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애장판 1~8 박스 세트 (완결, 묶음) -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발표된지 30년을 향해 달려가는 고전명작. 지금 읽고 감상을 남기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긴 숙제를 끝낸 기분으로 리뷰를 남깁니다.
<칠석의 나라>와 <히스토리에> 모두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이 작품은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요. 취향이 아닌 작화탓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의 청개구리 마인드, 즉 남이 걸작이라 칭송하는걸 왠지모르게 거부하는 그런 쓰잘데없는 마인드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읽고나니 역시나 명불허전. 왜 이제서야 읽었는지 반성하게 되네요. 만화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일단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재미와 함께 묵직한 테마를 결합하여 전달하는 솜씨가 아주 인상적인데 인간과 인간성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 이만큼이나 재미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입니다. 특히나 타미야 료코를 통해 인간성이 사랑과 희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주는 장면은 만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 중 하나라 생각되네요. 카나가 기생수들과 신이치를 과연 구별할 수 있었을지? (신이치는 그래도 기생수와는 다른 존재일지) 같은 세세한 디테일들도 볼거리고요.
또 작품의 또다른 핵심 중 하나인 기생수끼리의 사투 역시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여러가지 설정이 조합되어 두뇌배틀 형식으로 전개되는 것들이 많아 단순 배틀물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주기도 하는데 예를 들자면 신이치가 자신의 몸으로 오른쪽이와 연계공격 (제트스트림 어택?)을 하는 것 같은 것이죠. 사실상 기생수 + 강화인간의 조합이기에 고토와 같은 특별한 적이 아니라면 왠만한 기생수는 혼자서 때려잡는게 가능했으리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시청에서 기생수를 제압하는 자위대, 그리고 그들을 도륙하는 고토의 전투도 굉장히 임팩트있었고요.
아울러 우라카미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한번 더 묻고 사토미를 통해 답을 알려주는 마무리도 깔끔하고 적당했습니다.
허나 몇몇 부자연스럽거나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지만 기생수에 협력하여 쓸데없는 인간을 정리하려는 히로카와 캐릭터는 훨씬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었는데 낭비된 듯한 느낌이고 카나 캐릭터도 비중에 비하면 그닥 효과적으로 소비된 것 같지 않네요. 또 최종보스격인 기생수 고토와의 마지막 결전이 "운"에 의해 좀 시시하게 끝난다는 것도 약간은 아쉬운 점입니다.
그리고 이건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긴한데 환경보호에 대한 것과 "인간이 가장 나쁘다"라는 주제는 너무 많이 사용되고 언급된 것이라 지금 읽기에는 진부하긴 했어요.
그래도 결론은 추천작. 별점은 4점입니다. 유사품, <견신>이라던가 <타지카라오>와 같은 것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 바닥 고전 걸작으로의 가치는 강산이 두어번 바뀐 지금에도 유효하다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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