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400명의 섬나라 트레몰로국은 위생시설이 완비되어 파리 한 마리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수천 마리의 파리가 나타나서, 경찰도 없는 소국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억만장자 안단테 모데라토 옹은 범인 체포를 위해 명탐정 셜록 홈스 선생을 초청하는데...
소설가 박태원이 1935년 영화 "최후의 억만장자"를 보고 영감을 얻어 발표한 작품입니다. 즐겨찾는 부끄럼님의 블로그에서 읽고 포스팅합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좀 놀랐어요. 첫 번째 이유는 1930년대에 이미 이 땅에서 셜록 홈즈 패스티쉬가 창작되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홈즈가 수상한 동양 청년을 범인이라 단정하고, 그가 뤼팽의 변장임을 믿는다는 설정을 통해 일종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는 점(심지어 가니마르까지 언급됩니다)이고요. 마지막으로는 박태원 본인의 창작물인 소설가 구보씨가 진짜 탐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존 인물을 탐정으로 내세운 가상 역사 추리소설은 많지만, 이렇게 창작물 속 캐릭터를 변주한 또 다른 창작물이 시도된 것은 국내 최초 사례가 아닐까 싶어요. 꽤나 유쾌한 호청년으로 그려져서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은 게 안타까울 정도이고요.
설정부터 개그스럽고(등장인물들 이름부터 그러하지요), 추리적으로는 패러디물에 가까운 탓에 딱히 언급할 만한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딱 한 가지, 파리채와 파리약 분실과 룸바 종남작을 연결시키는 "독일산 파리채"라는 단서는 나쁘지 않더군요.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쓴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짧은 꽁트로, 한 십여 분이면 읽을 수 있는 만큼 고전 단편 추리물과 홈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당시 한국 추리물인 "괴남녀 이인조"나 "마희"도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신 부끄럼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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