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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1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 夏期限定トロピカルパフェ事件 (2006) - 요네자와 호노부 / 박승애 : 별점 1.5점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노블마인
소시민을 지향하는 고교생 고바토는 컴비격인 오사나이의 여름 방학 계획인 "오사나이 스위트 섬머 셀렉션"에 동참하여 마을의 맛있는 과자가게 순례에 나선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오사나이가 유괴되고 직후 고바토에게 수수께끼같은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다. 고바토는 유일하다 할 수 있는 친구 겐고와 더불어 오사나이 구출 작전에 나선다.


전작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에 이어 읽게 된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바토-오사나이 컴비 시리즈. 전작을 그런대로 재미나게 읽었기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작과 비교한다면 실망스러웠어요. 전작을 재미나게 읽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일상속의 사소한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박한 일상계 추리물이라는 것이었는데 이 작품은 일상계도 아니고 추리물도 아니거든요. 기둥 이야기인 오사나이의 유괴 이야기가 너무 황당하고 스케일이 커서 도저히 일상계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두어편을 제외한 다른 이야기들, 프롤로그나 유괴사건 관련 이야기는 별다른 트릭조차 등장하지 않아 추리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전채만 푸짐하고 메인 요리는 형편없는 코스 요리를 먹은 느낌이랄까요? 차라리 청춘 모험물이라고 포장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아요.

그나마 읽을만 했던 것은 첫 번째 사건 - 샬로트 게임 과 두 번째 사건 - 알쏭달쏭 수수께끼의 메모 정도였습니다. 이 두 단편만 그런대로 추리물의 형식을 갖추고 일상 속 사소한 사건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죠. 샬로트 게임의 경우 지나칠 정도로 사소한 이야기라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하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내용도 별로였지만 아무래도 제가 읽기에는 너무 어린 작품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앞으로 구입하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 궁금하시다면 전작만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유치한 제목과 창피한 수준의 표지 일러스트 탓에 더 구입하기가 싫어집니다....

2007/07/28

제로의 초점 (Zero Focus, 1961) - 노무라 요시타로 : 별점 3점

오카자키 테이코는 결혼한지 1주일만에 남편 우하라가 실종되는 사건을 접하고 우하라가 실종된 파견지 가나자와로 향한다. 가나자와에서 우하라의 행적을 쫓던 테이코는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우하라의 행방을 쫓던 우하라의 형이 독살되고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확대된다. 경찰은 우하라가 이중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혀내고 우하라의 내연의 처인 히사코를 수배하는데...

마츠모토 세이쵸의 히트작이자 대표작을 영화화한 61년도 작품.
소설의 스토리라인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추리물 특성상 원작을 읽은 저로서는 범인이 누군지 알기에 좀 맥이 빠지는 영화라 할 수 있겠죠. 그래도 고전적(?)으로 장중하게 사회파적 감수성을 영화화하니 여러모로 색다른 부분이 많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거의 울고불고하면서 진실을 고백하는 신파영화같은 부분은 정말 구시대의 감수성이 느껴지더군요. 지금 보기에는 왠지 어색하고 황당했거든요. 거의 50여년전 영화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겠지만요.

그래도 영화의 카피처럼 헐리우드의 고전 스릴러 문법, 특히 히치콕 스타일을 많이 참고한 티가 나서 영화 문법 자체는 무척 친숙했습니다. 음악의 사용이라던가 편집 등에서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별다른 실험적인 연출이나 편집 없이 무난하게 전개되는 기본적인 완성도는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하라의 결혼 생활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적다던가, 진실을 너무 쉽게 알아버리게 되는 부분의 설득력이 부족한 점 등 90여분의 영화에 원작을 압축하기에 버거운 티가 역력했거든요. 때문에 마지막 진상을 밝히는 부분 역시 좀 심심하게 전개되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만 본다면 증거가 전무하기에 마지막 장면의 힘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츠모토 세이쵸의 "모래그릇"은 얼마전 TV 드라마화 되기도 했는데 나름 치밀한 수사가 기본적으로 묘사되어야 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특성 상, 드라마 처럼 좀 더 호흡이 긴 매체가 영상화하기 알맞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고전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색다른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썩 재미있거나 신선한 요소는 별로 없지만 원작이 워낙 탄탄한 작품이기에 기본 재미는 해 주는 편이니까요. 원작은 국내 출간된 동서 추리문고의 "점과 선"에 같이 수록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뜨거운 녀석들 (Hot Fuzz) - 에드가 라이트 (2007) : 별점 3점

