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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5

최후의 억만장자 - 박태원

인구 3,400명의 섬나라 트레몰로국은 위생시설이 완비되어 파리 한마리 구경할 수 없는 곳. 그러나 갑자기 수천마리의 파리가 나타나고 경찰도 없는 소국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억만장자 안단테 모데라토 옹은 범인 체포를 위해 명탐정 셜록 홈스 선생을 초청하는데...

소설가 박태원이 1935년 영화 <최후의 억만장자>를 보고 영감을 얻어 발표한 작품입니다. 즐겨찾는 부끄럼님의 블로그에서 읽고 포스팅합니다.

그런데 읽고나서 좀 놀랐어요. 첫번째로 놀란 이유는 1930년대에 이미 이 땅에서 셜록 홈즈 패스티쉬가 창작되었다는 것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홈즈가 수상한 동양청년을 범인이라 단정하고 그가 뤼뺑의 변장임을 믿는다는 설정에서 일종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는 점 (심지어 가니마르까지 언급됩니다). 마지막으로는 박태원 본인의 창작물인 소설가 구보씨가 진짜 탐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실존인물을 탐정으로 내세운 가상역사 추리소설은 많지만 이렇게 창작물 속 캐릭터를 변주한 또다른 창작물이 시도된 것으로는 국내 최초 사례가 아닐까 싶어요. 꽤나 유쾌한 호청년으로 그려져서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은게 안타까울 정도기도 하고요.

추리적으로는 패러디물에 가깝고 설정부터 개그스러워서 (등장인물들 이름부터 시작해서...) 딱히 언급할만한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파리채와 파리약 분실과 룸바 종남작을 연결시키는 "독일산 파리채" 라는 단서는 나쁘지 않더군요.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쓴 느낌이 들기는 했습니다.

엄청나게 짧은 꽁트로 한 십여분이면 읽을 수 있는 만큼 고전 단편 추리물과 홈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생각난김에 저도 당시 한국 추리물인 <괴남녀 이인조>나 <마희>를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신 부끄럼님께 다시한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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