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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1

이무리 3 미야케 란죠 : 별점 2점

 

이무리 3 - 4점
미야케 란죠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이무리 1,2 미야케 란죠

이전 2권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벌어진 뒤 숨가쁘게 달리는 이무리 3권입니다. 일단은 수수께끼의 소녀 뮤바의 정체도 밝혀졌고 이무리의 "도구"에 대한 단서도 제공되며 "현자의 힘"에 관련된 정보도 공개되는 등 많은 부분이 진전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란이 너무 쉽게 진압되는 것과 현재 시점에서는 진정한 "악"이 누구인지 희미해졌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련지 의문을 가지게 만듭니다. 반란을 일으킨 군사계 대대사가 너무나 쉽게 무너짐으로 인해서 이야기가 좀 애매해 졌거든요. 향후 지배계급을 "악"으로 한 세계관 아래에서 지배계급의 일원 - 천대받는 천민들 편에서 싸우게 되는 쌍둥이라는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마저 들기 시작하네요.

몇개의 반전들은 좋았지만 벌려놓은 이야기에 비해 수습이 좀 시원치 않은 듯 싶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내용도 대충 넘긴 듯 해서 설정에 걸맞는 치밀한 이야기 전개가 아쉬운 시점이네요. 좀 더 발전된 모습의 4권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2010/01/30

도염 (陶炎) 1,2권 - 히라다 다이키 / 하시모토 미츠오 : 별점 3점

 

도염 1 - 6점
히라다 다이키 스토리, 하시모토 미츠오 그림, 김문광 옮김/삼양출판사(만화)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작품 발표를 삼가한채 "어둠의 도공사"라는 이름으로 의뢰받은 자기를 높은 보수로 재현해 주는 일을 하는 자유가마의 도공 하마다 토요타가 등장하여 여러가지 도자기들을 만들고 사람들의 갈등을 풀어나간다는 만화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자유가마라는 작은 가마에서 아마츄어들을 가르키는 일을 하는 등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 등 모든 면에서 다른 "프로페셔널 직업군 히어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설정이긴 한데 "도예가"라는 직업군에서 특화된다고 할 수 있겠죠.

어시장 삼대째 작가이기도 한 하시모토 미츠오의 부드러운 작화가 빛을 발하는 2001년도 작품으로, 단 2권으로 완결되기 때문에 전부 3편밖에 에피소드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첫번째인 에치젠자기의 "눈물자기" 재현에 대한 이야기는 자기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함께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이익과 애증으로 얽히는 관계가 잘 묘사된 수작이었습니다. "물을 부으면 구멍은 없는데 눈물처럼 물이 흐르는 자기"라는 설정부터가 일단 호기심이 생기며 이것을 재현해 나가는 과정을 추리물처럼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거든요. 별점 3점은 너끈합니다.

두번째인 "환상의 아씨다완" 이야기는 특이하게도 연쇄살인과 함께 시작됩니다. 노부나가에게 진상되었다는 차를 담으면 차안에 벛꽃이 휘날린다는 환상의 자기와, 그 자기의 재현에 성공한 사람이 살해당한다는 서두에서부터 뒤이은 연쇄살인극과 함께 토요타의 다완재현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다완 재현이야말로 범행의 동기인데 상당히 의외의 진상을 품고 있어서 추리적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이 정도면 별점 4개도 아깝지가 않죠.

그러나 좋았던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세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현대에 재현 불가능한 환상의 도기 "요변휘홍" 에피소드는 토요타가 어둠의 도공사가 된 과거, 원수, 라이벌, 그를 흠모하는 여인의 정체, 기타 등등 상상가능한 모든 요소들이 등장하여 억지스럽게 전개되다가 끝나버립니다. 그나마 "요변휘홍" 재현에 대한 이야기로만 끝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필요없는 등장인물들과 억지스러운 설정들의 난무로 "요변휘홍" 이야기마저 매몰된 채로 별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것 같습니다. 단지 이야기를 끝맺기 위한 이야기였을뿐이라 별점은 두점도 과한 수준이죠. 최소한 한권정도 분량만이라도 더 끌어서 완벽하게 마무리지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뭐 그래도 첫번째, 두번째 에피소드만으로도 한번 읽을 가치는 있다 생각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소재는 좋았지만 인기없는 만화의 아까운 결말"의 전형적 케이스로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2010/01/29

심야식당 4 - 아베 야로 : 별점 2점

 

심야식당 4 - 4점
아베 야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심야식당 3 - 아베 야로 / 미우

항상 기본은 해 줬던 심야식당. 4권의 리뷰입니다. 곧 5권이 나온다는데 좀 늦긴 했네요.

4권은 이전권에 비하면 동어반복에 극단적인 설정이 강한, 좀 시트콤스러운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때문에 평범한 인간관계에서 보여지는 갈등과 드라마보다는 쉽게 보기 힘든 과장된 인물들과 그들의 인간관계가 주로 등장해서 심야식당이라는 작품의 매력이 많이 사라졌더군요.

예를 들자면 네번 결혼해서 네번 모두 남편이 곧바로 사망한 흡혈귀같은 미녀 치과의사라던가, 마음을 치료하는 벙어리 호스트라던가 (야왕이냐?), 발기가 안되는 호색가 스님이라던가 하는 캐릭터들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죠. 그 외에도 캬바레 아가씨 이야기는 전작의 그라비아 모델 이야기와 결국 비스무레한 이야기라더라..하는 식으로 이야기의 새로움도 많이 사라졌고 우연에 의지하는 전개가 심해진 등 단점이 많이 부각되어 버렸습니다.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요리와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라는 주제에서 점점 벗어나는 듯 싶기에 팬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군요. 그나마 전작과 유사한 주제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으로는 남자들의 끝없는 우정(?)을 다룬 "꼬치튀김"과 항상 사진의 원안에 있었다는 아가씨가 등장하는 "동지의 호박" 정도를 꼽겠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다지 먹고 싶은 음식도 끌리는 이야기도 없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여전한 여유로운 그림과 전개는 마음에 들지만 더 이상은 구입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덧붙이자면, 이전의 DAIN 님이 언젠가 제 블로그에 남겨주신 덧글처럼, 홍대 근처에 오덕들이 모여드는 심야의 만화방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각자 주인장에게 만화에 얽힌 사연 하나씩을 들려주며 드라마가 전개되는 오덕들의 가슴 따뜻한 훈훈한 이야기.
이런 만화방이 있다면 저는 오렌지로드와 아유카와 마도카에 대한 이야기를 컵라면을 전해주는 주인장에게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아저씨. 마도카도 이제 마흔이군여..."

아이패드 등장... 전국의 크리에이터들이여 일어나라~

 아이패드가 9시 뉴스에 전면으로 나오는 등 굉장한 반응이네요.


단말기 제조회사 기획자로서 분석해 본 결과로는, 아이패드의 성패를 떠나서 향후 모든 모바일 디바이스는 컨텐츠를 거래하여 유통하고 소비하는데 최적화된 "통합 단말"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이패드 뿐 아니라 디바이스의 흐름이 그렇게 갈 것이라는 이야기죠.

결론은.....어찌되었건 저도 뭔가 "소설을 빨리 써야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컨텐츠 크리에이터만이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현재 도서대여점의 몰락이나 불법 다운로드의 증가로 작가들이 먹고살기 힘든 과도기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단말들의 등장, 그리고 점차 온라인쪽으로 이동하는 컨텐츠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로 앞으로 5년 안에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컨텐츠 유통이 전환됨과 동시에 보다 순수하고 합법적인 컨텐츠 직거래 장터를 통해 새로운 수입원이 창출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한마디로 작가가 독자에게 직접 책을 팔게 되는 것이지요. 만약 잘만 이루어진다면 만원짜리 책을 3천권 파는게 아니라 천원짜리 책을 3만권 파는 시장이, 500원으로 책을 10만권 파는 시장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컨텐츠가 그만큼 가치가 있어야겠지만 왠지 작가 입장에서는 신나는 일이 아닐까요? 앞으로가 기대되네요.

* 근데 이게 창작밸리로 가야 할지 IT로 가야 할지 잘 판단이 안서는군요...

2010/01/28

클로버의 악당들 - 퍼시벌 와일드 / 정태원 : 별점 4점

 

클로버의 악당들 - 8점
퍼시벌 와일드 지음, 정태원 옮김/태동출판사

1900년대 초반의 미국을 무대로, 어렸을 때 집을 뛰쳐나와 6년간 프로도박사로 활동하다가 코네디컷에 농부로 눌러 앉은 25살의 빌 파믈리가 친구이자 주로 "사건"을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를 전담하는 토니 클랙혼과 함께 사기 도박을 밝혀낸다는 류의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유쾌한 단편집입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퀸의 정원"의 "제 1기 근대"에 포와로, 뤼팽, 피터경 등과 함께 분류되어 있으며, 수록작 중 몇 안되는 국내 출간작이기도 합니다. "퀸의 정원" 분류표에서도 H.Q.S, 즉 역사적 중요성, 문학적 가치, 입수 곤란하다는 3관왕을 달성하고 있네요. 국내 출간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데 저도 이번에야 알고 냉큼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 "퀸의 정원"에 선정된 작품답게 추리적인 내용이 상당히 비범한 편입니다. 사기 도박을 밝혀낸다는 것이 범죄자가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범죄를 몇 안되는 단서를 통해 탐정이 밝혀내는 추리의 과정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텐데요. (뭐 사기 도박이 아니라 사기라는 범죄를 밝혀내는 여러 작품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이러한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교한 사기"가 무려 100여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이겠죠. 주로 다양한 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장치를 뒤집어 써먹는다던가 하는 두뇌싸움도 효과적으로 써먹고 있다는 것도 재미를 더해주고요.

