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석기용 옮김/이마고 |
고대 전쟁에서의 "전차"의 등장, 청동의 등장, 철기의 등장, 기병의 등장, 공성무기들의 등장 등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로마를 끝으로 중세로 넘어가서 유명한 아쟁쿠르 전투에서의 영국의 장궁에서부터 철갑기사와 석궁, 그리스화약과 석유, 인쇄술 등을 다룬 뒤, 르네상스시대의 대포, 제국주의 시대의 해상 무역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 그리고 산업혁명과 나폴레옹 이후의 무기의 변화,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거치면서 등장하는 핵무기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과학기술과 무기의 결합, 베트남전의 무기들과 이후의 컴퓨터, 다양한 국가들의 무기 개발 시도를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마지막 장은 전쟁에 사용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킬것을 알면서도 협조하는 과학자들의 양심을 묻는 부분입니다. 과거의 사례들 - 예를 들어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일본 관동군 731 부대라던가 나치의 생체실험 등 - 과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과학이 자연을 더 깊게 들여다 볼 수록 그것을 파괴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과학이 국가가 하나가 된 이상.." 이라는 결론으로 끝맺습니다. 암울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겠죠. 지금처럼 과학기술을 국가가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시기에 특정한 기술이 군사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는다는것은 불가능할테니까요. 앞으로 과학자들이 애국심과 인간으로서의 양심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 나갈지는 지켜볼 수 밖에요.
어쨌건 완독 후의 감상이라면 일단은 재미있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특정 과학자들이 전쟁에 협력하는 모습을 비중있게 그린 나머지 그 과학자들의 업적을 조금 간과하는건 조금 거슬렸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라부와지에겠죠. 이 책만 읽으면 프랑스 화약 개선 등의 작업을 진행한 화학자로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화학식의 도입, 질량 보존의 법칙 발견 ...등 프랑스 화약 개선따위는 먼지에 지나지 않을 정도의 많은 업적을 남긴 과학자였지요. 그리고 핵폭탄 관련 글의 분량도 과했습니다.
그래도 주석만 40여페이지가 될 정도의 치밀한 자료를 바탕으로하여 저널리스트 출신의 저자가 실시간으로 전쟁을 보도하는 듯한 현장감 있는 묘사로 글을 써내려갔기에 단순한 역사서를 뛰어넘는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덧붙이자면, 루이 14세가 파랑색과 흰색이 조합된 멋진 군복을 원했기 때문에 직조술과 근대적인 천공 카드 시스템의 효시가 태동했다라는 이야기같은 각 무기들과 전쟁 이면에 맞추어진 다양한 일화들과 프랑스의 대포가 처음으로 빛나는 승리를 거둔 전투인 몬테산조반니 요새 함락작전같은 몰랐던 전쟁 소사 (小史) 들의 설명 역시 흥미진진했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는 제일 진지했던 독서인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두께가 만만치않아 휴대하면서 읽기에 좀 무리가 따르기는 했지만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책이었기에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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