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밥상문화 - 김경은 지음/이가서 |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음식 비교를 통해 문화적 고유성과 유전자를 탐색한다는 취지의 책으로 같은 재료를 다르게 조리하거나 같은 조리 방식이지만 다르게 진화한 것 같은 비교가능한 주제들로 엮여 있습니다. 식은 밥을 요리해 먹는 것의 대명사가 한국에서는 비빔밥이고 중국에서는 볶음밥이라는 차이, 김밥과 스시의 차이, 누룽지를 이용한 숭늉과 누룽지탕의 차이, 빈대떡과 전병 (라이빙)과 오코노미야키가 비교되어 실려있는 식이죠.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은 요리와 식문화 중심이기 때문에 꽤 재미있고 새로운 정보도 제법됩니다. 예를 들자면 "가이세키 (회석) 요리"의 명칭 유래같은 것은 상당히 재미있었으며 누룽지탕의 유래라던가 고추에 관련된 쓰촨과 후베이 출신 혁명 동지들의 일화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마음에 들었어요.
중국 4대 미인 요리도 처음 알게 된 것인데 "서시설"은 서시가 희생된 바닷가에서 잡히는 사람의 혀를 닮은 조갯살 요리. 상하이의 "귀빈계"는 포도주로 간을 한 암탉 요리로 양귀비가 사람을 홀리는 것 처럼 취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초선두부"는 모두부와 미꾸라지를 함께 끓인 추두부탕. 간교한 동탁은 미끌미끌 미꾸라지고 하얗고 부드러운 두부는 초선으로 두부로 미꾸라지를 요리했다는 직선적인 의미. 마지막 왕소군의 "소군오리"는 당면으로 오리탕을 끓인 음식이라네요. 상상이 잘 가지는 않지만...
그러나 단순히 해당 국가에서 그 음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으로 음식 진화방향에 대한 배경은 딱히 객관적이라 보기도 어려우며 학술적 근거도 명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즉, 문화적 고유성과 유전자를 탐색한다는 취지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이야기죠.
책 소개에 - 한ㆍ중ㆍ일 DNA음식, 국민음식이 된 유래와 재료는 물론 음식을 대하는 그 나라 국민의 태도, 정치에 투영된 음식문화, 식생활과 습관 그리고 미용(美容)과 보양식 등을 동원하여 그 흔적과 함께 3국 국민성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존이라는 보편적인 욕구가 독창적 요리로 발전, 각 국 고유의 음식문화로 정착되고 이웃나라와 영향을 주고 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규범과 정치적 이해 그리고 권력의기호 등에 의해서 설정된 규칙이 독특한 ‘밥상문화’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라고 언급되는데 대체 저런 시각과 논리가 어디에 등장하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럴 바에야 요리, 식문화에 대해 역사적인 내용만 다루고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 정도만 실어주는게 훨씬 나았을 거에요. 딱히 요리를 비교해서 뭔가 얻어낼게 없다면 말이죠. 요리 자체가 문화적, 사상적, 역사적으로 강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또 모를까요.
그 외에도 책 안에서 주영하, 윤덕노씨의 저서 내용을 인용하는 등 다른 곳에서 읽은 내용도 적지 않고 오히려 다른 컨텐츠에서 소개한 것과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특히나 "자장면", "짬뽕" 이야기는 아무리 3국을 비교하기 쉬운 소재였다 하더라도 너무 많이 알려진 것이라 후발주자 위치에서 또 소개하기에는 적절치 못했다 생각됩니다.
소를 잘 먹지 않은 중국과 한국에서 소는 그만큼 중요한 가축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 뒤 바로 우리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소를 세분화하여 먹는다고 소개하는 식의 전개도 좀 어이가 없었으며 중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주장한다던가, 일본의 기무치도 호시탐탐 김치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던가 하는 식의 국수주의적인 글도 문화사와는 별 상관이 없지 않나 싶었고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가 없지는 않고 새로운 내용도 적지 않으나 앞서 이야기한대로 특정 재료, 음식을 주제로 하여 3국의 차이와 소소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식문화를 재미와 함께 전달하는 취지의 책이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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