또한 1900년대 초반 발표된 작품이지만 뭔가 개척시대의 유쾌한 도박사 일당 이야기 - 매버릭 - 와 같은 시끌벅쩍 유쾌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와 더불어 젊지만 느물느물한 속을 알 수 없는 고수이자 장난꾸러기인 주인공 빌 파믈리, 사고뭉치에 주제를 파악할 줄도 모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멍청이인 토니 클랙혼 등 등장인물들도 톡톡 튀며 재치있는 대사와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넘치는 것이 왠지 예전에 읽었던 "O.헨리의 미스터리 걸작선" 느낌을 가져다 주더군요.

추리 애호가 뿐만 아니라 오 헨리의 팬이시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네요. 별점은 4점. (솔직히 희귀하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긴 했습니다^^)

아울러 국내 추리문학을 위해 노력하시는 정태원 선생님이 손수 구한 책을 가지고 번역하신 것이라 더욱 뜻깊은 작품이기도 한데, 앞으로도 이런 고전 명작들이 번역 출간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작품 해설을 통해 알려주신 이 작가의 다른 대표작인 검시재판이나 탐정 피트 모란 시리즈라면 더할나위 없겠죠.


심벌 (The Symbol)
집을 뛰쳐나와 도박사로 먹고살던 빌 파믈리가 고향 코네티컷에 돌아가 아버지와 포커 승부를 벌인 뒤 개심하여 농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시리즈의 서두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빌이라는 주인공의 성장 배경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핵심 이야기로 두건의 사기 도박이 등장합니다.
첫번째는 빌이 벌이는 사기도박으로 카드 바꿔치기에 대한 내용으로 별다른 건 없습니다. 두번째 아버지와의 승부는 빌이 카드를 조작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정직한 승부"에 패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갑작스러운 빌의 난조가 명쾌하게 설명되지는 않지만 승부 자체도 재미있고 부자의 관계 회복도 설득력 있는 작품이죠.

사기꾼의 카드 (The Run of the Cards)
빌 파믈리가 토니 클랙혼과 만나는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사기 도박으로 거액을 잃은 토니의 아내와 우연히 만나게 된 빌이 토니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를 도와주게 된다는 내용입니다.'사기 방법에 대한 단서 제공도 공정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포커 승부 자체가 굉장히 박진감있게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죠. 마지막의 상대방의 사기를 역으로 공격하여 승리하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마지막 공정한 승부에 대한 짤막한 반전도 인상적이고요. 별점 5점짜리 단편입니다.

포커 도그 (The Poker Dog)
토니가 또다시 처남 테드와 함께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빌은 슈워츠라는 그 사기꾼과 대결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가 정작 토니에게 부탁한 것은 개를 한마리 사달라고 한 것 뿐.
전보로 시작하는 유쾌한 서두 - 완벽한 사기꾼 슈워츠에 대한 묘사로 분위기 고조 -갑작스러운 빌의 강아지 찾기를 통한 의외성 도출 - 마지막 승부에서의 화끈한 결말 이라는 기-승-전-결 에 충실한 교과서같은 단편입니다. 운에 의지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는데, 이런게 완벽한 기승전결의 힘이겠죠.

레드 앤 블랙 (Red and Black)
부자이지만 천하의 싸가지 덩어리인 휘트니가 룰렛에서 큰 돈을 잃고 토니와 그의 친구 빌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하는 이야기.
이번편 부터 의뢰를 통한 본격적인 "사기꾼 박살내기" 시리즈로 돌입하게 됩니다. 전편들과는 달리 "룰렛"이 등장하고 이를 파헤치기 위한 도구 역시 카메라와 쌍안경을 조합한 장치라는 점이 특이하더군요. 사실 사기행각보다는 휘트니라는 싸가지의 행동거지와 말로를 보는게 더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양심의 문제 (A Case of Conscience)
유서깊은, 그래서 회원이라는 것이 명예인 "윈저클럽" 회원인 토니는 항상 있는 필 터너와 램지 폴웰의 카드게임에서 램지 폴웰이 언제나 일방적으로 진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잘 모르는 "카지노"라는 카드 게임을 소재로 했기에 몰입하기가 약간은 힘들었지만 미덕이 넘치는 반전 탓에 (그래서 지나칠 정도로 오 헨리 스럽긴 했지만) 훈훈한 느낌이 전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역시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고 말이죠. 사고뭉치 토니의 캐릭터가 극단적일 정도로 부상하기에 짜증까지 나기는 했습니다만, 뭐 원래 이런 캐릭터니까요.^^

초보의 행운 (Beginner's Luck)
피트 커니라는 도박사의 사기를 밝혀달라는 앨런 그레이엄의 편지를 받은 빌과 토니. 빌은 자기 대신 토니를 보내며 여러가지 조언을 해 준다.
캐릭터 바꿔치기의 묘미와 더불어 반전을 거듭하는 줄거리가 인상적인 좋은 작품입니다. 혼자 착각한 토니의 좌충우돌이 굉장히 웃기기도 하고요. 무적의 갬블러 피트의 비결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약간 아쉽지만 별점 4점은 너끈할 것 같네요.

불기둥 (The Pillar of Fire)
해변가에서 포커를 하는 특이한 섬 리그스에 빌과 토니가 참가한다. 하지만 빌 파믈리는 연이어 대패하고, 수영복만 입은 해변가에서 그 어떤 사기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는 난감함에 처하는데...
빌 파믈리가 한번 궁지에 몰리는 전개가 이색적인 단편입니다. 그런데 독자에게 너무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해 준 탓에 사기의 방법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결말이 화끈해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작품 내 등장하는 "최고의 독심술 마법"은 다른 책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작품내에서 제대로 써먹었더군요.

붉은 느릅나무 (Slippery Elm)
J 햄프톤 후지스트라튼이라는 이름의 사나이가 메트로폴리턴 체스 클럽에 입회한다. 그리고 그는 강자들을 차례로 꺽으며 강자로 부상하지만 모든 회원들은 그를 미워한다.
빌이 29달러 55센트의 사례금을 받고 뛰어든 이색 사건. 즉 후지스트라튼을 클럽에서 쫓아내기 위한 체스 사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거창한 천국 입장을 다루며 시작하는 분위기부터 오 헨리 스타일의 작품인데 이후의 전개도 치밀하고 마지막 승부에 대한 조작 및 결말까지 완벽해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역시나 별점 4점은 충분하겠죠.^^

타락 천사의 모험
브리지에서 항상 이기는 테리스를 조사해 달라는 친구들의 요청을 수락한 토니는 사기수법을 지적하지만 외려 역공을 당한다...
일단 이 작품은 원본 단편집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국내 출판본만의 특전과 같은 작품입니다. 일단 정태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작품은 브리지 사기 수사에서 의외로 포커 클럽인 히말라야 클럽의 과거 사기사건으로 이동하여 전개되는 내용으로 사기꾼의 집념이 잘 그려진 독특한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정말 사기의 세계란 대단한 거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테리스가 사기를 쳤는지 안 쳤는지도 불분명한 등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듯 싶어서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약간 처지긴 하더군요. 그냥저냥한 평작이었습니다.

2010/01/27

아바타 - 제임스 카메론 : 나도 봤다. 별점은 4점!

 


국내 관객 천만명을 돌파했다죠? 추세에 힘입어 지난주에 감상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이건 혁명이더군요.... 정말이지 무조건 봐야되는 영화라 생각됩니다. 이제 정말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3D 영화는 처음이었는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극장 문제인지 화면의 뒷부분은 촛점이 잘 맞지 않는 문제가 약간 있긴 했지만 긴 시간 한번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몰입해서 볼 수 있었네요.