 


런던의 유능한 경찰 니콜라스 앤젤은 너무 능력이 있는 탓에 주위 사람들이 피곤해한다. 그래서 결국 승진을 명목으로 시골마을 샌포드로 좌천(?) 된다. 샌포드는 범죄 발생율 최저 1위와 살기좋은 마을 1위를 자랑하는 한적한 시골마을.  슈퍼경찰 앤젤은 조용한 마을에 거부감을 느끼나 서장 아들이자 같은 경찰인 대니 덕에 그럭저럭 익숙해져 간다. 그러던 중, 마을에 희한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사고라고 주장하는 마을 사람들에 맞서 홀로 살인 사건임을 주장하던 앤젤은 수사 끝에 의외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새벽의 황당한 저주" 팀이 만든 영국판 코믹 액션 스릴러 영화입니다. 능력있는 경찰이 시골마을로 좌천된다는 이야기는 그닥 신선해 보이지는 않지만 각본이 뛰어난 탓에 괜찮은 영화로 재 탄생되었다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가벼운 추리물로 보아도 그다지 떨어져 보이지 않는 수준의 수사 전개 과정이 괜찮아서 마음에 들더군요. 놀라운 진상이 설득력있게 전해지게끔 복선과 단서를 잘 제시하고 있거든요. 아울러 미국식 형사물을 패러디하는 여러 대사들과 장면 역시 재치가 넘쳤고요. 캐스팅도 완벽해서 친숙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 컴비는 물론이고 브리짓 존스의 아빠도 등장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간만에 보는 티모시 달튼도 반가왔습니다.

그러나 쓸데없이 잔인한 장면을 많이 삽입했다는 점은 분명 흥행에 걸림돌이 되리라 생각되며, 사건 해결 이후 잠깐 벌어지는 사고에 대한 표현은 사족일 뿐이어서 좋았던 기분을 막판에 지루하게 만드는 감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더운 여름 코믹과 시원한 액션으로 무장한 영화이기에 킬링타임용으로는 딱 적당하리라 생각됩니다. 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더욱 즐거운 시간 되실 것 같습니다.

2007/07/27

신제품 (2)

 


주초에 올렸던 신제품의 두번째 Teaser입니다.

예상하셨던 컨셉의 제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제품의 정체는! Slide 형태의 전자사전이었습니다. 상세스펙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지만 아마 기대 이상이실듯^^

작은 크기라도 정말 안되는게 없는 기계이니 만큼 시장에서 좋은 반응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런데....과연 가격은 얼마가 적당할까요? 궁금하네요.

2007/07/23

신제품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제가 손을 댄 최초의 제품, 신제품이 곧 출시됩니다. 아쉬움도 많지만 기대도 큰 제품이니 만큼 좋은 반응 있었으면 합니다.

Teaser는 여기서.

2007/07/22

주정꾼 탐정 - 에반 헌터 / 김병선 (자유추리문고 50) : 별점 3점

드디어 어렵사리 구하게 된 자유추리문고의 "주정꾼 탐정" 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네요^^


작품의 작가 에반 헌터는 "87분서" 시리즈의 작가 "에드 멕베인"입니다. 에드 멕베인은 거장이기는 하지만 워낙 다작인 탓에 실망스러웠던 것도 제법 있었죠. 특히 후반기 작품들은 많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이 작품은 작가의 초기작으로 당시 유행의 끝자락이던 초기 하드보일드 정서를 제대로 전해주는 것과 동시에 정통 본격 추리물스러운 점이 많아서 마음에 들더군요. 서정적인 문체와 묘사도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하드보일드계의 서정시인 로스 맥도널드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주정꾼 탐정인 주인공 커트 캐넌의 캐릭터가 무척 독특한데 알콜중독 룸펜 탐정으로 "800만가지 죽는 방법"의 매튜 스커더의 형님뻘로 로렌스 블록이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아서 매튜 스커더를 창조한 것은 확실합니다 . 탐정 면허증도 없는 알콜중독자로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유사한 수준을 넘어서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매튜 스커더보다는 바람난 아내를 응징하려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커트 캐넌이 더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 역시 아류가 원조를 뛰어넘기는 힘든 법이에요.

