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23/12/31

2023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이글루스 사망으로 구글 이사 후 첫 결산이자, 스무번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인생 첫 블로그였던 블로그인에서 시작해 꾸준히 달려왔네요.
 
올해 읽은 책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는 작년)
추리 / 호러 장르문학 61 (71)권, 기타 장르문학 4 (5)권, 역사서 7(5)권, 디자인 or 스터디 4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3 (4)권, 기타 도서 15 (13)권
이렇게 모두 94 (102) 권입니다. 100권을 넘기지 못했고, 작년과 비교해도 약 10% 정도 줄었네요. 만화 관련 포스팅을 39건이나 올렸을 정도로 만화를 많이 읽있고, 영화와 애니메이션도 많이 본 탓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남는 시간은 머리를 비우며 가볍게 보내고 싶어지는데 반성해야 겠습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아울러 5권 이하로 읽은 분야는 특별한 걸작이나 망작이 없다면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023년 베스트 추리소설 :
"황제의 코담뱃갑"
존 딕슨 카의 고전. 구관이 명관. 별점 5점.

2023년 워스트 추리소설 :
"전래 미스터리"
완성품으로 보기 어려운 별점 1점짜리 망작.

2023년 베스트 기타 장르문학 :
"마션"
재미와 지식 전달 모두 훌륭.

2023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신의 기록"
all time으로 쳐도 베스트 중 한 권일 수준.

2023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산척, 조선의 사냥꾼"
정작 사냥꾼 이야기는 별로 없음.

2023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딕 브루너"
별점 5점! 
그 외의 디자인 관련 도서 3권도 모두 별점 3점 이상.

2023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식민지의 식탁"
소설들로 알아보는 일제 강점기 식문화

2023년 베스트 기타 도서 :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는 역시.

2023년 워스트 기타 도서 :
없음.

2023년 베스트 Movie :
"서울의 봄"
두말할 나위없는 올해의 베스트.
참고로, 애니메이션 베스트는 "천국대마경".
 
2023년 워스트 Movie :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
아동용은 이 정도 수준이라도 괜찮나?

2023년 베스트 Comic :
"리처드 스타크의 파커 : 헌터 / 아웃핏"
미국 카툰의 힘.

2023년 워스트 Comic :
"체셔 크로싱"
돈 받고 팔 수준이 아니었음.

이 글을 마지막으로 2023년을 마무리합니다. 24년 갑진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 모두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023/12/30

서울의 봄 (2023) - 김성수 : 별점 4점

23년 대미를 장식한 영화. 천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작이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전두환의 쿠데타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으로 거의 실제 상황을 따라가고 있지만, 영화적 각색이 잘 되어 있어서 충분히 재미를 느끼면서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흥행작이구나 싶었어요.
신군부 세력에 대한 고발 의미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것 보다 사리사욕을 추구한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행태가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그냥 보아도 혈압이 상승할 지경인데, 실존인물들을 맡은 배우들의 호연은 분노를 더욱 끓어오르게 만듭니다. 특히 전두광 역을 맡은 황정민의 엄청난 연기가 압권이었어요. 이 영화가 일찍 나왔다면 전두환이 사면받을 일은 없었을거라 생각될 정도로요.

다만 소소하게 흐름을 깨는 요소가 있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국방장관 및 '똥별'이라 불리운 장군들의 얼빠지고 무능력한 행태, 이태신 소장이 전화를 거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않다가 (물론, 그의 활약이 있었다면 전두환 따위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었겠지만...) 마지막에 전두광과 극적으로 대치한 뒤 체포된다는 마무리는 뻔하고 식상했고요.
등장하는 장군들 대부분이 지나치게 젊어 보였던건 분장과 캐스팅 실수로 보였습니다. 김성균이 맡은 김준엽 준장이 특히 심했어요. 찾아보니 실존인물 김진기 준장은 전두환과 동갑인데, 영화의 김준엽 준장은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한 편입니다. 한마디로 잘 만든 영화로,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아직 보시지 않으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도 딸아이가 조금 더 크면, 온 가족이 한번 더 감상할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영화를 보고 나니 씁쓸해집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로 전두환 일당이 사면받은 것도 모자라, 추징금도 제대로 추징하지 못한 채 그 자식들이 호의호식하고 있다는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에요.
아픈 과거를 털어내기 위해서는 친일파 후손들부터 단죄해야겠지만, 이미 백년 가까이 지난 과거사를 추궁하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클 겁니다. 하지만 전두환 일당들은 아직 생존자도 남아 있는 등 현재 진행형이니 만큼 이들의 단죄부터라도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추징금부터 이자까지 쳐서 모조리 환수해야 될테죠 . 전두환을 기린다는 '일해 공원'같은 어처구니 없는 명칭도 빨리 없애버리고요. 
아울러 지금 대한민국 사회 지도층에서 전두환을 비호하거나 옹호하는 인간들, 그리고 권력을 사유화 및 사조직화 하는 인간들도 빨리 퇴출시키는게 역사와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이 영화에 대해 남자 많아 숨막힌다며 혹평한 글을 잠깐 읽었는데.... 실제 있었던 군부 쿠데타를 다룬 영화에 남자가 가득한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여자가 등장할 여지가 대관절 어디에 있는지.... 이런 사람도 평론이랍시고 글을 쓴다는게 황당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조회수 10만 돌파!


blogger 서비스 운영을 한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메인이었던 이글루스 서비스의 백업 개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간 조회수는 형편없었지요.
 
그런데 오늘 이 인기없는 마이너 블로그의 조회수가 10만회를 넘긴걸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게 무척이나 기쁘네요.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 후 메인으로 운영한지 9개월 여만에 10만회 조회수를 달성했으니, 이글루스 때 보다는 조금은 빨리 100만회를 달성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언제나 찾아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3/12/29

블루버드, 블루버드 - 애티카 로크 / 박영인 : 별점 3점

블루버드, 블루버드 - 6점
애티카 로크 지음, 박영인 옮김/네버모어

<<아래 리뷰에는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흑인 텍사스 레인저 대런 매슈스는 지인 맥을 돕다가 ABT (Aryan Brotherhood of Texas) 갱단원 로니 말보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정직 처분을 받았다. 마침 그 때 FBI 요원인 친구 그렉이 엿새 사이 두 명이 시체로 발견된 사건 조사를 부탁했다. 먼저 사망한 피해자는 흑인 남자였고, 두 번째 피해자는 백인 여자라 전형적인 인종 혐오와 치정에 관련된 사건으로 보였다. 대런은 정의감에 불타 사건에 뛰어들었고, 복잡한 가족 관계가 얽힌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타임지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추리, 스릴러 소설 100선"에 이름을 올렸기에 읽어보게 된 작품. 이런 류의 리스트 선정작에 실망한 적이 많아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뛰어난 작품이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우선 텍사스의 작은 촌마을 라크를 무대로, 여러 등장인물들과 장소 및 각종 디테일에 대한 묘사가 빼어납니다. 장면 장면이 모두 머릿 속에 그대로 떠오를 정도였어요. 전형적인 미국식 스릴러, 수사물로 추리의 여지는 거의 없지만, 하드보일드 전성기 스타일 느낌의, 인종차별이 남아있는 남부 특유의 성향과 복잡한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한 동기와 진상도 그럴싸 했습니다. 전개도 명쾌하고요. 간략하게 사건의 구조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첫 번째 피해자 마이클은 라크에서 음식점을 하는 제네바를 찾아와 제네바의 남편 조의 기타를 전해주었습니다. 마이클의 삼촌 부커가 조와 같이 밴드를 할 때 돌려주지 않았던 기타였지요. 조는 6년전 강도들에게 살해당했었습니다.
  2. 조 사건 이야기를 들은 마이클은 의문을 품고 재조사를 제안했습니다.
  3. 마이클은 그날 밤 두 번째 피해자 미시와 우연히 술집에서 어울리게 되었는데, 미시는 제네바의 아들과 불륜을 저지르다가 아이까지 낳았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남편 키스는 이를 꾹 참고 묵인해왔었습니다.
  4. 키스는 마이클과 미시가 어울리는걸 보고 분노가 폭발해서 마이클을 폭행하고 미시를 살해했습니다.
  5. 수사 과정에서 키스가 마이클을 폭행한게 드러나서, 라크 보안관은 키스를 두 건 모두의 범인으로 체포합니다.
  6. 그러나 알고보니 키스의 폭행으로 마이클은 다쳤을 뿐이지만, 6년전 조 사건의 진범인 마을 유력자 월리의 공범 아이작에 의해 죽고 말았습니다. 조 사건이 재조사가 될까봐 두려워했던 탓입니다.
여기서 5에서 6으로 이어지는, 대런이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키스가 범인이라면 마이클의 차는 어디로 사라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6년전 사건에서 아이작이 "범인은 세 명의 백인이었다"고 증언한건 모순이라는 (범인을 볼 수 없었으므로) 상황에 대한 지적도 여러 번 등장하고 있고요. 이 정도면 독자에 대한 정보 전달도 공정한 셈입니다.
마지막에 대런이 연류된 로니 말보 사건의 진범이 맥이었다는게 드러나는 반전도 나쁘지 않았어요. 작가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잘 알고, 정교하게 전개했다는 인상을 전해줍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전형적이라는 단점은 있습니다. 외딴 마을의 지배자가 범죄의 흑막이라던가, 복잡한 인간 관계 - 미시의 아들은 제네바의 손녀이며, 제네바의 아들은 알고보니 월리의 이복 형제였다 (월리의 아버지가 제네바와 불륜을 저질러 낳은) - 가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는 등의 설정은 수십년 전 부터 계속 반복되어 왔던 것입니다. "흑인"이 주인공으로 인종 차별에 대항한다는 설정을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차별화를 주고 있기는 하지만, 하드보일드 속 탐정들은 모두 소수자, 약자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니 딱히 변별력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인 독자가 이런 남부 흑인들 정서에 대해 온전히 공감하며 작품을 이해하기는 무리일 수 밖에 없고요.
전개가 대체로 우연에 기대고 있으며 마지막에 월리가 진범임을 폭로하는 장면은 거의 모두 자백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아이작이 도주하다가 체포되었다한들, 그가 원래대로의 증언을 고수했다면 오히려 대런이 궁지에 몰렸을텐데 (총으로 월리를 협박했으므로) 그걸 대항할 수단은 마땅한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이클의 BMW를 아이작이 타고 있었던건 월리 정도의 힘이면 충분히 무마할 수 있었을거에요. 키스의 부탁으로 창고를 내 주었을 뿐이었다고 하는 식으로요. 아이작의 증언도 누명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월리를 반드시 체포되게 만들기 위해 ABT와 연계되어 마약을 밀매하는 사업을 했다는 설정을 집어넣기는 했는데 억지스러웠습니다.

