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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01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 와야마 야마 : 별점 2.5점

중학교 합창부 부장이었던 사토미는 대학생이 되어 도쿄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돈을 모으기 위해 시작한 심야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통해 온갖 개성적인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중학생 시절 가라오케를 통해 인연을 맺었던 야쿠자 쿄지와도 계속 얽히는데....

와야마 야마의 "가라오케 가자!" 후속작으로, 상하 2권으로 완결된 만화입니다. 전작으로부터 4년 뒤가 배경입니다. 전작은 야쿠자가 가라오케 대회에서 꼴찌를 피하려고 중학생에게 노래를 배운다는 황당한 설정으로 웃음을 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특별히 큰 사건 없이 여러 인물의 일상이 조금씩 맞물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가장 재미있는 건 등장인물들이 교묘하게 엮이는 구조입니다. 사토미가 일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단골인 만화가 호죠는 알고 보니 쿄지가 속한 조직의 두목 아들입니다. 호죠의 만화는 아르바이트 선배 모리타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고요. 그런데 모리타는 사토미의 친구 마루야마가 좋아하는 록밴드 '무로마치'의 보컬이기도 합니다. 모리타의 최애 만화 "남자의 훈장"을 그린 또 다른 만화가 우사 준코는 호죠의 어시스턴트 출신으로 사토미가 사는 맨션 아랫집 주민입니다. 게다가 쿄지에게 면접을 보고 스낵 직원으로 채용된 사람이기도 하지요. 이런 관계가 처음부터 한꺼번에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하나씩 밝혀지는 방식이 좋습니다. 등장인물이 많아졌는데도 복잡하기보다는 하나의 관계망이 완성되어 가는 재미가 있는 덕분입니다.

소소한 사건들도 볼만합니다. 특히 만화가 호죠와 담당 편집자 스즈키 사이의 티키타카를 통한 만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인물들의 독특한 성격과 관계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솜씨도 좋고요.

음악을 사용하는 방식도 전작 못지않습니다. 야쿠자들의 가라오케 대회에서 MISIA의 "Everything"이 울려 퍼지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전작에서 X JAPAN의 "쿠레나이"가 결정적인 순간을 장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노래 한 곡이 장면의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한꺼번에 끌어올립니다. 두 작품을 이어주는 장치로도 훌륭해요. 아울러 "Everything"은 개인적으로 잘 아는 노래여서 더 와 닿았습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전작보다 아쉽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사토미와 쿄지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BL 분위기로 끌고 가는 결말입니다. 전작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기묘한 우정과 교감이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관계를 연애 감정처럼 묘사하는 방향이 너무 두드러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영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을 이어줄 생각이었다면 사토미를 여학생으로 설정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야쿠자를 미화하는 듯한 묘사도 별로입니다. 쿄지는 시종일관 착하고 다정하며 배려심 많은 사람처럼 그려집니다. 물론 허구의 인물이니 실제 야쿠자와 똑같을 필요는 없겠지만, 현실의 야쿠자는 폭력과 범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쓰레기입니다. 결코 미화할 대상이 아니지요. 그런 어두운 면은 희미하게 처리하면서 쿄지의 인간적인 매력만 강조하는 방식은 불편했습니다. 전작에서는 황당한 코미디 설정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이 두 사람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이번 작품에서는 더 거슬립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여러모로 전작보다 못합니다.

2026/10/31

가라오케 가자! - 와야마 야마 : 별점 4점

야쿠자 쿄지는 조직의 두목이 주관하는 가라오케 대회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절대음감을 가진 두목은 부하들의 노래를 평가해 꼴찌에게 직접 문신을 새겨주는 끔찍한 벌칙을 내리는데, 쿄지는 노래에 영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벌칙을 피하기 위해 쿄지는 중학교 합창부 부장 사토미에게 개인 교습을 부탁하는데...

와야마 야마의 단권 완결 만화입니다. 조금 황당한 일상계 개그 드라마인데, 야쿠자가 노래 대회에서 꼴찌를 하지 않으려고 중학생에게 노래를 배운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미쳤습니다. 심지어 대회를 주관하는 두목은 절대음감의 소유자이고, 벌칙은 두목이 직접 새겨주는 형편없는 문신이라니,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어요.

중학교 합창부 부장인 사토미 캐릭터도 인상적입니다. 처음에는 느닷없이 나타난 야쿠자의 부탁에 벌벌 떨지만, 정작 쿄지 앞에서 태연하게 볶음밥을 시켜 먹고, 노래를 가르칠 때는 할 말도 다 합니다. 다른 야쿠자들에게도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고요. 야쿠자라고는 하지만 어딘지 허술하고 능글맞은 쿄지와, 겁은 많으면서도 은근히 당돌한 사토미 사이의 티키타카가 정말로 재미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가라오케를 통해 교감을 나누는 과정도 자연스럽고요.

그러나 이 작품의 백미는 마지막 가라오케 대회 장면입니다. 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죽었다고 착각한 사토미는 자신의 합창 공연까지 포기하고 야쿠자들의 가라오케 대회장에 난입합니다. 그리고 쿄지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18번인 X JAPAN의 "쿠레나이"를 열창하는데 이 장면은 정말 대박입니다. 처음에는 쿄지의 형편없는 노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우스꽝스러운 소재에 불과했던 "쿠레나이"가 마지막에는 사토미의 감정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변성기 때문에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던 사토미가 쿄지를 위해 전력을 다해 노래한다는 점에서요. 처음 등장했던 노래가 마지막 절정부를 장식하는 수미쌍관식 구성으로도 아주 훌륭합니다. 제가 "쿠레나이"를 듣고 즐겼던 세대라서 더 재미있게 느꼈을 수도 있어요. 저 노래는 정말 어려우니까요. 

게다가 쿄지는 죽기는커녕 멀쩡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저 사고를 당했을 뿐인데 사토미가 혼자 오해한 것이지요. 이 어처구니없는 반전까지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이후 3년이 지나 다시 만난 두 사람과, 쿄지의 팔에 새겨진 사토미의 이름도 재미있는 마무리입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필요한 내용은 모두 담겨 있어 한 권으로 깔끔하게 끝나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기본 설정부터가 황당한 만큼 전개에도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야쿠자라고 해도 중학생에게 노래 교습을 부탁하고, 그 중학생이 야쿠자들 사이를 이토록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요.

쿄지와 사토미의 관계가 단순한 우정이나 교감을 넘어 동성애적인 분위기로 묘사되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독특한 관계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굳이 그런 뉘앙스까지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기발한 기본 설정부터 개성적인 캐릭터, 기막힌 유머와 마지막 "쿠레나이" 장면까지, 짧은 분량 안에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애니메이션도 찾아봐야겠습니다. 쿄지가 얼마나 노래를 못하는지 벌써부터 궁금하거든요.

2026/10/24

장국의 알타이르 1~27 -- 카토 코토노: 별점 2.5점

루메리아 대륙의 상업 국가 투르키에는 13인의 장군들에 의해 통치되는 '장국'이다. 17세의 나이로 장군에 오른 마흐무트는 12년 전, 빌트리안 제국과의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었던 경험 때문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대륙의 패권을 노리는 발트라인 제국은 결국 전쟁을 일으켰고, 마흐무트는 주변국들과 '반제 동맹'을 결성하여 이에 맞섰다. 