그러나 8편의 단편이 다 추리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을 뿐더러 작품별 편차도 좀 있고, 작가의 히트작인 "87분서" 시리즈와 유사한 스토리, 분위기가 반복된다는 것은 단점이기는 합니다. 특히 몇몇 작품의 세부 묘사는 굉장히 비슷하더라고요. "대중소설" 작가인 에드 멕베인이기 때문인지 거의 모든 편에서 처음 만난 여성과의 정사가 그려지는 등의 통속적 요소도 거슬리는 점이었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기다렸던 만큼,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전해주기에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명작이나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추리소설 황금기 막차(?)의 느낌은 잘 전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8편의 단편 중 개인적인 추천작은 <다시 만남>으로 추리적인 요소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주정꾼 탐정" 으로서의 캐릭터가 가장 잘 살아있는 다른 추천작이라면 "나도 산타클로스"를 꼽겠습니다.

1. 떠나지 않는 유령 (Die Hard)
커트 캐넌은 한 남자가 마약중독에 빠진 자기 아들을 구해달라는 의뢰를 받지만 거절한다. 그러나 남자가 자기 눈 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사건 수사에 뛰어든다.
아마 커트 캐넌 시리즈 제 1작이겠죠? 뉴욕 뒷골목의 묘사와 인물 묘사가 일품이긴 한데 범인이 너무 쉽게 드러나는 약점이 있더군요.

2. 죽은 사람의 꿈 (Dead Men Don't Dream)
소꼽친구 찰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커트 캐넌은 다른 친구들로부터 그 지역 건달들에게 상납금을 내지 않아 찰리가 살해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달 소탕에 나선다.
하드보일드 액션물로 커트 캐넌이 동네 건달들과 한판 벌이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마이크 해머스러운 느낌으로 추리적으로 특기할 것은 없네요.

3. 프레디는 그곳에 (Now Die in It)
지인 루디가 처제 베티의 임신 사실을 고백하며 상대 남자가 누구인지 밝혀줄 것을 의뢰한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베티가 살해당한 뒤 사건 수사에 나서게 되는데...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추리물. 룸펜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수사가 어떤 것인지를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루 아처 시리즈 단편과 꽤 유사한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범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4. 착한이와 죽은이 (Good and Dead)
룸펜 친구 조이가 살해당한 뒤 커트는 그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어서 살해당한 것이라는 중국인 칭크의 말을 듣고 관련 인물 조사에 나선다.
한여름 더위의 묘사가 탁월한 작품. 역시 "경관혐오"의 작가 답다는 느낌이 물씬 나더군요. 추리적으로는 별다를게 없고 관련 사건의 연결고리가 너무 쉽게 드러나는 단점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지만 묘사가 정말 좋아서 읽는 재미 만큼은 끝내줬습니다.

5. 나의 죽음 (The Death of Me)
커트 캐넌은 신문에서 그가 죽었다는 기사를 읽은 뒤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나선다.
커트 캐넌이 드디어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시즌의 이야기로 내용은 갱들의 세력 다툼이 대부분이라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팜므파탈, 갱, 킬러 등 하드보일드 액션물의 모든 요소가 등장해서 스케일이나 캐릭터에서 영화적인 느낌을 많이 전해주기는 하는데 뭔가 좀 어수선했고요. 아무래도 단편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소재가 아니었나 싶네요.

6. 나도 산타클로스 (Deadier Than the Mail)
커트 캐넌은 유년시절 친구 키트 오드닐의 부탁으로 생활보호 대상자들의 복지수표 도난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
영문 원제가 너무 범인을 뚜렷이 암시하고 있으며 범행이 우발적이고 좀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추리적으로 문제점은 많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묘사가 마음에 들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맹점을 찌르는 맛이 좋아서 추천하고 싶네요.

7. 다시 만남 (Return)
커트 캐넌에게 헤어진 옛 아내 토니가 다시 찾아와 새출발 할 것을 약속하고 그에 고무된 커트 캐넌은 부랑자 룸펜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탐정일을 제대로 시작할 것을 결심한다.
커트 캐넌 시리즈의 핵심 인물인 전처 토니가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작품으로 정통 하드보일드적인 냄새도 나면서도 여러가지 곁가지 설정들이 양념처럼 재미를 더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커트 캐넌의 심리 묘사가 특출나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범인의 공작이 너무 얄팍하지 않나 싶은 생각은 들지만 (예를 들자면 저같으면 확실한 알리바이 공작을 하고 있었겠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8. 거리에 내리는 주먹비 (The Beating)
룸펜들을 노리는 테러가 연달아 발생하고 결국 한명이 살해당하게 된다.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는 커트 캐넌은 스스로 미끼가 되어 밤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여름 묘사가 발군인 단편으로 진상이 밝혀지기까지의 조사과정이 허술할 뿐더러 단서없이 함정수사(?)로 범인을 잡는 결말이라 조금 시시했어요. 커트 캐넌과 부랑자 이웃간의 애정이랄까... 하는 감정만큼은 독특하긴 했으나 그냥저냥한 평작으로 생각됩니다.