이런 류의 미국식 하드보일드 범죄 수사, 스릴러에 한결같이 적용되는 장황한 배경 설정 설명도 지루했습니다. 특히 앞의 1/5이 넘는 분량은 대런에 대한, 그리고 사건에 핵심 요소인 백인 갱단 ABT -등에 대한 설정을 상세하게 소개할 뿐, 실제 사건과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대런이 아내와의 관계라던가 본인의 출생, 가족 관계 등에 고뇌하며 술독에 빠지는 묘사도 너무 많고요. 솔직히 음주 운전을 일상적으로 하는 이런 인간이 정의를 운운한다는게 어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대런의 어머니 커밀라가 맥이 진범이라는 증거를 대런이 숨겼다는걸 가지고 협박을 시작한다는 마지막 반전도 한국인 정서에는 잘 맞지는 않더군요. 아무리 거리가 멀고 사는 환경이 달라도, 친모가 아들을 협박해서 울궈먹는다는건 납득하기 쉬운 설정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오랫만에 묵직한 본격 하드보일드 작품의 진수를 맛본 느낌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3/12/27

데시벨 (2022) - 황인호 : 별점 2점

림팩 훈련 후 귀환하던 잠수함 한라함이 좌초해서 승조원 절반을 잃은 1년 후, 생환했던 한라함 부함장 강도영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알고보니 폭탄 테러를 알리는 전화로, 테러범은 강도영에게 다음 폭탄 테러 장소인 축구 경기장, 워터 파크 등 온갖 장소로 강도영을 유도했다. 안보지원사령부에서는 강도영을 범인으로 의심했지만 범인으로 드러난건 한라함의 무장장이었던 전태성이었다. 우리 군의 실수로 한라함이 좌초했고, 구조 때까지 산소를 유지하기 위해 승조원 절반을 투표로 죽음으로 몰고갔던걸 은폐했던 군과 강도영에 대한 복수가 동기였다.
강도영의 아내와 딸마저 인질로 잡고 강도영과 격투를 벌이던 전태성은 안보사령부 부장 차영한에게 살해당했고, 강도영은 아내와 딸을 구한 뒤 모든 진실을 밝혔다.


넷플릭스로 감상한 영화.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보게 되었네요.
테러범이 폭탄이 설치된 장소를 알려줘가며 주인공과 대결하는 설정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다이하드 3"가 떠오르네요), 깔끔, 명쾌하고 속도감있는 전개에 적당한 긴장감도 가져다 주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감초 역할을 하는 기자 오대오의 개그씬도 평은 별로 좋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어요. 축구 시합을 지연시키기 위해 일반 관객이 할 수 있는 행동이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차피 한 개 뿐인 탓에 별로 억지스럽게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결말 부분은 조금 지루했습니다. 한라함 승조원들이 투표로 생사를 가르는 부분 분량이 다소 길고, 신파조로 흘러간 탓이 큽니다. 마지막에 생존 승조원들이 정복을 입고 찾아와 경례하는건 사족 중의 사족이었고요.
개연성도 부족합니다. 일단 범인이 '소리를 활용하여 기동시키는 폭탄'을 만든 이유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온갖 소음과 교차 편집하여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적인 역할 외에는 의미가 없어요. 그냥 시한 폭탄과 차이가 없으니까요. 뒤로 가면 일반 시한 폭탄이 사용되는걸 보면, 감독(각본도 맡으셨더군요) 스스로도 영화를 위한 단순 소재에 불과했다는걸 자인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리'를 활용한 폭탄을 만든 이유는, 좌초 사건의 원인이 잠수함 내 소음이 탐지되어 타격되었기 때문에 생긴 강박증 때문이었다고 설명하는게 어땠을까 싶네요. 소리를 차단하며, 소음의 원인을 없애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더라면 설득력이 조금 있지 않았을까요? 갑자기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의 "썰물에 죽다" (아래)가 떠오릅니다. 


혼자서 이런 폭탄을 자작한 뒤 여러 군데에 설치해서 원하는대로 폭파시켰다는 것도 - 심지어 국방장관 등 VIP가 탑승한 자동차까지 - 현실적이지 못하며, 테러의 목적도 잘 모르겠습니다. 강도영을 괴롭히는게 목적인지, 강도영 가족을 죽이는게 목적인지, 진실을 밝히는게 목적인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요. 강도영에게 지옥을 선사하려면 가족을 납치한 뒤 눈 앞에서 폭사시키는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텐데 말이지요. 승조원 중에서 용의자는 전태성밖에 없는데 강도영이 범인을 바로 알아채지 못한 이유, 일면식도 없었던 오대오가 강도영의 딸 설영이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도 설명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킬링 타임용 영화였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볼 만 합니다.

2023/12/24

스콧 필그림 날아오르다! (Scott Pilgrim Takes Off) (2023) - 아벨 공고라 : 별점 2점

항상 꿈속에서 나오던 운명의 여자 라모나 플라워스를 만난 스콧 필그림. 하지만 라모나와 사귀려면 그녀의 사악한 예전 남자친구 7명 모임을 쓰러트려야 했고, 스콧은 첫 번째 남자친구 매튜 파텔에게 패배하고 죽고 말았다. 그러나 스콧이 죽은게 아니라 사라졌다는걸 알아낸 라모나는 누가 스콧을 납치했는지 조사에 나섰다. 사악한 남자친구들 모두가 용의자였지만 그들이 아니라는게 밝혀지고, 스콧이 나타나 그를 납치했던건 미래의 스콧 필그림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라모나와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했기 때문에 둘이 이어지는걸 막기 위함이었다.
미래의 스콧 필그림의 의도와 다르게 둘의 사랑이 이어질 것 같자, 더 미래의 스콧 필그림이 그동한 수련해 왔던 막강한 무력으로 모두를 없애려 했지만, 미래의 라모나가 사랑이 계속됨을 이야기하며 모두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준다.


넷플릭스로 감상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작가의 작품은 "수상한 레스토랑 세컨즈"로 접해보았을 뿐 원작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어딘가의 추천으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수상한 레스토랑 세컨즈"는 익숙한 설정이 많아서 별로 신선하지 않았었는데, 이 작품은 이상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세계관을 선보여서 새로운 느낌을 많이 전해줍니다. 예전 남자친구와 싸우다 죽었다는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에서 시작해서, 비건은 포털을 쓸 수 있다던가 라모나의 가방은 뭐든지 담을 수 있는 등 온갖 기묘한 능력들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스콧 필그림 실종 사건의 진상조차도 '스콧은 '비건 포탈'보다 강력한 포털로 납치되었는데, 그런 아예 고기를 입에 대지 않은 로봇이 만든거다!'라는 황당한 추리가 펼쳐지는데, 이게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이지요.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과장된 작화와 액션, 신나는 음악과 함께 온갖 서브 컬쳐를 버무려서 짧은 호흡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최소한 지루하지는 않았어요. "버블검 크라이시스 1편"의 주제가 '오늘 밤은 허리케인'이 연주될 정도니까요.


단순하면서도 미국과 일본 스타일을 절충한 (그야말로 화양절충) 작화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좀 귀여운 라모나 플라워스 피규어가 나오면 하나 구입해 볼까봐요.