초전, 카리르 장군의 대패에도 불구하고 마흐무트는 제국 육군을 패퇴시켰고, 독약의 자가노스 장군이 이끄는 동맹군이 제국의 수도 성 미하엘을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제국의 여장군 레레데릭이 일으킨 군대가 반대로 투르키에의 수도인 금색 도시를 향해 진격했고, 양측의 수도를 둘러싼 마지막 공방전이 벌어지는데...

총 27권으로 완결된 장편 만화입니다. 가상의 대륙을 무대로 투르키에 장국의 젊은 장군 마흐무트가 발트라인 제국의 팽창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정치와 외교, 전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거의 15년 전에 1권을 접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간 읽지 않고 있다가 모처럼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중동의 이슬람 국가를 연상시키는 투르키에 장국의 장군이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실제 역사를 모방한 가상 역사물은 적지 않지만,  오스만 제국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적대 세력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신기했어요. 

그리고 거대한 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대하 서사물로 볼 수 있습니다. 등장하는 국가와 인물도 많고, 외교적 이해관계와 전쟁 양상도 제법 복잡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7권이라는 적당한 분량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비슷한 규모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지나치게 분량을 늘리거나 마무리에 실패하는 작품도 적지 않은데, 적어도 이 작품은 결말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깔끔한 편이에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전투 묘사입니다. 주요 전투마다 승패를 결정짓는 요소가 비교적 명확하고, 특별한 기술과 신무기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4장국의 반란군을 상대로 벌인 전투입니다. 마흐무트는 압도적인 병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동궁(총)'이라는 신무기였습니다. 발트라인 제국의 수도를 방어하는 철벽의 성, 성 미하엘 공략에서도 거대한 대포인 '경고의 종'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요. 중해에서 펼쳐지는 해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베네딕크 함대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 만든 기동성 높은 갤리선과 꺼지지 않는 불인 '포이니크스의 등' 덕분이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무기와 기술이 전투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설정도 재미있지만, 단순히 무기의 위력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전투 상황과 지형, 병력의 특성을 이용하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4장국의 반란을 진압할 때 마흐무트가 나뭇가지를 이용했던 전략이나, 발트라인 제국의 피노 장군이 투르키에 장국의 카리르 장군을 섬멸할 때 펼쳤던 매복과 포위 방진이 좋은 예입니다. 무르물로 분지에서 벌어진 전투의 기병대 운용도 인상적이고, 제국 남령군을 따라잡기 위해 벌이는 기마 추격전 역시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해안선을 달리는 장면은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술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전투의 구성과 비교하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외교와 전략은 의외로 허술한 편입니다. 우선 마흐무트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무역에 뛰어드는 전개는 억지입니다. 밀짚을 비롯한 상품의 교역으로 국가 간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 탓입니다. 물론 무역을 통해 국가 간 분쟁을 막는 전략은 현실에서도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게 석유같은 거라면 모를까 짚단 정도로 전쟁을 막는다는건 말도 안되지요. 게다가 어차피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서 이러한 무역 이야기는 분량 낭비에 불과합니다.

마흐무트의 성공이 지나치게 운에 좌우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위기에 처하거나 무언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마침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나 물건이 등장하는 식입니다. 우라도 왕국의 비료처럼요. 이런 방식으로 위기를 해결하다 보니 천재라는 마흐무트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점도 아쉽습니다. 대부분의 인물은 자신이 소속된 국가나 조직에 무한한 충성심을 보이며,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뿐 배신이나 개인적인 야심은 거의 드러내지 않습니다. 물론 군인이라면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국가의 운명이 걸린 전쟁과 권력 투쟁을 다루는 작품에서 거의 모든 인물이 이토록 단순하게 행동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과 갈등이 부족하다 보니 정치극으로서의 깊이도 떨어지고요. 

인물의 기본적인 설정 역시 전형적입니다. 어린 나이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천재 마흐무트부터 시작해서, 주변 인물들 역시 익숙한 유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방대한 세계관과 복잡한 국가 관계에 비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행동 방식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대하 서사물인데도 불구하고 군웅물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전투에서 적의 지휘관을 제거하는 전략이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휘관을 잃은 군대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고, 지휘관 제거를 노리는 작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대장만 죽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도박수가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전투의 규모와 양상이 달라져도 이런 방식이 반복되다 보니, 정교한 전략보다는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모험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후반부에 이르면 이런 문제점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마지막 전쟁은 투르키에 장국의 자가노스 장군이 발트라인 제국의 수도 성 미하엘을 먼저 함락시키느냐, 아니면 레레데릭이 장국의 금색 도시를 먼저 점령하느냐의 시간 싸움으로 전개됩니다. 그런데 이 경쟁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레레데릭이 금색 도시를 함락시킨다고 해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레레데릭의 군대는 이미 투르키에 장국의 한복판까지 깊숙이 진격해 있습니다. 주변 동맹국들의 군대가 규합되어 포위망을 형성한다면 장기간 버티기 어려운 처지입니다. 무엇보다도 병력을 보충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치명적입니다. 포에니 전쟁 당시 이탈리아 깊숙이 진격해 여러 차례 로마군을 격파했지만 결국 전쟁 자체를 끝내지는 못했던 한니발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적국의 수도를 점령하는 것이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큰 성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쟁의 최종 승리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자가노스가 공격하는 성 미하엘은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발트라인 제국은 이미 주요 영지를 모두 잃었고, 수도는 외부와의 통로도 거의 단절된 채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성 미하엘의 함락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두 전선의 전략적 상황이 이토록 다른데도 마치 어느 쪽이 먼저 상대의 수도를 점령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제국 황제의 항복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입니다. 성 미하엘에는 여전히 7만여 명의 상비군이 남아 있는데도 황제는 전면 항복을 선택합니다. 물론 수도가 고립되고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제국이 멸망하면 황제 자신도 목숨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남은 병력을 총동원해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적어도 그 정도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결전을 시도할 여지는 충분해 보입니다. 대장군까지 직접 전선에 나서 레레데릭과 맞서 싸우는 투르키에 장국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제국 황제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되었어야 했습니다.

제국의 항복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족에 가깝습니다. 투르키에 장국이 새로운 패권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후의 정세가 제시되지만, 전쟁이 끝난 뒤라 긴장감이 크게 떨어집니다. 새로운 국제 질서의 형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별다른 흥미나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작품의 주된 갈등이 해소된 시점에서 굳이 이만큼의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국의 알타이르"는 충분히 읽어볼 만한 작품입니다. 전쟁의 전체적인 흐름과 외교적 전략에는 허점이 많고 인물 묘사도 단순하지만, 개별 전투만큼은 상당히 공들여 구성했습니다. 실제 역사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국가와 문화를 배경으로 신무기, 기발한 전술, 대규모 회전과 공성전, 해전 등을 두루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거대한 이야기를 27권으로 마무리했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치밀한 정치극이나 깊이 있는 인물 묘사를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겠지만, 다양한 무기와 전략이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중세 전쟁 만화를 좋아한다면 추천드립니다.

2026/08/29

츠쿠모고미 - panpanya: 별점 2.5점

애정하는 작가 panpanya의 신간입니다. 올해 4월에 출간되었는데, e-book 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구매하였습니다. 모두 17편의 짧은 에피소드를 수록한 단편집입니다. 일상적인 소재에 기묘한 상상과 설정을 더하는 panpanya의 기존 작풍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록작 중에서는 "Home Vacation", "파인애플을 모르신다", "철새의 계절", "우리는 일본 보도교 주식회사"가 특히 좋았습니다.