2007/07/21

위대한 명탐정 바실 (The Great Mouse Detective) - 존 머스커 외

 

1897년 런던, 인형 기술자 플래버셤이 유괴당하고 그의 딸 올리비아가 세계 제일의 명탐정인 베이커가의 바실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하러 찾아온다. 우연찮게 올리비아를 도와주게 된 제대 군인 도슨 박사는 바실을 같이 찾아가지만 그는 소녀의 의뢰를 흥미없어 한다. 하지만 납치를 주도한 박쥐 이야기를 들은 바실은 사건이 자신의 최대 호적수인 악당 라티건 교수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곧바로 사건에 뛰어드는데...

최근 회사 신제품 성능 테스트로 묵혀놓았던 암흑의 유산들을 몰아쳐 보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이 작품은 디즈니의 86년도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실패작 "검은 가마솥" 의 후속작이라 별다른 홍보가 없어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보고나서 조사해봤더니 셜록 홈즈의 "마우스 월드" 버젼이라며 유명했던 원작이 있는 작품이더라고요. 애니메이션도 CGI 초창기 작품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 나름 대작이고요.

홈즈의 주요 캐릭터를 동물(여기서는 쥐 세상입니다)로 바꾸어 놓았다는 설정만 본다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탐정 홈즈"와 유사하지만 제일 큰 차이점은 이 작품은 인간 세상에서의 쥐 세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바실이 사는 집이 베이커가의 홈즈의 집으로 묘사되고 있거든요. 그리고 추리적인 요소가 더욱 많다는 것도 차이점이죠. 예를 들자면 도손 박사를 처음 대면하는 바실이 도손 박사의 과거를 추리하는 부분이나 올리비아가 납치된 뒤 현장에 있던 종이 쪽지의 냄새와 화학적 분석을 통해 단서를 찾아내는 부분 같은 것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그 외의 작화나 음악 모두 디즈니스러운 완벽한 수준으로 작품의 완성도도 높고요. 뭐니뭐니해도 셜록 홈즈를 제대로 패러디한 바실이라는 생쥐 캐릭터는 예상대로의 모습을 너무 잘 보여줘서 무척 즐거웠고 와트슨의 대역인 도손박사 역시 마찬가지로 재미있었습니다. 아울러 꼬마 캐릭터 올리비아가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하지만 초중반까지 그럴듯한 홈즈 패러디를 보여주다가 막판에 액션물로 돌변하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뭐 이 작품이 추리 매니아를 대상으로 한 작품은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겠지만 마지막 빅밴에서의 액션씬은 "홈즈의 마지막 인사"의 패러디이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느낌이 물씬 나서 그다지 새로운 맛도 없었고 박력도 부족해 보였다는 점이 좀 아쉽네요.

그래도 아동용으로는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은 제대로 된 홈즈 패러디 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보시지 못하신 분들이라면 한번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성인에게 안 맞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 즐길거리도 많고 시간도 70여분으로 짤막하니까요. 단, 홈즈 팬이 아니시라면 조금 실망하실지도...

2007/07/19

파프리카 - 콘 사토시 : 별점 2.5점

 

스토리는 제가 과거에 썼던 도서 리뷰가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어쨌건 기대해 마지 않았던 콘 사토시의 "파프리카"를 이제서야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감상한 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냥저냥" 입니다. 생각과는 많이 다르네요.

일단 원작을 먼저 접한 저로서는 이해하기 쉬웠지만 너무 축약한 스토리는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불친절했으리라 생각이 되네요. 원작을 읽지 않고서는 처음에 경시감 고가와가 어떤 치료를 왜 받는지, 파프리카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도저히 알 수 없으리라 생각되거든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설정이었던 PT기계와 DC미니의 성능차이와 파프리카가 적에 대항하여 반격이 가능하도록 했던 여러 소설속의 장치들도 전부 생략되어 있었고, 특히 DC미니를 통해 꿈과 현실이 겹쳐지게 되는 과정의 설득력이 너무 빈약해서 마지막 결말이 역시 너무 시시해져 버린 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고요.
 