하지만 반대로 이런 황당함과 왁자지껄함, 서브 컬쳐를 즐기지 않거나 관련된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막나가는 이야기도  정리가 덜 된 느낌이라 좋게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들 비중도 애매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원작은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원작과는 다른 what if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바꿔었는지 궁금증이 생겼거든요.

2023/12/23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 - 백해인 외 : 별점 2점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 - 4점
백해인 외 지음/팩토리나인

"오싹함"이라는 주제의 단편 공모전인 '기기괴괴' 공모전의 입상작 5편을 모은 단편집.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전래 미스터리"처럼 인터넷 게시판 수준은 아니더군요. 공모전 수상작다운 기본적인 완성도는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장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주제와 걸맞지 않게 별로 무섭지 않다는 문제가 도드라지며, 대부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와 결말이라 의외성이나 반전의 묘미를 찾아보기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흔한 설정과 전개의 양산형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입니다.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록작별 간략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탈피, 키스" 백해인
원인모를 피부 트러블 탓에 제대로 외출도 할 수 없던 수희는 고운 피부를 되찾았다. 목욕탕에서 만난 여성이 바토리 백작 부인의 축복이라며 욕탕에 뿌린 핏물 덕분이었다. 그러나 핏물이 떨어지고 다시 피부 트러블이 찾아오자, 수희는 자기를 농락한 애인 이진을 죽인 뒤 그 피를 뒤집어 쓴다....
'미'를 쫓다가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댄 뒤 파멸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지요. 이 공모전과 이름이 같았던 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 에피소드가 대표적입니다.
흔한 설정이라면 나름대로 변주라도 있어야 했을텐데, '아름다운 사람의 피'가 도구로 활용된다는건 안일한 발상이지요. 여기에 "바토리 백작 부인의 축복"이라는 설정을 덧 씌운 것, 이진이 수희를 등쳐먹는 악질 사기꾼이었다는 설정도 뻔하기 그지 없고요. 별로 기괴하지도, 무섭지도 않았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 백승빈
궁핍했던 평안도의 어느 마을 노름꾼 아비 밑에서 자란 쌍둥이같이 꼭 닮았던 자매는 천재적인 이야기꾼으로 장날의 인기인이 되었다. 그러자 검은 도포의 남자가 나타나 거액을 주고 언니를 사갔다. 동생은 언니가 해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겨우겨우 그녀를 찾아갔지만, 언니는 검은 도포의 남자가 피를 빨아먹는 사내들을 집으로 끌고가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사내들의 피를 먹고 사는 불사의 존재였다. 자매는 검은 도포의 남자의 아내의 도움을 얻어 그의 가슴에 말뚝을 박아 쓰러트리는데 성공했지만, 마지막에 언니가 그에게 물리고 말았다....
전형적인 흡혈귀 이야기지만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자매가 '이야기 꾼'이라는 특기를 살려 흡혈귀와 맞선다는 설정은 신선했습니다. 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넷플릭스의 "킹덤" 느낌이랄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가지치기" 신도윤
뭔가에 물린 뒤 물린 자리에서 사람 머리카락이 나더니 결국 '머리'까지 자라났다. 확인해보니 내 얼굴이었다. 얼굴을 식칼로 잘라내가며 대응했지만 온 몸에 나기 시작했고, 결국 진짜 머리마저 두 갈래가 되어버렸다...
"토미에" 류의 인간 복제(?) 상상력을 일상 이야기와 결합한 작품. 혐오스러운 묘사를 '잘라낸 머리를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렸다'는 식으로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묘사한건 독특했지만, 자라난 머리가 결국 온 몸을 뒤덮는다는 결말이 예상 그대로라 실망스러웠습니다. 본인의 진짜 머리조차 자라난 머리에 침식당한다는건 "블랙잭"에서의 "인면창" 에피소드와 흡사하니까요. 전개와 결말에서 조금 더 의외성을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비어 있는 상자" 이승훈
코인 등 투자 실패로 돈이 필요했던 정훈은 이상한 상자를 옮기는 일을 하게 되었다. 상자에 들어있던건 살아있는 껍질같은 사람들로, 부자들이 껍질을 사서 입는 시장으로 옮겨지는 것이었다....
허세에 치중한 인간들은 겉 껍질밖에 없다는 세간의 비유를 그대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비유를 직유처럼 소화하니 색다르네요.
그러나 색다름보다는 진부한 요소가 더 많았습니다. 껍질 상태가 되어서도 허영은 남아서 어떻게든 부자들 눈에 들겠다고 발버둥친다는 반전도 그닥이었고요. 왜 사람들이 껍질만 남는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알고 수집하는지? 이들이 사라져도 세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등 설정에 대한 설명도 부족합니다. 다소 기발해보이는 아이디어가 전부일 뿐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무미의 끝" 정현수
강어진은 오래전 친구 준혁의 회고록(?)을 배달받았다. 스트레스와 가정 문제로 미각을 잃은 준혁이 결국 식인까지 저지른 뒤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어진은 준혁이 자살했다는 장소로 달려갔는데, 그곳에서 완전히 식인 괴물이 된 준혁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미각을 잃은 준혁이 이런저런 재료를 거쳐 식인에 이르는 과정은 꽤 엽기적으로, 실감나게 묘사되지만, 역시나 신선함, 새로움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설정부터가 너무 뻔한 탓입니다. '맛' 때문에 식인을 감행한다는 작품은 워낙에 많으니까요. "특별 요리"도 그렇고, "금단의 팬더"도 별로 다르지 않지요. '최고의 맛'을 위해 식인을 저지르는게 아니라 '잃어버린 미각'을 찾기 위해 식인을 저지른다는 동기 측면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결국은 같은 내용입니다.
게다가 식인을 저지르다가 아예 괴물이 되어버린다는 결말은 최악이었습니다. 비교적 현실적인 분위기로 그럴듯하게 끌고가던 초중반부와 동떨어져 있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처음에는 어진의 회상처럼 시작하는데, 결말이 어진의 죽음이라면 이걸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2023/12/22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 - 구본권 : 별점 3점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 - 6점
구본권 지음/북트리거

딸의 논술 학원 교재입니다. 아동용같은 제목과 표지 디자인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는데, 의외로 심도깊은 내용과 방법을 담고 있더군요.

책의 목차는 SNS, 유튜브, 인스타그램, 언론, 가짜 뉴스 순서인데, SNS,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이 이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와 그 장점, 그리고 사용할 때의 문제점을 여러가지 이론과 실제 예를 통해 상세하게 알려줍니다. SNS, 소셜 미디어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고 다양한 소통을 통한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해주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줄 수 있고 게시물을 통해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유튜브는 콘텐츠의 다양성 등 기존 매체와 차별화된 장점이 있지만 알고리즘이 정보 편식을 유도하고 가짜 정보를 사용자가 걸러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고요.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위주의 소통 등 트렌드를 이끌고는 있으나 가짜 이미지가 범람하며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사용자가 신중하게, 그리고 고민해서 잘 사용해야 합니다.
언론에서는 기존에 뉴스가 중요해지고, 결국 권력이 되기까지 했으나 스마트 폰 시대에 정보 과잉을 통해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넘쳐나는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제목에 현혹되지 않고 좋은 정보를 판단하려면, 종이 신문을 읽는게 낫다고 하는데 수긍이 갑니다.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를 읽어서 다양한 시각과 공평함을 이해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요사이 우리나라 언론은 여러 종류를 읽는다고 크게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는 매체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아쉽습니다만.
가짜 뉴스는 앞서의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 그리고 기술 발전을 통한 딥 페이크 영상 등으로 가짜 뉴스가 진짜처럼 받아들여지는 과정과 함께 가짜 뉴스를 판별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방법은 비판적으로 제목 읽기, 인터넷 주소 점검하기, 뉴스 출처 확인하기, 문법적 오류 확인하기, 사진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날짜 확인하기, 주장의 근거 확인하기, 관련 보도 찾아보기, 풍자나 해학과 구분하기, 반가운 뉴스일수록 의심하기입니다.