물론 스토리는 "늑대와 춤을" 류의 뻔한 이야기에다가 설득력도 많이 떨어지고 설정도 헛점이 많은 등 보고나서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영화에서 기대한 기대치 그 이상을 뽑아내었다고 생각하기에 정말로 만족스럽게 관람하였습니다. (이 영화야 말로 "감상" 이 아니라 "관람"이라 칭해야 하지 않을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반드시 3D로 말이죠.^^

덧붙이자면, 원래 아이맥스를 기다리다가 도저히 못 볼거 같아 그래도 세계에서 제일 크다던가 어쩐다던가 하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CGV 스타리움표를 예매해서 보게 되었죠. 하지만 어렵게 구한 표도 주말 아침 조조 8시 20분!! 어쩔 수 없이 출근할때 보다 빠른 7시 20분에 나왔죠. 별로 먼 거리는 아니지만 혹시 늦을까 택시타고 물어물어 어렵게 극장에 입성한 시간은 8시 10분이었습니다. 그런데 8시 20분에 영화가 시작을 안하데요? 극장을 오랫만에 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8시 20분" 시작이면 정시에 당연히 시작해야 할텐데, 거의 15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광고만 주구장창 보면서 말이죠. 8시 40분 다 되어서 애들까지 여럿 포함된 시끄럽게 등장하는 가족들을 보니 어이가 없어질 정도였어요. 이럴줄 알았으면 택시 안탔지!

어쨌건, 시간이 지나면 아예 못 들어가게 문을 닫아버리는 등으로 굉장히 엄하게 시간을 준수하게끔 적용되면 좋겠더라고요. 항상 일찍 온 사람이 손해보는 문화가 되면 안되잖아요. 하긴, 이놈의 나라는 법을 잘 지키는 놈들만 바보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쓰다보니 영화 리뷰가 아니네요....^^;;

2010/01/26

무덤으로 향하다 - 로렌스 블록 / 박산호 : 별점 2점

 

무덤으로 향하다 - 4점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황금가지

마약판매상 캐넌에게 아내를 납치했다며 40만 달러를 요구하는 정체불명의 남자들. 그러나 돈을 넘겨 준 남편이 돌려받은 것은 아내의 토막 난 시체였다. 분노와 죄책감에 사로잡힌 남편은 사립 탐정 매튜 스커더에게 이 사건을 의뢰한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매튜는 범인들이 단순한 납치범이 아니라 이전부터 여러 명의 여자를 납치해 강간, 고문 후 살해한 뒤에 시체를 유기하고 다닌 적이 있는 엽기적인 연쇄 살인범들이라는 흔적을 찾아내는데…

전 알콜중독자 탐정 매튜 스커더가 등장하는 뉴욕을 무대로 한 하드보일드 장편 시리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800만가지 죽는 방법" 이후 두번째로 읽은 시리즈죠.

그런데 솔직히 많이 별로였습니다. 추리물로 보기에는 별다른 트릭이나 사건의 단서같은 것도 등장하지 않고 잔인한 범죄에만 촛점을 맞춘 느낌이 너무 강했거든요. 물론 잔인한 범죄에 대한 묘사 덕분에 독자에게 범인들을 응징해야겠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성공한 측면은 있습니다. 덕분에 초반부에는 리얼한 범죄물로 볼 만 했고 말이죠. 
하지만 가면 갈수록 잔혹물 + 복수극 분위기로 전개되더니, 작품의 마지막은 범죄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더욱 과도한 폭력의 사용이라는 호러물같은 결말로 끝나더군요. 보지는 않았지만 "왼편 마지막 집"이 연상되기도 하네요. 아니면 "모범시민" 이나 "크리쉬"랄까요? 어쨌건 결말은 결국 뻔한 복수극이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는 힘들겠더라고요. 범죄 액션 스릴러라면 모를까.

더군다나 매튜 스커더는 시리즈 캐릭터치고는 정말로 하는게 없습니다. 꼬박꼬박 금주모임에 참여하고 여자친구 일레인을 만나는게 주요 행동이니까요. 돈을 받은 만큼 아주 하는게 없지는 않습니다만 잡다구레한 행동에 대한 묘사만 없었더라면 이야기가 훨씬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히려 사건 해결에는 TJ라는 흑인꼬마친구의 활약이 두드러지더군요. 이 친구 없었더라면 아마 사건은 실마리조차 잡기 힘들었을거에요.

결론내리자면 추리적으로는 빵점에 가깝고 과도한 폭력의 등장 이외에는 하드보일드로 보기도 힘든, 복수극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나름의 서스펜스와 긴장감은 있고 제목만큼이나 멋드러진 거장다운 묘사는 넘치지만 "800만가지 죽는 방법"이 취향이 아니셨다면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 보이네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두드러진 작품이니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0/01/24

경성리포트 - 예지숙 외 : 나에게는 별점 4점

 

경성리포트 - 8점
예지숙 외 지음/시공사

경성에 관련된 도서는 "경성탐정록" 때문에 그동안 자료삼아 많이 읽어 보았었죠. 하지만 특정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어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기가 좀 어렵다거나, 아니면 정말 학술적인 부분에 치우쳐서 자료적 가치 이외의 재미를 찾아보기 힘든 책이 많았는데 이 책은 정말 경성의 "실생활"에 연관된 내용이 많고 재미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일단 크게 3개의 챕터, "사라리맨의 일상, 반도에 분 바람", "근대 소비문화의 풍경", "가난의 시대, 소외의 시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사라리맨"에 관련된 첫번째 챕터는 사라리맨의 종류와 월급, 보너스, 사라리맨이 되기 위한 방법과 조선의 교육열과 여러 학교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용도 흥미롭지만 1930년대 경성에서 남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서는 매월 4~50원의 돈이 필요하다던가, 쌀 한가마니가 18 ~ 20원 정도 했다던가 라던가, 은행과 신문사 월급은 좋았지만 다른 곳은 30원 수준이었다던가, 상여금은 400% 가까이 나올때도 있다던가 하는 실용적 정보가 가득합니다.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한 근간인 교육열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는 물론 경성 제국 대학 1925년 조선인 신입생이 51명 밖에 안되었다는 등의 자료적 가치가 풍부하고요. 여러 중등, 보통학교에 대한 내용도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두번째 챕터 "근대 소비문화의 풍경"은 주로 백화점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미쓰코시와 미나카이 등 일본 자본 백화점과 화신, 동아라는 조선인 자본 백화점의 상권전쟁. 경품 추첨과 같은 판촉 전략과 쇼프껄, 승강긔와 같은 당대의 문화현상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 뒤에 식민지 조선의 다양한 유행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유성기 시대 조선의 스타 가수와 같은 항목 등으로 말이죠. 단지 소개된 항목만 보아도 읽고 싶어질 정도로 흥미진진하죠? 실제로 재미도 넘칩니다.

마지막 챕터 "가난의 시대, 소외의 시대"는 당시 경성의 조선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토막촌"같은 앞부분에서 짤막하게 설명된 내용이 또 등장한다던가 특정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등 재미는 있지만 자료적인 가치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 약간 아쉽더군요. 북촌과 남촌 이야기로 끝맺는데 마무리도 뭔가 제대로 이루어진것 같지 않고요. 

어쨌건 전체적으로 무척이나 재미있었고 자료적인 가치도 충분해서 만족스러운 도서였습니다. 저같이 경성에 관심있고 자료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별점 4점짜리 책이라 생각되네요. 재미까지 있으니 소장가치 충분합니다! 단, 별 관심이 없으시다면 안 읽으셔도 상관은 없는 책입니다. 괜찮은 정보는 경성탐정록에 다 나올테니 기다려주시길^^

2010/01/23

이름없는 사나이 (결정적 증거 중) - 로드리게스 오토렌기 (1895) : 별점 3점

 결정적 증거 (決定的証拠 / Final Proof) / Rodrigues Ottolengui

New York: G. P. Putnam

수록단편 :
・ -The Phoenix of Crime-
・ -The Missing Link-
・ -The Nameless Man-
・ -A Singular Abduction-
・ -A Frosty Morning-
・ -A Shadow of Proof-
외 6편

명탐정 반즈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자신이 호텔에서 눈을 뜬 직후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완벽한 기억 상실임을 자처하고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반즈는 사건 해결을 자신하며 이틀 뒤 자신에게 다시 찾아오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반즈는 사건해결에 나선다.

얼마전 소개했던 "퀸의 정원" 관련 글을 구글링하다가 찾은 일어로 번역된 단편소설입니다. 원문은 여기서 읽어보세요.

이 작품은 "퀸의 정원"에서도 "도일의 10년" 분류에 포함된 작품답게 홈즈의 라이벌다운 풍모를 느끼는 단편입니다. 전형적 명탐정 등장 단편 시리즈거든요. 주인공인 명탐정 반즈는 한편만으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부하들을 부리면서 수사에 가까운 정보 수집 활동을 보인다는 등 특징이 비교적 확실하고, 추리적으로도 귀납적 추리론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등장하고 있다는 점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워낙 고전을 좋아라 하기도 하니까요. 작품도 무겁지 않게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가 넘쳐흐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설정이 굉장히 기발하잖아요^^

물론 발표된 시기가 시기인지라 독자에게 주는 정보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 - 유일하게 독자에게 제공되는 단서는 "M.J.G 레밍턴" 이라는 호텔 방명록에 적혀진 이름 뿐이죠 - 과 추리적인 비약이 있는 것 등 본격 황금기로 접어들기 직전의 과도기적인 모습도 갖추고 있다는 단점도 있긴 하죠. 전부 12편 수록 단편집에서 한편만 읽었기에 판단하기는 좀 어렵겠지만요.