또한 콘 사토시 특유의 감각을 기대했던 몽환적인 꿈의 표현도 몇가지 비쥬얼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볼 게 없었습니다. 차라리 원작의 마지막 부분, 즉 꿈이 현실과 겹쳐지며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을 화면에 구현하였더라면 최소한 오락성 측면에서는 훨씬 나았으리라 보이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인형들의 페스티벌(?)과 히나인형 정도의 비쥬얼만 마음에 들더군요. 그 외에는 그다지 멋진 부분이 눈에 뜨이지 않았습니다.

경시감 고가와의 과거의 트라우마, 그리고 그에 따른 정신불안을 꿈과 현실을 오가며 해결하는 파프리카의 "꿈탐정" 부분은 재미있었지만 이야기의 곁가지로만 쓰여서 아쉬웠습니다. 차라리 이 부분만 떼어내서 독립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 훨씬 나았을것 같더라고요. 작화의 퀄리티와 음악은 마음에 들었지만 "퍼펙트 블루"나 "천년여우" 때의 감동은 없네요. 이에 비한다면 차라리 소품에 가까운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훨씬 좋았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예전의 힘과 박력,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데 제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감독이 나이가 들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둘 다 나이를 먹은 것이겠죠...

2007/07/15

ZOO - 오츠 이치 / 김수현 : 별점 3점

 

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황매(푸른바람)

현재 최고로 잘 나가는 신세대 추리 작가라 할 수 있는 오츠 이치의 작품도 드디어 국내 출간이 시작되었네요. 이 책은 표제작을 비롯해서 10편의 독특한 작품들이 실려있는 단편집입니다.

읽어보니 역시나 괜찮더군요. 호러에서 추리, 블랙 코미디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있어서 작가의 팔색조같은 매력을 즐기기에는 아주 좋았고 재미는 물론 기발함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가 탁월해서 "과연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군!" 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어요. "천재"라고 부를 수 있을지 어떨지는 판단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이 단편집 하나만으로도 다양성과 기발함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또 작가가 독자의 심리를 잘 건드릴 줄 안다는게 굉장히 돋보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단적인 예로 목차 순서 역시 심리적 충격을 극대화 하는 의도로 짜여진 것으로 보였거든요. 작품별 심리적 충격의 강도를 강-약-강-약-중-강-약-중-중-약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순서로 배치하여 충격이 강한 작품이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목차 순서인데 이런걸 봐도 확실히 독자 마음을 가지고 놀 줄 아는것 같아요.

하지만 신세대 일본 작가들에게서 보이는 가장 큰 문제점인 만화적인 상상력에 의존한 부분이 높다는 점, 그리고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일부러 흐리는 듯한 전개가 많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발하나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점으로 만화나 TV 시리즈의 한 편이라면 모를까 소설에서 써 먹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 싶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결말이 좀 약한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죠.

그래도 최근 읽어 보았던 신세대 일본 작가들 작품 중에서는 가장 새롭다!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섬뜩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다양한 이야기는 폭넓은 독자층을 수용하리라 생각되며 책의 번역과 장정도 괜찮으니 한번 구입해 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1. Seven Rooms
두 남매가 갑자기 유괴되어 어딘지 알 수 없는 방에 갇히게 된다는 호러 단편. "큐브"와 굉장히 유사한 전개지만 스케일은 대폭 낮추고 수수께끼 역시 별다른게 없습니다. 하지만 동생의 체구가 작은 점을 이용하여 한정적인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아주 돋보였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되는 피해자들의 운명, 기발한 탈출방법을 꽤 그럴듯하게 묘사하거든요. 그리고 감정을 스멀스멀하게 건드리는 섬찟함 역시도 매력적이었고요. 무지무지하게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는 점은 약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 SO-far
부부싸움끝에 아이가 심리적으로 치명상을 입는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작품. 이 작품집 내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무난한 수준의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특출난건 없다는 뜻인데... 별점은 2점입니다.