"Home Vacation"은 집 자체를 물에 띄워 휴가를 보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집을 떠나 휴가를 가는 것이 아니라 집 자체와 함께 움직인다는 단순하면서도 엉뚱한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파인애플을 모르신다"에서는 파인애플이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탐구하다가 pineapple이라는 이름 그대로 솔방울과 사과를 합쳐 새로운 열매를 만들어 냅니다. 말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를 실제 상황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기발해요. 파인애플은 코스타리카에서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기밀이며, 주인공이 만든 '푸르츠 솔방울'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결말도 좋았고요.

"철새의 계절"은 어릴 때에는 새들이 거대했지만 성장한 뒤에는 평범한 크기로 보인다는 내용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의 차이를 그야말로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일본 보도교 주식회사"는 육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상가를 도입하는 등 여러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이야기입니다. '수고'가 든다는 단점을 회피하기 위해 육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는 발상이 아주 그럴듯해요. 아래와 같은 상업 시설의 추가는 어렵더라도, 자판기와 간단한 휴식 공간 정도는 충분히 말이 됩니다. 아예 극단적으로 높이를 높인 전망대 형식도 그렇고요.

여유로운 분위기와 부드러운 그림도 여전히 좋습니다. 비현실적인 설정을 과장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처럼 그려내는 방식도 작품과 잘 어울립니다.

반면 전체적으로는 전작들보다 기발함이 부족한 편입니다. 특히 panpanya의 작품을 계속 읽어 왔다면 새롭거나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어요. "게에게 홀려서 2", "decoy 23, 봄", "여긴 어디일까요? 여행" 등 기존부터 이어져 온 시리즈가 수록된 탓이 큽니다. 익숙한 설정과 소재가 반복되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이 약해요.

비교적 긴 이야기인 "승리의 짜임새", "동물의 분수", 표제작 "츠쿠모고미"도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별로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준다기보다 기존 작품의 설정과 분위기를 다시 활용한다는 인상이 강해 자가 복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panpanya 특유의 상상력과 분위기, 그림은 여전히 즐길 만하고 몇몇 단편은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작품들 중에서는 처지는 편입니다.

2026/08/23

책이라면 팔 만큼 - 코지마 아오: 별점 3점

헌책방을 중심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화입니다. 2025년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성편 <1위>, 2026년 일본 만화대상 <1위>라는 수상 실적에 혹해서 충동구매하여 읽었습니다. '서점'이나 '헌책방'이 등장하는 작품들 대부분이 재미있었다는 이유도 컸고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있습니다. 이런 소재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지스러운 신파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드라마를 갖추고 담백하면서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서 좋았어요.

모든 에피소드가 실제 책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커피에 별사탕"의 경우, 남편과 사별한 노부인이 남편이 좋아했던 컵과 커피, 꽃에 대해 이야기하자 헌책방 주인은 그것들이 데라다 도라히코의 시에 나오며, 그 시에 따르면 노부인이 남편에게는 '미인'이었다는걸 알려줍니다. 책과 한 사람의 추억 연결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따스하지요. 저도 이런 이야기를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헌책방 '시월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점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구성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월당 자체의 이야기보다 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책을 읽지는 않지만 수집을 좋아하는 '조지 씨' 이야기처럼요.

물론 소재와 설정, 전개는 뻔하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전문가나 특정 직종을 테마로 하는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인 탓입니다.  재미는 있지만 신선함은 부족하지요. 

그래도 이 정도면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새롭지는 않아도 담백한 분위기와 책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추천작입니다. 다음 권에서는 실제 책과 사람들의 사연을 연결하는 매력 포인트를 더 잘 살려주면 좋겠네요.

2026/07/17

소소한 미식 생활 - 이다 치아키 / 장하린 : 별점 3점

제가 좋아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장르입니다. 관심이 가는 책은 꾸준히 구입했고, 지금도 유심히 찾아보고 있는 장르이지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치아키의 이 책도 이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식 장르는 '단편 에세이 만화'이지만, 수록된 그림이 워낙 뛰어난 덕분입니다.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붓 터치와 풍부한 색감으로 그려낸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즐겁고, 식기와 주방용품, 집 안의 소품들까지 하나의 일러스트처럼 정성스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가 않네요.

요리와 음식, 식기와 생활 소품, 그리고 집에서 보내는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 특별한 사건 없는 잔잔함도 매력적입니다. 또 음식을 소재로 한 에세이 만화는 많이 봤지만, 식기와 식탁이나 생활 소품을 이렇게 비중 있게 다룬 작품은 처음이라 신선했습니다. 각각의 물건에 담긴 고민과 추억을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작가의 섬세한 감성이 잘 드러나고요. 정말 요리와 음식,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어느 작가가 젓가락 받침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요? 휴일에 집에서 여유롭게 하이볼 한 잔을 즐기는 모습은 공감이 팍팍 갔습니다.

반면 드라마로서의 재미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기에 단점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요. 그러나 책의 성격 상 e-book으로 출간되는게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확대해가면서 그림들 디테일을 더 잘 보고 싶거든요. 너무 작게 인쇄된 글자들을 읽기도 힘들고요.

그래도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나, 잔잔한 힐링 에세이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e-book으로 출간될 때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2026/07/11

악의 등교 - 원작: 산천, 각색: 팀 더 제이, 작화: 시원

김현성은 학폭 피해로 식물인간이 된 뒤, 정신만 남은 채 10년을 버티며 복수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사건 발생 직전 시기로 회귀한 뒤, 10년을 준비한 계획에 따른 복수를 시작하는데...

흔해빠진 회귀 복수극입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몇 개의 확실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김현성이 10년 동안 복수를 시뮬레이션 해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회귀 후 복수의 과정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집니다. 여기에 식물인간 상태에서 뉴스와 사회 변화를 기억했다는 설정도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산 지역 건설 회사 후계자와 미래의 대권 후보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배경을 만드는 과정은 제법 치밀합니다. 

두 번째는 복수 자체입니다. 김현성은 가해자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1회성 응징이 아니라 아예 인생 자체를 무너뜨리거든요. 기껏 회귀했는데 복수는 시시했던 다른 회귀 복수물들에 비하면 훨씬 화끈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세 번째는 '대산'이라는 가공의 소도시가 무대라는 점입니다. 워낙 작은 도시라서 중앙의 통제가 잘 먹히지 않고, 지역 최고의 건설 회사가 도시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복수에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괜찮은 재미를 선사해 주는데, 아쉽게도 '골든 서클'과의 대결이 펼쳐지는 후반부는 영 별로입니다. 정재계 최상위층이 속해있는 “골든 서클”은 고등학생이 맞서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닌 탓입니다. 그리고 김현성이 10년 동안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골든 서클에 대한건 과거에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이야기처럼 잘 풀렸으리라는 보장도 없고요. 이는 작품만의 좋았던 차별화 포인트를 내다버린 어리석은 전개입니다.

골든 서클이라는 조직의 설정도 황당합니다. 하는거라곤 학폭을 유도해 타겟의 학교 생활을 지옥으로 만드는 정도입니다. 이걸 국내 최상위 그룹 후계자가 이끈다는건 말도 안되지요. 사건의 증명 역시 학폭 주도자들의 현금 흐름만 추적해도 충분했을테고요. 