뭐 어쨌건 무척이나 즐거운 독서였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퀸의 정원" 에서도 H.S 마크가 붙어 있는, 그러니까 "Historical Significance : 역사적 중요성" 에 더해 "Scarcity : 입수곤란" 딱지가 붙어있을 정도로 역사적 의미도 있지만 희귀하고 접하기 힘든 단편이니만큼 일본어 실력이 약간만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번역도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에 별 어려움은 없으실 거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전편을 다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정말 좋을텐데... 힘들겠죠?

2010/01/21

그림자 잭 - 로저 젤라즈니 / 이수현 : 별점 3점

 

그림자 잭 - 6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이수현 옮김/페이퍼하우스

다크사이드의 권능자이자 도둑인 그림자 잭은 자신을 괴롭힌 박쥐군주와 일당들에게 복수를 맹세하고 데이사이드로 들어가 그들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잃어버린 열쇠' 콜위니아를 얻어 전능자로 거듭난다. 그러나 그에게 다른 다크사이더와 권능자들은 반감을 갖게 되며, 그들을 모두 처형한 잭은 권능자들이 필요한 다크사이드를 유지하는 실드를 돌보는 것에 실패하자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선다...

로저 젤라즈니는 제가 추리 이외 장르문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죠. 국내에 출간된 대표작들은 다 읽어봤을 정도로요. 때문에 이 책도 기대가 무척 컸답니다.

하지만 생각과는 좀 달랐습니다. 전형적인 히어로 판타지인데 단편을 억지로 길게 늘려놓은 느낌이 없잖아 있거든요. 저 위의 줄거리 요약이 전부일 정도로 이야기도 별다를게 없고요. 주인공이 절벽같은데서 떨어진 뒤 괴물을 잡아먹거나 기연을 만나 무공이 증진되어 돌아와 복수한다는 무협지와 별 다를 것 없는 내용이잖아요.
또 뭔가 있어보이는 설정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이야기에 별로 등장하지 않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여러 캐릭터들과 다크사이드, 데이사이드의 세계관은 분위기는 있는데 별로 치밀하지도 못하고 많이 등장하지도 않는 등 좀 대충대충 분위기가 많이 나네요.

그래도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다채롭고 디테일한 묘사, 작품 내내 보여주는 후까시는 젤라즈니라는 이름에서 기대한 것 만큼 독자를 즐겁게 해 줍니다. 마지막의 다크사이드와 데이사이드가 결합하여 "낮"과 "밤"이 생긴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탁월한것 같아요! 거장이 달리 거장이 아니겠죠. 앞서 말했든 자세하지는 않지만 마법의 다크사이드와 과학의 데이사이드라는 설정 등 세계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이고요. 세계관과 설정이 보다 치밀하게 등장했더라면 거의 "반지의 제왕"급의 판타지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정말 아까운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혹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거장의 배려였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PS :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받은 책으로 좋은 기회를 주신 이글루스와 페이퍼하우스에 감사드립니다.

2010/01/20

퀸의 정원 (クイーンの定員)

 리뷰는 아니고 정보입니다. <퀸의 정원>이라고 추리애호가들에게 알려져있는 목록이 있죠. 인터넷을 뒤지다가 우연찮게 관련 사이트를 찾게되었네요.


원래 <퀸의 정원>은 엘러리 퀸이 1845년부터 1967년까지의 기간 중 전세계에 출판된 미스터리, 추리 단편집을
  • Historical Significance : 역사적 중요성
  • Quality : 문학적 가치
  • Rarity : 휘귀성
의 3가지 관점으로 선택한 서지학책입니다. 대상은 모두 초판본이며, 정원의 각 책에 대해 H, Q, R의 평가가 내려져 있습니다. 아직 "휘귀성" 단계의 희소가치는 없다 하더라도 입수곤란한 책에는 "Scarcity : 입수곤란" 이라고 덧붙여져 있고요. (물론 그 당시 시점에서의 이야기입니다)

1951년에 Little Brown 사에서 출판된 오리지널판에는 에드거 알란 포의 "이야기들" 에서부터 로렌스 G 블록맨의 "진단은 타살" 까지 106개의 작품이 선정되어 있었는데, 그 후 1969년 Biblo&Tannen 사로부터 출판된 증보판에는 해리 케멜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 까지 19개의 작품이 추가되어 모두 125 작품이 정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단 증보판에 추가된 작품에는 H, Q, R, S 의 평가는 붙어있지 않다고 하네요.

목록은 여기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단지 "재미"의 관점으로 선정한 목록이 아니라 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목록이더군요. 어차피 국내 번역된 책은 20여권도 안되는 듯 하니 읽기도 힘들겠지만...

2010/01/19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 오사키 고즈에 / 서혜영 : 별점 2점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 4점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다산책방

교코와 세후도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미호가 편지를 보내온다. 그녀는 편지를 통해 자신이 일하는 나가노의 고서점 마루우도에 유령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리며 유령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것을 부탁한다. 교코는 서점 동료이자 명탐정(?)인 다에와 함께 휴가기간을 이용하여 나가노로 떠나게 된다.

이전에 읽었던 1권이 재미있었기에 구입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심히 실망스럽네요.

일단 전편의 장점이었던 서점과 책에 관련된 디테일과 일상성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번에도 서점이 주요 무대 중 하나이긴 하지만 책이나 서점에서 있음직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한 내용이 아니라서 사건과의 연계성이 약합니다. 구태여 서점이 아니라도 상관없을 정도니까요. 일상성 역시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등 묵직해진 이야기 관계로 많이 희박해졌고요. 무대가 나가노라는 것도 단지 기행문같은 풍광묘사만 있을 뿐 별다른게 없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나가노에 관련된 무언가가 사건과 중요하게 얽혀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또한 추리적으로는 도저히 봐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일단 범인이 사건을 일으킨 동기도 지문에 대한 이야기가 설득력이 없기에 애매하며, 공소시효도 끝났고 증거로서도 부족한 등 여러가지 정황상 소동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훨씬 타당해 보이는데 사건을 키워나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죠. 모든 사건의 핵심인 27년전 사건의 용의자 고마츠 아키오가 죄를 조용히 뒤집어 쓴 이유가 명쾌하지 않은 것도 불만스러웠고요.
게다가 너무나도 중요한 단서인 사라진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밝히지 않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원고에 대한 "증언"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열쇠인데 질질 끌다가 결말부분에서야 끄집어내는 것은 작품을 길게 늘리기 위한 억지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트릭 역시 별다른게 없습니다. 그냥 "범인이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는데 성공했다" 는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이건 트릭도 뭐도 아니잖아요.

한마디로 전편의 장점은 거의 다 사라져버린 후속권으로 "사건 - 동기 - 트릭" 모두 추리소설로 봐주기 힘든 수준미달의 작품입니다. 그나마 톡톡튀는 신선한 캐릭터와 나가노에 대한 작가 특유의 섬세한 몇몇 묘사는 건질만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만 절대로 아무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네요. 아무래도 이 작가는 장편에는 재능이 좀 없는듯한데, 출간 예정인 다음권도 장편이라면 절대로! 구입하지 말아야겠습니다.

2010/01/18

역사, 그리고 색다름 - 부산 남포동 18번 완당

작년 말 부산에서 들렸었던 완당집입니다. 카메라 정리하다가 사진을 발견하였기에 늦게나마 포스팅합니다.

워낙 유명한 가게이기도 하고, 식사시간에는 꽤 길게 줄을 설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는 일종의 관광명소죠. 따로 약도를 첨부하지 않아도 쉽게 찾으실 수 있고요.
보시다시피 1948년에 개점하여 60년도 넘은 가게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메뉴는 다양하게 있는 편인데 완당집에 왔으니 당연히 완당을 먹어야겠죠.
완당은 한마디로 만두국과 비슷한 음식입니다. 완당이 작은 만두를 뜻하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수제비안에 작은 고기소가 들어간 느낌이죠. 그런데.... 5000원이라는 가격 치고는 솔직히 좀 부실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물도 시원하긴 한데 뭔가 조미료 느낌이 많이 났고요.

사실 이 가게를 처음 갔던 것은 군대를 막 제대한 1996년 겨울이었습니다. 부산 토박이이신 아버님과 함께 갔었죠. 그때는 위치도 이곳이 아니었고, 완당도 훨씬 푸짐하고 맛있었습니다. 그때 그 완당은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다녔었죠. 그러나 제가 나이가 들은 탓인지 세월이 너무 흐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색다르다는 것 말고는 구태여 여기까지 찾아와 줄을 서서 먹을만한 음식은 아닌것 같다라는 것이 현재의 평가입니다. 뭐 색다르다는 것도 경쟁력이겠지만... 별점은 2.5점입니다.

