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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6

술의 여행 - 허시명 : 별점 3점

술의 여행 - 6점
허시명 지음/예담

술을 주제로 하여 해당 술의 고향을 찾아가는 기행문이자 그 술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미시사이자 문화사, 그리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레시피집을 겸한 독특한 책. 특정 지역에 대한 기행문과 그 지역 문화재 소개가 결합되어 있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목차는 지역별 16개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두꼭지는 일본의 술문화와 일본기업 월계관에 대해 다루고 있으므로 소개되는 지역은 14지역입니다.
개인적으로 미시사, 문화사류의 책을 좋아할 뿐더러 요리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첫번째로는 안동의 고삼주 이야기인데 고삼주는 견훤과 왕건이 고창에서 대치하던 929년 겨울, 주모 안중이 견훤의 병사들에게 먹여 그들을 취하게 만든 뒤 왕건을 찾아가 공격할 것을 알려 대승하게 만들었다는 유래가 있다고 하네요. 맛이 쓰면서도 단 탁주일 것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경주는 당연하겠지만 신라주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안압지에서 발굴된 14면체 목제주령구 각 면에 있는 벌칙들을 소개해주며 김유신과 천관녀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이 목제주령구가 복원과정에서 유실된 것은 몰랐었는데 그나마 실측과 사진을 통해 복제품이라도 전해지는게 다행이네요. 다음에 경주에 가게되면 저도 기념품으로 하나 사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현재로 이어져 희석식 소주가 대세인 현실에서 증류주로 당당하게 도전하고 있는 경주법주의 화랑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금복주의 계열사이기도 한 경주법주가 독재정권 시절 일종의 특혜였던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배경설명까지 친절하게 소개되는데 뭐... 본의는 아니더라도 특혜는 특혜겠죠.
한반도 최초의 포도주는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던지는 무주의 머루주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포도주는 원래 고려시대 원나라로부터 전래되었다고는 하나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진짜 포도주는 하멜이 포류했을때 그들이 난파된 잔해에서 건져내었던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클래릿 1통이었다고 하네요. 제주도 관리들에게 상납하였더니 관리들이 맛있다고 5일만에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조정으로는 진상되지 못해 아예 알려지지도 못했다고는 합니다. 조선의 포도주는 <동의보감>과 <양주방>에 실린대로라면 누룩과 찹쌀 고두밥, 포도즙을 섞어 빚는 중국식이었다고 하고요.
현재에 이르러서는 한국 포도주는 "머루"로 만들고 있는데 이 머루주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무주 지방의 와이너리(?) 4곳 방문기 및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샤또무주의 머루주는 꼭 먹어보고 싶어요. 손수 농사지은 원료로 와인을 빚는 '도메인 와인'이라고 하는데 주인이 있으면 팔고 없으면 그만 판다는 느긋한 마인드가 마음에 꼭 들거든요. 저자의 말대로 주인이 편안해야 술도 편안한 법이겠죠.
그 외의 이야기들도 모두 재미있고 소개되는 술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조과정을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여 주고 있는데 꼭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 맛깔난 글솜씨도 좋았고요. 일본과의 술문화 비교라던가 사라져가는 전통술, 누룩도가들의 이야기는 안쓰러움과 함께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어요.

단점이라면 사진이 별로라는 점, 그리고 이왕지사 기행문처럼 쓸 것이라면 조금 자세한 지도를 함께 실어주는게 어땠을까 하는 실용적인 측면이 조금 아쉽더군요. 복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의아한 점이고요. 그래도 유려한 글과 술에 대한 정보로도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 중 저와 비슷한 취향이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듯 복간본인데 이미 절판되어 있네요. 이유가 무엇일지... 그 정도로 안나갈 책은 아닌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덧붙여 부록에 실린 술도가 연락처 중 꼭 먹고 싶은 것과 그 연락처를 기록해 놓습니다. 구하기 쉬운 대형 주류업체 술 부터 먼저 찾아 마셔봐야겠습니다. 이번 주말은 "화요"와 함께 해 볼까요?
1. "가을국화" (주) 무학
2. "샤또무주 머루와인" 샤또무주 와이너리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삼거리 46-20 / 063-322-8101
3. "문경 호산춘" 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 460번지 / 054-552-7036
4. "부자" 배혜정 누룩도가
5. "운해" (주) 금복주
6. "화랑" (주) 경주법주
7. "화요" (주) 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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