싸움 실력은 UFC 선수급이고, 공부는 수능 만점 수준인 김현성의 능력에 대한 설정, 명진건설의 고창범처럼 김현성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인물 설정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등, 그 외의 설정들도 문제는 많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복수 장면만 놓고 보면 꽤 시원하지만, “골든 서클” 사건으로 키우지 말고 대산시 안에서 복수극을 마무리했다면 더 나았을 것입니다.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26/06/13

아비무쌍 - 노경찬 / 이현석 : 별점 2점

무협 웹툰인데 초반에는 설정이 신선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 노가장이 무림의 영웅이나 천하제일인이 아니라, 세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는 홀아비 가장으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사별한 아내가 남긴 세 쌍둥이를 키우기 위해 그는 원래 하던 해결사 일을 접고, 안정적인 직장인 천룡회 무사로 취직합니다. 그리고 이후 10년 넘게 문지기로 일하며 아이들을 키운다는 설정이지요. 이 과정에서 추가 보수를 위해 위험한 임무를 맡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가장은 문파의 원한, 가문의 복수, 천하제일을 향한 야망 같은 동기는 없습니다. 오로지 아이들을 굶기지 않고 무사히 키우는데 주력하지요. 무림의 명성보다 월급과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요. 이런 생활감 넘치는 설정은 그간 제가 읽었던 무협이라는 장르물에서는 정말이지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노가장이 상당한 실력자이면서도 스스로를 하수라고 생각한다는 점도 재미 요소입니다. 그는 자신의 무공을 무림인들에게 비하면 별것 아니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 만났던 무림인이 무림 5존의 한 명인 관존이었기 때문에 묵사발이 났던 것 뿐이지요. 하지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노가장은 어떤 임무를 맡던 살아남는걸 최 우선 과제로 삼아 해결사 일을 하며 쌓은 경험과 실전 감각으로 여러 위기를 돌파합니다. 

노가장의 세 쌍둥이 아들과 딸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해서 진행되는 부분도 괜찮습니다. 무공을 배우고, 각자의 성향에 맞게 성장하며, 점점 자기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전형적인 무협지 서사라서 재미가 없을 수 없으니까요. 아들들과 딸의 개성도 뚜렷하고요.

작화도 좋습니다. 그림체도 독특하지만 액션 장면에서 속도감과 무게감이 빼어납니다. 검과 주먹이 부딪치는 장면, 인물의 움직임, 타격의 순간 표현이 시원하며 절묘합니다.

그러나 이런 장점들은 비교적 초, 중반부이며 후반으로 가면 흐려져 버리고 맙니다. 노가장이 무협지 속 절정고수의 반열에 오르며 가장 매력적이며 특별했던 '홀아비 가장의 외벌이 육아 생존기'라는 신선했던 컨셉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뻔한 무협지와 다를게 없어집니다. 

물론 십 여년이 지나, 노가장이 무시받는 수모와 천룡회 내부 암투에 휘말려 부하를 잃은 복수를 위해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려는 움직임만큼은 흥미롭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림인을 정리하려는 관존의 음모와도 얽히는데, 이 역시 기존 무협지에서는 보기 힘든 설정이고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다른 쓸데없는 설정은 쳐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교의 우두머리 천소소가 왜 등장하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행복이를 비롯한 여러 조연도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비교적 비중이 높았던 천룡회 내부 암투가 순식간에 정리되는 전개도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핵심인 오문 설정이 지나치게 만화적이라는 문제도 큽니다. 오행의 성질을 따른다는 설정은 그렇다 쳐도, 사람이 불이나 흙처럼 변해 마인이 된다는 표현은 유치했습니다. 노가장이 신존이 되는 과정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사부가 어떻게 기운을 가져갔는지, 노가장의 변화가 어떤 원리로 이루어졌는지 등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초반 설정만큼은 분명히 신선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작품 고유의 색깔이 약해지고, 평범한 강자 중심 무협물에 가까워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2026/04/05

역대급 창귀사의 회귀 - 조선생님 / 스튜디오 이너스 : 별점 1.5점

창의 달인으로 제국과 황제 카이사르에게 충성을 다하다가 버려져 죽은 조슈아는 창 루기아의 힘으로 9살 시절로 회귀했다. 카이사르를 비롯해 자신을 죽이는 데 가담했던 자들에게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능력을 갈고닦은 그는, 다시 한 번 제국 제일의 인재로 떠오르고 파란의 중심에 놓이는데...

꽤 인기가 있는 판타지 회귀물입니다. 저는 본편만 웹툰으로 감상하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조슈아가 지나치게 강해서 위기를 느끼기 어렵고, 복수물로 보기에도 그 과정이 시시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처절한 몰락 끝에 복수를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압도적인 강함으로 제압하고 끝내 버리니 별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힘들어요.
복수극으로 그냥 끌고 갔더라면 모를까, 마신, 천계에서 추락한 천사 등 쓸데없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길게 늘린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고요. 마신이 나왔다 쳐도, 어차피 킹왕짱 조슈아가 끝장내 버릴텐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작품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들을 짜깁기해 나열한 인상이 강합니다. "창술"을 강조한 설정은 조금 눈에 띄지만, 작품 안에서 그것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창이 아니라 검이었어도 이야기는 충분히 성립했을 테니까요.

아발론, 휴발트, 스왈로우 제국이 각자의 힘을 앞세워 각축을 벌이는 군웅극 같은 부분은 나름 흥미로웠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강자들이 수만, 수십만의 군대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설정 때문입니다. 결국 각 나라의 수장의 강함이 곧 국력으로 이어지는 셈인데, 애초에 조슈아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긴장감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제는 이런 류의 양산형 웹툰은 그만 봐야겠습니다. 주말을 그냥 날린 느낌이네요.

2026/02/28

상점가의 전진 - panpanya / 유유리 : 별점 3점

국내에 출간된 전권을 구입해 읽을 정도로 사랑하는 작가 panpanya의 신작입니다. 출간 사실을 뒤늦게 알아 구입이 조금 늦었습니다.

이번에는 단편 열여섯 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대부분 언제나처럼 일상 속에서 기발한 발상을 끌어내 독특한 재미를 전해 줍니다.

이번 권의 특징이라면 ‘건물’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는 점입니다.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집의 집"은 집 가족이 자라고 성장해 하나의 큰 집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개연"은 멀리 보이던 집들이 사실은 건설업체의 간판이었다는 설정입니다.
"슈퍼 하우스"는 집이 일종의 로봇이 되어 외부의 공격을 격퇴합니다.
"즐거운 부동산"에서는 복권으로 택지에 당첨된 뒤 집 프라모델을 구입해 집을 건설합니다.
"윤번지"는 상속받았지만 사라진 땅을 탐정인 주인공과 레오나르도가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알고 보니 그 땅은 과거 투영법 제작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평면 지도로 인해 발생한 사기였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입체를 평면으로 만들 때 발생하는 어긋남을 다시 분석해, 이 ‘윤번지’가 지하에 위치했다는걸 밝혀냅니다.
"빌딩"은 빌딩이 원래 싹이며, 그것을 잘 키워 만들어낸다는 내용입니다.
"상점가의 전진"에서는 확장하고 이동하는 상점가를 따라 주인공이 집을 상점가에 포함시켜 가게를 열고 이사까지 하지만, 다른 현으로의 이동까지는 동참하지 못해 결국 상점가를 떠납니다.