수상한 사람들 - 히가시노 게이고 / 윤성원 : 별점 3점

 

수상한 사람들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으로 어딘가에서 누군가 강추하기에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전에도 몇번 밝혔듯이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그래도 "탐정 갈릴레오"와 같은 단편집과 기타 앤솔러지에서 접한 단편들이 괜찮았었기에 실패해도 데미지가 적을 것 같아 구입한 것이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일정 수준 이상은 된다 보여집니다.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이 책에 실린 총 7편의 단편들 대부분이 전부 "추리"라는 쟝르에 충실하기 때문이죠. 그것도 퍼즐 트릭 중심의 본격물이 많아 추리 애호가로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이기 때문인지 작가의 그간 싫어했던 가장 큰 단점인 "러브라인"이 부각되는 작품이 몇개 없다는 것도 좋았고요. 독특했던 점이라면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결혼 보고" 이외의 모든 이야기가 1인칭이라는 것으로,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주인공과 세계관으로 연결된 작품이라 생각하고 읽어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전혀 다른 설정인 두번째 작품 "판정 콜을 다시 한번!"만 빼고요^^) 이게 설마 작가의 의도는 아니겠지만요.^^

하지만 추리물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인 "판정 콜을 다시 한번!"과 말랑말랑한 인간관계가 주요 사건보다도 강하게 부각되는 "달콤해야 하는데" 두편이 좀 이질적이라 아쉽네요. 나머지 다섯편으로는 별점 3.5점은 충분합니다만 요 두편때문에 전체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한 기존의 제 편견을 어느정도 깨 준 작품집임에는 분명합니다.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자고 있던 여자
나는 입사동기 가타오카의 권유로 집 빌려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낯선 여자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와 잔 남자를 찾아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 우기며 집에 눌러 앉는데...
잭 레몬 주연의 코미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경쾌한 도시파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 황당한 사건에서 결말에 이르는 구조가 깔끔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참 좋은데 이렇게 영화 같은 곳에서 설정을 따 와서 추리소설을 창작해도 재미있겠더군요.
어차피 톨루엔의 행방 추적을 한다면 간단하게 꼬리가 밟혔을 것이라는 점은 약점이지만 일상계니 너무 딱딱하게 따질 필요는 없겠죠. 별점은 3.5점입니다.

판정 콜을 다시 한번!
나는 노보루의 꼬임으로 노부인의 돈을 강탈하는 계획에 가담했다가 실패한 뒤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단코 추리물은 아니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평이한 드라마로 일종의 성장기랄까.. 싶은 작품인데 야구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더군요. 상식적으로는 해당 판정에 대한 설명은 판정콜 이후 바로 선수에게 해 주는게 정상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설득력도 거의 없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죽으면 일도 못해
하야시다 계장이 휴게실에서 문을 걸어잠근채 시체로 발견된다. 나는 직속 부하라 어쩔 수 없이 사건에 관련되게 되는데...
두가지 트릭이 상호 연계되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밀실 트릭"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해 왔던 트릭이긴 합지만 작품과 잘 어울리게 구성되어 마무리되는 전개가 매끈합니다. 경찰 수사로 결국 진상이 밝혀진다는 현실성 높은 결말도 의외로 놀라웠고요.^^
단, 어차피 범행이 밝혀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인 관계로 완벽한 트릭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약점은 있습니다. 그래도 현실에 기반한 재미있게 읽었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달콤해야 하는데
나는 상처하고 하나뿐인 딸마저 잃은 뒤에 나오미와 결혼하여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이 여행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
일상계랄까... 과거 "사고"의 진상을 기억에 의지해 밝혀낸다는 작품입니다.
본격물로 보기에는 정보제공이 공정하지 못해 실망스럽고 이후의 전개도 억지스러워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어차피 제가 싫어하는 러브라인이 주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등대에서
나는 소꼽친구 유스케와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홀로 여행을 계획한다. 이 사실을 알은 유스케 역시 동일한 코스를 역순으로 밟아나가는 여행을 떠난다고 선언한다.
의외의 전개가 연속되는 단편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친구간의 다툼 정도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생각외였어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싶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의표를 찌르는 이런 단편을 써보고 싶네요.

결혼 보고
오래전 소식끊긴 친구 노리코에게서 온 결혼을 알리는 편지. 편지를 받은 도모미는 편지안에 동봉된 사진 속 주인공이 노리코가 아닌 것을 알고 놀라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리코의 고향으로 떠난다.
황당한 시츄에이션이죠? 일반인들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당황스러운 설정을 토대로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버젼이라면 "친구가 결혼한다고 해서 갔더니 신부가 내가 알던 그 아가씨가 아니더라" 정도 되겠네요. 물론 이것도 살인을 부르는 설정이긴 하겠죠.^^
하지만 설정에 비해 동기나 시체의 처리 등 범죄에 관련된 내용이 현실적이지 못한 등 아이디어가 매끄럽게 전개된 맛은 약하기에 별점은 3.5점만 주겠습니다.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나는 5년에 걸친 해외근무의 마지막 해를 맞아 아내 유키코와 함께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2인조 강도에게 습격당하는 신세가 된다.
이국의 풍광 묘사, 주인공들의 배경 묘사가 더 중심인 듯한 이상한 작품. 왜 무대가 코스타리카일까요? 트릭도 구태여 외국이 아니라도 상관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작가가 코스타리카에 관광갔다가 와서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의심만 생기네요.
내용에 비하면 쓰잘데 없이 길고 완성도도 그닥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2010/01/16

벽장 속의 치요 - 오기와라 히로시 / 신유희 : 별점 3점

 

벽장 속의 치요 - 6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박상희 그림/예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표제작 이외 8편, 그러니까 총 9편의 단편이 실린 호러 단편집입니다. 잘 모르는 작가인데 책 소개만 보고 충동구매한 책이죠.

총 9편의 단편을 분류하자면 3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령이 나오긴 하지만 인간적이고 따뜻한 "말랑말랑 에피소드" (벽장 속의 치요 / Call / 신이치의 자전거), 끔찍한 현실에 대한 모골 송연한 결말을 그리고 있는 "모골송연 에피소드"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 / 늙은 고양이 / 어두운 나무그늘), 마지막으로 빠른 전개와 박력과 더불어 블랙 코미디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는 "박력화끈 에피소드" (예기치 못한 방문자 / 살인 레시피 / 냉혹한 간병인) 정도로 말이죠. 이 가운데에서 개인적으로는 "화끈 에피소드" 쪽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발상도 기발하고 전개과정에서 쉴틈 하나 주지 않는 박력이 인상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나머지 두 분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단 "말랑말랑 에피소드"는 너무 분위기가 안 맞았어요. 유령이 등장한다고 해서 "사랑과 영혼"이 호러는 아니잖아요? 그나마도 너무 뻔한, 독특한 요소도 없는 이야기들이라 지루했습니다. 반대로 "모골송연 에피소드"는 호러물이라는 장르에 충실하긴 해서 어느정도 재미는 주지만 좀 억지스러운 설정이 많더군요. 물론 호러물이 설득력을 갖출 필요는 없겠지만 약간 아쉽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평균적으로 3점입니다. "화끈 에피소드"와 "모골송연 에피소드" 만 실려있더라면 3.5점을 줬을텐데 나머지 이야기가 너무 취향이 아닌지라 0.5점 깎았습니다. 베스트 에피소드로는 "예기치 못한 방문자"를 꼽고 싶네요. 작가의 역량은 충분히 알았기에 "화끈" 쪽 장편이 있다면 한번 구해봐야겠습니다.


벽장 속의 치요
게이타는 실직 후 이상하게 싼 집세의 맨션으로 이사한 뒤, 벽장속에서 "치요"라는 소녀 유령이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단편집의 표제작이긴 한데 사실 큰 재미는 없었습니다. "치요"의 슬픈 과거를 게이타가 밝혀내어 성불시켜주는 이야기가 되어야 하나로 완성될 것 같은데 이야기 서두에서 서둘러 끝마친 미완성 작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도 아니라서 이래저래 애매해 보이네요. 별점은 2.5점.

Call
나는 미유키와 함께 죽은 대학 동창 묘지를 찾아간다. 우리 세명은 같은 대학 초자연현상 연구회 소속으로 나도 미유키를 좋아했었다...
중간에 시점이 바뀌는 일종의 서술트릭이 쓰인 말랑말랑한 멜로물입니다. 하지만 시점이 바뀌는 시점이 아무리 보아도 억지스러워서 트릭을 위한 트릭이라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네요. 이건 완전 반칙이죠... 내용도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
나와 소냐는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중국에서 탈없이 살아가는 9살배기 쌍동이.
9살배기 꼬마의 1인칭 시점으로 세모녀의 힘든 삶을 다룬 이색 단편입니다. 힘든 시기 살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의 모습같은 이야기 등은 굉장히 뻔한 이야기죠. 하지만 이 작품은 마지막 반전과 현실적인 공포를 드러내는 결말을 통해 상당히 재미있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별점은 3점.