다소 두서가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냥 '이런 기능은 나쁘니 사용하지 마라'가 아니라, 장점과 존재 이유, 그리고 가치와 함께 어떻게하면 이를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쓰면 안되는지를 알려준다는게 좋았습니다. 가짜 뉴스 판별법은 이 책이 첫 출간된 2020년보다도 더 심각해지고 있으니 굉장히 유용한 정보라 할 수 있지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3/12/20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 이창현, 유희 : 별점 2.5점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 6점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사계절

1권은 결말 등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없지는 않았기에, 만만치 않은가격에도 불구하고 2권도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1권의 단점은 조금 상쇄한 느낌입니다. "무간도"스러운 '경찰' 설정, 독서 클럽 멤버들이 모두 비밀 요원이라는 억지 설정은 거의 드러내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도서관 사서 "다크 섹시"를 새롭게 등장시켜서 보다 일반적인 독서 중독자, 애호가 시점으로 개그를 끌고가는 덕분입니다.
별로인 책은 주저없이 내려 놓으라던가, 목차에서 관심있는 부분만 읽어라, 책은 여러 권을 동시에 읽으라는 등 독서 중독자들에게 공감가는 이야기도 유감없이 담겨 있습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등장인물들처럼 읽고 있는 도중인 책을 한 번 꼽아보니 "화력" (폴 록하트), "검은 황무지" (S.A. 코스비). "딜리셔스" (롭 던, 모니카 산체스), "패자의 정신사 (야마구치 마사오), "Architecture Inside+Out" (John Zukowsky,Robbie Polley) 등이 있네요.
그 중에서도 가장 와 닿았던건 아래 대사였어요. 저도 추리 소설 애호가라서, 프로파일러나 법의학자의 인터뷰 배경의 책장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거든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입니다!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어떤 배경 지식을 갖추었는지 정도도 주지않고 다짜고짜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은 억지라는 주장도 가슴에 꽂혔습니다. 저도 가끔 '추리 소설 추천해 주세요'라는 부탁을 받지만 난감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책 추천도 마케팅, 상품 기획처럼 명확하게 사용자부터 정의해야 할 일입니다.
그 외에도 로렌스의 신작 "썰물에 죽다"도 1권의 작품보다는 훨씬 좋았고, 2부리그를 지옥이 아니라 연옥, 즉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장소가 아니라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의 장소라고 언급하는 식의 재치있는 대사도 많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1권의 별 의미없던 컬러에서 흑백으로 작화가 변경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고요.

그러나 좋았던건 중반부까지입니다. 그 뒤로는 '경찰'이 돌아와서 억지 설정 개그를 또 펼치고, 더 억지스러운 예티와 사스콰치의 등장 등 독서와는 무관한 캐릭터 개그가 반복되거든요. 웃기지도 않고, 의외성도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독서 중독자(?)라면 재미있을 요소가 많지만, 개그 만화로는 평이한 수준입니다.

2023/12/17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 이창현, 유희 : 별점 2.5점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 6점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사계절

인터넷 서점 추천 도서로 올라오길래 읽어보게 된 한국 개그만화. 사전에 아무런 정보는 없었습니다.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요.그런데 조금은 기묘한 독서 모임을 다루고 있어서 의외였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개그를 끌어내는건 당연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캐릭터 개그가 많습니다. 주인공 '경찰'은 "무간도"와 똑같이 조직에 침투한 밀정이며 "사자"는 친구 하나 없는 사회 비적응자이자 살케 팀의 팬이고, "로렌스"는 어이없는 소설을 쓴다는 식으로요. 심지어 독서 모임의 멤버 중 한 명은 예티이기까지 합니다. 이들 모두가 크게 터진다기 보다는 피식거릴 수 있는 잔잔한 웃음을 전해줍니다.

하지만 제목처럼 독서에 관련된 개그도 많습니다. 1화 첫 페이지에 등장해서 주인공 포스를 내뿜었던 '노마드'가 자기개발서에 빠졌다는 이유로 강퇴되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마들렌에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떠올리며 멤버들마다 각자 이야깃거리를 생각하는 장면들 처럼요. 책갈피와 목차, 역자 소개, 서문만 보아도 읽을 만한 책이라는걸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실제 책의 해당 부분을 인용하며 설명되는데, 단순 개그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일리있어 보였습니다. 주석을 무시하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에요. 정말 중요한 내용은 본문에 썼을거라는 이유인데 그럴듯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의외로 실질적인 정보도 제공해주기도 하고요.


소개되는 책도 방대한 편입니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말하는 방법" 등 반가운 책들도 눈에 뜨이더군요.
하지만 독서 중독자들은 완독에 대한 집착이 없다는 주장만큼은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여러 권을 동시에 읽기는 하지만 대체로 완독을 목표로 하는데 말이지요. 이런 주장은 어디서 따 와서 그려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근거가 될 만한 통계나 기사는 '주석'으로 추가했더라면 좋았을것 같네요.

여튼 이런 캐릭터, 독서에 관련된 개그들은 잔잔하니 좋은데 문제는 결말 부분입니다. 마지막에 '경찰'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독서 모임 멤버들이 총 출동하여 그를 구해내고, 알고보니 멤버들이 모두 비밀 조직 요원이었다는건데, 솔직히 없는게 나았습니다. 책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장면이었어요. 결말만 현실적이면서도 독서 중독자들과 어울리는 개그로 마무리지었더라면 별점 3점 이상도 충분했지만, 지금의 결말로는 별점 2.5점입니다. 

2023/12/16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 시라이 도모유키 / 구수영 : 별점 1.5점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 - 4점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내친구의서재

<<아래 리뷰에는 트릭 및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물 모두가 감염될 수 있는, 치사율이 50%가 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인류의 상당수가 사망했다. 치료제를 만들었지만 인간에게만 유효해서 사람들은 채식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영양 섭취 문제가 불거졌다. 일본 유전자 공학의 1인자 후지야마 히로미는 식용 클론 인간을 대량 생산하여 고기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내 놓고 '플라나리아 센터'라는 식육 가공 시설을 만들었다. 클론의 개인 제작은 엄격하게 금지하며, 클론 고기는 먹는 본인의 클론이어야 하고, 클론은 성장 촉진제로 빠르게 성장시키기에 개와 비슷한 지성밖에 갖추지 못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세워 비난을 최소화했다. 사업은 성공했고, 일본 경제도 성장했지만 후생 노동부 장관에 취임했던 후지야마는 매춘 스캔들이 터져 사임했다. 이는 클론 인간 제작을 반대했던 정적 노다 조타로 살인 사건 조사 때 드러났다.
그리고 몇 년 후, 후지야마에게 배달하기 위해 가공했던 클론 배달물에 '머리'가 함께 배달되는 사고가 터졌다. 유력한 용의자는 배달물을 포장했던 시바타 가즈시였다. 동료 유시마 미키오가 범인은 후지야마 본인이라는 그럴듯한 추리를 내 놓았지만 증거를 잡지는 못해서 둘 다 근신 처분을 받았다. 그날 밤, 잃어버린 시계를 찾으려고 다시 플라나리아 센터로 항했던 시바타는 괴한에게 습격당했고, 다음날 센터가 테러 때문에 전소되는 대형 사고가 벌어지는데....

"명탐정의 제물"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시바타 도모유키의 데뷰작. 제 34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최종 후보작이었습니다.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미치오 슈스케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천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네요.

식인이라는 금기에 도전했던 작품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 작품에서는 식인은 단순히 미식이나 생존 목적은 아닙니다. 일종의 수단으로 식용 '클론'을 만들 수 밖에 없게 되었던 이유, 식용 클론을 만드는 플라나리아 센터에 대한 상세한 설정 등은 상세하게 설명됩니다.

추리적으로도 풍성합니다. 후지야마가 잘린 머리를 배달받은 사건에서 시작해서 시바타가 밤에 센터에서 만났던 괴한 사건, 플라나리아 센터 폭파 테러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며, "명탐정의 제물"처럼 여러 등장인물들이 서로 자신의 추리를 선보이다가 의외의 진상으로 이어지는 덕분입니다. 이 과정에서 식인, 그리고 클론이 트릭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기 때문에, 다른 식인물과 충분히 차별화됩니다.
전개도 괜찮아요. 단서와 정보도 공정하게 제공해줄 뿐 아니라 시바타 가즈시와 가와우치 미노리로 화자를 바꾸어가며 전개하는데, 결국 시바타 가즈시와 가와우치 이노리가 사실은 두 명이었다는 일종의 서술 트릭을 활용한 반전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추리와 트릭을 위해 만들어진 설정이 허황되고 비현실적인데다가, 사건들 대부분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우연과 운이 많이 작용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완성도가 낮습니다.
핵심 트릭인 '클론으로 사람 바꿔치기'부터가 비현실적입니다. 후지야마는 노다 조타로를 살해할 때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자기 클론을 활용했습니다. 클론은 성장 촉진제를 사용하여 두뇌 개발이 더디다고 했는데, 어떻게 후지야마인 척 할 수 있었을까요? 이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게다가 알리바이를 만들거라면 대중들 앞의 노출된 장소에서 뭔가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게 나았을겁니다. 매춘부를 만나는 것 보다는 말이죠.
같은 이유로 시바타에 의해 가축으로 키워진, 실제 나이로는 몇 살 되지 않을 차보의 남다른 지성, 그리고 차보가 감금 장소를 마음대로 빠져나가며 이런저런 행동을 했다는 것, 그리고 클론이 후지야마를 살해한 뒤 그 자리를 꿰찼고, 차보가 후지야마의 클론과 손을 잡고 클론 해방과 시바타에 대한 복수로 일련의 사건을 일으켰다는 진상도 허황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보다는 성형 수술이나 쌍둥이 쪽이 더 말이 되는 트릭이었을거에요.
또 공들여 만든 클론 관련 설정이 이렇게 작가 편의에 따라 변경되는 탓에, 이는 트릭을 위해 만들어진 억지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줍니다. 상식적으로도 사람을 위한 치료제를 만들었다면, 동물 대상으로 못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고액을 들여 인간 클론을 고기로 만드는 공장을 만드는 것 보다도 동물용 치료제를 만드는게 싸게 먹힐테고요. 설령 동물용 치료제가 만들어지지 못한다 하더라도,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식물성 단백질은 많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무슨 큰 일이 나는건 아닙니다. 콩 등에서 뽑아낸 성분으로 고기를 만드는 공장도 최근 많이 늘어나고 있고요.