이 가운데에서는 특유의 상상력과 과학적 설명이 잘 결합된 "윤번지"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구체를 평면으로 만들 때 발생하는 오류를 이런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주인공과 파트너인 충견 레오나르도가 어딘가에 도착한 뒤,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밝혀내는 "여기는 어디일까요?" 시리즈도 여러 편 수록되어 있습니다. 확보할 수 있는 단서를 최대한 모은 뒤, 과학적이면서도 논리적인 추론으로 정답에 접근해 나간다는 점에서 일종의 추리물 같은 재미를 줍니다. 단순한 귀납적 추리가 아니라 과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직사각형 모서리 방의 양쪽 끝에서 도쿄 스카이트리와 후지산이 각각 보이면 ‘원주각 정리’가 성립하고, 거리를 감안하면 현재 위치는 미우라 아니면 이타미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시리즈 8편이 대표적입니다.


"올바른 주먹밥 개봉 방법"은 주먹밥 스티커를 훼손하지 않고 뜯어내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뒤의 해설을 보니 작가가 실제로 주먹밥 스티커를 수집하며 연구한 듯한데, 그런 경험이 없다면 알기 어려운 디테일이야말로 panpanya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구야바노 홀리데이", "카스텔라풍 찜케이크 이야기" 처럼 말이지요.

다만 "집의 집"이나 "빌딩"처럼 설정이 다소 단순한 작품과, "슈퍼 하우스"에서 보이는 panpanya답지 않은 액션물 분위기의 전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공격을 내선번호로 시도한다는 디테일은 재미있었지만요.


"여기는 어디일까요?" 시리즈 역시 몇 편은 다소 식상하게 느껴졌고, 이야기로서 충분히 설득력 있게 성립하는지 의문이 드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anpanya 특유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 작품도 빨리 나와주면 좋겠네요.

2026/01/18

파이어 펀치 1~8 - 후지모토 타츠키 : 별점 2점

"체인소맨"으로 인기 절정을 달리는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첫 장편 연재작입니다. 연재 당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작품이지요.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아그니, 그를 이용해 자신만의 영화를 만드려는. 아그니를 신으로 숭배하는 산, 아그니와 대척점에 서 있다가 그를 포용하게 되는 유다 등의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작품으로 일종의 초인물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현 시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여러모로 어렵습니다.

물론 재생 능력으로 사람들을 먹여 살리지만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길에 휩싸이는 벌을 받은 아그니가 복수를 다짐하는 초반부만큼은 대단합니다. 구세주가 고통을 잊고 현재의 안식을 찾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추종자들 때문에 다시금 고통으로 뛰어든다는 일종의 윤회, 종교적 세계관을 독특하게 풀어낸 것도 작가가 될성부를 떡잎이라는걸 느끼게 해 주고요.

그러나 이런 매력적인 설정을 잘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토키타와 함께 연극, 연기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점점 이상해지는 탓이 큽니다. 아그니를 이용하여 자신의 영화를 제작하려는게 목적인 토키타 자체는 독특해서 나쁘지는 않아요. 그러나 이야기에서 겉돕니다. 완벽한 영화를 위해서 모든걸 통제하려는 흑막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재미와 흥미만을 위해 순간순간을 살아가려는 즉흥적인 모습만 보이니까요. 모든게 연기이고 연기가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과는 정 반대로, 본능에 충실한 삶을 이어갈 뿐입니다.
또 이 연기라는 설정도 문제입니다. 그냥 원래의 신, 구세주가 싸구려 B급 영화 이야기였다는 정도, 그리고 얼음의 마녀 따위는 없고 지구는 멸망해가는 중이다는 진상 정도로도 충분했습니다. 아니면 차라리 복수를 위해 유다와 맞서 싸우는 평범한 이능력 배틀물로 끌고가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작가가 이야기 전개를 위해 둔 무리수는 그 외에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얼음의 마녀 스랴죠. 굳이 그녀가 튀어나올 이유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비중도 변변찮고요.  막판에 작화가 볼썽사나울 정도로 무너지는 것도 눈에 거슬립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압도적인 초반부는 볼 가치가 있지만, 끝까지 볼 필요는 없습니다.

2025/12/19

오무라이스 잼잼 15 - 조경규 : 별점 2점

이전 권 리뷰에서 더 구입하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형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책 가격이 2만원을 돌파했네요.

특유의 정감 있는 그림체와 따뜻한 분위기는 여전하고, 다양한 음식에 얽힌 이야기와 정보들은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따로 국밥은 6.25 때 밥이 미리 말아져 있는 국밥을 양반들이 체면 때문에 거부해서 생겨났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투움바 파스타는 미국 아웃백에서 만들어진 메뉴다라는 등 음식 유래들에 대한 설명이 특히 좋습니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 정통 알프레도 파스타에는 크림이 들어가지 않고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와 버터만 들어간다는 등 처음 알게 된 정보들도 많고요. 

그리고 레시피도 꽤 볼 만 합니다. 무엇보다 초코파이 라테 레시피가 가장 눈길을 끌었습니다. 초코파이를 전자레인지에 6초간 데운 뒤,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뿌리고 부숴서 먹는 디저트라는데, 이건 꼭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연유처럼 끈적이고 달콤한 삶" 편에서 연유의 유래와 함께 소개되는 홍콩의 '버터 돼지'(딱딱한 롤빵에 연유와 버터를 넣은 간식)를 한국 가정에서 만들려면 빵을 플레인 베이글로 대체하면 된다는 등의 꿀팁들도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이전 권에서도 언급했듯 가족 이야기의 비중이 높아졌다는건 단점입니다. 더 이상 음식과 요리 만화가 아니라 가족 일상툰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에요. 가족끼리 어디 놀러가서 뭘 먹었다는 류의 에피소드 반복은 식상하다는 말도 사치라 느껴질 정도로 뻔하고요.

이미 웹툰으로 읽은 독자가 책을 구입할만한 요소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독자가 뽑은 오무라이스 잼잼 명대사라던가 팬아트 모음은 솔직히 페이지 낭비입니다. 맛집 탐방 및 소개 역시 인터넷 컨텐츠 대비한 장점을 찾기 어려웠어요. 이래서야 가격 인상에 걸맞는 내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원래 이 시리즈의 장점이었던 음식 중심의 이야기와 정보성이 점점 희석되어 가는데, 다음 권을 구입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대로라면 구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네요.

2025/12/05

귀멸의 칼날 1~23권 - 고토게 코요하루 : 별점 2.5점

최근 극장가를 강타한 인기 애니메이션 원작 만화입니다. 유명세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딸 아이가 친구 영향으로 빠져들었길래 어떤 만환가 싶어 보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확실히 인기가 있을만 하더군요. 가장 눈에 띄는 미덕은 장편 서사를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도 불필요하게 늘리지 않고 완전히 정리했다는 점입니다. 인기 때문에 전개를 비틀거나 후반부에 새로운 등장인물들을 억지로 끼워 넣지 않고, 주요 인물 모두에게 적당한 마무리를 주면서 이야기가 긴 기-승-전-결로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길이도 적당한 편이고요.
덕분에 지나친 파워 인플레도 없고, 세계관 최강인 빌런 보스 무잔을 없애기 위한 귀살대의 처절한 노력도 설득력있게 묘사됩니다. 귀살대 전원이 공격해도 정면승부로 이기는건 불가능했고, 온갖 독약을 때려 넣어야 겨우 이길 수 있었다는 전개는 아주 좋았어요. 