3. ZOO
표제작으로 사실 표제작이 될 정도로 최고 수준의 작품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살인자의 심리묘사와 생활을 극한의 디테일로 묘사하는 작품인데 작가가 정말 이 작품을 쓰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들여 쓴 티는 나지만 결말이 좀 아니더군요. 중간까지는 확실히 잘 달려줬는데 말이죠. 뭐 어떻게 생각하면 가장 무난한 결말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4. 양지의 시
일종의 SF로 생명 창조에 관한 이야기로 젤라즈니와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동급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러나 정통 SF로 보기에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좀 애매한 부분이 있고 만화 등에서 유사 설정을 따온 느낌이 강하다는 것은 감점 요소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5. 신의 말
주인공이 지닌 말의 힘, 그것이 거의 전지전능하다는 설정의 작품으로 약간 "스멀스멀" 계열입니다. 주인공의 폭주와 그럴싸한 이야기 전개는 괜찮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계속 들더군요. 만화에서 본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너무 막 나간것 같기도 해서 조금 감점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6. 카자리와 요코
쌍동이 중 한명은 어머니에게 엄청난 학대를, 한명은 과분한 사랑을 받는 좀 전형적이고 뻔한 설정의 작품. 그러나 학대받는 아이에게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솜씨가 탁월하고 "스멀스멀"한 느낌이 잘 묻어나와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말부분의 반전(?)과 헤피엔딩이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본다면 좀 이색적이라 독특하기도 했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7. Closet
시동생 살해 혐의를 받는 주인공이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정통 추리물 형태로 전개한 작품으로 추리 매니아로서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결말이 시시한 것은 안타깝지만 작품 특성상 어쩔 수 없었겠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은 작품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8. 혈액을 찾아라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 칼에 찔려 죽어가면서 벌어지는 가족들간의 소란가득한 슬랩스틱 블랙 코미디. 장르 속성에 충실하게 굉장히 웃깁니다. 정말이지 작가의 폭넓은 작품 범위에 깜짝 놀랐어요. 또 사건의 결말에서 밝혀지는 진상이 의외로 정통 추리물에 가깝다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었고요. 여러모로 즐길거리가 많았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9. 차가운 숲의 하얀 집
클라이브 바커 스타일의 기괴한 환타지물. 바커 못지않은 엽기적 상상력이 표현된 작품인데 "스멀스멀"의 도가 너무 지나쳤습니다. 도저히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결말의 반전이 있긴 하지만... 별점은 1.5점입니다.

10.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하이잭킹당한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 <혈액을 찾아라>와 유사하지만 조금은 더 무겁고 진중한 작품입니다. 황당하고 웃기면서도 이색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딱 한가지, 상투적인 결말은 아쉽더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07/07/12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 요네자와 호노부 / 박승애 : 별점 3점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노블마인

이곳 저곳에서 평이 좋길래 구입해 본 젊은 일본 작가의 청춘 추리물로 다섯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 연작집. 막 고등학교에 진학한 주인공 커플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첫 에피소드에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뒤 두번째 에피소드부터 제목 그대로 "봄철 딸기 타르트"와 연관되어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지니는, 그러면서도 각각 일상 속의 소박한 사건들을 다루며 한편으로 완결되는 스토리가 있는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책입니다..

일단 장점이라면 일상 속 사건임에도 추리적으로 괜찮다는 것입니다. 굉장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몇몇 부분에서의 트릭과 아이디어가 꽤 재미나더라고요. 그러니 2007년판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순위에도 등장했겠지만요. 전부 비슷비슷한 수준이지만 연작성격을 떠나서 제일 마음에 들은 이야기는 "도둑맞은 딸기 타르트" 였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들도 좋았습니다. 사실 일상 생활속에서 사람들이 강력 사건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에 이렇게 일상 속의 자질구레하면서도 소박한 사건을 다루는 것이 외려 현대 추리 소설에 더욱 잘 어울려 보이기도 했고요.
아울러 탐정역을 소화하고 있는 주인공 커플 역시도 "소시민이 되고 싶다" 라는 장래희망마저도 소박한, 명탐정의 전형을 깨버리는 우리 주위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도 정감가는 요소였습니다. (참고로 소시민이 되고 싶다는 고바토의 꿈은 추리력 과시에 의해 외려 손해를 본 과거의 트라우마라는 설정이던데 이 역시 QED의 한 에피소드와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너무 만화적인, 그림이 훨씬 어울리는 트릭이 많다는 점입니다. 만화 버젼이 연재되고 있다는데 만화 쪽이 그림만 마음에 든다면 외려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 정도로 만화에 더욱 어울리는 소재들이었거든요. 책 뒤의 해설에도 나오지만 고등학교 1학년 커플이 탐정역으로 등장한다던가, 학교 또는 일상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만화 "QED"와 굉장히 닮아 있기도 하고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시리즈 첫 작품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제가 읽기에는 좀 너무 어린 취향이 아닐까 싶어서 이후의 시리즈를 계속 사 볼지는 좀 생각해 봐야겠지만요. 추리물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초심자, 그 중에서도 20대 아래의 나이층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네요.