추리적으로도 뭔가 수수께끼가 많고 복잡해보이지만 결론적으로 별건 없습니다. 노다 조타로 사건은 클론을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 후지야마 클론 머리 오배송 사고와 플라나리아 센터에 잡입한 괴한 사건, 테러 사건은 모두 시바타를 함정에 빠트리고 센터를 폭파시키려고 후지야마 클론이 실행범으로 일으켰다는게 전부거든요. 즉, 어떻게보면 시바타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증거만 없을 뿐이었지요. 
이 와중에 시바타가 '후지야마는 약시다! '라는게 증거라고 믿었던건 어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약시인 것과, 범행과 무슨 관계가 있지요? 무엇보다도 약시가 범인이라는걸 드러내는 괴한의 센터 침입 사건의 목격자는 시바타 본인입니다. 이걸 경찰이 어떻게 믿고 수사를 하겠습니까..... 설령 그 범행을 약시인 사람만 저지를 수 있었다 한 들, 그건 단순히 정황 증거에 불과하고요.
또 마지막 테러 사건까지의 모든 사건이 차보가 계획한 음모의 한 셋트인데, 여러모로 헛점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플라나리아 센터에 잠입한 괴한을 시바타가 제압했다면? 시바타가 센터 테러 사건 와중에 공장 내부에 남지 않았다면? 유시마 미키오가 죽지 않았다면? 뭐 하나라도 변수가 생겼다면 성립할 수 없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권해드릴 수준의 작품은 전혀 아닙니다.

2023/12/15

"우먼 인 윈도"에서 소개된 애나 폭스의 영화들

"우먼 인 윈도" 속에서 소개된 애나 폭스의 영화들 목록입니다. 책 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10월 24일 일요일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1956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도리스 데이 주연, 히치콕 감독이 자신이 1934년 만든 동명의 영화(영국) 를 리메이크한 작품, 휴가를 보내던 가족이 암살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으로, 극중에서 도리스 데이가 부른 'Que Sera, Sera'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길다(Gilda)
1946년. 미국. 찰스 비도르 감독, 리타 헤이워스, 글렌 포드 주연, 도박꾼 조니는 카지노 사장의 심복이 된다. 사장의 집에 초대받아간 조니는 사장의 부인이 된 전 애인 길다를 만난다. 두 사람은 강하게 이끌리고 선을 넘는다. 리타 헤이워스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이다.

10월 27일 수요일
과거로부터 (out of the Past)

1947년, 미국, 자크 투르뇌 감독. 로버트 미첨, 제인 그리어 주연, 왕년의 사설탐정으로, 지금은 은퇴하고 주유소에서 일하는 제프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조용히 살아가려던 그의 앞날에 과거의 위험한 사랑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에어플레인(Airplane)
1980년. 미국. 데이비드 주커, 제리 주커 공동 감독 및 주연, 택시 기사인 테드 스트라이커는 공군 조종사로 참전한 기억 때문에 비행공포증을 앓는다. 어느 날, 비행 승무원인 여자친구 일레인이 결별을 선언하자 테드는 엉겁결에 그녀를 따라 비행기에 오른다. 그런데 식중독으로 기장이 정신을 잃고, 테드가 조종간을 잡게 된다.

10월 29일 금요일
디아볼릭(Les Diaboliques)

1955년, 프랑스,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 시몬 시뇨레, 베라 클루조 주연, 폭력적인 남편인 미셸 때문에 괴로워하는 크리스티나에게 미셸의 정부인 니콜이 찾아와 함께 그를 죽이자고 제안한다.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미셸을 죽이고 시체를 수영장에 던지지만, 그의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몰락한 우상(The Fallen Idol)
1948년, 영국, 캐럴 리드 감독. 랠프 리처드슨, 미셸 모건 주연, 런던의 프랑스 대사관, 대사관 집사의 아내가 죽고, 유일한 목격자는 어린 소년 필립이다. 유럽 심리 스릴러의 고전.

공포의 내각(Ministry of Fear)
1944년, 미국, 프리츠 랑 감독, 레이 밀랜드, 마조리 레이놀즈 주연, 제2차 세계대전 중 출소한 닐이 뜻하지 않게 첩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10월 30일 토요일
39 계단(The 39 Steps)

1935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로버트 도넷, 매들린 캐럴 주연, 리처드는 자신이 첩보원이라고 주장하는 애너벨라를 돕는다. 다음 날 새벽, 애너벨라가 공격을 받아 죽고, 살인 혐의를 뒤집어쓴 리처드는 도망자가 된다.

이중배상(Double Indemnity)
1944년, 미국 빌리 와일더 감독, 프레드 맥머레이, 바버라 스탠윅 주연, 보험회사 직원인 월터는 고개인 디트리히슨의 집에 방문 했다가 그의 아내 필리스의 유혹에 넘어간다. 두 사람은 디트리히 슨을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보험사는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수사에 들어간다.

가스등(Gaslight)
1944년, 미국. 조지 큐커 감독. 샤를르 보와이에, 잉그리드 버그먼, 조셉 코튼 주연. 폴라는 잘생긴 그레고리와 결혼해 상속받은 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그레고리는 폴라의 외출을 막고, 그녀를 정신이상자로 몰고 간다. 가스라이팅 (gaslighting)'이라는 심리학 용어와 관련이 있다.

파괴공작원(Saboteur)
1942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프리실라 레인, 로버트 커밍스 주연, 공장에서 일하던 배리는 화재로 친한 친구를 잃고 방화범으로 몰린다. 배리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방화의 배후에 있는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려 한다.

빅 클락(The Big Clock)
1948년, 미국, 존 패로 감독, 레이 밀랜드, 찰스 로튼 주연, 어떤 이를 살해한 언론 재벌 얼은 무고한 남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 남자는 자신의 결백을 밝히려 한다.

그림자 없는 남자(The Thin Man) 시리즈
1934~1947년, 미국. 윌리엄 파월, 머나 로이 주연, 은퇴한 경찰인 닉 찰스와 그의 아내 노라 찰스가 사건을 풀어가는 코미디 탐정물, 은퇴한 형사인 닉 찰스는 부유한 집안의 딸 노라와 결혼한다. 닉은 느긋하게 은퇴 생활을 누리고 싶어하지만 스릴을 원하는 노라 때문에 이런저런 사건에 뛰어든다. 대실 해밋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시리즈로, 모두 6편이 있다.

도살자(The Butcher, Le Boucher)
1969년, 프랑스, 이탈리아. 클로드 샤브롤 감독, 스테파니 오드런, 장 얀느, 안토니오 파살리아 주연, 시골 학교에 부임한 교사 엘렌은 푸줏간 주인 포폴을 만난다. 포폴은 엘렌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하지만 엘렌은 거부한다. 한편 마을은 연쇄 강간, 살해 사건으로 흉흉해지고 엘렌은 포폴을 의심한다. 히치콕을 모방했으면서도 히치콕보다 더 히치콕답다는 평을 받았다.

다크패시지(Dark Passage)
1947년, 미국, 델머 데이브즈 감독, 험프리 보가트, 로런 바콜 주연, 빈센트는 아내를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가까스로 감옥에서 탈옥한 빈센트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 하고 그런 그를 아이린이라는 여자가 돕는다.

나이아가라(Niagara)
1953년, 미국, 헨리 해서웨이 감독. 마릴린 먼로, 조셉 코튼, 진피터스 주연. 나이아가라 폭포로 여행 온 신혼 부부가 다른 투숙객 부부의 갈등에 휘말린다.

샤레이드(Charade)
1963년, 미국. 스탠리 도넌 감독. 오드리 헵번, 캐리 그랜트 주연, 남편의 재산을 노리는 남자들에게 쫓기는 여자 레지나와 이를 돕겠다고 나선 조슈아가 파리에서 겪는 일을 다룬다.

서든 피어(Sudden Fear)
1952년, 미국. 데이비드 밀러 감독, 조안 크로포드, 잭 팰런스 주연, 상속녀이자 극작가인 마이라는 배우인 레스터를 만나 결혼한다. 그러나 레스터에게는 아이린이라는 정부가 있었다. 레스터는 아이린과 함께 마이라를 죽이고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

어두워질 때까지(Wait Until Dark)
1967년, 미국, 테렌스 영 감독, 오드리 헵번, 알란 아킨 주연, 수지는 최근에 시력을 잃었다. 그녀의 남편은 비행기에서 인형을 잠시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인형 속에는 밀수된 마약이 있었고, 악당들은 수지에게 접근해 인형이 숨겨진 곳을 알아내려 한다.