전투 작화도 괜찮습니다. 귀살대 대원들의 특기 호흡마다 성격이 뚜렷하고, 오니의 능력도 각기 달라 보는 맛이 충분합니다. 오니 디자인도 과하지 않은 편이고요.

주인공 탄지로는 평면적이지만 네즈코, 이누시치, 젠이츠가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설정과, 악역들 역시 단순한 악인으로 처리하지 않고 각기 다른 사연을 부여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이들을 중심로 한 짧은 개그나 SD 컷도 적절하게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엄청난 인기를 얻을만한 작품인가?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습니다. 신선함이 없다시피한 탓입니다. 동족(부하)을 늘릴 수 있는 빌런 보스의 유일한 약점은 햇빛이라는 기본 소재부터 흡혈귀물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오니가 되었지만 다른 방법(잠)으로 인육에 대한 욕구를 잠재우고 낮에도 활동할 수 있는 네즈코 역시 "블레이드"의 데이 워커 설정과 똑같고요.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니가 된 악역들의 개인적인 상처나 사연도 뻔하지만 이를 중심으로 한 연출은 "오니키리마루"를 떠오르게 하고, 주인공 파티의 구성과 성장 단계가 단계별로 등장하는 강적과 함께 표현되는 방식은 "타이의 대모험"이나 "바람의 검심" 같은 왕도 점프식 전개의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는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엄청난 인기는 원작보다는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의 덕이 컸다고 생각되네요.

그래도 완결까지의 흐름이 깔끔하고, 기본기가 탄탄하며, 왕도 만화의 재미를 잃지 않는다는 장점은 확실하기는 합니다. 원작도 나름의 가치는 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다만 시대를 넘어서서 회자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2025/10/31

배트맨 이어원 - 프랭크 밀러 / 데이비드 마주켈리 : 별점 3.5점

프랭크 밀러 각본, 데이비드 마주켈리 작화의 한 권짜리 단일 이슈 배트맨 만화입니다. 그래픽 노블이라고 분류되어 있기는 한데, 제 기준으로는 만화입니다. 

배트맨의 탄생을 다루는 이야기를 고든의 시선으로 풀어낸 게 특징입니다. 브루스 웨인이 아닌 제임스 고든의 부임기와 고군분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거든요. 그래서 슈퍼 히어로물이라기보다는 부패한 경찰 조직과 맞서는 고든 중심의 느와르 장르 느낌을 강하게 전해줍니다. 배트맨도 전지전능한 영웅이 아니라, 늘 어딘가 다치고 실수하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고요.

프랭크 밀러 각본답게 이야기 완성도도 높습니다. 고든은 부패한 경찰 조직 안에서 고립된 채 홀로 싸우고, 브루스 웨인은 자경단 활동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이런 각자 정의를 추구하는 두 사람의 노선이 여러 위기를 겪다가 최종 결전에서 하나로 합쳐지며, 부패한 경찰들이 무너지고 고든과 배트맨이 각자의 위치에서 정의를 실현하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전개가 깔끔한 덕분입니다.

거칠고 묵직한 작화도 매력적입니다. 마초적이고 러프한 선이 느와르 장르 및 무거운 고담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본편 외에도 콘티, 인터뷰, 캐릭터 설정 등 다양한 부록이 수록돼 있어 소장가치도 높고요.

다만 독특한 점은 있다 하더라도, 배트맨 탄생 이야기는 너무나 뻔한 이야기라는 문제는 큽니다. 이를 뒤집을 만큼 전개에서도 극적인 드라마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대부분 주변 인물로 소비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고든의 아내나 불륜 대상인 동료 여성은 그렇다 쳐도, 캣 우먼 셀리나 카일은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더군요. 하비 덴트도 비중에 비해 존재감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고요.

그래도 배트맨 단편 그래픽노블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프랭크 밀러가 왜 이 바닥에서 명불허전인지 잘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배트맨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25/10/25

역대급 영지 설계사 - 문백경 원작/ 이현민 각색 / 김현수 작화 : 별점 3.5점

문백경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입니다. 각색은 "질풍기획"의 이현민, 작화는 김현수가 맡았습니다. 

소설 전생물과 영지물의 전형을 따르지만, 몇몇 차별화된 설정이 재미요소입니다. 우선 전생을 한 게 원작 소설 속 주인공인 하비엘이 아니라, 초반에 죽는 악역인 망나니 귀족 로이드 프론테라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비교적 흔해진 설정이지만, 이 설정을 잘 살려서 이야기 몰입감을 높입니다. 이를 위해서 등장하는게 바로 주인공이 토목공학도라는 설정이고요. 로이드는 토목 지식을 바탕으로 닥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토목 공학에 최적화된 소환수와 능력들도 잘 어울립니다. 

주인공의 성장 방식도 차별화 요소입니다. 몬스터를 잡는 대신, 다양한 미션을 해결하며 레벨업이 진행되는데 과제들이 신선하고 재미있으며, 전략적인 요소도 함께 녹아 있거든요. 단순한 전투보다는 꽤 치밀한 계획과 인프라 구축 중심의 접근이 많다는게 특징이지요. 켄타우로스 폭주족과의 대결 결과로 경기장을 지어주고, 인어들에게 찜질방을 만들어 주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각색을 맡은 이현민의 빠른 전개와 과감한 개그도 잘 어울렸고, 김현수 작가의 작화 역시 인물 디자인과 액션, 컷 구성 모두 빼어납니다. 이 둘이 합쳐서 시너지를 불러 일으킨 명장면이 바로 아래의 '고기 사주는 짱친'이라 할 수 있지요. 이런 개그가 넘쳐납니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인 전개 구조는 익숙하며, 결말 역시 깔끔하긴 하지만 특별한 여운은 남기지 않습니다. 지옥왕 헬카로스의 최후도 심심한 편이고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마무리된 작품으로, 완성도는 높습니다. 제가 본 전생물 중에서는 손가락에 꼽을 만 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전생물이나 영지물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2025/10/19

기억 전달자 - 로이스 로리 원작 / P. 크레이그 러셀 그림 및 각색 : 별점 2점

로이스 로리의 유명 소설을 각색한 그래픽 노블입니다.

철저히 통제되어 가족, 직업, 감정, 심지어 생명까지 모두 관리되며 사랑과 고통, 색채와 음악 같은 감각은 사라진 된 디스토피아 세계를 시각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교육이나 가정 환경,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 등에서 보여주는 세세한 설정과 묘사들이 인상적이에요.  

‘기억전달자’라는 설정도 눈에 띕니다. 잊혀진 역사와 감정, 추억 등 모든걸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설정입니다. 보통 이런 인물은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는 배제되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오히려 존중받는다는게 독특했습니다. 선택된 후계자에게 기억을 넘겨주는 과정, 이전 후계자가 현 기억 전달자의 딸이었는데 자살을 택했다는 반전도 흥미롭고요.