그런데 표지가 너무 유치한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습니다... 이거 무슨 아동용 동화책도 아니고...


1. 가방 찾기 대소동
고등학생이 된 후 진정한 소시민으로 거듭나려는 주인공 고바토와 오사나이. 그러나 고바토의 초등학생 동창 겐고를 만나면서 그 계획이 틀어지게 된다. 겐고는 너무나 정의감이 투철한, 앞장서기 좋아하는 열혈남아였던것. 겐고가 한 여학생의 가방 도난 사건의 조사를 요청하면서 고바토는 다시금 추리의 세계로 뛰어든다.

2. 도둑맞은 딸기 타르트
오사나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봄 한정 딸기 타르트를 실은 자전거를 도둑맞은 뒤, 고바토는 오사나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신문부인 겐고가 의뢰한 미술부의 수상쩍은 그림의 수수께끼 풀이에 도전한다.

3. 맛있는 코코아를 타는 법
주말에 오사나이와 만나던 고바토에게 겐고가 자기 집으로 놀러오라는 전화를 하고, 찾아간 둘에게 겐고는 맛있는 코코아를 대접하며 그 비결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겐고의 누나 치사토는 부엌에서 겐고가 어떤 방법으로 코코아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것을 궁금해 하며 애를 태우는데...

4. 커닝페이퍼의 비밀
오사나이에게서 시험 도중에 깨진 병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고바토는 잠깐의 조사로 병이 깨진 이유를 알게 된다.

5. 딸기 타르트의 복수
자전거를 훔쳐간 이웃 고등학교 학생 사카가미를 우연히 발견한 오사나이와 고바토. 오사나이는 복수를 다짐하지만 고바토는 오사나이 신변을 걱정하여 겐고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하지만 선뜻 도와주지 않으려는 겐고에게 고바토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추리한 자전거 도난 사건의 진상을 털어놓고 결국 사건을 해결한다.

2007/07/10

알라딘 추리독자 인터뷰 따라하기~!

원문은 여기에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저도 짤막하게 몇자 적어봅니다. 아.. 이 따라쟁이 정신이란 정말이지....^^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단순히 독서로 끝나지 않는 지적인 사고활동이 곁들여지는 것이 매력이죠. 그래서 저는 정통파 고전 트릭물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작가와의 두뇌싸움이 제대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함 때문에 손에서 떼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5편만 뽑기에는 너무나 어렵지만 "내 인생" 이라는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에게 영향을 준 작품 위주로 뽑아 보았습니다.
1)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지음
그야말로 황금시대 정통 추리물 최고 걸작 중 하나로 밀실 트릭의 대가 딕슨 카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독자와의 공정한 두뇌싸움을 초반부터 정직하게 보여주는 정통 고전 퍼즐 미스테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셜록홈즈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지금 읽으면 너무 낡은 듯한 느낌도 들지만 시대가 지나도 영원한 명탐정의 상징으로 남은 셜록 홈즈 시리즈는 제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죠. 코난 도일 경에게는 아직도 고마움과 무한한 존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3) <10개의 인디언 인형>,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제가 처음으로 접한 추리와 호러의 만남! 동요와 함께 전해져 오는 오싹한 느낌과 더불어 완전범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크리스티 여사의 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처음 읽고는 며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무서웠던 경험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4) <점과 선>, 마츠모토 세이쵸 지음
원래 뜨문뜨문 접했던 일본 추리소설이었지만 지나친 성적 묘사 등으로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았었던 저에게 일본 추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작품이죠. 이른바 "기차 시간표 트릭"의 선구자적인 걸작이며 사회파로서의 특징 역시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금자탑입니다. 이 책 덕분에 이후 본격적인 일본 추리소설 탐독을 시작했기에 "제 인생"의 추리소설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5) <8번 종이 울릴때>, 모리스 르블랑 지음
홈즈가 등장했으니 라이벌 뤼뺑 역시 빠질 수 없겠죠? 최근까지도 많이 인용되는 멋진 트릭이 가득 담겨 있는 정통 추리 단편집이면서도 뤼뺑의 매력이 전편에 걸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뤼뺑 시리즈 최고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는 최고의 뤼뺑 작품으로 기억되는 재미난 작품이죠.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좀 호러 성향이 강한, 오싹한 작품 위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1) <검은집>, 기시 유스케 지음
올해 영화로도 개봉해서 잘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범죄와 공포를 다루고 있기에 사회파적 호러물이라 할 수 있는데 전편에 걸쳐 전해져 오는 오싹함과 서늘함이 일품으로 여름철에 딱 어울리는 책이죠.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소설만으로도 충분히 무섭고 재미납니다.