예기치 못한 방문자
히라이와 리쿠조는 정부 사토미를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어떻게는 시체를 숨기려 하는 찰나 청소서비스 더스 클린의 예기치 못한 방문을 받게 된다.
리쿠조의 살해 직후 이야기가 시작되는 단편입니다. 전편에 걸쳐 시체를 숨기려는 자와 불청객간의 숨바꼭질이 숨가쁘게, 그리고 유머스럽게 펼쳐지는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죠.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유머스러워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4점. 영상화해도 좋을 것 같은 흥겨운 분위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살인레시피
야스다 후미히코는 아내 구미코를 살해할 결심으로 특별 요리를 준비한다.
바로 전 작품인 "예기치 못한 방문자"와 동일한 블랙 코미디 서스펜스 스릴러물입니다. 부부만 등장하여 식탁에서 서로의 생명을 건 사투를 벌인다는 설정은 흔하디 흔한 이야기죠. 하지만 딱 두명만 등장해서 저녁식사하는 식탁에서 혈전이 벌어진다는 설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식탁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한 묘사도 디테일하고요. 단 결말이 구태의연하다는 단점이 있어서 별점은 3.5점입니다.
혹 영상화한다면 규모와 등장인물은 적지만 서스펜스 하나는 제대로 뽑아내고 있기에 영화보다는 연극에 더욱 어울릴 것 같습니다.

냉혹한 간병인
소노코는 치매로 쓰러진 시아버지 젠조를 돌보는 척 하나 실제로는 학대하는 악질 며느리.
현실적이면서 주위에 있음직한 소재에서 "몬스터 호러물"을 뽑아낸 듯한 작품입니다. 전반부의 자기중심적 악질며느리 소노코도 괴물이지만 후반부에서 본격적 복수와 응징에 나서는 젠조의 존재감, 카리스마가 압권으로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입니다. 젠조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는 계기에 대한 설명이 미흡한 등 단점도 물론 있지만 워낙에 박력이 넘쳐 별점은 4점입니다. 이 단편집에서 국내 시장에 가장 잘 맞지 않을까 생각도 됩니다. 우리나라야말로 고부간 갈등이 많잖아요^^

늙은 고양이
나는 히데오 숙부의 사후 숙부의 집을 상속받아 이사가게 된다. 숙부가 키우던 늙은 고양이와 함께 가족이 이상하게 변해가는데...
일종의 "이형 공포물" 정도 될까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양이 한마리로 나를 제외한 가정의 붕괴를 접해가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포인트인 작품입니다. 다른 이형, 또는 바이러스 등으로 전염되듯 붕괴되는 공동체를 다룬 작품으로 좀비물이나 흡혈귀물과도 어떻게보면 맥락이 같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류의 작품군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체, 즉 가장 중요한 고양이의 정체를 속 시원히 밝혀주지 않는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보입니다. 분위기와 묘사는 그럴듯 했지만 단점이 너무 크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어두운 나무 그늘
15년전 숨바꼭질을 하다가 동생 야요이가 실종된 뒤 처음으로 나는 다시 외갓집을 방문한다. 외갓집은 사촌오빠 유이치 혼자 머물고 있었다. 야요이의 흔적을 다시한번 찾던 나는 마당의 오래된 녹나무에서 이상한 무언가를 느낀다.
실제 범죄가 가증스러운 것이기에, 그리고 결말의 묘사 하나가 섬찟해서 (유이치의 얼굴이 떠올라 있던 곳은, 지상 2미터가 넘는 높이였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모골송연" 쪽으로 분류했지만 어떻게 보면 일상계 심리물이기도 한 작품이죠. 별것 아닌 무대장치에서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전개도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진상이 15년동안 은폐될만한 것은 아니라는 단점 때문에 감점해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신이치의 자전거
나에게 신이치가 찾아와 한밤중 사당을 탐험하는 모험을 제안한다...
어린 시절 추억을 약간의 괴담처럼 꾸민 작품. 잔잔하긴 하지만 심심할 뿐 아니라 뻔하기까지 해서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0/01/15

I LOVE COFFEE and CAFE 아이 러브 커피 앤 카페 : 별점 2점

 

I LOVE COFFEE and CAFE 아이 러브 커피 앤 카페 - 4점
이동진 지음/동아일보사

커피에 대한 관심이 있던 차 우연찮게 읽게된 책입니다.

하지만 읽고난 느낌은 한마디로 별로였습니다.
일단 예비 바리스타들을 위한 입문서에 가까운 책으로 실용서처럼 쓰여져 있기에 별다른 재미도 없거니와 그나마도 인터넷 등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정보들 뿐입니다. 책을 저술한 이동진이라는 전문 바리스타의 노하우 및 생각을 단편적으로 접할 수 있다라는 것 이외에 별다른 가치는 없습니다.
이러한 약간의 가치도 정보도 책의 절반 분량일 뿐 Part 3과 Part 4는 사실 전혀 도움이 안되는 무가치한 항목이라 무척 실망스러웠습니다. Part 3은 레시피 모음일 뿐 아무것도 아니며 Part 4는 "지금 뜨고 있는'HOT'카페를 엿본다"는 카페 소개글인데 인터넷 뒤지면 하루에 10꼭지는 충분히 쓸 수 있는 내용으로 여성지 부록을 돈주고 사본게 아닌가 싶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으니까요. 이 책에서 기대한게 이런 내용은 아니었는데...

결론내리자면 별점 2점입니다. 12,000원짜리 책이 무려 50% 할인된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게 이 책의 현실이죠. 제 돈주고 사보지 않은게 다행이라 생각되네요.

2010/01/14

두번째 총성 - 안소니 버클리 / 윤혜영 : 별점 3점

 

두 번째 총성 - 6점
안소니 버클리 지음, 윤혜영 옮김/크롭써클

유명한 탐정소설 작가 존은 자신의 교외 농장에서 지인들을 초대한다. 그러나 초대객 중 한명인 에릭은 소문난 난봉꾼으로 모든 초대객들에게 미움받고 있는 인물로 사람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어 갈 때 초대객 전원이 참석하는 추리쇼가 제안되어 실행에 옮겨진다. 하지만 추리쇼의 피해자 역이었던 에릭이 실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살인자 역이었던 시릴 핀커튼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시릴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린시절 친구였던 명탐정 로저 세링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좋아하는 작가인 안소니 버클리 (콕스)의 국내 초역된 따끈따끈한 신상입니다. 추리소설의 번역 열기에 힘입어 매니아조차 잘 몰랐던 이러한 작품까지 번역되다니 영어를 못하는 쩌리 추리 애호가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죠.

어쨌건 리뷰로 넘어가자면, 이 작품은 굉장히 새로운 시도가 가득찬 이색적인 장편입니다. 작가 스스로 "범죄 퍼즐" 보다는 캐릭터를 더욱 중시하고 새로운 전개방법을 도입하여 더욱 복잡하게 이야기를 서술했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지만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각자의 사정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부분은 고전 본격물 시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현대적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구성은 잘못한다면 복잡하기만 할 뿐 알맹이없이 지루해 질 수도 있는 설정인데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전편에 걸쳐 녹아들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아울러 본격물 황금기 시대의 작가답게 스스로 "범죄 퍼즐"을 중시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트릭이 등장한다는 것도 반가운 요소였고요.
아울러 작가의 대표작인 "독 초콜릿 사건"에서 미리 접했던 다양한 시각에서의 범죄를 파악하는 방식을 약간 바꾸어서 이번에는 탐정이 바뀌면서 새로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용의자들 시각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추리쇼를 펼치는 것도 좋았고 작가의 시리즈 탐정 캐릭터인 로저 세링엄이 등장하는 것도 기뻤습니다. 세링엄의 묘사가 많지 않고 활약 역시 그다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황금기 명탐정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또한 마지막에 의외의 진상이 밝혀져서 독자의 뒤통수를 연달아 강타하는 놀라움이 숨어있다는 것 역시 고전 황금기 작품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단점도 눈에 뜨이네요. 추리적으로는 위험을 각오하고 벌인 일이라는 설명이 계속 등장하긴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과연 가능했을지 의문이 생긴다는 것은 분명한 약점으로 보입니다. 애시당초 작가의 의도가 그러했다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 고전 퍼즐 트릭물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 또 인물들이 독특하고 입체적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공감가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의 화자 시릴 핀커튼은 거만하면서 굉장히 자기 중심적인 인물로 세세한 점 하나하나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라 짜증이 나기까지 하더군요. 외려 그러한 부분에서 코믹함이 많이 묻어나오기는 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대표작이 아닌 이유는 있었달까요. 그래도 거장의 평작은 범인의 걸작보다 나은 법이죠. 추리 애호가라면 정말 즐거워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무엇보다도 대표작도 아닌 이 작품을 과감하게 출판해준 출판사 크롭써클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0/01/13

나의 독서취향 테스트

독서 취향 테스트

테스트는 여기서 

그런대로 맞는 듯? 출판계의 패셔니스타라니 좀 창피하긴 하지만요...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책을 눈여겨 봐 둬야 겠네요.