작화도 좋습니다. 흑백에서 시작해, 기억 전달자가 된 조너스가 세상의 진실을 깨달으며 컬러로 전환되는 부분은 감정과 감각의 회복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냅니다. 만화로 각색해서 발표할만 했던 명장면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류의 디스토피아 SF 세계관은 이미 너무 많이 접한 나머지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상세한 나름대로의 설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바닥의 고전인 "1984"를 비롯하여 영화 "브라질", "이퀄리브리엄"과 결국은 별다르지 않은 탓입니다. 조너스가 탈출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인 ‘임무해제’가 일종의 사형 제도라는 것도 초반부터 예상 가능해서 반전의 맛도 부족하고요.

결말도 불분명합니다. 조너스가 살아남았는지, 죽었는지, 고생 끝에 무엇을 얻었는지를 알 수 없어서 열린 결말이라기보다는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도 좋고 기억전달자 설정은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익숙한 이야기로 결말도 별로라 감점합니다.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025/09/07

성운아 (星雲児 聖・少年戦士伝) 1~6 - 이케가미 료이치 : 별점 1.5점

'뇌제'는 지구를 파괴시켰다. 우주를 지배하기 위해 5개의 보주를 모아야 했는데, 보주 1개가 지구 내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택받은 소년 히마코토 이쿠루가 성모의 도움으로 지구의 보주를 입수했고, 보주를 가진 5명의 성전사를 모아 지구 부활 및 뇌제 처단을 위한 모험에 나서는데...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이케가미 료이치의 '소년 SF 판타지 액션 만화'입니다. 소년 선데이 연재작이지요. 국내에도 1권만 해적판이 소개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만보님의 리뷰를 읽고(잘 계시지요?) 찾아보게 되었네요.

무려 40여 년 전 작품이지만 이케가미 료이치의 작화는 압도적입니다. SF 판타지에 걸맞는 세세한 디자인들도 중반부까지는 나쁘지 않고요. 이즈부치 유타카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디자인을 맡은 덕분이겠지요. 

이야기도 두 번째 보주를 찾기 위해 향한 혹성 제피로스 에피소드까지는 재미있습니다. 특히 생명통화 '다나피아' 설정이 기억에 남네요. 뇌제는 다나피아를 전투대회 우승자에게 준다는 조건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생명통화라는 말 그대로, 많이 얻으면 그만큼 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에 혹한 수많은 사람들이 전투 대회에 참여했다가 무참히 죽어갑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다나피아는 전투 대회 희생자들을 통해 만들고 있었습니다! "소일런트 그린"이나 데즈카 오사무의 "2100년 보더플래닛"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80년대에 유행했던 SF적인 반전으로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생각됩니다. 제피로스의 전투 대회도 단순히 격투 액션이 아니라 경주차 레이스까지 펼치는 풍성함이 좋았고요.

하지만 솔직히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출하 엔딩' 탓이겠지만 제피로스 에피소드 이후 심각할 정도로 줄어든 분량입니다. 앞 부분, 그러니까 기본 설정(5개의 보주와 성전사 등)과 마코토가 첫 번째 성전사 로고스를 만나는 제피로스 에피소드까지는 4권의 분량이 소모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세 명의 성전사와 보주를 입수하고, 뇌제를 물리치는 결말까지는 2권 분량 뿐입니다. 앞서의 분량을 감안하면, 나머지 세 명의 성전사와 함께 하기까지는 최소 6권 분량은 필요했는데 말이지요. 이래서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턱이 없습니다.
분량이 부족한 탓에 보주도 제피로스에서처럼 어렵게 구하지도 않습니다. 동료가 되면 보주도 그냥 굴러들어오는 식이고, 심지어 메이야는 원래부터 보주를 갖고 있었다고 하니 말 다했지요.
마지막 연재분 한 편 분량으로 이루어진 결말은 특히 최악입니다. 뇌제가 우주를 창조했고, 5개의 보주를 모아 제대로 된 우주를 다시 창조할 수 있다 운운하는 결말은 대사만 오갈 뿐, 뇌제의 강력함이나 보주의 능력 따위는 전혀 와 닿게 묘사되지 못하거든요. 그야말로 "소드 마스터 야마토"와 다를게 없는 셈입니다.

당대 고전 SF 판타지를 지나치게 의식한 설정들도 눈에 거슬립니다. 제피로스 전투대회의 경주차 레이스는 "매드맥스 2"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바루루와 합류하는 에피소드의 수인들은 누가 봐도 "스타워즈"의 이워크이며, 바슈크가 성전사가 된다는 일종의 반전 역시 다스베이더 느낌이고요. 이는 신선하다고 볼 여지가 없지는 않은데, 분량 부족으로 전개가 엉망이라 급작스럽게 등장하여 소모된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등장하는 여러 악당들, 기계 장치 및 여러 설정 디자인도 뒤로 가면 갈 수록 엉망입니다. 출하 엔딩이 결정된 후, 디자인을 맡은 전문가들도 기용되지 않았던걸까요? 전혀 SF스럽지도 않고, 유치해서 보기가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초반부는 분명 괜찮았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더 큽니다. 만보님 리뷰에 쓰여진 만큼의 가치가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2025/06/13

아인 1~17 - 사쿠라이 가몬 : 별점 2.5점

'죽지 않는 인간'이라는 단순한 콘셉트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내용은 꽤 독특한 밀리터리 액션물입니다. 주인공 나가이 케이와 아인 테러리스트 사토 간의 대립이 핵심인데, 사토가 군사 전략과 물리적 전투 능력 모두에 특화된 사이코패스라서 경찰 특공대, 자위대 군대와 교전을 벌이는 연출이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고증에 충실하게 잘 그려져 있는 덕분입니다. 

작품 속 '아인' 설정도 독특합니다. 아인은 단순한 불사의 존재가 아니고, 죽기 전까지는 보통 인간과 똑같기 때문에 마취제나 산소 결핍, 냉동 등으로 제압 가능합니다. 하지만 죽고 나면 놀랍도록 신속하게 부활하며, 이 부활은 원래의 신체 상태를 완벽히 복원함과 동시에 어떠한 물리적 장벽도 무시한다는 설정이 추가되어 있고요. 이 설정은 이야기 전개에 잘 활용되어 극적 긴장감을 더합니다.

등장인물들도 복잡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도 빌런 사토의 존재감은 압도적입니다. 냉혹하고 잔인한 사이코패스지만, 단순히 광기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뛰어난 전략가이자 전투가이며, 리더십마저 갖춘 인물로, 작전의 구상과 실행 면에서 탁월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거든요. 절단된 손을 튀겨 프라이드 치킨으로 위장하여 보안 업체로 보낸 뒤, 자신의 몸을 분쇄기에 갈아서 회사 내부에서 부활하는 침투 장면은 아인의 기묘한 설정 중 하나 - 몸이 조각나면 가장 큰 조각 기준으로 부활한다 - 를 활용하여 극대화한 명장면으로 기억될 만합니다. 공군 기지를 장악한 뒤 군용기를 직접 조종하여 정부 기관을 테러하는 장면도 사토라는 캐릭터가 가진 전략에 있어서 독보적인 창의성, 그리고 아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만들고요.
주인공 나가이 케이 역시 기존 소년 만화 주인공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인물입니다. 이타심이나 정의감과는 거리가 먼 그는, 철저히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캐릭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성격이 사토와의 대립 구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둘의 대결은 단순히 강함의 여부가 아니라 심리전과 전략의 싸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케이와 사토의 대결 구도로 집중된 전개와 결말도 깔끔합니다. 인기에 영합해 불필요한 외전을 덧붙이거나 결말을 늘이지 않고, 처음 구상된 틀 안에서 완결을 짓는 모습은 만화계에서 보기 드문 미덕이라 마음에 드네요.

