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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7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 이창현, 유희 : 별점 2.5점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 6점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사계절

인터넷 서점 추천 도서로 올라오길래 읽어보게 된 한국 개그만화. 사전에 아무런 정보는 없었습니다.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요.그런데 조금은 기묘한 독서 모임을 다루고 있어서 의외였습니다.

독서 모임에서 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개그를 끌어내는건 당연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캐릭터 개그가 많습니다. 주인공 '경찰'은 "무간도"와 똑같이 조직에 침투한 밀정이며 "사자"는 친구 하나 없는 사회 비적응자이자 살케 팀의 팬이고, "로렌스"는 어이없는 소설을 쓴다는 식으로요. 심지어 독서 모임의 멤버 중 한 명은 예티이기까지 합니다. 이들 모두가 크게 터진다기 보다는 피식거릴 수 있는 잔잔한 웃음을 전해줍니다.

하지만 제목처럼 독서에 관련된 개그도 많습니다. 1화 첫 페이지에 등장해서 주인공 포스를 내뿜었던 '노마드'가 자기개발서에 빠졌다는 이유로 강퇴되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마들렌에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떠올리며 멤버들마다 각자 이야깃거리를 생각하는 장면들 처럼요. 책갈피와 목차, 역자 소개, 서문만 보아도 읽을 만한 책이라는걸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실제 책의 해당 부분을 인용하며 설명되는데, 단순 개그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일리있어 보였습니다. 주석을 무시하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에요. 정말 중요한 내용은 본문에 썼을거라는 이유인데 그럴듯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의외로 실질적인 정보도 제공해주기도 하고요.


소개되는 책도 방대한 편입니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말하는 방법" 등 반가운 책들도 눈에 뜨이더군요.
하지만 독서 중독자들은 완독에 대한 집착이 없다는 주장만큼은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여러 권을 동시에 읽기는 하지만 대체로 완독을 목표로 하는데 말이지요. 이런 주장은 어디서 따 와서 그려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근거가 될 만한 통계나 기사는 '주석'으로 추가했더라면 좋았을것 같네요.

여튼 이런 캐릭터, 독서에 관련된 개그들은 잔잔하니 좋은데 문제는 결말 부분입니다. 마지막에 '경찰'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독서 모임 멤버들이 총 출동하여 그를 구해내고, 알고보니 멤버들이 모두 비밀 조직 요원이었다는건데, 솔직히 없는게 나았습니다. 책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장면이었어요. 결말만 현실적이면서도 독서 중독자들과 어울리는 개그로 마무리지었더라면 별점 3점 이상도 충분했지만, 지금의 결말로는 별점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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