출판계의 패셔니스타, "몬순" 독서 취향
남들이 잘 모르는, 특이한, 트렌디한 책 좋아함
특징없는, 따라하는, 똑똑한 척 하는 책 싫어함

남부 아시아에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기후로, 약 한달 간 비가 거의 오지 않다가 갑자기 엄청난 양의 폭우가 지속되는 장마철을 가진다. "몬순(Monsoon)"이라는 단어는 원래 대기의 순환을 뜻하는 단어로, 거대한 에너지 이동을 의미한다. 열대 지방에서 생성된 에너지가 육지로 올라와 폭발적인 강우로 변하는 것.

변덕스러운, 왕성한, 주기적인. 몬순 기후의 이런 면들은 당신의 책 취향을 설명하기에 충분합니다.

장마철 폭우 같은 변덕쟁이:
무언가를 심하게 좋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장마철 지난 건기처럼 관심이 쫙 빠지는 경우가 많음. 유행을 타는 것일수도 있지만, 본인이 워낙 독창적이고 발랄하며 에너지 넘치는 4차원 취향이라 그럴 수도 있음.

시원한 포용력:
건방지거나 추하거나 기형적인 책에도 큰 반감을 갖지 않는 편. 뭔가 특이한, 열정적이고 유행에 민감한 콘텐트를 선호함. 하지만 때때로 (예상과 달리) 남들이 다 좋아하는 베스트셀러에 반하는 경우도 있음.

유행의 '에너지'를 일으킴:
뭔가 항상 새롭고 희귀하고 독창적인 것을 찾는지라 남들이 잘 찾아보지 않는 '진흙 속의 보석' 같은 책을 먼저 알아보고 먼저 남들에게 소개하는 편.
당신 취향은 출판 업계의 개척자, 스카우터와 같은 존재라 할만합니다. 업계의 베스트셀러를 예고하고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주는 메신저와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당신의 취향에 어필할만한 작가에는 다음과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박민규
일단은, 이란 생각에 나는 그대로의 절차를 따랐다. 그대로의 절차라 함은 말 그대로 1. 문을 연다 2. 아버지를 넣는다 3. 문을 닫는다 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아버지를 냉장고에 넣는 데 성공했다. 꽤나 시끄러울 줄 알았던 그날 밤은 의외로 조용했다. 혹시 얼었나 싶어 문을 열어보니 아버지는 독서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온도는 맞으세요? 라고 물으니 이 안에 좋은 책들이 많구나, 라며 딴청이다.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 카스테라 中

더글라스 애덤즈
보고인들은 원래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대인 관계의 기술이라는 게 고작해야 얘기를 하는 도중에 침을 뱉지 않으려고 애쓰는 정도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 말은, 제대로 된 서류 작업이 없이는 당신의 행성을 날려버리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서류 작업만 제대로 처리되면 우주 끝까지, 필요하다면 몇 개의 평행우주까지 여행해서 끝장을 보고야 말았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책도 땔감으로 삼았다. 종이는 불길이 오래 가진 않지만 아주 잘 탄다. 샤토브리앙이여 안녕! 괴테여 안녕! 아리스토텔레스, 릴케, 스티븐슨이여 안녕! 마르크스, 라포르그, 생시몽이여 안녕! 밀턴, 볼테르, 루소, 공고라, 그리고 세르반테스여 안녕! 존경 받는 내 소중한 친구들이지만 예술이 필요보다 앞설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야 당신들은 말에 불과하지 않은가. 장작더미와 책을 쌓아 올리고, 석유를 끼얹고, 나중에 쓸 땔감으로 책들을 모아 묶음을 만들면서 나는 한 사람의 고독한 삶, 그러니까 내 생명이 모든 인류의 천재, 철학자, 문인들의 작품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차가운 피부 中

장성호 선수. 두산 트레이드? 기자의 소설이겠지만....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144&article_id=0000110254&date=20100112&page=1


아침에 와서 본 기사입니다. 베어스 팬덤에서는 이미 한번 토론이 이루어졌던 내용이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대수 선수의 트레이드가 아쉬운 시점이네요. 뭐 이대수 선수에게 대승적 차원에서 기회를 열어준 대인배적인 트레이드이긴 하지만 막상 또 판이 이렇게 돌아가니 정말 팬으로서는 카드 하나를 날린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어쨌건 기사내용대로라면 현시점에서 두산에서는 김재호 선수 + 1명과 장성호 선수와의 트레이드가 아닐까 싶은데 팬심이지만 김재호 선수는 솔직히 아깝네요. 군필의 1군 경험 풍부한 내야 전천후 백업은 정말 희귀한 자원 중 하나이니까요. 아니면 이원석 선수가 논의될 수도 있겠지만 이원석 선수도 내야 멀티 플레이가 가능할 뿐 아니라 올시즌 3루수 주전으로 예상되기에 역시나 아깝고요. 개인적 팬심으로는 올시즌의 기대치는 솔직히 이원석 선수와 장성호 선수가 거의 동급이거든요. (장성호 선수를 폄하하는게 아니라 이원석 선수가 올시즌 뭔가 해줄것 같은 팬심이 마구마구 듭니다)

베어스 최대 약점인 1루수 해결을 위한 현시점 최고의 트레이드임에는 분명하지만 1루수는 김동주 - 최준석 - 이원석 선수를 돌려가며 기용하고 경기막판 투입 또는 백업으로 오재원 선수를 활용한다면 베어스도 나빠보이지는 않기에 저 기사가 그냥 "카더라" 정도로 끝났으면 합니다. 팬으로서 올겨울 스토브리그는 이제 신물이 날 지경이거든요.

그나저나 장성호 선수, 어려웠던 기아를 지탱했던 버팀목이었는데 조금의 부진과 트러블로 이렇게까지 상황에 몰리게되니 야구팬으로서 씁쓸합니다. 부디 잘 해결되어 기아에서든 어디에서든 스나이퍼의 모습을 더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장성호 선수 바램대로 한화로 트레이드되는게 가장 좋아 보이는데.....

2010/01/10

Q.E.D 큐이디 3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5점

 

Q.E.D 큐이디 34 - 8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도 이제 34권째. 이번권에는 두편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한편은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 한편은 살인사건이라는 강력사건이라는 구성은 전작들과 유사합니다.

첫번째 이야기 "재난의 사나이 결혼하다"는 친숙한 고정 캐릭터인 알렌이 등장하는 가벼운 이야기. 알렌이 드디어 에리와 결혼식을 올리는데 결혼식을 앞두고 만든 "알렌 & 에리 재단"에 생긴 문제를 친구들이 해결해 주는 이야기죠. '
그런데 추리적으로는 별로 대단할게 없네요. 추리보다는 무대설정과 다양한 고정 캐릭터들의 등장에 더 주력한 느낌이랄까요? 시리즈 물의 징검다리 느낌으로 한템포 쉬어가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QED특유의 학습만화스러운 스타일이 잘 적용되어 국제 투자기관의 어두운 부분을 설명해 주는 부분은 좋았고 시리즈의 팬으로서 즐길거리가 많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두번째 이야기 "모야당"은 가나의 중학교 동창을 응원하기 위해 이와테현으로 찾아간 토마 일행 앞에 가나의 친구 시라카와 료 가족이 살인사건에 연류되어 토마가 사건 해결을 위해 발벗고 뛰는 이야기로 일단 추리적으로 굉장히 풍성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트릭도 두가지나 등장하고 있으며 사건의 동기도 굉장히 확실했거든요.
특히 첫번째 밀실 트릭은 상당히 기발하면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맛이 잘 살아있는 좋은 트릭이었습니다. 두번째 트릭은 주요 단서가 너무나 명확하게 남아있을 뿐 아니라 다이빙하는 시간을 특정할 수가 없는 등 문제가 많아서 설득력이 떨어지긴 한데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선이죠. 과학적 이론은 확실했던만큼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짜여졌더라면 최고 걸작 에피소드 중 하나로 꼽을 수도 있었을텐데 약간 아쉽긴 하네요.
그래도 제목인 "모야당"이라는 전설과 사건의 내용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내용을 한방에 정리한 전개가 마음에 들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 언제나처럼 큰 실망을 주지않는 안정적인 완성도를 아직도 잘 유지하고 있어서 안도했습니다. 이 정도면 고정 팬이건 새로 접하는 독자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2010/01/09

나인 테일러스 - 도로시 L 세이어스 / 허문순 : 별점 3점

 

나인 테일러스 - 6점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허문순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피터 웜지경은 우연한 사고로 머물게 된 펜처치 세인트 폴이라는 마을 교회에서 8개의 종을 가지고 연주하는 15840 전좌의 켄트 트레블 봅 타종에 참여하게 된다. 그 몇개월 뒤, 펜처치 세인트 폴 교회 묘지의 한 부인 묘지에 남편을 같이 안장하기 위해 파헤치자 정체모를 남자의 시체가 묘지안에 있다는 것이 발견되고, 교회 목사 시어도어는 피터경에게 사건 해결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피터 웜지경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작품 중에서 베스트라 칭할만큼 유명한 고전 명작이죠. 이전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해외편 본격물"에서 읽고 집어든 책입니다. 아... 저는 정말이지 이런류의 리스트에 너무 혹하는거 같아요.