"기생수"처럼 사회 풍자적 메시지가 곳곳에 녹아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타인의 인격을 무시하고 생체 실험에 활용하여 거액을 번 제약 회사가 테러 경고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계속 근무하게 만드는 모습, 아인 차별법안을 만든 국회의원이 실제로는 아인이었다는 반전 등은 작품이 단순한 SF나 액션에 머물지 않고 현실 사회의 모순을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아인이 아니지만 테러에 가담한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한 무차별적인 메시지 전달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주고요.

그러나 단점도 없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인이 조종할 수 있는 그림자형 존재 'IBM'은 표지에서도 적극 노출하는 등의 비중에 비하면 활용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사토의 테러 장면 몇 군데 외에는 그다지 활용되지 못하는 탓입니다. 일종의 초능력에 가까운 소년만화적인 발상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밀리터리 액션물인 작품 분위기와도 사뭇 차이를 보이고요. 

케이와 사토의 마지막 대결도 기대에 비해 밋밋합니다. 단순히 몸통 박치기(?)로 함께 물에 빠진 뒤 기절한 사토를 체포하는 식의 마무리는, 치열한 두뇌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이 결말보다는 사토의 잘라진 손을 놓고 벌이는 테러리스트와 케이 측의 대결이 훨씬 볼만했습니다.

이외에도 '플러드 발생', '일반인의 부활' 등 작품 내 여러 떡밥은 끝내 회수되지 않았고, 케이의 친구 카이토가 지나치게 무리하게 행동하는 이유 역시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는 점도 단점이고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독특한 세계관과 불사의 존재라는 콘셉트를 잘 활용했고, 무엇보다 강력한 빌런 사토의 존재와 그를 중심으로 한 치밀한 전개는 탁월합니다. 다만 일부 설정과 떡밥 설명이 부족하고 마지막 대결의 맥빠진 마무리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도 당대의 인기작이었던 이유는 충분히 잘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영화도 한 번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2025/06/01

텍사스홀덤 1,2 - 원사운드 : 별점 2점


예전에 어딘가에서 연재되던걸 감상했었는데, 완결되었는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구입했습니다. 예전 연재작은 흑백이었는데, 웹툰 시대에 맞게 풀 컬러로 리뉴얼되었네요.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은 포커 게임 '텍사스홀덤'을 진지하게 스포츠처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단순한 도박 만화가 아니라, 마치 스포츠 만화를 읽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등장인물인 비비안이 “도박이 아니라 스포츠”라고 주장하는 대사가 단지 허세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가 아주 탄탄했어요. 초반부 기수와 찰리의 대결, 그리고 마지막 포커 대회에서 펼쳐지는 나노노코와 기수의 결승전은 긴장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흥미롭게 표현되어 있고요.

텍사스 홀덤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프로게이머 출신 갑영이 연봉제로 포커 플레이어들과 계약하여 대회에 출전시키고, 이 중 프로게이머 출신 기수는 프로 시절 보여준 경기를 근거로 스카웃한다는 설정, 온라인 포커 게임을 위한 봇을 만드는 설정이 그러한데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왜 프로게이머가 포커를 잘 하는지 살짝 알 수 있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작품이 단 2권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장점도 큽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주인공 기수의 성장은 뚜렷하게 그려져 성장기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기수와 비비안의 관계를 적절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한 점도 좋았고요.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작화입니다. 원사운드 특유의, 하지만 극화에 맞게 6등신 이상으로 그려진 인물들 대부분은 헤어스타일을 제외하면 거의 구별이 되지 않아서 몰입을 방해합니다. 인물들의 감정선이나 개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요.

또한, 작품 내에 등장하는 텍사스 홀덤 관련 정보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야기의 흐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보들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거든요. 그렇다고 이 정보들이 독자가 포커에 대해 실제로 잘 알게 만드는 학습 효과가 많은 것도 아니고요. 지루한 설명이 많지만 학습 효과는 떨어지는, 어정쩡한 구성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분명 추천할만한 요소는 있습니다만, 단점도 확실해서 감점합니다. 스토리 만화보다는 차라리 텍사스 홀덤을 제대로 알려주는 학습 만화로 방향을 잡았으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2025/05/24

말단 병사에서 군주까지 - 스토리: doip, 소울풍 / 작화: 2631 : 별점 1.5점

30대 후반 외팔이 용병 크리스는 아티팩트를 노리던 강도단 습격으로 죽기 직전, 아티팩트를 삼킨 덕에 15살, 크리스가 팔을 잃었던 세르카도와 팔문의 전장으로 회귀했다. 회귀 덕분에 팔을 잃지 않은 크리스는, 전생에서 익힌 다양한 기술과 과거의 기억으로 소년병들 신분임에도 대활약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한 단계씩 출세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애니메이션(실제로는 애니메이티드 카툰이라고 해야 겠지만)까지 나왔다는 인기 회귀물입니다. 지난 연휴 때 감상했습니다. 리뷰가 늦었네요.

뻔한 회귀물이지만, 그래도 초반 팔문과의 전쟁은 비교적 인상적입니다. 회귀 이전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던 주인공 크리스가 그 기억을 회귀 후 말단 병사 위치에서 승리의 동력으로 삼는 설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 덕분입니다. 또 팔문의 보급대를 노리는 작전 등 다양한 전략전술을 몰락 기사 케너럭이나 신분을 숨기고 종군 중인 휠켄 등 여러 등장인물들과 함께 선보임으로써, 단순 판타지가 아닌 군웅물의 분위기를 선사해 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 전쟁 이후 전개되는 왕당파와 귀족파의 갈등 또한 흥미롭습니다. 초반 최강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벤트하임의 생생한 매력 덕분이지요. 

작화도 초반부는 마음에 듭니다. 선이 동글동글하면서도 전투 장면, 특히 머리와 팔, 다리가 잘려나가는 잔혹한 묘사가 강렬하게 표현되어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전해 주거든요. 액션 연출도 괜찮은 편이었고요.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작품의 매력이 빠르게 사라집니다. 크리스와 동료들이 바이스 능력을 각성하면서 계속된 전쟁과 결투를 통해 레벨을 올린다는, 뻔한 전개와 설정으로 일관하며 전형적인 회귀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탓입니다.
초반에 눈 앞의 전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분투하던 캐릭터들 역시 점차 강한 마물과 싸워나가는 전형적인 판타지 주인공과 조력자들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레벨업을 통해 작중 최강자에 등극하는 크리스는 물론이고, 크리스의 동료들 역시 타고난 힘을 지닌 파워형, 백발백중의 궁수, 달인의 딸로 신속한 여성 검사, 불치병을 앓던 방어 전문 검객 등 설정도 익숙하기 짝이 없고요. 그나마 휠켄 정도만 그런대로 수긍할만한 개별 서사가 선보일 뿐입니다.
작화 또한 뒤로 갈수록 초반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잃고, 일반적인 판타지 웹툰과 유사한 형태로 흘러가 아쉽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초반부는 군웅물과 회귀물 특유의 재미를 잘 결합하고 있어서 3점 이상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그 뒤로는 뻔하고 지루해집니다. 솔직히 오크 웨이브 이후부터는 어차피 강해지는 크리스가 이길거, 굳이 볼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