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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8

제로의 초점 (Zero Focus, 1961) - 노무라 요시타로 : 별점 3점

오카자키 테이코는 결혼한지 1주일만에 남편 우하라가 실종되는 사건을 접하고 우하라가 실종된 파견지 가나자와로 향한다. 가나자와에서 우하라의 행적을 쫓던 테이코는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우하라의 행방을 쫓던 우하라의 형이 독살되고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확대된다. 경찰은 우하라가 이중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혀내고 우하라의 내연의 처인 히사코를 수배하는데...

마츠모토 세이쵸의 히트작이자 대표작을 영화화한 61년도 작품.
소설의 스토리라인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추리물 특성상 원작을 읽은 저로서는 범인이 누군지 알기에 좀 맥이 빠지는 영화라 할 수 있겠죠. 그래도 고전적(?)으로 장중하게 사회파적 감수성을 영화화하니 여러모로 색다른 부분이 많아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거의 울고불고하면서 진실을 고백하는 신파영화같은 부분은 정말 구시대의 감수성이 느껴지더군요. 지금 보기에는 왠지 어색하고 황당했거든요. 거의 50여년전 영화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겠지만요.

그래도 영화의 카피처럼 헐리우드의 고전 스릴러 문법, 특히 히치콕 스타일을 많이 참고한 티가 나서 영화 문법 자체는 무척 친숙했습니다. 음악의 사용이라던가 편집 등에서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별다른 실험적인 연출이나 편집 없이 무난하게 전개되는 기본적인 완성도는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하라의 결혼 생활에 대한 설명이 너무 적다던가, 진실을 너무 쉽게 알아버리게 되는 부분의 설득력이 부족한 점 등 90여분의 영화에 원작을 압축하기에 버거운 티가 역력했거든요. 때문에 마지막 진상을 밝히는 부분 역시 좀 심심하게 전개되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만 본다면 증거가 전무하기에 마지막 장면의 힘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츠모토 세이쵸의 "모래그릇"은 얼마전 TV 드라마화 되기도 했는데 나름 치밀한 수사가 기본적으로 묘사되어야 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특성 상, 드라마 처럼 좀 더 호흡이 긴 매체가 영상화하기 알맞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고전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색다른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썩 재미있거나 신선한 요소는 별로 없지만 원작이 워낙 탄탄한 작품이기에 기본 재미는 해 주는 편이니까요. 원작은 국내 출간된 동서 추리문고의 "점과 선"에 같이 수록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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