사실 명성이야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선뜻 읽게되지 않은 이유는 이전에 접했던 피터 웜지경 시리즈가 저하고는 잘 안맞았던 탓이 큽니다. 돈많고 인기도 많고 매너도 좋은 귀족 탐정이라는 하이틴 로맨스같은 캐릭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이전 리뷰 참고) 작품들도 고전 본격물 치고는 트릭 등에서 미흡했다 생각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대표작다운 확실한 트릭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전좌명종술"이라는 것을 이용한 암호트릭으로 트릭 자체는 상당히 공들여 잘 만들었다 생각되네요. 종의 이름을 가지고 만든 말장난이라던가, 명문 등 여러가지 장치를 동원해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도 좋았고요. 수다쟁이 목사 등 캐릭터들도 확실하고 확실히 읽는 맛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전좌명종술"에 대한 현학적인 재미도 큽니다. "나인 테일러스"라고 해서 9명의 재봉사가 등장하는 줄 알았는데 죽은 사람을 위해 치는 종을 "나인 테일러스"라고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죠.^^ 덕분에 "전좌명종술"에 대한 흥미도 생겼고 말이죠. 유튜브 통해 "Change ringing"으로 찾아보니 몇개 나오는데 (샘플) 뭐 생각만큼 듣기가 좋은 것 같지는 않네요^^

그러나 재미에도 불구하고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게 기본적인 부분에서 설득력이 좀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만 나열해보자면
1. 가장 중요한 설정 중 하나인 왜 시체를 구태여 수고스럽게 묘지에 다시 파묻었는지?
2. 에메랄드 목걸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도 그렇게 오랫동안 숨겨둔 이유는?
3.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암호문을 남긴 이유.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특히나 3번 항목은 사실 작품에는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 트릭을 위한 장치로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도 합니다. 아무도 못 알아보는, 자기만 알아보는 암호가 대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입니까....

그 외에도 제프리 디콘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 역시 부족해서 도대체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모범수였다가 갑자기 탈옥한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8년 형기 중 이미 4년을 보냈는데 왜 갑자기 탈옥을 했을까요? 때문에 작품을 읽으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초-중반에는 누명을 뒤집어쓴 불쌍한 피해자로 보이다가 갑자기 천하에 둘도없는 사악한 악당으로 돌변해 버리니 이거 참 읽으면서도 적응이 안되더군요. 아울러 위의 두번째 항목과도 연관이 있는 "완벽한 신분세탁" 이후에도 입국을 두려워한 이유 역시 그다지 와닿지 않았고요.
그리고 본격 추리소설 치고는 동기와 범인, 피해자가 죽은 방식 등 핵심 요소들이 빨리 드러나는 편입니다. 다른 작품들을 통해 많이 접했던 동기이기 때문에 알아낸 것이긴 한데 확실히 너무 뻔한게 아닌가 싶고, 개인적으로는 등장인물들 중 그 누구도 피해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죽었는지 모른다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뻔한데...

너무나 이름이 높은 고전 명작이긴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확실히 너무 낡은게 아닐까 싶네요. 볼때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피터 웜지경 캐릭터 역시 제게는 확실히 부담이었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리스트에서 또 하나 작품을 클리어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네요.

2010/01/07

바다가 준 건강음식 - 장소영 외

 

바다가 준 건강음식 - 6점
장소영 외 지음/웅진웰북

우연찮게 구해 읽은 요리책입니다. 레시피와 조리법 중심의 다른 요리책들과는 약간 다르게 해산물 중심으로 "건강"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점 - 요리의 효능 및 면밀한 칼로리 계산 등 - 이 독특하더군요.

하지만 읽다보니 집에서 해 먹기에는 좀 부담되는 요리가 많다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집에서 "아구"나 "숭어" 요리를 해 먹을 일이 있나요? 좀 오바스러워요. 그리고 재료의 손질부터 자세히 설명하고는 있지만 요새는 대부분 손질된 재료를 구입한다는 점도 감안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제가 집에서 꼬막을 손질하거나 바지락, 굴을 손질할 일은 없을것 같거든요. 마트에서 팩으로 사겠죠...

뭐 그래도 무척이나 쉽게, 아니 "쉬워 보이게" 쓰여져있다는 것과 깔끔한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결국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해산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조만간 "바지락 죽"과 "다시마 수제비" 부터 도전해 볼 예정입니다.^^

2010/01/06

얼음꽃 - 아마노 세츠코 / 고주영 : 별점 3점

 

얼음꽃 - 6점
아마노 세츠코 지음, 고주영 옮김/북홀릭(bookholic)

부와 미모, 모든 걸 갖췄지만 아이만은 가질 수 없는 세노 쿄코에게 어느날 갑자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속 주인공은 자신이 남편의 애인이며 임신 중이라는 것, 때문에 쿄코가 남편과 헤어질 것을 강요하고, 급작스러운 살의에 휩싸인 쿄코는 범행을 결행하는데...

나이 60이 되어서 데뷰했다는 아마노 세츠코의 작품입니다. 작품의 명성도 높고 평도 좋은 탓에 진작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형이 마침 빌려줘서 연휴때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잡은 뒤에는 한번에 읽어내릴 정도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흡입력은 정말 최고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눈팔지 않게 만드는 힘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재미만으로 따진다면 1급이라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예상을 거의 빗나가지 않는 뻔한 전개와 이 전개를 뒷받침하기 위한 작위적인 묘사가 너무 많았거든요. 예컨데 이 작품의 핵심은 사건들의 배후에서 진범이 사람들을 조종해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인데, 범인의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여러 단서들을 모아서 수사해나가는 경찰의 움직임도 예상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으니 정도가 좀 심해보이더군요. 그리고 세노 교코의 극단적 행동은 그녀의 캐릭터와 맞물려 치밀하게 그려지고는 있지만 사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충동적 범행이기 때문에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차라리 그녀가 농약을 쥬스에 타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진행되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서서히 빠져든다는 서스펜스가 재미는 물론 설득력 측면에서 훨씬 낫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코넬 울리치 느낌도 살짝 나고 말이죠.^^

덧붙이자면, 범인들이 조작한 올가미는 굉장히 허술했고 오히려 세노 쿄코의 여러가지 행동과 "우연"에 기인한 증언으로 덫에 걸리게 된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아예 완전범죄로 빠져들 수 있는 사건을 어거지로 이야기를 끌고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결정적일때 등장하는 단서들도 1주일 전에 스쳐지나간 여성이 들고있던 종이 봉투를 기억해서 이야기한다는 것 등 좀 납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고요. 필체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맹신도 거슬렸던 부분입니다. 21세기 전산화시대에 필체를 요목조목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잖아요.

또한 세노 쿄코라는 기이한 악녀 캐릭터의 출중한 매력에 비해 토다형사 등 기타 남성 캐릭터들이 너무 겉도는것도 문제입니다. 여성 작가들 소설 대부분에서 느껴지는 특징이며, 작가의 첫작이기에 감안은 해야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갭이 정말 너무 크네요.

결론내리자면 재미는 있지만 그 외 추리적인 부분과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 못 미쳤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1/04

맛있는 초밥과 참치 - 구로 은행골

1월 2일 토요일 저녁에 형, 저, 제 와이프 이렇게 3명이서 신년 맞이 조촐한 가족 모임을 가졌습니다.

찾아간 곳은 바로 제가 사는 구로동의 가장 유명한 맛집인 은행골! (가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녹두장군님등 유명 블로그분들이 올려주셨으니 참고하세요^^) 이전에도 몇번 방문해서 좋은 기억이 많았기에 형에게 한번 맛보여 주고 싶었던 가게이기도 했는데, 형이 마침 한턱 낸다고 하여 저와 제 와이프는 무척 호강했네요. 아주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먹은 것은 특초밥 3인분. 이 집 초밥은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밥을 부드럽게 쥐는 것이 특징이죠. 그 외는 제가 잘 몰라서 패스합니다만, 맛있는건 맛있는거죠!

먹은 순서는
먼저 아카미(맞나요?)와 간장새우 초밥 각 2개씩.
두번째로 연어와 광어 (맞나요?) 초밥으로 연어 3개, 광어 1개.
마지막으로는 광어 (?), 오징어 1개씩과 장어초밥 2개씩!
이렇게 초밥을 각 12개씩 먹고 마무리로 오토로 한접시를 시켰습니다.
오토로를 시켰기 때문일까요? 간장새우 한마리씩 서비스~
그리고 진리의 참치. 오 참치! 오토로! (먹던 도중에 찍어서 수가 많이 줄었네요) 정말이지 입에서 녹는 바로 그 맛! 처묵!처묵!
이렇게 맛나게 먹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예전에 비해 확실히 떨어져보이는 서비스와 봉사료 10%로 살짝 올라간 가격이긴 한데, 이 정도 퀄리티에 이 가격이면 수긍할만 하죠. 가격대 성능으로만 따진다면 은행골의 명성은 아직 탄탄해 보입니다. 가게 별점 3점입니다.

PS : 사진은 형의 아이폰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사주기도 형이 사주고, 찍기도 형이 찍어주었네요. 쌩유~!