배니싱(The Vanishing)
1988년, 프랑스, 네덜란드, 조지 슬루이저 감독. 버나드 피에르 도나디우, 기니 베르보에츠 주연, 연인인 렉스와 사스키아는 여행을 떠난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사스키아가 실종되고 렉스는 그녀를 찾아 주변을 뒤진다. 그리고 삼 년 후, 렉스에게 한 남자가 접근한다. 그는 평범한 교사로 보이지만 실은 정신병자였다.

실종자(Frantic)
1988년, 미국. 로만 폴란스키 감독. 해리슨 포드, 베티 버클리 주연, 파리로 여행을 온 부부, 리처드가 샤워를 하는 사이 호텔방에서 부인이 사라진다. 리처드는 아내의 실종이 바뀐 가방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s).
2013년, 미국,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루니 마라, 채닝 테이텀, 주드 로 주연, 우울증 환자 에밀리는 의사인 뱅크스가 처방해준 신약을 복용하고 증세가 호전된다. 하지만 몽유병 증세가 나타나면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모든 것이 약의 부작용 때문이라 믿는다.

카사블랑카(Cassablanca)
1942년, 미국, 마이클 커티스 감독,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먼 주연, 모로코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릭은 우연히 옛 사랑인 일자를 만난다.

밤 그리고 도시(Night and the City)
1950년, 미국, 영국. 줄스 다신 감독, 리처드 워드마크, 진 티어니 주연, 런던의 밤거리를 헤매는 해리는 은퇴한 세계적인 레슬링 선수를 만나고, 생각지도 못한 음모에 휘말린다.

소용돌이(Whirlpool)
1949년, 미국, 오토 프레밍거 감독, 진 티어니, 리처드 콘트 주연. 마비 증상으로 고통받는 여자가 최면요법을 시도한다. 하지만, 최면에서 깨어난 그녀는 기억에 없는 살인 현장에서 발견되고, 용의자가 된다.

안녕, 내사랑 (Murder, My Sweet)
1944년, 미국, 에드워드 드미트릭 감독. 디 포웰, 클레어 트레버, 앤 셜리 주연, 전직 사기꾼의 여자친구를 찾는 일에 고용된 필립은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미스터리에 빠진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나이트 머스트 폴(Night Must Fall)
1937년. 미국, 리처드 소프 감독. 로버트 몽고메리, 로사린드 러셀 주연, 브람슨 부인은 고립된 저택에 사는 자산가이다. 그녀는 저택을 돌봐달라며 대니를 고용한다. 그녀의 조카 올리비아는 그에게 끌리면서도 그를 의심한다.

로라(Laura)
1944년, 미국. 오토 프레밍거 감독. 진 티어니, 데이나 앤드루스 주연, 광고회사 디자이너인 로라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되고, 한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10월 31일 일요일
현기증(Vertigo)
1958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킴 노박 주연, 고소공포증 때문에 은퇴한 경찰 스코티는 사립탐정이 된다.그는 사건을 맡았다가 마들레인이라는 여인에게 연정을 느끼고, 마들레인이 자살한 이후 그녀를 너무나 닮은 주디라는 여인에게 강박적으로 매달린다.

제3의 사나이(The Third Man)
1949년, 영국, 캐럴 리드 감독, 조셉 코튼, 알리다 발리 주연,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삼류 소설가 마틴스가 친구에게 일자리를 얻으려고 비엔나를 방문하지만, 친구가 의문의 사고로 사망한 것을 알게 된다.

리피피 (Du Rififi Chez Lex Hommes)
1955년, 프랑스, 이탈리아. 줄스 다신 감독, 진 세바이스, 칼 모너 주연, 형기를 마치고 출옥한 토니는 여전히 충성스러운 부하 조를 다시 만난다. 조는 토니에게 보석상을 털자고 제안한다. 이 마지막 한탕을 끝으로 은퇴하자고 말이다.

11월 2일 화요일
스펠바운드(Spellbound)
1945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잉그리드 버그먼, 그레고리 펙 주연, 정신병원의 의사로 근무하는 콘스탄스는 새로 부임한 의사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사실 에드워드가 아니었고, 죽은 친구의 이름임이 밝혀진다. 남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죽음의 항해 (Dead Calm)
1989년, 오스트레일리아. 필립 노이스 감독, 니콜 키드먼, 샘 닐주연,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가 요트 여행을 떠난다. 조용할 줄만 알았던 여행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만난 한 남자로 인해 흔들린다.

레베카(Rebecca)
1940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로런스 올리비에, 주디스 앤더슨, 조앤 폰테인 주연, 수줍은 여자가 부인과 사별한 남자를 만나 결혼해 대저택에 들어가지만, 남자는 아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1월 3일 수요일
열차 안의 낯선 자들(Strangers on a Train)
1951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팔리 그레인저, 루스 로먼 주연, 프로 테니스 선수 가이는 아내를 두고 외도를 즐기며 이혼을 바라고 있다. 어느 날 가이는 기차 안에서 브루노를 만나고, 브루노는 그에게 교환살인을 제안한다. 영화 마지막에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목마 장면이 등장한다.

위커 맨(The Wicker Man)
2006년, 미국, 닐 라부티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고속도로 사고로 죽어가던 모자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경찰관 에드워드는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는 옛 연인의 편지를 받는다.

로프(Rope)
1948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 두대학생이 재미삼아 동급생을 밧줄로 목 졸라 죽인 후 그의 시체를 아파트에 숨긴다. 이들은 완전범죄를 위해 친구와 가족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1959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캐리 그랜트, 에바 마리 세인트 주연, 뉴욕의 광고업자가 외국첩보기관에 의해 정부요원으로 오해받아 살해될 위기에 처한다.

숙녀 사라지다(The Lady Vanishes)
1938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마가렛 락우드,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주연, 여행 중인 젊은 여성이 기차에서 한 부인의 도움을 받는다. 두통으로 잠이 들었던 여성은 깨어난 뒤 그 부인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찾아 나선다. "반드리카 초특급"이라는 제목 으로도 알려졌다.

11월 4일 목요일
아담스 패밀리(The Adams Family)
1991년, 미국, 베리 소넨필드 감독, 안젤리카 휴스턴, 라울 줄리 아, 크리스토퍼 로이드 주연, 아담스 가에 이십오 년간 행방불명이던 친척이 찾아온다. 1964년 TV 시리즈로 방영된 동명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으로, 개봉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스터 에드(Mister Ed)
1961~1966년, 미국, 저스터스 아디스 외(外) 감독. 앨런 영, 코니 하인즈 출연, 미국 C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TV 시리즈. 말하는 말인 에드와 그 주인의 좌충우돌을 다루었다. 이 소설에서 애나가 올리비아에게 언급한 물론(Of course)이라는 말이 주제가에서 말장난으로 반복된다.

11월 5일 금요일
무법자(The Outlaw)
1943년, 미국, 하워드 휴즈, 하워드 혹스 감독. 잭 부텔, 제인 러셀 주연, 서부의 무법자들이 리오 맥도날드라는 여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좌충우돌한다. 제인 러셀이 전형적인 핀업걸 이미지로 등장하는 포스터로 유명하다.

열정(Hot Blood)
1956년, 미국, 니콜라스 레이 감독, 제인 러셀, 코넬 와일드 주연, 열정적인 여성 애니와 정략결혼으로 얽힌 형제 이야기, 집시 스커트를 입고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제인 러셀을 담은 포스터로 유명하다.

11월 7일 일요일
의혹의 그림자(Shadow Of A Doubt)
1943년, 스릴러,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테레사 라이트, 조셉 코튼 주연, 미국 소도시에 사는 찰리의 단조로운 삶은 이름이 같은 찰리 삼촌이 찾아오면서 활기를 띤다. 그러나 찰리는 삼촌이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진다.

이창(Rear Window)
1954년, 미국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 주연, 다리를 다친 사진작가가 이웃들을 엿보는 것으로 소일하던 중 한 이웃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확신한다.

11월 8일 월요일
싸인(Sign)
2002년, 미국, 나이트 샤말란 감독. 멜 깁슨, 호아킨 피닉스 주연.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는 그레이엄은 어느날 원과 선으로 만들어진 복잡하면서도 거대한 미스터리 서클을 발견한다.

로즈메리의 아기 (Rosemary's Baby)
1968년, 미국, 로만 폴란스키 감독. 미아 패로 주연, 새로운 아파 트로 이사 온 젊은 부부가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되고, 부인이 임신한 후에 더욱 심각해진다.

침실의 표적(Body Double)
1984년, 미국.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크레그 워슨, 멜라니 그리피스 주연, 단역배우 제이크는 폐소공포증 때문에 배역을 잃는다. 애인에게서도 버림받은 제이크는 다른 사람의 집을 관리해주기로 하고, 그 집에서 이웃 여자를 훔쳐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끔찍한 일에 휘말린다.

욕망(Blow-up)
1966년, 영국, 이탈리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세러 마일스 주연, 런던의 사진작가가 황량한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던 중 의심스러운 것을 발견한다.