2)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신용불량과 개인 채무, 파산을 소재로 하여 사회파적인 기법의 추리소설로 잘 표현한 수작으로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점에서 본다면 보험악용을 소재로 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라는 작품과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쩐의 전쟁"을 일부 연상케도 하고요. 정통파적인 부분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범죄의 특성 상 추리 매니아가 몰입할 요소가 많은 만큼 추천하고 싶습니다.

3) <고도의 마인>, 에도가와 란포 지음
일본 추리 소설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작으로 변격물이라 불리우는 란포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역시 여름철에 읽기에 참 적합하다 할 수 있는, 호러와 추리를 잘 버무린 작품으로 시대를 한참 앞서나갔던 란포의 상상력이 잘 드러나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닥터 모로의 DNA"가 약간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4)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독특한 전개와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서늘한 느낌, 거기에 독자를 빨아들이는 재미와 몰입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대 미국 추리 소설의 힘을 잘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암호 트릭 등으로 정통파적인 재미도 빠지지 않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추리 매니아가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5) <소름> , 로스 맥도널드 저
하드보일드 삼두마차의 한명인 로스 맥도널드의 최고 걸작입니다. 하드보일드 특유의 강한 드라마로 시종일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놀라운 마지막 3페이지의 반전으로 충격과 더불어 한 인간의 잔인성과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죠. 흔해빠진 반전물에 비해 정통 드라마의 요소를 충실히 갖추고 있기에 더욱 작품성이 빛난다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죠. 미국의 널리고 널린 헐리우드 스타일 스릴러에 식상한 분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Q. 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단편들이 최초죠. 아마 "계림문고"라는 곳에서 시리즈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각 단편을 얇은 책 한권으로 만든 구성이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나이 또래의 추리 애호가들은 거의 다 비슷하시리라 생각되네요. 요사이 비슷한 판본과 형태로 다시 재간되고 있는 것을 서점에서 보았는데 어린아이들이 많이 접해서 저와 같이 추리소설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재출간을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재출간이 되기를 바라는 작품이야 너무 많지만 개인적으로 구하고 있었던 자유추리문고가 복간되었으면 합니다. 벨린저의 "이와 손톱"과 에반 헌터의 "주정꾼 탐정"은 정말 너무 읽고 싶은 작품이거든요. 이외에도 다카키 아키미쓰의 "파계재판"과 사노 요의 "완전범죄 연구" 역시 평소 구하던 책입니다. 그리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소설이나 작가는 너무나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 작가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때문에...."경성탐정록"의 출간을 원하시는 출판사를 찾습니다!^^

2007/07/08

일본경찰의 명암 - 스즈키 다구로우 외 : 별점 3점

 현대 경찰 문고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으로 일본 경찰의 역사와 조직, 제도와 예산 등 총체적인 개괄에서 부터 유명한 명형사와 명 검시관, 유명 사건들이 망라된 책입니다. 1980년대 출간된 책이라 최신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는 단점은 있지만요.


앞부분에는 일본 경찰 조직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중반 이후부터 명형사와 사건들 이야기가 중심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자백을 받아내는 하찌베"라는 별명의 히라쓰까와 "끈기의 호리반장" 호리의 이야기 등 만화에서나 접해보았던 이야기들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이 놀랍기도 했고요. 사건들의 수사과정이 디테일하게 나올 뿐더러 만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경시청 수사1과"와 그들의 자존심, 조직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거액의 돈을 횡령한 뒤 도주하던 여인이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에서 최초에는 유서가 존재하는 등의 이유로 자살로 판정하지만 목을 맨 가운 끈이 잘려져 있었다는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착안, 수사를 진행하여 결국 애인인 남성의 나름대로 치밀한 범죄로 밝혀진다는 내용과 같은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거든요. 어쨌건 요런 부분은 여러모로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아서 더욱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가운끈이 잘려져 있었다! 참 멋진 아이디어 아닌가요? ^^

지금은 어차피 구하기도 힘든 책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거나 재미를 느끼게 할 만한 책이 아니지만 저에게는 꽤 유용한 책이었습니다. 위에 적힌 사건들에 대한 것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한번 쯤 구해볼만하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