 농사를 짓게 하는" 황당하지만 기발한 상황극으로 지루함을 헤쳐나가려고 하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가장 큰 이유인 "짜장면을 먹고싶다"는 이른바 김씨의 "희망"이 위기가 닥쳐오기도 전에 해결되어 버림으로서 영화의 맥이 탁 풀려버립니다. 사실 김씨가 짜장면을 먹는데 성공한 이후에는 영화가 왜 진행되는지 모를 정도로 사족에 가까운 내용이라 생각되네요.
차라리 이후의 유치한, 그리고 너무 공식대로인 폭우 끝의 구조(?) 와 같은 상황보다는 김씨가 짜장면을 먹은 뒤 "그릇 갖고가" 와 같은 문자를 쓰고 그릇을 회수하려고 여자가 찾아가는 결말 정도가 어땠을까 싶어요. 어차피 김씨는 희망을 이루고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 힘을 가지게 되었으며 여자 역시 김씨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기 자신을 외부와 소통하게끔 하는데 성공하고 있으니만큼 또다른 극적인 계기는 불필요할 것 같거든요. 앞서말한 뚱뚱한 여자라면 오리배를 타기 위해 살이 빠진다는 유머스러운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고요^^
 
어쨌건 결론적으로 평이한 작품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실험정신과 연출은 분명 좋았지만 어느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영화가 된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면 더더욱 동화답게 ("아멜리에" 나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처럼) 갔어야죠. 제발 막판에 감동이나 극적인 효과를 전해주려는 강박관념 좀 버리고 수수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 주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짜파게티"는 정말 PPL의 궁극과 같은 형태로 등장하는데 영화가 흥행에 별로 성공하지 못해서 아쉽겠더군요. 영화야 어찌되었건간에 저도 "짜파게티"가 먹고 싶을 정도였어요. 왠지 거대한 CF로 영화를 만들었다가, CF가 끝난 이후 영화가 사족이 되어버린게 아닌가 싶은 의심마저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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