2023/12/13

파리타임 - 서귤 : 별점 2점

파리타임 - 4점
서귤/이후진프레스

"환불 불가 여행"에 이은 서귤의 여행 에세이 2탄. e-book으로 저렴하게 출간되어 있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회사 출장으로 떠난 파리에서 보낸 몇 일간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그야말로 전형적인 서귤 만화 에세이입니다. 단선으로만 이루어진, 대충 그린 듯한 그림이 독특한 시각의 세상 보기와 기발한 유머와 결합되어 있거든요. 한 에피소드 당 최소 두 컷 ~ 최대일곱 컷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극소심하고 두려움많고 귀도 얇은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 줍니다. 미술관에 가서 오귀스트 르누아르를 어구스테 레노르라고 읽는 등의 허세도 웃겼고요.

그러나 20화도 안되는 이 정도 분량으로 책 한 권을 채워서 파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네요.  5,000원이라는 가격도 비쌉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책 보다는 인스타 연재물 정도로 보는게 딱 맞는 결과물로 작가의 팬이 아니시라면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참고로 서귤의 만화를 읽은 것도 벌써 5년이 넘어가는데, 작품을 보니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더군요. 만화 뿐 아니라 소설도 출간하는 등 활발한 작가 생활을 하고 있던데 왜 아직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개인에게는 개인의 사정이 있겠지만....

2023/12/10

Thigh Book Holster!

My Modern Met의 '2023 최고의 제품들' 이라는 기사를 읽다가 가슴에 확 꽂힌 제품. 상품 소개는 이 곳입니다.
'왠지 모르게 멋있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구입하게 된다면, 그리고 같은 제품을 구입한 용자분을 거리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누가 먼저 책을 뽑을 것인지?'를 놓고 한 번 겨룰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기에는 69달러라는 가격은 심하게 부담스럽지만요....

2023/12/09

똑같은 빨강은 없다 - 김경서 : 별점 3.5점

똑같은 빨강은 없다 - 8점
김경서 지음/창비

딸아이의 논술학원 교재입니다. 우연찮게 읽어보게 되었네요. 그런데 생각보다 깊이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인류는 오래전 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습니다. 빗살 무늬 토기의 빗살이 그 좋은 예이지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름다움의 기준은 변화했고, 사람들의 미적 가치도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름다움의 정의는 명확합니다. '쾌락'을 주는지 여부입니다. 즉, 그게 어떤 것이 되었건 사람들이 '쾌'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모든 예술 작품이 아름다운 것 만은 아닙니다. 피카소의 '황소 머리'나 뒤샹의 '샘'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아름답다고 하기 힘든 기성품들이지요. 이들이 '작품'이 된 이유는 작가의 표현 의식 때문입니다. 현대 미술에서는 이렇게 '의미'를 찾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행위와 과정도 예술이 됩니다. 그걸 아름다움이라고 해석하는 것이고요.

이렇게 현대의 아름다움은 새로움과 창의성을 추구합니다. 당연히 이런 작품들은 관객들에게도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기에, 예술을 비평하고 즐기는 안목을 기르려면 관객들도 자유로와야 합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요.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야하고, 이를 깨는 것이 신세대 예술가와 관람객 들의 몫이라고 하네요. 저도 그동안 고정 관념에 많이 매몰되어 있었는데 앞으로는 아름다움을 즐기고, 뭐가 아름다운지를 찾아내는, 순수하게 '즐기는' 행동으로 작품들을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하는 자세도 좋지만, 그 이전에 '감상'이라는 취지를 잊지 말고요.

예술은 어렵지 않다는걸 상세한 예, 그리고 쉬운 글로 이해하기 쉽도록 잘 쓰여졌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내용이 다소 두서가 없다는 점입니다. 시대순으로 아름다움의 변천 과정을 설명하게끔 쓰여졌다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어른들이 읽어도 나무랄데 없는 좋은 책이라는건 분명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023/12/08

hansang의 히가시노 게이고 추천 작품 15선

전에 올렸던 일본 헌책방의 히가시노 게이고 추천 작품 30선을 보고 저도 꼽아봤습니다. 이른바 hansang의 히가시노 게이고 추천 작품 15선! 제가 읽고 리뷰를 올린 58권 중 별점이 높은 작품들입니다. 순위는 무순이고요.

1년 전에 비슷한 글을 올렸었는데, 결과는 동일합니다. 고작 6권 더 읽었을 뿐이니 당연합니다. 평이 좋았던 "백조와 박쥐"가 새롭게 순위권에 올라갈까 기대했는데 역부족이었네요.
선정된 작품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본격 추리물'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걸 바로 알 수 있군요. 단편집이 많은 것도 눈에 뜨입니다. 단편들은 보통 본격 추리 성향을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빼어난 수록작 한 두편이 전체 별균 평점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 중 딱 한 권을 고른다면, "악의"를 꼽겠습니다.

2023/12/06

애욕의 고전소설 - 서귤 : 별점 2.5점

애욕의 고전소설 - 6점
서귤 지음/이후진프레스

서귤 작가가 국내 고전 소설들을 읽고 그린 만화 에세이. 제목 그대로 연애담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대로 고전을 배웠는지 온갖 19금 묘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게 핵심이고요.

날 것 그대로의 고전 해석이 빛납니다. 판서, 정상을 지낸 홍 아무개가 낮잠 중에 기막힌 태몽을 꿨지만 부인이 동침을 허락하지 않자 노비를 범했다는 이야기를 읽은 뒤, 한마디로 '미친 새끼'라고 일갈하는 식이지요.
작가가 바라보는 시각도 독특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흥부와 놀부의 처지를 설명하며, 이를 둘 사이의 프리스타일 랩 배틀로 형상화하는게 대표적입니다. 야한 내용들도 다른 책들에 비하면 굉장히 직접적으로, 대놓고 설명해주고 있는게 마음에 들더군요.
제가 공부가 부족해서 미처 제대로 읽지 못한 고전에 대한 소개도 반가웠습니다. 사씨남정기가 그것인데, 악녀 교채란에 대한 설명이 참으로 실감납니다.

하지만 작가의 우울증과 같은 개인 이야기도 많고, 깊이있는 내용이라고 보기 힘들다는건 감점 요소였습니다. 작가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하면 가격도 과한 편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3/12/03

하쿠바산장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 민경욱 : 별점 2점

하쿠바산장 살인사건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진범,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대생 나오코는 친구 마코토와 함께 펜션 마더구스를 찾았다. 1년 전 마더구스의 밀실인 방에서 자삻했던 오빠 고이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서였다. 펜션은 방마다 '마더 구스' 동요가 쓰여진 패널이 걸려져 있었는데, 이 동요들이 암호라는걸 눈치챈 둘은 암호 해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손님 중 한 명인 오오키가 추락사했고, 이는 교묘하게 계획된 살인이라는게 드러났다.
결국 암호를 풀어낸 둘은 오빠 죽음의 진상과 범인을 밝혀내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 "가면 산장 살인사건"의 또다른 번역본이라 생각했었는데, '마더 구스' 동요를 이용한 암호 트릭이 등장한다는 광고글을 보고 착각을 깨우친 뒤 읽게 되었습니다.

추리적으로 볼거리가 많다는게 장점으로 외딴 산장이라는 무대에서부터 시작해서, 밀실 살인, 원격 조종 살인이 등장하고 '마더 구스' 동요를 활용한 암호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먼저 밝혀지는건 오오키를 살해한 원격 조종 트릭인데 '다리를 대신할 수 있는 판자를 썩은 것으로 바꿔치기해서 추락하게 만들었다'는 간단명료함도 좋았지만, 단순히 장치 트릭에 그치지않고 이를 범인이 특정될 수 있는 중요 단서로 활용하는게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 판자와 비슷하면서도, 사람이 올라가면 부서져 떨어질 판자를 고르는건 상당히 전문적인 안목이 필요하므로, 목재에 대한 전문가가 범인이다!는 논리인데 꽤 합리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오빠 고이치가 자살한 것으로 위장했던 밀실 살인 트릭은 '범인은 방에 숨어 있었다'는 단순한 것이지만, 공범을 활용한 변주가 괜찮았습니다. 먼저 구루미가 침실 창문과 문을 잠그고 다카세가 창문도 잠겼다는걸 확인하게 합니다, 그리고 구루미는 창문을 통해 탈출했고요. 에나미는 다카세에게 다시 고이치를 불러오라고 시킵니다. 이 때 문이 잠겼다는걸 다시금 다카세에게 확인시키고 마지막으로 에나미가 열려있던 창문으로 침입하여 창문을 잠근 뒤 방 안에 숨어서 밀실을 만들었던 겁니다. 에나미 혼자 실행도 가능한 트릭이지만,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면 당연히 눈에 띄였겠지요. 구루미가 산장 펜션 종업원이었던 덕분에, 때맞춰 다카세를 피해자 방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도 있었고요. 이 때 구루미와 에나미가 포커가 아닌 백개먼을 했다는 등의 디테일도 좋았습니다. 단서와 정보 제공도 공정한 편이에요.

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습니다. 우선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마더 구스 동요'를 활용한 암호 트릭이 별로였어요. 쉼표를 활용해서 문장을 이어 붙이는 것까지는 나름대로 말이 되지만, '말을 반대로 바꿔야 한다', 즉 '다리가 부서지는게 아니라 세워지는것' 이라는건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 탓입니다. 분명 중간까지는 나름 논리적으로 풀리는데, 그 뒤는 완전 국문학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건 억지스러워요. 마더 구스 동요에서 끝냈어야 하는데, 갑자기 휴게실의 마리아 - 알고보니 마녀 - 조각상이 필요했다는 것도 와닿지 않았습니다.
와닿지 않는건 암호 해독의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녁 노을이 질 때, 부서진 다리가 그림자 이어지는 곳'이라는 결과를 1년 전에 손에 넣었던 범인들이 왜 1년을 기다렸을까요? 여름이라도 그림자의 변경 추이만 관찰해도 겨울 철 그림자가 어디 위치하는지는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구루미는 몰랐다쳐도 에나미는 이과계 연구원이라는 설정인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설령 에나미가 측정에 실패해서 겨울철 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치죠. 그래도 1년 중 아는 사람이 가장 많을 때 보물을 파내려고 시도할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정 그 날짜가 필요했다면, 장소만 사진을 찍어두던가 해서 표시하고 나중에 파내면 되었습니다.

오빠 고이치를 자살로 위장하여 살해한건 밀실 트릭만큼은 앞서 설명했듯 괜찮은 부분이 없지 않으나, 밀실을 만들어야 했을 이유는 불분명합니다. '밀실이라서 자살이다!'라기보다는, 원래 노이로제가 있었고 펜션 손님들과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는 정황이 자살설의 핵심 근거였습니다. 즉, 밀실은 자살설에 무게를 더해주기는 했지만 절대적인건 아니었어요. 게다가 노이로제에 대해서는 범인을 비롯한 펜션 손님들은 아무도 몰랐었는데, 단지 밀실이라는 상황만으로 자살로 몰고가려 했던건 비현실적입니다. 에나미가 나오코와 마코토에게 '오빠는 살해당했다'며 접근한 행동도 납득이 가도록 설명되지 못하고요. 이는 나오코과 마코토가 에나미를 의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불필요했습니다.

그 외에도 구루미가 최초 보석상 가와사키를 살해한게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던가, 영국 여자가 아들을 죽게 만든 마스터에게 복수와 경고의 의미로 암호를 남겼다던가, 보석상의 혼외자가 다카세였다던가, 보석은 가짜였다던가 하는 등의 에필로그도 별로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손님 중 한 명인 가미조가 보석상 가족의 요청으로 이 사건을 3년이나 추적했던 탐정(?)이라는 설정도 과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명탐정 '가미즈 교스케'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나름 활약을 기대했는데, 하는거라곤 마지막에 구루미의 범행을 밝히는 것 뿐이라는 것도 좀 허무했어요. 일종의 맥거핀에 낚인 셈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초기작답게 여러가지 시도는 돋보이나 단점 또한 많아서 감점합니다.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2023/12/02

아내를 죽였습니까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 김미정 : 별점 2점

아내를 죽였습니까 - 4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오픈하우스

<<아래 리뷰에는 내용,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변호사 월터는 신경질적인 아내 클라라 때문에 진절머리를 내던 중 어떤 여자가 고속도로 휴게소 인근 숲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살인 사건 기사를 읽게 되었다. 월터는 남편 키멜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기묘한 충동에 휩싸여 키멜의 가게를 찾아가기까지 했다.
클라라가 어머니 임종을 지키러 고속버스를 타고 떠난 날, 월터는 그가 상상했던 키멜의 행동대로 고속버스를 뒤쫓아 휴게소까지 달려갔다. 그러나 클라라를 찾지 못해 배회하다가 그냥 돌아왔는데, 클라라가 휴게소 근처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사를 맡은 경찰 코비의 추적으로 월터와 키멜은 연결되었고, 키멜을 고문하는 등 코비의 집요한 수사는 월터와 키멜의 정신을 무너트렸고, 결국 둘은 치명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범죄 심리 스릴러 장편.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데뷰작인 "열차 안의 낯선 자들"과 비슷합니다. 비교적 평범했던 주인공이 아내 때문에 범죄에 대한 꿈을 꾸다가 절대악에 가까운 파트너와 엮인 탓에 파멸한다는 점에서요. 다만 월터는 꽤 헌신적인 남편으로 저지르지도 않은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다는 점, 그리고 심리 묘사도 더 탁월하다는 차이는 있습니다. 다른 묘사들도 빼어납니다. 특히 클라라 묘사가 놀랍습니다. 월터가 클라라를 진작에 죽일 생각을 하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만드는 생생한 "결혼 지옥"을 잘 보여줍니다. 클라라가 죽은 뒤 월터와 키멜이 코비의 수사 탓에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의 묘사도 발군이고요. 여러모로 심리 묘사가 중심인, 순문학에 가까운 스릴러가 많은 '버티고 레이블'의 특징을 잘 드러냅니다.

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꽤 기발했던 설정만큼은 높이 평가할만 했으나,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시종일관 월터가 구렁텅이에 빠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낼 뿐이라 지루했어요.
등장 인물 설정도 별로입니다. 키멜은 코비한테 맥없이 얻어맞고 범죄 계획도 잘 짜내지 못하는 등 악당으로서의 강력함을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찰 코비가 오히려 절대악에 가까운데, 악당처럼 보이지만 범죄자 체포라는 명분은 확실하고, 키멜에게 잔혹한 고문을 가하긴 하나 키멜은 살인자가 맞으니 뭔가 좀 애매합니다. 악당도 아니고 안티 히어로도 아니고.... 보다 캐릭터를 선명하게 구체화하는게 나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코비가 키멜을 고문하고 월터를 압박해가면서 "사냥꾼"이라는걸 드러내는건 결국 월터가 죽어야 끝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보입니다. 월터는 코비가 만든 출구없는 지옥에 빠진 셈이니까요.
물론 별로인 설정이라도 현실적이라는 장점은 있기는 합니다. 모두 빼어난 묘사가 뒷받침 된 덕입니다. 키멜은 목공예를 즐기는 서적상이라는 디테일이 아주 생생해서 손에 잡힐 듯 하며, 월터에 대해 살의를 품는 과정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코비도 용의자를 고문에 가깝게 구타하고, 폭언을 퍼붓는 경찰답지 않은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고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전반적인 아쉬움을 뒤집기는 부족했습니다.

깔끔하지 못한 결말도 아쉬웠어요. 클라라는 자살한 것인지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마지막에 월터가 죽인 사람은 누구인지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코비의 부하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넘어갈 장면은 아니었다 생각되네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 읽는 독자마저도 진저리치게 만드는 묘사는 인상적이지만 그리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2023/12/01

아홉살 인생 - 위기철 : 별점 2점

아홉살 인생 - 4점
위기철 지음/현북스

아주 유명한 성장 소설로 제 어린 시절 이런 류 책 대명사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였는데, 이 책도 지금의 위치는 비슷하지 않나 싶네요. 또 최근에는 변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딸 아이 논술 교재용으로 구입했는데, 겸사겸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달동네'라고 불리웠던 서울의 무허가 판자촌 거리를 무대로 아홉살 인섭이의 파란만장한 아홉살을 그리는데 긴 흐름의 이야기가 있다기보다는, 여러가지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빼어난 묘사입니다. 조금 덜 떨어진 친구 신기종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과 대사들은 물론이고 당대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디테일이 아주 빼어납니다. 그야말로 '손에 잡힐 듯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이는 모두 61년생 작가의 추억이 그대로 투영된 덕분이라 생각되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썩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흔해빠진 '가난하고 팍팍하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의 전형을 답습하는 탓입니다. 동네 악동들과의 다툼, 호감을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의 사랑과 우정(?), 학교에서의 일화, 동네 사람들과 이리저리 얽히며 벌어지는 여러가지 이야기...대부분이 새롭거나 신선한 부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어요. 일본 학원물의 학원제, 체육대회, 시험 공부, 조리 실습, 발렌타인 데이, 수학 여행 에피소드의 반복과 다를게 없다 느껴졌어요. 주인공이 나름 화목한 가정에 속해 있으며, 이런 류의 성장기에서 주인공의 걸림돌 역할이 많았던 아버지가 굉장히 선하고 여러모로 능력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게 과연 교육적으로 적절한지?도 솔직히 의문입니다. 지금도 기본적인걸 누리며 사는게 힘든 사람들이 많으며, 과거에는 더 많고 더 힘들었다는걸 아이에게 알려주는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책처럼 적나라한 묘사가 필요한지는 의문이에요. 야만의 시대를 어려웠지만 정이 넘쳤다는 식으로 포장할 수는 없으며, 이런 묘사야말로 이런 류의 책에서 핵심 요소이기는 할겁니다. 허나 찢어질듯한 가난과 아이들을 향한 무자비한 폭력 묘사, 욕설 등이 너무 실감나는 탓에, 오히려 아이에게 읽히고 싶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나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지 잘 모르겠네요. 차라리 오래전 "쌍무지개 뜨는 언덕" 같은 작품이 더 낫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